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끈이론인가?
물리학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더 높은 차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원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숨어있
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공간과 시간을 합해 4차원이므로 다섯 번째 차원이 존재한다면 원자보다 작은 영역 속에 원형으로 돌돌 말려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끈이론도 마찬가지의 입장이다. 초기의 끈이론이 주장했던 시공간은 10차원10th dimension이었으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4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여분의 차원들extra dimensions을 극미의 영역 속에 구겨 넣어야 했다. 이것을 차원다짐dimensional compactification이라 한다. 끈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원래 모든 힘이 한 종류로 통합되어 있는 10차원의 객체였다. 그러나 10차원 초공간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므로 빅뱅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겪으면서 여섯 개의 차원은 아주 작은 영역 속으로 말려 들어가고 지금과 같이 4차원의 시공간만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 말려 들어간 여섯 개의 차원은 너무 작은 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눈(혹은 정밀한 관측기구)으로 볼 수도 없고 그 안에 어떤 다른 객체가 존재할 수도 없다.
다양한 통일장이론들은 모두 사장되었지만 끈이론은 끝가지 살아남았다. 현재는 끈이론을 대신할 만한 다른 이론이 전무한 상태다. 끈이론이 이토록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크기를 가진 최소단위(끈)를 만물의 기본으로 삼으면 점입자이론point particle theory에 수시로 나타나는 무한대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뉴턴의 중력만 해도 점입자를 향해 점차 가까이 접근하면 중력의 크기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뉴턴의 중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지름이 0으로 접근하면 중력은 1/0, 즉 무한대가 된다. 양자역학에서도 점입자에 가까이 접근하면 힘은 무한대로 발산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리처드 파인만은 재규격화renormalization라는 과정을 통해 무한대를 제거했으며, 다른 물리학자들은 주로 무한대를 옆으로 치워놓는 식으로 무한대문제를 피해왔다. 그러나 양자중력이론에서는 파인만의 처방을 적용해도 무한대가 제거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입자를 크기가 없는 점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였다.
끈이론은 입자를 점이 아닌 끈으로 간주하므로 점입자에 의한 무한대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끈이론이 보유하는 무한대 방지장치는 크게 두 가지로 끈의 위상topology과 초대칭super symmetry이 바로 그것이다. 끈은 점입자와 완전히 다른 위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한대문제도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끈은 유한한 길이를 갖고 있으므로 여기에 가까이 접근해도 힘의 크기는 무한대로 커지지 않는다. 끈은 무한히 작은 점과 달리 유한한 길이를 갖고 있으므로 무한대는 끈을 따라 무마되고 모든 물리량은 유한한 값을 갖게 되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타원모듈라함수elliptic modular function가 적용된다. 타원모듈라함수는 끈이론이 오직 10차원(혹은 26차원)에서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초끈이론은 10차원, 보존끈이론bosonic string theory은 26차원에서 존재해야 무한대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끈의 위상만으로 모든 무한대를 해결할 수 없다. 남아있는 무한대를 마저 제거하려면 끈이론의 또 다른 특징, 즉 대칭성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