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들은 그냥 어린이일 뿐이지.

하지만 다들 왜 어린애는 용서받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린애는 짐승이 아니야. 어린애도 인간이라고.

그러니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았어야 해.

난 절대 9군단을 용서하지 않을 걸세.


- 콜린 매컬로, 『카이사르 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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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된다는 것 - 그리스도인 삶의 본질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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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관한 깊은 통찰을 담은 로완 윌리엄스의 또 다른 책이다. 이번 책은 제목처럼 “제자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아주 작고 얇은데(그래서 글자 수도 얼마 안 되는데) 어쩜 이렇게 쉴 새 없이 깊은 통찰을 쏟아내는지 신기할 정도다. 어디 물이 넘치듯 통찰이 다 담을 수 없이 줄줄 쏟아지는 걸까.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자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첫 장에 이어지는 나머지 다섯 개 장들은 모두 제자로 사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산다는 것, 용서, 거룩함, 세속 사회 속에서의 제자됨, 성령을 따르는 삶이 차례로 설명된다.




제자도에 관한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특별교육 같은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지적이다. 제자가 된다는 건 “쉬지 않고 바라보며 귀 기울여 듣는 삶의 상태”라는 것.


제자됨의 정의를 이렇게 할 때, 제자가 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건 “기독교적이기만 한” 어떤 덕목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실현(그리고 실천)되어야 하는 것들로 채워지게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거룩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거룩함과 세상 속에 참여하는 일은 서로 상충하지 않으며, 그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성경 본문에 관한 독특한 관찰도 흥미로운 부분이 잔뜩 보인다.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부활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마리아가 자신을 부르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만을 듣고도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서,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나님께 “제가 어떤 사람인지 말씀해 주소서”라고 묻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이끌어낸다. 또, 마지막 만찬을 드신 후 주님이 “도시 밖으로” 나가시는 장면에서, “도시 밖”을 사람들이 멸시당하고 고난받는 자리로, 물건과 묶여 사람들까지도 버려지는 자리로 정의하면서 예수님을 따라 우리 또한 그분이 가셨던 “밖”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핵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요절에 가까운 책으로도 충분히 불은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여기 저기 밑줄을 긋다 보면 어느새 책이 끝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읽어 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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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무신론자 -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마치 그분이 없는 것처럼 잘 사는 그대에게
크레이그 그로셸 지음, 최종훈 옮김 / 비전북(VisionBoo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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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이 눈에 띤다. 크리스천과 무신론자라는 말이 이렇게 붙을 수도 있는 걸까? 오래 전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용어 중에 “실천적 무신론자”라는 말이 있었다. 입으로는 신앙을 고백하지만, 정작 살아가는 모습은 무신론자와 다를 바가 없는 그런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었다. 아마 이쪽이 좀 더 학술적인 용어에 가까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명칭이 어떻든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그가 고백하는 신조와 그의 삶이 불일치하는 경우는 적지 않은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초기 기독교의 여러 논쟁들은 이런 우리 삶 속의 불일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것들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도나투스파나 펠라기우스 등과 했던 논쟁도, 그보다 후에 칼뱅주의자들과 아르미니우스주의자들의 갈등도, 나아가 존 웨슬리와 조지 휫필드의 결별도 그리스도인의 삶/행동이 그들의 고백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제시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당연히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중요하다. 그건 그들의 신앙이 맺는 열매이기도 하고, 종종 그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지이기도 하다. 입으로는 무엇을 외치든 돈과 명성만을 좇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에게 신은 돈이고 명예일 뿐이니까. 이 책은 그런 삶의 중요성을 강하게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또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문제들만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이 책의 독특한 부분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도전하고 있는 과제들은 하나님이 없는 것처럼 사는 사람보다는, 그분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킬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저자는 과거에 저지른 잘못으로 인한 수치심을 해결하지 못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나(2장), 근심과 걱정에 눌려서 다른 꿈을 꾸지 못하는 이들을 향해(8장) 하나님의 크심을 설명한다. 물론 여전히 돈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10장), 전도를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사람들(11장), 변화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이들(7장)처럼 좀 더 익숙한 내용들도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조금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저자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부분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될까 싶을 정도의 내용들인데, 생각해 보면 저자가 책에서 쓴 것처럼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자신을 꾸미는 식으로 쓰고 말 텐데 말이다.


