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부부가 함께 읽는 그림책] ‘여름의 끝을 추억하는 애도의 기록 - 초란공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요안나 콘세이요(Joanna Concejo) 지음 | 백수린 옮김 | [목요일] ‘여름의 끝(La fin de l'été)을 추억하는 애도의 기록’ 아내를 따라 그림책을 보다보니 그림책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닫게 된다. 최근에 ‘어른을 위한 동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란 문구를 종종 접했지만, 여전히 내가 스스로 찾아 읽고 느끼고 판단하지는 못했다. 그림책은 대체로 텍스트가 적어서 금방 읽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온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아동용 그램책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림책의...

8점
선생님 전 상서 - syo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주윤 선생님께, 생판 모르는 마당에 다짜고짜 사랑해서 죄송한 저는 알라딘 마을에서 책 읽고 독후감 쓰는 syo라는 잡놈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언젠가 꼭 한번은 선생님의 작품을 향한 저의 끓는 애정을 담아 힘찬 응원의 아리아를 들려드려야겠다 마음먹고 있었는데요, 어느덧 겨울은 가고 바깥에 봄은 오고 있어서요. 이때가 좋은 때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저의 경우, 우리 비혼/미혼인 들의 영원한 2학기 기말고사 “설 명절” 역시 다소간 마찰은 있었으나 비교적 무탈하게 통과할 수 있었기에 흥겨운 마음 금할 길이 없는지...

8점
모든 배움은 상기다 - 김민우
<메논>
플라톤의 <메논>은 자신이 무지함을 먼저 깨달을 때 모든 지적인 탐구가 개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통해 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상기론으로, 상기론은 추론을 통한 “합리적 배움과 탐구의 방법”이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합리적 검증과 비판적 검토의 기술”이라고 볼 때, 상기론은 이러한 문답법의 정신을 다른 측면에서 재현한 것이다.​역자의 해설을 참조하면, 소크라테스의 합리적 탐구를 위한 방법으로서의 문답법은 4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탐구하는 주제의 “사례나 현상이 아니...

8점
20세기 초반의 뛰어난 리얼리즘 소설 - Falstaff
<결투>
작가 알렉산드르 쿠프린을 설명하기를, “러시아의 국민작가”라고 했다. 물론 이 말은 LDT, 레르몬토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시대가 저문 이후의 러시아를 말할 텐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러시아 국민작가의 우리말 번역서가 겨우 달랑 <결투> 한 권이란 것이 좀 너무한 기분이 든다. 그래 먼저 작가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야 하겠다. 1870년에 이미 영락해버린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쿠프린. 거기다가 다음 해에 아버지마저 생을 접어 극빈의 생활을 하다가 여섯 살에 들어간 보육원(옛 고아원)에서, 책의 앞날개에는 군...

10점
모든 삶은 존엄하고 거룩하다 - 자목련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지금 내가 사용하는 단어들의 어원이 궁금할 때가 있다. 아주 어렸을 적 처음 글을 배울 때 새로운 단어에 대해 하나씩 그 뜻을 외우고 기억하던 것처럼. 내가 사용하는 뜻과 다른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소리로 익히는 말이 아닌 단어, 그러니까 글자로 적어 익히는 건 뭔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소리는 금방 사라질 것 같고 글자로 기록하면 영원할 것 같다고 할까. 아마도 사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모두에게 통용되는 말, 같은 뜻으로 정의할 수 있는 말, 편하게...

10점
시간의 돌이킬 수 없는 도주 - 레삭매냐
<타타르인의 사막>
존 맥스웰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에 앞서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이 있었다. 오래전 어느 출판사의 시리즈 가운데, 저자의 이름을 만나고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타타르인의 사막>은 이탈리아의 독재자 일 두체가 친구를 따라 전쟁에 나선지 두 번째 해인 1940년에 발표된 책이다.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인 부차티는 시간과 공간을 알 수 없는 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파시즘 치하 아래 조국의 암담한 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의 주인공...

