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슬픔이 머물러 있는 우리 집 - 돼쥐보스
<춥고 더운 우리 집>
대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산 그 집은 춥고 더웠다. 하필이면 봄에 그것도 낮에 집을 보러 갔다. 따뜻하고 밝았다. 방 한 칸에 부엌 하나가 전부였는데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전봇대에 붙은 '방 있음'이라는 낡은 종이를 보고 간 것치고는 괜찮았다. 집 구하러 다니기도 힘들어서 보증금 50만 원에 다달이 월세와 공과금을 함께 내는 걸로 합의를 했다. 오래 살아서 나중에는 월세를 깎아 주기도 했다.여름이 문제였다. 서향 집인 걸 그제야 알았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 동안 열기가 식지 않아 방이 절절 끓었다. 부엌 문을 열어...

10점
너무나 멀고 먼 펠리시아의 그 길 - 잠자냥
<펠리시아의 여정>
내 마음을 들뜨게 하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의 신간이 나왔다. <펠리시아의 여정>. 소외되고 연약한 이들의 삶을 담담하고 서정적 문체로,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온 윌리엄 트레버. 제목을 보니 이번에는 ‘펠리시아’라는 이름의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는가 보다 싶다. 그의 신간 소식에는 늘 마음이 들뜨지만, 실제로 책장을 펼치면 그 들뜨던 마음은 곧 차분히 가라앉는다.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계속 멀미를 한다. 화장실에서 어떤 여자가 말한다.’ 멀미 중인 여인, 펠리시아. 갑판에 올라가 신선한 바람을 쐬라는 다른 여자의...

8점
어서 와, 이런 편의점은 처음이지? - 구단씨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페이지)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이 염영숙이다. 죽어가는 상권이지만 편의점을 하나 가진 그녀가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게, 선뜻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도움을 받은 상황이라고 해도, 나는 그녀의 결정이 ...

6점
이 글을 슬퍼서 다 쓸 수 있을까. - 공쟝쟝
<네가 매일 실패해도 함께 갈게>
너무 먼 것은 너무 멀어서, 너무 가까운 것은 너무 가까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때로는 멀리 그리고 때로는 가까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 어떤 엄마를 데려다줘도 내 엄마와는 바꿀 수 없을 만큼 (대다수의 딸이 그러겠지만)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가 되어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지만 당분간은 엄마가 될 리 없을 것 같으니, 엄마의 마음이 아닌 딸의 마음이 가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내가 가진 마음의 용량이 가능한 만큼 사랑한다. 때로는 멀리, 때로는 가까이를 넘나들며 엄마를 잘 보려고 노력한다. 법이 정하는 성...

10점
<경멸> 어떤 것은 잃어버린 후에 더욱 선명해진다. - 새파랑
<경멸>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먼저 찾아야지, 타인에게서 먼저 찾다보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연인 사이의 문제일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지 않을까?‘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을 읽고 난 후 느낀 생각이다.이 책은 주인공인 ˝리카르도˝를 중심으로 쓰여진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위주의 행동과 생각, 관찰이 묘사되고 그래서 더욱 그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게 되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완전 금방금방 읽히는 책.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았다.˝리카르도˝는 극작가를 꿈...

8점
비판을 유머와 조롱으로 승화 - coolcat329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 1,2,3번<안나 카레니나>이어 4번째 책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페루의 세계적인 작가이자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Mario Vargas Llosa 1936~)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콜롬비아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로 여러 문학상과 함께 1985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1990년에는 페루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알베르토 후지모리에게 패해 낙선했다. 이후 다시 문학에 전념하여 1994...

8점
나츠메 소세키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 - 김민우
<나의 개인주의 외>
고등학생 때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 수첩>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것도 있고, 주변에 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과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읽기는 읽었는데, <인간 실격>은 제정신이 아니라 중간에 관두었고, <마음>도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 중간까지 읽다가 그만두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런 작품을 읽을 때는 먼저 작품 해설을 먼저 읽고, 선이해를 얻은 뒤에야 본문에 들어가는 편인데, 당시 읽었던 번역본들(...

