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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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살아가려면 필요한 것들

-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까치] (2023)

 




현대 사회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매일 피부로 느낀다. 얼리 어답터가 아닌 나로서는 이런 변화에 발맞추어 가는 일이 이따금씩 일어나는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 된 느낌이다. 하지만 깊은 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기술의 발전은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AI라는 화두가 있다. 최근에 등장한 주제는 아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그 변화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테다. 더 이상 뒤처지지 않으려고 해도 빠르게 다가오는 시대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망설여지기도 한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교육자, 작가인 주나이드 무빈의 수학 지능AI시대의 핵심 분야인 수학을 중심에 놓고, 이 거대한 변화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수 있을지 말한다. 수학자는 AI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 나아가 우리가 이 현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 힌트를 준다. 무엇보다 미지의 대상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가 생겨난다면 우리는 두렵지 않게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연구 분야를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리학상과 화학상 분야에서 모두 AI관련 기술이 핵심적인 도구로 활용된 점이 눈에 띈다. 이 분야는 이미 수십 년 이상 활용되어 왔지만, 작년의 노벨 과학상 발표 소식은 AI관련 기술이 이제는 첨단 연구에서도 중요한 도구이자 파트너로 활용되고 있음을 대중에게도 알린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 조짐은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고와 세계 정상급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국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이 사건은 세계에 던진 하나의 충격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모든 사회는 새로운 발명이나 기술과 같은 변화의 조짐에 동요한 바 있다. 이 변화에 먼저 참여한 소수의 사람들과 달리,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거나 저항하기도 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오히려 이런 반응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연스럽다. 수학 지능의 저자 주나이드 무빈은 급격한 변화에 나처럼 당황할 것 같은 독자를 위해, 우선 수학자의 관점에서 기계(AI)와 인간의 차이에 주목한다. 인간이 할 수 있지만 기계는 (아직) 하지 못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제한적인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통찰을 알아내는 인간의 추정 능력, 이 지식을 압축하고 효과적으로 체계화하는 표상 능력, 파악된 대상들 혹은 지식들 사이의 연관성과 의미를 찾아내는 추론 능력, 주어진 규칙을 벗어나 새로운 창의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상력, 그리고 질문하는 지적 호기심을 언급한다. 이러한 지능들은 아직 AI가 도달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역량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 다섯 가지 지적 능력을 특별히수학적 지능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기계가 구현하지 못하는 수학 지능의 장점을 언급하며, 관심사인 교육에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이 이런 역량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 듯하다. 왜냐하면 극도로 고도화되고 복잡한 인간 사회를 특출한 개인 혼자 이끌어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결코 아니기에, 저자는 여기에 조율협동의 역량을 추가한다. 특히 이 두 가지 특질은 AI가 스스로 구현하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기술적으로 완성되었다고 해도 AI에게만 맡길 수도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무엇보다 AI에게 아직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신체를 매개로 생겨난 생명 현상이라는 데 주목한다. 신체를 지닌 존재로부터 생겨난 마음을 달리 표현하면 주체성이라 볼 수 있겠다. 저자는 수학적 지능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생가하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발견의 단계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 즉 주체성이다”(326)라고 말한다. 주체성이 결여된 AI에게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킨다한들, 결국 인간의 개입 없이는 어떤 결정도 내릴 수가 없다. 나아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결말을 기대할 수도 없다. AI기술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킨다면, 바로 이런 지점이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조율협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현재 지구에는 기후 문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80억 명이 넘는 인구가 집단 지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기계가 아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메타 인지이기도 하다. 끝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세계를 잠시 돌아보고 멈추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고 수정할 수 있는 지연의 윤리가 깃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조율의 역량이라 이해한다.


여기에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생겨날 수 있다. 소수의 지도자나 선두를 맹목적으로 따를 때 집단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우리에게 지연의 윤리에 더하여, 집단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하기 위해 인지적 다양성이 높은 집단 지성의 힘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느라 홀로 7년 간 칩거한 수학자 앤드루 와일스도 있지만 현대에서는 아주 드문 사례다. 오히려 방대한 협업을 통해 수많은 논문을 펴낸 헝가리 수학자 폴 에르되시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다만 독자로서 내심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이토록 극도로 분열되고 원자화된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협동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이 문제는 현대 사회가 직면해 있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저자는 AI가 도달하지 못한 역량, 곧 수학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언급한다. AI가 아무리 영리해져도스스로 한 작업에 대해 감탄하고 만족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만족감의 의미가 공동체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수학의 진정한 만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그러한 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서 나온다.”(308) 이는 앞서 언급한 집단 지성의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도 할 테다. 그는 책 전반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차이점에 주목하지만, 우리가 단순한 기술 혐오에 빠지거나 기술에 압도되어서도 안 된다고 여긴다. 그는 우리의 자리를 확인하고자 오래 고민해왔을 터이다. 현재의 인류는 AI를 비롯한 기계에 거부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인간의 핵심적인 협업 파트너로서, 그리고 지적 안내자로서 AI를 대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수학 지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1] "컴퓨터는 세상에 대한 모델을 구축하거나 그 해답이 타당한지 판단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역할은 각 모델의 토대가 되는 전제, 모델에 투입되는 특정 입력값의 신뢰성, 출력물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능력에서 비롯된다."(76) - P76

