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마이리뷰 당선작

10점
에밀 졸라[마네와 모네] - 모시빛
<마네와 모네>
에밀 졸라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김광우 (지은이), 미술문화, 2017-10-23. 2026년 클로드 모네가 사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란다. 모네는 마네와 함께 거론되는 교과서에서 다루었던 화가다. ‘인상주의’로 대표되는 것 외에, 학창시절 기억에 의존해도 마네와 모네는 늘 헷갈렸고 대표적인 작품이 무엇이었는지도 가물해지는 때, 2025년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회가 있다고 하여 오직 ‘모네’ 작품만을 생각하며 전시회를 갔다. 모네 작품은 어디에를 연발하며 그저, 모네 작품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아예 잊어버린 채 돌...

10점
도파민 과잉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 쎄인트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 도파민 과잉 시대, 당신의 뇌가 무너진다 》-디지털 기기의 유혹과 과잉 자극은 어떻게 뇌를 오작동시키는가 _리처드 사이토윅(지은이), 김광국(옮긴이) _ 알레(2026-08-31) 원제 : Your Stone Age Brain in the Screen Age 인류가 다시 석기시대로 돌아간다면, 인간의 뇌도 몹시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다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에 본 디스토피아 영화의 마지막은 그랬다. 모든 문명의 유산들이 파괴되고, 지구별의 인구도 엄청 줄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

8점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 레삭매냐
<무기여 잘 있거라 (모노 에디션)>
책읽기는 항상 우연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여름 지독히도 책을 읽지 않았다. 이제 날도 선선해지고 그랬으니 책 좀 읽어볼까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무려 14년 전에 사두었던,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버전으로 읽게 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었다. 무려 14년이나 걸렸지만, 읽는 데는 달랑 이틀이 걸렸다. 다시 독서력에 발동이 걸리는 걸까. 소설의 대가라고 알려진 헤밍웨이의 장편소설이 5권 뿐이라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리고 1929년 9월 27일에 발표된 <무기여 ...

8점
오뒷세이아 - 책잇기 - 페넬로페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영화 한 편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많은 사람과 여러 매체에서 ‘오뒷세이아’ 얘기를 하고 있다. 웬만큼 이름 있는 유튜버들은 각자의 채널에서 한번쯤은 영화와 호메로스 서사시를 다룰 정도다. 다들 자신이 남들과 차별되고 특별한 것 같이 말하지만 들어보면 거의 내용의 흐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영화와 유튜브만으로 ‘오뒷세이아’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호메로스의 원작은 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여기에 나오는 그리스 신들과 고대 희랍 용어, 그 당시 생활 방식이 익숙지 않아 주석을 의지해 읽어야...

8점
˝지구의 음악˝ 즉 지질학 이상의 지구과학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책 - 벤투의스케치북
<지질학, 지구사 그리고 인류>
현대 지질학의 기원은 1788년이다. 이 해는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이 동일과정설을 발표한 해다. 현재는 과거의 열쇠란 개념을 주지(主旨)로 하는 이론이다. 지금 너무도 당연한 이 이론은 나왔을 당시에는 충격적이고도 위험한 이론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 홍수 같은 격변설을 부정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지층누중(地層累重) 이론도 그렇다. 저자는 씨를 심는 자가 있고 추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말이 있거니와 학문의 세계에 있어서도 자료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고 이론 또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한다....

6점
[마이리뷰]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 물감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왜 한 번씩 그럴 때가 있죠. 내가 인생 설계를 잘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때 말이에요. 대개 일이 계속 잘 안 풀린다 싶을 때에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아마도 빠르면 사춘기일 것이고, 늦어도 취업 준비를 할 때쯤에는 크고 작은 좌절과 후회를 만나리라 싶은데요. 사실 그걸 알아차렸을 때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늦어서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들 하죠. 차마 변화할 용기가 없는 우리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길을 찾아낼 뿐입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자신의...

