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GUT)
조자이와 글래소는 1974년에 강력・약력・전기력의 세기가 거리와 에너지에 따라 변화하는 까닭은 이것들이 고에너지상태에서 하나의 힘으로 통일되어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를 대통일이론Grand Unified Theory(GUT)이라고 명명했다. 강력 대칭성이 세 가지 색의 쿼크를 교환가능하게 하고 약력 대칭성은 다른 입자쌍을 바꾸는 반면, GUT 힘 대칭성은 쿼크와 경입자 같은 모든 유형의 표준모형 입자가 서로 교환될 수 있게 한다. 대통일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온도가 극도로 높은 우주 진화의 초기에 (이때의 온도는 켈빈 온도로 100도의 1조 배의 1조 배 이상이며 에너지는 1GeV의 1조 배의 1천 배 이상이었다) 이 세 힘의 세기는 서로 동일했으며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은 하나의 힘으로 융합되어 있었다.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단일한 힘은 서로 다른 에너지 의존성을 갖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힘, 즉 전자기력・약력・강력으로 나뉘었다. 세 힘이 하나의 힘에서 비롯되었어도 저에너지상태에서 가상입자가 각각의 힘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중에 서로 다른 상호작용 세기를 갖게 되었다. 세 힘은 자발적대칭성깨짐spontaneous symmetry breaking을 겪으면서 분리되었다. 힉스메커니즘이 약전자기대칭성electroweak symmetry을 깨뜨리자 전자기력만 깨지지 않고 남은 것처럼 대통일이론 대칭성이 깨지자 현재의 분리된 세 힘이 남게 되었다.
고에너지에서 상호작용 세기가 같아지는 것은 대통일이론의 전제조건이다. 상호작용 세기를 에너지 함수로 표현한 세 개의 선이 모두 힘의 통일을 나타내는 한 점에서 교차해야 한다. 저에너지에서는 강력이 전자기력이나 약력보다 더욱 강하지만 고에너지에서는 강력이 약해지는 대신 전자기력과 약력이 강해진다. 중력을 제외한 세 힘의 세기는 고에너지에서 거의 유사한 값을 가지며 심지어 하나의 값으로 수렴한다. 이는 상호작용 세기를 에너지의 함수로 나타내는 세 개의 선이 고에너지에서 교차함을 의미한다. 세 개의 선이 한 점에서 만나는 것은 엄청난 우연이거나 훨씬 큰 의미를 지닌 지표이다. 힘들이 합쳐져 하나가 된다면 그런 단일한 상호작용 세기는 고에너지상태에서 오로지 하나의 힘 유형이 있다는 지표가 되고, 이때 대통일이론이 적용된다. 힘의 통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연을 더욱 단순하게 기술하기 위한 큰 도약이 될 것이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대통일이론이 “양성자 붕괴를 예측”한다며 그 예측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일이론에서 힘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업쿼크가 약력에 의해 다운쿼크로 변할 수 있는 것처럼 통일된 힘을 통해 쿼크가 경입자로 변할 수 있다. 대통일이론이 옳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전체 쿼크의 수는 일정하지 않을 것이며, 쿼크가 경입자로 변할 수 있으므로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양성자가 붕괴될 수 있을 것이다.
쿼크와 경입자를 이어주는 대통일이론에서는 양성자가 붕괴할 수 있으므로 우리 주변의 모든 친숙한 물질은 궁극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본다. 그러나 양성자의 붕괴 속도가 매우 느린 까닭에 양성자의 수명은 우주의 나이를 넘어선다. 따라서 양성자 붕괴와 같은 극적인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양성자 붕괴를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조자이와 글래쇼의 대통일이론이 옳다면 그에 관한 증거가 이미 발견되어야 했다. 그러나 아직도 양성자 붕괴는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힘의 통일이 자연의 참된 모습인지, 또 만약 그렇다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여러 계산에 따르면 힘이 통일되는 모형은 몇 가지 있는데, 초대칭성모형들supersymmetry models, 호라바-위튼Horava-Witten의 여분차원모형extra dimension model, 라만 선드럼Raman Sundrum과 리사 랜들Lisa Randall의 비틀린여분차원모형 등이 있다. 여분차원모형들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중력을 포함하는 네 가지 힘을 통일하는 진정한 통일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원래의 통일모형들이 대통일 규모의 질량을 가진 입자 외에는 약력규모 질량보다 무거운 입자를 찾을 수 없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1천 기가전자볼트와 1천조 기가전자볼트 사이의 에너지 규모에 질량을 가진 입자가 없다는 대담한 가정에 기초해서 이론을 세웠다. 대통일이론은 끈이론과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입자물리학계 논쟁의 시발점이다. 두 이론 모두 물리법칙을 측정된 에너지보다 최소 10조 배나 높은 에너지에 외삽하고 있다. 조자이와 글래쇼는 현재 자신들의 방식을 뒤집고 저에너지 물리학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