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민족의 운명은 힘으로 결정된다
안창호가 민족의 운명이 힘으로 결정된다고 말할 때에 그는 민족 각 개인의 덕력德力, 지력知力, 체력體力의 총화를 의미했습니다. 그가 급진적인 독립운동가들과 의견을 달리 했던 이유는 정치력이나 경제력이나 병력兵力 같은 것은 개인의 힘의 조직이며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개인이 덕력, 지력, 체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독립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일로 보았습니다.
안창호는 자연계의 모든 현상이 힘의 인과관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사人事의 성쇠흥망盛衰興亡도 임의 인과관계이므로 우리나라가 망한 것은 우리 민족에게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독립을 광복하여 이를 유지하는 것도 민족 각 개인이 힘을 양성하여 이를 조직하는 길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자연계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인류의 역사에도 우연이란 없으므로 우리가 우연으로 본다면 그것은 우리가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회란 힘 있는 자에게는 늘 오는 것이나 힘 없는 자에게는 기회가 소용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우리 스스로 교육하고 수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다음에 오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예비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안창호를 비전론자非戰論者이며 점진론자漸進論者라고 비난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술국치庚戌國恥(1910년 8월 29일,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을 이름) 이래로 우리는 언제나 싸우자 싸우자 하였소. 그러나 싸울 힘을 기르는 일은 아니하였소. 그러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싸우자는 소리뿐이요. 싸우는 일이 있을 수 없었소.
안창호의 독립관은 각 개인의 힘과 힘의 조직에서만 가능하다고 보고 각자의 자아혁신을 우선적인 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자기 수련은 우선은 각 개인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기 수련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으로 승화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개인은 제 민족을 위하여 일함으로 인류와 하늘에 대한 의무를 수행한다.” 또한 안창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손이 닿는 범위를 위하여 사랑하고 돕고 일하라. 이것이 인생의 바른 길이다.”
안창호는 자아 혁신의 기초를 도덕적 개조에 두었습니다. 그는 자아 혁신의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민족성 분석分析, 즉 자아반성이란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우리 민족이 반성해야 할 것으로 허위의 폐습에 젖은 것을 꼽았습니다. 거짓말과 거짓 행실이 민족성의 타락의 원인으로 본 것입니다. 그 두 가지 때문에 나라를 잃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거짓말이 난무하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말을 믿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말로는 그러더라마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가 있나” 등등의 말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억측하게 만들어 단결이 되지 못합니다. 안창호는 민족이 단결되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국민 될 자격을 상실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안창호는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갑신정변甲申政變 이래로 만민공도회, 독립협회 등 여러 결사운동이 있었으나 어느 것이고 3년의 명맥을 지탱하지 못한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주요 원인이 거짓말로 서로 믿지 못한 데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맹세했습니다.
아아 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군부君父(국민의 아버지로서의 임금)의 수讐(원수怨讐)는 불공대천不共戴天(한 하늘 아래서는 같이 살 수가 없는 원수)이라 하였으니 내 평생에 죽어도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아니하리라.
안창호는 “한인의 말은 믿을 수가 있다” 하고 외국인에게 신뢰받게 되는 날이 우리 민족이 사는 날이라고 확언했습니다. 그가 민족성의 타락에서 발견한 또 다른 병통은 공담공론空談公論이었습니다. 남에 대한 비평이었습니다. 빈말로만 떠들고 실천 실행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남을 비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극언極言을 하기도 했는데, 이조 500년의 역사가 공담공론의 역사였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조 500년에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위대한 유산이 적고 오직 갑론을박甲論乙駁과 그로 해서 참무讒誣(참소讒訴와 무고誣告), 탄핵, 비방, 살육殺戮(육살戮殺)의 빈축嚬蹙(남들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미움), 산비酸鼻(몹시 슬프고 애통함)할 기록이 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공담공론에서 나올 필연한 산물이 쟁론爭論과 모해謀害 밖에 없을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공론가의 특징은 남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입니다. 자기의 잘못은 숨기고 남에게는 잘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너나 잘 하세요”라고 들을 법한 일입니다. 남은 애써 했더라도 왜 더 잘하지 못했느냐며 그렇게 해서 쓰겠느냐고 나무랍니다. 그러므로 모든 잘못은 다 남에게 있고 자신은 흠담이나 하는 사람으로 여깁니다.
안창호는 경술국치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요, 그러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책임자가 누구요? 그것은 나 자신이요. 내가 왜 일본으로 하여금 내 조국에 조아爪牙(손톱과 어금니)를 박게 하였으며 내가 왜 이완용으로 하여금 조국을 팔기를 허용하였소? 그러므로 망국의 책임자는 곧 나 자신이오.
안창호는 상해에서 1919년에 다음과 같이 말하여 동포가 서로 투쟁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자손은 조상을 원망하고, 후진은 선배를 원망하고, 우리 민족의 불행의 책임을 자기 이외에 돌리려고 하니 대관절 당신은 왜 못하고 남만 책망하시오. 우리나라가 독립이 못되는 것이 ‘아아 나 때문이로구나’ 하고 왜 가슴을 두드리고 아프게 뉘우칠 생각은 왜 못하고, 어찌하여 그놈이 죽일 놈이요, 저놈이 죽일 놈이라고만 하고 가만히 앉아 계시오? 내가 죽일 놈이라고 왜들 깨닫지 못하시오?
안창호는 책임을 전가하는 일을 비굴한 자의 소행으로 보았고, 또한 민족을 분열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보았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결함이 거짓과 공론임을 파악한 그는 이런 악습을 제거하기 위해 무실역행務實力行, 즉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함을 대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이것이 부분적으로나마 그의 사상의 편린이라고 생각됩니다. 참되고 실속 있도록 힘써 실행하는 것을 습관이 되게 하면 곧 성性이 되어서 법열法悅, 즉 참된 이치를 깨달았을 때와 같은 묘미와 쾌감에 마음이 쏠리어 취하다시피 되는 기쁨을 느끼게 되고 밖으로는 만나는 사람들의 신임과 존경을 받아서 그들의 의지할 바가 될 수 있으므로 지성이 되는 것입니다. 성인聖人이란 바로 지성의 인격을 갖춘 사람을 말합니다.
안창호는 자신을 방문하는 애국의 정열이 있는 성급한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하거든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중생의 질고를 어여삐 여기거든 그대가 먼저 의사가 되라. 의사까지는 못되더라도 그대의 병부터 고쳐서 건전한 사람이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