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세상의 진정한 새로움을 이해, 발견하게 하는 물리학 이야기 - 벤투의스케치북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독일의 이론 물리학자 자비네 호젠펠더의 책이다. 원제는 [실존적인 물리학(Existential Physics)]다. 책은 다루는 분야(다중우주, 빅뱅, 만물의 이론 등)로 인해 어러운데다가 저자 자신도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과는 거리가 있는 학자이고 연구자다. 인내하며 읽으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꽤 있는 책이다. 본문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에필로그를 통해서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불가지론자이자 비종교인이되 종교적 신념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자신의 책은 현재 물리학이 제기하는 거대한 물음에...

10점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첫사랑, 라두 루푸 - Yujin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얼마 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난 집에 있을 땐 케이블 TV의 클래식 채널을 라디오처럼 늘 틀어두는데, 조성진이 흐루샤 야쿠프지휘로 베를린 필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연주하는 실황이 방영되고 있었다. 문득 조성진이 각 프레이즈 끝에서 루바토를 꽤 길게 뺀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흐루샤 야쿠프를 만나 평소의스타일이 더 크게 드러난 건지 궁금해졌다. 야쿠프는 내게 생소한 지휘자였기에 그에 대한 정보도 궁금해져서챗GPT에게 질문을 던졌고, 조성진과 야쿠프에 대해, 이어서 2악장과 3악장의해석 변화에 대해 얘기하다가 챗GPT...

8점
[리뷰] 《국가 : 훌륭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 《국가》에서 《법률》로 - 겨울호랑이
<국가>
폴레마르코스의 주장이 이런 방식으로 논박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기술의 중요한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기술자는 그 고유한 영역에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좋음'을 각 기술의 능력을 발휘해서 도달한다. 그런데 그는 '올바름'의 가치를 다른 기술들의 경우처럼 그것의 내재적 능력에서 찾지 않고 단순히 사회적인 상호 이해관계에서 생기는 결과의 측면에서만 생각한다. _ 《국가 : 훌륭한 삶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 김영균, p57 이 대목은 《국가》의 핵심 질문을 압축한다. 올바름은 단지 관계 속에서 유용한 것인가, ...

10점
우리는 아직 뇌를 모른다 - 책판다
<뇌 과학의 모든 역사>
처음 뇌과학에 흥미가 생겼던 건, 이 과학이 사람의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 몇 권을 읽었을 땐 이제 곧 꼭대기에다다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인간은 결국 뇌의 노예였다는 사실을 마음껏 외칠 수 있는자신감. 그 후에도 몇 권을 더 읽었다. 그리고 나는 꼭대기에다다랐다. 그게 더닝 크루거 곡선 속 ‘우매함의 꼭대기’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우매함의 골짜기 정도인 것 같은데,이번에 읽은 『뇌 과학의 모든 역사』를 보니 사실 내가 아니라 이 학문 자체가 그 골짜...

10점
벨 에포크(belle poque)시대의 거장 마네 VS 드가 - scott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1789년 7월, 성난 파리 시민들이 절대왕권의 첨탑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절대왕정이 무너졌다.1854년 혁명과 전쟁의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산업혁명으로 도시 근대화 작업에 착수한 파리는 17세기 런던시 재정비에 영감을 얻은 오스만 남작이 17년 동안 진행했던 도시 재정비 사업으로 도로가 정비되었고 각종 도시 기반 시설들이 구축되면서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 했다.1875년 파리에 대리석 장식과 금박 장식의 새로운 오페라 하우스가 문을 열었다.건축가 샤를 가르니에의 이름을 따서 지은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에 부유한 특권층이 ...

10점
살아 나오기 - 스프링버드
<킨츠기>
일본인 작가 이사 와타나베가 상실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다운 그림책을 지었다. 킨츠기는 깨진 도자기를 옻으로 이어 붙이고 금분으로 장식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공예 기법이다. 제목에서 우리는 작가가 말하려 하는 바를 이미 짐작할 수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남은 사람이 깨어진 삶을 이어 붙이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 있어요. 그러나 이 작품이 진정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이 아름다운 방식이 새로워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이와 영원히 작별했을 때 삶은 부서진다. 더욱이 그 삶이 더없이 빛나고 완벽에 가까웠다면 더더욱 산산이 ...

