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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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이름 값에는 조금 못미치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만 책의 마지막 단편인 독서기계 살인사건은 충분히 이름값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시제도의 폐해 중 하나일 수 있을텐데 다이제스트, 요약본으로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은 듯한 착각을 하게하는 세상에 평론가 마저 책을 읽지 않고 독서기계로 자동평론을 하는 세상이라니! 독서가 기능으로 인식되는 세상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라야마 씨. 잘 들으세요. 현재 평론가 대부분이 쇼혹스를 이용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책을 전혀 안 읽어요.- P277

요미와 동료들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책을 읽지 않는데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책을 좋아했던 과거에 매달려 있는 사람, 자신을 살짝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 등이 서점에 드나들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책을 읽었다, 는 실적뿐이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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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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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8천원을 가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상경하여 담당구역인 행운동이라는 별명으로 택배일을 하다가 10만원을 가지고 떠나게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본명을 알 길 없는 택배 동료들 그리고 택배 담당구역인 행운동에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겪게되는 일 들을 과하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는 긴장도 있고, 비밀도 있고, 반전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복선도 있습니다. 어쩌면 택배기사 행운동의 동료들이나 그가 만나는 동네사람들 중 누군가는 나와 닮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표현력 부족으로 재미있다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책입니다. 주인공과 같은 마흔다섯의 나이 5월 제주공항에 서있던 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때의 나는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었다. 12시 정각이엇고 막 서울에 도착한 참이었다. 여벌의 옷이 든 가방, 9만 8천 원이 든 지갑, 마흔다섯의 나이와 텅 빈 시간만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P12

상대가 부탁을 하면 들어주죠, 명령을 하면 반항을 하고.- P33

이 일은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꾸준히 멈추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지.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그게 무척 힘들어.- P150

예전에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놈이라고.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P181

하지만 Call이라 불리는 일은 달라요. 허투루 하면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일도 아니죠. 바꿔 말하면 면도날을 넘어 구원에 이를 수 있는 빠른 일이기도 하고.-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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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파
박해울 지음 / 허블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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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찬기파랑가'를 읽으며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너무 잘 쓴 글이고, 아주 흥미있게 읽은 글 이었습니다. 미래에도 견고한 계급사회는 이어지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 오르파 호는 그 계급사회를 온전히 싣고 우주로 여행을 떠납니다. 있는 자들의 과시욕과 자존심은 오르파 호 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우주 크루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지구에 남아있는 이들에게도 그들의 성이 무너지는 것은 용납되지 않기에 영웅이라는 존재를 통해 모든 것을 영웅담으로 미화하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그 영웅이 실제로는 사회의 유지를 위해 만들어 진 것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완벽한 인간 승무원이 서비스를 책임집니다.- P104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몸에 달 수 있는 기계 장기나 신체도 같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했어. 하지만 변화한 것은 신분체뿐이었어.- P149

충담은 가슴의 고통을 또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말했다.
"그래,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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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3호 환상 인문 잡지 한편 3
민음사 편집부 엮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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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사전적 정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이라고 이 책의 편집자가 찾아봤다고 합니다. 책이 손에 들어오기 전 까지는 인문잡지 이기는 하나 실제 우리가 주변에서 느낄 수 잇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에 대해 기록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이런 것 까지도 지금은 환상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고 실소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환상이라고 합니다. '기본소득' 역시 환상이구요, '교육이 약속하는 좋은 삶' 이것도 환상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사람들과 같이 북한출신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섞여서 사는것,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사는 삶 역시 환상이라고 합니다.

물론 각각의 내용이 그리 단순하지도 않고 무책임하게 환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주제들을 환상의 영역에 놓고 논한다는게 말도 안되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납니다. 앞으로 이런 논의들을 통해 좀 더 정상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이 약속하는 ‘좋은 삶‘ 역시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P127

우리가 현재 진실의 기준에서 거짓과 기만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그것의 생산에 적합한, 그것을 가능케 하는 세계의 진실에 기반한다.- P166

아마 우린 끝내 가질 것이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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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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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을 함께 다녔던 후배로부터 얼마전 카톡을 통해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여러해가 지났고, 결혼식장에 축하해주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예쁜 아기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에 선물해줬던 책은 가끔 읽고 있다고 항상 건강하라는 얘기도 전해왔습니다. 책 선물 받기를 좋아해서 남들도 좋아 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생각으로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 그 해 연말에 제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한 권씩 선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에게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서 죽다'를 선물했던 것 같습니다. 로맹가리의 책은 처음이었고 읽은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당시 북미, 남미를 담당했던 그 친구에게 선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몇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로맹가리의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입니다. 히틀러의 시대가 지난 어느 프랑스 낡은 마을에 사는 시대의 풍파를 겪은 낡은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창녀였던 유태인 로자 아주머니가 돌보고있는 아랍소년 모모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출신, 다양한 경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우며 눈앞의 삶에 충실하며 함께 낡아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희망이 없어보이나 각각의 사람들은 그리 슬퍼보이지도, 우울해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삶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읽고 있는 제가 우울하고 가라앉는 느낌이었고, 그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부러웠습니다.

 

사람이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믿게 되고, 또 살아가는 데는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다.- P61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없어요."- P267

어떤 좋은 책은 천년을 산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 좋은 책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릴 수 있게 해주며 그 모든 좋은 책들은 아무리 늙었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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