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불안과 불편이 일상이 된 사람들 - 쎄인트saint
<나는, 휴먼>
【 나는, 휴먼 】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_ 주디스 휴먼, 크리스틴 조이너 / 사계절 # 2022년 3월 서울. 31일 아침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가 두 번째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자로 나선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삭발하기 앞서 “지난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부터 이동권 투쟁을 해왔다. 이동해야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이동해야 교육받을 수 있고, 이동해야 일을 할 수 있다. 너무나 상식적...

10점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결말 - 파이버
<진짜 도둑>
윌리엄 스타이그의 책으로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던 책이었다.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에서 발견했던 작가의 재치와 동물들의 따뜻한 마음씨,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결말을 다시 보리라 기대했다. 새롭게 바뀐 예쁜 세 권의 책표지도 매력적이었다. 이야기는 보초를 서고 있는 늠름한 모습의 거위 ‘가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표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모습이다. 가윈은 도끼가 달린 기다란 미늘창을 들고 허리춤에 열쇠 꾸러미를 차고 있다. 가윈이 지키는 것은 왕실 보물 창고이다. 이 이야기를 ‘진짜 도둑’과 ‘거위 가윈’...

10점
모두가 선생님이 되려면 - 그레이스
<나의 덴마크 선생님>
덴마크의 폴케호이스콜레(folke Højskole), 줄여서 호이스콜레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대학에 가거나 본격적인 직업을 갖기 전에 다니는데, 이들은 여행이나 자원봉사를 하며 1~2년간의 갭 이어(gap year)를 보낸다. “19세기 중반부터 덴마크에 세워지기 시작한 호이스콜레는 그당시 덴마크 민중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농민을 위한 학교로 출발했다. 초기 호이스콜레의 사상적 기초를 제공한 덴마크의 시인이자 신학자, 정치가, 역사가, 철학자, 교육자 그룬트비는 교육받을 기회가 흔...

8점
미술품과 관련한 욕망에 대한 진실을 밝힌 책 - 벤투의스케치북
<부의 미술관>
17세기 네덜란드는 종교개혁 세력들이 종교 미술 작품들을 우상으로 규정, 파괴하는 광기의 시간을 이기고 오히려 회화 열풍을 일으켰다. 교회나 왕실 등 부와 권력을 손에 쥔 후원자의 주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스템에서 새로운 시장을 적극 개척한 결과이고 미술품 소비층이 교황이나 왕을 비롯한 교회와 세속의 권력층에서 일반 시민으로 확산된 덕이다. 그림 소재가 성경이나 신화 이야기에서 일반 시민의 삶을 구성하는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 물건, 풍경 등으로 바뀐 덕이기도 하다. 루터는 교회 미술에 관대했고 칼뱅은 교회 미술을 우상시...

10점
[마이리뷰] 순이삼촌 - 겨울호랑이
<순이삼촌>
그 옴팜밭에 붙박인 인고의 삼십년, 삼십년이라면 그럭저럭 잊고 지낼 만한 세월이건만 순이 삼촌은 그러지를 못했다. 흰 뼈와 총알이 출토되는 그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었다... 오누이가 묻혀 있는 그 옴팡밭은 당신의 숙명이었다. 깊은 소(沼) 물귀신에게 채여가듯 당신은 머리끄덩이를 잡혀 다시 그 밭으로 끌리어갔다. 그렇다. 그 죽음은 한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다. 당신은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다만 삼십년 전 그 옴팡밭에서 구구식 총구에서 나간 총알이 삼십년의 우여곡절한 유예를...

서청이 와 부모형제들 니북에 놔둔 채 월남해왔가서? 하도 뻘갱이 등쌀에 못 니겨서 삼팔선을 넘은 거이야. 우린 뻘갱이라문 무조건 이를 갈았디. 서청의 존재 이유는 앳세 반공이 아니가서. 우리레 무데기로 엘에스티(LST)타구 입도한 건 남로당 청지인 이 섬에 반공전선을 구축하재는 목적이었는디. _ 현기영, <순이 삼촌> <순이 삼촌>, p59/270


8점
시간부스러기들을 뭉쳐보자 - 하이드
<시간을 찾아드립니다>
원제는 Time Smart : How to Reclaim your time and live a happier life '당신의 시간을 되찾고 행복한 삶을 살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번역 부제를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루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긴 하지만, 루틴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루틴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안 나오는데 말이다. 나만의 속도라는 것도 책 내용과는 관계 없는 좋은 아무말 같다.번역본 부제는 긴가민가 하지만, 책의 내용만은 지금 필요한 내용들...