10점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의 시대 진단을 통해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자! - 호떡님
<미세 좌절의 시대>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모른 채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저 자라나는 시간이었다면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내딛고,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이 생기면서부터는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에밀접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관심 유무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로 나아가며나를 둘러싼 이 사회의 문제가곧 나의 문제로 연결되는 이 시점에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해졌는데,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혼란의 시대를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불안'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사회, 정치, 문화 전반에 걸친다양한 이슈들을 통해 느껴지는'불안'...

10점
단단한 땅에 희망의 뿌리가 내리겠지 - 기진맥진
<희망>
내 젊은 시절 이름높던 양귀자 작가님의 소설들을 다 흘려보내고 뒤늦게 읽어보는 중이다. 지난번에 <모순>을 읽었고 이번에 읽은 책은 <희망>이다. 출간된 순으로 놓는다면 이 책이 먼저다. 처음엔 상,하 두권으로 나왔던 듯한데 합권하여 재출간되니 분량이 600쪽에 가깝다. 그래도 가독성이 워낙 뛰어나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총 10개의 장인데 배경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1,2장만 넘어가면 읽기에 엄청나게 가속이 붙어서 어느새 마지막장을 보게 된다.90년도에 첫 출간되었다고 한다. 주 배경은 80년대 후반 쯤...

8점
#나쓰메 소세키 #마음 - bookholic
<마음>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아빠가 오래 전에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그 책에서소개 된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서야 읽어보았단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워낙 밀린 독서리스트가 많아서 그랬어. 아빠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읽고 나서 나쓰메소세키의 책을 서너 권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중에 이번에 <마음>이라는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이 처음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는 사람들...

"예전에 그 사람 앞에서 무릎을 끓었다는 기억이 이번에는 그 사람 머리 위에 발을 올리게 하는 거라네. 나는 미래의 모욕을 받지 않기 위해 지금의 존경을 물리치고 싶은 거지.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움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자유와 독립과 자기 자신으로 충만한 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 대가로 모두 이 외로움을 맛봐야 하는 거겠지." - P50


8점
[마이리뷰] 중드 보다 중국사 - 거리의화가
<중드 보다 중국사>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재밌다. 이 책은 여러 모로 내 기호를 충족시킨다. 일단 중드를 좋아하고 그 중 역사를 담은 고장극을 뽑아 내용을 전개했다. 개인적으로 중드를 본 지 올해로 10년 차가 되었는데 본 드라마는 몇 없지만 압도적으로 고장극을 많이 보았다. 중드는 고장극의 장점이 현대극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는데 작가의 생각도 나와 비슷한 것 같아 반가웠다. 다만 고장극은 중국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기에는 좋으나 현대 중국어 습득력은 포기해야 한다. “삐샤~!” “황샹!” “니먼 트위샤바!” 이런 단어와 문장들만 주로 나오니 회화...

10점
사랑은 타자의 이해를 구하지 않으니. - 잠자냥
<데미지>
사랑은 이해(理解)를 불허한다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 이런 것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때문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닌 타자의 이해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떻게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어떻게 그런 관계에서 사랑이 싹틀 수 있어? 파국이 뻔한데 어떻게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이런 말들은 그래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 이해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당사자들은 타인의 이해를 구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타자들이 이해할 수...

10점
문지방 실전 행복론 - Youngwoong Kim
<실전 한국어>
문지방 실전 행복론문지혁 저, '실전 한국어'를 읽고'중급 한국어'에 이어 읽으려고 했던 '나이트 트레인'보다 조금 더 늦게 출간된 '실전 한국어'에 손이 먼저 간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며 첫 페이지를 열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서 계속 읽게 되었다. 문지혁 작가의 문체와 '초급 한국어'부터 이어온 한국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실력은 갖추고 있지만 어떤 환경이 잘 맞지 않아 제대로 가르치는 자리에도 서지 못하고 등단도 하지 못한 채 여전히 경계(문지방)에서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일에 진심으로 살아가는 ...

