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는 없어 꿈꾸는돌 45
김지현 지음 / 돌베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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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를 진심으로 치열하게 하는 사람들은 티가 날 수밖에 없나 봐." 153"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어른이 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청소년기도 특히 그렇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서야할 곳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자각이 시작되면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어지는 한편,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의 불확실성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품게 된다. 유자 또는 전교1등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안, 학업중단숙려제 기간을 보내는 수영, 이름 대신 전학생이라 불리며 늘 혼자있는 해민, 어느 날 거제에 내려온 외지인 혜현을 통해 이들이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자리를 찾기 위해 쌓아올리는 시간을 조금씩 엿보게된다.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도록 묶어주는 요소는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헤매고 있다는 공통점에 있다고 여겨지는데, 재밌게도 이들은 각자의 관계를 맺으며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나누기도 하고, 전혀 접점이 없었다가 어느새 가까워지기도 한다. 

" 여름 휴가철이 지나고 나면 지역 유기 동물 센터엔 새로운 아이들이 등장했다. 처음엔 누가 여행까지 와서 키우던 동물을 버리고 갈까, 길을 잃고 실종된 거겠지, 짐작했는데 아이들을 찾아가는 보호자가 없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31" 

어느날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에 등장한 혜현이 혹시 키우던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일까봐 수영은 혜현에게 접근한다. 덩달아 혜현과 인사를 나누게 된 지안에게 혜현은 2013년 교지를 찾아봐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지안은 편집부원인 해민에게 말을 걸게 된다. 이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혜현이 찾고자하는 2013년의 교지에 담겨 있는 것이 뭘까, 아직은 어린 지안이 발작과도 같은 공황증세를 앓게 된 이유가 뭘까 혹시 내가 모르는 숨겨진 비밀이나 사건이라도 있을까 싶어 책을 읽다가 잠깐 검색창을 열어 2013년의 거제 사건 사고를 찾아보기도 했다. 천천히 풀려나가는 이야기는 검색창 같은 것에서 나오는 사건같은 것은 아니었다. 

" 그렇게 이름이 바뀌어도 그 사람의 가장 진실한 부분은 어딘가에 각인처럼 남는다. 남들이 하는 말이 아닌, 오랜 시간 꾸준한 애정을 쏟으며 지켜 온 것들에 담겨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진짜 '본질'이 된다. 그렇다면 나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63" 

처음 지안이 별명을 신경 쓸 때, 수영이 개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학교 때 전학 온 해민이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전학생이라고 불릴 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호칭이, 사실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유자빵을 파는 가게집 딸인 유지안의 별명이 유자가 되는 자연스러움, 전교 1등이라는 별명을 자신을 드러내는 장점으로 여겼던 만큼 잃을까봐, 잃었을 때 받게 되는 압박같은 것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전학생이라는 별명이 주는 거리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해민 역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뿌리내릴 곳을 찾고 싶어하는 허허로움이 느껴졌다. '유자는 없어'는 내가 어떻게 불리는지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이름을 바꾼다는것, 바꾼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통해 어떻게 불리더라도 잃지 않을 고유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요함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는 주로 볼 것 없고 사람들은 오래된 심심한 동네에서 오래도록 지내왔다. 가끔 여름철 바다로 놀러가면 그 지역은 피서지니까 한껏 여름의 즐거움과 비일상의 자유를 만끽하는 가벼운 차림의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문득 여기서 사는 사람은 내 집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영복만 입고 선글라스를 낀 채로 흥에 취해 돌아다니는 모습을 일상에서 마주할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해지곤 했다. '유자는 없어'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경험해왔던 것의 반대편에 선 시선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롭고, 한편으로는 한 동네에서 오래 지낸 사람의 시선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 그날 나는 고래섬을 바라보던 김해민의 모습이 내심 거슬렸다. 유명한 관광지나 해수욕장도 아닌 그냥 동네 바닷가인데 저렇게까지 구경할 필요가 있나,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바다를 보며 저렇게 감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겐 더 이상의 궁금증이나 기대가 일어나지 않는 이 도시에서 의미 있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는 그 눈이 부러웠다. 111" 