다만 열두 개의 장에 실려 있는 내용들이 전부 “(크리스천) 무신론자”라고 불릴 만한 일일까 하는 의문도 살짝 들긴 한다. 물론 이런 부분은 수사적 도전이라고 보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10년도 전에 나온 책이라 이미 절판이 되어버렸다(난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각 장의 내용은 의미도 있고, 제대로 된 도전을 하고 있다. 전자책으로라도 좀 다시 내면 좋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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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연애할 때 나는 참 예뻤다.

그렇지 않을 때보다 거울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웃었다.

그건 어렸기 때문이라기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비로소 내 자신과 더 가까워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솜, 『취향은 없지만 욕구는 가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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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타일러 스테이턴 지음, 홍종락 옮김 / 복있는사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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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의 삶에 기도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수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직접 경험한 기도의 중요성을 고백해 왔고, 많은 교회의 훈련 프로그램들도 바로 이 기도를 더 익숙하고 잘 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반복되는 강조는 그리스도인에게 기도란 얼마나 익히기 부담스러운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신앙생활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와 상관없이, 그리고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아는 것과도 무관하게, 기도는 어렵다. 기도에 관한 책은 그래서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기도를 그렇게 쉽게 잘 할 수 있을까.


작년 말 갔던 한 모임에서, 일면식도 없었던 어떤 분이 이 책을 추천했다. 얼마 후 구입을 했고, 그분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를 살짝은 알 것 같다. 저자는 기도에 관한 깊은 통찰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관한 좋은 조언을 해 준다.





저자는 우선 기도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도록 요청한다. 단번에 몇 시간, 몇 날에 걸쳐 기도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우선은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그것이 하루 1분에 불과하더라도 기도를 하라, 그것이 중요하다. 기도를 할 때 무슨 유려한 말로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 앞에 나아가 머무는 일이다. 앞서 말한 1분의 기도 동안 그저 “하나님 아버지”라고 부르고 난 뒤 잠잠히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도 충분한 기도다.


하지만 일단은 이렇게 기도를 시작했다고 해도, 계속 그 자리에만 머무는 것은 무리다. 우리의 기도는 점점 더 풍성해져야 하고, 더 깊은 데로 나아가야 한다. 책 중반은 우리의 기도에 채워져야 할 “내용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배, 고백, 중보, 청원 등이다.


책 후반부는 기도를 하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다. 기도에 관한 신약성경의 동사 시제가 중간태라는 점에서 착안해 기도는 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통찰로 시작해, 침묵과 끈질김으로, 쉼 없이 기도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살짝 아쉬운 것은 각 장의 구성이 논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글들이라기보다는, 그 장의 큰 주제에 관한 이런저런 짧은 글들이 연속적으로 실려 있는 식이라는 점이다. 한두 페이지의 글과 그 다음에 나오는 글 사이에 별 관련이 없으니, 책을 읽어나가면서 흐름이라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짧은 칼럼들을 모은 느낌?)


하지만 그런 구성의 아쉬움을 넘어서는 내용의 충실함이 있다. 좋은 번역자의 도움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장들도 깊이가 있으면서 분명하게 전달되고, 그 안에 담긴 내용 역시 훌륭한 통찰과 작가로서의 훌륭한 능력을 보여준다.


예컨대 책 초반 저자는 서구 교회와 영적 호기심이 살아 있는 서구 세계 사이의 많은 관계가 끊어졌지만, “기도가 그 둘 사이의 접점”으로 남아 있다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우리의 기도가 “물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가상의 무기력한 신에게 소극적으로 말을 거는 일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생동감이 있고,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아버지”와 “아멘” 사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러나 일상에서는 쓰지 않는) 상투적인 용어들로 가득 찬 기도를 한다고 위트를 섞어 비판하기도 한다. 이 정도의 글솜씨는 읽는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책은 기도에 관해 다시 한 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늘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미뤄두었던 주제를 다시 우리의 우선순위 상위로 밀어 넣도록 만들어주는 셈이다. 당장 책 제목처럼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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