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 - 시각적 문해력을 기르는 여정 창비청소년문고 48
류지이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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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예술에 대해서 잘 몰라, 작품을 보는 눈이 없어.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 온 사람들도 있으니, 별다른 재능없이 노력도 하지 않은 입장에서 예술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를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나는 보는 눈이 없었던 것 일까, 아니면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일까, 궁금함이 생겨났다. "시각적 문해력"이라는 말과 함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모든 것들을 읽어내고 받아들이고 있는 방식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깨달았다. 평소 짧은 글을 하나 읽더라도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 것인지, 어떤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글은 이미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읽어볼 수 있도록 적혀 있는데도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더 읽어내려 한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 한 편을 보더라도 그 광고가 상품의 어떤 면을 강조하는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시각적 문해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활동인 것이다. 그런데 예술 작품을 감상하려 했을 때 이 자연스러움을 잘 활용하려 했을까? 잘 모른다는 핑계로, 뭘 봐야할지,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찾아내기 어렵다고 '읽어내려' 하지 않고 보는 척, 남들만큼 뭔가를 아는 척하고,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기 전에 자리를 떠버리지 않았던가? 작품 앞에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을까, 작가가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드려내려 했는지, 어떤 요소를 숨겨놓고 싶어했는지 보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가 매력적이었다. 저자는 미술과 건축 등 열 개의 주제를 따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재료, 매체, 흐름, 맥락, 시대 같은 단서들을 활용해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요, 저렇게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하고 자연스럽게 독자를 작품 앞으로 이끌어간다. 

책을 읽기 전, SNS를 하다가 세 개의 구멍이 뚫린 가리비의 사진(13)을 두고 당신은 이 조개껍데기를 어떻게 해석하는/느끼는지 묻는 질문과 마주했다. 그때는 당연히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했다. 속으로는 그저 구멍 난 가리비 껍데기일 뿐이라 할지언정, 가장 평범하고 틀리지 않을만한 답을 내놓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굳이 '조개 가면'을 가면/얼굴의 형태로 의도하고 만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에게는 사물에게도 얼굴의 형태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자동차의 정면을 보고 헤드라이트 부분을 눈이라고 여기거나, 우연한 구름의 모양, 의미없는 돌의 생김에서도 얼굴 표정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혹은 다른 의도로 생긴 구멍을 두고 가면이라고 부르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를 읽고 난 뒤에는 이처럼 자신의 시각적 문해력을 사용하려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3장의 회화와 10장의 과정 미술과 퍼포먼스 내용이었다. 회화는 가장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전시회를 가는 등 적극적인 감상을 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면이 있어서였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274)의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10장에서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하지만 더 마음이 가는 분야는 4장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예술의 영역 안에서 관심을 두고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스테인드글라스가 건축물, 특히 종교적인 건축물 안에서 활용되는 압도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니 매력이 더 크게 느껴졌다. 빛을 투과하며 더욱 작품이 살아난다는 점도 좋았다. 5장 도자의 내용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예술이란 무엇일까? 사물은 언제 미술 작품이 되는 걸까? 139" 질문에 대해 다가갈 수 있었다. 현대 미술을 두고 난해하다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 아닌가 의문을 가지기도 하는데 (<번역된 도자기> 이수경 2007(159), <샘> 마르셀 뒤샹 1917(139)) 그런 불만에 대한 답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작품들을 담아 색감도 잘 살리고, 한 작품으로 한 면을 다 채우는 등 최대한 작품의 분위기를 표현해낼 수 있게 소개하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이상하게도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쏙쏙 되는 것 같고, 재미있고, 쉽게 느껴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심화문제를 내주는 교수님 앞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솔직하자면 처음에 내준 퀴즈(24)는 풀 생각조차 접긴 했다. 교수님, 아니 작가님 저는 그냥 책을 들고 돌아다니는 침팬지에요. 왜 이런 느낌이 드나 했더니 실제로 카이스트에서 교양 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이력 덕분이었나보다. 카이스트에 갈 수 없으니 대신 '보보미'를 찾아 읽어보자. 얼마나 이득인가! 하지만 청소년 독자들은 '보보미'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직접 가서 수강하도록 노력해보자. 예술 앞에 조심스럽게 돋아난 여리고 작은 관심을 어떻게 키우면 될지 흥미롭게 길을 터준 느낌이라 미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책을 읽고 난 뒤에 마지막 장을 덮으며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더 이어가고 싶어지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는 책이다.  