8점
자연과 인간, 그리고 호혜성 - noomy
<향모를 땋으며>
이 책은 아메리카 원주민 포타와토미족 출신의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Robin Wall Kimmerer)가 쓴 에세이다. 두툼한 페이지 가득 소수 토착 부족의 아픈 역사는 물론이고 그들이 대지에 대하는 태도, 토박이 지식과 과학, 자연과 인간의 호혜적 관계에 대해 고민해온 저자의 삶이 담겨있다. 딸들과의 옛 추억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지만, 찢기고 부서진 자연 앞에 우리가 취해야 할 바를 역설할 때면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인디언 여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지만 호혜성의 ...

10점
이미 적응한 좁아진 세상에 머무르기가 더 쉬웠다. - 공쟝쟝
<밀크맨>
그날 저녁, 취함의 단계에도 상중하가 있으니 중상에서 상으로 넘어가기 직전. 끊기려고 하는 필름을 붙잡아야겠어, 나는 지금을 기억하고 싶어, 도리도리. 그래도 자꾸 정신이 혼미+몽롱해지고, 입에서는 뇌의 필터를 거치지 않은 말만 새어나오고, 어쨌든 사람은 자기가 불리한건 까먹는 법이니까, 결국은 내가 했던 말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않고, 그러므로 이제와서야 내가 기억하는 건 나에게 가장 유리한 말. 속편하게 술에 취해가는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던 A가 했던 말. “네가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기억해야지. ...

"그런 사람도 있단다. 딸아. 고통을 한껏 누리는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정신병을 일으킬 이유가 많은 사람, 고통스러울 이유가 더 많은 사람도 있어. 그런데도 어둠에 굴복하거나 한탄에 빠지지 않고 용기있게 자기 갈 길을 가고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야."
이렇게 엄마는 위쪽을 바라봐야 한다며 고통의 단계를 구분해가며 말했다. 고통스러워할 자격이 있는 사람. 자격이 있긴 하지만 자기에게 정당하게 주어진 몫을 심하게 넘어선 사람. 아빠처럼, 다른 사람에게 속한 고통 받을 권리를 빼앗아온 난데없는 무자격자. "네 아빠 말이다." 엄마가 말했다. - P130


10점
가르치지 않을수록 더 많이 배운다 - Teach less, Learn More - 초딩
<공부머리 독서법>
재미있는 독서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p337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저자가 간절하게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다.논술학원 강사의 광고 책으로 보이는 이 책은 저자가 10여 년 동안 강사 생활을 하며 겪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기는 하지만, 결코 광고 책이 아니다. 초등 우등생 10명 중 7~8명이 중학교로 가면서 떨어지고, 중등 우등생들이 또 고등학교에 가서 대거 성적이 떨어지는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왜 그럴까?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의 공부가 이전보다 급격하게 어려워져서일까? 저자가 ...

10점
문학성과 시대정신의 온전한 조화 - 푸른별
<위건 부두로 가는 길>
탄광의 막장에 진짜 내려가본 작가가 있다.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 그는 1936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 머물면서 그곳 광부들의 삶을 취재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쓴 책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다. 이 책은 실질적인 탄광촌 취재기인 1부와 사회주의에 대한 오웰의 생각을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오웰이 보여주는 피폐하고 비참한 탄광 노동자들의 삶과 열악한 노동 현장은 말그대로 뼈를 가르는 치열한 문장들로 열거되어 있다. 막장에 내려가 보고 나서 그는 이렇게 쓴다. "나는 육체 노동자가 아니다. ...

10점
빛나는 파편들 - blanca
<토성의 고리>
한 세대 가까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미래지향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놀라운 책이었다. 일정한 서사도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이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드는 제발트의 이야기는 사실 제사에 이미 이야기의 방향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존 밀턴의 <실낙원>의 선과 악의 불가분성, 콘래드의 "걸어서 성지순례를 떠나기로 결정한 사람들, 패배자들의 투쟁과 깊은 절망의 끔찍함...", 그리고 제목이 된 '토성의 고리'에 대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의 설명의 인용. "파괴된 결과 남게 된 파편들" 그러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고 있는...

