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쓰기



  바깥마실을 나와서 한글노래를 쓴다. 시골집에서 동생과 즐겁게 놀면서 아버지를 기다릴 큰아이를 그리면서 한글노래를 쓴다. 조그마한 종이에 찬찬히 한글노래를 쓴다. 우리 집 시골순이한테 들려줄 한글노래이지만, 이 한글노래를 마실길에서 만나는 이웃한테도 선물로 주려고 한다. 우리 집 큰아이한테는 그림엽서 뒤쪽에 더 큰 글씨로 옮겨적어서 줄 생각이고, 이웃한테는 조그마한 종이에 적은 대로 줄 생각이다.


  한글노래는 아이한테 들려주는 ‘어버이 이야기’요 ‘어버이 삶’이다. 아이가 한글만 익히거나 알도록 하려는 글이 아니라, 아이가 어버이와 함께 살면서 바라보고 지켜보는 이야기이면서, 한글과 함께 삶노래를 물려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랑이다. 사랑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아서 들려주는 한글노래이다. 그러니까, 한글을 노래처럼 부르면서, 아니 한글을 노래로 부르면서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하겠다. 4348.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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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09 04:29   좋아요 0 | URL
너무 기쁠 거예요.손으로 만든무엇은
그 마음이 잘 전달된다고 믿어요.

숲노래 2015-01-09 08:34   좋아요 0 | URL
손으로 쓰고 짓고 나누는 모든 것은
언제나 아름답게 퍼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

[그장소] 2015-01-09 08:51   좋아요 0 | URL
아.네~그럼요..물론이죠.
기라노 나쓰오의 메타볼라 에서 그런 부분이
나와요. 얼굴은 못나고 밖에서 딱히 해먹고 살게 없는 청년이 공동숙소 같은데서 생활하며 엽서같은데 손으로 시같은걸 직접 적어 낮에 좌판에 파는거예요.
거의 구걸과도 같은 행위지만 지나 던 한
아가씨(술집에 나감)이거 당신이 직접 손 으로 쓴 거냐고..대단하다고. ..곧 그 청년은
그 말에 으쓱해지죠.베껴쓰는 것도 있지만 .자신이 직접 쓰느것을 칭찬받는 일은 아무래도 기분 좋고..싼 값에 팔일 뿐이어도 자부심이 생기는 거죠.내 가 뭔가 해 벌었다..하는. 정성과 인정..그걸 서로
소통하게 하는게 글의 일 이라면 전하는 건 글씨의 일. 아닐까ㅡ생각했었어요.
아..메타볼라 가 맞는지 아~ 확인하고 픈데..도저히 못 일어나겠어요.
누군가 틀리면 정정 해 주겠죠..?
오늘 하루도 화창한 날..보내세요.
함께 살기님.!!^^

숲노래 2015-01-09 09:48   좋아요 0 | URL
시를 써서 좌판에 놓고 파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에서도
서울 광화문 언저리에서 시를 쓰는 아저씨가 떠오르네요.
알라딘서재에도 그분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하며 찾아보는데
안 나오는군요.

네이버에서 `광화문시인 정재완`으로 찾아보시면
그분 이야기를 보실 수 있고 동영상도 있습니다.
이분 시집이 두 권 나온 적 있는데
모두 절판이로군요 ㅠ.ㅜ

저는 광화문시인 정재완 아저씨를
예전에 서울서 살 적에 으레 길에서 만나
(2003~4년) 음반도 사고 부채도 사고 사진틀도 사고 했습니다 ^^

[그장소] 2015-01-09 09:55   좋아요 0 | URL
추억이네요..그 시절! 예전에는 관광지나..유적지 에서 가능한 일.왜..사람이 입간판처럼 앞뒤로 판자를 덮어쓰고..거기에 엉성한 싯귀를 나뭇잎위에..화선지랑 ..나름 꾸며서..
8~90년대 초반 이웃엘 가면 어느 방 이든
시 적힌 세필로 쓴....그런게 있었는데..
그걸 서울 한 복 판에서 무려 2000년대에 보셨다는 거죠?..
생각만 해도 정겹네요.

숲노래 2015-01-09 10:24   좋아요 0 | URL
이분은 요즈음도 광화문에서 그대로 노점을 하면서 시쓰기를 꾸준히 하시는 듯해요. 저는 너무 멀어서 가 볼 수 없지만, 그장소 님이 서울 둘레에 계신다면, 햇볕이 따스하게 비추는 시간에 광화문 네거리 둘레를 어슬렁거려 보시면, 광화문시인 아저씨를 만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장소] 2015-01-09 10:55   좋아요 0 | URL
아..지금의 광화문은넓게 개방된 곳.노점을 하시려면 아무래도 골목..암튼 언젠간 그 한복판을 걷게되면 둘러 찾아 볼 요량..
제겐 남는게 시간이므로..

숲노래 2015-01-10 02:57   좋아요 0 | URL
사람들 북적이는 데에는 안 계실 듯하고, 호젓한 곳에 조용히 앉아서 햇볕을 쬐면서 노점을 하고, 그동안 그곳에서 시를 쓰실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