*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눈 코 입이 있는 실제 생물이 아님에도 무생물의 것에서 얼굴을 그려내는 현상
* Rest Energy 화살을 겨누고 있는 두 사람
Rhythm 0 관객을 상대로 인간의 본성을 시험한 퍼포먼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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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터
이지은 지음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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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수록 하터법에 찬성하게 되는 건 왜일까. 내가 어른이라서 일까? 

'하터'에 대한 소개를 읽고 굉장히 큰 기대를 품었다. 일단, '하터'의 세계관이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마음의 선량함을 각종 지표로 재서 등급을 매긴다니, 그리고 그 결과값에 따라 혜택을 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대학입시에도 하트의 등급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양심, 선량함, 다정함 같은 것을 어떻게 눈에 보이게 수치화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하트 관련 학원이 엄청 많이 생겨서 돈을 긁어모으겠다는 것이었다. 입시 하트 전략반, 하트 영재반, 하트 선행반, 하트 특별관리반 등등 하트 0에서 100까지 만든 하트 선배의 특강 같은게 얼마나 많을까, 같은 속물적 헤아림이었다. 어쩌면 어느 하트 학원에서 선행 하트반 담당수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생각들은 과연 내 하트의 무게는 어떻게 될까? 내가 저 사람보다 더 착하다거나, 나쁘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 받으면 인정할 수 있을까? 내 진심이 아니더라도 착한 일을 하면 수치는 올라갈 수 있을까? 진심이 아니라면 선행을 해도 수치에 변화가 없다면 수치를 올리지 않을 상황에서의 선행은 아무도 하지 않을까? 하트 수치가 높은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신뢰할 수 있을까? 수많은 궁금증이 솟아올라 읽지 않고는 버틸수가 없었다. 

청소년소설을 읽을 때 생각이 많아지는 요소 중에 유행하는 말이나 문화를 얼마나 담아내느냐가 있다. 그 시절의 또래문화는 유행이 빠르게 생겨났다 금방 사라지곤 해서 어른이 요즘 뭐가 유행인지 알게 되는 때가 되면 시기가 지나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터'에도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보이는데 아직도 이런 표현을 쓰나 싶은 줄임말이나 평생 아무도 타인에게 현실에선 쓰지 않을 것 같은 표현들이 나오면 손가락 관절들이 오그라드는 듯해 적응이 어려워지곤 했다. 특히 얼음공주(!)에 티여섬, 맑눈광, 우무커 같은 말들을 견디기가 좀 어려웠다. 그래서 초반에는 좀 작위적인 사건으로 인물들이 연결이 되는 것 같아 껄끄러운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인물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바꿀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소 극단적임에도 리진이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면서 조금씩 새로운 세계에 대한 어색함이 줄어들고 '하터'의 매력도 살아났다. 

처음 책을 손에 들었을 때 가볍단 생각이 들었다. 분량이 기대보다 적으려나 싶었고, 단숨에 책을 읽게 되지만 너무 짧아 아쉽기도 했다. '하터' 정도의 세계관이면 삼부작으로 리진과 김화의 이야기가 담긴 전편과 여섬의 진짜 성장을 담은 속편을 더해도 좋을 것 같다. 여섬이가 이제야 세상과 제대로 마주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성장할 수 있는 발판에 올라섰는데, 부모님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김화와의 관계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해져서 속편이 필요해졌고, 어떤 작품을 보든 주인공을 가장 좋아하는 인물로 꼽는 편인데 '하터'에서만큼은 리진과 김화라는 인물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전편이 간절해졌다. 리진과 김화, 성숙한 사고를 가진 두 사람이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하터' 세계관의 이면을 더 깊이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꼭 프리퀄 이야기가 나왔으면 한다. 특히 랩 가사는 그리 잘 못 쓰는 것 같지만 의외로 하트가 가득채워져 있을 것만 같은 인물 1위로 예상했던 리진이를 여섬이만큼 그리워하게 되었다. 

