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괘 중에서 열일곱 번째가 수隨입니다. 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隨 원형리정元亨利貞 무구无咎
관유투官有渝 정貞 길吉 출문교出門交 유공有功
계소자係小子 실장부失丈夫
계장부係丈夫 실소자失小子 수隨 유구有求 득得 리거정利居貞
수隨 유획有獲 정貞 흉凶 유부有孚 재도在道 이명以明 하구何咎
부우가孚于嘉 길吉
구계지拘係之 내종유지乃從維之 왕용향우서산王用享于西山
첫 번째 효사爻辭는 수隨 원형리정元亨利貞 무구无咎입니다. 수隨(따를 수)는 네 시기 언제라도元亨利貞 허물이 없다无咎는 뜻이므로 나서지 않고 보좌하는 일에 적합한 사람은 정丁 맞을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정丁 맞는다는 건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남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자기보다 높은 자리의 누군가를 모시고 있는 사람은 모두 수隨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효사爻辭는 관유투官有渝 정貞 길吉 출문교出門交 유공有功입니다. 관유투官有渝는 자리官에 큰 변화渝(달라질 투)가 있다有는 뜻이므로 정치적 격동과 사회적 혼란, 기업에서의 커다란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때를 말합니다. 이럴 때 수隨의 도를 따르는 사람은 자기 자리를 마지막貞까지 잘 지켜야 길합니다吉. 출문교出門交는 이렇게 난세에 뒤로 달아나거나 다른 모의를 하지 않고, 문門 밖으로 나가出 사람들을 만나는交 공개적이고 투명한 행동을 말합니다. 그래야 공을 세울 수 있습니다有功.
세 번째 효사爻辭는 계소자係小子 실장부失丈夫입니다. 계소자係小子(걸릴 계)는 작은 것, 장부丈夫(어른 장)가 아닌 사람, 소인배에 집착하고 얽매인다係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실장부失丈夫, 장부를 잃게 됩니다. 사람을 가려 만나고 사귀어야 한다는 경계의 가르침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효사爻辭는 계장부係丈夫 실소자失小子 수隨 유구有求 득得 리거정利居貞입니다. 소인에 얽매이면 장부를 잃는다는 말의 반복입니다. 반대로 장부를 가까이 하고係丈夫 소인을 멀리해야失小子 한다는 뜻인데, 그래야 나중에 구원有求을 얻을得 수 있습니다. 리거정利居貞은 그렇게 장부를 가까이하여 힘을 길러두어야 리利에서 정貞의 시기까지, 오래도록 편안하게 거居(있을 거)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효사爻辭는 수隨 유획有獲 정貞 흉凶 유부有孚 재도在道 이명以明 하구何咎입니다. 유획有獲(얻을 획)은 약탈이요 빼앗음이니 점치는 사람들은 직업과 지위를 이용한 약탈과 부정부패를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 수인隨人(수隨의 도를 따라야 할 사람)이 이런 약탈을 일삼으니 당연히 그 끝貞이 흉합니凶.『주역』은 어려운 시기에 수인隨人이 따라야 할 수隨의 도를 유부有孚, 재도在道, 이명以明의 세 가지로 나눠서 설명합니다. 세 가지를 지킨다면 어찌 허물이 있겠느냐何咎(어찌 하) 하고 말합니다. 유부有孚는 믿음이니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요, 난세가 곧 끝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재도在道는 직업에 있어서의 기술과 능력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런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연마해야 합니다. 이명以明은 일 처리에 있어서의 명료함, 투명함, 공개성을 의미합니다. 사사로이 하지 않고 드러내 공개적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 효사爻辭는 부우가孚于嘉 길吉입니다. 이상 세 가지 지켜야 할 마땅한 일 가운데 특히 믿음의 문제를 부연한 대목입니다. 직역하면 아름다움에于嘉(아름다울 가) 미더워서孚 길吉하다는 뜻이므로 사람들과 믿음을 나누면서 서로 의지하여 아름답게 일을 처리해나가야 길하다는 뜻입니다.
일곱 번째 효사爻辭는 구계지拘係之 내종유지乃從維之 왕용향우서산王用享于西山입니다. 구계지拘係之(잡을 구)는 구속되어 얽매인 상태입니다. 내종유지乃從維之(이에 내, 좇을 종, 바(받칠) 유)는 사람들이 간절히 그의 구원을 바라고 그를 따른다는 말입니다. 비록 구속되어 얽매인 처지가 되었지만 백성의 믿음을 아직 잃지 않은 왕의 경우 향우서산享于西山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왕도 서산에 올라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므로 스스로를 반성하고 상황을 살피면서 하늘의 뜻을 다시 묻는 것입니다. 왕도 사정이 어려우면 수隨의 도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가장 중요한 건 백성의 믿음과 지지라는 점을 강조한 구절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중도를 지키며 윗사람의 뜻을 받들어 모셔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이 설치다가 화를 당하는 경우를 경계한 말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처세술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 수隨입니다. 나서지 않고 뒤따르기를 좋아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윗사람을 잘 받들어 모시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이런 사람은 큰 고난을 당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크게 이로울 것도 없습니다. 열일곱 번째 괘 수隨는 난세에 처한 신민臣民들이 과연 어떻게 처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해설한 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