지안의 시선은 지역의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라 방문자를 맞이하는 사람의 입장이기도 하고, 대도시의 수많은 학생 중 한명이 아니라 작은 동네의 전교생의 얼굴을 다 기억할 수 있는 학교의 학생 입장이기도 했다. 지안이 사는 거제는 떠나온 사람들이 찾는 도시라 외지인들이 찾아와 익숙한 동네의 면면을 새롭게 감상하는 모습이 종종 나오는데, 내가 자란 동네는 딱히 볼 것도 이름난 것도 없어 굳이 찾아와 새로움에 눈을 빛낼만한 것이 없다. 다만 오직 그곳에서 나고 자란 나만이 제가 쌓아올린 추억에 잠겨 사라져가는 것들을 덧새기듯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지안이 더 나이를 먹고 너무 멀고 온갖 좋은 것들이 가득한 서울이 고향만큼이나 익숙해지고나면 나와 같은 눈으로 무감했던 동네의 곳곳을 애틋히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이전에 바라본 적 없던 눈으로 보는 경험, 늘 들어왔던 부름에 문득 낯섦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유자는 없어'를 통해 접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오가는 동안 지금의 나는 어디에 서 있는지, 과거 어떤 곳에 발을 딛으며 지나왔는지 그게 무엇이 되어 나를 만들고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어떤 이름을 붙여줄 수 있을까, 무엇이 나의 본질이 되어줄까. 가능한 가장 좋은 패를 고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때로 나쁜 카드(92)를 집더라도 그 순간에 멈추지 않는 사람이어야지. 내가 뽑은 카드 한 장이 아니라 다음 카드를 뽑기 위해 묵묵히 나아가는 과정이 나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으며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자신의 자리를 찾는 사람, 나아갈 길을 찾는 사람에게 '유자는 없어'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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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서울 - 공간·사람·정치로 빚어낸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김진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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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인 나에게도 서울은 익숙하다. 살아온 시간의 절반 정도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며 길 위에서 지내왔으니 나름대로 익숙하고 애착이 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서울사람으로 규정짓는 사람들의 서울 사랑 앞에서는 묘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어디까지나 일부겠지만 서울사람이라는 것이 마치 자신을 드러내주는 고급 상표인양 드러내보이는 이들을 경험해보았다. 서울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다 있기 때문에 모임 장소는 서울인 것이 당연하고, 편도 30분 이상의 거리는 너무 멀고, 이 경험은 서울부터 먼저 제공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비서울출신은 모를것이고, 하다못해 기프티콘을 선물할 때도 매장이 없을 수 있는 지방의 사정은 남의 나라처럼 멀게 말한다. 이런 은근한 태도가 서울출신만의 것인가 하면 또 개인마다 다른 부분인데, 이 쎄한 느낌을 주는 것은 또 서울출신이 도드라진다. 대체 서울이, 그리고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는 것이 뭐길래 싶어진다. 물론 니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괜히 열등감이나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렇다는 지적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지적에도 그 묘하고 은근하고 쎄한 것이 담겨있겠지만. 어쨌든 서울을 좋아하면서도 어딘지 그 안에 온전히 속하지는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이 서울 찬가나 다름없는 책을 집어들었다. 역시나 싶은 느낌도 있고, 이렇게나 서울을 사랑한다고? 싶은 부분도 있었다. 누군가 내게 경기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면 그저 그게 뭐 어떤건데 싶어서 뭔 소린가 싶을텐데 '서울을 보니 널 알겠다(7)'는 말에 자랑스러움과 기쁨을 섞어 곱게 담아두는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약간 '너 아이폰 쓰게 생겼어' 같은 말을 들은 느낌인건가 싶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서울 사람 이미지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서울 사람이란 말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91"며 '이토록 서울'안에도 드러나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의 '서울 그리는 법(340/356/359)'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쉽고 유용했다. 한강을 느슨하게 그리고 주요한 산을 콕 찝어 위치를 잡는다. 사대문 안을 표시하는 성곽을 두르고 오래되고 주요한 길을 찾아 표시한다.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아니지만 생활 반경 안에 서울이 있다면 언젠가 어디에서든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아는 척 잘난 척 해볼 수 있을 팁이 될 것이다. 이 내용은 책에도 담겨 있는데 글로 보는 것보다 영상을 참고하는 편이 백배 이해가 쉽고 재밌다. '이토록 서울'에 대한 관심이 그 영상을 계기로 좀 더 높아질 정도로 흥미로웠다. 이렇게 그릴 수 있고, 그리는 방법을 쉽게 알려줄 정도라는 점에서 정말 서울을 아끼는구나 싶었다. 

책에는 애정을 담아 서울 곳곳의 풍경을 찍은 사진이 여럿 실려 있는데, 대부분 익숙하게 느껴지는 장소들이었다. 생활권 안에 서울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한눈에 알아볼만한 곳들일텐데, 문득 이곳저곳 두루 돌아다녔구나 싶어진다. '이토록 서울' 안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 중 하나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광화문 일대가 상당할 것이다. 광화문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일대에서 느껴지는 개방감과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풍경, 산과 천을 앞뒤로 두고 어쩐지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나 역시 끌려한다. 강남이나 홍대, 이태원, 상수 일대가 유행처럼 들끓어도 그 거리 안에서 어딘지 섞여들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데 반해 똑같이 정신없고 사람 많은 서울이어도 광화문 일대는 불편함이 없다.  

