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마이리뷰 당선작

8점
<여름은 고작 계절(김서해, 위즈덤하우스)> - 저울추 - 쿄모혼
<여름은 고작 계절>
성격이 적극적이다. 이 말을 듣고 여러분은 어떤 특징을 떠올리셨나요?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면 주위에 물어보며 스스로 해결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 이외에도 여러 특징이 있겠지요. 그래도 학생으로 범위를 좁히면 위에서 언급한 사항이 주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니를 보면서 적극적이어 보이는 학생의 이면을 본 기분이 듭니다. IMF 시기, 제니 가족은 미국으로 떠납니다. 제니 가족은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사람 사이에 툭 떨어집니다. 제니 가족의 생활은 한국보다 미국이 ...

10점
삶을 속박, 파괴하는 것들로부터의 자유 - 비의식
<가출 예찬>
‘가출, 악덕, 저항, 독립’, 네 범주의 ‘예찬(禮讚)’을 하고 있는 이 책은 1963년 첫 출간되었지만, 인간과 인간사회에 있는 그 항상(恒常)적 내용처럼 21세기 오늘과 동시대적이며, 기존 질서에 대한 명확한 반감의 냄새가 범상한 글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다, 아마 당대에는 급진성으로 비난과 공감의 물결이 마구 뒤엉켰을 문제작이었을 것 같다. 특히 이 책의 글들이 흥미로운 것은 현학을 흉내 내거나 진지함을 방패로 삼지 않으며, 그 어떤 위선도 날려버린 날 것의 체 하지 않는 솔직함이다. 가출예찬을 비롯한 네 개의 예...

8점
서림은 배신하지 않는다 - cyrus
<서점 예찬>
종이 480장이 만나서 모이면 1림(ream)이다. 림은 종이를 셀 때 쓰는 단위다. 서점에 있는 모든 책의 종이를 세면 몇 림일까? 종이를 일일이 세는 것은 엄청 힘들다. 종일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종이의 원료는 나무의 섬유질을 추출해서 만든 목재 펄프(wood pulp)다. 펄프가 된 나무들을 모으면 숲(wood)을 만들 수 있다. 서점의 책들은 숲의 흔적이다. 종이책이 된 숲(書林)의 자취가 있는 서점은 서림(書林)이다.서점은 다양한 종류의 책이 주렁주렁 달린 숲이다. 서점을 찾는 애서가는 책 숲을 마음껏 둘러본다(bro...

10점
사랑이 가능한 시대인가? - 자목련
<연애 시대의 종말>
소설을 읽는다. 내가 모르는 삶이 거기 있어서, 안다고 착각하는 삶이 거기 있어서. 재밌다고, 슬프다고, 아프다고, 눈부신 은유에 놀라고 감탄하다. 그런 읽기가 전부였다. 뭐, 그런 읽기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일개의 독자이니까. 내가 알지 못하는 소설이 너무 많다. 먼저 읽은 누군가의 글에 매료되어 그 방대한 세계의 입구에서 기웃거린다. 슬그머니 문을 열고 작은 틈새로 쏟아지는 빛에 눈이 멀 것 같다. 비비언 고닉이 30년 전에 쓴 비평 에세이 『연애 시대의 종말』가 그랬다. 20세기의 문학 작품 가운데 사랑을 읽고...

10점
#에밀 졸라 #루공가의 치부 - bookholic
<루공가의 치부>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오늘은 에밀 졸라의 <루공가의 치부>라는 책을 이야기할게. <루공가의 치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 시리즈 중에 하나로, 아빠가 만나는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는 이번에 세 번째란다. <루공 마카르 총서>는 모두 20권인데, 우리나라에서는아직 출간하지 않은 책들도 여러 권이고, 출판사도 이곳 저곳에서 출판해서 시리즈를 모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실망을 금할 수가 없구나. 아빠도 그 중에 한 사람이...