8점
과학 하는 천지인 - cyrus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과학>
쉰 살이 된 공자는 천명(天命)을 깨달았다. 《논어》 위정(爲政) 편 4장에 주석을 단 주희(朱熹)는 천명을 ‘사물의 이치’ 또는 ‘하늘이 내린 사명’으로 해석했다. 공자와 고대 중국 사람들은 하늘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그들에게 하늘은 땅 위에 있는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초월적인 존재(천제, 天帝)였다. 중국의 유학을 공부한 조선의 유학자들도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지 않았다. 하늘의 움직임(기상 현상)은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쓴 《중용》에 언급된 하늘은 ‘만물을 덮은 우주’다. 今夫天, 斯昭昭之...

10점
가능한 사랑, 불가능한 이해 : 1938 타이완 여행기 - 양솽쯔 - 키치
<1938 타이완 여행기>
타이완에 가보고 싶다. 타이완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타이완어로 타이완 사람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그것만으로 타이완의 모든 걸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2024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대만의 여성 작가 양솽쯔의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읽으며 든 생각이다. 이 책은 제목에 '여행기'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일반적인 여행기는 아니다. 이 책의 여행지는 '지금'의 타이완이 아닌 '1938년'의 타이완. 규슈 출신의 20대 여성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는 자신의 소설을 ...

8점
장애, 어린이, 부모 - 희선
<밤의 이정표>
무언가 하나만 생각하면 좋을 지도 모를 텐데, 딱 하나만 떠오르지 않는다. 이 책 《밤의 이정표》를 보기 전에 보던 책이 집중이 잘 안 돼서 다 못 봤는데, 이것도 다르지 않았다. 그저 내가 집중하지 못한 거겠지. 읽을수록 괜찮아졌다. 여러 사람 이름이 나와서였을까. 여러 사람 시점이라 해야겠다. 이야기 시대는 1998년이다. 2026년에 1998년 이야기를 보다니. 그렇다고 옛날 느낌이 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가 쓰인 때는 1998년이 아니어서일지도. 작가인 아시자와 요는 1984년생으로 1998년에는 열네살 정도였겠다. 여기에...

10점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쎄인트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_김현호 (지은이) / 샘터사(2026-04-29) 내 어릴 적, 집 한 귀퉁이에 작은 꽃밭이 있었다. 정원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작은 꽃밭이었다. 그래도 서울에 살면서 내 친구들 집에는 그나마 꽃밭이 없는지, 모두들 우리 집에 와보곤 신기해했다. 그 꽃밭 덕분에 그 무렵 친구들보다 꽃 이름을 많이 알게 된 듯하다. 봉선화, 채송화, 맨드라미, 진달래, 개나리, 코스모스, 해바라기 그리고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은 많은 들꽃들도. 삭막...

8점
후리 - 카멜 다우드 - Breeze
<후리>
#후리 #카멜다우드 #민음사 2024 공쿠르상 수상작이기도 한 『후리』는 알제리에서 언급이 금지된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의 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알제리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한 소설이기도 하다. 검은 10년에서 살아난 생존자인 여성의 목소리로 그 사건의 본질에 닿게 한다. 알제리의 오랑에서 거주하는 오브는 과거 알제리 내전 당시 목이 반쯤 잘린 상태에서 구조되었다. 이로 인해 목소리를 잃고 튜브로 숨을 쉬며 살아간다. 그녀의 뱃속에 한 아이를 잉태하였고, 뱃속의 아이에게 후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내전의 상흔과 흔...