10점
책 읽고 싶다고 회사를 그만두지는 말자. 다만... - 건수하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 이유나 그 이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에세이 같은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이 책은 일본의 메이지 시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사회상, 특히 노동의 양상과 (엘리트가 아닌 일반 대중의) 독서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노동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일본 역사에서 독서를 어떻게 여겨왔는지, 또 어떤 책을 사람들이 즐겨 읽어왔는지, 엘리트와 중산층, 노동자 계급이 어떤 독서를 했는지, 노동시간과 독서의 양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의...

10점
일기를 쓴다는 것 - meesum
<바다여, 바다여 1>
올해 지금까지 110여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중에 스릴러/범죄/추리 소설이 아닌 책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거기에 조카에게 주면 좋을 것 같아 고른 책을 먼저 읽고 목록에 올린 것도 열 몇권 되니까(어린이책이라고 '책 이하'로 얕잡아 보지 않았다 - 또는 얕잡아 보지 마세요. 특히 뉴베리아너 수상작이라고 해서 고른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를 읽고는 막 울고 조카에게 주기 아까워서(!) 한참을 더 들고 있었다. 사실 다른 어린이/청소년 독자 대상 책들도 거의 다 어른으로서 읽고 즐기기에 손색이 없었다) 읽은 책의 권수가 대...

8점
낙하하는 마음일까 낙화같은 사랑일까 - 다정한곰님
<낙하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추천사의 말이 이 이야기의 사랑 또한 망한것이겠구나를 가늠하게 했다. 김혜진 작가의 추천 한 마디 "사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지만 항상 축복받는 건 아니다"는 말로 축하받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해 숨기기 급급한 사랑의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하게 했다.책 제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드는 것은 표지이기도 했다. 오리지널 도서의 표지(지금의 전자책 표지)와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는 컬러와 무드 모두 상반된 느낌이다. 출간 당시의 표지는 떨어지는 무언가의 낙하라면, 리커버 특별판의 표지는 떨어지는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으로 ...

8점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 - 초란공
<과학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싶은가《과학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위한 과학사 교과서 정인경 지음 [이음] (2026) 최근에 혼자 생각하곤 하는 질문이 있다. ‘과학을 왜 공부해요?’라는 질문과 ‘인류는 지구에서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과학을 공부하는 목적을 물어보았을 때 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주섬주섬 어렵지 않은 용어로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자문해보곤 한다. 게다가 올 여름 뜨거운 열기로 실감하게 했던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 문명의 운명은 ...

10점
[리뷰] 표준화된 시간과 위계화된 공간 — 《대변혁1》이 그린 19세기 - 겨울호랑이
<대변혁 1 : 19세기의 역사풍경>
19세기는 인류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위르겐 오스터함멜은 《대변혁》 시리즈를 통해 의미를 찾아간다. 그에 따르면 이 시기는 자연환경이라는 물리적 조건과 인류의 인지적 격자망, 곧 시간을 재고 공간을 상상하며 세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 자체가 이전 시대와 달리 재조직된 '세계의 변형(Verwandlung)'의 시대였다. 자연환경에 의해 느슨하게만 이어져 있던 연결망은 19세기를 거치며 더 촘촘하고 단단하게 결속되었고, 변화된 구조는 인간 사회의 새로운 위계와 인간-자연의 새로운 작용-반작용 관계를 형성하였다. 규범...

10점
무척이나 더디게 읽었던 책 - 꼼쥐
<나를 균열내기>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렇게 절망할 필요가 있을까? 나의 무능함, 부도덕, 탐욕, 사악함... 오늘날 사람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개인이 개별적으로 평가받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나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히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이다. 개인의 능력 또한 그가 속한 공동체에 묻히고, 개인의 도덕성 역시 익명성에 묻힌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지 않거나 마주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나는 비록 혼자 있을 때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하...

