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nothing에서 창조된 우주


 

하나의 우주에 내재되어 있는 물질/에너지의 총량은 아주 작을 수 있습니다. 우주에는 별과 은하, 행성 등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질이 존재하나 중력에는 에너지가 음(-)의 형태로 저장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합하면 우주의 총에너지는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총에너지가 0인 우주라면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주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티론Edward Tyron이었습니다. 그는 1973년 『네이처』지에 제출한 한 편의 논문을 통해 “우주란 진공의 요동에 의해 수시로 탄생하는 결과물 The universe is a result of vacuum fluctuation”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주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물체의 양은 0에 가깝지만 이 물체는 엄청나게 큰 밀도로 압축되어 있어야 합니다.

무에서 창조된 우주론은 기존의 논리로는 증명되지 않지만 우주와 관련된 현실적인 질문에서는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허리케인, 행성, 은하 심지어 퀘이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물체들은 자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우주는 자전을 하지 않습니다. 우주가 회전운동을 하고 있다면 시간여행이 자유롭게 허용되면서 역사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의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공이 회전하지 않으므로 그로부터 탄생한 우주가 회전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양전하(물체가 음전기보다 양전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의 전하)와 음전하의 양이 정확하게 같으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전하가 아예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우주는 전자기력이 아닌 중력의 지배하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관측된 바에 의하면 양전하와 음전하의 총량은 1021분의 1 이내에서 일치합니다. 바다에너지, 즉 진공상태에서는 순스핀net spin과 순전하net charge가 모두 0이므로 이로부터 탄생한 우주도 스핀과 전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우주는 반물질antimatter이 아닌 물질matter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은 상반되는 개념이므로 (물질과 반물질은 전하의 부호가 반대임) 물질과 반물질이 빅뱅으로부터 같은 양으로 생성되었다고 가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우리의 우주가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같은 상태에서 출발했다면 인간은 물론 모든 물질도 지금처럼 존재할 수 없습니다. 즉 무에서 출발했다면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빅뱅이 완전한 대칭 속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면 물질의 초과현상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러시아의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Dmitrievich Sakharov(1921~89)가 제시한 해결책이었습니다. 즉 창조의 순간에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조금 달랐다면 물질과 반물질이 모두 결합하여 사라진 후에도 여분의 물질이 남아서 지금과 같은 우주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칭성의 붕괴를 도입하면 물질이 반물질보다 많았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초창기에 대칭성symmetry이 붕괴된 원인은 아직도 미지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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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살인과 인류 멸종의 도덕적 차이


 

목숨을 앗아갈 뿐 아니라 괴로움과 고통을 수반하고 미래를 말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전쟁은 끔찍한 잘못입니다. 핵전쟁이 여타의 전쟁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와 『왜 도덕인가? Why Morality』의 저자이며 하버드 대학의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1953)은 그것은 단순히 고통과 인명 살상의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가 종말에 이를 가능성까지 내포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파괴 도구와 달리 핵전쟁은 멸종의 가능성을 전하며, 바로 여기서 도덕적 차이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자유주의자 조지 캐테브George Kateb는 어떤 정책이든 철학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 고찰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캐테브에 다르면 핵 위험의 도덕적 요점은 핵전쟁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실입니다. 그토록 치명적인 사건에 대한 불평치고는 너무 하찮아 보이지만 캐테브는 그럼에도 개인주의가 핵 시대에 대한 가장 타당성 있는 관념론이며, “핵문제를 올바르게 보고 그것에 항의하며 저항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도덕철학”이라고 주장합니다.

캐테브는 합법적인 정치체제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개인 권리의 보호에 있으며, 핵전쟁이 이러한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핵무기의 비사용만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핵무기를 사용하는 정치체제는 통치권을 보유할 자격을 상실하는 것이며, 따라서 자국민이나 다른 나라에 의한 전복은, 필요하다면 폭력에 의한 전복까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샌델은 캐테브의 개인주의적 견지에서 멸종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운명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멸종이라는 특별한 손실에 대해 설명하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면서 그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캐테브가 옹호하는 개인주의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샌델은 첫 번째 방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공동 세계에 호소하는 것으로 독일 태생의 유대인 여성 철학자이며 프린스턴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의 교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1906-75)의 말을 인용합니다.

