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許筠의 <시변詩辨>

 

 

 

今之詩者금지시자: 오늘날 시를 하는 사람들이

高則漢魏六朝고칙한위륙조: 높은 수준에서는 한위ㆍ육조 시대의 것을 배우고

次則開天大曆차칙개천대력: 다음은 개천ㆍ대력 연간의 것을 배우고

最下者乃稱蘇陳최하자내칭소진: 가장 낮게는 소식蘇東坡과 진사도陳師道(1052∼1101, 송대의 시인)를 들먹이며

咸自謂可奪其位也함자위가탈기위야: 모두가 스스로 이르기를 '그 위치를 뺏을 수 있다'고 한다.

斯妄也已사망야이: 그러나 이는 망령될 뿐이다.

是不過掇拾其語意시불과철습기어의: 이것은 그 말뜻을 주워 모아

蹈襲剽盜以自衒者도습표도이자현자: 그대로 답습하고 표절하여 스스로 자랑하는 자에 불과하니

烏足語詩道也哉오족어시도야재: 이들과 어찌 시도詩道를 말할 수 있겠는가.

三百篇自謂三百篇삼백편자위삼백편: 시경詩經 3백 편은 스스로 3백 편이고

漢自漢한자한: 한漢은 스스로 한漢이며

魏晉六朝위진륙조: 위진ㆍ육조는

自魏晉六朝자위진육조: 스스로 위진魏晉ㆍ육조六朝이고

唐自爲唐당자위당: 당唐은 스스로 당唐이며

蘇與陳亦自爲蘇與陳소여진역자위소여진: 소식과 진사도 또한 스스로 소식ㆍ진사도이니

豈相倣傚而出一律耶기상방효이출일률야: 어찌 서로 모방하여 일률적으로 하였겠는가.

蓋各自成一家개각자성일가: 대개 제각기 나름대로 일가를 이룬다.

而後方可謂至矣이후방가위지의: 그런 다음에야 바야흐로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間或有擬作간혹유의작: 간혹 남의 글을 본떠 짓더라도

亦試爲之역시위지: 역시 시험 삼아 이것을 만들어서

以備一體이비일체: 하나의 체를 나름대로 갖추는 것이며

非恒然也비항연야: 늘 그런 것은 아니니

其於人脚跟下爲生活者기어인각근하위생활자: 남의 발밑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非豪傑也비호걸야: 뛰어난 자가 아니다.

然則詩何如而可造極耶연칙시하여이가조극야: 그렇다면 시는 어떻게 하여야 극에 나아갈 수 있는가.

曰先趣立意왈선취립의: 이르기를, 흥취보다 앞서 의향을 세우고

次格命語차격명어: 격조를 다음으로 하고 말을 얽는다.

句活字圓구활자원: 구절은 활기 있고 글자는 원만하며

音亮節緊음량절긴: 음향은 맑고 음절과 리듬은 굳건한 것으로 기본을 삼고

而取材以緯之이취재이위지: 소재를 취하여 엮되

不犯正位불범정위: 정당한 위치를 범하지 말고

不着色相불착색상: 색상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叩之鏗如고지갱여: 그리하여 두드리면 쇳소리가 나게 하고

卽之絢如즉지현여: 만져보면 화려하게

抑之而淵深억지이연심: 내리눌러서 깊이 있게

高之而騰踔고지이등탁: 높게 올려서 치달리게 하며

闔而雅徤합이아건: 닫을 때는 맑고 힘차게

闢而豪縱벽이호종: 열 때는 호기 있고 여유 있게 하며

放之而淋漓鼓舞방지이림리고무: 생각을 멋대로 구사하여 흥취에 흠뻑 젖어 북 치고 춤추듯이 해야 한다.

用鐵如金용철여금: 쇠를 가지고 금을 만들 듯이 하고

化腐爲鮮화부위선: 썩은 것을 변화시켜 싱싱하게 하며

平澹不流於淺俗평담불류어천속: 평범하고 담담하되 천박하고 속스러운 데에 흐르지 말고

奇古不隣於怪癖기고불린어괴벽: 기이하고 고고하되 괴벽에 가깝게 말며

詠象不泥於物類영상불니어물류: 형상을 읊되 물체에 정체하지 말고

鋪敍不病於聲律포서불병어성률: 깔아서 늘이되 성률聲律에 병들게 하지 말며

綺麗不傷理기려불상리: 화려하되 이치를 손상하지 말고

論議不粘皮논의불점피: 논의는 외양을 흐리게 하지 말라.