8점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거야 - 레삭매냐
<금테 안경>
꼭 10년 만에 다시 조르조 바사니 작가의 <금테 안경>을 읽었다. 아마 그 때,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바사니 작가의 책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 읽지 못했던 <핀치콘티니가의 정원>과 <성벽 아래서>도 이번에는 읽었다. <왜가리>와 <건초 냄새>까지 나왔다면 완벽했을 텐데, 그게 좀 아쉽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걸작은 다시 읽어도 항상 좋은 법이다. 소설 <금테 안경>의 화자는 바로 <핀치콘티니가의 정원>에서 내가 첼레스...

10점
마담 보바리 / 보바리즘 노예 욕망 - 구름모모
<마담 보바리>
책장에 있는 『마담 보바리』 소설은 세계문학전집으로 '보바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소설이기도 하다. 현실의 삶을 부정하고 불만과 불안 증세를 보이면서 행복을 현실이 아닌 이상에서 찾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소설 마담 보바리 부인이 그러하다.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다가 현재의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다가 결국 자신의 행복을 모두 고갈시키는 여인의 삶이 그려지는 소설이다.​​부인의 남편은 그녀와는 다른 모습으로 현실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그녀의 야망과 욕망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인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육체적 욕망, 돈에 대한 탐욕, 열정에서 오는 우수가 모두 같은 고뇌 속에서 뒤섞였다. - P170


10점
공산주의가 문제가 아니다 - 그렇게혜윰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미국에서 1950년부터 1954년까지 판을 친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이었던 매카시즘을 배경으로 하는 필립로스의 '미국 3부작' 중 두번째 책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읽었다. 첫번째 책인 [미국의 목가]가 베트남 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했으니 그보다 더 과거로 흘러간 셈이다. 하지만 화자인 네이선 주커먼의 입장에서 보면 내내 60대의 관점이다. 작가의 분신인 60대 작가 주커먼의 입장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인 베트남 전쟁을 먼저 다루고 그 다음 10대 시절의 매카시즘을 다룬 것이다. 필립 로스의 책을 두번째로 읽다보니 [미국의 목...

10점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하고 강렬하다 - 비의식
<소설 보다 : 여름 2026>
한 해의 〈문지문학상〉 후보작들을 ‘이 계절의 소설’로 세 편씩 선정해 소설선집을 꾸려 펴내는 《소설보다》를 매 계절 읽으며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문득, 아니 새삼스레 알아차렸다고 해야 할까? 이 선집에는 평론가와 작가의 인터뷰들이 해당 단편작품에 이어 실려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며, 평론가들의 세심하고 주의 깊은, 또한 다정하지만 엄격한 시선들을 살필 수 있었다. 특히, 해당 작품을 떠나 작가의 다른 장소와 지면에서의 지나가듯 언급한 말(문장)들 조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려는 노고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이 선집은 탁...

10점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초지능의 탄생 - 단발머리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 중에 토요일 등교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이야기든 심드렁할 때가 많은 첫째가 금방 눈을 밝히며 달려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얘네들(친동생, 사촌 동생 둘)하고는 다르다고. 나는 토요일에 학교 갔다니깐. ​그랬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 달에 두 번은 학교를 가야 했다. 1교시 정도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보내고, 크게 토의할 일 없는 학급 회의를 하고, 자유 시간 보내고, 간단한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겠지만, 학교를 갔다. 가기는 갔다. 토요일에 학교를 ...

8점
가고 싶은 곳은 많이 없는데 걷고 싶은 곳은 늘 있다. - 반유행열반인
<걷기의 세계>
-20260613 저자: 셰인 오마라. 책의 후반부를 읽을 무렵 깨달았다. 뇌과학, 도시생태, 사회학, 진화, 질병 예방 다 끌어다가 걷기의 효용을 두루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도 오늘 하루 그냥 집에만 있었다. 움직이는 게 낫겠지, 하고 오랜만에 실내자전거를 30분쯤 탔다. 저녁은 굽네치킨 고추바사삭과 치즈볼을 먹었다. 그러고서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었다. 곁의 사람이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해는 8시 다 되어서 지는데 7시 반쯤 되었다. 피곤해서 망설이다 같이 가기로 했다. 우리의 걷기는 사뭇 다르다. 나는 빠르게, 넓은 보폭으...