공동 세계는 우리가 태어나 참여하여 죽으며 떠나는 곳이다. 이곳은 현재 우리가 함께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전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 이후에 올 사람들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이 존재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동 세계의 영속성이 필수적입니다.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은 오로지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세상의 불멸을 열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그러한 행동이 반드시 기억되어야 합니다. 의미는 기억에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동 세계는 기억의 운반선이기 때문에 인간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공동 세계의 생존에 좌우됩니다.

멸종에 대한 두 번째 논거로 샌델은 민족과 국가, 문화, 공동체에 의해 규정되는 특정한 공동사회에 호소하는 것을 꼽습니다. 그 구성원들이 가지는 기억이 그 지방 특유의 전통에 대한 반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상기하는 사건들이 그 구성원들에게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민족을 말살하는 건 언어와 문화, 특유의 존재 방식을 절멸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단 학살은 규모가 작을지라도 세계를 파괴함으로써 궁극적인 멸종의 위험을 암시합니다. 이는 각기 다른 고유의 표현방식 중 한 가지를 삭제함으로써 우리의 인간성을 훼손시키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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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와 그의 아내 김향안의 주치의였던 분의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두 주를 밖에서 바쁘게 활동하다보니 마당이 엉망이라 땀을 흘리며 정리했습니다.

불필요한 풀을 제거하고, 꽃나무 근처의 흙을 솎아주고, 감나무, 계수나무 가지로 보기 좋게 쳤습니다.

집안도 대청소하고 샤워를 두 번하고 암튼 깨끗하게 정돈하니 마음이 편안합니다.

두 주가 왜 바빴을까.

책들을 여러 권 검토하여 출간을 위해 번역을 맡겼습니다.

한 권은 제목이 <공자와 예수>입니다.

중국인이 쓴 책인데, 동양과 서양에서 매우 영향력이 있는 역사적인 두 인물 공자와 예수를 비교한 건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서너 달 후에야 서점에서 독자를 기다릴 것입니다.

다음은 <동방의 빛>인데 제목을 달리 바꿀까 생각 중입니다.

50년 넘게 동양 사상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가 쓴 것으로 유교, 도교, 불교, 선불교, 요가, 주역 등 동양의 중요한 사상 모두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서양에 ‘동방의 빛’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책입니다.

한 권으로 중요한 동양의 사상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청소년들에게 유익할 거란 생각에서 저작권을 계약했습니다.

다음은 <Wholeliness>란 제목의 책입니다.

우리말로 제목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야 할 책입니다.

내용은 정신치료입니다.

저자는 미국의 유명한 정신치료사로 심리학자인데, 텔레비전과 사회적 활동이 왕성하여 유명인사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정신적인 문제들에 대한 그녀의 처방은 매우 합리적이며 실용적입니다.

저작권을 계약하여 번역을 맡긴 또 다른 책은 <불교에서 행복을 찾다>입니다.

저자는 불교에만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찾는 길이 많지만, 불교에도 길이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붓다 브레인>이 이와 유사한 범주에 속할 수 있지만,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웰빙’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는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입니다.

<불교에서 행복을 찾다>는 웰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리고 검투 종인 책은 <윤리학이란 무엇인가?>입니다.

물론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되겠지만, 일반인에게도 필독서가 될 만한 책입니다.

강의 형식으로 된 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그 형식이 유사합니다.

즉 오늘날의 윤리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과거 철학자들의 입장을 전하며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윤리는 종교에서도 중요한 문제이고, 정치에서는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비윤리적인 인간이 사람들을 통솔하는 지도자로 행세한다는 건 코미디이니까요.