10점
‘결혼과 출산‘이라는 집 - 춤추는바람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낯선 집이 친밀해질 때 나는 그곳을 떠났다.그곳에서 살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친애하는 나의 집에게>(하재경,라이프앤페이지, 2020)하재영 작가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이프앤페이지, 2020)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내게도 그런 곳이 있을까. 그곳에 살지 않았더라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집. 이것도 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결혼과 출산’이라는 집을 꼽아야겠다. ‘결혼과 출산’이 합쳐진 집에서 나는 비로소 나의 민낯을 마주했고 사십여 년 익숙하게 ...

10점
언제나 수전, Sempre Susan - scott
<우리가 사는 방식>
'우리가 만났을 때 수전은 마흔 세 살이었는데 내 눈에는 무척 나이 들어 보였다. 그때 내가 스물다섯 살이어서 그렇게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마흔이 넘은 사람은 다 나이 들어보이는 나이다.'스물 다섯 살 시그리드 누네즈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1년 쯤 지난 어느 날 1976년 봄, 수전 손택이 살고 있는 리버사이드 드라이브 340번지에 찾아간다. 당시 수전은 암 투병 중에 쌓여 있는 편지 답장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편집장들은 잡지사에서 편집 보조일을 했던 시그리드를 추천했다.소설가를 꿈...

8점
빗방울과 아저씨와 악수와 점자 - 민초소라빵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손병걸 시인은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에서 시각이 부재하는 화자를 연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시인은 눈이 아니라 귀와 피부의 감각만으로도 얼마든지 시적 세계를 그려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베췌증후군」은 시인이 실제로 병을 앓으며 느꼈던 고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온몸으로 느끼는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화자는 “행복과 불행은 선택의 문제라고/삶의 고통을 극복하라고” 말하는 희망도서를 떠올린다. 세상은 값싼 말을 던지며 개인의 고통을 무시한다...

시커멓게 찌든 내 생활도
빗속으로 뛰어들면 꾹꾹 주무르다 탈수하여
무지개로 턱 널어 줄 것 같은

오늘은 나를 통째로 빨래하는 날 - P125


8점
혁명중인 나라 프랑스 - 강나루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홍세화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라는 책을 통해서 프랑스를 알았다. 그후로 프랑스의 교육을 소개한 책들을 읽으며, 자유, 평등, 우애라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이 사회 곳곳에 스며든 이상적인 나라로 프랑스를 인식했다. 우리의 현실이 고단할수록 프랑스는 이상적인 나라로 다가왔다. 군사정권시기 프랑스로 망명했던 홍세화가 보기에 프랑스는 자유로운 이상형의 나라였다. 주입식교육, 입시교육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의 교사에게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교육이 이상적인 교육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을...

10점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배달이 안 되네. - 반유행열반인
<뭐든 다 배달합니다>
-20210605 김하영.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 서비스가 없었다면 진작 굶어 죽었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십여년 전부터 직접 마트에 들르기 보다 인터넷 슈퍼에서 장을 봐서 배달을 시켰다. 이십년 전 인터넷에서 음반과 도서를 시키면서 이건 정말, 나를 위한 거다, 했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동안 곁을 맴도는 점원이나 가게 사장님이 늘 불편했다. 지어낸 게 뻔한 과도한 친절도 싫고, 사긴 할 거니? 혹시 훔쳐가는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하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일도 너무너무 싫었다. 주문을 기다리는 계산원 앞에서는 ...

