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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평점 :
[화이트홀]을 읽었다. 과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가 우주에 관해 서술하는 방식이 (그것이 비록 번역을 통해서였지만) 너무도 아름답다고 느꼈을 뿐이다. 이렇게 쉽고 읽기 편하게 과학 내용을 설명할 수가 있을까. 어려운 수식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과학책이라니...
물론 로벨리는 과학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고 과학에 무지한 사람도 읽을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과학 교육을 충실히 받은 사람이라면 과학에 대해서는 수학과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관념을 먼저 깔게 된다. 시험을 위한 과학, 시험을 위한 수학. 말로는 삶을 위한 과학, 수학이라고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렇던가.
그래서 이 책 역시 제목을 보는 순간 읽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이라니... 과학하면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많은데 모든 순간이 물리학이라니, 이런 무슨 터무니 없는 말을.
하지만 우리가 과학없이는 살 수 없다. 비록 과학이론을 몰라도 우리 삶에 과학은 떼려야 뗄 수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럴 때 과학에 흥미를 불어넣어주는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와, 과학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9쪽)라고 시작하며에서 로벨리는 말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내용은 과학의 여러 공식들, 수식들이 아니다. 어떻게 과학이 우리 삶에 들어왔고, 우리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처음 시작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시작하지만, 상대성이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려줄 뿐이다.
상대성이론이 나타나기 전까지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을 간단히 살펴본다. 그러면서 그것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상대성이론이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게 했는지를 알려준다. 이런 과정에서 전문적인 지식은 필요 없다고... '아인슈타인의 예측에서든 리만의 이론에서든 그 속에 감춰진 아름다움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만 인정할 줄 알면 됩니다'(29쪽)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전문적인 지식은 과학자에게 맡겨도 된다. 다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학과 떨어져 있지 않음을, 과학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을 명심하면 된다. 그러면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과학이 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좁은 시야를 넓혀주며 하나의 시각만을 고집하지 않도록 하는 것.
이런 면을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의 관계를 통해 잘 보여준다. 서로 다른 이론을 주장하지만 상대의 주장을 경청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던 두 과학자. 양자역학에 관한 장에서 이들을 등장시킨다. 뭐, 양자역학이야 워낙 어렵다고 하니 말할 것이 없겠지만, 한가지 불확정성이라는 말은 기억이 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수많은 계기들이 어떤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나,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 있는 상태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과학이론을 설명하는데, 편하게 읽게 만든다. 그냥, 과학이 아름답구나 하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그러면서 이 책의 마지막을 인간으로 맺는다. 바로 과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추구하는 것도, 그토록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도 바로 우리 인간의 존재를 밝히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우주를 탐험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에게로 돌아오기 위해서니까.
로벨리가 말하고 있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호기심은 자연에 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을 향한 것이지요.'(133쪽)라는 말. 그러면서 그는 지금 우리 시대를 걱정하기도 한다.
'아마 지구상에서 개인의 죽음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종은 우리 인간뿐일 것입니다. 나는 조만간 우리가 만든 문명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역시 진정으로 멸종에 이르는 모습을 의식적으로 깨달아야 하는 종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134-135쪽)
과학을 하는 이유도,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자연에 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와 한계를 알아야 하니까. 그가 과학지식을 우리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며 그러한 다양성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우리들의 삶을 이룬다는 사실을 깨달으라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음을, 그래서 다 안다는 착각을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