10점
운명은 없다 - hnine
<운명>
죽음의 문턱을 넘어본 사람이 하는 말을 그런 경험 없는 사람의 상식과 선입관만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 안될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의 결말은 보통의 독자들이 예상하는 것에서 비껴가 있었다. 가스실 굴뚝 옆에서의 고통스러운 휴식시간에도 행복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고, 수용소에서의 삶이 더 순수하고 단순했으며, 사람들이 묻는다면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며 맺는 주인공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상식과 선입관을 넘어서야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저자는 열네살의 나이에 죽음의 수용소를 경험하고 그로부터 삼십...

8점
글로 쓴 사진 -
<앞으로 올 사랑>
이 글에는 카메라의 파노라마와 와이드앵글이 있다. 우선 외롭고 척박한 계곡이 있다. 틀림없이 햇살이 머리통 위로 인정사정없이 내리쬐는 곳일 것이다. 그곳에서 오래 일하려면 꼭 모자를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수리가 나는 하늘 아래로 서늘한 오두막이 있고 두 남자와 개 두 마리가 있다. 독수리는 영감을 주지만 먹을 것을 주지는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개는 밖에 잘 있다. 시간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이제 일을 하러 가거나 낮잠을 자러 가면 된다. 그런데 안토닌은 가지 않고 서서 꼬박 10분간을 망설인다. 10분이...

8점
재인, 재욱, 재훈 - 물감
<재인, 재욱, 재훈>
살면서 ‘소설 같다‘는 표현을 쓰거나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같다, 드라마 같다, 시트콤 같다는 표현은 자주 하지만 소설 같다는 말은 거의 안 쓰죠. 영화나 드라마도 그렇지만 소설의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 많은 걸 하나로 퉁쳐서 소설 같다고 하다니, 어딘가 이상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표현을 쓰는 건 각자 생각하는 ‘소설‘의 정의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제게 영화는 아름답고 화려하고 감동적인 느낌이 연상되고요, 드라마는 아련하고 로맨틱하고 유쾌한 이미지가 연상됩니다. 근데 소설은 허무맹랑, 허구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10점
소슬한 삶의 한기를 느끼는 나이 - 꼼쥐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소슬한 삶의 한기(寒氣)를 느낄 나이가 되었다는 건 아마도 삶의 속도에 비례하여 삶의 덧없음과 허무의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감지한고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매 순간 '살아있음'을 실감하며 살았던 시간보다는 막막한 현실을 어떻게 하면 떨쳐낼 수 있을까, 궁리하며 겨우겨우 '살아낸' 시간들이 많았던 까닭에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 알갱이처럼 인생은 그저 허망하고 덧없는 어떤 것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시간에도 '관성의 법칙'은 여전히 통용...

10점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 scott
<위기의 징조들>
미국의 양대 모기지 기업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 국유화 전환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 그사이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해버린다. 1850년에 설립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투자은행, 증권과 채권 판매, 거래, 투자관리, 사모투자, 프라이빗 뱅킹들이 도미노 처럼 무너지면서 미국 금융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충격으로 세계 증시가 아수라장이 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월가에서 잘 나가던 메릴린치증권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흡수됐다. 탄탄한 자금줄이였던 보험사 AIG도 휘청거렸다. 미국 ...

10점
진부하지만 옳은 제목 - bookholic
<사랑의 역사>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요즘 책에 대한정보를 얻는 경로는, 알라딘 인터넷 서점 책 전용 SNS인북플을 통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번에 읽은 <사랑의역사>도 거기서 많이 올라와서 알게 된 책이란다. 진부한 책제목. 사랑의 역사. 원제도 확인해 보니The history of love… 그런데 진부한 책제목과 달리 책에 담긴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고,잊었던 사랑의 감정을 불러 일으킬 만했단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랑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거야. 너희들도 앞으로 살면서 너희들의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가겠지. 그리고자기만...

