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예술이 밥 먹여 주나? - hnine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나에게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는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보다 훨씬 먼저, 초등학교 5학년때 왔다. 초등학교 5학년때 예능계 학생들을 위한 예원 학교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단순히 취미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우리 반 친구 하나가 예원 학교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으니 나도 준비해서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며칠 고민을 하다가 엄마에게 말씀드렸더니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 '취미로만 하거라.' 그 말씀에 바로 주저앉음. 그러고도 마음 속에 남는 미련을 지우기 위해 나 자신을 설득시킨답시고 스스로에게 ...

10점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기다리는 존재다 - 초란공
<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기다리는 존재다《네, 그런 곳이 정말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폐허가 된 유토피아를 찾아서 페데리코 구스만 루비오 지음조구호·남진희 옮김 [알렙] (2026) 시간을 살아남아 이제는 고전이 된 《유토피아》는 15-16세기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 토머스 모어의 작품이다. 그의 글을 읽지는 않아도 이 작품은 텍스트로서, 문학으로서 5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유산으로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청빈하고 공정한 재판관으로도 존경을 받았던 모어는, 헨리 8세의 권위에 맞서 옳지 ...

[1] "유토피아는 관념이 실현된 곳과 관념 자체가 동일시되고 혼동을 일으키는 환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유토피아는 하나의 텍스트로 있었다. 예컨대 유토피아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정치적인 선언 가운데 위치한 문학 장르이기도 하다." - P11


8점
[마이리뷰]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곰돌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전쟁터로 변한 도시를 떠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엄마 아빠와 떨어져 낯선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져야 하는 상황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까.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미 집안에 감도는 불안한 기운을 느낀 순간부터 이 모든것이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을지도. 그래서 헐레벌떡 뛰어나와 두 팔로 맞이하며 쌍둥이 손자들을 향해 “우리 강아지들”이라며 반겨주는 게 아닌, “개자식들”이라고 부르는 할머니를 마주하면서도 겁먹거나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사람들이 너무나 현실 같지 않아서, 도저...

10점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 테일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우리는 지겹게 싸워댔다. 우리를 우리로 묶는게 어색할 정도로 싸웠고 싸운다. 역사부터, 언어, 운동 경기의 내용, 사람들의 외모, 냄새, 피부색, 유행의 시발점, 연애방식, 문화, 서로 너네한테 관심이 있니 없니 하는 문제로도 싸우고 있다. 그만큼 오래도록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면이 라멘부터 시작했느니 면의 시작이 중국이니 하는 말들은 너무나도 유명해 이제는 시비를 붙여오는 일도 적고, 만두와 교자, 만터우, 딤섬 같은 음식들은 어느 나라를 가던 대체로 호불호없이 모두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같은 뿌리를 둔 음식...

6점
[마이리뷰] 대구 - 지하철 독서가
<대구>
마크 쿨란스키의 대표작이자 오랫동안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전설의 책이 재판되었다. 그간 <연어의 시간>, <우유의 역사> 같은 마크 쿨란스키의 책에 매료되어 중고로라도 <대구>를 구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기에 재판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구매했더란다, 하지만 김유태의 <나쁜 책>에 수록된 책들을 읽는 게 올해의 독서 목표여서 <대구>는 순서가 한참 뒤로 밀려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이 책 <대구>가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97년이었다. 생선의 한 종류에 불과한 대구가 ...

10점
불안 속에서도 내일로 걸어가는 우리에게 낙관 한방울. - 아베오베
<물거품에 거품 물지 않기>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열심히는 필요없어. 잘 해야지.”같은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요즘에는 특히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누군가는 승승장구하는데 나는 제자리, 내가 준비한 기획은 그냥저냥 흘러가나 수챗구멍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져버린다. 결국 결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나의 시간은 그냥 흘러간 것이다. 실패라는 이름으로 시계추마냥 집과 회사를 왔다갔다하는.⠀그래서 그럴까. 쉽게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한 회사에서 오랜세월 근무하는 것이 경이로운 수준이다.5년, 10년, 15년… 그렇게 회사를 지속적으로 다닐 수 있는게 정말 따...

