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융이 겪은 개인적이며 정신적인 진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학적 업적을 남긴 카를 융이 겪은 개인적이며 정신적인 진화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1913년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정신의학 영역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융은 정신의 죽음과 재탄생을 직접 겪었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심리학을 발전시켰다. 이는 그의 삶의 여정에서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런 내면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융의 저서 『레드 북』은 수십 년 동안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채로 추측만 왕성하다가 2009년이 되어서야 출판되었다.
『파라볼라Parabola』지의 특집 “죽음 이후의 삶Life After Death”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레드 북』의 내용을 축약하여 설명한 바 있다. 이 책의 1부 “상처 입은 자”에서 이 내용을 보충하고 더욱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나는 융의 의식과, 그가 일생 동안 직접 겪고 연구했으며 보편적인 메시지로 강조했던 내면 체험의 기본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그 기고문의 내용 일부를 여기에서 소개하겠다.

융의 생애에서 중대한 국면을 다룬 『레드 북』은 그의 사후 58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의 빛을 보았다. 붉은색 가죽 양장본으로 융이 처음에 “새로운 책Liber Novus”이라 불렀던 이 책은 중세 필사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서체와 풍부한 색감의 그림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융이 사망하기 4년 전인 1957년 “모든 것을 담은 신령스러운 시작”이라고 쓴 그의 심리학의 기원이 된 원초적인 에너지가 흘러넘치고 미궁을 여행하는 것 같은 과정을 드러낸다. 융이 『레드 북』의 필사를 부탁했던 그의 예전 환자 캐리 베인스는 이 책을 “우주가 한 인간의 영혼을 거쳐간 행로의 기록”이라고 불렀다. 즉 융의 말을 빌리면 “명예, 권력, 부, 지식, 인간으로서의 모든 행복”을 누렸으나 어쩌다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마흔 살 남자의 탐험, 경험, 초기의 깨달음을 기록하고 있다.
융은 『레드 북』에서도 소개된 그보다 앞선 저서 『블랙 북Black Book』에서 “나의 영혼이여, 나의 영혼이여, 어디에 있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레드 북』의 편집자이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필레몬 재단[융의 전작을 출간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의 교수 소누 샴다사니는 머리말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 책을 융의 체험과 생애의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일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1913년에 시작되었다. 융은 내면의 경험을 통해 지성에만 의지하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을 꾸었고 그 꿈들에서 반복적이며 극적인 신호를 받았다. 꿈에서는 대낮에 끔찍한 홍수로 유럽 전체가 휩쓸려가고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장면이 펼쳐졌으며 내면의 목소리는 “이것이 현실이 되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융은 “나는 내가 미쳐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자기심리진단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답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내면의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 “보링 공법boring method”을 개발했는데 이는 후에 환상에 접근하고 침투하는 수단인 “적극적 상상active imagination”으로 발전하여 그의 심리학의 핵심기반이 되었다. 1913년 후반부터 1914년 중반까지 그는 “가장 어려운 실험”을 위한 재료가 될 내면의 세계, 이미지, 대화를 끊임없이 기록했다. 그런 실험들은 환자 상담이나 가족과의 식사를 마친 밤 시간, 그의 서재에서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는 때때로 요가 형태의 훈련을 하여 감정적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그의 의식을 비웠다. 그 후 연극을 시작하듯 자연스럽게 환상에 빠져들고 그 속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그 경험의 의미와 중요성을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는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계속해서 느꼈다.
“마침내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그가 말했다. 초기에 겪은 그의 상징적 예지는 무서운 형태로 나타났다.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게 된 융은 용기를 내어 손으로 그의 “새로운 책”의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블랙 북』의 내용을 그 책에 옮겨 쓰며 각 에피소드를 더 자세히 해석하고 운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책의 면면을 보면 전체 내용의 기본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내면의 전쟁이 일어난다. 예언서와 같은 도입부에서 “심연의 영혼”이 그 안의 “시간의 영혼”과 싸운다. 시간의 현대적이며 가변적인 개념은 점차 심연이 지니고 있는 태곳적의, 형성 중인 미래에 자리를 내어 준다.
여기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에 대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영적 메시지가 나타난다. 융은 그 메시지를 해석하고 간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그 내용은 바로 새로운 신의 형상, 즉 크고도 작고 어둡고도 밝은 모든 것 안에 편재하는 신에 대한 것이다. 여기에서 “궁극의 진리와 어리석음은 동일한 하나이다”라는 역설이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이성과 비이성이 하나로 녹아들면서 최고의 의미를 만들고” “질서와 혼돈이 결혼을 하면 신성한 아이가 태어난다.” 이 임무는 대극들opposites을 함께 묶는 것으로 “목적은 높은 곳이 아니라 중심”이며 그 중심은 “우리 안의 신”으로 말할 수 있는 자아Self다.
융은 “우리는 … 기독교인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래하는 신에게 우리는 아무 소용없게 된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는 신의 영혼과 동물인 인간을 함께 결속시켜 자신 안의 온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융의 개인적 여정에서 그의 여성적 영혼의 목소리는 대극들을 인식하고 대극들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와 전쟁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불신, 조롱, 판단, 자만심, 저항심, 의심, 혼란, 분노, 공포가 벗겨져 나간다. 이제 그는 내면의 여성성(또는 아니마anima)을 통해 기다리고 견디고 받아들이는 인내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는 사고와 감정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융은 “나에게 인간적이지 않은 어떤 것도 이질적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가 가장 원하지 않는 사막, 지옥, 살인 등으로 상징되는 것들을 접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그는 대극은 형제와 같다는 것을 깨닫는다. “반대쪽도 우리 안에 있다.” 영혼은 고독, 지식으로 인한 내면의 외로움, 길 또는 목표의 불확실성, 광기의 공포와 가능성을 그의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나는 … 영혼이 자신의 길을 안다고 믿었다 … 아마 나의 연구로 통찰력을 얻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영혼은 그런 성취를 요구한다 … 나는 희망도 없이 나만을 위해, 신을 위해 이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융은 “나의 길은 당신의 길이 아니며” “자신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자신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길을 헤쳐 나간다. 환상은 일정한 형태가 반복되고 진화하면서 더욱 깊어진다. 집단적인 인간 역사의 공포와 긍정적인 면이 그의 앞에 펼쳐진다. 영혼은 그에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과거에 존재했으며 앞으로 존재할 것들을 느낀다.” 그는 엄청난 임무가 앞에 놓인 것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란다. “미래가 나로부터 자라난다. 나는 그것을 창조하지 않지만 창조한다.”
검은 뱀이 나타나 몸을 틀면서 허물을 벗고 흰 뱀이 되어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의 입에서 나오는 환상이 펼쳐진다. “새로운 시대에 고대를 낳는 것이 창조다”라고 그가 쓴다. “우리는 그것(마법)이 필요하다 … 우리가 잉태할 수 없는 것을 잉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도움을 찾아 융은 꿈에서 열쇠를 네 개 들고 나타난 날개가 있는 “스승”이며 후에 원형적인 마법사가 되는 필레몬에게 “훈련”을 받는다. 융은 그에게서 개인을 넘어선 객관적 현실을 배운다. 그는 인간의 영혼 안에서 싸우는 힘들을 진정한 의미로 결합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위험을 무릅쓴다. 합일은 “관대한 영원의 생명, 신성한 생명”의 교착상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개인적인 “생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라는 것을 지도한다. 이 이야기는 “그 기준은 네 자신과 더불어서 존재한다. 그것이 길이다”라는 말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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