8점
지금 보아야 할 고야 그림 - kinye91
<고야, 영혼의 거울>
대선이 끝나자 고야 그림이 생각났다. 제목은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의미는 비슷한.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는 그런... 우리들 이성이 깨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먹고 살기 힘들 때일수록 이성이 깨어 있어야 하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먹고 살기에도 힘들게 만드는지, 감정이 아니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선거는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성에 호소하는 차분한 공약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과격한 소리들이 먼저 나오고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그 과격한 말들...

8점
폭격의 전쟁 - 닷슈
<폭격기의 달이 뜨면>
기관총의 발명으로 지루한 참호전이었던 1차대전에 비해 2차대전은 신무기의 향연이었다. 전차가 등장하여 참호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해상에서는 잠수함과 구축함, 그리고 항공모함이, 공중에서는 전투기와 폭격기가 등장했다. 이중 폭격기는 적의 요격 범위와 관찰 범위를 벗어난 먼 상공에서 그리고 전선에서 멀리 벗어나 기존엔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적의 최후방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리고 폭격이 정확할 수 없었음과 더불어 다분히 큰 의도성을 갖고 후방의 민간인을 타격하였다. 그래서 2차대전 당시 사람들은 이 신무기에 전율했고, 공군력이 ...

10점
나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분리해내야 했다 - 공쟝쟝
<랭스로 되돌아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했던 아르바이트는 전단지 붙이기였다.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했던 알바는 대부분 유니폼을 입거나, 방긋방긋 웃어야하는 일들이었는데 사실 난 그걸 잘 못하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은 아파트 돌며 전단지 붙이기는 혼자할 수 있었고, 유니폼을 입거나, 희롱이나 추행을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걷는 게 운동도 된다고 생각했고(하지만 하루에 거의 3만보는... 살이빠지긴 했다), 무엇보다 서울 지리를 익히는 것도 좋지 않나?라는 순진한 생각 이었다.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몇 달 ...

나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분리해내야 했다. - P66


8점
[마이리뷰] 조선의 뒷담화 - 꼬마요정
<조선의 뒷담화>
정사와 야사 사이에서 줄타는 기분이다. 물론 정사라는 게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삼국사기>와 <고려사> 뿐이라지만, 나름 <고려사절요>까지 포함한다 해도 몇 개 없고 조선사는 아예 없으니 그런 구분이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조선을 기록한 정사가 없다해도(일제강점기 때문이겠지) 조선은 기록의 나라답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많은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조선은 뒷담 ‘깔 게’ 너무 많긴 하다. 일단 건국 자체부터 ‘명분’이 별로인데다, 장자세습이라는 원칙에 맞는 -장자의...

8점
사랑은 사랑이다. - blanca
<고독의 우물 1>
1928년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가 출간되었다. 같은 해에 평생 남장을 하고 다녔던 작가 레드클리프 홀의 <고독의 우물>은 출간 즉시 여성들의 동성애를 그렸다는 이유로 금서 처분을 받는다. 2022년에 1928년에 출간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우리 사회가 당시의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던 편견의 시선에서 얼마만큼 더 자유로워지고 진보했나를 자문하게 했다. 그리고 비단 이 이야기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로서만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세상이 부여하는 관습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고 ...

6점
마키아벨리의 덕 - 김민우
<마키아벨리의 덕목>
1. 이 책은 마키아벨리에 관한 논문과 평론들의 묶음이다. 여러 논문을 집대성한 것이라고는 하나 이 책은 하나의 대주제 아래 묶여 일관성을 띠고 있다. 그 대주제란 "자기 자신의 사상 속에 중심적 인물로 존재하는 마키아벨리", 곧 "마키아벨리의 '자기 자신이 군주라는 기묘한 암시'"이다. 이 '기묘한 암시'는 저자의 고유한 발견은 아니다. 저자는 미키아벨리를 연구하면서 "스트라우스가 전반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수많은 구체적인 논점들 중 일부를 철저하게 뒤따랐다." 저자 하비 맨스필드는 레오 스트라우스를 사숙한 학자로서, 맨스필드의 정...

