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다른 차원에서 이론을 전개할 수도 있지만 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의 영역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중력법칙은 4차원 공간으로 확장하여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는 4차원 중력이론으로 대치될 수 있지만, 끈이론은 차원을 확장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확장된 차원에서만 성립한다.



끈이론은 핵력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알려졌지만 거기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질량이 0이고 스핀이 2인 강력과 무관한 입자가 끈이론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학자들은 이 성가신 입자를 어떻게든지 해서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스핀 2인 입자를 없애기만 하면 이론전체가 와해되면서 신비한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아무래도 이 입자가 이론에 숨어있는 비밀의 근원인 것 같았다. 존 슈바르츠와 조엘 셔크Joël Scherk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담한 추론을 제안했다. 스핀 2인 성가신 입자를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graviton(가정의 양자로 광자와 같이 질량이 없고 광속으로 움직이는 전하가 없는 입자이며, 항성처럼 극히 질량이 큰 물체가 크게 가속할 때만 방출된다)로 간주하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과 끈이론이 조화롭게 합병되었던 것이다. 즉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초끈의 가장 낮은 진동상태에서 유추되는 이론이란 뜻이다. 다른 양자이론들은 가능하면 중력자를 이론에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반면 끈이론은 중력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중력과의 화해를 시도했다. 중력을 포함시키지 않으면 이론 자체가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끈이론의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과학자들은 끈이론이 핵력만을 위한 이론이 아니라 자연의 모든 것을 서술하는 만물의 이론이라는 것을 알았다. 표준 장이론field theory(마당이론이라고도 한다)은 중력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지만 끈이론에서 중력은 필수 불가결의 요소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슈바르츠와 셔크의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았다. 끈이론이 중력과 원자세계에 모두 적용되려면 끈의 길이는 10-33cm(플랑크길이)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양성자 크기의 10억×10억분의 1에 불과하므로 입자를 서술하기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통일장이론을 완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1980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표준모형에 중력을 끼워 넣기만 하면 예외 없이 무한대라는 괴물이 등장하여 애써 구축한 이론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양자역학과 중력을 연결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수학적 모순을 낳으면서 이론 자체를 붕괴시켰다. 양자역학과 중력 사이에 야기되는 수학적 모순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무한대에 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양자적 요동quantum fluctuation은 지극히 작은 영역에서 미세한 강도로 발생한다. 양자적 효과는 뉴턴의 법칙에 아주 작은 수정을 가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친숙한 거시세계에서는 양자역학에 의한 효과를 아예 무시하고 살아도 별 탈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역학에 중력이 개입되면 양자적 요동이 무한대로 커지면서 더 이상의 논리를 전개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는 양자적 요동을 이론에 첨가했을 때 이론이 정상에서 이탈하는 정도, 즉 비정상성anomaly에 관한 문제이다. 즉 이론이 보유하고 있는 대칭성이 비정상성에 의해 붕괴되면서 원래의 위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로켓 디자이너는 대기 중을 비행할 매끈한 유선형 로켓을 설계할 때 대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로켓의 몸체가 높은 대칭성을 갖고 있게 해야 한다. 로켓을 원통대칭형으로 만들어 로켓의 중심을 지나는 세로축을 중심으로 몸체를 회전시켰을 때 외형상 아무런 변화가 없어야 한다. 이런 대칭성을 O(2)대칭이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 로켓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일 것이므로 날개에 진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음속을 초과하게 되면 날개의 진동이 갑자기 커지면서 몸체에서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양자역학과 중력을 합칠 때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양자적 요동이 아주 작아서 거의 무시할 수 있지만 양자중력이론으로 넘어가면 일대 재앙이 초래된다. 로켓이 갖고 있는 두 번째 문제는 선체에 균열이 생기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원래 갖고 있던 O(2)대칭이 붕괴되고 균열이 점차 커지면서 결국 몸체가 통째로 찢겨나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아주 작은 균열은 중력이론의 대칭성을 통째로 와해시킬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임시변통인데, 몸체에 난 균열을 접착제로 바르고 날개에 지지대를 받친 후 로켓이 폭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물과 기름 같은 양자역학과 중력을 결혼시키려는 과거의 물리학자들은 이 방법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양판자로 덮어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공기저항을 견뎌낼 수 있는 신비한 소재를 개발하여 모든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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