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두 번째가 곤坤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곤坤 원형리元亨利 빈마지정牝馬之貞 군자君子 유유왕有攸往 선미후득先迷後得 주리主利 서남득붕西南得朋 동북상붕東北喪朋 안정安貞 길吉

리상履霜 견빙지堅冰至

직방대直方大 불습不習 무불리无不利

함장가정含章可貞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유종无成有終

괄낭括囊 무구无咎 무예无譽

황상黃裳 원길元吉

용전우야龍戰于野 기혈현황基血玄黃

리영정利永貞

 

 

첫 번째 효사爻辭는 곤坤 원형리元亨利 빈마지정牝馬之貞입니다. 곤坤(땅 곤)의 원리는 원형리元亨利의 세 시기를 거쳐 마지막으로 정貞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순한 암말牝馬과 같이 순종한다는 뜻으로 땅坤 위에서 펼쳐지는 인생의 모든 단계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설명한 것입니다. 건乾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형리정元亨利貞의 단계를 거치는 데 반해 곤坤은 원형리元亨利의 세 시기까지만 건과 같으나, 네 번째 시기인 정貞에 이르면, 즉 죽음이 다가오면 암말처럼 그것에 순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군자君子 유유왕有攸往 선미후득先迷後得 주리主利란 군자君子가 세상에 나아가有攸往 자신의 뜻을 펼침에 있어서 처음에는先 혼미하더라도迷 후일에는後 뜻을 얻게 되니得, 리利의 주인主이 된다는 뜻입니다.

 

서남득붕西南得朋 동북상붕東北喪朋이란 서남西南쪽으로 가면 벗을 얻고得朋 동북東北쪽으로 가면 벗을 잃는다喪朋는 말입니다. 이 구절에 이르러서는 점을 치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각각 다른데, 보통 이사 갈 방향을 일러주는 점괘로 해석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서남을 상생相生으로, 동북을 상극相剋으로, 벗을 재화와 덕망으로 해석하는 점쟁이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음양오행陰陽五行, 즉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의 다섯 가지가 특정한 방위方位를 상징하고, 또한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는 성질을 띠었다고 해석합니다. 말하자면 불은 흙을 낳고 흙은 쇠를 낳으므로 이를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이라 하고, 이런 관계를 상생相生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반면 나무는 흙을 뚫고 흙은 물을 막는다고 해서 이를 각각 목극토木剋土 토극수土剋水라 하고, 이런 관계를 상극相剋으로 규정합니다. 서남은 토土를 중심으로 화생토 토생금의 상생을 나타낸 것으로 보고, 동북을 목극토 토극수의 상극을 나타낸 것으로 봅니다. 붕朋에 관해서는 고대에 조개껍데기 10개를 1계系라 하고 10계를 1붕朋이라 한 것을 참고로 100계가 1붕임을 주지시키면서 붕을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재화와 덕망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해석이 분분할 만큼 이 구절이 난해함을 말합니다. 바른 길을 가야 친구를 만나던 재화와 덕망을 얻든 할 테지만 바르지 않은 길을 가면 그 어느 것도 획득할 수 없다는 뜻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안정安貞 길吉이란 정貞의 시기, 즉 마지막 시기를 생각해서 편안安한 마음과 자세를 가져야 길吉하다는 뜻입니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해야 바람직하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리상履霜 견빙지堅冰至입니다. 음陰의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 세계의 특징을 알아야 하는데,『주역』은 이를 리상履霜 견빙지堅冰至라는 말로 요약합니다.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에 도달한다는 뜻입니다. 서리는 현상세계, 얼음은 그 밑에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실제 곤의 세계, 즉 음의 세계를 말합니다. 서리처럼 외관상으로는 쉽고 약해 보여도 내면은 차갑고 강한 것이 땅의 세계이자 음의 세계임을 말한 것입니다.

 

세 번째 효사爻辭는 직방대直方大 불습不習 무불리无不利입니다. 직방대直方大는 스스로 본능적으로 아는 걸 말합니다. 따로 익히지 않아도不習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다无不利는 뜻입니다. 저절로 알게 되므로 구태여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함장가정含章可貞 혹종왕사或從王事 무성유종无成有終입니다. 함장가정含章可貞은 학문이 완성의 경지에 이른 학자를 말하며, 혹종왕사或從王事는 간혹 왕의 일을 돕는다는 말이므로 학문이 완성의 경지에 이른 학자가 정치에 나선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학문이 완성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학자가 정치에 나서는 데 있습니다. 무성유종无成有終은 정치적으로 성공은 없고 마침만 있다는 말이니, 학문으로 다스리는 데에 한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치에는 학문 이상의 도道가 필요하기 때문에 도를 갖추지 못한 학자가 함부로 정치에 나서니 이뤄지는 바가 없는 건 당연합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괄낭括囊 무구无咎 무예无譽입니다. 앞서 언급한 학문이 완성의 경지에 이른 시기에 가장 중요한 건 치세治世의 도道를 깨닫는 것이고, 이것이 되지 않으면 정치를 제대로 펼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경제는 정치와 달라서 중요한 가치가 명예이어야 하고, 인색함으로 해서 명예를 얻지 못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괄낭括囊은 돈주머니의 주둥이를 꽉 묶는 것이니, 인색함을 표현한 것입니다. 지나친 절약이 허물이 되는 건 아니지만无咎, 이 때문에 불행하게도 명예를 얻을 수 없다无譽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재벌들을 생각하면 이 말의 뜻이 절로 이해가 될 것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황상黃裳 원길元吉입니다. 황상黃裳은 황색 치마를 말합니다. 이 구절을 직역하면 ‘황색 치마는 근원적으로 길하다’라는 뜻입니다. 황黃은 오행의 방위로 치환하면 중앙에 해당하고, 중용中庸의 덕을 상징합니다. 치마는 아래로 두루 펼쳐지는 것으로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황상은 중용, 희생, 박애를 상징합니다. 자기 분수를 알고 남에게 봉사하는 생활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용전우야龍戰于野 기혈현황基血玄黃입니다. 직역하면 ‘들판에서于野 용龍들이 전쟁戰을 벌이니 그基 피血가 검고玄 노랗다黃’는 뜻입니다. 용은 신이나 신의 대리인을 상징합니다. 들판은 세계를 상징하고 세계를 무대로 벌어지는 용들의 전쟁을 종교전쟁으로 해석하는 것도 그럴 듯합니다. 황黃은 대지와 사막을 상징하는 색이고, 현玄은 물을 상징하는 색입니다. 따라서 대지를 숭배하는 종교와 물을 숭배하는 종교 사이의 전쟁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용들이 전쟁을 벌이니 피바람이 부는 건 당연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꼴입니다.

 

여덟 번째 효사爻辭는 리영정利永貞입니다. 리利의 시기에서 마지막인 정貞의 시기 사이는 매우 길다永는 말로 점을 치는 사람들은 문명이 발달된 세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풀이합니다. 리利는 황극의 시기, 즉 인류의 문명이 최고도로 발달하는 시기로 해석합니다. 이러한 리利의 시기가 매우 길다는 것입니다. 점이란 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밝음을 상징하는 양陽의 출발점이 건乾이라면 음陰의 세계인 곤坤은 어둠의 시작입니다. 황혼을 지나 어둠이 지배하는 시각으로부터 날이 밝아오는 여명黎明까지가 곤의 시간입니다. 곤은 모든 것을 품에 안는 성품이며 사랑의 근원입니다. 그러나 어둠과 습함의 성질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교육과 종교를 곤의 세계를 비추는 빛으로 해석한다면 그럴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