比興深者通物理비흥심자통물리: 비흥을 깊이 있게 하는 자는 사물의 이치를 통하고

用事工者如己出용사공자여기출: 인용을 잘하는 자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과 같이 한다.

格見於篇成격견어편성: 이리하여 품격이 온 편에 나타나

渾然不可鐫혼연불가전: 혼연히 흠집을 잡을 수 없고

氣出於外言기출어외언: 기력이 말 밖에 튀어나와야

浩然不可屈호연불가굴: 호연히 꺾을 수 없게 된다.

盡是而出之진시이출지: 이상의 법칙을 모두 갖춘 다음에야 내놓으면

則可謂之詩也칙가위지시야: 비로소 시라고 할 수 있다.

彼漢魏以下諸公피한위이하제공: 저 한위 이하 제공들은

皆悟此而力守者也개오차이력수자야: 모두 이 법칙을 깨닫고 힘써 지킨 사람들이다.

不然則雖漢趨魏步六朝服而唐言불연칙수한추위보륙조복이당언: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한漢의 달림에다 위魏의 걸음을 걷고, 육조를 옷으로 입고 당唐으로 언동言動하며, 아, 틀린 것이다.

動御蘇陳以馳동어소진이치: 소식과 진사도를 마부삼아 치달리더라도

足自形其穢而已족자형기예이이: 그저 자신의 추함만을 드러낼 뿐이니

吁其非矣우기비의: 아, 틀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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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방광염에 대한 행법

 

1. 편안한 자세로 반듯하게 눕는다.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안정시킨 후 두 손바닥을 비벼서 따뜻하게 한 뒤, 양쪽에서 방광을 직접 여러 번 마찰한다. 옆으로 누웠을 때에는 한쪽 손으로 위쪽 부분을 문지르고, 반대방향으로도 누워 같은 방법을 행한다.

방광의 병 중 가장 흔한 것이 방광염이다. 방광염에 걸리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 볼 때에 통증이 따른다. 방광염의 원인 중 으뜸가는 것이 소변을 너무 참아서이다.

방광염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다. 여성의 요도는 남성에 비해 굵고 짧으며 게다가 항문과 요도와의 거리가 짧고 생리 등으로 더렵혀지기 쉽기 때문에 균이 들어가기가 수월하다. 이 행법을 할 때에는 자연스러운 자세가 중요하다. 옆으로 누워서 할 때에는 아래로 온 다리를 곧추 펴고 위쪽 다리는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아래쪽 팔을 베개 삼아 자연스럽게 위쪽 팔을 뻗으면 방광을 마찰하기가 수월해진다.

하루 한 시간씩 3-4일 계속하면 만성, 급성 방광염에 관계없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방광을 튼튼히 하는 행법으로 안복 행법이 효과적이다. 이때 특히 배곱 아래 방광이 있는 부분을 천천히 문지르면 방광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음낭을 감싸쥐고 주무르며 불두덩을 비비는 등의 강장법 역시 방광의 강화법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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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를 바랐다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에서는 『레드 북』에 실린 융의 그림 중 네 점을 실었다. 통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그의 사상과 이 책에 시각적 맥락과 미를 더해준다.

1부 “상처 입은 자”에서는 융의 어린 시절, 의대 시절, 개인의 삶과 가족사, 지그문트 프로이트와의 관계, 본모습을 찾기 위한 그의 투쟁에서 『레드 북』에서도 기록된 격동의 시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를 볼 수 있다.

2부 “치유자”는 그의 전성기인 중년 시절을 살펴보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거주지, 아프리카, 인도 여행이 그에게 미친 영향과 융 심리학의 핵심과 함께 환자, 친구, 동료로서 그를 알았던 사람들의 추억을 듣는다. 2부는 격동의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서양문명을 되찾아오라는 긴급한 내면의 요구로 마무리된다.