" 세상 모든 청소년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느니 도덕적이고 바른 인성을 가진 청소년에게 많은 혜택을 제대로 퍼부어 주자는 취지에서 생긴 <하터법>은 대한민국 입시 제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12" 

하터법이 지나치게 인권을 침해하고 제대로 된 계도나 보증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라서 일까? 아니면 세상에서 접하는 끔찍한 사건들에 갈수록 피로를 느껴서일까? 읽을수록 하터법에 찬성하고만 싶어졌다. 최근 운동 경기를 하면서 상대 학교의 연고를 두고 역사적, 인간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사건을 끌어와 비하와 조롱을 한 학생들의 사건이 있었다. 깊이 반성을 한다며 찾아가 사과를 건네고 자신들이 받은 징계가 가혹하다며 재심부터 청구했다. 이들의 반성과 사과에는 얼마만큼의 진심이 담겨있는지, 하트의 무게는 얼마일지 스캐닝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차마 진심이 담기지 않은 반성을 보여주기 식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애초에 대학에 잘 가고 싶어서, 프로 선수가 되고 싶어서 단지 재밌다는 이유로,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비하와 조롱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자꾸만 하터법이 있는 세상은 어떨까 상상해보게 되었다. 

" "너 추리 소설이 왜 재밌는지 알아? 독자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야." 
...중략...
"독자가 자신의 의심을 스스로 납득했다는 거잖아. 타인의 인생이 무너지는 이유가 그런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주변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둠이 있을 거라는 걸 말이야. 그렇게 자꾸 생각하다 보면, 뭐 어찌 됐든 사람을 이해하게는 되더라." 94" 

책 소개글을 읽으면서 '마아트의 깃털'이라는 이집트 신화를 떠올렸었다. 이집트에서는 사후세계에 가게 되면 마아트라는 여신이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올려 마아트의 깃털보다 무거운지 가벼운지 재어 죄의 무게를 달아본다고 한다. 현대판 양심, 인성의 저울이나 다름없는 '하터' 제도가 흥미로워서 기대되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함께 나눌 수 있는 질문이 많은 책이라 더욱 좋았다. 나를 더 좋게 포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선함을 이용하는 세상이라면 그게 꼭 나쁜 것일까? 사람은 여러 모습이 있어 완벽하게 선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어떨 때는 보여지는 것을 위해 또는 자신이 선한 행동을 했다는 만족감을 위해 위선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그 사람의 선함을 믿을 수 있을까? 나의 하트는 몇 그램일까? 주변인들과 서로의 하트 무게를 예상해보고 이유를 써서 교환해본다면, 얼마나 일치하는 결과가 나올까, 만약 자신이나 혹은 아끼는 사람의 하트 무게가 적게 나온다면 어떤 생각이들까, 다양한 활동으로 세계를 넓혀간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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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역설 - 역동과 통제, 첨단과 소외가 공존하는 복합 중국 읽기
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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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자면 중국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없었다. 요즘에야 중국에 다녀온 사람들이 놀랍도록 달라진 중국의 발전이나 부유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큰 금액을 제시해 어느 기업의 기술을 빼갔다던지, 세계 대학 순위가 달라지고 있으며 이공계열에 대한 투자를 무섭게 한다던지 하는 뉴스를 접하곤 하지만 전에는 그저 미감과 위생이 부족한 메이드 인 차이나의 나라일 뿐이었다. 하지만 인구도 면적도 비할 바 없는 규모의 중국이 긴 침묵을 깨고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더이상 관심없이 있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 듣고 미묘하다고 생각했던 말이 한국의 특징 중 하나가 일본은 꼭 이겨먹으려 들고 중국은 무시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는 공감되는 분위기가 있어서였다. 실제로 친일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정치, 경제, 문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문제될만큼 많고, 역사적으로도 지금까지도 중국을 무시할만한 입지가 아니었음에도 그런 심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해 파악해야 할 때다. 장기적인 집권과 통제가 가능한 사회에서 자원 집중과 정책 지원으로 짜여지고 있는 성장과 발전이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나아가 국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줄지 두려운 마음으로 욕심많은 이웃의 행보를 주시하게 된다. 