8점
비극도 청명하고 경쾌하게 파박거려 - Falstaff
<한낮의 불운>
. 지도로 보면 파리 중심가에서 오른쪽 마른 주의 르페뢰쉬르마른에서 1972년에 태어난 편집자 겸 소설가. 2000년에 데뷔했다니 연륜이 짧지 않다. 문학상도 숱하게 받았고 특히 《한낮의 불운》으로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을 받아 상금 10유로를 챙겼다. 단편소설 여덟 개를 실은 책. 다 재미있게 읽었다. 공쿠르-단편소설상을 받을 만하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정치하고 치밀한 문장이나 특정한 주제를 던지는 무게감 있는 작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주로 비극인데 그리 큰 비극도 아니고, 비극마저 경쾌하다. 예를 들어 제일 앞...

8점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 것들 - cyrus
<세부 속으로>
사소한 것들은 가볍다. 보잘것없는 것들은 가엽다. 이 자그마한 것들은 잊히면 시나브로 사라진다.무미건조한 것들은 무용하다. 무무(貿貿)한 것들은 무시당한다. 이 하찮은 것들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시나브로 사라진다.점점 잊히는 것들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그러나 ‘진지한 관찰자’는 세심한 관심을 드러낸다. 세상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다. 그들은 자그맣고 하찮은 것들을 열심히 주우러 다닌다. 영국의 문학 비평가 제임스 우드(James Wood)는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세부 사항(detail)’이라고 ...

10점
인간은 과연 이성적일까? - 오네긴
<지하로부터의 수기>
오랜만에 읽는 도스토옙스키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접할 때 읽기 좋은 책이다. 개인적으론 <죄와 벌> 못지않게 작가의 사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총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은 '나'이다. 그는 퇴직 관료로서 줄곧 지하에서 살고 있었는데 독자들을 향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 지하에 홀로 틀어박혀 있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마흔 살 정도 먹은 주인공은 예전엔 관료였지만, 먼 친척으로부터 많은 유산을 물려받게 되자 다...

나는 병자다.. 나는 못된 인간이다. 영 매력이라고는 없는. 인간이다.


10점
좁혀지지 않는 거리 - 자목련
<노 피플 존>
예약된 병원 검사 일정을 변경했다. 병원 고객센터의 직원이 담당 부서로 전화를 돌려주며 대기하는 시간은 꽤 길었다. 내가 원하는 날짜의 시간과 검사가 비어있는 날을 맞추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몇 번의 기다림 끝에 일정을 변경했다. 검사를 미루기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느끼기에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았고 지난번 외래에서 만난 의사의 말이 컸다. 의사가 확실한 믿음을 주는 말을 한 건 아니다. 그가 들려준 가장 큰 믿음은 과거 외래에서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말이다. ​의사와 환자인 나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존재한다. 나는 가까이...

10점
상상 속의 삶 소설 앤드루 포터 - 구름모모
<상상 속의 삶>
학창시절 아버지의 직업적 추락과 소문으로 성장기를 보낸 화자가 40여 년 동안 생존 여부를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아버지의 그때의 일을 추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조각처럼 기억속에 남은 그 시절의 아버지와 지켜보면서 방황하는 아버지의 혼돈의 시기를 혼자서 눈물 흘리며 견디고 있었던 어머니를 회고한다. 현재 화자도 아내의 제안으로 별거 중인데 아내가 남편에게서 느끼고 있는 거리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하면서 남편의 일상까지 침투한 그날의 아버지 사건에서 마주할 것들을 묵시적으로 지지한다.​​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

거의 매일 우리가 형편에 맞지 않게 살고 있다고. 점점 더 빚더미에 올라앉고 있다고 한탄...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이사라고. - P213