10점
연출가 최은미 : 최은미의『다른 사랑』 - 파도의일_137
<다른 사랑>
​ 1. 최은미 씨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새삼스레 작가의 내력을 소개하는 까닭은, 그만큼 『다른 사랑』이 작가로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소설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2. 솔직히 말하자. 사실 첫인상이 썩 좋지 못했다. 아스팔트 도로에 자빠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라바콘. 그걸 찍은 사진은 묘하게 기울어져 있다. 어딘가 반듯하지 못한, 위태로운 인상을 주는 표지 위로 선명하게 찍힌 글자 다른 사랑. 라바콘과 동일한 색상의 서체는 마치 위아래로 길게 잡아당긴 것처럼 늘어졌다. 제목과 표지만 봐...

8점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 모나리자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책. 까만 표지와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와 제목을 보고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 얼른 구매한 책이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다 간 철학자의 시간에 대한 통찰 이야기다. 그가 2000년 전에 쓴 이 글을 몽테뉴, 데카르트, 셰익스피어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총 5부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관한 것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태도와 처세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문장은 시간에 대...

10점
삶은 단절(들)의 연속이다 - kinye91
<단절(들)>
무척 어려운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제목이지만 아니다. 단절이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사실 우리 삶은 하나로 주욱 이어지지 않았다. 여러 단절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 생애 주기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바로 단절들의 이어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단절을 경험한다. 아니 단절이 없으면 태어나지 못한다. 사실 태어나기 전에 잉태하는 과정을 봐도 그렇다. 단절 아니겠는가. 남자의 몸에서 단절되어 나온 정자가 난자와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자궁 속에서 단절을...

10점
[김남희] 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 황수진
<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
제목만으로도 한 번쯤 멈춰 보게 되는 책이 있다. <우리에게도 고양이 같은 잠이 필요하다>도 그런 책이었다. 고양이가 담긴 표지와 함께 '고양이 같은 잠'이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었고, 바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즘 우리에게 왜 이런 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여행작가 김남희 작가가 2003년 첫 여행을 시작한 이후 20년 넘게 써온 일기와 세계 곳곳에서 직접 촬영한 고양이 사진을 함께 엮어낸 책이다. 그날 먹은 음식과 하루의 지출처럼 사소한 기록부터 여행지에...

10점
나를 미워하세요 나를 싫어하세요 나를 좋아하세요. - 반유행열반인
<혐오에서 인류애로>
-20260910 저자: 마사 누스바움. 미선이-Samhttps://youtu.be/CLXroGPSNds 원서는 2010년, 번역서는 2016년에 나온 책을 2026년에 읽었다. 2000년대 초반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던 게이 친구들은 2020년대 앤저스트라이크댓에도 여전히 등장하고, 심지어 앙숙이던 앤서니와 스탠포드는 결혼식을 올린다. 거기에 LGBT+,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의 인물들이 추가되었다. 미국은 확실히 변하고 있고, 그게 문화 컨텐츠에도 반영이 된듯하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워낙 안 보다보니 어떤지 모르겠다. 박상...

10점
찌니주의보 - 정지아 - Breeze
<찌니주의보>
#찌니주의보 #정지아 #창비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주말이면 하룻밤씩 자고 오며 작물을 돌본다. 일하고 있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며 한마디씩 하신다. 농사는 그렇게 짓는 게 아니라고, 본인의 지식을 주입식 교육하듯 강요한다. 마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는데, 세컨드의 아들이 몇십억을 들여 카페를 만들었다느니 하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물어 답변을 해주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될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럽다. 누군가의 수저가 몇 개인지 다 알고 있어야 속이 시원하다는 시골의 특성을 들어보았을 것이...