10점
잔혹한 계절이 끝나기는 할까... - 꼬마요정
<태풍의 계절>
지난 주,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에서 1차전을 치렀고 이겼다. 방송에 나오는 과달라하라는 떠들썩하면서 흥겨워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바 멕시코' 문구가 쓰인 멕시코 전통 모자를 쓴 사람들도 bts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도 연신 웃으면서 각자의 응원을 했다.저렇게 화려하고 환한 모습도 멕시코의 한 부분일테다. 그리고 이 책이 그리고 있는 세상 역시 멕시코의 일부분이다. 어쩌면 많은 부분일지도 모르겠지만.이야기는 강에서 부패한 시체가 떠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이들은 강에서 시체를 발견하는데, 그 시체...

8점
다중(평행)우주를 현세에서 산 사람- 페소아 - kinye91
<페소아와 페소아들>
평행우주, 다중우주.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나와 또다른 우주에서 살고 있는 나. 이것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나'는 지구에서는 유일한 존재이고, '또 다른 나'는 지구가 아닌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나는 만나지 못한다. 알지 못한다. 다만, 다른 내가 다른 우주에 살고 있다고 짐작하기만 할 뿐. 즉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고 생각할 뿐.그런데, 이 지구에도 수많은 나'들'이 있다면... 평행우주가 아니라 평행지구라고 해야 할까? 지구 곳에서, 아니 지구의 어느 한 나라에...

10점
[마이리뷰]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 곰돌이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무선)>
작년 이맘때쯤 읽은 팔레스타인 작가 아다니아 시블리의 <사소한 일>이 떠올랐다. 1948년, 이스라엘 점령군의 무자비함 속에 짓밟힌 베두인 소녀의 운명과 수십 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은 과거를 마주해야 했던 팔레스타인 여성의 시선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들에게 그해는 나라를 빼앗기고 총칼 앞에 강제로 추방당해야 했던 ‘나크바(대재앙)’의 시작이었다.그리고 지금, 나는 같은 역사의 다른 자리에 서 있었던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를 펼쳤다. 유럽 곳곳의 오랜 반유대주의와 나치의 박해를 피...

8점
설득의 언어학 - chika
<설득의 언어학>
퇴근 후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무심코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몇십년만에 찾은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딸이 '내가 회장님의 딸이라니!'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어딘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아버지를 찾게 된다면 아버지라는 주체를 더 강조했을 것 같은데, 왠지 '회장님의 딸'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더 부각시키고 있는 듯한 대사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대사에도 신경이 쓰여서 그랬던 것일까?이 책 "설득의 언어학"은 말 한마디에 따라, 말하는 순서나 사용하는 단어, 접속사를 넣어 말하는 것 등이 그 말을 듣는...

8점
겸재 정선의 삶 - 닷슈
<겸재 정선>
조선 후기는 회화가 진경 산수화로 변하고, 그림의 대상과 주제가 성리학적 관념을 넘어서 일상생활, 일반 백성으로 이동하는 한국 예술사의 중대한 변곡점이었다. 그 변곡점을 찍은 사람이 바로 겸재 정선이다. 정선이 개척한 진경 산수화에 대해 사실 교과서에서 절반 만을 가르친다. 진경 산수화가 조선의 산수를 실제에 가깝게 그리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산수화의 주제와 대상이 중국의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산수에서 조선의 산수로 옮겨간 것은 맞지만 진경산수는 그것을 실제에 가깝게 치밀하게 그리기 보다는 대상에서 ...

10점
진실을 진실로 말한다는 것 - blanca
<올빼미의 낮>
어떤 것을 목격하고 진실을 얘기하는 건 생각만큼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하필 그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닐 때, 그리고 나머지 모두가 다 함께 침묵할 때 그걸 깨고 나오는 건 더더욱 그렇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비겁하고, 복잡한 존재다. 레오나르도 샤샤의 <올빼미의 낮>은 백오십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이 정도 분량이면 앉은 자리에서 집중하면 두어 시간 정도면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며칠에 걸쳐 집중해서 읽어야 사건의 내막과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가까스로 이해할 ...