3부 “영혼의 치유자”는 예순아홉 살이 된 융이 일종의 두 번째 통과의례로 거친 심오한 임사체험으로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의 사적인 생활이 줄어들면서 위대한 저서와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욥에 대한 응답』(Answer to Job (1952): 예수를 시대정신의 완벽한 구현으로 본 융은 이 책에서 그리스도의 선행자로서 죄 없이 고난을 받은 욥의 이야기를 통해 신의 비극적 모순성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과 악의 문제, 『동시성: 비인과적인 연결원리Synchronicity: An Acausal Connecting Principle』와 핵물리학의 관계, 개인이 우주와 만물의 근원과 융합되는 과정을 설명한 『융합의 신비Mysterium Coniunctionis』,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전적인 책 『기억 꿈 사상』과 『인간과 상징』(Man and His Symbols(1964): 융은 인간의 영혼에는 개인적인 경험과는 상관없는 조상 또는 종족 전체의 경험 및 사고의 바탕이 되는 원시적 감성, 공포, 성향 등을 포함하는 무의식인 집단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이 그 결과이다.
평범한 독자로서 융을 접하기 시작하여 이 책을 쓰고, 융 학파가 모이는 세계 각지에서 융에 관한 강연을 하며 워크숍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처음 『기억 꿈 사상』에 사로잡혔던 순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당시 융은 나에게 오랜 친구처럼 다가왔으며 그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융의 자서전에서 나에게 가장 와 닿은 두 가지는, 정신은 “본성적으로 신앙심이 있다”는 그의 주장과 우리 안에서 경쟁하는 두 인격에 대한 그의 설명이었다. 인간에게는 본질적으로 두 인격이 있고, 그 때문에 인간은 문화적 환경 속에 있는 가족과 사회적 상황에 적응한다. 융이 자신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한 대극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삶에서도 나타난다.
융의 생애를 글로 쓰면서 나는 가능한 한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를 바랐다. 그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언어 속에서 그의 연구에 대한 정제된 사고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자서전과 전집의 원문을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이 그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했다.
융은 긴 생애를 살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끌어올렸으며, 인생의 기본적인 임무로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존재의 영적인 기반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기인식의 길을 안내해준다. 정신-영혼의 복잡다단한 선구자의 이야기를 읽는 여러분도 인생의 여정 속에서 내면의 메아리, 자극, 인식, 영감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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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그의 영혼에게 묻는다

 

 

 

 

 

자아성찰의 시기는 그가 “그림자”의 내면상태로 고통스러운 자기비판을 하며 시작된다. “만약 내가 야수인 너를 길들인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야수를 길들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융은 영혼의 응원을 받고 “흔들리지 않고 창조”를 하지만 초췌한 내면의 남성상은 그에게 “너는 인류의 목적을 위해 피를 흘려야 한다”고 말한다. 1차 세계대전이 무참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융은 그의 영혼에게 묻는다.

내가 얼마나 깊은 곳까지 가야 하는가?

