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2025.상반기 - 제51권 1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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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노벨문학상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담겨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트라우마, 먼 이국의 궁중파티(p10)같은 표현은 얼떨떨했다. 정말 큰 성과이고 기쁨이긴 한데 이 정도로 생각했다고? 싶었다. 타인의 성과를 등에 업고 쿨한 척 하려는 건 아니지만 우린 이제 수상작을 원서로 읽는 사람들이니 좀 더 칠(chill)해져도 되잖아요. 약간 미심쩍은 눈으로 읽어나가다 특집으로 실린 좌담에서 인상적인 사진(p174)을 발견하고 웃음과 함께 마음이 좀 풀어져나갔다.


 문예지를 읽으면 즐거운 것이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맛있는 한 그릇도 만족스럽지만 아무래도 뷔페를 가서 이것저것 먹어보는 재미 또한 크지 않겠나. 평소 내가 선택하지 못할 법한 주제, 작가, 분야에 대한 글들을 보고 있자면 이전에 해본 적 없던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나는 '김미옥 현상'이라는 말을 처음 봤는데 해당 SNS를 안해서인지 책을 잘 읽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다만 좌담이 굉장히 수다스럽게 이어져서 즐겁게 읽었다. 전에 이 느낌을 어디서 받은 적 있는데 싶더니만 조교할 때 교수실에서 안듣는 척 듣던 교수님들 대화 같았다. 


 백가흠의 '술의 가을'은 1부터 5까지 읽는 동안 꽤 즐거웠다. 특히 좌익수를 보던 시절의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입꼬리는 올라가도 눈꼬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표정을 만들어냈다. 이런 것은 너무 생생해도 좋지 않다. 15번 꼭지까지 이어지는 글은 술의 가을인지 술이 술술인지 모르게 뒤로 갈수록 작가가 진짜 취했나 싶이 온통 새우에 술 마신 이야기가 이어져 웃기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술을 마시다 자주 기억이 끊기면 뇌에 좋지 않다고 하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애초에 음주에 직격인 간부터 전반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또 하나 재밌었던 꼭지는 '지금 우리 문화는'에서 한국 영화계의 현실을 다룬 내용이었다. 비슷한 말이지만 영화계에서 힘들다는 말은 너무 오랫동안 나와서 이제는 좀 힘들다고 하기 전에 왜 힘든지 개선하려는 변화를 보여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 논란있는 배우들 돌려쓰기, 감이 다 죽은 것 같은 시나리오, ott서비스 탓, 상영관 내부 청결, 업계 종사자도 영화관을 안가면서 도와달라 호소하는 행태들은 늘 말이 나오는데 개봉작들을 보면 절반은 이게 맞나 싶어진다. 관객들도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싶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를 만들면 사실 다들 간다.


 그런데 힘든건 영화산업만큼이나 출판도 마찬가지일테니 갑자기 함께 슬퍼진다. 그저 게으른 독자일 뿐이지만 저쪽에서 불이 났다길래 구경갔더니 우리집도 타고 있더라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는 대중문화이지만 독서는 그보다 더 파이가 적지 않은가.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문득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잠시 구경한다. 흔치 않은 풍경이 된 셈이다.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로 서점에 줄을 서고 책이 동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부족하다. 한줌단이 열배 백배는 더 늘어났으면 한다. 책을 읽읍시다랑 기적의 도서관 좀 다시 부활해주길. 


 평소 소설과 시 위주로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면 이번엔 다른 주제들이 더 인상깊게 남아 즐겁게 읽었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 내용이 좀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서 더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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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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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폴라 일지'를 두고 두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하나는 진짜 남극에 갔다고? 다른 하나는 작가 김금희가 맞나? 다소 싱거운 이 질문의 답은 둘 다 맞다. 였다. 그럼에도 의문을 가졌던 것은 뭔가 쉽게 연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펭귄이나 북극곰, 고래, 끝없는 눈과 빙산 혹은 오로라 같은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극지방에 대한 로망이 나에게도 있었다. 알고보니 남극과 북극으로 나뉜 모든 로망의 혼합이었지만 그래도 세종기지의 대원을 모집하는 글을 몇번이고 훔쳐보며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기도 했다. 가진 재주라곤 평범하기 뿐이라 유일한 방법은 조리 분야 지원 뿐이었는데 자격증과 경력이 요구되는 높은 난이도에 좌절됐다. 그런데 그런 남극엘 갔다니 대단하고 부러웠다.