" 용산은 마치 알록달록 조각보 같다. 색깔 다른 동네와 길들이 마치 조각보처럼 꿰매져 있다. 별로 크지도 않은데 어쩌면 찾아볼 데가 이렇게 많은지, 어떻게 이렇게 색깔이 다른 동네와 길이 이어지는지 신기할 정도다. 132" 

서울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내내 아끼는 마음을 담은 시선이 보이는데, 의외로 강남쯤가면 들끓던 애정이 조금 식은 느낌이 든다. 요즘 서울의 중심을 꼽으라면 광화문, 종로 일대를 두고 강남을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을만큼 비중이 커졌는데 강남 부분은 읽으면서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 산본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진 것도 책의 큰 흐름 안에서는 좀 튀는 부분이 아니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도시에 대한 내용이었겠지만 왜 산본이 이런 비중을 차지하는가, 생각해보면 일산, 부천, 분당, 평촌 같은 다른 도시들도 함께 엮었더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유학 시절 서울에 대한 꿈을 자주 꿨다(364)고 하는데서 저자의 근본이라고 해야하나, 정신적 고향은 서울이구나 싶었다. 꿈의 배경이 어디인가에 대해 전부터 생각했던 점인데, 거주지를 옮긴지 10년이 넘었어도 항상 집에 대한 꿈을 꾸면 전에 살던 집이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내 뿌리는 아직 그곳에 있구나 싶었는데, 저자 역시 산본 출생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유년 시절 자라온 동네나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 전부 서울이다보니 꿈의 배경이나 자신의 뿌리라 여길만한 곳이 서울일 수 밖에 없겠다 이해된다. 집에 대한 꿈을 꿀때면 항상 같은 공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더 있다면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서울 사람에 대한 불평이 조금 곁들여지긴 했지만, 서울은 매력적이고 심지어 어떤 환상적인 과거의 이미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홀로 집에>를 보며 90년대의 미국에 대한 아네모이아**를 품던 것처럼 서울에 대한 비슷한 동경과 향수를 가지고 있다. 삐딱한 태도가 있긴 했지만 분명한 애정도 가지고 있단 뜻이다. 그렇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워낙 상징적인 도시인만큼 '이토록 서울'이 두루 매력적으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저자만큼 서울을 충만히 사랑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럽겠지만, 굳이 서울러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어볼만한 서울 찬가였다.  


* 창비블로그 [3분만에 서울 제대로 파악하기]
https://blog.naver.com/changbi_book/224126586837
또는 https://www.youtube.com/watch?v=iPBwkdY7oXg 12분 20초 

** 아네모이아(anemoia)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절의 분위기와 문화요소 등에 그리움을 느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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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독한 별처럼
이케자와 하루나 지음, 서하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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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에 향기가 있었던가? 81" 

봄이 되면 찾아오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체리블라섬 메뉴를 볼 때 마다 떠올린다.  벚꽃향이 뭘까,하고. 나의 둔감함에도 불구하고 벚꽃향을 모티브로 한 상품들은 다양하게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게 벚꽃향이지,하다가 사실 잘 모르겠단 의문을 품곤 했다. '나는 고독한 별처럼'의 내용도 '이런 세상으로 변할지도 몰라'하고 수긍하다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머릿속에서 뻗어나가던 상상을 지우는 일의 반복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친밀하면서 독특한 소재는 잠깐 어떤 내용인지 훑어보려다 푹 빠져들어 읽게 만든다.  

"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 길은 일방통행이었다. 감염된 사람은 타인과의 친화성을 얻었다. 그러면서 점차 세상은 안정을 되찾았고, 사람들은 뇌근균을 받아들였다. 18" 

표지에 있는 푸르스름한 버섯 그림을 보다가 버섯을 고르는 일이 이렇게 낭만적이어도 되는가 싶었다. 누군가와 더욱 깊고 친밀하게 교감하기 위해 단 하나의 버섯을 골라야 한다는 말에 어떤 버섯은 인생에 딱 한 번만 먹을 수 있다는 농담을 떠올렸다. 이 농담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인 것만 같아 웃음이 나왔다. 이 중요한 선택을 사춘기 시절에 해야 한다니 너무 무거웠다. 적어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자신을 알고, 책임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어떤 버섯을 고를지 생각해봐도 망설여지는데 중학생인 나에게 평생의 선택을 맡기다니 가장 소름돋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지방으로 가득한 우주'에서는 히스테릭한 공감대를 공유했는데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이 스콘을 먹을 때 클로티드 크림과 잼 중에서 뭘 먼저 바르는지에 대한 궁금증 뿐이었다. 처음엔 클로티드 크림과 잼(137)이라고 했는데 나중엔 잼과 클로티드 크림(210)이라고 해서 추정도 어려웠다. 먹보들은 아무래도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물론 안정감을 위해서 데본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2040년 북극의 얼음이 다 녹아서 없고, 호랑이도 멸종되었다(84)는 문장을 읽다 불쑥 너네가 우리나라 호랑이 다 잡았잖아,하는 생각이 끼어든다. 허술한 생각들 사이로 표제작인 '나는 고독한 별처럼'의 빛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누군가가 태어나면 별이 하나 생기고, 그 사람이 죽으면 별도 같이 지는 세계를 읽으며 아름답지만 달갑지는 않단 생각을 했다. 가끔 누군가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나면 혹은 다시 만나지 않는 오래된 인연을 떠올릴 때면 나와 닿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고독한 별처럼'과 같은 세계라면 그 사람의 별이 지고 없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하게 될 것 같아 상실을 대체할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더는 만날 수 없다는 부재와 공백(264)에 예니가 무너졌듯 평생 남을 외로움이 밤하늘에 항상 있다면 남은 별들도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일본 작가의 SF소설집이라는 소개만 보고 궁금한 마음이 들어 읽어보았는데 우주, 기계, 과학 같은 코드보다 좀 더 사람의 마음에 닿아있는 지점이 있단 느낌이었다. '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SF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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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아웃 보이 문지 푸른 문학
정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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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130" 