내 책에는 내가 가슴으로 외우는 단락들이 있다.

가슴으로(by heart), 이것은 내가 가벼이 쓰는 표현이 아니다.

내 심장(heart)은 약하고 믿을 수 없다. 내가 간다면, 그건 심장 때문일 것이다. 나는 심장에 되도록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무언가 심장에 영향을 줄 것 같으면, 방향을 다른 데로 돌린다. 예를 들어, 내 위장, 혹은 폐, 폐는 잠시 작동을 멈출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다음 숨을 쉬지 못한 적이 없다. 거울 앞을 지나다 내 모습을 일별할 때, 혹은 정류장에 있는데 아이들이 내 뒤에 와서, 누가 똥냄새를 풍기는 거야? 하고 말할 때 – 날마다 겪는 작은 모욕들 – 나는 그것들을 대개는 간에서 받아낸다. 다른 피해들은 또다른 곳에서 받는다. 모든 상실한 것들에서 받는 타격은 췌장이 전담한다. 상실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비해 그 장기는 너무 작은 게 사실이다.- P20


8점
야간비행은 계속된다 - coolcat329
<야간비행>
생텍쥐페리를 생각하면 두 가지가 생각난다.'어린 왕자'와 '비행기'.그는 21세에 공군에 입대해 조종사 훈련을 받으나 2년 후 사고를 당해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제대한다. 그래도 비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족과 갈등을 겪다 결국 항공우편회사에 취직해 우편기를 몰게 된다. 1931년에 발표해 큰 성공과 함께 '페미나 상'을 수상한 <야간비행>은 그의 이런 비행사였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다. <야간비행>의 배경은 193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밤에 우편기를 조종하는 비행사들과 그 뒤에서 ...

8점
어른 책만큼 깊이 있는 질문 - 잠자냥
<여우굴>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도 가끔 로또가 당첨된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몇 십 억 단위로 당첨된다면 몇 억은 누구 주고 또 몇 억은 누구 주고 등등 주로 가족이나, 애인, 친구에게 떼어 줄 생각을 한다. 물론 내 것도 챙기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로또를 사지 않으니 그럴 일은 내 평생 없을 것이다. 가끔 읽는 어린이 책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호주 작가 아이반 사우스올의 <여우굴>이라는 책도 그중 하나이다. 내용은 처음엔 좀 지루하다. 켄이라는 소년이 홀로 외삼촌 집을 찾아가는 장면으...

8점
외국에서 산다는 것 - 난티나무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소설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페미니즘 책을 읽다가 어려움에 조금 지쳐서 펼쳐들었는데, 이런 내용인 줄 몰랐... 한 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에 나를 대입하고 내 생활을 돌아보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은 괴로운 일일까 다행한 일일까. "아시마는 요즘 들어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끝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때는 평범했었던 삶에 이제는 불룩하게 괄호가 하나 삽입되었고, 이 괄호 속에는 끝나지 않는 책임이 들어 있었다. 이를...

6점
오래 묵은 책 - 닷슈
<작가 수업 (양장)>
우리 집엔 대충 1000권 책이 있다. 결혼하고 집이 생기고 서가도 하나 둘 들여놓으면서 마구 채워넣었다. 그 땐 빈 서가를 채울 욕심에 책 구매에 돈도 많이 썼지만, 막상 책을 고르는 눈은 사실 별로 없었다. 그저 신간이라면 마구 샀던 것 같다. 그러다 서가가 다 들어차고, 마누라 눈치도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심지어 이삿짐 센터 눈치도 보이기 시작했다. 짐도 별로 없는 집인데 책 땜에 이사 단가가 높아지곤 했다. 사실 내가 들어보아도 책은 제법 무겁다. 특히, 한국책은. 그래서 전자책으로 눈을 돌렸다. 크레마란 것도 사고 가상...