10점
인간은 왜 죽어야 할까 - 닷슈
<노화의 종말>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죽는다. 너무나 오랬동안 그래왔기에 이는 매우 당연한 진리처럼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간혹 죽음을 초연히 여기거나 마땅히 받아들여야하는 순리처럼 여기기도 한다. 한 때 미래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한 독서토론을 하면서 사람이 꼭 죽어야 하는가? 영원히 살게 되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생보다 죽음을 선호했다. 다들 건강하게 남들 정도 만큼은 오래살고 싶어하진 했지만 영생은 마치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리고 무척이나 끔찍한 것이며 인생...

8점
다름을 이해하는 방식- 게센 행성을 통한 르귄 소설을 통해 - kinye91
<어둠의 왼손>
1. 다름을 받아들이는 자세 - 낯선 행성에 도착할 때소설은 낯선 행성과 친교를 맺기 위해 온 특사 '겐리 아이'와 그 행성을 이루는 나라 중 한 나라 카르히데의 수상인 '에스트라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보통 낯선 곳에 도착하여 자신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두려움이 앞선다.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보장받을까? 흔히 두려움때문에 무장을 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낯선 곳에 함께 간다.그렇다면 낯선 이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또 어떤가? 처음부터 환대를 하는가? 아메리카 대륙을 생각해보면 낯선 존재...

10점
그리고 스피노자를 읽었다 - 다락방
<호프만의 허기>
호프만은 1968년 9월 6일 이후로 줄곧 불면증에 시달려왔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의 죄수가 되었다. -p.4859세의 펠릭스 호프만 대사는 네덜란드에서 체코로 발령받았다. 젊은시절 서기관으로 일을 시작했던 호프만은 타고난 식탐이 있긴 했지만 사랑하는 '마리안'과 결혼하고 그토록 염원하던 딸들을 한꺼번에 둘이나 얻음으로써 그 식탐을 다스릴 수 있었다. 그는 행복했고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딸중에 한 명이 어릴 때 백혈병을 앓고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고 그는 그 이후로 불면증에 시달린다. 대사를 환영한다는 연회가 열린 자리...

그는 허기를 채우기 위한 여정에서 부딪히는 모든 난관을 무조건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였다. 그는 약자였다. 위장의 노예였다. - P21


8점
나를 생각하게 하는 책 - 난티나무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가만히 생각한다. 나는 그림을 정말 좋아했을까.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좋아하는 것을 찾지도 못하고 그만 이 나이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둥둥. 중고등학교 시절에 어렴풋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단 한번 고등학교 어느 날 점심시간 연습장과 연필을 들고 나가 휴게매점 등나무를 그린 적이 있다. 단 한번.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을 시선을 무척이나 의식했고 그 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가난했고 집도 가난했다. 그림은 돈이 있어야 하는 줄 알았다. 시작도 안 하고 지레 포기...

10점
순자 바로 읽기, 바로 알기 - 벤투의스케치북
<순자 읽기>
순자는 공자나 맹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성악설의 주창자인 순자에 대해 그 이상의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김백철 교수의 ‘왕정의 조건’을 읽고나서였다. 이 책에 의하면 순자는 인간은 악의 성향을 타고 태어났다는 성악설을 폈지만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선해질 수 있다고 가르친 인물이다. ‘왕정의 조건’의 저자는 우리는 ‘순자(荀子)’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순자의 성악설이 사람을 악하게 본다고만 이해하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라는 말을 했다.(20 페이지) 세창미디어에서 나온 <‘순자’ 읽기>(2021년 6월...

8점
감각적 문장으로 차린 뷔페 - Falstaff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56년 잔나비 띠. 미국 메인 주의 포틀랜드에서 출생. 처음으로 쓴 장편소설 <에이미와 이저벨>을 발표한 것이 1998년, 이이의 나이 마흔세 살 때. 이력을 보고 나는 문득 박완서 선생을 떠올렸다. 1931 신미년 양띠. 1970년 마흔 살에 장편소설 <나목>으로 등장해 한 시절을 풍미했던 국가대표 수다꾼. 얼추 가져다 맞춘 것이지만 세상 살아볼 거 거진 다 해보고 나이 들어 글쓰기 시작한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글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참 찰지다. 물론 이들이 눈을 모아 바라보는 대상은...