8점
공부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부싯돌 - cyrus
<공부의 위로>
저는 민음북클럽 독자가 아닙니다평점4점 ★★★★ A-명문대를 나오고,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에 다니기 위해 죽어라 공부한다는 건 무척 팍팍한 일이다. 그렇게 공부해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사람은 치열하게 공부했던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겠다. 명문대 입학과 대기업 입사를 위한 공부는 나의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공부’하는 삶은 ‘공’허하고 ‘부’질 없다. 공허하고 부질없는 공부는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학벌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부에 매몰된 사람들은 나 자신이 무엇을...

8점
행복을 가장한 완성체의 영혼들이 - 꼼쥐
<마음의 푸른 상흔>
삶이 빚어내는 은유는 그때마다 대상이 되는 인간에게 어떤 깨달음을 안겨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영혼의 성숙도에 조금의 흔적을 남기는 건 사실이지 않을까 싶다. 열아홉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엄청난 성공과 폭발적인 인기를 거머쥐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인지 작가 사강은 그녀의 초기작이었던 <스웨덴의 성>에 등장했던 두 인물을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그녀 나이 서른일곱 살에 다시 소환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

10점
세 詩 삼십팔 분 - syo
<윤동주 전 시집>
읽지 않고 쓰는 일은 뜻밖에 고되다. 먹지 않고 싸려니 왼갖 장기에 붙어 있는 찌꺼기들을 다 긁고 또 쥐어 짜내야 뭐라도 한 덩이 방출 가능한 그런 드러운 모양새인데, 이런 상황에 생산되는 것들이 철학도 소설도 아닌 시의 파편이라는 사실은 또한 스스로에 대한 작은 깨달음이라고나 할까. 시, 시, 아, 시여. 믿을만한 정보통에 따르면 syo라는 닉네임은 “시라구요? 이게요? 시요?(syo?)”라는 질문과, “네, 이래 봬도 이게 시입니다. 시요……(syo……)”라는 대답의 일부분을 발췌해서 탄생했다고 한다. 시와 s...

8점
세상을 이해하는데 물리학이 필요한 이유 - 초란공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을 이해하는데 물리학이 필요한 이유-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2022) 과학 대중화의 시대다. 인류는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어느 때보다 과학의 힘을 등에 업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다. 어느 국가나 과학 기술은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다. 특히 과학 교육은 국가의 중대사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영국의 과학자이자 과학저술가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짐 알칼릴리가 지적하듯이 ‘과학은 인간의 일’이기도 하다. 과학 활동은 결국 인간이 개입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

[1] "세상을 이해하는데 물리학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싶습니다."(12)


8점
슈레딩거의 고양이 구하기... - 살인교수
<전망 좋은 밀실>
어떤 남자가 마당에 설치한 핵전쟁 대비 지하 벙커에 들어가 체험을 해본다. 매일 아내에게 생존 교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이상한 교신을 받는다. '녀석들이 왔어. 난 여기서 버틸 테니 당신은 도망쳐!' 그 직후 아내와 집안 일꾼들이 벙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는 몸통이 절단된 채 죽어 있다. 벙커로 통하는 유일한 입구는 닫혀 있었고, 벙커는 무척 좁아 누군가 숨을 공간도 없다. 이 불가능한 밀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천재 탐정 시그마가 나선다. 그는 현장을 둘러본 후 단번에 진상을 알아낸다. 모두를 놀라게 한 ...

10점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 Breeze
<파이 이야기>
인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할 수 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할 것인가, 누구나 원하는 이야기를 할 것인가. 그 선택 또한 나에게 있다. 인생은 이야기이고, 당신은 당신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안 감독의 메시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래전 『파이 이야기』 원작 영화와 함께 소설을 읽고 다양한 생각에 잠겼다. 망망대해, 벵골 호랑이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잡아먹힐 것인가, 그를 통제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는 파이 파텔의 이야기. 영화와 함께 많은 사랑...

