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 시간 달리며 보다

 


  자전거로 세 시간을 달린다. 고흥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에 있는 우리 집부터 고흥 봉래면 나로2다리까지 달린다. 가는 길에 바지런히 사진을 찍느라 나로2다리 앞까지만 가고 더 나아가지 못한다. 돌아올 길을 생각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도 했고, 사진을 찍느라 자전거를 멈추면 집에 너무 늦는다.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두 아이를 생각하자니, 이제 더 늦출 수 없다.


  어쨌든, 집부터 길을 나선 뒤 나로2다리 앞까지 한 시간 반을 달리며 사진을 찍었고, 나로2다리에서 다시 길을 나서며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한 시간 반을 달렸다. 가는 길은 사진을 찍으며 갔어도 한 시간 반이요, 오는 길은 사진을 안 찍으며 달려도 한 시간 반. 아주 마땅하지만, 갈 적에는 기운이 팔팔하고, 올 적에는 다리힘이 풀리니까. 세 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달리니 집에 닿을 무렵에는 온몸이 뻑적지근하다. 게다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기 앞서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다녀왔으니.


  집에 닿아 몸을 씻고 빨래를 한다. 찍은 사진을 죽 살핀다. 내가 자전거로 이 길을 달리며 무엇을 보았는지 살핀다. 그리고, 고흥에서 태어나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이 고장을 얼마나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바라볼까 하고 생각해 본다. 마복산 기슭을 넘을 무렵 만난 마을에서 비탈밭을 일구는 할배를 바라보며 찍은 사진을 자꾸자꾸 들여다본다. 사람은 왜 태어나서 살아가는가.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누릴 때에 가장 즐거울까. 사람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기쁘게 잠을 자는가. (4345.7.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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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7-05 07:54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남편과 마곡사에 갔다가 그 주위를 두어 시간 걷다 왔습니다. 약간 흐린 날씨라 한낮이지만 아주 덥지는 않았지만 제법 땀이 많이 나더군요. 논, 밭을 따라, 숲을 헤치며 걷다보니 마음이 정돈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평소에 갖기 힘든 시간이었답니다. 눈에 뭐가 반짝 들어올때마다 사진도 꽤 많이 찍었어요.
세시간을 페달을 밟으셨으면 아무리 중간에 잠깐씩 쉬셨다해도 다리가 무척 많이 아프셨겠어요.

숲노래 2012-07-05 07:53   좋아요 0 | URL
여느 때에도 숲에서 살아간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나 미움은
눈녹듯 사라지지 않으랴 싶어요.

숲이 사라지고,
인공 공원만 생기니
사람들이 사랑을 못 키우지 않나 싶기도 해요..

2012-07-05 0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7-05 07:52   좋아요 0 | URL
좋은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 주셔요~ ^^

사람들이 새책도 헌책도
모두 사랑스러운 책으로 여겨
예쁘게 아낄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