 처음 한동안은 이 모든 준비과정과 낯선 세상에서 맞이한 어색함, 20년차 월동대장에게 남극생활 2일차에 조언을 건네는 등의 실수들 마저 자랑처럼 느껴졌다. 이런 점들이 어려웠어 하고 말할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원하던 곳에 도달했다는 작가의 기쁨이 숨겨지지 않고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반드시 2인1조로 다닐 것, 비펭귄인간 하며 지칭하는 말들도 뉴요커의 'the city' 발언처럼 어쩐지 그들만의 호칭처럼 여겨졌다. 질투에 사로잡힌 사람의 마음을 녹인 것은 중간 부분이 자꾸 벌어지길레 펼쳐보니 들어있던 엽서였다. 펭귄은 귀여웠고, 그 뒤로 일렁이는 바다의 빛은 조금 쓸쓸했는데 책 안의 긴 이야기들보다 엽서에 담긴 짧은 글귀 안에서 이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그 뒤로는 괜한 부러움은 접어두고 그저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작가는 낯을 가리고 스몰토크를 어려워한다고 몇번이나 강조했지만 나였다면 아마 이렇게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적극적이었다. 식생팀에 참여하거나 '안'을 따라 옆새우 채취를 나서는 등 MBTI가 E세요? 싶은 활발함이었다. "드디어 결심하셨군요!"(111) 고장난 벽시계의 건전지를 갈아끼우듯 눈앞에 놓인 일을 어찌나 씩씩하게 해내던지 이런 행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남극까지 갈 수 있었구나 싶어졌다. 힘이 들어 어떤 사람들은 굳이 가지 않는다는 까마득한 산을 올라 보기도하고 보기 어렵다던 고래까지 보고 온 작가가 자신의 전부인 문학*(p255)을 주제로 한 북토크를 도전해보지 않고 돌아온 것은 조금 아쉬웠다. *문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토록 강렬하고 열정적인 답이라니.   

 책을 다 읽은 건 집이 남극처럼 추운날이었다. 한동안 조금씩 천천히 남극의 이야기를 읽어오다 갑자기 현실로 내쳐진 듯한 끝맺음이 어떨떨했다. 사태를 삶아 썰어넣은 국물에 마른 찬밥과 가래떡을 살짝 말려 직접 썰어두었던 떡국떡을 몇 줌 넣어 떡국도 국밥도 아닌 것을 끓여 훌훌 먹고는 책의 마지막 몇 장을 읽다가 얼마 있지 않아 몸이 굳고 어깨가 아파와 전기장판 안으로 도망쳤다. 현실의 차가움에 굳어 있다가 '완전한 사육'처럼 느껴졌다는 저녁 6시의 어린이 목소리를 떠올렸다. "벌써 저녁 시간이 되었어요. 하는 일 멈추고 식사하러 오세요. 밥은 먹고 지내요" (71) 낭랑한 목소리에 어딘지 위화감이 드는 어조 때문에 나는 그게 '오징어게임'의 안내방송처럼 생각됐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다정한 안부처럼 느껴졌다. 어떤 일이 있든 '밥은 먹고 지내요'

 책 안에는 온통 머나먼 곳의 이야기로 가득한데 지역번호가 032로 되어 있어서일까 특별함은 금새 사위어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비일상 가운데 에필로그로 짧게 정리된 일상이 더욱 강렬하게 남았다. 꿈은 나를 나아가게 하지만 언제고 나를 가장 강하게 땅에 붙들어두는 것은 주변의 모든 현실들이다. 그래서 '나의 폴라 일지'가 더 인상깊게 다가왔다. 남극에서 마주한 자연과 경이 같은 것이 아니라 생활과 가족이 삶의 어떤 순간에, 심지어 그토록 바라왔던 꿈같은 때에도 배제되지 않은 채 얽혀 인생이란 것의 의미를 곱씹게 해주는 것 같아서. 지구의 모든 펭귄과 비펭귄인간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추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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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셋 2025
김혜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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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고, 인상적이고, 길지 않다. '셋셋'은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에게 딱 맞는 소설집이다. 핸드폰은 어디서든 손에 들고 있을 수 있지만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펼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들이 필요한지. 주변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고, 갑자기 떠올라 처리해야 하는 잡일이 없어야 하고, 커피도 한 잔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긴 연휴를 앞두고 책을 읽을 여유가 많겠다 생각했더니 누구나 다 그 날을 기다려왔던지 늘 뭔가 일이 있어 연휴가 끝나자 일상으로 돌아와 책을 제대로 펼쳐보았다. 읽다보니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다 읽었는데 각각의 매력이 달라 읽을 때마다 기분도 감상도 변했다.  