10점
모든 것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 레삭매냐
<인간에 대하여>
알다시피 3년째 코로나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일상이 무너져 버렸다. 이제 슬슬 일상으로의 복귀가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도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예상대로 코로나 시절을 다룬 소설이 나왔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율리 체 작가의 책이라 더더욱 반가웠다. 다 읽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동안에 다른 책들을 집적거리느라 그랬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소설 <인간에 대하여>의 주인공 도라 코르프마허는 금년 36세의 성공한 시니어 광고 카피라이터다. 그녀는 봉쇄령이 떨어져 모든 것이 마비된 베를린에서 지금 막 브란덴부...

8점
[마이리뷰] 저주토끼 (리커버) - mini74
<저주토끼 (리커버)>
“남을 저주하면 무덤이 두 개’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고 한다. 타인을 저주하면 결국 자신도 무덤에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p32)그럼에도 저주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삐뚤어진 권력과 가부장제의 폭력, 자본주의의 잔인함이 난무하는 현실 속의 공포이야기다. 읽고 곱씹으면 더 무서워지는 이야기.색다르고 특이한 열 가지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다.대표작은 <저주토끼>다.우리는 누군가에게 받은 혹은 누군가에게 건넬 앙증맞은 저주토끼 하나쯤은 갖고 있지않을까. 원망과 원한의 크기는 다르겠지만.오래 전 짚으로 형상을 만들고 거기에 해...

나는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침대 전체를 적시는 것을 느끼며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침실 창문 밖으로 셋이 밤의 거리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여섯 개의 다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가로등 아래를 지나갈 때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가로등 불빛이 흔들려 셋의뒷모습이 어둠에 가려졌다.
그것이 내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10점
우리의 숨결이 만드는 것이고 우리의 숨결을 만드는 것 - 이하라
<마음챙김의 시>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라이너 쿤체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시집을 건네 들고 첫장을 넘기자 목차 이전에 앨런 긴즈 버그의 <어떤 것들>이라는 시가 눈에 띄었을 때는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시집 맨마지막의 시 류시화님의 감회가 담긴 장 이전에 등장하는 마지막을 장식하는 메리 톨마운틴의 <우리에게는 작별의 말이 없다>라는 시에서 말하듯 "헤어지면 서로 잊게 된단다./ 그러면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돼."라는 말...

8점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슬픔을 헤아려 보다 - 프레이야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무진동트럭 행렬이 모래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콜로라도주까지 18시간이 걸리는 여정이다. 반달가슴곰 스물두 마리를 태운 트럭은 지금 대장정의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다. 동해시에서 인천공항으로, 공항 검역을 통과한 후 비행기를 타고 미국공항에 내려 쉬지 않고 또 다시 육로를 달려서 가는 곳은 동물보호구역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The Wild Animal Sanctuary’이다. 한 개인이 일구어낸 300에이커의 땅 ‘더 와일드 애니멀 생츄어리’는 서커스단과 동물원, 사육장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한 동물에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

동물들 역시 사랑하고 슬퍼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깊고 깊은 슬픔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애도에 마냥 사로잡히지 않았을 때, 또는 아직 다가오는 슬픔을 예감하는 정도일 때라면 다른 동물들한테서도 우리와 닮은 애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진실된 위로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에서 희망과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여러분도 이 이야기들로부터 희망과 위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맺는말 중 - P336


8점
인간답게, 끝내 인간답게 - 다락방
<페스트 (무선)>
코로나가 발병한 후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 나는 좀비에 대한 흥미가 생겼더랬다. 좀비에게 물리면 좀비가 되고 다른 인간을 또다시 좀비로 만들고, 그 틈에서 아직 물리지 않은 인간들은 끝까지 물리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도망치는 스토리. 좀비라는 아름답지 않은 존재에 대해 그간 흥미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고 그보다는 가급적 피하고 싶었었는데, 갑자기 좀비를 보고 싶고 알고 싶어졌던 거다. 그렇게 닥치는대로 유명한 좀비 영화를 그리고 유명하지 않은 좀비 영화를 봤다. 좀비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남은 인간들의 삶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고...

전쟁이 어리석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금방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어리석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만약 사람들이 항상 자기만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우리 시민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자신들만 생각했다. 다시 말해, 재앙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인본주의자들이었다.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재앙이 지나가버릴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라지는 쪽은 사람들, 누구보다도 인본주의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리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못한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P51


10점
죽은 이와 싸움 - bookholic
<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유튜브의 AI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아빠의 심리를 잘파악하는 것 같단다. 예전에 유튜브의 AI가 찾아준 영화예고편 중에 <레베카>라는 예고편을 보았단다. 예고편들이 다 그렇지만, 이<레베카> 영화의 예고편도 영화를 보고 싶게 했단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너무 익숙해서 좀 찾아보니, 이 영화는 오래전에 그 유명한 감독 히치콕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고, 뮤지컬로 각색되어서도 꽤 많은 인기를누리고 있더구나. 아빠가 뮤지컬에 관심이 적다 보니...

