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렛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나자렛은 해발 380m의 작고 평화스러운 마을로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처럼 보인다.
사방이 야산으로 둘러싸인 높은 분지로서 다른 도시나 마을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아주 한적한 곳이다.
구약성서에서 언급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청동기 시대, 즉 기원전 3000∼200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유대인들의 마을로 알려진 것은 기원전 200년대부터였다.
나자렛이란 이름은 히브리어 “나자르”에서 연유했는데 ‘지키다’ 또는 ‘수호하다’라는 뜻이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식 발음을 따라서 나자렛이라고 부른다.

유다인들은 갈릴래아를 “이방인의 갈릴래아”라고 불렀는데 갈릴래아 사람들 모두를 얕잡아보았음을 알 수 있다.
베싸이다 출신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찾아가 자신이 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자들의 글에 기록되어 있는 그분을 만났다고 예수님을 만난 소감을 말하면서 그는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고 했다.
그러자 나타나엘은 “나자렛에서 무슨 신통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말했다(요한의 복음서 1:44-46).

나자렛은 요셉과 마리아의 고향이며 예수님께서 성장하신 곳이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사람 예수’로 불리웠는데 네 형제와 적어도 둘 이상의 누이와 함께 성장했다.
예수님의 생가는 돌담으로 된 동굴과도 같았으며 방이 칸칸마다 막혀 있어 예수님께서 가난한 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목수 일을 배웠고, 그 자신의 직업 또한 목수였다.
당시 목수는 일종의 조각가이기도 했다.

70년에 로마 군인들이 예루살렘을 함락했을 때 많은 유다인들이 갈릴래아 지방으로 이주했으며, 나자렛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상당했다.
바르 코시바가 132∼135년에 폭동을 일으키자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유대인들이 더 이상 예루살렘과 유다 지방에서 살지 못하도록 했다.
따라서 갈릴래아 지방으로 온 이주민들이 더 늘어났으며, 나자렛은 유대인들의 거주지로 번성했다.
소수 유대계 그리스도교인들만이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연명해왔다.
성전이나 경당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마리아의 집터에 처음으로 마리아를 기념하는 교회가 세워진 것은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 때였다고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황제의 어머니 성 헬레나의 요청으로 326년경 그곳에 교회를 건립했다고 한다.
십자군이 패망의 기로에 서게 된 1187년 살라딘은 나자렛을 점령하고 모든 사제들을 추방했다.
나자렛은 회교도들의 주거지로 변했으며 교회는 1263년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오늘날 나자렛에는 약 4만5천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유대인이 약 2만 명이고 아랍인들이 2만5천 명 가량 된다.
아랍인들의 혼잡한 시장을 지나면 마리아를 기념하는 웅장한 모습의 수태고지 교회에 이르게 된다.
베이지색 건물에 옅은 벽돌색 줄무늬가 장식된 아름다운 교회이다.
폭은 30m이고 길이는 70m로 성지에 있는 교회들 가운데 가장 크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처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수태한 사실을 알렸다는 마리아의 집터에 건립되었다.
1960년에 짓기 시작해서 1969년에야 완공된 지금의 교회가 그 자리에 건립된 다섯 번째 교회라고 한다.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 신부이자 고고학자 벨라르미노 바가티는 교회를 짓기 위해 거의 11년 동안 고고학적 발굴작업을 했다.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사람들로부터 쫓겨나 가파르나움에 거처를 정하고 갈릴래아의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 활동하셨는데 고향을 떠나시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예수께서는 자기가 자라난 나자렛에 가셔서 안식일이 되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시려고 일어서서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받아들고 이러한 말씀이 적혀 있는 대목을 펴서 읽으셨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예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서 시중들던 사람에게 되돌려주고 자리에 앉으시자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의 눈이 모두 예수에게 쏠렸다.
예수께서는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너희가 들은 이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하고 말씀하셨다. …
회당에 모였던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는 모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나 예수를 동네 밖으로 끌어냈다.
그 동네는 산 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를 산벼랑까지 끌고 가서 밀어 떨어뜨리려 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자기의 갈 길을 가셨다. 【루가의 복음서 4: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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