8점
맹렬한 시간의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라 - 레삭매냐
<댈러웨이 부인>
드디어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한 권 읽었다. 우연히 스레드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 대한 소개 글을 읽었고, 그것을 계기로 읽다말다를 반복하던 <댈러웨이 부인>을 완독할 수가 있었다. 너튜브의 플롯 서머리 콘텐츠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제법 도움을 받았는데, 책읽기가 본궤도에 오른 다음에는 그냥 내리 읽을 수가 있었다. 20세기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을 대표한다는 울프의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다니. 역시 어느 책을 만나게 되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0점
암석, 대기, 바다, 얼음, 생명체의 상호작용을 논한 책 - 벤투의스케치북
<찻잔 속 물리학>
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헬렌 체르스키의 책이다. 헬렌 체르스키는 자연과 사물을 설명할 때 '기계(Machine)'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저자가 대상을 기계로 표현하는 이유는 물리학자이자 해양과학자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체르스키는 바다나 인체를 단순한 물질의 덩어리가 아니라, 태양에너지나 영양소를 받아 전 지구적·생명체적 규모로 순환시키는 동적인 독립 시스템으로 바라본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바다의 해류와 밀도 변화, 인체의 세포와 근육 움직임이 모두 정교한 물리학적 규칙에 의해 한 치의 오...

10점
쥬디 할머니 - 웃다가 문득 서늘해지는 마음 - Ganesa
<쥬디 할머니>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이상할 만큼 오래 남는다. 읽는 동안에는 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이 많은데, 책을 덮고 나면 그 웃음이 어느새 서늘한 질문으로 바뀌어 있다. 『쥬디 할머니』 역시 그랬다.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다른 시대와 다른 인물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가 평온하다고 믿는 일상은 얼마나 쉽게 균열을 드러내는가.이번 단편집에서 특히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은 표제작 「쥬디 할머니」와 「애보기가 쉽다고?」, 「부처님 근처」였다. 세 작품은 노년, 돌봄, 전쟁이라는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모두 평범...

10점
뤼시앵은 환상을 잃어버렸고 다비드는 삶을 되찾았다 - 꼬마요정
<잃어버린 환상 3>
2권에서 뤼시앵은 빈털터리가 되었고, 3권에서야 비로소 앙굴렘으로 돌아온다. 뤼시앵은 파리에서 다비드의 서명을 위조하여 3천 프랑의 어음을 발행했는데, 이는 다비드를 커다란 위험에 빠트린다.당시 프랑스에서는 '돈' 보다는 '어음'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종이돈 즉 지폐는 불신의 대상이었고, 주로 경제활동은 어음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어음이란 기간이 도래하여 돈이 되든, 누군가 할인해서 돈으로 바꿔주든 해야 되기에, 처음 뤼시앵이 자신의 소설 '샤를 9세의 궁수'를 팔아 손에 쥐게 된 5천 프랑의 어음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10점
불편한 책이 나를 만든다. - 바람돌이
<딸기 이론>
여성, 이주, 노동자3가지 중 어느 것이 당신의 정체성에 규정적인 것인가? 당신의 삶에 결정적인 규정을 하는 것은 여성인가? 이주인가? 아니면 노동인가? 나를 규정하는 것은 저 3가지의 조건 중 여성과 노동자이다. 저기서 이주 하나가 빠진 것 만으로도 나는 적어도 나의 노동이 나의 여성성을 억압하지는 않는다. 자 당신이 한번 떠올려보라. 여성과 노동자가 합쳐진 모습을.... 나의 모습이든 타자의 모습을 떠올리든 사실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다종 다양한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당신이 떠올린 여성 노동과 내가 떠올린 여성 노동은 같을 수도...

8점
˝우리는 왜 이기지 못했나˝ 세계 최강 미국을 결딴낼 뻔한 10년 전쟁의 악몽을 되짚다. - 구데리안
<베트남전쟁>
입만 열면 미국과의 혈맹을 강조하는 우리로서는 섭섭하지만 오늘날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아예 잊혀졌다고 할 수는 없어도 극동의 오지에서 벌어진 지루하고 재미없는 싸움으로 여기는 것은 분명하다. 할리우드에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디보션(Devotion)>라는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장진호 전투보다 미 공군 최초의 흑인 조종사였던 제시 브라운(Jesse LeRoy Brown) 소위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이라. 게다가 블록...