그러자 영혼은 네 자신과 현재를 넘어 영원히”라고 대답한다.
거의 일 년 동안 심연의 목소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융은 “새로운 책” 초안을 집필한다. 그러자 필레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너의 의지는 네 것이 아니다. 너는 전체의 의지이다 … 더 가까이 다가가, 신의 무덤으로 들어가라. 네가 작업할 장소는 납골당이다.”
죽은 자가 그의 내면의 상에 나타나자 영혼이 그에게 “죽은 자가 너의 속죄의 기도를 요구한다”고 말한다. 융은 마지못해 요구를 받아들인다. 영혼은 이 세상의 잣대”가 “융의 헌신을 원하므로” 융의 두려움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왜 나입니까?”라고 융이 항의한다. “나는 그럴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너는 숨겨진 채로 있으면 안 되는 단어를 갖고 있다”라고 영혼이 말한다.
융이 “선과 미의 존재”라고 느껴 왔던 필레몬이 이번에는 사제복을 입고 나타나 인간의 역할이 포함된 일종의 영지주의적 창조물인 “죽은 자를 위한 일곱 가지 설교”를 한다.
분명하지 않고 무한하며 영원한 “무無이면서 모든 것인” 플레로마Pleroma[영지주의자들이 주장하는 God of gods] 안의 여러 다른 차원에서 창조가 일어난다. 선과 악, 같음과 다름 등 대극의 쌍들은 플레로마 안에서는 서로 균형을 이루고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지만 창조된 존재에서는 별개로 보인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존재로서의 “자신만의 본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다.
“창조되고 창조되지 않은” 모든 것이 플레로마 그 자체, 존재의 전체성이다. 플레로마로부터 처음으로 현현한 존재상태는 인류가 잊은 신 아브락사스Abraxas[머리는 수탉, 몸은 인간, 다리는 뱀의 형상을 한 영지주의자들의 신]이다. 아브락사스의 존재상태는 “결과”로, “개연성이 없는 개연성이며 비현실적인 현실”의 역설을 드러낸다. 그것은 “힘, 지속성, 변화”를 함께 의미한다. 그다음 차원인 “신의 창조”에서 현현하는 신은 더욱 한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신은 본질적으로 “실질적인 충만”함이며 그의 대극인 사탄은 본질적으로 “실질적인 공허”이다.
그 후 “상승하는” 천상의 신 또는 “쇠락하는” 땅의 신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대표적인 네 신이 태양신, 에로스, 생명의 나무, 악마이다. “신들의 악마적 실체”인 영성과 성애는 천상에는 영성, 땅에는 성애가 위치하듯 한 영역에 속한 대극들이다. 마찬가지로 남자와 여자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같은 원칙에 속한” 대극들이다.
필레몬은 “일곱 가지 설교” 중 마지막 설교에서 인간은 “너희가 신들, 악마, 영혼의 외적인 세계에서 내면의 세계로 가기 위해 통과하는 관문”임을 밝힌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아브락사스”이며 자신만의 “신을 이끄는” 별을 가지고 있다.
후에 융은 동료 아니엘라 야페에게 “죽은 자를 위한 일곱 가지 설교”는 자신이 세상과 소통해야 한다는 전조였다고 말했다. 그것은 개성화, 대극들의 충돌, 인간과 신의 공동 창조 등 융 심리학의 기본 틀을 이루는 핵심이 되었다. 하지만 『레드 북』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필레몬은 융에게 인간에 관한 더 깊은 가르침을 전했다. “존재로서의 인간은 영원한 순간이다.” 그림자로서의 죽음과 별들의 표면을 덮고 있는 천상의 어머니도 나타나 융에게 우주의 아이를 낳고 싶다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융은 “사랑에 대한 충성과 자발적인 헌신”이 “별의 성격을 지닌 나, 가장 진실되고 내면의 가장 개별적인 자아”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그림자(그리스도)가 등장한다. 필레몬은 “나의 스승이자 형제”에게 무릎을 꿇으며 그리스도에게 인간이 그의 삶을 모방하는 이상 “당신의 일은 완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각자가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일을 해야만 비로소 그때가 온다.”
