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욥의 교훈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욥기』의 저자는 오래 전부터 중동지방에서 전승되어 오던 의인 욥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면서 독자들에게 교훈을 주려고 했다.
1장에서 사단이 “욥이 어찌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리이까?”라고 물은 것은 저자의 신학적 질문이다.


전승된 이야기 속에서의 욥은 시종 경건하고 인내한 의인이었다.
그러나 『욥기』에 나타난 그는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으며 하나님께 반항하였다.
저자는 욥의 성남과 하나님께 대한 항거를 통해서 인간과 하나님의 본질적 관계를 묘사하려고 했는데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본론에 해당하는 3장부터 42장 6절까지는 민간전승의 욥 이야기가 아니라 저자에 의해서 각색된 문학작품에서의 욥의 모습이다.


본론 중 3장부터 27장까지는 욥이 세 친구와 벌인 논쟁이고, 29장부터 31장까지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욥이 하나님께 도전하는 내용이다.
하나님께 대한 도전이 이야기의 절정을 이룬다.
지혜의 장으로 알려진 28장에서의 욥의 모습은 전장에서 보여 준 욥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욥의 독백이 잠언 8장의 내용과 유사해서 누군가가 훗날 삽입했다는 학설이 그럴 듯하다.


32장-37장에 엘리후의 충고가 기록되었는데 마찬가지로 전장에서 볼 수 없는 또 다른 등장 인물의 충고라서 이 부분 역시 훗날 첨가되었음이 분명하다.
31장은 38장으로 직접 연결되어야 문체의 맥이 한결같아진다.


저자는 불공평한 인생의 문제들을 다루었다.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이 당시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이슈였음을 알게 하는데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이다.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비난하자 신실한 신앙을 가진 저자는 하나님의 편에 서서 그들의 비난이 오류임을 지적하려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저자는 잠언에서처럼 명료한 말로 교훈을 주지 못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신학의 주제가 너무 무겁고 존재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느냐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


불공평한 인생, 즉 무고한 사람이 왜 고난을 겪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이 책에는 없다.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는 단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데 욥은 자신의 고결함을 버린 적이 없기 때문에(2:3, 9-10, 27:5, 31:6) 하나님과 계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의 신이기 전에 모든 피조물의 신이라는 사실을 교훈으로 주면서 그분은 의로운 사람과 불의한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시는 무차별한 분이심을 지적하였다.


이 교훈은 사단에게도 해당되는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애착을 가지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사단이 깨달았다.
욥을 방문한 세 친구도 교훈을 받았는데 고난이 개인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응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욥이 받은 교훈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되더라도 고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것과 하나님을 불공평한 분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고난을 겪는 사람들은 극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저자는 욥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진면목을 볼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죄한 사람이 고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하나님께서 우주를 섭리하시는 데 있어 공평하신 분이시라는 점을 그는 역설하였다.


마지막 장에 집착하여 고난 끝에 하나님께서 갑절로 물질의 축복을 주신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저자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다.
마지막 장은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한 내용으로 훗날 삽입된 것이다.
이 장을 삽입한 사람은 아마 욥에 대한 동정심으로 그리 했겠지만 저자의 교훈에 무지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고난 끝에 하나님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치 못한 사람이다.
저자는 욥이 왜 끝내 고난을 받았는지에 관해 알지 못했다고 실토했는데 하나님께서 이 문제에 관해 설명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난을 이상화하여 고난이 좀더 깊은 정신적 깨달음을 준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독자들 가운데 육체적 고통이 사람을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만든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믿음 또한 저자의 교훈과 무관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욥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비록 고난을 당하더라도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는 점과 우주창조는 그분의 공의를 나타낸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주창조는 하나님께서 피조물 가운데 어느 누구보다도 위대하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며 피조물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분을 숭배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위대한 계획안에 포함되었으며 우리에게 그분의 계획은 여전히 숨겨진 비밀이지만 그분을 숭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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