10점
#카멜 다우드 #후리 - bookholic
<후리>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아빠는 유명한 문학상 수상작이라고하면 이상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책을 추천받는다는 느낌도 들고,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인터넷 서점에서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면 일단 살펴보게 돼. 그 중에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은 더 눈에들어온단다. 왜냐하면 그 동안 읽은 프랑스 콩쿠르 수상작들은 문학상 수상작 치고 재미도 함께 보장되었거든.. <오르부아르>, <그녀를 지키다>, <아노말리>, <타니오스의 바위&g...

이 전쟁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난 이렇게 대답했어.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아마도 역사가 우리에게 주지 않은 천국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아니면 굶주린 신에게 먹을 걸 바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어머니들의 자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식민 통치자들이 떠난 이후 땅과 농장과 살림살이를 나누기 위해서였을까. 이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우리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어. "이 전쟁은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시험지가 물었어. 십 년, 아니면 거의 그만큼.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불행은 날짜를 지워버리고, 절대로 못 박지 못하게 하지. - P149


10점
우리가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 반유행열반인
<별빛이 떠난 거리>
-20260711 저자: 빌 헤이스. 스스럼없이 모여 하고 싶거나 해야 하는 걸 한다. 치킨과 함께 술을 마시든, 음악을 틀어놓고 땀에 푹 절어 운동을 하든, 원탁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든. 아픈 사람의 동선이 낱낱이 밝혀지는 일은 없다. 집에서 나왔다고 경찰에 잡혀가지 않는다. 감히 코인노래방이나 헬스장에 갔다고, 정말 미쳤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미어터지는 지하철,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다들 휴대전화를 들고 각자의 세상에 빠져 있다.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다. 마스크를 사려고 ...

8점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정세랑 - Breeze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당신의독자가될게요 #정세랑 #마음산책 한 권의 책을 쓰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꾸준히 써야 하고, 결과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메모들이 쌓여 커다란 산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진리다. 메모장이 모여 산을 이룬 장면을 생각하니, 유명 관광지에 있던 것들이 생각났다. 그저 예술작품으로 바라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작가들은 글쓰기라는 숙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듯하다. 작가의 글쓰기 방식은 당연히 궁금하다. 하지만 미래의 창작자가 궁금해하는 글쓰기는 좀 더 다를 ...

8점
노동자들이 안녕한 세상은 언제 오려나? - kinye91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안녕하세요?"이 인사말은 안녕하지 않은 시대에, 상대의 안녕을 바라면서 건네는 말이다. 얼마나 살기가 힘들었으면 예전에 "밤 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있었겠는가?그러니,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우리나라에서, 어떤 노동자들은 성과금으로 수억 원을 받기도 한다는데, 그러한 노동자들이 언론을 장식할 때 그들에 가려진 더 많은 노동자들은 과연 안녕할까?노동자들이 안녕하지 않은 세상,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법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일터로 갔다가 집으로 ...

8점
하나의 자아가 죽고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것이 성장 - 그렇게혜윰
<다른 목소리, 다른 방>
2010년 즈음엔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의 책을 우르르 사들였다. 그중 한 사람이 트루먼 카포티인데, 내가 그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인 콜드 블러드]로 지금은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해 수없이 감탄을 했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뭔가 시니컬하고 독특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가 오드리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썼다는 게 놀라웠다. 그래서 소설도 읽어보고 영화도 다시 봤는데, 영화와 소설은 결이 달랐고 어쩌면 작가는 이 영화에 만족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 그...

