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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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읽었다. 언제 시작했는지는 어느 계절에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처음 이 낡아 보이는 책을 손에 쥔 공간은 이미 나와는 인연을 다 한 곳이 되었다. 손에 쥔 계기도 퇴색되었다. 표지의 작게 세로로 쓴 문학동네는 문학동네임을 강조한다.

'화장'을 읽기 시작했고, 다시 앞으로 와서 읽은 '배웅'은 그 간극이 몇 달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러다 어느날 저녁 앉아 성큼 읽고 그 기세로 이렇게 읽어내렸다. 번역서에서는 보기 힘든 후려침이 느껴진다.


숨을 들이쉬면, 날이 선 공기 한 가닥이 몸 안으로 빨려들어

공기는 한 올씩 갈자져서 몸 안으로 들어왔다.

저녁의 시간들은 물러서는 것처럼 다가왔다. 

모두 p336


해설 또한 분주하다. 

그는 받아들임에 대해 썼다.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음에 대해 썼다. 받아 들일 수 있음에 대해 썼다.

"허무는 기본적으로 성숙한 어른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p372 해설

"중년의 나이란 이 느닷없는 삶의 반전에 대책없음. 그것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p375 해설


2006년 봄에 김훈은 쓰다.

2019년 여름의 끝에 나는 읽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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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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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너무 어렵고 다 말장난 같다고 말하고 추천 받은 시집이다. 해설을 보고 해설 그 자체가 참 좋다고 말하니 그래서 추천 받은 시집이다. 시집은 단아해서 가방에 넣기가 망설여졌다. 처음 펼쳐 본 시인의 말에 가슴은 저렸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p0 나는 문구도 대상도 나도 잊은 채 가슴이 저려왔다. 읽고 또 읽었다. 몇 편의 시를 읽고 그 감상을 유지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올해 읽은 시집 중에는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집 같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p25 꾀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p55


기침은 내가 억울해하고

불안해하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뜨거운 물을

많이 마시라고 말해준 사람은

모두 보고 싶은 사림이 되었다.


p 59 여름에 부르는 이름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그렇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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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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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장이 공간 속에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의 개념입니다."

"이제 공간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가 된 것이지요."

"구슬이 구르는 것은 깔때기의 가운데 부분에서 신비한 '힘'이 나와서가 아니라 깔때기 벽면이 곡선이기 때문입니다. 행성들이 태양의 주위를 돌고 물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공간이 곡선을 이루고 있어서 입니다".

p22 - 23


1905년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아이작 뉴턴의 사물을 추락시키는 힘과 서로 논리적으로 맞지 않음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10년동안 연구해서 1915년 11월 완벽한 해답이 적힌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논문 내용들은 현재의 기술로 재확인되고 증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얇은 책이 말하듯, 그의 이론은 어떻게 작용하는지만 알면 말도 못하게 간다하다고 한다. 그림 밑의 설명처럼.

나는 저 두페이지의 몇 문장으로 내가 어떤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유레카를 왜쳤다.


140여페이지여서, 20세기 물리학의 두 기둥인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을 포함해서 우주, 입자 등 큰 주제에 대해서 아주 쉽고 흥미롭게 잘 성명해준다. 각 내용을 조금만 더 깊게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각 이론마다의 책들을 바로 마주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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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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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소설가와 그 소설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은 20대 후반의 음악에 대한 지식이 있고, 책과 멋진 술을 즐기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넘어 부가 넘쳐흐르고, 수영을 좋아하고, 노화를 늦출줄 아는 자기 관리를 하며, 우수한 사람들이 걸어야하는 길 따위는 걷지 않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도 우수한 사람이 되는 그래서 더 천재적으로 보이는, 게다가 우연히 만나는 여자들은 모두 이상적인 미인이고 그녀들은 모두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부조리를 만난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등장인물들을 만날 때 마다, 그들이 하루키 자신을 투영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주인공 화자와 나머지 남자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몇몇 등장하는 여자들은 다른 그룹으로 묶어 서사하는 방식은 여자분들이 - 내가 아는 여자분들은 모두 다 - 그를 왜 싫어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20대 후반의 그는 회전목마의 데드히트에 있고, 중년의 그는 여자 없는 남자들에 있는 것 같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덜어내고, 좀 더 '단'편적이었으면 좋았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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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다 - 세스 고딘의
세스 고딘 지음, 김태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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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 (Seth Godin)의 마케팅이다 (This is Marketing). 언젠가 부터 Marketing인지 Marketting인지 쓸 때 마다 헷갈려서 결국엔 사전까지 찾아볼 지경이다.

