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우리 몸과 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암호화된 설계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세포에 DNA가 들어 있다는 사실과 DNA가 우리 몸과 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암호화된 ‘설계도’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DNA를 분리하고 관찰하는 일은 너무 쉬워서 고등학생 정도만 돼도 자신의 DNA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먼저 혈액 열 방울을 채취하여 증류수 열 방울과 섞은 뒤 세제를 몇 방울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여기에 소금을 조금 섞고 뿌예진 용액을 걸러 맑은 용액을 채취한 다음, 알코올을 40방울 넣고 이 혼합물을 냉동실에 90분 동안 넣어두면 그물처럼 생긴 DNA를 이쑤시개로 집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DNA를 가지고 있을까? 50조 개에 달하는 인체의 세포에 들어 있는 DNA를 늘어세우면 달나라까지 25만 번을 왕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세포에 30억 비트에 달하는 유전정보를 가진 1.8m 길이의 DNA에서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유전자를 담고 있는 세포는 몸과 뇌로 성장합니다. 우리의 몸과 뇌는 사실과 착각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인체와 뇌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두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단순합니다. 과학자들은 인체와 뇌의 메커니즘에 대해 상당부분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양자 수준까지 깊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신을 보여주는 21세기 과학』(도서출판 知와 사랑)의 저자 레오킴Leo Kim은 왜, 무엇이 양자의 관점까지 우리를 이끄는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양자적 관점만이 인체와 뇌가 어떻게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런가 하면 양자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선 우리의 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1.8m의 DNA가 들어 있는 하나의 세포는 어떻게 40조 개의 세포로 변신한 걸까? 인간은 우주 창조, 생명 창조, 진화로 인해 탄생한 기적적인 존재입니다. 하나의 수정란이 인간으로 발달한다는 사실 역시 기적입니다. 아기가 생겨나는 과정은 진화의 많은 면을 보여줍니다. 태아는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가미처럼 생긴 기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처음 생리를 할 즈음이면 난자를 생성하는 여포濾胞를 약 25만 개 갖추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모든 유전자의 절반이 우리의 나이보다 수십 년은 더 오래된 셈입니다. 인간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생겨나는 이처럼 놀라운 과정에는 돌연변이라는 변화의 과정이 100번 정도 일어납니다. 그리고 일부 유전자들은 분리반응과 접속반응을 통해 융합되고, 그러한 유전자들 가운데 절반은 비활성화 상태가 됩니다.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의 양쪽 절반이 아무리 여러 번 결합한다 해도 똑같은 정보를 가진 수정란이 두 개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대자연은 유전자라는 카드 뭉치를 섞어 테이블에 올린 뒤, 절반을 떼어 내버립니다.
수정 후 7일 정도가 지나면 동그란 세포 덩어리인 배아가 어머니의 자궁벽에 착상합니다. 그리고 이 세포들 가운데 안쪽에 위치한 극히 일부만이 태아가 될 운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최초의 세포들 가운데 상당수는 탯줄이나 태반 같은 구조로 변합니다. 13일 무렵에는 세포 덩어리의 아래쪽에 홈처럼 생긴 구조가 나타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됩니다. 이 가운데 가장 윗부분은 피부와 신경계통으로 발달하고 다음 층은 근육과 뼈로, 그리고 맨 아래층은 소화관, 췌장, 비장, 간으로 발달합니다. 또한 치아와 생식기, 기타 부수 기관들은 두 개의 층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집니다.
2주가 지나면 머리와 꼬리, 전후, 좌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약 21일째에는 뇌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4개월 동안 뇌에는 1분당 50만 개의 신경세포가 계속 생겨나며, 엄청난 신경세포들이 다시 파괴되면서 뇌의 내부가 적절히 재편됩니다. 뇌가 형성되기 시작할 즈음에는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서 물갈퀴 모양을 형성하고 있던 세포들이 괴사하면서 손발도 적당한 모습을 갖춥니다. 4주가 지나도 태아는 크기가 1cm도 채 안 됩니다.
60일이 되면 태아는 2.5cm 길이로 성장하며 전뇌, 중뇌, 후뇌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16주경에는 어머니의 배를 발로 차기 시작합니다. 34주가 되면 뇌를 둘러싸는 두개골이 생겨나고, 이때 좌측 대뇌반구는 뒤로, 우측 대뇌반구는 앞으로 굴곡을 이루며 자리를 잡습니다. 6개월이 되면 중추신경계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합니다. 이후로 출생 전 몇 개월 동안 뇌에는 1분당 25만 개의 신경세포가 계속 생겨납니다.
그리하여 아기는 평생 필요한 신경세포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며, 어른과 아기의 신경세포 수는 동일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이런 방식으로 갖추게 됩니다. 그렇다면 성인의 인체는 어떨까? 우리의 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세기 동안 과학자들은 인체를 이해하기 위해 환원주의와 유물론적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인체를 하나의 기계로 보고 작은 구성요소들로 세분화하여 이해하는 방식은 의학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인류는 수십 억 달러를 들여 30억 개에 달하는 DNA 단위의 암호를 기록하고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레오킴은 DNA에 관한 지식을 생명공학에 접목하면 향후 수십 년 동안 질병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신약을 수백 종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환원주의자reductionist[특정 부분의 작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전체에서의 효과를 설명하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러나 인체를 이해하기 위해 양자 수준까지 내려가던 길에서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생물학자들과 화학자들이 세상을 이루는 물질이 양자나 에너지가 아니라 당구공처럼 생긴 동그란 모양의 물질이라고 보는 유물론적 관점을 옹호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인체의 모든 세포가 엄청나게 복잡한 네트워크를 이루어 소통하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는 구성요소들을 세분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복잡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관점을 통해 인체를 색다르게 조명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새로운 구조를 밝혀내려면 단순한 규칙들을 통해 복잡한 조직 구조를 설명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인체를 이루는 50조 개의 세포들은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기간 동안 수천 가지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생을 마감합니다. 이 세포들은 호르몬과 펩티드, 스테로이드, 면역세포, 단백질, 그리고 뇌세포와 신경, 척수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수백 종의 뇌 화학물질을 통해 소통합니다.
우리의 몸은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네트워크를 통해 스스로의 몸과 이물질을 식별해냅니다. 인체의 세포에는 대부분 나와 남의 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식별용 꼬리표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꼬리표는 DNA로 암호화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꼬리표가 없는 물질을 발견하면 침입자를 몰아내기 위한 조치를 취합니다. 꼬리표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의 신체 조직이나 기관을 이식받으려면, 면역체계가 이질적인 세포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약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다른 사람과 구분 짓습니다.
인체와 뇌의 의사소통 방식은 복잡한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체와 뇌를 동시에 이해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감정을 일으키는 주체가 뇌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그릇된 결론입니다. 감정을 자아내는 데는 작은 단백질들로 이루어진 펩티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펩티드들은 뇌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존재합니다.
약학자 캔다이스 퍼트Candice Pert(1946-)는 1970년대에 세포막에서 자물쇠 같은 역할을 하는 수용체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수용체들은 펩티드에 있는 일종의 열쇠와 상호 작용합니다. 펩티드는 인체와 뇌 사이에서 소통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감정을 일으키는 일은 펩티드의 작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은 우리의 감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들 각자의 특징을 규정짓습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에 젖어 있을 때는 그에 맞는 펩티드가 생겨나 몸 전체에 퍼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펩티드들은 바이오피드백, 명상, 상상요법, 기도의 효용을 설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내 네트워크의 근본적인 목적은 에너지를 전환하여 이용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