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루이 다비드의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



 



 

 

 

 



다비드의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의 부분

 

1789년의 살롱전 출품작 가운데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93은 루이 16세의 방탕한 동생 다르투아 백작을 위해 그린 것이다. 1786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파리스와 헬레네의 사랑>은 이듬해 살롱전에 출품할 계획이었으나 그해 10월에 아킬레스건을 다치고 이듬해는 오랫동안 병을 앓게 되어 1788년에야 완성했다.

파리스는 트로이 최후의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로 그가 태어날 때 어머니 헤카베는 횃불이 도시 전체를 불태우는 꿈을 꾸었다. 이는 트로이의 멸망을 의미하는 불길한 전조라 하여 파리스를 이다산에 버렸으나, 목자들의 손에서 자라게 되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잔치에 여러 신들이 초대될 때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제외되었다. 노한 에리스가 연회석에 던진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고 쓰인 황금사과를 놓고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네 세 여신이 다투자 제우스는 그 심판을 파리스에게 맡겼다.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달려가 자신을 뽑아달라고 청탁했다. 아테나는 지혜를, 헤라는 세계의 주권을,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고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갖게 해주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유혹하여 트로이로 데려갔다. 아내를 빼앗긴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과 함께 트로이 원정길에 나섰고 이로 인해 전쟁이 시작되었다. 일찍이 헬레네에게 구혼했던 자들도 메넬라오스와 협력하여 트로이로 진격했다. 그리스군의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트로이군의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등 숱한 영웅과 신들이 얽혀 10년 동안이나 계속된 이 전쟁은 오디세우스의 계책으로 그리스군의 승리로 끝난다. 파리스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자 메넬라오스와 함께 스파르타로 돌아온 헬레네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다가 두 사람 모두 행복의 땅, 엘리시온으로 갔다고 한다.

다비드는 파리스와 헬레네를 부드럽고 조각적으로 묘사하면서 미묘한 빛의 세례를 받게 했는데 <호라티우스의 맹세>8와 <소크라테스의 죽음>10에서와 같은 극적인 장면과는 완전히 달라 회화에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1789년의 살롱에 출품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라부아지에 부부의 초상>94이 있다. 라부아지에는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였다. 그는 정부의 위임을 받아 세금을 징수하는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는데 이 일로 훗날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진보적이고 지성적 엘리트인 그는 프리메이슨*이었고 이런 인연으로 다비드를 만나게 되었다. 과학자인 그는 화약을 담당한 책임자였는데, 8월 6일 화약을 파리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을 때 파리 병기고에서 일어난 반란으로 린치를 당하기도 했다.

다비드는 라부아지에의 아내 마리 앤이 남편의 어깨에 비스듬히 기댄 다정한 모습으로 관람자를 바라보도록 했다. 마리 앤은 다비드로부터 드로잉을 배웠고 남편의 작업을 삽화로 그리거나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하면서 영국 과학자들의 저서를 번역하기도 했다. 다비드는 라부아지에를 자료를 기록하는 과학자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이 커다란 작품의 댓가로 받은 7천 리브라는 <호라티우스의 맹세>를 그리고 왕으로부터 받은 돈보다 더 많은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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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끈이론인가?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더 높은 차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원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숨어있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공간과 시간을 합해 4차원이므로 다섯 번째 차원이 존재한다면 원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원형으로 돌돌 말려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끈이론도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초기의 끈이론이 주장했던 시공간은 10차원10th dimension이었으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여분의 차원들extra dimensions을 극미의 영역 속에 구겨 넣어야 했다. 이것을 차원다짐dimensional compactification이라 한다. 끈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원래 모든 힘이 한 종류로 통합되어 있는 10차원의 객체였다. 그러나 10차원 초공간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므로 빅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으면서 여섯 개의 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 속으로 말려 들어가고 지금과 같이 4차원의 시공간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려 들어간 여섯 개의 차원은 너무 작은 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눈(혹은 정밀한 관측기구)으로 볼 수도 없고 그 안에 어떤 다른 객체가 존재할 수도 없다.