10점
너무 늦게 핀 베르사유의 장미... - bookholic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얼마 전에아빠가 프랑스 대혁명에 관한 책을 읽고 이야기해 주었잖아. 그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예전에 사 두고읽지 않은 책 한 권이 생각났단다.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책. 슈테판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라는책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라고 하면, 아빠가 아주 오래 전에재미있게 읽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의지은이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1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독일에게 오스트리아가 합병된 뒤 망명생활을 전전긍긍하다 안타깝게도 1942년 우...

맨 처음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리 앙투아네트 내부의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인간성은 결혼으로 인해서 접하게 된 주위 세계의 부자연스러움에 항거했다. 무거운 스커트 버팀쇠와 답답한 코르셋으로 대표되는 부자연스러운 장중함에 항거하여 싸웠다. 마음이 가볍고 매인 곳 없는 빈 여인은 수천 개의 창문이 달린 장엄한 베르사유 궁전에서 언제까지나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끼고 있었다. - P59


10점
나에게 타인이란? - 쎄인트saint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 - 타인을 대상화하는 인간 _존 M. 렉터 / 교유서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로, 말하자면 물리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신체와 영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정신을 소유하고 있으며 내면적 깊이를 지닌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볼 때 악이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 수준 증대된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대학학부 시절부터 인간의 잠재능력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 점은 나 역시 문학, 인문, 사회과학 도서들을 읽으면서 자주 생각에 잠기게 하는 부분이다. 일간지 사...

8점
역사 및 문학과 함께 아들에게 들려주는 물질의 문화사 - 초란공
<문명과 물질>
《문명과 물질》: 물질이 만든 문명, 문명이 발견한 물질스티븐 사스(Stephen L. Sass) 지음 | 배상규 옮김 | [위즈덤하우스] ‘역사 및 문학과 함께 아들에게 들려주는 물질의 문화사’ 이 책은 재료공학을 공부한 저자가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대상인 각종 재료에 관해 아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책이다. 아쉽게도 이 한 권이 그의 첫 책이자 유일한 결과물로 남게 되었지만, 독자는 이 책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세심한 공부의 결과물임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구할 수 있었던 최초의...

10점
괴물의 또 다른 이름, ‘프랑켄슈타인‘ - 페넬로페
<프랑켄슈타인 (무선)>
조물주는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고 난 후,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신은 그들에게 복을 내렸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참 좋았다. 창조주는 자신이 만든 것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신다. 자연적이고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생명의 창조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육신에서 질병을 추방하고, 그 무엇보다 폭력적인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영원히 해방시키고자 생명 창조의 연구를 시작했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삶과 죽음...

10점
시간, 엔트로피화의 방향 - 단발머리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세 번째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신난다. 구체적으로는 과학책. 읽고 있는 문장이, 따라 읽는 문단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그냥 읽어도 되니까 신난다. 읽는 책을 모두 이해하면서 읽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마는(생각해보니 알라딘 우주에는 많이들 계시다), 나는 그런 사람은 못 되니까, 그냥 읽는다. 카를로 로벨리는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결합한 ‘루프 양자 중력’이라는 개념으로 블랙홀을 새롭게 규정한 우주론의 대가라고 한다. 양자 중력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면...

10점
한 편의 소설이 걸작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깨닫다. - 바람돌이
<타타르인의 사막>
타타르인의 사막을 읽으면서 좋은 소설 또는 잘 쓴 소설은 어떤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어떤 책이든 작가의 의도는 쓸 때 필요한 것일 뿐, 나머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생각할 뿐이다.그렇다면 어느 하나의 판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독자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는 글이야말로 좋은 소설이 되고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타타르인의 사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내용은 정말 스포랄게 없이 너무 단순하다.국경지역의 요새에 ...

