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때문이야”라는 시엠송은 맞는 걸까요?
<동의보감>의 내경편內經篇 간장肝臟문에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간肝은 혈血을 저장한다. 사람이 움직이면 피가 여러 경락으로 보내지고, 사람이 고요히 있으면 피가 간肝으로 돌아가게 된다. 간肝이란 혈血이 모이는 탱크와도 같은 곳으로, 혈血의 바다인 혈해血海를 주관한다.”
간肝을 간장肝臟 또는 애간장肝肝臟이라고도 하고, 흥미롭게도 사전을 보면, 참마음인 진심眞心 그리고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참된 마음인 충심衷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마음을 가리킬 때 손을 폐에 얹는데 간에 손을 올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애인에게 “충심으로 사랑합니다” 하고 고백할 때 손을 간에 대고 말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간은 1.2~1.3kg의 무게로 우편 아래 늑부, 횡격막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대부분이 복막으로 덮여져있습니다. 소화관에서 흡수한 영양이 풍부한 혈액을 소화관과 간을 연결하는 정맥계의 대혈관인 간문맥肝門脈에서 받아들여, 여러 가지 영양물의 대사와 저장을 합니다. 약품, 호르몬, 독물 등을 산화, 환원, 포합 등으로 분해하여 독을 제거하고 일부를 담즙으로 방출하는 것도 간의 기능 중 하나입니다.
<동의보감>은 간을 혈액을 저장하는 탱크로 봅니다. 음식물은 위와 장을 거쳐 소화, 흡수된 영양분이 혈액에 실려 간으로 가는 것입니다. 혈액은 간을 통과한 뒤 심장을 거쳐 온 몸으로 퍼집니다. 사람이 활동하면 피가 여러 경락으로 흐르지만 가만히 있게 되면 피는 간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간을 피의 바다 혈해血海라고 하는 것입니다. 간은 단순히 피를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곳이 아니라 여러 작용 중 중요한 해독작용을 합니다. 위와 장을 거쳐 들어온 피에 실려 있는 독소를 해독하고 특히 기름때를 분해합니다. 기름진 음식물이 간에서 필터링 되어 전체 혈액으로 퍼지지 않게 해줍니다. 그렇지만 기름진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간이 모두 필터링 할 수 없어 간에 기름때를 남기게 되는데, 이것이 지방간입니다. 필터링으로 모두 제거되지 못하고 기름때 혹은 노폐물이 혈관에 옮겨지게 되면 고지혈증과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노폐물 가운데 기름때는 간에서 걸러지지만 물때는 신장에서 필터링 됩니다. 혈액 속의 노폐물이 걸러져 소변이 만들어집니다. <동의보감>에는 황제가 “신장은 물을 어떻게 주관하는가?” 하고 문는 장면이 있고, 이에 대한 신하 기백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신장은 지극한 음陰의 장부인데 지극한 음이란 물을 담아둔다는 뜻입니다.” 황제가 “신장이 어떻게 물을 모아서 병이 생기게 하는가?” 하고 묻자 기백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신장은 위胃의 관문입니다. 관문이 막혀서 잘 나가지 못하게 되면 물이 모이게 되고 물로 인한 병이 생겨서 위아래 피부로 넘치게 됩니다. 따라서 붓게 되니 붓는 것은 곧 물이 모여서 병이 생긴 것입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많으면 간과 신장에서 필터링 되어야 할 것들도 많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노폐물도 많아지게 됩니다. 간과 신장이 필터링에 부담을 느끼면 결국 처리되지 못한 기름때와 물때가 뭉쳐져 덩어리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간과 쓸개에서 생기는 결석, 혹은 신장과 방광 및 요로에 생기는 결석입니다. 돌덩어리가 될 정도라면 그 사람은 엄청 먹기만 했고 운동으로 그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것입니다. 간과 쓸개에 돌덩어리가 생길 정도라면 그 사람의 혈관이 깨끗할 리가 없습니다. 혈관에 기름때가 잔뜩 끼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성분 물질이 혈액 내에 존재하면서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인 고지혈증hyperlipidemia이 되고 동맥경화가 되며 고혈압이 되고 당뇨가 되어 통틀어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을 맞게 됩니다.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인해 혈당이 정상치보다는 높지만 당뇨로 진단을 내릴 만큼 충분히 높지 않은 상태인 내당능장애impaired glucose tolerance,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등의 여러 가지 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대사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의 가장 안쪽 막(내피)에 콜레스테롤 침착이 일어나고 혈관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어 그 혈관이 말초로의 혈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말합니다.
사무실이 영등포에 있어 근처 김안과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젊은 내과의사는 사람들이 간 때문에 피로를 느낀다고 말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웅변조로 말했습니다. 지방간 때문에 오후에 나른하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제약회사의 시엠송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는 거짓광고인 셈입니다. 간 때문인 것은 대사증후군임을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