플라상은 약 만 명 정도가 사는 군청 소재지이다. 비요른강이 내려다보이는 고원에 세워지고, 북쪽으로는 알프스산맥의 최종 갈래에 속하는 가리그 언덕을 등지고 있는, 이 시는 마치 막다른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1851년에 주변 지역과는 도로 두 개로만 연결되었다. 동쪽으로 내려가는 니스로와 서쪽으로 올라가는 리옹로(路)가 있고, 두 도로는 거의 평행적 위치에서 이어진다. 그 시절, 시의 남쪽을 지나가는 철도가, 예전 강둑의 가파른 경사인 언덕 아래 놓였다. 지금은, 작은 개울 오른쪽에 있는, 역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정원이 테라스처럼 형성된, 플라상의 첫 번째 집들이 보인다. 그 집들에 도달하려면 족히 1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 P59


8점
내 모든 것 - 오정미 - Breeze
<내 모든 것>
#내모든것 #오정미 #무제 책이 내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낯선 작가의 책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번씩 찾아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영화 <버닝>의 시나리오를 쓴 오정미 작가라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출판사 대표인 배우 박정민의 홍보도 컸다. 책에 대한 별다른 정보가 없어,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야기려니 여겼다. 책을 펼쳐보니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인생 영화’에 대하여 말하는 글이었다. 삶이 힘들어도 영화에서 위안을 얻는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나 보면서 인생 영화로 남는 것이다. 이유도 없...

10점
고전은 언제나 다시 번역해야 한다 - Falstaff
<소포클레스 전집>
. 나는 소포클레스를 2014년에 처음 읽었다. 당연히 천병희 선생이 번역한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이란 제목의 책으로. 읽기 전에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오이디푸스 왕>은 중학생 시절부터 스토리 대부분을 알았다. 이게 오히려 책 읽기를 방해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천병희 선생의 책을 읽기에 앞서 카를 오르프가 작곡한 오페라 <폭군 외디푸스 Oedipus der Tyrann>의 음반을 들었다. 이거 한 방에 그냥 뻑 갔다. 카를 오르프의 고전 3부작이, <폭군 외디푸스>와 <안티...

10점
가슴저린 우리 역사 - 강나루
<여자전>
'여자전'이라는 책을 역사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추천해주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읽지 않았다. 읽어야할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았기에 '여자전'은 독서 목록에서 뒤로 밀려나 있었다. 작년 가을!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도서를 학교구성원들에게 나눠준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그 책들 속에서 '헤로도토스 역사'와 '여자전'이 눈에 띄었다. 두책을 책장에 꽃아 놓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또 흘렀다. 바쁜 일상속에서 여름방학 동안 읽을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지 못했다. 그때, 그동안 책장에 꽃혀 나를 기다리던 두책이 눈에 들어왔다. '헤로도토스...

6점
나만의 연수가 되길 [모두의 연수- 김려령] - 오후즈음
<모두의 연수>
나만의 연수가 되길 [모두의 연수- 김려령]​​​열다섯의 연수는 명도단의 유명한 아이다. 어린 시절 부모 밑이 아닌 이모에게 키워진 아이. 한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연수는 그렇게 키워졌다. 이모의 시댁, 그러니까 사돈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슈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몫을 잘 챙기며 살아가고 있다. 연수를 그렇게 만든 것은 모두 자상한 어른들의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한동안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된 적이 있었다. 누...

8점
사이버 펑크 - 감은빛
<테세우스의 배>
책 표지가 독특해서 일단 꺼내 펼쳐봤다. 그리고 제목도. 아테네 인들이 긴 시간동안 테세우스의 배를 보존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재가 낡고 썩어서 새로운 목재로 교체하곤 했다는 이야기.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 테세우스의 배는 처음 보존을 시작했던 때의 목재가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새로운 목재로 교체했는데, 그렇다면 그 배는 과연 테세우스의 배가 맞는 것일까? 만약 교체되었던 낡고 썩은 목재들을 모두 모아 다시 배를 만든다면 어느 쪽이 진짜 테세우스의 배일까? 당신은 어느 쪽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것인가? 라는 철학적 명제...