전에 중국의 새로운 최첨단 감시망 천왕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마치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놀랐던 적이 있다. 중국으로 인해 손실되는 우리의 정치, 경제적 안보만 걱정했는데 중국이 대비하는 안보는 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28)하는 전시 수준에 가깝다(총동원 체제25)는 내용은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내부를 조이는 감시와 고발로 솟아나오는 불만을 외부를 향하도록 돌려 결속을 강하게 만드는 소수민족 탄압과 홍콩, 대만(110)에 대한 압박, 서방 진영에 대한 경계가 다수의 중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내부적으로 혐오와 분열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성공적인 통제 수단으로 보였다. '중국이라는 역설'이 한때 돌았던 중국군 쿠데타설을 근거 없음(85)으로 시진핑 실각설을 환상(91)으로 일축하고 있다면 중국 내부에서 끓고있는 압박에 대한 반발, 자유를 경험한 젊은 세대의 조용한 저항(62)은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게 될지 궁금해졌다. 오히려 이 시진핑 실각설을 앞장서 내세운 국내 스피커들이 '중국 선거 개입설'로 대표되는 혐중 극우 세력과 연결(98)되어 있다는 점이 이 가짜 뉴스가 가진 문제점, 혐중 정서와 현실 회피를 통한 음모론 확대(103)를 드러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반대로 중국 내에서 한국의 상황, 지난 123내란과 계엄의 배경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246)이 놀라웠다. 오히려 국내에서는 당시 윤석열 정권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 낙관했고, 이에 동조하는 극우 세력에 대한 문제도 뿌리뽑지 못한 채 잠실과 강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음모론을 퍼뜨리고 혐오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사회의 불안은 우리나라에서도 쉬었음 청년에 대한 인식과 논의가 있지만 중국의 청년 세대 현실 또한 만만치 않다는 기사* 역시 종종 보았다. 이미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된 상황에서 AI기술과 로봇 기술의 상용화를 통해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 자리의 대체(209)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불안과 불만을 공포와 감시로 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새로운 세계 패권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내부의 동요를 외부로 돌리고 구심점을 강화한다. 지난 홍콩 사태 이후로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베네수엘라 침공 등으로 붕괴된 국제 질서와 날선 분위기 아래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까?(164)'는 상황이 궁금했는데 책에서도 대만의 입지(149/180)가 희토류 수출 통제 전략(137)과 함께 미중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되는 것이 자주 등장해 앞으로 이 두 키워드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처음 중국에 대해 '관심없음'이라 말했던만큼 가지고 있던 바탕이 부실했음에도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낯선 용어들도 많고 중국 내 정세에 엮인 인물들도 접하게 되지만 파고든다기보다 큰 틀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전에 박노자의 <야만 시대의 귀환>*을 읽으며 팍스 아메리카나의 몰락과 세계 패권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음에 위기감을 느꼈는데 '중국이라는 역설'은 미중 사이의 우리를 고민하기 앞서, 중국이라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입지를 제대로 다져야 하는 예민한 시기이다. 내부적으로는 탄핵이 반복되는 등 정치적인 불안정, 사회적 갈등의 심화 같은 문제들을 극복해나가고 일본, 호주, 중동 등 잠재적 위험을 품고 있는 지역끼리의 연대를 통해 대외적인 견제를 영리하게 해나가기 위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 빠진 혐중과 무관심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중국 국영 비즈니스 뉴스 매체 이차이(Yicai)가 중국신고용연구센터의 데이터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유연 고용 노동자 수는 2025년 2억 8,000만 명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무려 3억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추정치가 적중한다면 올해 중국 도시 지역 고용의 40% 이상을 경제 근로자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제조업과 화이트칼라 부문이 일제히 고용을 축소하면서 갈 곳 없는 청년들과 실직자들이 대거 임시직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온 결과다. 실제 국가통계국(NBS)에 따르면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 실업 률은 16.3%, 25~29세 실업률은 7.4% 수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야만 시대의 귀환> 박노자. 한겨례출판.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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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는 알아야 지구를 떠날 수 있지 - 우주시대를 살아갈 십대의 생물학 십대의 교양 1
김동석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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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래'를 떠올렸을때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요소 중 하나는 AI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이다.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는 AI는 어쩐지 밀접하게 다가온 친근한 도구로 여겨지는데, 우주는 어쩐지 손에 닿지 않아 멀게 느껴진다. 지구에 두 발 딱 붙이고 버티며 살아갈 작정이지만, 벌써부터 인류는 달로, 화성으로 지구 너머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인류의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될지도, 지구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지구 인생,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우주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오래오래 살다보면 언젠가 우리는 모두 우주로 떠나게될지도 모르니, 우주에 대해 호기심과 환상만이 가득한 '우알못'과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십대들을 위한 우주생물학 교양 쌓기, '이 정도는 알아야 지구를 떠날 수 있지'를 읽어보았다. 