 " 우리는 머리를 어떻게 감아야 하는지 부모님한테서 배운 적이 없었다. 우리는 눈치껏 알아서 자라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 그때를 돌아보니 헛헛한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눈치껏 자라면 분명 무언가를 놓친 상태로 자라버린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때 놓친 것들은 지금에 와서 다시 찾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p27 김혜수_여름방학 "


 두 아이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2000년대로 돌아간 듯한 그 시절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요소들도 재밌다. 내가 어렸을 적엔 'ㄹ'을 넣어 별명을 짓는 게 유행이었는데 동네마다 규칙이 달랐던 건가 도깨비말이 생소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피시카산'을 보며 그래도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한다며 우쭐하다 25년 정도 뒤쳐진 생각을 하고 있는게 우스웠다. 추억할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름방학'이 더 재밌지 않을까싶다.


 영화 서브스턴스를 보며 자신은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외모점검을 하게 되었다는 감상을 남긴 사람들이나 기생충을 보고 냄새가 신경 쓰인다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을 본 적이 있다. 일차원적인 감상이고 영화가 말하고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어조였다. 엘라스틴 샴푸에서 나는 냄새가 전지현 냄새일 것이라고 믿던 세희와 은진, 세희에게서 나던 군내가 자신에게도 난다는 사실을 깨닫는 은진을 보면 누군가에게는 그 마저도 인지의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 "이상하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p.58 이서희_지영 "


 정말 무서운 문장이었다. 어느 괴담의 가장 소름끼치는 순간이 이렇지 않을까. 이번 셋셋을 읽으며 인상적인 문장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 문장을 선택하겠다. 이쯤에서 상당히 질겁하고 이 뒤로 또 얼마나 끔찍한 이야기가 이어지려나 싶었던 것과는 다른 흐름으로 무난히 끝을 맺는 내용이지만 이 문장을 보고 확 몰입이 되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종교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이 꼽혔나 싶은 생각이 들어 다른 작품들도 유기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동물원을 탈출한 고양이'나 '아이리시커피'는 불쾌함이 더 크게 느껴졌던 글들이다. 재미가 없거나 별로여서가 아니라 치매라는 소재를 너무 잘 써서 실제감에 답답한 느낌을 받아서이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 종종 가서 카페일을 돕기도 하는 터라 읽는 내내 손끝이 차가워지는 불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것들이 더이상은 소설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같은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호날두의 눈물'은 그 전까지 다소 심각하고 가라앉은 감상을 전환시켜주는데다 사회적으로 40대 남자가 20대 여자에게 편의점 1+1 커피를 하나 나눠주는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한 문제가 제기되어 흥미로웠다. 하도 결백을 주장하길래 가해자의 입장에서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남자 아르바이트 생에게는 1+1 콜라를 나눠주지 않고 가지고 온 것을 보고는 아, 개저씨네 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까지 날강두 때문이라니 이건 좀 억까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웃으며 읽었다. 


 셋셋을 통해 낯선 이름의 작가들을 만났는데 금방 반갑고 익숙한 이름들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과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바스라진 집중력을 끌어모아주고 긴글이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한 공감과 자극이 오가는 내용들이라 다음 셋셋도 기대하게 된다. 새해를 맞아 독서를 결심한 누군가 요즘 재밌게 읽을만한 책 없는지 물어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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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 - 세기전환기의 멜랑콜리
강덕구 지음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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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 시간동안 읽고 쓰지 않아 비밀번호를 열번쯤 틀리고나서야 들어왔다. 어차피 쓰는 것들은 이런 최악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다 비슷비슷하기 마련인데 이것이다 라고 예상했던 것이 한 번 틀리고나면 그 뒤로는 언젠가 한번은 써봤던 것들을 차례로 시도하다 결국은 보안문자도 몇번 실수하고 몇 배의 고생을 하고는 간신히 출입을 허가받는다. 결국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이 답이니 안도와 함께 허탈함이 찾아온다. '한 움큼의 외로운 영혼들'을 읽고나서도 비슷했다. 결국 다 읽긴 했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찾아오는 허탈함. 그보다는 아쉬움에 더 가까우려나. 


