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은하의 충돌 과정에서 별들이 서로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부터 100억 년 혹은 200억 년 전에 빅뱅Bing Bang이라고 불리는 대폭발의 순간이 있었고, 우주는 그 대폭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왜 그런 폭발이 있었는지는 신비 중의 신비입니다. 그러나 폭발이 있었음은 거의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현존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대폭발의 순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밀도로 모여 있었을 것입니다. 그 상태는 부피를 전혀 갖지 않는 수학적 의미의 점이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우주의 알’이었습니다. 지구상 여러 문화권들의 창조 신화에서 우리는 우주의 알이라는 개념을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대폭발의 순간에 이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현존 우주의 어느 한구석에 모여 있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주 전체,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공간마저도 하나의 점에 우그러져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전혀 없이 꽉 차 있는 그러한 점이었습니다.

대폭발의 순간 이후 오늘까지 우주는 한시도 쉬지 않고 팽창을 계속해왔습니다. 우주를 부풀어 오르는 풍선에 비유하고 풍선 바깥에서 그 풍선을 바라본 것으로 팽창 우주를 설명하곤 하는데, 이런 설명은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왜냐면 우주의 바깥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초기의 우주는 강력한 복사와 고온 고밀도의 물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소립자로 충만하던 고온 고밀도의 원시 화구가 점차적으로 냉각되자 거기에서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먼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우주가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시기가 한때 있었을 것입니다. 『코스모스 Cosmos』(1980)의 저자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은 당시에 관찰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우주가 완전히 균질하다면 어디를 둘러보나 다 똑같아서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과 마찬가지였을 것이기 대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밀도가 주위보다 약간 높은 지역이 군데군데 생기면서 가느다란 실과 덩굴손 모양의 가스주머니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들이 자라 가스구름으로 태어났습니다. 이 가스구름이 거대한 회전 원반체로 변신하여 반짝이는 점들을 수천억 개씩 품으면서 자신의 밝기를 더해 갔습니다. 우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구조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들을 은하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우리 자신도 이런 구조물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폭발이 있은 지 약 10억 년이 지나 우주 물질 분포에 비균질 구조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즉 덩어리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폭발 자체가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았기 대문입니다. 이런 덩어리들은 여타 지역보다 밀도가 약간 높았으므로 주위에 있던 밀도가 희박한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수소와 헬륨의 가스구름이 점점 자라났습니다. 이것들은 나중에 은하단으로 변신하기로 운명 지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았던 비균질 구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위의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들여 점점 크게 성장해 나갔습니다.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원시 은하들의 회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습니다. 그것은 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입니다. 회전하는 물체는 회전축에 수직한 방향으로 원심력을 느낍니다. 그러므로 회전하는 기체구름은 중력이 원심력에 상쇄되는 적도 근방보다 회전축 근방에서 빨리 수축합니다. 따라서 회전하는 가스구름은 중력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납작한 모습의 회전 원반체로 변하다가 결국 나선 은하가 됩니다. 그러니까 거대한 바람개비 구조의 물질 분포가 텅 빈 공간에 자리 잡게 되는 셈입니다. 가스구름들 중에서 애초부터 아주 느리게 회전했든가 질량이 충분히 크지 않은 것들은 중력 수축하여 타원 은하가 되었습니다. 우주 공간을 눈여겨보면 하나의 거푸집에서 찍어낸 것처럼 모양이 아주 비슷한 은하들이 우주 도처에 널려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은하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력의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이 우주 어디에서든지 그대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중력 법칙과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지상에서는 물체의 낙하 운동과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회전 묘기도 지배합니다. 지구라는 미세한 세상에서 성립하던 이 두 법칙이 거대한 천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성립하여 은하의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주에는 은하가 모인 수많은 은하단이 있습니다. 은하단 중에는 여남은 개 남짓한 은하로 구성된 작은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 은하가 속해 있는 소규모 은하단은 국부 은하군Local Group 또는 지역 은하군이라고 불리는데, 우리 은하군에서 은하라 불릴 수 있는 준수한 은하는 오로지 우리의 은하수 은하와 안드로메다 대은하 둘 뿐입니다. 나머지 열두어 개는 대부분 왜소 타원 은하입니다. 그러나 우주에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중력으로 서로 보듬어 안고 있는 거대한 은하단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처녀자리 은하단 하나만 해도 그 안에 수만 개의 은하들이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척도에서 본 인간의 서식지는 은하들로 구성된 우주입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수천억 개에 이르는 다양한 구조물들이 존재합니다. 매우 규칙적인 모양의 것이 있는가 하면, 또 규칙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같은 정상 나선 은하라고 해도 시선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다 다릅니다. 질량이 태양의 1조 배 이상인 거대 타원 은하들도 있습니다. 천문학자들은 질량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로부터 거대 나선 은하가 여러 개의 은하들이 병합되어 생긴 것으로 봅니다. 개수로 보면 왜소 타원 은하가 우주에서 가장 많을 것입니다. 왜소 타원은하는 질량이 태양의 100만 배에 불과한 이름 그대로 보잘것없는 꼬맹이 은하입니다. 어디 이뿐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규칙 은하들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불규칙 은하는 도대체 은하라 불릴 수 없을 정도로 그 모습이 다양하며 종잡을 수 없고,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각종 우주 구조물들을 일컫습니다. 은하들도 쌍성계의 별처럼 서로 맞물려 돌거나 은하 중심핵 주위를 도는 별처럼 궤도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서로 중력의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 때문에 은하의 외곽부가 뒤틀려 있는 경우를 작주 보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가스와 별들의 흐름이 두 은하를 서로 연결하기도 합니다.

은하들의 합병으로 거대 타원 은하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은하와 은하의 충돌이 원래 구형을 이루던 은하단의 모습을 바꿔놓았거나 나선 은하와 불규칙 은하의 생성에 모종의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조우하는 은하들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수십억 배에 해당합니다. 은하들이 근거리에서 충돌하는 경우 각각의 은하 내부에 흩어져 있던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이 서로 충돌하여 높은 온도로 가열됩니다. 그러나 내부에 있던 별들은 벌 떼 속을 총알이 그냥 지나가듯이 서로 충돌하지 않습니다. 즉 별과 별 사이의 간격이 별 하나의 크기에 비해 너무 멀기 때문에 은하의 충돌 과정에서 별들이 서로 충돌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의 전체적 모양에는 큰 변화가 옵니다. 한 은하와 다른 은하가 정면으로 부딪히면 구성 별들의 상당수가 은하와 은하 사이의 공간으로 빠져나오면서 은하 하나가 완전히 소실되기도 합니다. 작은 은하가 자기보다 훨씬 큰 은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지름이 수천 광년에 이르는 고리 은하가 만들어집니다. 은하 간 공간에 펼쳐진 羽緞(우단)에 불규칙 은하를 가장 멋지게 그려놓는다면, 그것이 바로 고리 은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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