8점
망명객이 보내 온 노스탤지어 - 페넬로페
<압록강은 흐른다>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는 한국인이 독일어로 쓴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문장은 현상을 설명하며, 많이 정제되어 있다. 이것은 문학평론가 박혜진의 해설처럼, ‘담담하며 고요한 절제의 미학(p.237)'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지만, 경계의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봤기에 절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몸은 독일에 있지만 영혼을 고국에만 두었다면 이미륵의 문장은 격한 울음이었을 것이다. 감정이 절제된 채, 묵묵히 진행되는 이미륵의 글은 비슷한 시대를 자전적 내용으로 쓴 박완서의 문장과 대조적이다. 집요하...

10점
지진, 화산, 홍수, 허리케인 등의 실상과 우리의 대응 자세 - 벤투의스케치북
<재난의 세계사>
지질학 박사 루시 존스의 [재난의 세계사]는 지진, 화산분출, 홍수, 허리케인 등의 재난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지진을 말해주는 여성(Earthquake Lady)이라는 별명을 가진 지진학자다.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이기도 한 저자는 지진학과 지질학 연구에서 얻은 방대한 수치 데이터를 음악의 음정(Pitch)과 선율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 저자에게 비올라 다 감바 연주는 지구의 진동인 지진과 기후 변화를 인간의 언어와 감성으로 번역해내는 또 다른 형태의 재난 연구이자 대중 강연인 셈이다. 저자는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지구...

10점
오션 블루스 - 테일
<오션 블루스>
아, 바로 이런 이야기였구나. " 하지만 난 뒤로 물러서지 않았어. 언젠가는 하늘과 새, 그리고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간직하고 있었으니까. 진짜로! 81" 솔직히 말해 배꼽 빠지게 웃기진 않는다. 아마 프랑스 식 유머가 일일이 약간의 해석을 붙여서 전달되어야만 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한 인물이나, 지역, 비슷한 발음 같은 것들을 이용한 말장난들은 바로 알아채서 이해한다면 재미를 느끼지만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한 농담) 이런 식으로 설명을 통해서 읽게 되면 웃을 수 있을만한 포인트를 잃어버리고 ...

10점
서양에 대한 재상상 - 불청객
<만들어진 서양>
<서양>은 어떤 지리적 위치나 문화적 공동체를 가리키는 낱말이다. 이 낱말을 정의하는 한 가지 구체적인 요소는 공통의 기원과 역사를 가지고 있고 문화유산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근대적 국민 국가라는 개념이다. 서양의 기원 신화를 찾아 서양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근대화된 대서양 연안 국가들에서부터 계몽주의 시기 유럽을 거치고 찬란한 르네상스와 암흑의 중세를 지나 마침내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기 세계에 다다른다.그러나 플라톤에서 나토에 이르는 단일하고 온전한 연속체로서 서양사를 구성하려는 서양사의 판본은 사실에 근거하기 보...

10점
3월 1일의 밤 (권보드래/돌베개) - 성근대나무
<3월 1일의 밤>
3.1 운동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국문학과 교수다. 흠, 뭔가 이상하다. 역사학자 또는 사회과학자도 아닌 인문학자가 3.1 운동을 다룬 책을 쓰다니. 3.1 운동을 문학사적으로 조망하려는 책인가 싶은데 책소개나 서평을 읽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누구나 3.1 운동을 알지만 정작 3.1 운동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민족 대표 33인, 유관순 열사, 전 국민의 만세운동.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음을 아는 사람은 역사에 비교적 지식이 있는 경우다. 하지만 정작 3.1 운동 자체...

10점
바다에 살아도 여전히 호모 사피엔스는 - 풀꽃선생
<파란 파란>
먼 미래에 우리 후손은 어떻게 살아갈까. 기후 위기가 인류 멸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과학의 발전을 이용하여 살아갈 방도를 찾을 것이다. 그런 많은 상상 중에서 우주 개척이나 지하 세계로의 진출은 많았으나 바다로 들어가 살아보겠다는 상상을 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파란파란>은 바닷속과 고산지대로 피신한 후 거기서 새로운 살 자리를 마련하는 신인류를 다룬다. 여기에 과학적 합리성을 따지지는 말자. 1년 전쯤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심해수영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공기...

