소식蘇軾의 <초연대기超然臺記>
소식蘇軾(1037~1101)의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이다. 사천四川 미산眉山 사람으로, 아버지 순洵, 아우 철轍과 함께 3소三蘇라 불리며, 모두 당송8대가에 속한다. 소식은 시, 사, 문, 음악, 서법 등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정치에도 높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21세 때 진사가 되어 벼슬길에 들어섰으나, 북송 때의 격렬한 변법운동變法運動 및 신구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몇 차례 좌천당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불운을 겪었다.혁신 정치세력에 밀려 항주杭州, 밀주密州(지금의 산동성山東省 제성諸城), 서주徐州(지금의 강소江蘇), 호주湖州(지금의 절강浙江) 등의 지방관을 주로 역임했다. 휘종徽宗이 왕위를 이은 뒤에 귀양으로부터 풀려나 수도로 돌아가는 도중 상주常州에서 병사했다. 저작으로는『동파전집東坡全集』,『동파악부東坡樂府』,『동파지림東坡志林』,『구지필기仇池筆記』,『애자잡설艾子雜說』등이 있다.허균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분은 텅 빈듯하면서도 한없이 넓은 마음씨로서 사람들과 경계를 다투지 않으셨다. 현명하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즐겁게 어울렸으니 유하혜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의 풍모를 갖춘 분이었다. 나는 그분을 본받고 싶지만 역부족이다.
초연대기超然臺記
凡物皆有可觀범물개유가관: 무릇 만물은 무엇이나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
苟有可觀구유가관: 진실로 감상할 만한 것이 있다면
皆有可樂개유가락: 모두 즐거워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이니
非必怪奇偉麗者也비필괴기위려자야: 반드시 괴상하고 이상하며 진기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餔糟啜醨포조철리: 술지게미를 먹고 묽은 술을 마시더라도
皆可以醉개가이취: 다 취할 수 있고
果蔬草木과소초목: 과일과 야채 혹은 풀과 나무를 먹어도
皆可以飽개가이포: 다 배는 부를 수 있다.
推此類也추차류야: .이를 미루어 생각해보면
吾安往而不樂오안왕이불락: 이렇다면 내가 어디를 간들 즐겁지 않겠는가?
夫所爲求福而辭禍者부소위구복이사화자: 사람들이 복을 구하고 화를 피하는 것은
以福可喜而禍可悲也이복가희이화가비야: 복은 기쁜 것이고 화는 슬픈 것이기 때문이다.
人之所欲無窮인지소욕무궁: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나
而物之可以足吾欲者有盡이물지가이족오욕자유진: 우리의 욕심을 채워줄 물질은 한계가 있다.
美惡之辨戰乎中미악지변전호중: 그래서 좋고 싫음을 변별하느라 마음에 싸움이 생기고
而去取之擇交乎前이거취지택교호전: 버리고 취하는 선택이 앞에 나타나게 된다.
則可樂者常少칙가락자상소: 그러나 즐거워할 만한 것은 항상 적고
而可悲者常多이가비자상다: 슬퍼하는 것은 항상 많게 되니
是謂求禍而辭福시위구화이사복: 사람들이 화를 구하고 복을 피하게 된다.
夫求禍而辭福부구화이사복: 화를 구하고 복을 피하는 것이
豈人之情也哉기인지정야재: 어찌 사람들이 본심이겠는가.
物有以蓋之矣물유이개지의: 이렇게 되는 것은 물욕에 의해 우리 눈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彼遊於物之內피유어물지내: 물질세계에서 노니는 사람은
而不遊於物之外이불유어물지외: 물질세계를 벗어나서 노닐지 못한다.
物非有大小也물비유대소야: 물질이란 대소의 구별이 있는 것이 아니고
自其內而觀之자기내이관지: 물질의 내면에서 보면
未有不高且大者也미유불고차대자야: 높고 크지 않는 것이 없다.
彼其高大以臨我피기고대이임아: 물질이 나에게 높고 크게 다가오면
則我常眩亂反覆칙아상현란반복: 나는 현란함을 반복하니
如隙中之觀鬪여극중지관투: 좁은 틈 사이로 싸움을 보는 것과 같으니
又焉知勝負之所在우언지승부지소재: 또 어찌 승부의 결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는가.
是以美惡橫生시이미악횡생: 이런고로 아름답고 흉함이 멋대로 생겨나
而憂樂出焉이우락출언: 근심과 즐거운 마음이 일어나니
可不大哀乎가불대애호: 참으로 슬픈 일일 아닌가.