8점
몰랐던 일들 - 호두파이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관념으로만 당위로만 아는 일들이 있다. 실제의 삶에서는 떼어 놓고 생각하는 판단들이 있다. 안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오늘 또 한 책을 만나면서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고야 만다. 오늘도 좋은 책을 만났다. 다행이다.*동화의 중요성을 몰랐다.성장기에 접하는 많은 것들은 무의식을 형성하는 재료들이 된다. 조기교육이라는 사교육의 한 흐름 저변에는 이런 생각이 표표히 흐르고 있을 터이다. 동화 역시 유아동기에 접하는 이야기이므로 주의깊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하지만 우리가 듣는 이야기는 그렇다고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도...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왕자가-사실은 그 누구라도-목소리를 잃은 여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다.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함께 인생의 열린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를 원한다. - P358


10점
모더니즘의 탄생과 제1차 세계대전 - 잭와일드
<봄의 제전>
"20세기는 1914년에 시작되었다." 에릭 홉스봄은 말했다. 그의 표현처럼 사실상 20세기의 모든 것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1차 대전은 인류 역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1차 대전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만의 관심사, 사상적 배경, 고민과 감정들을 함께 다루어야 한다. 또한 명시적으로 표명된 것과 이와 반대로 암묵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관례와 도덕, 관습과 가치까지도 되짚어봐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이는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사건이자 미래의 형성에 일...

8점
진짜 십 대의 마음 - 자목련
<일주일>
어떤 어른으로 살지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냥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나 꿈같은 게 없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게 싫었지만 담임한테 대들 수 없었고 막연하게 대학에 들어가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수동적인 삶이었다. 나는 없고 남들처럼 사는 시간만 있었다. 그래서 십 대 조카와 이야기를 할 때 이모랑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을까. 십 대의 일상을 들려주는 최진영의 『일주일』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어른인지 느끼며 조카의 기분을 생각했다.어쩌면 이 소설을 읽는 어른 가운데 어떤 이는 ...

10점
단테 신곡 입문-지옥을 여행하다 - 페넬로페
<신곡 : 지옥>
우리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거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운다. 세상이 변하고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지만 그때 배운 걸로 어느 정도는 충당이 된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후회는 언제나 함께 한다. ‘단테=신곡’이라는 공식을 언제부터 내가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단테의 ‘신곡-지옥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비해 훨씬 쉬웠고 재미있었다. <신곡-지옥...

10점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 chika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차마 그 느낌을 표현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만 떠올랐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을 읽고난 후 나의 편협한 세계관이 조금은 넓어졌구나, 싶었었는데 이 책은 세계관의 확장뿐만 아니라 '청동거울처럼 흐릿하게 비추는' 성경의 이야기가 조금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지구종이 아닌 가톨릭 신자인 내게 지구종의 이야기는 그렇게 다가왔다. 물론 대학에 입학하며 '모든 사물은 변화발전한다'라는 것만이 진리일 것이다,라고 들었던 것과 같은 철학적 사유도 같이 떠올리면서.먼 미래 - 라고 하지만 이 소설의 시대는 2024년...

10점
미술관 옆 동물원은 지금도 있는지.. - Meta4
<말테의 수기>
미술관 옆 동물원 그 옆 어딘가 종합병원이 있다면 응급실 옆에는 어김없이 영안실(장례식장)이 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장례식장은 낡은 문법처럼 응급실 가까이에 있다. 장편소설이라는데 제목 때문에 수상록인지, 아니면 생활 속 잠언들 모음집인지, <말테의 수기>는 늘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다가온다. 그래도 분명하게 아로새겨진 부분이 있다. 첫 문장이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서 여기로 몰려드는데, 나는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민음사) "그래, 이곳으로 사람들은 살기 ...