외계인과 외계생명체의 구분(21)을 그어주는 순간,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로키가 떠올랐다. 맞다, 로키는 땅콩모양의 커다란 머리통과 작은 키에 팔다리를 가진 형태로 생기지 않았다. 로키는, 로키였다. 하다못해 우주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면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면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책에선 친절하게도 우주생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35) 소개도 해주었는데, 앞으로 맞이할 우주시대에는 우주로 나가는 것이 보편/상용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해보기로 한다.
흥미로운 것은 소행성에서 샘플을 채취하는 것(95)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왜냐면, 그동안의 빈약한 상상으로라도 소행성의 이동 속도에 대해서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하늘을 바라볼때면 별들의 움직임을 지구를 기준에 두고 바라보게 된다. 실제로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자전과 공전 같은 움직임이 어떤 조건이 될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봐도 sf적 상상력이 가미된 우주선을 타고 행성 간 이동을 하는 '워프'를 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이렇듯 지구와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풀다 보면,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그리고 이 넓은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모든 해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과학은 우리를 그 답에 점점 가까이 데려다 주고 있습니다. 108" 

우주생물학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로 나아가 외계 생명체를 찾는 동시에 우리의 기원으로 돌아가 어떻게 생명이 시작하고 진화해 왔는지를 탐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둘이 같은 궁금함에 뿌리를 두고 있고, 미지의 영역을 품고 있으며, 언제든 새로운 발견을 통해 기존의 가설이 다시 정립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아직 우리가 모르는, 다 밝혀내지 못한 것들이 우주에도 지구에도 많은데, 이렇게 조금씩 풀어지는 우주 공간의 망연함이나 원시지구의 생태계의 신비에 대해 접하게 되면 왜인지 모를 두려움이 생겨나기도 한다.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이 정도는 알아야 지구를 떠날 수 있지'는 익숙한 <곰 세 마리> 동화를 통해 친절한 접근을 이어간다. 원제가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영국 동화(159)였는지 이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이 동화 속의 소녀 이름을 따서 "생명체가 살기에 '딱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영역(160)"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배웠다. 얼마 전 읽었던 책에서도 나왔던 '와우 신호(wow signal)'에 대해 직접 사진 자료(196)로 확인할 수 있었던 친절함도 이 책의 장점이었다. 이런 접근을 통해 알게 된 정보는 앞으로도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게 될 것 같아 좋았다. 

또 한가지 반가운 소식은 그동안 지구 최강의 생명체를 이름조차 언급하고 싶지 않은 바퀴벌레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곰벌레'가 꼽힌다(127)는 것이다. 인류가 멸망해도 바퀴벌레는 남을 것이라는 농담이 있었는데 그보다 곰벌레나 우주곰팡이, 빗해파리가 더 주목받는다고 하니 세상이 그렇게 잔혹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 좋았다. 가끔 우주에서의 대소변 활용법(74)에 대한 전망처럼 거리를 두고 싶은 내용들도 있었지만, 멀게 느껴졌던 우주가 한층 가깝게 여겨지는 친절한 우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초등고학년은 조금 이를 것 같고 중학생 독자들에게 추천해줄만하다. 아무래도 우주생물학을 염두에 두려면 이 시기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물론 우주생물학을 재미있게 접하고 싶은 어른까지 폭넓은 층의 독자에게도 충분히 그 매력이 전달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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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 - 국경을 넘나든 음식으로 보는 한중일 세계사 우리학교 사회 읽는 시간
남원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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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지겹게 싸워댔다. 우리를 우리로 묶는게 어색할 정도로 싸웠고 싸운다. 역사부터, 언어, 운동 경기의 내용, 사람들의 외모, 냄새, 피부색, 유행의 시발점, 연애방식, 문화, 서로 너네한테 관심이 있니 없니 하는 문제로도 싸우고 있다. 그만큼 오래도록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라면이 라멘부터 시작했느니 면의 시작이 중국이니 하는 말들은 너무나도 유명해 이제는 시비를 붙여오는 일도 적고, 만두와 교자, 만터우, 딤섬 같은 음식들은 어느 나라를 가던 대체로 호불호없이 모두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다. 같은 뿌리를 둔 음식이 바다를 건너가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바다를 건너서라도 전해질만큼 '맛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낀 음식들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보니 어떤 음식이 '원조'인지를 두고 싸우던 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각각 다르게 전부 다 맛있다며 다양하게 즐기는 방향으로 식문화의 폭이 넓어진 듯 하다.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의 출간 소식을 들은 날은 점심으로 중식을 주문해 먹었었다.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주문해 서비스로 군만두까지 챙겨 먹으면서 문득 이 음식들은 각각 어떤 이름과 맛으로 퍼져나갔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탕수육은 꿔바러우와 덴푸라로, 짬뽕은 차오마멘(초마면)과 나가사키식 짬뽕으로, 짜장면은 작장면과 모리오카 쟈쟈멘으로 굉장히 비슷하거나 같은 뿌리를 가졌다고 할 수 없을만큼 다르기도 했다. 특히나 짜장면은 한국에서 중화요리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음식이지만 한국음식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다른 맛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음식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왜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는지 알고 먹는다면 음식을 더 맛있고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서비스로 받은 군만두(만두 117) 역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식이라 더욱 기대되었다. 책도, 바삭하게 튀겨 낸 군만두의 맛도. 