끝에 이르자 필레몬에 더해 엘리야, 살로메, 땅의 영혼인 카Ka[고대 이집트인이 생각한 사람 혹은 신의 혼] 등 그동안 등장했던 내면의 존재들과 융 개인을 구분하는 분명한 선이 그어진다. 영혼과의 최후의 싸움에서 융은 무조건 신들에 복종하기를 거부한다. 그는 비록 “그들이 답례로 돌려주는 것이 있겠지만” 인간은 더 이상 그들의 “노예”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처음에 신들은 분노했으나 결국 그의 말에 동의한다. 영혼이 융에게 말한다. “너는 법의 강제성을 무너뜨렸구나.” (그림자로서의) 그리스도는 선물로 마지막 한마디를 해준다. 빛과 어둠을 모두 받아들이면서 “내가 너에게 고통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겠노라.”
1916년, 융이 군에 복무할 때 일련의 만다라 이미지가 그에게 떠올랐다. 그가 처음으로 그린 만다라 <모든 세상의 체계Systema Munditotius>는 소우주와 대우주의 다차원적인 관계를 그리고 있다. “물질 세계의 왕”인 아브락사스가 아래에 있고 위에는 황금 날개를 가진 “신의 아이” 파네스Phanes[오르페우스 밀교 신화의 자웅 양성을 갖춘 개벽의 신]가 있다. 시간이 가면서 융은 자신의 글을 양피지에 필사체로 쓰고 삽화를 그려 그의 여정을 극적인 상징 이미지들로 표현했으며 이 모든 것을 붉은 가죽으로 제본한 600쪽의 2절판에 담았다.
융의 환자들은 그 책이 융의 서재 이젤 위에 놓여 있던 것을 기억한다. 융은 내면의 과정을 다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신만의 “레드 북”을 만들라고 환자들에게 조언했다. 크리스티나 모건은 융이 “책을 들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것이 당신의 교회이자 대성당이 될 것이며 당신이 부활할 수 있는 영혼의 조용한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 책 안에 당신의 영혼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융은 1930년 중국의 연금술서 『태을금화종지』(3)를 접하면서 『레드 북』 집필을 중단했다. 『태을금화종지』는 그의 사상이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확인”을 받는 계기였으며 동양과 서양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1959년 융은 『레드 북』에 필사한 한쪽을 추가하여 “나는 그런 체험에 소중한 무언가가 있음을 항상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다시 강조했다. 그 내용은 문장 중간에서 끝난다.『레드 북』은 인생의 과정, 융과 그의 연구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내면의 삶을 존중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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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융이 겪은 개인적이며 정신적인 진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업적을 남긴 카를 융이 겪은 개인적이며 정신적인 진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1913년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정신의학 영역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융은 정신의 죽음과 재탄생을 직접 겪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심리학을 발전시켰다. 이는 그의 삶의 여정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런 내면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융의 저서 『레드 북』은 수십 년 동안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채로 추측만 왕성하다가 2009년이 되어서야 출판되었다.
『파라볼라Parabola』지의 특집 “죽음 이후의 삶Life After Death”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레드 북』의 내용을 축약하여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의 1부 “상처 입은 자”에서 이 내용을 보충하고 더욱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융의 의식과, 그가 일생 동안 직접 겪고 연구했으며 보편적인 메시지로 강조했던 내면 체험의 기본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그 기고문의 내용 일부를 여기에서 소개하겠다.