10점
감미로운 추억이란...<밤이 오기 전에> - 새파랑
<밤이 오기 전에>
N22059˝그녀가 나를 사랑하거나 아니면 내가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를, 하지만 이 중 한 가지는 불가능하고, 저는 다른 나머지는 원하지 않습니다.˝사실 프루스트 하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 읽어봤다. 그가 남긴 다른 책들은 없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그의 미발표 단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구매하려고 했으나, 여차여차 해서 구매를 미루다가 저번주에 동네 독립서점 구경을  갔다가 이 책이 있길래 구매를 했다.일단 결론은 ‘대단히 좋다 ‘는 거다. 책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

8점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과 올바르게 끝내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 - scott
<어떤 선택의 재검토>
1916년 약 3,700만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계 제 1차 대전을 겪은 인류는 전후 전쟁에서 싸우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전투기 조종을 맡았던 조종사들은 전쟁터에서 '바람직하게' 싸우는 전쟁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주장 하기 시작한다.1차 세계 대전 당시 전투 비행기는 합판과 천, 금속, 고무 재질로 제작 되어 위 아래 두 쌍으로 달려 있는 날개는 지주로 연결 되어 있었다.좌석은 하나 였고 프로펠러와 동기화 된 기관총이 앞을 향해 있고 총알은 프로펠러 사이로 발사 되었다.차고에서 순식간에 조립해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전쟁터로...

10점
[마이리뷰] 천 개의 파랑 - 물감
<천 개의 파랑>
SF 장르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죄다 글맛도 없고 감성도 없고,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생김새하고는 영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터져 나오는 근미래 배경의 작품들은 좀 덜하지만 그래도 손이 잘 안 가게 된달까. 그래서 과학 관련은 문학보다는 차라리 비문학 쪽이 더 어울린다고 봐왔다. 이 같은 나의 편견을 완전히 뒤바꿔준 작품을 지인의 권유로 만나게 되었다. AI 로봇들이 점점 보편화 중인 세대를 그리고 있는 <천 개의 파랑>은 기존의 대중소설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할 만큼 자연스러운 글과 분위기를 ...

8점
책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 독서괭
<아직도 책을 읽는 멸종 직전의 지구인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킨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 183쪽 조 퀴넌의 이 오바스러운 제목의 책의 원제는 <One for the Books>다. 원제를 어찌 해석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번역 제목과 달리 '책을 읽는 모든 지구인'을 위한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을 위해서 쓴 글이 아니라 정말로 '책'을 위해서 쓴 글이다. 여기서 책이란, 종이책을 말한다. 작가는 책을 향한 자신의 온 마음을 다 바쳐 러브레터를 썼다. 아주 솔직하고 개인적이며 시시콜콜하다. 그래서 함부로 추천하기는 어렵다. 다만 서친님들께는 조심스레 추천할...

딸아이는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을 선물하면서 상대도 그 책을 진심으로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단체 포옹 강요 같은 행태를 이해 못하겠단다.

"책은 그때그때 한 권씩 사요. 책을 구입해서 바로 읽고 싶으니까요. 딱 맞는 책을 딱 맞는 때에 읽고 싶어요. 책을 쟁이고 싶진 않아요. 비축해두고 싶지 않아요. 남들이 나에게 책을 주는 것도 원치 않아요. 책을 읽는 경험은 각기 다 개인적이죠.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거에요. 독서는 오로지 현재에만 존재할 수 있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독서 경험을 재창조(recreate)해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고 봐요." - P334


10점
에세이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하나의책장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하나, 책과 마주하다』현실이었다.그녀에게 닥친 모든 일은 현실이었다.그런 그녀에게 손 내밀어 준 것은 바로 책이었다.어떤 책이 그녀를 구렁텅이에서 꺼내준 것이었을까?저자, 전안나는 19년 차 직장인이자 『1천 권 독서법』, 『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 공부』, 『초등 하루 한 권 책밥 독서법』, 『쉽게 배워 바로 쓰는 사회복지글쓰기』, 『초등 6년, 읽기 쓰기가 공부다』 등을 쓴 작가이고, 전국을 다니며 독서법을 강의하는 강사이다. 아동 학대 트라우마를 벗어나려 노력하다 보니 아동·청소년 담당 사회 복지사가 되었고, 가정 폭력 전문...