다양한 통일장이론들은 모두 사장되었지만 끈이론은 끝가지 살아남았다. 현재는 끈이론을 대신할 만한 다른 이론이 전무한 상태다. 끈이론이 이토록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크기를 가진 최소단위(끈)를 만물의 기본으로 삼으면 점입자이론point particle theory에 수시로 나타나는 무한대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뉴턴의 중력만 해도 점입자를 향해 점차 가까이 접근하면 중력의 크기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뉴턴의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지름이 0으로 접근하면 중력은 1/0, 즉 무한대가 된다. 양자역학에서도 점입자에 가까이 접근하면 힘은 무한대로 발산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재규격화renormalization라는 과정을 통해 무한대를 제거했으며, 다른 물리학자들은 주로 무한대를 옆으로 치워놓는 식으로 무한대문제를 피해왔다. 그러나 양자중력이론에서는 파인만의 처방을 적용해도 무한대가 제거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입자를 크기가 없는 점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끈이론은 입자를 점이 아닌 끈으로 간주하므로 점입자에 의한 무한대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끈이론이 보유하는 무한대 방지장치는 크게 두 가지로 끈의 위상topology과 초대칭super symmetry이 바로 그것이다. 끈은 점입자와 완전히 다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대문제도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끈은 유한한 길이를 갖고 있으므로 여기에 가까이 접근해도 힘의 크기는 무한대로 커지지 않는다. 끈은 무한히 작은 점과 달리 유한한 길이를 갖고 있으므로 무한대는 끈을 따라 무마되고 모든 물리량은 유한한 값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타원모듈라함수elliptic modular function가 적용된다. 타원모듈라함수는 끈이론이 오직 10차원(혹은 26차원)에서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초끈이론은 10차원, 보존끈이론bosonic string theory은 26차원에서 존재해야 무한대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끈의 위상만으로 모든 무한대를 해결할 수 없다. 남아있는 무한대를 마저 제거하려면 끈이론의 또 다른 특징, 즉 대칭성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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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의 <브루투스 아들들의 시신을 운반하는 릭토르들>



 



 

 

 

 



88

 



<브루투스 아들들의 시신을 운반하는 릭토르들>88은 1787년의 살롱에 소개하도록 왕이 주문한 것인데 제때 완성하지 못한 데다 이듬해 피에르64가 살롱 출품을 방해하여 1789년에야 소개되었다. 작품의 긴 원제는 <브루투스, 제1집정관, 로마의 자유에 대항해 타르퀴니우스의 음모에 가담한 두 아들을 죽게 하고 귀가하다; 장사를 지낼 수 있도록 아들들의 시신을 가져온 릭토르들>이다.

여기서 말하는 브루투스Lucius Junius Brutus는 그보다 500년 후 율리우스 시저를 살해한 마르쿠스 브루투스Marcus Brutus와는 다른 인물이다.

 

 



90

 



브루투스는 타르퀴니우스(로마의 마지막 전제군주)에 맞서 로마를 구하는 데 공헌한 인물이다. 사건은 타르퀴니우스의 아들 섹스투스가 브루투스의 동료 콜라티누스의 정숙한 아내 루크레티아를 강간하는 데서 시작된다. 루크레티아가 남편과 브루투스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자 브루투스는 그녀의 몸에 꽂힌 칼을 뽑아낸 후 그녀의 피에 대한 복수와 더불어서 부패한 독재자를 몰아내겠다고 맹세했다. 결국 타르퀴니우스은 추방되고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는 기원전 508년에 세워진 첫 로마공화국의 집정관으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브루투스의 두 아들 티투스와 티베리우스는 타르퀴니우스의 복귀에 가담했다가 아버지에 의해 사형에 처해졌다. 다비드는 브루투스가 비정한 아비로 아들의 처형에 참석한 모습을 드로잉하며 습작했다.90 그러나 그는 공식석상에서의 브루투스의 모습보다는 자신의 가정에서의 아비의 모습을 그리기로 했다.

 

 



8

 



두 번째 애국주의를 나타낸 이 작품 역시 <호라티우스의 맹세>8와 마찬가지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국가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국가를 선택하는 남자와 이에 처절하게 반응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호라티우스의 맹세>보다 이 작품이 더욱 더 극적으로 묘사되었다.