8점
한 번 읽고 말 책도, 지금 읽은 것이 인생의 마지막도 아닐, 필생의 책, 책 중의 책 - Falstaff
<일리아스>
. 네 번째 읽는 <일리아스>일 듯하다. 중학생 때 처음 읽은 건 당시 수준으로는 꽤 두꺼운 책으로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목동 파리스한테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묻는 것부터 시작해 트로이 목마 사건에 이은 멸망까지 망라했으니 호메로스가 아니고 트로이 전쟁과 그리스 신화 같은 것을 소년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획물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 이야기가 재미 있어서 밤을 꼴딱 세우지는 못해도 늦은 밤까지 책을 들고 앉았던 것이 기억날 정도이니 처음부터 나는 <일리아스>에 폭 빠졌던 것이 틀림없다. 성인이...

10점
인내로 얻은 진정한 자유 - 아름아름
<일상 인문학 습관>
인문학의 의미를 알려주는 반가운 책 책을 처음 봤을 때,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질문하게 된다. "인문학이 뭐지?" 답을 못한 채 인문학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살아왔음을 확인했다. '인문' 하니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인문 계열', '인문사회과학대학'같은 학문 분류다.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영어나 외국어가 배우고 싶은 친구들, 경영이나 경제에 관심 많은 친구들, 방송이나 사회에 관심 많은 친구들이 인문 계열을 주로 선택했고, 수학과 과학에 자신 없는 친구들이 선택하기도 했다. 수능을 치고 대학 원서를 써야 할 때에...

10점
아...힘들다.... - 안지
<새엄마 찬양>
"우리는 악을 왕의 망토처럼 차분하게 두르고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감지하지 못하는 체하는 후광처럼. 대기의 투명한 진흙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는 윤곽은 타락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형식에 관한 최고의 악이다" 세자르 모로, <죽도록 사랑하기>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소설 <새엄마 찬양>의 초입에 등장하는 인용으로 이는 소설 전체가 지향하는 미학적·철학적 역설을 완벽하게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이 문장은 유약하고 성찰 없는 도덕성이 세속의 탁함 속에서 맥없이 형체를 잃어버리는 것...

10점
인간에게 고정된 본질이란 없다? - 비의식
<인간 판박이>
『인간 판박이』는 『타인의 얼굴』과 『모래의 여자』와 함께 아베 고보의 1960년대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의 문학적 전성기를 보여주는 실존주의 문학의 걸작이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타인의 얼굴』과 『모래의 여자』와 같이 정체성의 상실과 실존적 불안이라는 인간이라 믿고 있는 존재의 의미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규범이나 지위 등이 사실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날카롭게 고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의 주제를 지향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판박이』는 이들과 달리 독특한 개성...

10점
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 테일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 내가 쓰레기 같아?근데, 가끔 좀 쓰레기처럼 굴면 안 되는 거야?그러게, 쓰레기가 될 수도 있지.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184" 영화 <더 드라마>에서 결혼을 앞둔 커플이 친구들과 저녁을 즐기다 자기 인생 최악의 비밀을 하나씩 밝히기로 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상처주고 거짓말을 한 과거의 잘못을 하나씩 고백하는 그들 사이에선 약간의 경멸, 비밀스러운 눈짓과 웃음이 오간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조금 더 은밀하고 얄팍한 유대가 한겹 더 쌓인다.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10점
인생은 알 수 없고, - 자목련
<한낮의 불운>
운이 좋은 편인가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면 처음에 가졌던 시선이 안쓰러운 쪽으로 급격하게 변할 테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이제 나는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선택할 안목이 조금 생겼다. 인생은 알 수 없고, 그래서 신비로우며 생을 살아가는 일은 대단하다. 그러니 대놓고 『한낮의 불운』이란 제목의 소설에도 크게 두려워하지 말기 바란다.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인 베로니크 오발데의 『한낮의 불운』은 그런 불운이 가...

