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욥의 성격

<욥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장공 김재준 목사는 욥을 가리켜 인생의 순례자라고 했다.
그를 광야에서 길을 헤매는 고독하고 눈물겨운 순례자에 비유했으며 욥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영혼의 고독에 비유하였다.
과연 욥의 영혼은 고독했다.
그는 생일을 저주하며 차라리 죽음을 갈망했는데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란 키에르케고르의 말에 해당한다.
의지할 데 없을 때 절망은 마음의 병으로 오는 것이다.
절망은 원망으로 그 증세를 나타낸다.
욥이 하나님을 원망한 것은 자신이 직면한 절망에 대한 절규였다.


절망이 인생의 종착역이라면 그것은 인간의 지혜라고 말할 수 없다.
절망의 수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욥에게는 자포자기하지 않고 소망을 키울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그는 인생이 비극이면서 절망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애착과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소망을 키웠다.
참신앙의 씨를 마음에 심은 것이다.
절망의 수렁에서 그는 자신을 변호해 주실 분을 기다리는 소망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고대하는 변호자가 하나님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원망하는 분이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분인 줄 또한 알게 되었다.
욥이 불안정한 마음으로 사막을 헤매듯 방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욥은 양심의 결백을 구원이라고 믿었다.
그는 의로운 하나님께서 결백한 사람을 매장해 버리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의 자체가 구원이라는 믿음이 욥을 지탱하게 한 신앙의 원천이다.
이것은 그가 붙들고 놓칠 수 없는 진리였다.


그러나 그를 괴롭힌 문제가 있다.
왜 의인은 고난을 당하고 악인은 버젓이 잘 사는가 하는 것이다.
욥은 죄 없는 피가 땅을 적실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탄식했는데 이 문제를 판단하기에 그의 이성은 너무 극한 상황 속에 있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하나님과 직접 대면해서 풀어 보려고 했다.
인생에 대한 자유롭고 대담한 태도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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