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를 읽고 장자에게 배운다』 중에서

이해와 선택
어떤 사람이 장자에게 벼슬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장자는 소를 제물로 바치는 우화로 답을 대신했다.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떠나는 소를 본 적이 있는가? 평소에는 화려한 자수가 놓인 천을 두르고 부드러운 풀과 콩을 마음껏 먹지만 막상 제사를 지낼 때가 되어 사당으로 끌려갈 때면 그저 한 마리 평범한 송아지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네.”
장자는 이 같은 비유를 들어 만약 누가 좋은 음식과 옷을 주며 온갖 이점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의심해보라고 했다. 혹시 그의 목적이 당신을 제물로 바치려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장자는 벼슬을 하는 것에 남다른 이해를 보였다. 장자에게는 한때 양梁나라에서 재상을 지냈던 혜시惠施라는 친구가 있었다. 한 번은 장자가 학생 몇 명을 데리고 장례 행렬을 따라가다가 혜시의 무덤 앞을 지나게 됐다. 장자는 걸음을 멈추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초楚나라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콧등에 파리 날개만큼이나 얇게 석회를 묻히고 목수에게 도끼로 그 석회를 깎으라고 했네. 그 목수는 놀라운 솜씨로 코에는 전혀 상처를 내지 않고 콧등의 석회만 날려버렸지. 그리고 콧등에 석회를 발랐던 사람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어. 그는 아주 침착했지. 목수가 절대로 자신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후에 송宋 원군元君이 그 목수를 불러 말했다.
“자네에게는 코에 상처를 안 내고 사람 콧등 위의 석회만 깎아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어디 지금 한 번 보여주게나.”
그러자 목수가 말했다.
“제게 분명 그런 재주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미동도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저와 한 팀을 이뤄 그 재주를 보여줄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나 불러다 놓고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제가 도끼를 들기도 전에 분명 겁을 먹고 기절해 버릴 겁니다.”
바로 혜시는 목수의 친구처럼 장자의 재능을 펼치도록 도와주는 도우미였다. 하지만 혜시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장자는 계속해서 제자들에게 말했다.
“혜시가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아직도 대화할 상대를 찾지 못했네.”
여기서 우리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장자를 모셔다 벼슬자리에 앉히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학문과 재능뿐만 아니라 재빠른 임기응변과 뛰어난 말솜씨까지 어느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자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기에 양나라의 재상이었던 혜시를 그저 자신을 도와줄 도우미에 비유했을까? 아주 익숙한 이야기를 하나 해보겠다. 장자가 푸수이濮水 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초왕이 신하 두 명을 보내 국가의 대사를 그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장자가 말했다.
“당신네 초나라에는 신령한 거북이 있다고 들었소. 죽은 지 3천 년이 됐다지. 그런데도 초왕은 그 거북의 뼈를 대나무 상자에 넣고 다시 비단 손해를 피하고 이득만 취하는 방법으로 덮어서 사당에 모셨다고 들었소. 당신들 생각에 그 거북은 진흙탕에서라도 뒹굴며 살고 싶었을 것 같소, 아니면 죽어서 사당에 바쳐지기를 바랐을 것 같소?”
두 신하는 입을 모아 말했다.
“그야 당연히 진흙탕에서라도 살기를 원했겠죠.”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내가 바라는 것이 바로 그 진흙탕 속의 거북처럼 자유롭게 몇 년이라도 더 사는 거요. 사람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오. 부귀영화를 좇으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오. 그러니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평범한 삶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거라오.”
자유롭게 살고 싶다면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평범한 삶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 노장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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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지교담약수君子之交淡若水, 소인지교감여예小人之交甘如醴” 군자 사이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지만, 소인배 사이의 사귐은 그 맛이 단술과 같다는 뜻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 말에는 심오한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 진정한 우정은 흐르는 물처럼 담담해 오래 유지되지만, 이익을 바탕으로 이룬 관계는 향기로운 술처럼 달콤해도 이해가 상충하면 바로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장자는 사람들 사이의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까? 어떤 우화로 사람들 사이의 이해득실을 설명할까?
저자소개: 푸페이룽 傅佩榮
1950년에 태어난 푸페이룽은 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석사, 미국 예일대학 철학박사이다. 타이완대학 철학과 학과장 및 철학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벨기에대학, 네덜란드 레이던대학 객원교수이기도 하다. 현재는 타이완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푸페이룽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말솜씨를 가진 교수로, 타이완 『민생보民生報』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교수로 선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타이완 교육부에서 수여하는 우수 교육자상, 『성공한 인생成功人生』으로 타이완 문화예술 분야 국가문예상, 『천론에 대한 유가와 도가의 해석儒道天論發微』으로 중정中正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현재까지 타이완에서 백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전통 경전 연구에 몰두하여 기존의 이론이나 고정관념을 탈피한 독창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논어』, 『맹자』, 『노자』, 『장자』, 『역경』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였으며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