10점
#박완서 #엄마의 말뚝 - bookholic
<엄마의 말뚝>
사랑하는 딸과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박완서 님께서 돌아가신 지도벌써 15년이 지났구나. 이젠 이전 시대의 작가가 되어 가시는것 같구나. 아빠가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할 때는 박완서 님의 후반기 작품들이 출간하던 시기라서, 그 당시에 출간했던 장편 두어 편을 읽었고, 돌아가신 후에 예전소설집과 에세이 등을 읽었는데, 쓰신 작품 수에 비해 아빠가 읽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단다. 헤아려 보니 다섯 권을 읽었더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엄마의 말뚝>은 세계사라는 출판사에서 박완서 소설전집으로출간한 것 중에 한 권으로 연작소...

어머니가 세운 신여성이란 것의 기준이 되었던 너무 뒤떨어진 외양과 터무니없이 높은 이상과의 갈등, 점잖은 근거와 속된 허영과의 모순, 영원한 문밖 의식, 그건 아직도 나의 의식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의식은 아직도 말뚝을 가지고 있었다. 제아무리 멀리 벗어난 것 같아도 말뚝이 풀어준 새끼줄 길이일 것이다. - P81


8점
[마이리뷰] 완벽한 피해자 - 거리의화가
<완벽한 피해자>
책의 제목이 생각하기에 따라 좀 과도하게 느낄 수 있다 싶은 제목이다. '완벽한'이라는 형용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연 '완벽한 피해자'란 있을 수 있을까(사실 나는 이런 제목을 경계하고 보는 편이다). 작가는 예루살렘 출신의 시인이자 작가, 저널리스트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인권 문제를 미국의 독립 언론 매체에서 팔레스타인 관점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짐작하겠지만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에서도 여럿 나오지만 트럼프 등 미국의 보수 진영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NY...

8점
고양이와 함께 하는 곳 - 희선
<월명동 고양이>
내가 사는 곳도 전라북도 군산이야. 요새는 ‘전북특별자치도’라 하던가. 전북만 그런 건가 했는데, 다른 곳도 ‘특별자치도’라는 말이 붙더군. 그렇게 바뀌었다 해도 주소 쓸 때는 아직도 전북만 써. 그렇게 써도 괜찮기는 해. 정말 괜찮을까. 서울은 ‘특별시’고 ‘광역시’도 있군. 특별이 붙는 게 좋은 건지, 그건 잘 모르겠어. 누군가는 나라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곳인 게 낫다고도 하던데, 그것도 잘 모르겠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은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싸움을 벌였잖아. 그런 싸움 꼭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10점
패싱의 또다른 역사, 벨 그린 - 그렇게혜윰
<벨 그린: 위대한 사서>
아주 오래 전에 들은 말이지만 내가 오래 간직하고 있는 말이 있다. ˝넌 책 많이 읽는 것 치곤 많이 무식해.˝이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모욕적이라던가 충격적이라서가 아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게, 적지 않게 읽는데도 어떻게 내가 모르는 세상이 이렇게 많은 거지?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 거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언젠간 알게 되겠지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도 참 나다운 그런 기억인데, 올해 만나게 된 ‘패싱‘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랬다. 물론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 역시 마찬가지로 난 지식이 전무했다. 책을 읽으며...

10점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여정, 앙리 베르그손과 함께 걷다 - yamoo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은 헌책방이나 서점에서 발견하는 족족 한 권씩 그러모으게 되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 결과 그의 작품들을 상당수 소장하게 되었다. 영화나 여타 매체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의 쓸쓸하고 안개 낀 듯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 매력의 뿌리를 찾아보고 싶었다. 이번에 독서모임을 계기로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문학동네)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이번엔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예전에 읽었을 때의 감상과는 전혀 다른 깊이가 느껴진 것이다. 역시 서평을 남겨 놓지 않으면 그 당시의 미세한 감흥은 금방 잊혀...