6점
주저없이, 막[정전] - 모시빛
<정전>
주저없이, 막정전 -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함윤이, 문학동네, 2026-03-13. 함윤이 작가의 소설은 리얼리티 속에 환상을 흩뿌린 작품이 유독 많다. 아니다, 환상이 주고 리얼리티를 첨가한 건가? 이 소설 또한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어떤 부분을 ‘환상’으로 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인 듯한데, 작가의 단편소설 「강가/Ganga」에서의 모호하고 환상적인 부분은 좀 버려두고 ‘현실 사건’을 갈무리하여 최대한 현실적인 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다. 해결에 방점을 두자면 ‘환상’으로 회피하기보다 ‘환상적’...

10점
너무 이해돼서 너무 슬픈 - 기진맥진
<두고 온 여름>
성해나 작가의 최근 유명작들은 도서관에서 내 차례가 오기 어려워 이 책을 먼저 읽어보았다. 이 책 한권으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아보긴 힘들겠다. 비교적 소품 같은 책이었다. 이 책 바로 전에 뉴베리상 수상작인 어떤 동화책을 읽다 진도가 안 나가 겨우 끝냈는데, 이 책은 그 책의 반의 반도 안 걸려 다 읽었다. 무척 평이한 소재여서이기도 할 것이고 작품 길이도 150쪽 정도로 짧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매우 섬세하고도 무거웠다. 두 명의 주인공이 두 번 교차 서술한 이야기다. 기하와 재하. 이들은 여덟살 차이나는 재혼가정의 형제...

10점
[마이리뷰] 죔레는 거기에 - 곰돌이
<죔레는 거기에>
긴 호흡과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도입부에 확 빨려 들어가 100쪽을 쭈욱 읽어버리게 만든 <사탄탱고>의 매력에 빠졌던 작년의 그 짜릿함을 기억한다. 황폐한 마을, 곰팡내 가득한 방,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던 그 음울함이 아직도 잔재처럼 머릿속에 콱 박혀 있는데, <죔레는 거기에>를 펼치자 웬걸, 점심으로 먹을 감자국수를 만드는 한 노인이 나온다. 예상 밖이다. 뭔가 소박하고 인간미도 느껴지고, 첫인상부터 내가 알던 작가의 느낌과는 꽤 다르다. 그런데 또 가만히 읽고 있으면 이 편안함 속에 놓치기 ...

8점
집 나간 연애 세포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 구단씨
<첫사랑>
그때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고, 내 안에서 들끓던 그 많은 감정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름 붙일 수 없었다. 아니, 만약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이름으로 불러야 했다면, 그것은 오직 ‘지나이다’였을 것이다. (74페이지)열여섯 살 블라디미르는 이웃집에 이사 온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녀, 스물한 살의 지나이다는 가난한 집안 배경 따위 무시할 만큼 매력적인 여성으로 묘사된다. 뭐 다섯 살 연상쯤이야 문제가 안 되겠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순진한 열여섯 살 청년을 대하는 그녀의 ...

10점
낭만도 교훈도 없는 잔혹한 계절의 기록 - 안지
<1차원이 되고 싶어>
박상영 작가의 <1차원이 되고 싶어>는 2000년대 초반, 여름의 열기와 습도가 지옥 모드로 폭발하던 D시(아마도 대구)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의 흑역사, 열병 같은 사랑, 그리고 십대들의 잔혹한 매운맛 인간관계를 제대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소설의 제목이자 핵심 모티프인 '1차원'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3차원의 세상에서 탈출해 너와 나를 직선으로 싹 연결하는 단 하나의 관계에 대한 절박한 갈망을 뜻한다. 어차피 남의 속마음 읽기는 만렙이 될 수 없고 타인과의 관계는 오해와 헛발질의 연속인데, 주인공은 온갖 신호 오류가 난무...

10점
경험하지 않을거라 여기던 것들이 다가올 때 - 다정한곰님
<서성이다>
이것은 저자의 이야기이기도했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했다. 소설은 이지수를 중심으로 흘러가지만 촘촘한 시간을 풀어내는 것은 안시찬의 시선으로 이어진다. 사흘간의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사흘간의 이야기 속에는 그들이 20여년간 살아온 부부라는 관계성과 각각의 개인적인 성향, 주변 가족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방식은 그 일이 벌어진다 한들 갑작스럽게 변하진 않았다. 지수와 시찬의 시간이 어그러진다 한들 사회속에서 수행해오던 각자의 역할과 약속들은 여전히 이행되어야했다. 익숙했던 세상이 무너졌으나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해야하...

