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나란히 2024.1.16.불.



비눈이 올 적에는 빗물이나 눈송이가 저마다 하나씩 물알인 줄 느끼지. 그런데 눈비가 오지 않을 적에도 물알은 늘 바람을 타고서 돌아다닌단다. 바람에 물알이 깃들기에 냄새라는 기운을 퍼뜨리고, 이 기운으로도 목숨을 살려. 더구나 바람에 물알이 묻어서 흐르니까 숨을 쉴 수 있어. 다만 “바람을 타는 물알”을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어. 그야말로 조그맣거든. 너희는 “바람을 타는 물알”을 눈이나 코나 얼굴이나 살갗이나 머리카락이나 손발로 느껴. 이 물알을 느끼면서, 메마른지 축축한지 매캐한지 싱그러운지 지저분한지 깨끗한지 가리지. 물알이 없는 곳이라면 죽음터로 여길 만해. 물빛·물기운·물결을 머금을 때라야 삶으로 이어. 물알은 숨을 살리는 알갱이나 알맹이야. 씨앗·씨알이 땅을 살린다면, 물알은 땅과 하늘에서 숨결을 입는 모두를 살리지. 햇빛도 별빛도 너희한테 물알처럼 드리우는 빛알로 여길 만해. 얼핏 빛줄기나 물줄기처럼 죽 잇는 듯 볼 텐데, 모든 줄기는 가없이 작은 알이 고루 잇고 나란히 서는 얼거리야. 너희 몸도, 돌도, 나무도, 덩이진 몸도, 다 다르지만 서로 새롭도록 나란히 맺고 엮는 알 하나가 모인단다. 나랑 너는 나란히 있어. 우리는 다 날아다녀. 물알은 바람을 타고, 너희는 이 별을 타고서 온누리를 누빈단다. 오늘 무엇을 보았는지 떠올리렴. 날마다 이 별을 타고 다니면서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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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우당탕탕 2024.1.17.물.



흔들리는 까닭은 네가 스스로 흔들거든. 안 흔들리는 까닭은 네가 스스로 안 흔들어. 네가 발을 딛고서 살아가는 별은 가만히 있은 적이 없어. 늘 돌고 움직이는데, 꽤나 빠르게 돌고 움직인단다. 너는 이 별이 얼마나 빠르게 돌거나 움직이는지 느끼니? 네가 몸을 이 별에 맞추었기에 ‘별돌이’를 못 느낀다고 여길는지 몰라. 그러나 너는 ‘별돌이’가 아닌, “내가 나로서 보내는 하루”를 바라보기 때문에, ‘땅흔들’을 느끼지 않아. 아니, ‘별돌이·땅흔들’을 문득문득 흘려보낸다고 여길 만해. 어느 곳을 왜 흔들린다고 느끼는지 헤아려 보고, 왜 안 흔들리는지 헤아려 봐. 우당탕탕 달려들거나 서두르지만, 하나도 안 흔들릴 수 있어. 우당탕탕 달려들고 서두르니까 늘 흔들릴 수 있어. 마음을 기울이는 곳에 네가 있단다. 몸이 있는 곳이 아닌, 마음을 기울이는 곳에서 살아간단다. 마음을 기울인다면 ‘우당탕탕’이 아닌 ‘신바람놀이’나 ‘신명노래’로 여길 만하지. 마음을 안 기울이니 어지럽고 어수선하단다. 마음을 곧게 세우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곧게 서겠지. 마음을 안 세우면, 스스로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모르는 채 헤매고 떠돌아. 나비가 무엇을 보거나 그리면서 날는지 생각해 봐. 나비는 아무 데나 안 가겠지. 새가 무엇을 바라거나 꿈꾸면서 노래하고 날아가는지 생각해 봐. 새는 아무렇게나 떠들거나 날지 않아. 남이 쳐다보는 눈은 남이 흔들리는 길일 뿐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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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터널 2024.1.18.나무.



굴에 들어가는 줄 모르면, 갑자기 캄캄해서 하나도 못 보고 놀라거나 무서웁겠지. 굴에 들어가는 줄 몰라도, 스스로 가는 곳을 차분히 바라볼 적에는 곧게 나아가면서 어느새 둘레를 환하게 알아봐. 굴에 들어가는 줄 알지만, 근심걱정에 싫다는 마음이 있으면, 곧 캄캄한 줄 미리 알더라도 어쩔 줄 모르면서 헤매. 자, 그렇다면 어떤 눈과 마음으로 생각을 스스로 심을 노릇인지 짚으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미리 알거나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아. 훅 얼어붙더라도 얼음추위를 누릴 수 있어. 비바람에 벼락이 내리치더라도 비놀이를 즐길 수 있어. 긴 굴(터널)도 짧은 굴도 없어. 숱한 길 가운데 하나인 굴이야. 굼벵이는 나무뿌리 곁 땅밑에서 느긋이 일곱 해나 열일곱 해를 살아가다가 어느 날 살며시 깨어나기로 마음먹어. 날개가 돋은 새몸은 고작 이레나 보름쯤 살다가 포르르 떨어져서 주검이 된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굼벵이는 안 아쉬워 해. 땅밑에서 보낸 일곱 해나 열일곱 해가 아깝지 않거든. 그저 땅밑에서 내내 살아야 할 까닭이 없어. 이곳에서는 이 삶이 있어. 저곳에서는 저 살림을 지어. 어느 곳에서나 하루라는 길을 간단다. 이 하루는 언제나 새롭게 구름과 풀꽃과 바람이 나란히 흐르는 노래길이자 놀잇길이야. 눈을 밝히기에 본단다. 눈을 밝히기에 해도 별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몸짓과 발걸음으로 천천히 누비지.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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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위기



아슬아슬하니 걱정스럽니?