10점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 - 강나루
<역사>
역사의 아버지이자 거짓말의 아버지 헤로도투스!! 역사학도라면 그의 책을 반드시 읽어봐야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대학시절,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서도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양에 대한 반감과 서양에 못지 않은 동양과 우리의 역사가 있고 이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학자의 꿈을 접고 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필요성을 느꼈다.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 처분하기 위해서 쌓아 놓은 책더미 속에서 헤로도투스의 역사를 발견했다....

10점
[연애 시대의 종말] 떠나지 않아서 생긴 일 - 단발머리
<연애 시대의 종말>
주일 오전 10시 13분. 약간 늦었다. 원래 남편과 같이 나가는데 1부 예배 기도를 맡은 날이라 그날은 혼자 가게 되었다. 앞집 이웃분이 나오셔서 둘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교회 가세요? 네~ 어디 나가세요? 볼 일 있으세요? 아니요. ... 좀 만나서 이야기 좀 하려고요. 그래야, 또다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을 ... 크크 웃고 내가 묻는다. 여자죠? 그러게, 여자한테는 여자가 필요해요. 그렇죠? 네, 맞아요. 근데 남자한테도 여자가 필요한데 말이에요. 네, 맞아요. 대답하시고 이웃분이...

8점
수학을 수학하는 수학자 - cyrus
<수학의 유희>
수학자는 수학(數學)을 수학(修學)한다.학수(學修)하는 수학자는자신이 풀지 못한 문제를동료 수학자들이 풀어주기를 학수(鶴首)한다.숫자와 기호가 잔뜩 적힌 수학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난감하다.하지만 수학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유열(流悅)하다. 그들은 문제의 해답을 찾거나 문제를 만드는 일에 희열(喜悅)하다.숫자와 기호는 수학자들이 공책을 펼쳐 놓고 만지작거리는 장난감(toy)이다. 수학 장난감은 수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면서 문제를 느긋하게 푸는 것을 좋아한다면 누구든지 가지고 놀 수 있다. 수학을 싫...

10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은 예수를 찾아서 - 잠자냥
<예수의 어린 시절>
신간을 살펴보다가 소설 분야에서 이 제목을 마주했다. <예수의 어린 시절>- 제목과 책 표지의 분위기만 보았을 때, 쉽게 스크롤하면서 다른 책으로 넘어갔을 법한 그런 책이다. 그런데 눈길이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은 “J. M. 쿳시”라는 이름 때문이다. 쿳시? 쿳시가 이런 책을 썼다고? 책 정보를 훑어보고 미리보기로 책을 살펴보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지나치게 종교적인 내용이 아닐까, 에이 설마 그래도 쿳시가 그렇게 단순하게 썼으려고. 그래서 바로 사서 읽었다.읽고 나서는 고개를 더 갸우뚱하게 된다. 오, 지저스Jesus! ...

8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진 리스/윤정길/펭귄클래식코리아) - 성근대나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제인 에어>를 읽은 후 자연스레 진 리스의 작품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 간에 맺어짐의 장벽이 되었던 미친 여인 버사. 작가는 그녀가 단지 말 없는 들러리가 아닌 주체적 인간으로서 정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숨결을 불어 넣는다. 작가는 왜 이러한 시도를 했을까. 먼저 도미니카 출신인 진 리스 자신과 버사 간 지역적, 민족적 동질성을 느껴서이리라. 영국 남자와 결혼한 크리올 여인이 영국 본토에 와서 처한 곤경과 부당한 대우에 분개한 연유도 있다. 경제적 자유의 박탈과 인종적, 문화적 갈등에 따...

8점
집은 결국 나다 - 닷슈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사람이 평생 함께 하는 곳은 집, 가족, 직장이나 학교등 내가 속한 집단 일 것이다. 사람은 이 3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집은 가족과 함께 하는 곳일 수도 있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리고 한국인의 집의 형태는 대부분 다세대 주택이고, 그 중에서 단연 아파트다. 아파트는 상당한 편리함, 그리고 산업화에서 한국적 부의 상징, 땅이 좁은 수도권에 밀집하며 가격이 크게 올라 투기의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인은 아파트를 선호한다. 그런데 아파트는 천편일률적이다. 개개인의 다름을 충족시켜주기 어렵다...

