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교육, 가족 계획, 깨끗한 물 등을 포함한
기본적인 사회 복지 사업을 제공하는 데 들어가는 총 비용이
매년 30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 세계의 부자들은 해마다 골프를 치는 일에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들인다.
- 로날드 J. 사이더,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중에서
수년 전부터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풀어보면 “글을 이해하는 능력” 정도일 텐데,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낮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최근 이 문해력이 떨어지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라고 한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상태. 마치 한글을 처음 배운 외국인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 책의 뒷표지에 실려 있는 소개 키워드에도 이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런데 그 앞에 한 단어가 더 붙는다. “성경 문해력”이다. 책은 성경을 읽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퍽 괜찮은 세일즈 포인트다.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을 보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성경읽기에 있어서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1부와, 실제로 사례 본문들을 언급하면서 잘못된 이해와 바른 이해를 대조하는 2~4부다. 2부에서 4부는 약간의 집중 타겟의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형식이다. 책 자체가 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았는지라, 각각의 글만 따로 떼어 봐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 1부의 내용이 특별히 눈에 들어온다. 한국교회의 보수적인 교인들은 이른바 성경의 “영감”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쉽게 말하면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성경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인걸까? 보수적인 학자들조차도 거기에 쓰인 한 글자 한 글자를 하나님께서 불러주셔서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자적 영감”, 그 한 글자 한 글자부터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기 위해서는 일종의 신학적 상상력을 통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축자적, 전체적, 유기적 영감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받아들인다고 해도 결정적인 문제가 남는다. 그 세 원칙이 적용되는 “성경”은 각 책의 저자들이 쓴, 하지만 오늘날에는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원본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랜 사본학 연구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 시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밝혀낸) 비교적 원본에 가까운 사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본이 쓰이고 전수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 그리고 한국 독자들이 보고 있는 “번역된 성경”은 또 다시 원문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들을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른바 “성경 숭배”에 빠질 수 있다.
중학생 때 성경을 펴서 읽기 시작한 이래로, 벌써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경을 읽어 왔다. 성경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성경을 제대로 읽는 건 참 어려운 일이이라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 물론 성경이라는 책이 말이 아주 어렵게 쓰였다거나,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주문 같은 글로 잔뜩 채워진 것은 아니다. 흔히 말하는, “구원에 이르기에 충분한 내용”은 무슨 신학적 지식을 잔뜩 쌓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구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아니던가.
구원을 받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도 성경은 참 중요하다. 그리고 이 때, 우리가 온갖 오해와 억측을 가지고 성경을 읽어낸다면 당연히 우리의 삶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성경 문해력이 필요한 이유다. 책을 읽으며 단지 몇몇 구절의 원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중요한 건 성경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다. 이 책은 성경을 좀 더 조심스럽게, 자세히 살피는 데 좋은 도전을 줄 것 같다.
물리학은 어렵게 느껴진다. 복잡한 수식과 개념들, 그리고 가끔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 같은 이론들이 펼쳐지기도 하고, 아득히 멀리 있는 것들에 관해서 마치 실험실 탁자 위에 있는 무엇을 설명하는 것처럼 풀어내는 것 또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크고 먼 이야기를 잠시 제쳐두면, 결국 물리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를 설명하기 위한 학문이다. 무작정 무시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물리학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우리는 굉장히 엉뚱한, 세상에 관한 일그러진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다만 어느 정도 교양으로 알아둘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비전공자들을 위한 교양물리학책이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물리학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들(물리학이란 무엇인지, 물리학과 다른 학문들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하는 것들)이 담겨 있고, 2부에서는 물리학에서 연구하는 대상들에 관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선 21세기 물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비교적 근래의 물리학 연구 주제들을 몇 가지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전문적인 용어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식들도 일부러 뺀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여느 물리학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언급되는 용어들을 순우리말 용어로 바꿔서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블랙홀은 “검정구멍”, 화이트홀은 “하양구멍”. 흔히 통일장이론이라고 부르는 개념은 “통일마당이론”으로 표기한다. 이전의 용어에 익숙하다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름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학 비전공자들을 위한 교양서로 사용되었다는 것 같기도 한데, 딱 그 정도 수준에 추천해 줄만해 보인다. 나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들에게도 권해 줄만 하고.
돈도 사랑도 한쪽이 쓰기 시작하면 그쪽만 쓴다.
마음도 그쪽만 쓴다.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준만큼 돌아오지 않는다.
- 이소호,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