10점
고고의 구멍, 나의 구멍은 무엇일까 - CREBBP
<고고의 구멍>
『고고의 구멍』을 관통하는 가장 선명한 이미지는 제목 그대로 고고의 가슴에 뚫린 구멍이다. 처음에 이 구멍은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상징처럼 보인다. 노노를 잃고, 자신이 살던 터전을 잃고, 혼자가 된 고고에게 구멍은 상실과 결핍, 그리고 공동체에서 밀려난 소외의 흔적처럼 보인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고고의 여정을 ‘구멍을 메우는 과정’, 다시 말해 상실을 치유하고 완전성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그러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이 구멍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거부한다.거인들의 땅에 이르렀을 때 구멍은 고고에게는 명백하게 존...

8점
겨울이 가면 늘 봄이 오지 - 희선
<봄밤의 모든 것>
오랜만에 백수린 소설을 본 듯하다. 예전에 ‘젊은작가상 작품집’에서 단편소설로 처음 알았던 것 같다(2015년 제6회 젊은작가상). 그 뒤에도 두번 더 젊은작가상 받았다. 이젠 그 상은 못 받겠구나. 백수린은 작가가 되고 열해가 지났으니 말이다. 작가가 되고 열해가 넘은 다음에 주는 상은 ‘김승옥문학상’이던가. 몇해 전부터 이 상을 문학동네에서 주게 됐다. 여기 실린 단편에서 김승옥문학상 후보였던 거 있는 것 같은데. 김승옥문학상은 잘 읽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봄밤의 모든 것》은 백수린 단편소설집 네번째인가 보다. 몇해 전에는 ...

8점
세상에 애매한 재능은 없다, 그러나 - 고전파
<GV 빌런 고태경>
세상에 애매한 재능은 없다. 그러나 근래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강의를 듣고 있다. 그렇다보니, 오랫동안 미루어두었던 『GV빌런 고태경』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얼마 전에 읽은 『아코디언』의 천명관 작가는 오랫동안 영화 감독을 꿈꿔왔으나 소설가로 먼저 세상에 알려지고, 영화 감독이 되었다. 정대건 감독은 그 반대인데, <투 올드 힙합 키드>로 먼저 감독을 데뷔한 후 소설가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 케이스다. 나는 <투 올드 힙합 키드>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당시에는 힙합에 경도되어 있었고, 실제 래퍼들의 삶...

10점
사람 같지 않은 사람 - 꼬마요정
<인비인>
얼마 전 어떤 여배우가 자신이 4대째 이어내려오는 의사 집안 딸내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더랬다. 나는 순간 움찔했는데, 최초 양의라면 왠지 친일 행각을 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업적 같았으니까. 얼마나 집안에서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역사적 맥락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까. 씁쓸했다.그리고 이 책에서 '어제'라는 제목으로 묶인 세 개의 소설이 떠올랐다.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 <인비인>, <소돔의 의로운 혈육들>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벚나무로 짠 5자 너비의 책상&...

6점
[마이리뷰] 모모 - 물감
<모모>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젊어서는 새로움을 쫓다가 나이 들어서는 익숙함을 추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그것이 나 자신과 꼭 가깝지만은 않거든요. 또 다른 익숙함을 발견하면 지금껏 동고동락했던 것들도 자연스레 뒷전이 되고 말아요. 사람이 ‘자아‘라는 복잡한 문제에 발을 담그게 되면 자신이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는 무의식적인 습관이 만들어집니다. 수차례의 반복을 통해 제법 스스로를 파악했을 무렵부터 삶은 단순하게 흘러간 듯해요. 저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그런데요, 자아성찰을 밥 먹듯이 했던 제 자신의 정...