8점
온 세상을 품은 사랑이라는 것 - 비의식
<초판본 독일인의 사랑>
치열한 고등학교 입학시험 준비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고. 중학교 1학년이거나 2학년 즈음의 내 습관적 행위가 이어졌던 시기였을 것이다. 학교가 있는 계동 골목을 내려와 당시 유일한 대형서점인 종로서적으로 향하는 것이 하나의 생활패턴이었다. 정말 오래된 시절의 얘기지만, 결코 오래전 얘기로 기억되지 않는 얘기다. 어쩌면 그 시절의 책 읽기가 내 언어와 태도와 행위를 구성했는지도 모르겠다. 막스 뮐러의 책은 아마도 아껴 모은 돈으로 한권이라도 더 읽기위해 값싼 문고본으로 서너 권씩 구입해 읽었던 책들 중...

10점
당신이 읽은 이 거대한 한 편의 시 - 잠자냥
<바라모>
오늘은 월급날, 당신의 통장에는 일정한 금액의 월급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 숫자에서 또 일정한 금액들이 이런저런 곳으로 빠져나간다. 카드 값, 공과금, 보험비 등등. 몇 푼의 금액-숫자가 통장에 남을 수도 있고 다 빠져나간 채 통장은 텅장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통장에 들어왔던 것은 돈인가? 숫자인가? ATM 기기 앞에 서서 은행에서 발급받은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몇 장의 지폐를 출력해서 손에 넣어보지 않는 한, 그것은 영원히 숫자에 불과할 뿐...

10점
단종애사를 읽고 생각해본 것들 - 즐라탄이즐라탄탄
<초판본 단종애사 (端宗哀史) : 1457년 청령포, 단종을 지킨 남자 엄흥도 이야기, 무삭제 최신간>
이 책의 제목은 ‘단종애사‘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종의 모습보다는 단종과 직접적인 대척점에 있는 수양대군을 필두로 하여 그외 다양한 인간군상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가장 먼저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수양대군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는 측면들이 많지만, 독자인 나는 이 소설 곳곳에서 기존 수양대군의 이미지와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수양을 보필하는 정인지, 한명회, 신숙주 등과 같은 사람들이 화근을 미리 없애기 위해서라도 단종을 하루속히 죽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간언하지만, 수...

10점
만나고 헤어지고 - 희선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예전에 라디오 방송을 듣고 유수연 시인 첫번째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를 만났다. 그때 무척 어렵게 느껴서 두번째 시집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를 만날지는 몰랐다. 우연히 여기 담긴 글을 다른 데서 보고 이 시집에 관심이 갔다. 내가 본 건 ‘시인의 말’이다. 그것도 시와 같구나. 시인의 말은 멋지게 쓰는 듯하다. 문학동네에서는 그것만 모아서 낸 것도 있는데. 기념책이던가. 여러 시인의 말을 한곳에서 만나는 것도 괜찮겠다. 유수연 시인 첫번째 시집은 많이 어려웠다. 이번에 만난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는 그때보다 ...

10점
[리뷰] 빛을 먹는 존재들 - leonY
<빛을 먹는 존재들>
번역가 이름을 유심히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자꾸 옮긴이 이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정지인. 낯익은 이름이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옮긴 사람이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문장이 참 편안했다. 원서를 번역한 티가 나지 않고 그냥 누군가 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이랄까. 어려운 개념도 술술 읽히니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그래서인지 책 한 권을 읽었다기보다 좋은 이야기를 오래 들은 기분이 들었다.식물을 관리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여러 번 ...

10점
편리함을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포기했는가? - Orca
<필터월드>
출판사의 서평단 모집 활동이 점점 인스타그램으로 넘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도 작년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최근에는 아예 사용을 포기했다. ‘팔로잉’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계속 이어지는 피드를 넘기는 게 전부인 플랫폼에는 사용이라고 할 만한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 외에 피드를 나의 관심사에 맞게 조정할 방법이 없는 것은 물론, 게시물을 올려도 원하는 방식으로 분류하거나 사진을 교체할 수 없고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해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야...

