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인플레이션Chaotic Inflation과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s
안드레이 린데는 인플레이션이론의 초기버전이 갖고 있는 약간의 단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버전의 인플레이션이론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시간과 공간 속의 임의의 지점에서 붕괴되는 우주를 가정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붕괴가 일어나는 각 지점에서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여 약간의 팽창을 겪습니다. 이때 나타나는 팽창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이런 과정이 무작위로 일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우주가 만들어질 정도로 충분히 긴 시간 동안 하나의 기포가 꾸준히 팽창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그의 이론이 옳다면 팽창은 연속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며 빅뱅이 수시로 일어나면서 여러 개의 우주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즉 하나의 우주로부터 새로운 우주들이 연속적으로 탄생하는 다중우주multiverse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다중우주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에서도 자발적인 붕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우주가 장차 새로운 우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는 우리의 우주가 과거에 어떤 모체우주mother universe로부터 탄생했음을 의미합니다. 혼돈인플레이션이론에서 하나의 우주는 영원하지 않지만 다중우주 시스템 자체는 영원히 지속됩니다. 그리고 다중우주들 중 일부는 우주공간의 밀도(Ω)의 값이 너무 커서 빅뱅으로 태어난 후 빅크런치big crunch(우주 탄생의 빅뱅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주모형은 계속 팽창하는 열린 우주, 팽창이 멈추게 되는 평탄 우주 그리고 한 점으로 다시 수축하는 닫힌 우주가 있는데, 그중 닫힌 우주에서 한 점으로 수축하는 것을 빅크런치(대붕괴)라고 함)를 겪으면서 소멸되고, 개중에는 Ω가 작아서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도 있습니다. 따라서 다중우주의 세계에는 엄청난 규모로 팽창된 우주가 주종을 이룹니다. 입자물리학이 발달하면서 인플레이션이론은 기존의 우주론을 하나로 통합시켰습니다. 양자역학을 전적으로 수용한 입자물리학에 따르면 평행우주의 탄생과 같이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들도 엄연히 일어날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우주가 탄생할 확률을 허용하는 것은 그로부터 무수히 많은 우주들이 연쇄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불확정성원리에 따르면 하나의 전자는 공간상의 한 점에 존재하지 않고 원자핵의 주변에 분포되어 있는 전자가 놓일 수 있는 모든 지점에 동시에 존재합니다. 즉 하나의 전자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원자핵의 주변에 안개처럼 퍼져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전자에 의한 분자들 사이의 결합을 제대로 설명하는 데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이 스스로 분해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평행전자parallel electron들이 양자적 춤을 추면서 분자들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우주가 전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양자역학을 적용하면 다양한 상태의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우주공간에 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을 허용하면 평행우주의 개념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존 휠러에게 물리학을 배운 제자들 중에 리처드 파인만이란 천재가 있었습니다. 그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양자역학을 가장 간단하고도 심오한 방법으로 요약함으로써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는 이 업적으로 1965년에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가능한 경로에 할당된 숫자들을 일일이 더하면(경로합Sum Over Path) 무한대가 되지 않고 서로 상쇄되면서 아주 작은 값이 얻어집니다. 이것이 양자적 요동의 근원입니다. 파인만이 개발한 경로적분법을 적용하면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구한 경로는 유일하게 가능한 경로가 아니라 무한히 많은 경로들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경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파인만의 접근법은 기존의 양자역학과 완전하게 동일한 결과를 준다. 파인만은 이 방법을 이용하여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파인만이 고안한 경로합 접근법은 오늘날에도 대통일이론과 인플레이션이론 그리고 초끈이론 등에 걸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전 세계 모든 대학원의 물리학과에서 양자역학을 공식화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파인만의 경로적분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