8점
믿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미미
<미신 이야기>
살다보면 이런 저런 미신을 많이도 주워듣게 된다. 어릴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전해들어 습득하고 특정 상황이 닥쳤을땐 부모님으로부터 전달받기도 했다. 근거 따위는 없고 그저 '그렇더라','~해야 한다더라'는 식의 꽤나 부실한 미신들을 제법 비판없이 들어왔던것 같다. '미래의 남편 얼굴을 보려면 자정에 입에 칼을 물고 거울을 보면 된다'는 미신은 생각만해도 무서우면서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뭔가 잘못을 했던 나에게 엄마가 체벌하려고 빗자루를 드셨을땐 '빗자루로 맞으면 3년간 재수없다더라'는 미신이 생각나 위기를 모면하기...

8점
아직 앤은 그곳에 - 희선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지금도 빨강머리 앤 좋아하기는 해. 앤은 자기 머리카락색이 빨개서 싫어했지만, 난 앤처럼 빨강머리였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어. 언제 그렇게 생각했을까. 어릴 때가 아니고 나이를 먹은 다음이었던 것 같아. 그런 생각만 하고 빨간색으로 머리카락을 물들인 적은 없어. 나한테 빨강머리는 별로 안 어울릴지도. 빨강머리 앤 하면 소설보다 만화영화가 먼저 떠올라. 그건 꽤 옛날에 만든 건데. 지지난해(2020)엔가도 케이블 방송에서 하더군. 우연히 스치듯 봤어. 처음이었다면 봤으려나. 지금도 할까. 그건 나도 모르겠어. 한다 해도 보기는 어...

6점
동서양 철학의 만남 - 강나루
<사람을 얻는 지혜>
'사람을 얻는 지혜'는 무엇일까? 좋은 인간관계를 위한 지혜를 얻고 싶은 마음에 책을 꺼내들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란다. 1601년 태어난 그의 저서가 4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읽히고 있다고하니,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그럼, 한번 책을 살펴보자. 1. 유가보다는 도가에 가까운 발타자르 그라시안 '사람을 얻는 지혜'를 읽다보면 유가와 도가를 비롯해서 동양의 사상가들이 전했던 인생의 지혜와 흡사한 것들이 많았다. 동양과 서양의...

10점
탈출한 사람만이 되돌아갈 수 있어요 - 단발머리
<랭스로 되돌아가다>
프랑스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이다. 자신이 속했던 노동자 계급을 떠나고 가족을 떠났던 에리봉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과거와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색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무슨 말을 더할까. 에리봉의 책을 읽기 전 혹은 읽은 후, 읽는 도중에도 100% 유용할 것이 분명한 쟝쟝님의 글을 링크해 둔다.https://blog.aladin.co.kr/trackback/jyang0202/13492598 <먼댓글(트랙백) : 나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분리해내야 했다> 탈출. 어떤 상황이나 구...

"지배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그렇게나 많은 글을 써댔던 내가, 사회적 지배에 관해서는 왜 쓰지 않았을까?" 혹은
"예속화assujettissement와 주체화subjectivation 과정에서경험하는 수치의 감정에 그토록 중요성을 부여했으면서, 왜 사회적 수치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런 글도 쓰지않았던 것일까?" 결국 이렇게 질문을 바꾸어야 했다. "파리에 정착한 뒤, 나는 나와는 다른 사회 계층 출신의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종종 그들에게 내 출신 계급을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진실을 고백하며 마음속으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내 출신 환경에 대한 수치, 사회적 수치를 경험했다. 그런데 나는 왜 책이나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뤄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 이것을 다음과 같이 진술해보자. 내게는 사회적 수치에 관해 쓰는 것보다 성적 수치에 관해 쓰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 P23


10점
시(詩)..... 말과 글의 위대함 - 잠자냥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아주 인상 깊으면 도리어 원작을 읽을 욕망이 사라지기도 한다. <일 포스티노>로 널리 알려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그런 책 중 하나였다. 그래도 완전히 외면은 못하고 언젠가 읽기는 읽어야 할 텐데, 영화에 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 그때 읽어야지 하면서 미뤄오다가 최근 드디어 읽었다. 영화에서는 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마리오의 사랑 등이 인상 깊었다면 책으로 읽을 때는 아무래도 이것이 ‘문자’의 힘인지 글쓰기의 힘, 말의 힘, 그리고 시(詩)가 지닌 위대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