10점
사랑이 아니라 존재였던 사람들 - CREBBP
<폭풍의 언덕>
사랑이 아니라 존재였던 사람들 《폭풍의 언덕》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야기가 아름다워서라기보다 너무 격렬하고 잔인해서였다.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파괴적이고, 집착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깊으며, 운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는다.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서로 사랑했다. 그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연인의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연인이라기보다, 서로를 자기 존재의 일부로 느끼는 사람들에 가까웠다. 캐시가 “나는 히스클리프다”라...

10점
악마는 열심히 산다 / 성공과 행복 의미 찾기 - 구름모모
<악마는 열심히 산다>
에밀 졸라 『꿈』 책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대기에 가득한 악마와 나쁜 정령들, 악마로 가득한 대기의 세밀한 먼지들을 지긋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막연한 존재들을 감지할 수 있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일상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을 악마를 선명하게 떠올리며 읽은 소설이다.​​대기는 악마와 나쁜 정령들로 가득하다. 햇살이 원자 알갱이들로 가득하듯 악마들은 세밀한 먼지와 같다. 에밀 졸라 <꿈> 9​​타인을 찌르는 짜릿함에 도취하고 소문과 유언비어, 가식과 뒷담화, 혐오와 환멸에 지친 가영은 죽음...

주식을 사라고 설득하는 인간, 자기 계발 강연을 하는 강사처럼 게으르게 살고 있냐, 세상 돌아가는 것도 파악 안 하고 뭘 했냐, 뭐에 사람들 관심이 다 쏠렸고, 악마의 아주 좋은 꼭두각시로는 어떤 인간 종류가 떠오르고 있고 - P71


10점
그 때는 몰랐고, 지금은 아는 것들. - 바람돌이
<모순>
1998년에 출간된 이 소설을 지금에서야 읽어면서 아 이 책을 지금 읽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20대나 3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말로는 세상 사는게 쉽지 않다고 했지만 사실 맘속으로는 세상 모두가 만만하던 그 시절, 세상이 내 맘먹기에 달린 듯 보이는 대책없이 낙관적이고 대책없이 오만하던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나는 이 책에 혹평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스스로 서기보다는 어머니와 이모가 살아왔던 삶을 비교하며 결국 결혼으로 탈출구를 만들려는 주인공의 무기력...

10점
[마이리뷰] 오버스토리 - 곰돌이
<오버스토리>
“자연 속을 걸을 때마다 사람은 자신이 찾던 것 이상을 얻는다. 우주로 들어가는 가장 명확한 방법은 야생의 숲을 통하는 것이다”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아무 연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등장한다. 나무와 함께 자라고, 나무를 연구하고, 삶의 한가운데서 나무를 만나고, 각각의 삶에 나무는 늘 가까이 있다. 줄기처럼 따로 뻗어가던 그들의 삶은 어느 순간 서로 맞닿기도 한다. 태어나고, 자라고, 가장 넓게 뻗어나가기도 하고, 베이기도 하고, 어딘가에서 또 싹을 틔우기도 하는 나무의 시간을 따라가면 인간의 짧은 생을 생각하...

10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사람은 가지만 예술은 남는다 - 다락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처음에는 그렇게나 장황한 묘사 때문에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나, 과연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읽기가 그렇게까지 힘들어지진 않았다. 그건 같이 읽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는데, 연회나 파티의 지루한 묘사를 벗어나, 화자의 내면 묘사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그 내면은 집착과 망상이었지만, 파티에서 부자들이 모여서 족보 얘기하는 걸 보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노라면, 처음에는 사교게를 비판하는 것 같다가, 그러나 화자가 비판하는 것이 사교계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