책을 읽기 전에 메뉴를 살펴보며 이 음식에 대해 어떤 정보를 알고 있을까 점검해보았는데, 일본에 비해 중국은 어떤 음식이 영향을 받았을까 떠올려보면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도 했다. 대부분 음식이 중국에서 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음식과 현재 모습이 더 비슷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거나 여행을 더 많이 다니며 교류한 빈도가 높은 탓인듯 했다. 제목에 있기도 한 '돈가스'의 경우에도 종종 난제가 되는 경양식 돈가스와 일식 돈가스 중 더 선호하는 것을 고르기처럼 익숙하게 금방 떠오르고 비슷한 맛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돈가스를 떠올려보면 뭐가 있을까, 바로 생각나지 않는다. 비슷한 것으로는 대만의 파이구판이 있고, 생김새로는 치킨을 넓게 펴 튀긴 지파이도 비슷해보인다. 양념치킨 역시 일본의 가라아게는 금방 떠오르는데 유린기, 지파이는 한 박자 늦게 그나마 이게 좀 비슷한 것 같아 보인다. 호떡이나 만두, 탄탄면 같은 음식 이야기를 통해 균형을 잃지 않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한중일은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같지만 젓가락이 쇠인지 나무인지가 다르고, 밥그릇을 들고 먹는지 내려놓고 먹는지가 다르다. 음식을 먹을 때 소리를 내는지, 찬을 한데 두고 덜어먹는지 따로 받는지도 다 다르다.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점이 끈끈해 피곤하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한데, 잘 알아두어 언젠가 또 벌어질지도 모르는 인터넷 원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식의 바탕을 만들어두길 바란다. 생각해보니 과거 음식들의 교류는 주로 전쟁과 엮여 있었다. 슈니첼은 아편전쟁 후 중국에 전해졌고(70), 빵 안에 단팥을 넣은 단팥빵(113)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해졌다. 몽골과의 전쟁(179) 이후로 소주, 설렁탕, 두부같은 음식이 들어와 현지화 됐다고 하니, 요즘처럼 평화롭게 여행을 하고, 인터넷에서 말다툼을 하며 서로 문화를 교류하게 된 것도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음식은 과거에만 건너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교류되고 있다. 요즘도 계속해서 그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각국의 음식들이 알려져 점차 현지화 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고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가장 크게는 열풍과도 같았던 탕후루, 이제 새로운 중식 강자로 자리잡은 마라탕과 양꼬치 같은 음식이 있다. 타피오카를 넣은 밀크티 같은 경우는 유명 브랜드의 지분을 한국에서 인수하는 일도 있었다. 한식 역시 명란이나 게장, 조미김 등이 일본으로 퍼져나갔고, 삼겹살 같은 한국식 고기구이, 심지어 두쫀쿠 같은 디저트의 유행은 한국에서의 열풍이 퍼져나가 원재료값의 폭등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만 이런 교류 과정에서 오히려 멀쩡한 명란을 멘타이코라며 일본어를 역으로 가져와 쓰는 가게들이 많아진 것은 아쉽다. 찹쌀떡이 버젓이 있는데도 모찌를 붙이는 것, 샌드위치를 굳이 산도라고 하는 것은 지겹다 못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아마 이런 불편함 때문에 계속 시비가 사라지지 않고 붙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계사보다 음식 자체에 좀 더 집중해 읽기는 했지만, '돈가스가 바다를 건너면'을 읽다보니 이런 세계사라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든다. 선택과목으로 고르고 싶어진다. 요즘은 수학여행으로 외국도 간다던데 여행을 떠나기 전 이런 배경 지식을 쌓아두고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학교 도서관에 이런 책이 하나씩 있다면 음식 이야기를 읽는 겸 은근슬쩍 동아시아 세계사를 함께 접할 수 있으니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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