 책을 읽기 전에까지 책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다. 하지만 책에 대한 기대는 목차를 보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2부 21세기, 집을 잃은 영웅들 남자: 유아인, 하정우, 언니네 이발관, 검정치마, 직역하면..." 피로감이 끼쳐왔다. 서문이 다시 한 번 눈에 들어온다. "서문 당신의 실망스러운 비평가" 깊은 피로감을 안고 책장을 넘기면서 읽어보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해봤는데, 정지돈에 대한 언급이 나오면서 결국 암담했다. 그 정지돈이 맞는지 찾아보다 결국 사건의 메일을 다시 복습하고야 말았는데 지질해져버린 이런 얘기를 왜 영웅이라 이름 붙여서 굳이 포장해놔야할까.


 저자의 어린 시절을 담은 도입부처럼 어떤 부분들은 흥미로울 뻔 했다. 하지만 잠시 작은 요소로 흥미를 끈다고 해도 이내 관심은 흐트러지고 만다. 미드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마니아들의 부산스러운 대화가 이리저리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페니의 시선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꽤 기대를 하고 있었던 탓에 결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쓰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결국은 취향의 문제일수도 있다. 누군가는 공감을 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나는 아니었고, 이렇게 아쉬운 소리를 늘어놓게 되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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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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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더워서일까, 늦은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 날이 계속 되었다. 더워서 혹은 빗소리 때문에 아니면 어쩌다 잠에서 깨고 난 뒤로 새벽 내내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냥 포기하고 책을 읽었다. 귀신같이 잠이 오길래 몇 번 유용하게 써먹었는데 재밌는 책이 걸리는 날은 밤을 새는 부작용이 있어 위험했다. 어쩌다보니 다른 소리를 하게 됐는데, '섀도 워크 저널'도 그 새벽시간에 읽은 책 중 하나다.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들을 보면 나 빼고 다 '섀도 워크 저널'하는 세계관이 따로 있는건가 싶게 유명하다. '아마존 종합 1위, 전 세계 30여 개국 출간, 22억 뷰의 인증, 전 세계 100만 독자가 선택한 내면 치유 혁명'! 이렇게 유명한데 왜 몰랐지 대체 뭐가 좋길래? 하는 궁금증과 잠이 잘 안오는 건 내 내면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싶은 염려증이 콜라보 되어 책을 받아봤다. 


 새벽에 이 책을 주로 봐서 그런가 솔직히 이런 진지한 내용을 혼자 소화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를 쓸 때 내가 적어놓은 답변도 몇 개 같이 올려야지 생각했는데, 새벽감성 때문인지 질문에 대한 답을 채워 넣고나니 이 내용을 공개하기엔 너무 사적이라서 부담스러워졌다. 내가 생각한 것, 느낀 것, 원하는 것이 이게 맞나? 내가 이런 답을 적어도 괜찮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스스로에 대해 몇 번이나 질문하고 점검하는 과정들이 생기면서 빈칸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사람이 너무 무겁고 우울해지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 할 때도 있단 생각을 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니체)'는 말도 있잖은가. 봉인해두었던 어둠의 심연이 깨어나려는 느낌을 받았다. 크큭.....


 읽었다라고 하긴 하지만, 이 책은 읽었다기 보다는 참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알맞다. 빈칸도 채우고 글도 쓰고 할 일이 많다. 참여형 독서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어플로 나온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서 책 마지막 부분에 큐알이 있었다. 종이보다 패드가 편한 독자들은 어플로 가시길. 책에 다양한 질문들이 있는데 나를 깊이 반성하게 했던 인상적인 질문을 꼽아보자면 하나는 '학창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은 누구였나?'다. 신기하게도 좋아했던 선생님은 딱히 특정이 되지 않는데 싫어했던, 나에게 불이익을 주었거나 상처를 주었던 선생님과 상황만 기억이 난다. 과거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는 원한은 잊어도 은혜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나에게 화가 날 때, 어떤 혼잣말을 하는가?'라는 주제에서도 큰 반성을 했다. 화났을 때 하는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어플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는데 중간에 명상을 위한 유튜브 큐알이 들어가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이 책을 읽었던 터라 마침 잘됐다 싶어서 찍고 들어가보니 차분하니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영어다. 사소한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 가끔 심신을 휴식시키는데 쓰기로 했다. 크게 체감되는 내면의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직 채우지 않은 빈칸이 남아있어서인지, 내 안의 그림자와 아직 화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불분명하다.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를 마주하고 치유하기라는 틀이 있는 책이니 잠이 오지 않는 새벽보다는 미라클 모닝 시간이나 여유있는 오후 시간에 긍정파워를 받으며 이 여정을 함께 하길 추천한다. 일기쓰기나 백문백답 같은 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야무지게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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