10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김범석 - 피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이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쓴 저자는 유퀴즈에 출연했었던, 종양내과 의사다. 그를 찾는 환자들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삶이 얼마 남지 않는 말기암 환자들이다. 이 의사가 말기암 환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완치가 아닌, 환자들의 기대여명을 조금이나마 늘려주는 것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늘상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만나고, 환자들의 기대여명을 늘려주기 위한 치료를 하고, 늘상 자신의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간에 만났던 환자들과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에세이, 이 책은 분명 에세이다. 하지만...

10점
[마이리뷰]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 물감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제목만 보면 글쓰기에 대한 강의나 작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 같지만, 한국에서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내용이었다. 부제가 <생계형 작가의 글쓰기>인데, 말 그대로 작가 개인의 생존기만을 기록했다면 굳이 책으로 출간될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자세히는 몰라도 전업작가가 힘든 건 웬만큼 다 아는 사실이니까. (근데 본인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저자가 영화사와 출판사 및 각종 프로덕션을 다니면서 체험한 업계의 사정이나 로직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그쪽으로 진로를 생각 ...

10점
인간성의 회복 - han22598
<이것이 인간인가>
주말에 친구들과 근처 park에 다녀왔다. 1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어서 반가웠고, 혼자 걸어도 좋을 법한 곳에 함께 걸으니 몸과 마음이 흥겨웠다. 그런데, 불편하고 또 불편한것..들. 내가 상대적으로 예민한 것 같지만,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작은 것 하나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 행동, 그 관련된 모든 것들. 그리고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괴로워하며 더 작아져 버린 마음.나의 보스는 화가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감정의 기복이 널을 뛴다. 기분 좋음과 나쁨의 격차가 심하고 왔다갔다하는 ...

8점
고독을 생각해서 세상이 더 다정해진다면 - 바스티안
<외로운 도시>
목차가 나오기 전 "지금 외롭다면 이건 당신을 위한 책이다"라는 제사題辭가 나를 맞는다. 내가 지금 외로운 건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서문 대신 실린 첫 번째 글 「외로운 도시」에서 "사람은 어디서든 고독할 수 있지만, 도시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면서 느끼는 고독에는 특별한 향취가 있다"(p. 13.)고 작가는 말했다. 인구 수백만의 대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교외 지역이라 대도시라기보다는 지방 소도시 같은 느낌이고, 거의 평생을 지낸 곳이라 내겐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혼자 산 적은 한 번도 없고 늘 가족들과 함께 살았...

8점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mini74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고고학하면 보통 모험가, 채찍과 중절모를 쓴 남자 등이 떠오른다. 실상은 쪼그리고 앉아 삽질하며, 솔로 흙을 털어내고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깨진 조각들을 맞추고, 보고서를 쓰고 예산을 타내기 위한 기안서를 수십장을 써내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말이다.대박 난 영화의 영향이 이리도 크고 질기다. 고고학하면 인디애나 존스가 자동으로 떠오르니 말이다. 중절모에 채찍과 총, 여기 저기 종횡무진하며 사악한 도굴꾼들과 싸우지만, 실상 도굴꾼들보다 나은 점이 뭔가 싶다. 내가 처음 본 인디애나 존스는 2탄인 마궁의 사원이었다. 원숭이 두개골을 먹...

8점
[마이리뷰] 두 발의 고독 - 그레이스
<두 발의 고독>
시간과 자연을 걷는 일에 대하여 작가는 할로웨이에 서서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 너도밤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고속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걷기의 미학을 표상하는 이미지다. ‘할로웨이(holloway)‘, 이 움푹꺼진 좁은 길은 기원전 500년 전부터 바이킹과 유목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오래 전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터널처럼 홈이 깊게 파이고 양쪽에 둑이 형성되었다. 낙엽이 쌓인 이 오래된 길에서부터 고속도로까지는 10분 정도의 거리지만, 그 사이에는 몇 천 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바이킹과 금융가 사이의 거리. 그 고속...