그 밖에도

화가 김환기에 관한 책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김환기와 그의 아내 김향안의 주치의였던 분의 원고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미국생활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물론 거슬러 올라가서 6.25동란 피난시절부터 친구로 지낸 분의 증언이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그분의 아내는 소설가 김말봉의 따님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서 환기미술관으로부터 자료의 도움을 받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두 주 동안 바빴다는 말이 성립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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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인플레이션Chaotic Inflation과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s


 

안드레이 린데는 인플레이션이론의 초기버전이 갖고 있는 약간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버전의 인플레이션이론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 속의 임의의 지점에서 붕괴되는 우주를 가정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붕괴가 일어나는 각 지점에서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여 약간의 팽창을 겪습니다. 이때 나타나는 팽창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런 과정이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우주가 만들어질 정도로 충분히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기포가 꾸준히 팽창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론이 옳다면 팽창은 연속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며 빅뱅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여러 개의 우주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즉 하나의 우주로부터 새로운 우주들이 연속적으로 탄생하는 다중우주multiverse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다중우주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에서도 자발적인 붕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우주가 장차 새로운 우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는 우리의 우주가 과거에 어떤 모체우주mother universe로부터 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혼돈인플레이션이론에서 하나의 우주는 영원하지 않지만 다중우주 시스템 자체는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리고 다중우주들 중 일부는 우주공간의 밀도(Ω)의 값이 너무 커서 빅뱅으로 태어난 후 빅크런치big crunch(우주 탄생의 빅뱅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주모형은 계속 팽창하는 열린 우주, 팽창이 멈추게 되는 평탄 우주 그리고 한 점으로 다시 수축하는 닫힌 우주가 있는데, 그중 닫힌 우주에서 한 점으로 수축하는 것을 빅크런치(대붕괴)라고 함)를 겪으면서 소멸되고, 개중에는 Ω가 작아서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중우주의 세계에는 엄청난 규모로 팽창된 우주가 주종을 이룹니다. 입자물리학이 발달하면서 인플레이션이론은 기존의 우주론을 하나로 통합시켰습니다. 양자역학을 전적으로 수용한 입자물리학에 따르면 평행우주의 탄생과 같이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들도 엄연히 일어날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우주가 탄생할 확률을 허용하는 것은 그로부터 무수히 많은 우주들이 연쇄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하나의 전자는 공간상의 한 점에 존재하지 않고 원자핵의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전자가 놓일 수 있는 모든 지점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즉 하나의 전자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원자핵의 주변에 안개처럼 퍼져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전자에 의한 분자들 사이의 결합을 제대로 설명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스스로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전자parallel electron들이 양자적 춤을 추면서 분자들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우주가 전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양자역학을 적용하면 다양한 상태의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주공간에 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을 허용하면 평행우주의 개념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존 휠러에게 물리학을 배운 제자들 중에 리처드 파인만이란 천재가 있었습니다. 그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양자역학을 가장 간단하고도 심오한 방법으로 요약함으로써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65년에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가능한 경로에 할당된 숫자들을 일일이 더하면(경로합Sum Over Path) 무한대가 되지 않고 서로 상쇄되면서 아주 작은 값이 얻어집니다. 이것이 양자적 요동의 근원입니다. 파인만이 개발한 경로적분법을 적용하면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구한 경로는 유일하게 가능한 경로가 아니라 무한히 많은 경로들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경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파인만의 접근법은 기존의 양자역학과 완전하게 동일한 결과를 준다. 파인만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파인만이 고안한 경로합 접근법은 오늘날에도 대통일이론과 인플레이션이론 그리고 초끈이론 등에 걸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대학원의 물리학과에서 양자역학을 공식화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파인만의 경로적분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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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자들은 심리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본 행동을 우리가 그것을 직접 하는 것처럼 따라하는 감정 전이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친구들뿐만 아니라 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 너머까지 퍼져나갑니다. 우리는 평원에서 조용히 풀을 뜯는 들소 떼와 같습니다. 한 이웃이 달리기 시작하면, 우리도 덩달아 뛰기 시작하고, 다른 이웃들도 달리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불가사의하게도 무리 전체가 질주합니다.

감정 상태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사례는 수백 년 전부터 보고되어 왔습니다. 사람들 간에 감정이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는 증상을 전에는 집단 히스테리라는 좀 더 시적인 명칭을 썼지만, 오늘날에는 ‘집단 심인성 질환MPI, mass psychogenic illness’이라고 부릅니다. 구체적으로 집단 심인성 질환은 다른 면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이 심리적 연쇄 반응에 휘말리는 사회적 현상을 말합니다. 무리 속의 들소 한 마리가 놀라 달아나는 경우처럼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감정적 반응에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감정을 느끼면서 감정의 질주가 일어납니다.