다비드는 브루투스가 관람자를 바라보도록 정면으로 구성함으로써 그가 과연 두 아들을 죽이면서까지 조국에 충성을 다 한 위대한 인물인지 아니면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괴물과도 같은 존재인지를 관람자 스스로 판단하게 했다. 플루타르크는 브루투스의 행위가 가장 칭찬받을 만하거나 아니면 가장 비난받을 만하다면서 그는 신과 같은 존재인 동시에 야수와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 작품은 1789년 8월 말에 완성되었고 살롱에 소개된 후 문제의 작품이 되었으며 이듬해 11월 19일 볼테르의 작품 <브루투스>가 공연되자 사람들의 전폭적인 갈채를 받았는데 배우들은 다비드 작품에서의 구성을 따라 그룹을 지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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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전환기를 맞은 끈이론


 

 

 

 

칼텍의 존 슈바르츠와 런던 퀸메리 대학Queen Mary's College의 마이크 그린Mike Green이 1984년에 끈이론에 존재하는 수학적 불일치를 해결하면서 끈이론은 극적인 전화기를 맞았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끈이론에 수학적 무한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슈바르츠와 그린은 그동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비정상성까지 말끔하게 제거했으며, 그 후 끈이론은 만물의 이론을 구현할 가장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했다. 끈이론을 다룬 논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고 평행우주이론도 물리학의 주요 이슈로 새삼 떠올랐다.



그러나 초끈이론 지상주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버드 대학의 물리학자 중 하나는 “끈이론은 물리학이 아니라 수학이나 철학에 가까운 이론”이라며 반박했고, 노벨상 수상자인 하버드 대학의 셸던 글래쇼Sheldon Lee Glashaw(1932~)는 끈이론 추종자들을 ‘스타워즈 프로그램’에 비유했는데, 검증할 수 없는 이론에 엄청난 예산을 소비한다는 뜻이었다. 글래쇼는 끈이론을 연구한다고 해서 반대론자들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수의 젊은 물리학자들이 끈이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했다. 프린스턴의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1951~)은 “양자역학이 지난 50년 동안 물리학을 이끌어온 것처럼 끈이론이 향후 50년 동안 물리학을 이끌어갈 것이다”라고 했다.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글래쇼에게 묻자 그는 자신이 ‘미치광이의 이론’이라고 부른 칼루자-클라인이론Kaluza-Klein theory(전자기력과 중력을 통일할 수 있다는 이론)이 지난 50년 동안 물리학자들에게 받았던 대접을 끈이론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하버드 대학 물리학과는 끈이론을 연구하는 젊은 물리학자를 여러 명 채용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이론이라도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다행히도 끈이론은 쉽게 설명된다. 끈이론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입자의 구체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초고성능 현미경이 개발되어 이 기구로 전자를 비롯한 소립자들을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점point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string이라는 것이다. 이 끈의 길이는 10-33cm 즉 양성자 크기의 10억×10억분의 1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이 끈을 퉁긴다면 진동패턴이 달라지면서 입자의 종류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면 전자가 뉴트리노로 바뀌는 식이다. 여기서 끈을 다시 한 번 퉁기면 쿼크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끈을 충분히 세게 퉁기면 현존하는 모든 입자를 만들 수 있다. 끈이론은 자연계에 다양한 입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모든 입자가 동일한 끈이 다양한 패턴으로 진동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입자의 종류가 다양한 것은 끈의 진동패턴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끈이 얼마나 다양하게 진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물리학의 법칙이다.



끈은 분리되거나 합쳐질 수 있다. 전자나 양성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관측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끈이론을 이용하면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의 모든 법칙을 재현시킬 수 있다. 끈이 연주하는 멜로디는 화학법칙에 해당하고 우주는 수많은 끈들이 동시에 진동하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교향곡에 비유될 수 있다.