10점
음악이 기억하는 것을 듣는 일 - 스프링버드
<애도하는 음악>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예술이 세상에 대한 무의식적인 연대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은 세상에 대해 증언할 의무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도르노의 이 말을 음악에 특정해서 살펴본다. 음악은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의 본질적인 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음악을 통해서 과거와 연결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역사에 무엇인가를 되돌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작곡가가 곡을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면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연주자와 청자는 매번 다른 의미를 거기에 더하고 ‘위대한 음악 작품은 그...

10점
[마이리뷰] 집 아닌 곳에서 - 거리의화가
<집 아닌 곳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역사 공부에 바쳐온 한 사람으로서 나는 ‘과거’에 매혹을 느껴왔다. 그러나 나 자신이 보려 애쓰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은 언제나 위압적일 정도로 거대한 세계였다. 사람들의 삶에 관해 읽을 때라도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 것은 거창한 교훈을 얻으려는 욕심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과거’에 대한 내 이해가 매우 치우쳐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서 있던 무대는 유럽식 역사관과 유교식 자기 수양 정신 양쪽의 지배를 받는 곳이었다. - P11~12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한 방편으로 과거를 보는 것만한 것...

10점
평범은 힘숨찐 비범이다 - 나비종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초판본)>
갈수록 어려워지는 단어가 있다. 치우침 없이 평평하고 널리 두루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글자, '평범(平凡)'이다. 두 글자 합쳐봐야 고작 8획의 한자로 이루어진 단어. 명사는 이토록 단순한데, 삶에서 동사로 구현될라치면 이만큼 까다로운 글자도 드물다. 평범은 선이 아니라 점에 가까운 걸까. 외줄타기 광대가 수시로 잡아야 하는 무게 중심처럼 방심하다가는 순식간에 균형이 깨지니 말이다.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평범한 삶을 꿈꾼다. '많은 욕심 부리지 않아요. 그저 나날이 평범한 일상이면 좋겠어요.' 평범을 꿈꾸는 나 역시 종종 이런...

10점
맨 끝줄, 은밀함과 권력의 자리. - 그레이스
<맨 끝줄 소년>
넷**스에서 <맨 끝줄 소년>이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가 원작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을 주문해서 읽었다. 드라마의 문법이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희곡을 먼저 읽어보라고 막내에게 건네주었다. 딸은 불친절한 희곡이라고, 지문이 없이 갑자기 끼어드는 대사 때문에 흐름이 끊겼다고 하면서 책을 돌려주었다. 지문이 없는 것은 무대 배치나 동선과 동작 같은 연출을 연출자의 해석에 맡기고 창작할 여지를 주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바로 직전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자크와 그의 주인』 역시 이런 여백이 많은 작품이...

10점
역사는 증언하며, 남은 자는 기억한다 - starover
<기독교-이슬람 전쟁사>
이슬람교도가 벌인 학살과 만행이 이렇게 공공연히 기록될 거라고, 신도들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무하마드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계시를 들었든,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경전을 제작했고, 인간 본연의 탐욕을 감춘 지하드(성전)의 뜻에 따라 수많은 기독교인들을 정복하고, 약탈하며, 노예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벌인 잔혹한 처형과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여기에 낱낱이 고하기도 어렵다. 책장 어디를 펼쳐도 그들이 벌인 실태가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없다. 수백 년을 관통하는 전쟁사에서 한결같은 태도로 패...

8점
[마이리뷰] 서울의 선인 - 물감
<서울의 선인>
제가 20대 초였을 때만 해도 세계 인구가 한 60억 명 정도였습니다. 2026년인 지금은 약 82억 명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보면 인구수가 말도 못 하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오늘날 전 세계는 바닥치는 출산율과 취업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약 20억 명이나 증가한 데다 경쟁자 수가 적을수록 취업에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구수가 크게 증가할 때마다 심화된 폭력성으로 자연과 문화들은 줄줄이 파괴되었다고 하네요. 아무튼 가방끈 짧은 ...

