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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뇌 활용법 - 임상 신경과학으로 밝혀낸 뇌 기능 향상의 비밀 코드
요시 할라미시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5년 8월
평점 :
" 이 책에는 일상생활에 적용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신체 및 정신 활동들도 담았다. 연구에 따르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활동적인 삶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그리고 장수를 촉진한다. 10"
'당신의 뇌는 지금 몇 퍼센트나 작동하고 있을까?'란 도발을 앞에 두고, 이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급적 뇌를 안쓰고 살아가고 싶다, 곧 AI가 뇌도 대신 써주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궁리부터 떠올렸다. 언젠가부터 외우고 있던 주변인들의 생일이나 전화번호 같은 것이, 심지어 올해 자신의 나이가 몇인지도 잘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있는 뇌도 덜 쓰고 싶단 나태한 생각이 갈수록 뇌기능을 떨어트리고 있는 건 아닐까, 기억력 감퇴라는 위기감이 드는 중년인의 자신감 회복과 기왕 붙어있는 거 잘쓰면 좋을테니 뇌 사용 꿀팁을 얻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크게는 혼잣말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으로 갈리겠지만, 한국인의 특징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음이 섞인 혼잣말이다. 책에서는 이 '말하기'가 집중과 기억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라고 설명하는데, 나이들면서 혼잣말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는 경험에 비추어보아 유의미한 관계가 느껴졌다. 양말이 어딨더라, 흥얼거리며 혼잣말을 할 때도 언어를 사용해 집중을 활성화시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외출을 할 때 몇번 자잘한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확인하기 위해 현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마지막 점검으로 가스, 창문, 차키 등을 소리내어 말하며 점검하는 것도 사실은 같은 이유(46)라 하니 재밌었다.
책의 내용이 일상과도 연관되어 있어 읽다보면 이것도 뇌랑 관련되어 있었나 싶은 내용들이 많다. 최근 어깨가 굽은 정도가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자세와 전반적인 건강 상태, 정신적 행복감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149)'*는 연구 내용을 읽고 다시 구부정한 자세를 바로 했다. 다만 구부정한 자세를 내향적인 사람의 경향으로 구분해놓았는데, 현대인의 생활 습관상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성향의 차이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내향인들이 구부정한 자세를 더 오랜 시간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많다는 차이가 있을 뿐. 물론 난 내향인이고 설명대로 '어깨가 구부정하고 몸이 앞으로 굽'긴 했다.
재밌게 읽은 부분 중 하나는 '뇌는 우리가 봐야 할 것을 결정해준다.(163)'의 시각 정보의 선택적 처리이다. 자기인식 결함에 대해서 전부터 궁금히 여겨왔는데, 서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정보를 해석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 항상 신기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주체에 따라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각자 자신이 본 것이 옳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 자신이 두눈으로 목격했다고 믿는 정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 많은 것을 의식하게 만든다. 연관된 가장 재밌는 사건 중 하나는 서로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해석한 것이 아니라 단체로 같은 왜곡을 경험한 경우인데 모 배우의 영화에서 빛과 연기 효과를, 흩날리는 벚꽃을 한 사람에게만 몰아주었다는 착각을 경험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뇌가 이렇게 사람을 속인다.
"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일까? 진실이 상대적인 오늘날에 명확한 답은 없다. 우리는 각자만의 진실을 갖고 있으며, 그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다. 379"
공교롭게도 호두 강정을 선물 받아 집어먹고 있을 때 책을 펼쳤다.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읽고 먹는 동안 저절로 뇌기능이 향상 될 것 같은 조합이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정만 사라지고 책은 200여쪽 분량이 남게 되었다. 당분을 향한 쾌락 충동은 이렇게 강렬하다. 먹는 것과, 몸의 상태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뇌 기능과 신체 건강240, 식습관 263) 설탕으로 뒤덮인 호두를 먹으며 이건 호두니까 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았다. 좋은 조언을 담고 있는 책이긴 한데, 당분에 익숙해진 머리가 내용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험공부를 가장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212)'처럼 기억력을 향상 시키는 방법이나 뇌를 단련시키는 내용을 주로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감정과 감각에 대한 내용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뇌에 대한 다양한 접근에 중요한 기능인 감정, 감각을 빼놓을 수 없음에도 '활용한다'는 말에 기억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평소에 흥미롭게 생각했던 문제들은 '뇌'에 대해 떠올렸을때 간과했던 감정과 감각에 대해 다룬 부분들에 있었다. 뇌가 하는 일과 별개의 것이라 여겼던 활동들이 사실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두꺼운 책을 읽는다는 고통과 새로운 것을 얻는 쾌락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펠든크라이스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