余自錢塘여자전당: 내가 전당에서
移守膠西이수교서: 교서의 지사로 부임해서
釋舟楫之安석주즙지안: 배 타는 편리함을 버리고
而服車馬之勞이복차마지로: 거마 타는 고생을 하고
去雕墻之美거조장지미: 궁실의 아름다움을 버리고
而蔽采椽之居이폐채연지거: 채연으로 지은 집에 살며
背湖山之觀배호산지관: 호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버려두고
而適桑麻之野이적상마지야: 뽕나무와 삼이 자라는 들을 거닐게 되었다.
始至之日시지지일: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歲比不登세비불등: 해마다 흉년이 들어 들에는
盜賊滿野도적만야: 강도가 들끓었고
獄訟充斥옥송충척: 송사도 끊이지 않았으며
而齋廚索然이재주색연: 부엌은 쓸쓸하여
日食杞菊일식기국: 날마다 푸성귀만 먹고 살았다.
人固疑余之不樂也인고의여지불락야: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處之期年처지기년: 그곳에 있은 지 일 년이 되었는데
而貌加豐이모가풍: 오히려 살찌고
髮之白者발지백자: 하얗던 머리도
日以反黑일이반흑: 날이 지나 검게 되었다.
余旣樂其風俗之淳여기락기풍속지순: 나는 이곳 풍속이 순박한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而其吏民이기리민: 이곳 아전과 백성들이
亦安予之拙也역안여지졸야: 또한 졸렬한 나른 좋아하게 되었다.
於是治其園圃어시치기원포: 이에 밭을 손질하고
潔其庭宇결기정우: 뜰과 집을 청소했다.
伐安丘高密之木벌안구고밀지목: 안구와 고밀 지역 나무를 베어
以修補破敗이수보파패: 부서지고 망가진 곳을 수리하여
爲苟全之計위구전지계: 그럭저럭 집을 완성했다.
而園之北이원지북: 그리고 밭 북쪽에 있는
因城以爲臺者舊矣인성이위대자구의: 성을 이용해서 세운 곳이 있는데
稍葺而新之초즙이신지: 조금 손질하여 새롭게 꾸민 후
時相與登覽시상여등람: 사람들과 자주 올라 멀리 바라보면서
放意肆志焉방의사지언: 마음의 회포를 풀었다.
南望馬耳․常山남망마이상산: 남쪽으로 마이산과 상산을 바라보니
出沒隱見출몰은견: 나타났다 숨었다하고
若近若遠약근약원: 가까운 듯 먼 듯하여
庶幾有隱君子乎서기유은군자호: 은둔하는 군자가 있는 듯했다.
而其東則盧山이기동칙노산: 동쪽으로는 노산이 있는데
秦人盧敖之所從遁也진인노오지소종둔야: 진나라 사람 노오盧敖가 숨었던 곳이다.
西望穆陵서망목릉: 서쪽으로 목릉이
隱然如城郭은연여성곽: 숨은 듯 성곽 같이 보이는데
師尙父․齊威公之遺烈사상부․제위공지유열: 임금의 스승이었던 여상과 제나라 환공의 공적이
猶有存者유유존자: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北俯濰水북부유수: 북쪽으로 유수를 내려다보며
慨然太息개연태식: 슬퍼 한숨 지며
思淮陰之功사회음지공: 회음의 업적을 생각하고
而弔其不終이조기불종: 그가 좋게 세상을 마치지 못한 것을 슬퍼한다.
臺高而安대고이안: 이 대는 높지만 안정되고
深而明심이명: 깊지만 밝다.
夏涼而冬溫하량이동온: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雨雪之朝우설지조: 비오고 눈 내리는 아침이나
風月之夕余未嘗不在풍월지석여미상불재: 바람 불고 달뜨는 저녁 할 것 없이 이 대에 오르는데
客未嘗不從객미상불종: 객도 언제나 따랐다.
擷園蔬힐원소: 밭에서 야채를 뽑고
取池魚취지어: 못에서 고기 낚으며
釀秫酒양출주: 차조로 술 빚고
瀹脫粟而食之약탈속이식지: 거친 밥 먹으면서도 한가하니
曰樂哉遊乎왈락재유호: 정말 좋다고 한다.
方是時余弟子由適在濟南방시시여제자유적재제남: 마침 아우인 소철이 제남에 있으면서
聞而賦之문이부지: 이 소식을 듣고서 시를 짓고
且名其臺曰超然차명기대왈초연: 이 대를 초연이라 하였다.
以見余之無所往而不樂者이견여지무소왕이불락자: 이는 내가 어디를 가든 즐거워하는 것이
蓋遊於物之外也개유어물지외야: 세속 밖에서 노닐기 때문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