10점
버지니아 울프를 읽기 위하여 - 바람돌이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그러니까 나는 올해 버지니아 울프를 읽기로 했어.좀 어렵기는 했지만 그녀의 소설 <등대로>가 너무 좋았거든.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좀 어려운 것 같아.글을 따라가는데 숨이 좀 가빴어. 이 장면인가 하면 저 장면이고, 배경도 휙휙 바뀌고, 인물도 예고 없이 휙휙 바뀌고, 생각은 더 휙휙 바뀌고....심지어 배경이란게 인물과 거의 혼연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아서, 아 뭔가 이 바람에는 의미심장한 것이 들어있지 않나? 이 햇살은? 아니야 마당에 꽃들도 뭔가 있는 것 같아.... 아 정말 머리 터져 죽는줄 알았어.의식의 흐름이...

10점
새겨둘 만한 르귄의 이야기 - kinye91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어슐러 K. 르귄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달랑 세 권. 그럼에도 이 작가에게는 사람을 끄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르귄의 이름을 듣는 순간 읽고 싶어지니 말이다. 아마도 "배앗긴 자들'이 여전히 마음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 책은 르귄의 수필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구절들이 있다. 그 중에서 예술가의 자의식을 이야기한 이런 구절.예술이 갖는 의미는 과학적 의미와 다르다. (68쪽)글쓰기는 위험한 입찰이다.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다. 운에 맡겨야 한다. 나는 기꺼이 내 ...

8점
발랄하게 - 수연
<명랑한 은둔자>
발랄하게 우울하고싶다. 그런 소망을 품은 적 있다. 우울이란 감정은 내게 중하기에 이것을 차마 떼어놓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평생 이걸 안고 살아야하니 기왕이면 나는 발랄하게 우울하고싶다는 꿈을 품은 적 있다. 한창 우울했던 시절에. 고통은 수시로 어떤 형태를 지녔는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다가와 훅을 날린다. 버텨볼만큼 버텨보리라 하고 이를 악문다. 맞서면서도 감당하기 힘든 지옥불과 같은 고통이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 담대해지리라 하지만 순간 무릎이 꺾이고 땅바닥을 맨주먹으로 쳐서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는 순간이 분명 있으리라. 겪어본 ...

같은 맥락에서, 내가 더 애정에 굶주리고 불안정한 상태일 때는 그 갈망이 격화된다. 사랑받는 느낌이란-진정으로 사랑받는 느낌이란- 일종의 균형이 필요한 일이다. 그 느낌은 상대와 내게서 절반씩 생겨나야 한다. 사랑은 솟구쳤다가 가라앉았다가 하는 역동적인 감정이다. 가끔씩 밀려드는 의문과 실망과 애매함의 파도는 사랑의 자연스러운 물결에 반드시 있기 마련인 그 일부다.
이런 깨달음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나도 이런 현실이 싫고, 그래서 자주 맞서려고 한다. 아직도 나는 동화적인 환상, 어린 시절부터 뇌리에 새겨온 신념, 즉 언젠가 완벽한 사람이 나타나서 나를 사로잡아 모든 것이 분명하고 밝고 모호함 따위는 없는 미래로 데려갈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기가 끔찍이 어렵다. 하지만 나도 인간일 뿐인 것을 어쩌겠는가. 나는 사랑받고 싶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P81


8점
당신들의 밤은 견딜 만한가요? - 행복한책읽기
<밤에 우리 영혼은>
당신들의 밤은 견딜 만한가요?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은 잔상이 오래 남는 책이다. 어떤 책은 그 속을 채운 내용보다 그 책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더 기억에 남기도 하는데, 이 책은 내용도 에피소드도 오래 남을 것 같다. 나는 켄트 하루프라는 작가를 전혀 몰랐다. 내게 이 저자를 알려준 이는 얼마 전 완독한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의 어슐러 K. 르 귄이었다. 켄트 하루프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히 글을 쓰다 불혹을 넘긴 마흔한 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소설을 발표했다고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