융의 생애에서 중대한 국면을 다룬 『레드 북』은 그의 사후 58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의 빛을 보았다. 붉은색 가죽 양장본으로 융이 처음에 “새로운 책Liber Novus”이라 불렀던 이 책은 중세 필사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서체와 풍부한 색감의 그림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융이 사망하기 4년 전인 1957년 “모든 것을 담은 신령스러운 시작”이라고 쓴 그의 심리학의 기원이 된 원초적인 에너지가 흘러넘치고 미궁을 여행하는 것 같은 과정을 드러낸다. 융이 『레드 북』의 필사를 부탁했던 그의 예전 환자 캐리 베인스는 이 책을 “우주가 한 인간의 영혼을 거쳐간 행로의 기록”이라고 불렀다. 즉 융의 말을 빌리면 “명예, 권력, 부, 지식, 인간으로서의 모든 행복”을 누렸으나 어쩌다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마흔 살 남자의 탐험, 경험, 초기의 깨달음을 기록하고 있다.
융은 『레드 북』에서도 소개된 그보다 앞선 저서 『블랙 북Black Book』에서 “나의 영혼이여, 나의 영혼이여, 어디에 있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레드 북』의 편집자이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필레몬 재단[융의 전작을 출간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의 교수 소누 샴다사니는 머리말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책을 융의 체험과 생애의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일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1913년에 시작되었다. 융은 내면의 경험을 통해 지성에만 의지하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을 꾸었고 그 꿈들에서 반복적이며 극적인 신호를 받았다. 꿈에서는 대낮에 끔찍한 홍수로 유럽 전체가 휩쓸려가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장면이 펼쳐졌으며 내면의 목소리는 “이것이 현실이 되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융은 “나는 내가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자기심리진단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내면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 “보링 공법boring method”을 개발했는데 이는 후에 환상에 접근하고 침투하는 수단인 “적극적 상상active imagination”으로 발전하여 그의 심리학의 핵심기반이 되었다. 1913년 후반부터 1914년 중반까지 그는 “가장 어려운 실험”을 위한 재료가 될 내면의 세계, 이미지, 대화를 끊임없이 기록했다. 그런 실험들은 환자 상담이나 가족과의 식사를 마친 밤 시간, 그의 서재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는 때때로 요가 형태의 훈련을 하여 감정적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그의 의식을 비웠다. 그 후 연극을 시작하듯 자연스럽게 환상에 빠져들고 그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을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계속해서 느꼈다.
“마침내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그가 말했다. 초기에 겪은 그의 상징적 예지는 무서운 형태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게 된 융은 용기를 내어 손으로 그의 “새로운 책”의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블랙 북』의 내용을 그 책에 옮겨 쓰며 각 에피소드를 더 자세히 해석하고 운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의 면면을 보면 전체 내용의 기본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내면의 전쟁이 일어난다. 예언서와 같은 도입부에서 “심연의 영혼”이 그 안의 “시간의 영혼”과 싸운다. 시간의 현대적이며 가변적인 개념은 점차 심연이 지니고 있는 태곳적의, 형성 중인 미래에 자리를 내어 준다.
여기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영적 메시지가 나타난다. 융은 그 메시지를 해석하고 간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내용은 바로 새로운 신의 형상, 즉 크고도 작고 어둡고도 밝은 모든 것 안에 편재하는 신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궁극의 진리와 어리석음은 동일한 하나이다”라는 역설이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이성과 비이성이 하나로 녹아들면서 최고의 의미를 만들고” “질서와 혼돈이 결혼을 하면 신성한 아이가 태어난다.” 이 임무는 대극들opposites을 함께 묶는 것으로 “목적은 높은 곳이 아니라 중심”이며 그 중심은 “우리 안의 신”으로 말할 수 있는 자아Self다.
융은 “우리는 … 기독교인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래하는 신에게 우리는 아무 소용없게 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는 신의 영혼과 동물인 인간을 함께 결속시켜 자신 안의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융의 개인적 여정에서 그의 여성적 영혼의 목소리는 대극들을 인식하고 대극들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와 전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불신, 조롱, 판단, 자만심, 저항심, 의심, 혼란, 분노, 공포가 벗겨져 나간다. 이제 그는 내면의 여성성(또는 아니마anima)을 통해 기다리고 견디고 받아들이는 인내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는 사고와 감정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융은 “나에게 인간적이지 않은 어떤 것도 이질적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가 가장 원하지 않는 사막, 지옥, 살인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을 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대극은 형제와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반대쪽도 우리 안에 있다.” 영혼은 고독, 지식으로 인한 내면의 외로움, 길 또는 목표의 불확실성, 광기의 공포와 가능성을 그의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나는 … 영혼이 자신의 길을 안다고 믿었다 … 아마 나의 연구로 통찰력을 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영혼은 그런 성취를 요구한다 … 나는 희망도 없이 나만을 위해, 신을 위해 이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융은 “나의 길은 당신의 길이 아니며” “자신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자신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간다. 환상은 일정한 형태가 반복되고 진화하면서 더욱 깊어진다. 집단적인 인간 역사의 공포와 긍정적인 면이 그의 앞에 펼쳐진다. 영혼은 그에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과거에 존재했으며 앞으로 존재할 것들을 느낀다.” 그는 엄청난 임무가 앞에 놓인 것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란다. “미래가 나로부터 자라난다. 나는 그것을 창조하지 않지만 창조한다.”
검은 뱀이 나타나 몸을 틀면서 허물을 벗고 흰 뱀이 되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입에서 나오는 환상이 펼쳐진다. “새로운 시대에 고대를 낳는 것이 창조다”라고 그가 쓴다. “우리는 그것(마법)이 필요하다 … 우리가 잉태할 수 없는 것을 잉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도움을 찾아 융은 꿈에서 열쇠를 네 개 들고 나타난 날개가 있는 “스승”이며 후에 원형적인 마법사가 되는 필레몬에게 “훈련”을 받는다. 융은 그에게서 개인을 넘어선 객관적 현실을 배운다. 그는 인간의 영혼 안에서 싸우는 힘들을 진정한 의미로 결합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위험을 무릅쓴다. 합일은 “관대한 영원의 생명, 신성한 생명”의 교착상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개인적인 “생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라는 것을 지도한다. 이 이야기는 “그 기준은 네 자신과 더불어서 존재한다. 그것이 길이다”라는 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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