10점
카뮈의 계절 - 꼼쥐
<결혼·여름>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결혼.여름>은 어쩌면 요즘처럼 여름이 무르익는 계절에 읽기 좋은 책일지도 모른다. 알제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성장한 카뮈가 아직 무명작가이던 시기에 쓰인 이 에세이집은 청년 카뮈의 사유가 담긴 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만 당시의 카뮈는 여러 도시를 직접 여행하는 동안 육체가 감각하는 이 세계를 인식하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삶에 대한 은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글들을 여러 편 남김으로써 부조리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를 준다."그렇다, 나는 현존한다. 지금 이 순간 놀라운...

6점
괴테 연구의 쓸모는 무엇인가 - 다락방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책이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을 것 같다.대학 교수인 '도이치'는 아내와의 결혼기념일에 아내, 딸과 함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마시게 된 차tea 티백 꼬리표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p.19책 속에 나온 이 구절의 번역은"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p.44이다.티백 꼬리표의 이 구절에는 괴테가 한 말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괴테 연구자의 일인...

8점
누구나 자기 눈으로만 본다 - Falstaff
<견딜 수 없는 사랑>
. 매큐언을 읽은지 벌써 두 해가 지났다. 이이를 떠올릴 때마다 조금씩 놀라는 건, 이이의 작품을 꽤 많이 읽었다고 여기고 지내건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 이름만 눈과 입에 익어 늘 친숙한 반면 정작 작품을 들이대면 별로 안 읽은, 글 좋은 작가가 이언 매큐언이다. 내 경우에 그렇다. 뭐 어쩌겠어? 팔자 또는 이이의 나의 인연이지. 최근에 읽은 매큐언이 <나 같은 기계>인데, 한정판 가정용 로봇 사용기라고 생각하면 되는 조금 SF 소설이다. 그거 읽으면서, 매큐언이 이런 장르의 작품도 쓰는구나, 과학 분야로도 상당...

6점
[마이리뷰] 좁은 문 - 물감
<좁은 문>
저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괴로워서 죽을 것만 같았던 일들도 시간이 흐르고 보니 점점 무뎌지고 그럭저럭 살만해졌거든요. 그 같은 일들을 몇 번 반복 경험해서 그런지, 언젠가부터는 힘든 상황이 닥쳐도 나중 되면 괜찮아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꼭 문제를 해결해서 좋아지는 것만은 아니에요. 인간은 도무지 손쓸 방법이 없어 질질 끌고만 있는 상황 중에도 곧잘 적응하기 때문이에요. 해결도 않고 딱히 덮어둔 것도 아닌 고민거리들은 어느새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지만 아주 한 번씩 따끔거릴 때가 있을 뿐이죠. 잊고 ...

6점
남의 것을 탐하지 마라 - 구단씨
<훔친 여자>
카페에서 일하는 로라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자기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엄마와 동생들, 집안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버지는 자기 편이 되어줄 수도 없다. 독립해서 살고 있지만 늘 돈에 쪼들린다. 작가가 되고 싶지만, 아직 책 한 권도 출간하지 못했다. 언젠가,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바라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긴 올까? 카페에서 일하는 게 유일한 생계 수단인 그녀에게, 어느 날 인생 전환을 맞을 기회가 온다.설마 그게 기회일까 싶지만, 손님으로 온 테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카페에 오는 손님 ...

8점
기억의 여백에서 흐르는 스티비 닉스 - 최변
<상상 속의 삶>
앤드루 포터의 문장들은 가을날 늦은 오후의 햇살처럼 찾아온다. 비스듬히 기울어져 방 안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비추고, 그곳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먼지의 입자들을 눈부시게 들추어내는 그런 빛 말이다. 그의 첫 장편이 남긴 뜻밖의 평이함 속에서, 이 작가는 본래 짧은 호흡의 마술사가 아닐까 의심한 적이 있었다. 눈부신 데뷔작이 던진 강렬한 인상과 그 뒤를 이은 단편들의 서늘한 아름다움에 너무 깊이 매료되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다시 그의 신작 《상상 속의 삶》을 펼쳐 든 것은, 그가 이야기의 이면에 숨겨둔 삶의 어떤 기묘한 균열들을 아주...