"마케팅은 변화를 일으키는 행위이다." p13으로 시작되는 초반은, 이 책을 마케팅에 관한 두껍지만 종이도 두껍고 빨리 읽히는 주황색 책에서 '철학서'로 재 자리매김하게했다. 물건을 사게하는 것도, 투표를 하게 하는 것도, 자연을 보호하게 하는 것도 모두 '변화'이다.

나는 어떤 것을 '조사'하라고 부탁할 때, 첫 번째로는 각 용어들의 정확한 뜻을 알아내라고하고, 그 조사 범위내의 도메인에서 각 단어들이 뜻에 맞는 기능을하며 어떻게 관계되어지는지 다이어그램을 그려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의 제목은 정공법으로 나에게 도전해왔다. "마케팅이다". 자신의 본질을 객체 없이 '존재 (이다)' 그 자체로 규명할 뿐이었다. 

또한 초반은 최소유효시장 (smallest viable market)이라는 귀중한 열쇠를 이야기한다. '어차피 전체'가 아닌 '전체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마케터에게 최소유효시장의 합리성과 확실성을 보여준다. 

어느 동네의 두 음악학원 선생님이 있을 때, 한 선생님은 대회에 나가 상을 탈 수 있는 곳을 강조하고 다른 선생님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곳을 강조한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학원에 맞지 않는 수강생은 받지 않는다. 이 것은 우리가 진정 (우리의) 고객을 위해 "당신을 -다른 집단의 사람- 위한 것이 아닙니다" 라고 말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업종에 있지만 경쟁자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최소유효시장을 분류해서 가려낼 수 있는 또는 묶을 수 있는 유형화 (typecasting, p58)의 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게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하는 것이다"라는 하버드 대학 마케팅 교수인 시어도어 레빗 (Theodore Levitt)의 이야기를 한다.  이 이갸기는 이 책 전반의 "우리 (동류집단)"라는 집단의 특징까지 확대된다.

마케터는 "우리"라는 집단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우리에 소속되기 위해서 또는 반대로 우리에서 월등히 보이며 나머지 우리를 따르게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전조에 있는 '긴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우리'라는 집단 속에서 사람들이 유지 또는 더 나아가려고하는 '위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매체 또는 수단은 제품의 기능이 아니고 그 기능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감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기능보다 그 기능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더 관심이 있다" p93


현실적인 마케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 그 중의 하나는 캐즘이다.

"캐즘이란 문화를 통해 생각이 전파되는 양상을 나타내는 로저스 곡선 (Rogers curve)에서 간과되지만 종종 치명적인 결과를 부르는 간극을 말한다" 간단하게는 얼리 어답터와 대중의 간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간극을 이을 다리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라고 한다. 새로운 초콜릿을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먹는다고 그 사람의 삶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냅챗이나 인스타에 대해서는 열심히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따라서 함께하면 그 사람의 삶이 개선되기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고원으로 가기 위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밑줄친 것들이 또 있다.


"진실한 모습이어야만 최선의 일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포로가 아니라 운 좋은 아마추어일 뿐이다" p120

"20달러짜리 지폐 그 자체는 무의미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것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다" p123

"생애가치" p300 마케팅비용을 계산할 때, 물건을 하나 파는 것 보다는 한 고객이 일생 동안 물건을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총 가치를 말하한다.


이책은 분량에 비해 특별한 이론의 소개나 사례를 많이 다루지 않고, 어떤 전문가와 우연히 오후에 커피를 마시다 그가 또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갑자기 두서 없이 열심히 한 것을 들은 것 같다. 그 전문가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소화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상대를 앞에 두고 더 많은 것을 좀 더 상세히 이야기하지 못한채 단편 작가처럼 함축하고 추상화시키고 단절하며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보를 얻은 후에 지식에 대해서 사유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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