집단 심인성 질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눕니다. ‘순수한 불안형’의 경우, 복통, 두통, 실신, 호흡곤란, 구역질, 어지럼증을 포함해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운동 신경형’의 경우, 광란의 춤을 추거나 가성 발작이 일어나거나 걷잡을 수 없는 웃음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은 두려움이나 불안입니다. 따라서 두 종류의 집단 심인성 질환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심리적 과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13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권한 직후 ‘무도광dancing mania’이 나타난 것입니다. 최초의 사례는 오늘날의 독일 아헨에서 발생했습니다. 독일의 의학사가인 헤커J.F.C. Hecker가 1844년에 출판한 『무도광: 중세의 전염병 Die Tanzwuth eune Volkskrankheit Mittelalter』에서 쓴 것처럼 무도광에 걸린 사람들은 “공통된 망상에 사로잡혀 거리와 교회에서 공공연히 다음과 같은 기행을 보였다. 그들은 서로 손을 붙잡고 원을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감각에 대한 통제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고, 누가 보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완전한 무아경상태에 빠져 몇 시간이고 계속 춤을 추다가 결국 탄진하여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고 나서는 극도의 압박감을 호소하면서 죽음의 고통을 겪는 듯이 신음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전염 메커니즘과 마찬가지로 심리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사람들과 많은 관찰자들은 그 원인을 심리적인 것으로 인정하려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 발생한 집단 심인성 질환의 사례는 테네시 주 맥민빌에 잇는 워런카운티 고등학교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학교에는 학생 1825명과 교직원 140명이 있었습니다. 1998년 11월 12일, 휘발유 냄새가 난다고 믿은 한 교사가 두통과 호흡곤란, 어지럼증,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을 본 학생들 가운데 몇 명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교사와 학생들이 교실을 빠져나가고 있을 때 그것을 지켜본 다른 학생들도 몸이 불편하다고 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학교 전체에 화재경보가 울렸고, 모든 사람이 학교를 빠져나갔습니다. 교사와 몇몇 학생들은 구급차에 실려 근처 병원으로 갔는데, 화재경보 때문에 밖에 나와 있던 학생들과 교사들이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경찰과 소방대원, 긴급 구호팀 중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날 하루에 모두 100명이 병원으로 갔고, 38명이 입원했습니다. 그날 수업은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학교는 4일 동안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소방서와 가스회사, 테네시 주 직업안전위생관리국 공무원들이 그 사건을 조사했지만, 아무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학교가 완전히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에야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로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냄새가 난다고 말했으며, 11월 17일에는 71명이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다시 구급차가 왔고 학교는 다시 휴교에 들어갔습니다.

짜증이 난 교장은 단호한 조처를 취하기로 결심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팀을 포함해 여러 정부 기관들을 불렀습니다. 연방 환경보호국과 독극물 및 질병관리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 테네시 주 보건부와 농무부를 비롯하여 현지의 긴급 구호단체와 요원들도 참여했습니다. 조사는 아주 철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항공사진을 통해 잠재적 환경오염원을 확인했으며, 조사요원들이 학교 부근에 있는 동굴들을 조사했고, 학교의 환기 및 배관시설, 건축구조 체계 등을 철저히 살폈습니다. 학교 부근의 땅 속을 파 코어 시료도 채취했고, 공시 시료와 물 그리고 폐기물 시료도 검사했습니다. 공기 시료는 비색관, 불꽃 이온화 검출기, 광이온화 검출기, 방사선 측정기, 가연성 가스 검출기 등 아주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검사했습니다.

결국 조사자들은 심리적 요인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증상은 다른 사람에게서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을 직접 본 사람에게만 나타났으며, 주로 여자에게서 발생했습니다. 진단명은 집단 히스테리였습니다.

당연히 지역사회는 이 진단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고, 그 질환을 겪은 사람들은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12학년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은 저희가 미쳤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전 정말 미칠 것 같았어요. 정말로 아픈데 꾀병을 부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겠어요? 제가 정말로 아프지 않았더라면, 절 병원으로 데려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 혈압이 그렇게 높이 올라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행복은 전염된다 Connected』(2010)의 저자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단지 자신의 불안감만이 우리를 아프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안감도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거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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