[2] "우리 뇌는 철학자 존 로크가 말한, 주변 환경에 의해서 그 내용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빈 서판(Tabula rasa)’이 아니다."(105) - P105

[3] "사고와 기억은 자연적 처리 환경의 일부로서 신경세포의 연결망 전체에 분산되어 있다."(113) - P113

[4] "수학은 놀랄 만큼 압축적이다. (...) 이러한 압축에 따르는 통찰력이야말로 수학의 진정한 기쁨 중 하나이다."(118, 필즈 메달 수상자 윌리엄 서스턴의 말) - P118

[5] "돌더미를 쌓는다고 집이 되지 않듯이 사실을 축적한다고 과학이 되지는 않는다."(120,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의 말) - P120

[6] "모든 수학자는 가장 생생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예술가이다."(128) - P128

[7] "인간 지능을 일반화하여 말하면, 단일한 기본 지식 체계 내에서 표상들 사이를 전환하고 여러 관점을 융화시키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129) - P129

[8] "데카르트는 개념과 감수성이 완전히 다른 수학의 두 분야인 대수학과 기하학 사이에 심적 다리를 놓은 인물로 간주된다."(132) - P132

[9] "수학적 증명은 우리 모두를 영원한 회의론자로 만든다."(159) - P159

[10] "인간 추론의 결함이 진화의 필연이라면 우리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든 불완전한 논증에 수학적 증명의 무오류성으로 대항할 수 있다. 또한 패턴에 굶주린 알고리즘에서 오류를 포착하도록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다."(160) - P160

[11] "수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다양한 표상을 활용하는 등 증명에 관한 한 다원주의적인 태도를 취한다."(163) - P163

[12] "기계는 날것 그대로의 사실을 움켜쥐지만 사실의 정수는 언제나 기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다."(175, 앙리 푸앵카레의 말) - P175

[13] "자연은 우리에게 정확한 수를 오직 한줌만 알도록 허용했다. 4를 넘는 그 외의 모든 정수는 우리가 발명한 것이다."(192) - P192

[14] "괴델은 기초 산술을 포함하는 어떠한 계도 이와 같이 입증하거나 반증할 수 없는, 즉 언제나 증명할 수 없는 상태로 남는 진술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무모순적이면서 동시에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207) - P207

[15]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복제하려면 특정 규칙이나 행동 모음에 구속되지 않는, 즉 모순을 즐길 수 있는 기계를 설계해야 한다."(210) - P210

[16] "(질문은) 지성의 엔진, 즉 호기심을 통제된 탐구로 전환하는 두뇌 기계다."(225, 역사학자 데이비드 해컷 피셔의 말) - P225

[17] "컴퓨터의 역할은 해답을 찾는 데 그칠 뿐, 어떤 질문이 가장 흥미로운지, 어떤 질문은 인간만이 풀 수 있는지, 어떤 질문은 더 확장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컴퓨터는 우리의 탐험을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여정을 계획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이다."(241) - P241

[18] "우리가 기계에 일을 맡기기 위해서는 기계의 핵심 능력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또한 특정 수준의 계산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258) - P258

[19] "수학에 가장 심대한 공헌을 한 사람은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인 경우가 많다."
(263, 필즈상 수상 수학자 티머시 가워스) - P263

[20] "수학은 기존의 아이디어와 새 아이디어에 생명을 불어넣어 이해의 폭을 확장하는 수학자들의 살아 있는 커뮤니티에서만 존재한다. 수학의 진정한 만족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그러한 배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에서 나온다."(308, 수학자 윌리엄 서스턴의 말) - P308

[21] "문제 해결 동기는 그 자체로 경험의 공유에서 창발된 현상이다."(318) - P308

[22] "기계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목표를 진정으로 실현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319) - P319

[23] "수학적 지능이 우리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발견의 단계를 탐색할 수 있는 자유, 즉 주체성이다."(326) - P326

[24] "수학 지능은 우리의 인지적 동맹, 즉 기계가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 우리와 협업하도록 이끌기 위한 안내자 역할을 할 것이다."(329) - P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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