8점
낯선 세계의 딸 - 독서괭
<딸에 대하여>
<딸에 대하여>는 딸이라는 존재를 낯설게 바라본다. 자식이라고 해도, 특히 동성이고 나를 닮았다면 더욱 엄마인 나와 동일시되기 쉬운 딸이라고 해도 결국은 타인일 수밖에 없다는 것. 낯섦은 딸에게도 적용될 수 있고 따라서 낯선 타인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대화와 이해, 관용은 딸과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딸에 대하여> 속의 딸은 엄마인 '나'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세계에 가 있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알던 아이. 내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성장한 아이. 아니다, 하면...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알던 아이. 내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성장한 아이. 아니다, 하면 아니라고 이해하고 옳다, 하면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던 아이. 잘못했다고 말하고 금세 내가 원하는 자리로 되돌아오던 아이. 이제 아이는 나를 앞지르고 저만큼 가 버렸다. 이제는 회초리를 들고 아무리 엄한 얼굴을 해 봐도 소용이 없다. 딸애의 세계는 나로부터 너무 멀다. 딸애는 다시는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잘못인지도 모르지.
그런 의심은 끝내 떨쳐지지 않는다. 그것은 이내 죄책감으로 바뀐다. 나는 빛깔과 무늬를 달리하며 스스로 떠오르고 저무는 감정을 바라보느라 말을 잃는다. 딸애에게 걸었던 기대와 욕심, 가능성과 희망. 그런 것들은 버리고 또 버려도 또다시 남아서 나를 괴롭힌다. 내가 얼마나 앙상해지고 공허해져야 그것들은 마침내 나를 놓아줄까. - P97


10점
어떤 칼의 노래...『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 Hello,Stranger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벼려진 칼처럼 날이 선 사람들이 있다. 곤두선 신경과는 달리 마음은 약해 그들은 조금만 다쳐도 아파 견디질 못한다. 생에 시달리다 못해 화가 나 있는 그들에겐 사소한 말도 버겁다. 그러나 살짝만 닿아도 살을 가를 것 같은 기세와는 달리 그들이 지닌 칼은 무디다. 누군가를 해치려는 용도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쓰임에서다. 칼을 들고라도 나서지 않으면 생을 이어가기 힘든 이들은 먼저 찌르거나 외면하고, 은폐하거나 버리면서 도리어 버려지는 모순 속에 산다.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삶이란 숙제를 안고 피 흘리며 사는 이들의 격통이 ...

8점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 레삭매냐
<로빈슨 크루소>
망겔 제 3탄이다. 아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읽었으니 4탄인가, 헷갈린다. 로벝크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같이 온 고전을 숨 가쁘게 다 읽었다. 역시나 나의 상상과는 정말 다른 차원의 그런 소설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백인 우월주의와 마치 포교 활동에 나선 전도사 같은 종교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좀 그랬지만, 저자 대니얼 디포가 왕당파 출신 상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좀 읽는다하면 아마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그 이름도 빛나는 로...

6점
달까지 가지 않더라도 - 자목련
<달까지 가자>
월급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251쪽)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는 문장이다. 월급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학자금 대출, 전세금 대출의 이자를 내고 월세를 내고도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이들 말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시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N잡러가 되는 사람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월급날만 바라보며 살 수는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건 직무유기였다. 그게 뭐든 관심을 갖고 촉을 세우며 달려들어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처럼 ...

8점
지옥을 통과하는 삶 - blanca
<브라이턴 록>
소설에서 선한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그리는 서사는 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이기적인 본성을 감지하지만 쉽게 감정이입하는 인물은 악인이 아니라 선인이다. 심연에 가라앉아 있는 탐욕, 위선, 이기심, 질투, 증오는 공감이 아니라 투사에 의한 적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우리가 누군가를 강하게 비판하게 된다면 그는 나의 약점, 내가 싫어하는 나의 어떤 취약점을 공유할 가능성이 큰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야기의 캐릭터 구현은 종종 선악의 대결구도로 그려질 때 무게중심을 슬며시 미덕을 가진 인물에게 옮겨간다....

