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첫 번째가 건乾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에 한 괘씩 64번에 걸쳐서 64괘 모두를 연재하겠습니다.)
건乾 원형리정元亨利貞
잠룡潛龍 물용勿用
현룡재전見龍在田 리견대인利見大人
군자君子 종일건건終日乾乾 석척약夕惕若 려厲 무구无咎 혹약재연或躍在淵 무구无咎
비룡재천飛龍在天 리견대인利見大人
항룡亢龍 유회有悔
견군룡見群龍 무수无首 길吉
첫 행인 괘사卦辭는 건乾 원형리정元亨利貞인데, 건乾(하늘 건)은 원, 형, 리, 정의 모든 시절을 통과합니다. 건은 태초太初로부터 최후의 시기에 이르기까지, 작게는 한 생명의 잉태로부터 그 생명의 성장, 활동, 그리고 죽음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에 관계되어 있습니다. 건에서의 시간의 절대성은 하늘의 첫 번째 운행원리로서 원, 형, 리, 정의 모든 시간에 적용됩니다.
원元(으뜸 원)은 만물이 생성되기 이전의 혼돈chaos의 시기로 무극无極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비유로서 말을 하자면 어머니의 태胎 안에서 성장하는 임신의 기간으로 만상萬象의 근본이며, 이를 포태양胞胎養의 시기라고 합니다.
형亨(형통할 형)은 혼돈 다음에 오는 창조의 시기를 말합니다. 구약성경에도 천지창조 이전을 혼돈이라고 말합니다. 창조의 시기에 낮과 밤이 생겼고, 한난조습寒暖燥濕이 생겼으며, 만물이 탄생하여 음과 양으로 구분되었는데, 이를 태극太極의 시기라고도 합니다. 태극이란 극이 생겨나는 때를 말합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이를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오는 것에 비유합니다.
리利(이로울 리)는 왕성한 활동과 결실의 시기로 황극黃極의 시기라고도 합니다. 황극이라고 할 때의 황이 곧 황금의 황으로 만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게 됩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이를 사람이 배움을 마치고 때를 얻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장년壯年에 비유합니다.
정貞(곧을 정, 滅極, 항룡亢龍, 소멸)은 소멸의 시기로 우주가 수명을 다해 스러지는 최후의 순간, 즉 종말의 시기로 멸극滅極의 시기라고도 합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이를 사람이 노쇠하여 병들고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시기에 비유합니다.『주역周易』은 점을 치는 책이 아니지만 점을 치는 사람들이 비유를 들어 점괘에 사용합니다.
사주四柱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알아보는 명리학命理學 혹은 사주학四柱學이 인생을 태어남生, 왕성하게 활동함旺, 장사지냄葬의 세 단계, 즉 형亨, 리利, 정貞으로 설명한 데 비해『주역周易』은 위와 같이 원元을 추가하여 네 단계로 설명합니다. 참고로 명리학은 사람이 출생한 연월일시年月日時의 간지 여덟 글자에 나타난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배합을 보고, 그 사람의 부귀와 빈천, 부모, 형제, 질병, 직업, 결혼, 성공, 길흉 등의 제반 사항을 판단하는데, 이처럼 간지 여덟 글자로 운명運命을 추리한다고 해서 팔자학八字學, 추명학推命學, 산명학算命學이라고도 합니다. 이에 반해 주역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의 역易으로 주역이 나오기 전에도 하夏나라 때의 연산역連山易, 상商나라때의 귀장역歸藏易이라는 역서가 있었다고 합니다. 역이란 말은 변역變易, 즉 '바뀐다' '변한다'는 뜻이며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입니다. 이 책은 점복占卜을 위한 원전原典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첫 행을 괘사卦辭라 하고, 나머지 6행을 여섯 개의 효爻에 대한 개별 설명으로 이해하여 효사爻辭라고 합니다. 첫 번째 효사는 잠룡潛龍 물용勿用입니다. 잠룡潛龍은 쓰지用 말라勿는 말로 점을 치는 사람들은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뜻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잠룡은 무극无極의 시기로 아직 음양의 구분이 없고, 낮과 밤의 구분이 없으며, 추위와 더위도 없는 혼돈의 시기입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의 말로 하면 어머니의 자궁 속 생명체에 불과하며, 더 배우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현룡재전見龍在田 리견대인利見大人입니다. 현룡見龍이 밭田에 있으니在 대인大人을 봄見이 이롭다利는 말입니다. 밖으로 나가 밭에서 일할 정도가 되더라도 인맥大人을 얻어야 비로소 리도利道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현룡이란 사회에 진출하여 일할 준비를 마친 사람을 말랍니다. 재전在田은 공간과 땅, 환경의 획득을 의미합니다. 리도를 얻으려면 훌륭한 인사人士가 모여 서로 조력, 희생해야 합니다. 여기서『주역』이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의 중요성과 조화를 강조하고 있음을 봅니다. 이는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군자君子 종일건건終日乾乾 석척약夕惕若 려厲 무구无咎 혹약재연或躍在淵 무구无咎입니다. 공자孔子가 말한 대로 군자君子라면 항상終日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乾乾 저녁이 되면 반성하고 걱정하는惕若 법이니, 비록 그 일이 위태로워도厲 허물咎이 없고无, 이 정도면 혹或 깊은 물 위로 도약해도躍在淵 역시 허물이 없다无咎는 뜻입니다.
여기서 군자란 사회에 진출하여 일할 준비를 마친, 즉 현룡見龍의 시기를 거쳐 때를 얻고, 재전在田의 노력을 통해 환경을 획득하고, 마침내 대인을 만나見大人 자신을 도울 인재를 모두 얻은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를 모두 갖춘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혹약재연或躍在淵은 군자가 기회를 포착하여 깊은 못을 박차고 물 위로 도약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렇게 해도 허물이 없다는 것입니다. 실력을 기르고 사회에 진출할 만반의 준비가 끝난 사람이 출세하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해석해도 될 것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비룡재천飛龍在天 리견대인利見大人입니다. 비룡飛龍이 하늘에 있으니在天, 대인大人을 만나면見 이롭다利는 말입니다. 실력을 기르고 사회에 진출할 만반의 준비가 끝난 사람이더라도 도와줄 인물을 만나야 리利의 세계를 얻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역』의 또 다른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을 발견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항룡亢龍 유회有悔입니다. 항룡亢龍은 비룡飛龍의 한계를 넘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것입니다. 항룡은 후회함悔이 있다有는 말이니, 시간이 지나 때를 넘긴 늙은 용에게는 후회할 일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항룡은 물러나야 할 시기에 이를 거부하고 계속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을 상징합니다. 항룡亢龍은 현룡見龍이나 비룡飛龍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견군룡見群龍 무수无首 길吉입니다. 군룡群龍은 잠룡, 현룡, 비룡, 항룡 등 용들이 떼를 지어 모여들어 다투는 모양을 말합니다. 무수无首는 떼를 지어 모여들어 다투는 용들 가운데서 머리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니, 사람에 비유하면 서로 잘났다고 다툴 때에 함부로 앞서거나 나서지 않는 겸손함을 의미합니다. 군룡을 보더라도見 머리首를 드러내지 않으면无 길吉하다고 했으니, 분수를 지키는 것이 상책임을 말합니다. 난세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를 말해줍니다.
역易을 공부하는 사람은『주역』의 체계를 일원수一元數 육십삼합六十三合이라 칭하며, 특히 첫 머리의 건乾을 강조하고 나머지 63괘가 건에 바탕을 둔 것으로 이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