8점
노을이 번지듯 - 꼼쥐
<패치워크>
더위의 주변부에 있었을 때 우리는 여름이 하냥 만만하게 보였다. 그러나 더위의 중심부를 통과했을 때의 우리에게 여름은 무섭고 두려운 어떤 것으로 변해 있었다. 삶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삼시 세끼를 부모에게 의존하던 시기에 삶은 그저 한 번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가볍고 시시한 것쯤으로 보였지만, 삶의 고비를 여러 번 겪고 난 중년의 어느 시기쯤에서 바라보면 삶은 마치 보따리를 풀면 풀수록 해결할 수 없는 참담한 문제들이 끝없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하나의 괴물 보따리쯤으로 여겨진다. 방희진의 소설집 <패치워크>를 읽는...

10점
리어왕 비극 희곡 어리석음 부자 - 구름모모
<리어 왕>
이순재 리어왕 연극 장면과 명대사가 인상적이라 구매해서 읽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의 한 권 『리어 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계속 공부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간 배우의 모습이 좋아서 리어왕 희곡이 너무나도 궁금하여 고른 책이다. 현대문학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지만 집필된 이유, 등장인물들의 선택들이 꽤 흥미로웠다. 죽음을 준비하는 80세 리어 왕이 왕권과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러주면서 급변하는 정세가 이야기된다.​​말로 조아리는 아첨에 쉽게 넘어가는 리어 왕의 어리석음에 자신의 운명이 바뀌는 선택들이 전해진다. 권력을 가지게...

과소유와 쾌락 쫓아... 자신이 못 느끼면 안 보려는 인간... 넘치는 건 공평하게 분배하고 각자가 충분히 가지도록. - P127


10점
인생이란 완벽할 수 없기에 끊임없는 열정이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 즐라탄이즐라탄탄
<1973년의 핀볼>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난해하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맥락이 하나로 쭉 이어진다기보다는 뭔가 여러 개의 이야기 퍼즐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책의 맨 뒤에 나온 평론가의 해설에서도 3가지 이야기가 서로 중층구조로 이루어져있었다는 얘기를 보면서 독자인 내가 괜히 전체적인 내용 이해를 어려워 했던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근데 솔직히 한 단락 한 단락의 글이 어렵다기보다는 그 글들을 모아서 조립하는 과정을 내 스스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좀...

10점
특권이 사라진 후의 세계 - 잠자냥
<라스트 화이트맨>
이따금 집사2와 “다시 태어난다면?” 놀이를 할 때가 있다. 놀이라고 하니 뭐 자주 하는 것 같지만 그건 아니고 주로 일방적으로 집사2가 “다시 태어난다면?” 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시 태어난다면 뭐 전공하고 싶어?” “다시 태어나도 나 만날 거야?/나랑 살 거야?” “다시 태어나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어?” “다시 태어나면 어떤 일하고 싶어?” 이런 질문들이다. 일방적이라는 까닭은 나는 현생도 너무나 피곤하여 다시 태어난다는 가정 자체를 하(고싶)지 않기 때문에 집사2에게 저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

10점
[마이리뷰] 뭉우리돌의 광야 - 거리의화가
<뭉우리돌의 광야>
한 생의 결말은 작은 돌덩어리로 남겨졌다. 거기 새겨진 얼굴은 그들이 지나온 시간의 압축이다. 그 압축을 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단지 잔잔한 응시로 잠시 시선을 주면 된다. 그러면 바람결이 와 속삭인다. 광야에 덩그러니 남겨진 자들의 합창은 그렇게 슬며시 찾아왔다. 곡조는 구슬프지 않다. 무미건조하고 감정이 배제된 게 대부분이다. 누굴 울리려는 소리가 아니다. 망자들과 눈을 맞추며 깨달은 내 해석이 맞다면 그들은 기억되고 싶을 뿐이다. - P151937년 연해주에 살고 있던 한인들은 미래를 알지 못한 채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다. 이...

8점
언어의 유래를 알면 지식과 재미가 동시에 온다 - kinye91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소설을 생각한다. 제 멋대로 단어의 뜻을 바꿔 쓰는 사람 이야기. 그는 왜 그 단어를 이렇게 써야 하지? 란 생각을 했다. 내 맘대로 그 단어를 쓰면 어떨까 하면서 자기가 만든 의미로 단어들을 쓴다.그에게 그 단어들은 사연이 있지만, 문제는 이미 그 단어가 지니고 있던 사연을 무시하고 다른 사연을 덧붙인 데 있다.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단어. 그러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자기 세계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 언어는 자기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이음을 끊어버리는 것이 ...