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몇 번 기회를 놓쳤다. 아니, 이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다. '포커스아웃 보이'와 싱크가 맞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전에 미리 만나지 못했던 시간이 아쉬움에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어긋난 시간으로 의미가 달라졌다. 결국 와 닿았구나. 

감성적인 내용의 달고 쌉싸름하고 가끔은 목이 메고 또 헛숨을 들이켜는 그런 소설이다. 주인공인 정진은 얼굴 생김이 언제나 흐릿한, 누구에게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포커스아웃 보이'다. 부모님은 정진의 얼굴이 로딩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언젠가 로딩이 끝나는 때가 올거라 믿으며 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신 손끝으로 헤아린다. 

" "인생의 계획을 바꾸면 되지. 꿈을 바꾸는 건 불법이 아니야."
"갑자기 생각난 건데 질문 하나만 해도 돼?"
"응."
"솔직하게 얘기해줘."
"응. 누군가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이 소중한 시간에 거짓말 할 새가 어딨어."
"나 잘생겼어?" 75" 

그런 진이와 난생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 사람은 스스로를 '싱크아웃 걸'이라 말하는 소녀, 유리였다. 세상의 시간과 조금은 어긋난 순간을 살아가는 유리는 진이의 얼굴을 볼 수 있고, 유리의 시간은 진이와 함께 하는 때만큼은 어긋나지 않고 제대로 연결된다. 진이는 이런 두 사람의 만남을 운명처럼 여기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유리는 유일한 존재를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서의 미묘한 어긋남은 진이의 마음을 자극하고 방황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온통 세상에서 소외된 채 스스로도 자신을 제외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을 몰랐던 진이 등수 안에 끼어들어가기도 하고, 관계 속에서 외로움, 질투, 갈망, 두려움 혹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들(126)을 느끼며 자신의 얼굴도 마주하게 된다. 

" 지구 위엔 제각기 다른 80억 명의 사람이 있다. 그중엔 언제나 얼굴이 흐릿한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해도 늦기 마련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우리는 늘 그렇게 스쳐 지나다닌다. 잠시 눈이 마주치는 순간도 있겠지만, 각자의 길을 따라 우리는 그렇게 스쳐 지나간다. 130" 

세상에 오직 상대방만이 나를 알아보고, 나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특별하리라 믿는 관계가 우리의 삶 속에도 찾아온다. 진과 유리의 만남을 두고 사랑이란 단어를 자주 떠올렸다. 사랑에 빠질 때 '잠시 눈이 마주친 순간'처럼 연결되었다가, '각자의 길을 따라 결국 스쳐 지나'가는 과정처럼 이별을 하게 되지 않던가. 성장이자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같아 읽는 동안 풋풋했다. 

2006년에 찍었다던 단편 영화와 2018년의 장편소설 안에서는 포커스아웃 된, 싱크아웃 된 인물들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졌다. 작가는 왜 오랜 시간 동안 이 이야기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어쩌면 매번 다른 모습으로 세상과 대면한(163) 순간들을 기록해왔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혹은 또 다른 인물들로 그려낼 변주를 기대하게 된다. 

하늘이 온통 파랗고 너무 높아 눈을 크게 뜨고도 시야를 다 채우지 못한 것 같은 날, 거리를 스쳐지나가는 사람마저도 영영 잃어버리는 것 같아 바람이 시린 계절에, 하늘을 투명하게 채워줄 감성적인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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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서재에 2025 서재의 달인 표가 달렸다. 

...달력... 편지... 다이어리 ... 나도 받고 싶다.. 궁금하다... 

물어보고 싶은데 괜히 물어봤다가 붙여준 표도 착오라고 떼갈까봐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궁금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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