10점
아래로부터의 역사 - 불청객
<대서양의 무법자>
유럽의 심해 범선과 그 뱃사람들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들은 은과 향신료 그리고 설탕과 같은 상품을 먼 거리에 수송하면서 세계 시장과 국제 경제를 형성했고, 상인과 정착인 그리고 제국 건설자를 아프리카, 아시아 및 아메리카로 옮기면서 전 세계의 정치 질서를 변화시켰다. 심해 범선의 선원은 이렇게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부흥 그리고 골치 아픈 우리 시대의 근대화와 같은 중대한 변화를 가능케 했다.그러나 선원은 한 번도 역사서에서 마땅한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세대들이 알고 있던 바다의 ...

10점
시작 안의 종말 - blanca
<1984>
<1984>는 기묘한 책이다. 읽어보지 않고도 책 속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감시자 '빅 브라더'는 대부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조지 오웰의 예언적 디스토피아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거의 1세기 전에 출판된 이 책은 개인 정보, 온라인 검색 알고리즘 추적이 일상화된 2026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현재적이다. 종이 위에 뭔가를 기록한다는 것을 결정적인 행위였다.-pp.15첫장면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일기를 쓰고 있다. 오세아니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

10점
대문호-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 페넬로페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올해 들어 내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의 소설을 읽고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두 개의 독서 동아리는 보통 연말에 내년에 읽을 책을 투표로 결정하는데 이번에 러시아 소설이 거의 선택되었다. 도서관의 ‘클래식’ 독서 동아리는 주로 고전을 읽기에 당연하지만, 동네의 지인들과 함께하는 독서 모임에서도 나중에 남는 건 고전이라며 결국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상반기에 읽기로 했다. 선정된 책 모두가 3권과 4권짜리여서 한 달에 한 권씩 읽다보니 어쩌다 매달 러시아 소설을 읽게 된 것이다. 나는 톨스토이보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많...

10점
그 시절 우리가 가여워했던 소녀, 인어 공주 - Yujin
<안데르센 동화전집 (완역본)>
인어 공주의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다 밖의 세상을동경해서 난파선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자신의 화단을 꾸몄던 소녀. 언니들이 들려주는 바다 밖 세상 이야기를들으며 자신도 나갈 수 있게 되길 손꼽아 기다리던 소녀. 열일곱 살이 되어 처음 바다 밖 세상을 구경할수 있게 되었던 날 우연히 마주친 왕자님을 폭풍 속에서 구해내어 바닷가로 밀어내고 자신은 그저 숨어서 수도원에 머물고 있던 인간 소녀가 왕자님을데리고 가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소녀. 이후 그를 그리워하여 그와 함께하기 위해 목소리를 대가로인간의 다리를 얻어낸 ...

8점
계절이 건네는 농담처럼 - 꼼쥐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별세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다. 내가 그와의 어떤 추억이나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추리소설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그를 모르지는 않았다. 물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비롯하여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그의 작품 몇몇은 나 역시 읽어본 바가 있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소설에 열광하여 갑자기 그의 열혈팬이 되었던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그는 웬만한 작가들이 따라잡을 수조차 없는 속도로 소설을 써왔던 까닭에 서점에서 신간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언제나 그가 쓴 새로운 소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그...

10점
맹렬한 여름을 향해 문을 열고 한발짝 - 기진맥진
<바깥은 여름>
동네에 청년주택이 지어지고, 입주가 다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3층에 새 도서관이 들어섰다. 자그만 규모에 책도 적다. 하지만 다른 도서관에선 다 대출중이라 대기 걸어야 하는 책이 떡하니 새책으로 놓여있을 때가 있다. 이 책도 그런 행운으로 잡은 책이다. 내가 읽은 김애란 작가의 책으로 4권째다. 그동안 장편 2권 단편 1권 읽었는데 다들 '김애란은 단편!' 이러셔서 몇권 꼽아놓고 있었던 중의 한 권이다. 이 책 나왔을 때 유명세를 익히 알았는데도 그때는 넘겼다가 이제야 읽게됐네.일곱 편 모두가 다른 상황 다른 인물이 나오는데도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