10점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상상하는 이유 - 그레이스
<이끼숲>
오래 전 로이스 로리의 『The Giver(기억전달자)』를 원서로 읽고 영어로 토론할 때의 일이다. 소설의 내용 중 각 가정에 잘 맞는 아기를 배정해주고, 재능에 따라 직업을 정해주는 것에 대해, 어떤 회원이 convenient라는 단어를 써가며 편리하고 이상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확신 없었던 때와 혈육이라 해도 항상 관계가 좋은 것은 아닌 경우를 예로 들며, 차라리 완벽한 시스템이 있다면 가족과 직업 같은 것들을 정해주는 것도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때는 웃으면서 지나갔는데, 돌이켜 보...

10점
금 긋기, 경계 짓기, 선 넘기와 회복에 대하여 - mazinga
<성역>
『성역』의 어두운 분위기는 긴장을 고조시킨다. 악 자체처럼 보이는 포파이, 문제를 일으키고 무책임하게 외면하는 인물 가우언, 폭력의 대상이자 자기 보호와 합리화를 위해 타협하는 여대생 템플 드레이크, 정의 실현을 목표로 행동하고 싸워나가지만 공고한 벽에 막혀 무력하게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변호사 호러스 벤보, 템플과는 다른 계층의 여성 루비 라마, 루비의 실질적 남편이자 토미 살해의 누명을 쓰고 투옥된 구드윈 등 책 속 인물들은 갈등 상황에 반복해서 빠져들고 헤어 나오기 위해 애쓴다. 『성역』(이진준 옮김, 민음사, 2007,...

8점
소금이 바다에 있는 건 맞지만... - 페넬로페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이 흥미로웠다.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라는, 너무 당연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던 문장에 소설의 내용도 특별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본문에서 어린 화자가 바다에 왜 소금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사람들이 소금을 싣고 와서 바다에 뿌렸다고 얘기해주고 어머니는 그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 문장은 상징하는 것이 많고 소설 전체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바닷물에 소금이 들어있어 짜다는 과학적 사실마저 가부장적인 남자의, 말도 안 되는 농담 섞인 한 마디로 무시될 수 있다. 또...

8점
그럼에도 삶은 이어진다[눈과 돌멩이] - 모시빛
<눈과 돌멩이>
그럼에도 삶은 이어진다눈과 돌멩이-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위수정,김혜진,성혜령,이민진,정이현,함윤이, 다산책방, 2026-01-23. 대상작으로 최종까지 논의된 작품이 위수정 작가의 「눈과 돌멩이」, 이민진 작가의 「겨울의 윤리」라고 한다. 대체로 수상작 모두 재밌게 읽었으나 나 또한 이 두 작품이 소설의 분위기나 문체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러고 보니 둘 다, 겨울 이미지다. 일본의 눈 덮인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눈과 돌멩이」를 읽으며 『설국』이 생각났다. 특히, 일본의 설경을 배경으로...

10점
우리가 잃어버린 최소한의 관심 - 자목련
<달걀의 온기>
저마다 사정이 있다. 그 사정을 듣고 헤아려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도 어렵다. 내 사정에 더 급하니까. 나 살기도 급급하니까.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야 시선을 돌리게 된다. 그제야 안타깝고 속상하고 미안하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누군가 대책을 세우겠지 생각한다. 당사자가 아니면 그렇게 잊힌다. 어쩔 수 없다. 거들어봐야 좋은 소리도 못 듣고 오지랖이라는 책망만 돌아오니까. 관여하면 고소 고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쓰고 보니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그러나 자신 있게 나는 예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