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를 바랐다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에서는 『레드 북』에 실린 융의 그림 중 네 점을 실었다. 통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들은 그의 사상과 이 책에 시각적 맥락과 미를 더해준다.
1부 “상처 입은 자”에서는 융의 어린 시절, 의대 시절, 개인의 삶과 가족사, 지그문트 프로이트와의 관계, 본모습을 찾기 위한 그의 투쟁에서 『레드 북』에서도 기록된 격동의 시기가 끝나는 시점까지를 볼 수 있다.
2부 “치유자”는 그의 전성기인 중년 시절을 살펴보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거주지, 아프리카, 인도 여행이 그에게 미친 영향과 융 심리학의 핵심과 함께 환자, 친구, 동료로서 그를 알았던 사람들의 추억을 듣는다. 2부는 격동의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서양문명을 되찾아오라는 긴급한 내면의 요구로 마무리된다.
3부 “영혼의 치유자”는 예순아홉 살이 된 융이 일종의 두 번째 통과의례로 거친 심오한 임사체험으로 시작한다. 이때부터 그의 사적인 생활이 줄어들면서 위대한 저서와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욥에 대한 응답』(Answer to Job (1952): 예수를 시대정신의 완벽한 구현으로 본 융은 이 책에서 그리스도의 선행자로서 죄 없이 고난을 받은 욥의 이야기를 통해 신의 비극적 모순성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과 악의 문제, 『동시성: 비인과적인 연결원리Synchronicity: An Acausal Connecting Principle』와 핵물리학의 관계, 개인이 우주와 만물의 근원과 융합되는 과정을 설명한 『융합의 신비Mysterium Coniunctionis』,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전적인 책 『기억 꿈 사상』과 『인간과 상징』(Man and His Symbols(1964): 융은 인간의 영혼에는 개인적인 경험과는 상관없는 조상 또는 종족 전체의 경험 및 사고의 바탕이 되는 원시적 감성, 공포, 성향 등을 포함하는 무의식인 집단무의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이 그 결과이다.
평범한 독자로서 융을 접하기 시작하여 이 책을 쓰고, 융 학파가 모이는 세계 각지에서 융에 관한 강연을 하며 워크숍에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처음 『기억 꿈 사상』에 사로잡혔던 순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당시 융은 나에게 오랜 친구처럼 다가왔으며 그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융의 자서전에서 나에게 가장 와 닿은 두 가지는, 정신은 “본성적으로 신앙심이 있다”는 그의 주장과 우리 안에서 경쟁하는 두 인격에 대한 그의 설명이었다. 인간에게는 본질적으로 두 인격이 있고, 그 때문에 인간은 문화적 환경 속에 있는 가족과 사회적 상황에 적응한다. 융이 자신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한 대극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삶에서도 나타난다.
융의 생애를 글로 쓰면서 나는 가능한 한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기를 바랐다. 그의 편지들을 읽으면서 그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으며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언어 속에서 그의 연구에 대한 정제된 사고와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자서전과 전집의 원문을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이 그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했다.
융은 긴 생애를 살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끌어올렸으며, 인생의 기본적인 임무로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존재의 영적인 기반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기인식의 길을 안내해준다. 정신-영혼의 복잡다단한 선구자의 이야기를 읽는 여러분도 인생의 여정 속에서 내면의 메아리, 자극, 인식, 영감을 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