끈이론은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입자들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일반상대성이론)까지도 끈의 진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끈의 최저 진동상태, 즉 질량=0이고 스핀=2에 해당하는 입자는 중력의 매개입자인 중력자로 해석함으로써 이론물리학의 오랜 숙원이었던 중력의 양자화를 실현한 것이다. 끈이론이 예견한 중력자를 대상으로 상호작용을 계산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은 양자역학 버전으로 변환된다. 끈이 움직이고 분리되며 또는 변형되면서 시공간에 커다란 제약을 가하게 되는데, 이런 제한조건으로부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유추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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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다른 차원에서 이론을 전개할 수도 있지만 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의 영역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중력법칙은 4차원 공간으로 확장하여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는 4차원 중력이론으로 대치될 수 있지만, 끈이론은 차원을 확장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확장된 차원에서만 성립한다.



끈이론은 핵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알려졌지만 거기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질량이 0이고 스핀이 2인 강력과 무관한 입자가 끈이론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자들은 이 성가신 입자를 어떻게든지 해서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스핀 2인 입자를 없애기만 하면 이론전체가 와해되면서 신비한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아무래도 이 입자가 이론에 숨어있는 비밀의 근원인 것 같았다. 존 슈바르츠와 조엘 셔크Joël Scherk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담한 추론을 제안했다. 스핀 2인 성가신 입자를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graviton(가정의 양자로 광자와 같이 질량이 없고 광속으로 움직이는 전하가 없는 입자이며, 항성처럼 극히 질량이 큰 물체가 크게 가속할 때만 방출된다)로 간주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과 끈이론이 조화롭게 합병되었던 것이다. 즉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초끈의 가장 낮은 진동상태에서 유추되는 이론이란 뜻이다. 다른 양자이론들은 가능하면 중력자를 이론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반면 끈이론은 중력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력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중력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이론 자체가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끈이론의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과학자들은 끈이론이 핵력만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을 서술하는 만물의 이론이라는 것을 알았다. 표준 장이론field theory(마당이론이라고도 한다)은 중력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지만 끈이론에서 중력은 필수 불가결의 요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슈바르츠와 셔크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았다. 끈이론이 중력과 원자세계에 모두 적용되려면 끈의 길이는 10-33cm(플랑크길이)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양성자 크기의 10억×10억분의 1에 불과하므로 입자를 서술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통일장이론을 완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19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표준모형에 중력을 끼워 넣기만 하면 예외 없이 무한대라는 괴물이 등장하여 애써 구축한 이론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양자역학과 중력을 연결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수학적 모순을 낳으면서 이론 자체를 붕괴시켰다. 양자역학과 중력 사이에 야기되는 수학적 모순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무한대에 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은 지극히 작은 영역에서 미세한 강도로 발생한다. 양자적 효과는 뉴턴의 법칙에 아주 작은 수정을 가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한 거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에 의한 효과를 아예 무시하고 살아도 별 탈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중력이 개입되면 양자적 요동이 무한대로 커지면서 더 이상의 논리를 전개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는 양자적 요동을 이론에 첨가했을 때 이론이 정상에서 이탈하는 정도, 즉 비정상성anomaly에 관한 문제이다. 즉 이론이 보유하고 있는 대칭성이 비정상성에 의해 붕괴되면서 원래의 위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로켓 디자이너는 대기 중을 비행할 매끈한 유선형 로켓을 설계할 때 대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로켓의 몸체가 높은 대칭성을 갖고 있게 해야 한다. 로켓을 원통대칭형으로 만들어 로켓의 중심을 지나는 세로축을 중심으로 몸체를 회전시켰을 때 외형상 아무런 변화가 없어야 한다. 이런 대칭성을 O(2)대칭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로켓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것이므로 날개에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음속을 초과하게 되면 날개의 진동이 갑자기 커지면서 몸체에서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양자역학과 중력을 합칠 때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양자적 요동이 아주 작아서 거의 무시할 수 있지만 양자중력이론으로 넘어가면 일대 재앙이 초래된다. 로켓이 갖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선체에 균열이 생기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원래 갖고 있던 O(2)대칭이 붕괴되고 균열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몸체가 통째로 찢겨나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아주 작은 균열은 중력이론의 대칭성을 통째로 와해시킬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임시변통인데, 몸체에 난 균열을 접착제로 바르고 날개에 지지대를 받친 후 로켓이 폭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물과 기름 같은 양자역학과 중력을 결혼시키려는 과거의 물리학자들은 이 방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양판자로 덮어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공기저항을 견뎌낼 수 있는 신비한 소재를 개발하여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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