10점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 건빵과 별사탕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국내 단편들을 읽으면 희부윰한(이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해서인지 나도 써본다.ㅎ) 감정의 뻐근함이 밀려온다. 봄이 아닌 여름이라서 오는 삶의 불쾌지수가 여름의 비 내음 같기도 하고 전 땀내 같기도 하다. 그렇듯 어떤 여름은 연속적으로 환기되기도 하고 오래전의 여름임에도 끈덕지게 달라붙기도 한다.​표제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2020년 김승옥 문학상 대상작이다. 책이 있음에도 읽지 않고 있다 단편집에서 제대로 만난 셈인데 무언가 내재된 의미가 많아 보여 가벼이 읽을 내용들은 아니다. 그만큼 '너'와 '나' 그리고 '...

8점
감옥과 닮은 꼴, 병동 - hnine
<암 병동 2>
감옥과 병동이 닮았다고 하면 목적이 엄연히 다른데 어째서 닮았다고 하냐고 반문할수도 있을 것이다. 목적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방법, 사는 방법은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더 잘 알게 되었다.중학교때 겨울방학 숙제로 읽어야 하는 책 중에 솔제니친의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가 있었다. 먼저 읽은 동생이 말하길, "언니, 이 책 한권이 하루동안의 얘기야." 라는 것이다. 숙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끝까지 읽긴 읽었지만 중학생인 내게 그 책은 지루하기만 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몰랐다. &...

8점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 초딩
<모비 딕>
Call me Ishmael"나를 이슈메일이라고 불러 달라"를 어떤 보편성을 살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라고 명 번역한 것이 눈길을 끈다.이슈메일은 히브리어로 읽으면 이스마엘이 된다. 유대민족의 시조 아브라함은 아내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하녀에게서 아들 이스마일을 얻지만, 후에 아내가 아들을 놓자 하녀와 이슈메일은 추방되어 팔레스타인의 사막을 방랑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그 이스마엘, 즉 이슈메일을 어떤 특정한 이유 없는 니힐리즘적인 도망자의 보편성을 뜻하며 이름 지었다고 한다.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보편성은 '모든 ...

8점
상상이 미래가 된다면 - 나비종
<6도의 멸종>
생물의 95%가 멸종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고생대 말, 끝내 세상에 담기지 못한 95%의 존재감이 선명해졌다. 무심코 지나쳐왔던 숫자가 새삼 각인된 건 멸망이 등장하는 TV 속 장면을 보고나서부터이다.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서 남주인공은 멸망한 미래로 여주인공을 데리고 간다. 건물도 그대로, 거리도, 나무도, 하늘도, 강물도 그대로인데 오직 살아 움직이는 존재만 없는 풍경이다. 투명하고 묵직한 이불처럼 공간을 덮는 고요.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소리만이 유일하게 울려 퍼지는 침묵의 공간이...

10점
새하얀 나라의 나는 부디 - syo
<설국>
새하얀 나라의 나는 부디 눈에 관해서라면 작년은 좀 유별났다. 첫눈이 11월 첫날이었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눈이 왔다. 첫눈과 크리스마스 사이에도 눈은 이 별이 기어이 망했구나 싶을 정도로 쉼 없이 내렸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다퉜다. 그러다 마침내 헤어졌다. 우리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사이의 어느 날이었다. 부주의했다. 이 별 걱정이나 하다가 이별이나 하다니. 제 사랑이나 돌볼 것이지, 별보다 천천히 멸망하는 사랑이 어디 있다고. 우리 사랑의 안위가 어찌 되었건 눈은 그냥 계속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