10점
피해자는 어떻게 가해자가 되는가 - 정찬 <완전한 영혼> - 키치
<완전한 영혼>
한국 문학을 좋아하지만 신간 위주로 읽어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인 2000년대 이전에 나온 작품은 읽은 것이 많지 않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화제가 된 한강 작가의 초기작들이나 양귀자의 <모순>, 은희경의 <새의 선물>처럼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찾는 책이 아니면 굳이 찾아 읽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3년에 등단한 소설가 정찬이 1992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집 <완전한 영혼>을 읽은 건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 덕분이다. 정희진 선생님의 추천 도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10점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낯설게 하다 - hnine
<버지스 형제>
1.애초에 읽으려고 했던 책은 이 책이 아니었다.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이야기를 들려줘요>를 읽기 시작하고서야 알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이전 소설 <올리브 키터리지>, <루시 바턴>, <버지스 형제>의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스트라우트 소설의 결정판과도 같은 소설이라는 것을. 앞의 두 작품은 읽었지만 <버지스 형제>는 읽지 않았고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 그래서 우선 읽기 시작한 것이 이 책 <버지스 형제>이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10점
마음이 완성되는 과정 - 닷슈
<의식의 탄생>
지구에서 40억년전 생명체가 탄생한다. 그리고 10억년이 더 지나자 그제서야 어떠한 목적도 의도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새로 태어난 생명체는 그 화학적 시스템이 무엇이든 매우 작은 지방덩어리에 쌓여있었다. 지방산 같은 특정 큰 분자들은 스스로 자연스레 막을 이루는 성질이 있는데 이 경계로 인해 나와 외부가 구분되며 존재가 생겨났고, 그 존재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즉, 생명체의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영혼, 즉 마음과 몸을 분리해서 생각해왔다. 하지만 마음과 몸의 분리는 불가능하...

10점
음식 사전 독서일기. - 반유행열반인
<음식과 요리>
-20260828 저자: 해럴드 맥기. 8월 3일 저녁. 11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호기롭게 펼쳤다. 이걸 완독하는 건 무식한 걸 수도 있고, 꽤 장기 과제가 되겠다. 추천사와 저자 서문을 본 뒤 15장으로 먼저 갔다. 거기에는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분자인 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다음 주석 직전 책의 말미 부록에는 기초 화학에서 배울 법한, 그러면서 음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 원자, 에너지, 물질의 상(액체, 고체, 기체)에 대해 짧게 정리해 놨다. 이렇게 책에서 제일 지겨울 것 같은...

8점
[감정 채굴] 온전한 ‘그냥‘ - 단발머리
<감정 채굴>
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

10점
겨울을 지났기에 맞이한 여름은 그 자체로 찬란하다. - 아베오베
<결혼·여름>
전시장에 들어가니 수많은 작품들이 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전시되어 있다.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가며 작품 하나하나와 눈을 맞춘다.어렵다.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제대로 마주하기 쉽지 않고, 잠시라도 집중을 놓치면 다시 바라봐야 한다.하지만 바라봄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하나는 알기 때문이다. 아름답다.⠀#결혼여름 (#알베르카뮈 씀 #녹색광선 출판)을 읽는 나의 심정이 그러했다. 전시 입구부터 두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쪽빛을 따라 들어가 마주한 문장들은 쉽지 않았다. 긴 흐름은 집중하기...

10점
[인터메초] 내 인생의 능숙한 연주자가 되기까지 - 다락방
<인터메초>
얼마전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최근 읽은 책중 인상깊은 책에 대해 얘기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어떤 책을 골라 말할까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을 골랐다. 단순히 뭐가 좋았어, 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어땠는지도 짧게 얘기해야 했기 때문에 노멀 피플은 말하기에 좋았다. 상대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더욱 그랬다. 어쩌면 관심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노멀 피플을 얘기하면서 성장과 사회계급에 대해 얘기했다. 샐리 루니는 항상 그 얘기를 한다고, 항상. 아직 [인터메초]를 읽기 전이었다.그리고 [인터메초]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