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성지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우리는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로 가는 길에 게르게사 비탈을 통과했다.
게르게사는 예수님께서 마귀들린 광인을 고치신 곳이다.

마귀들은 자기들을 지옥에 처넣지는 말아달라고 예수께 애원하였다.
마침 그곳 산기슭에는 놓아기르는 돼지 떼가 우글거리고 있었는데 마귀들은 자기들을 그 돼지들 속으로나 들어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허락하시자 마귀들은 그 사람에게서 나와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는 비탈을 내리달려 모두 호수에 빠져죽고 말았다. 【루가의 복음서 8:31-33】

우리가 통과한 비탈이 바로 돼지들이 내리달아서 호수에 빠져 죽은 곳이었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헤르몬 산 기슭에 위치한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헤르몬 산은 높이 2,814m로 우리나라 백두산보다 100m 가량 더 높다.
산 정상에는 눈이 쌓이며, 날이 흐릴 때는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골란 고원 북쪽에 있다.
갈릴래아 호수 동쪽으로 해발 1,000m 이상의 높이로 병풍처럼 호수를 두르고 있는 골란 고원은 남북이 약 70km, 동서가 약 20km이며, 넓이는 1,150km2나 된다.
구약시대에는 그곳을 “바산(Bashan)”이라고 불렀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기원전 20년경에 이 지역 일대, 곧 헤르몬 산의 남쪽지역을 헤로데 대왕에게 주어 통치하도록 했다.
그러자 헤로데 대왕은 황제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동굴 옆에 대리석 신전을 건축하여 황제에게 바쳤다.
헤로데 대왕의 아들 헤로데 필립보(기원전 4∼서기 34년)는 기원전 2년경 이곳에 도시를 건설하고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라고 불렀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덧붙여서,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황제의 도시란 의미의 가이사리아와 구별되도록 한 것이다.
가이사리아는 헤로데 대왕이 건설하여 황제에게 기증한 도시로 로마 총독이 주둔하고 있었다.
아그리파 2세(재위 53∼94년)는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를 더욱 확장하고는 네로 황제(재위 54∼68년)에게 충성하는 뜻으로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네로’라고 개명까지 했다.

필립보의 가이사리아가 순례자들에게 중요한 코스가 되는 이유는 베드로가 그곳에서 예수님께 신앙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에 당도했을 때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말하더냐고 여론에 관심을 보였다.

예수께서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에 이르렀을 때에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 하더냐?” 하고 물으셨다.
“어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이번에는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시몬 바르요나, 너에게 그것을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 너는 복이 있다.
잘 들어라.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 감히 그것을 누르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마태오의 복음서 16:13-19】

예수님께서는 시몬 바요나에게 베드로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다.
베드로의 그리스어 발음은 페트로스(Petros)인데 페트라(Petra)는 반석이란 뜻이다.
예수님께서 반석 위에다가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셨으므로 교회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 위에 세워졌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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