아찔아찔해서 근심스러워?

한숨이 나올 만하고

땀방울 맺힐 만한데


하늘을 구르는 구름을 봐

하늘빛 펼치는 바람을 봐

하얗게 노래해 볼까

파랗게 어울려 놀자


넘어야 할 고개 많으면

기꺼이 마주하며 풀어

거쳐야 할 고비 이으면

기쁘게 달래고 여미지


끙끙거리면 앓다가 끓어

억지로 밀면 힘에 부치네

그저 슬슬 쉬면서 해

함께 살살 놀면서 가


ㅅㄴㄹ


애써 하지만 높다란 담벼락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온힘을 다하지만 고개가 높아 벅찰 때가 있어요. 고비가 찾아와서 그만 주저앉을 때가 있고, 막다른 곳에 놓여 갈팡질팡을 하며 어쩔 줄을 모를 때가 있어요. 한자말 ‘위기(危機)’는 “위험한 고비나 시기”를 뜻한다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아슬’하거나 ‘아찔’이라고 풀어낼 만합니다. ‘살얼음’이거나 ‘가시밭’일 수 있고, 손발이나 살이 떨린다고 여길 만하지요. ‘벼랑’에 내몰릴 적에는 걱정이 넘칠 수 있어요. 불구덩으로 굴러떨어질까 근심이 쌓일 수 있고요. 그야말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벼락이 떨어지고, 크게 물결치면서 흔들리기도 합니다. 이럴 적마다 가만히 숨을 돌리고서 마음을 추슬러 봐요. 고개야 넘으면 그만이에요. 고비도 기꺼이 맞아들여서 더 천천히 나아가요. 쉽게 풀려도 좋고, 어렵게 하나씩 풀어도 좋습니다. 다 다른 길에서 늘 새롭게 바라보면서 이 삶을 배우는 나날이에요. 비를 뿌려서 온누리를 씻는 구름이 부드러이 하늘을 구르듯 지나가는 모습을 올려다봐요. 하늘빛을 머금으면 조금씩 기운이 솟을 만합니다. 살살 놀면서 느긋이 나아가 봐요. 2023.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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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농사 2023.7.21.



봄에 베는 보리이고

여름에 여는 열매에

가을에 갈무리 마쳐

겨울에 겹겹 꿈꾸지


봄이면 봄새랑 일하고

여름이면 바람에 식히고

가을이면 해님을 머금어

겨울이면 눈보라로 재워


새하늬마높에 하늘 읽고

풀꽃나무에 숲을 잇고

논밭살림 조촐히 일구고

해바람비 그득히 있어


말이 씨가 되고

씨앗이 싹이 트고

새싹에 줄기 올라

흙을 짓고 살림 빚지


ㅅㄴㄹ


땅을 갈아서 씨앗을 심는 곳을 논하고 밭이라 이릅니다. 새나 벌레는 땅갈이를 따로 안 하고서 씨앗을 땅에 톡 떨구어요. 사람이 따로 낟알이나 열매를 얻으려고 논밭을 갈고 가꾸고 일구고 짓습니다. 이러한 살림을 ‘논일·밭일’이라 하고, ‘논밭일’이라 하며, ‘흙일’이면서 ‘땅짓기·흙짓기’이고, ‘땅살림·흙살림’에 ‘들살림·들일’이라 합니다. 한자말로는 ‘농사(農事)’로 옮겨요. 수수하게 ‘짓다·짓기’나 ‘가꾸다’라 하고, ‘흙일’이라고도 합니다. 논을 갈거나 가꾸어서 벼를 심고 베어 볍씨를 얻는 길이라면 ‘벼짓기·벼살림’이라 할 만합니다. 철을 헤아려 땅을 돌보는 길입니다. 날하고 때를 살피고, 해랑 바람이랑 비를 고스란히 품으면서 푸른별을 돌아보는 길이에요. 사람도 살고 뭇목숨도 어우러지는 흙빛에 들빛을 사랑하는 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씨앗 한 톨로 밥살림을 북돋우는 길을 빗대어, 우리가 주고받는 말도 ‘말씨(말씨앗)’이라 합니다. 말을 가꾸듯 마음을 가꾸기에 ‘마음씨’라 하지요. 말하고 마음을 가꾸듯 글살림을 보듬는 ‘글씨’예요. 우리는 어떤 씨를 심는 하루인가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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