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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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30 재독. 저자:김금희.


나의 책 9권 꼽아보기를 하며 몇 권을 쥐어짜던 나는 스스로 의심이 들었다. 내가 좋아한다던 책들이 사실 가물가물했다. 어떤 상징이거나 어렴풋한 느낌만 남았다. 그래서 김봉곤, 김금희의 소설을 꺼내 보았다. ‘생명의 도약’이나 ‘감각 환각 착각’ 같은 과학책은 확인하는데 조금 더 오래 걸릴 테니까. 아마 다시 안 볼 수도 있고.

다 저녁 때 이거 오늘 다 읽겠네, 할 만큼 김금희의 중편 소설은 폭이 손가락 한 뼘 쯤 되고, 페이지는 다 떼고 소설만 보면 124쪽 안에서 끝났다. 다시 읽으며 아주 초반과 아주 후반의 장면은 기억이 났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긴 했었나 싶었다. 소설을 다시 읽을 때 그렇게 레드썬 하는 기분이 들면, 그게 또 약간 횡재한 것 같다. 재미있었다고, 잘 썼다고 생각만 남은 글이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잘 쓴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다. 변한 건 나였어!

읽는 나는 첫 번과 이번이 달랐다. 뭐라고 콕 찝어 설명할 수 없지만 하여간에 그렇다.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는 강처럼, 그 발도 사실 같은 발이 아닌 것이다. 매기와 재훈의 만남도 그랬다. 2002년 월드컵 광장을 스치던 그들과, 아마도 2016년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가던 무렵 레이디치킨 2층에서 숨어서 만나는 그들은 같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또 흘러가는 건 비슷했다. 재훈은 찌질해보이지만 동시에 가여웠다. 이번에는 블룸 씨처럼 처용처럼 뭔가를 빼앗긴 양(그런데 그거 원래부터 네 거 아냐) 바쁜 남자가 아니라 이건 사랑, 연애, 하고 생각하려고 하지만 상대방의 조심조심으로 그게 잘 안 되어 이건 외도, 불륜, 하고 애정이 수치심으로 자꾸 치환되는 남자 화자의 율리시스였다. (서울, 순천, 제주, 부지런히 다닌다.) 김금희는 그런 걸 쓸 수 있는 작가였고 그래서 내가 좋아했다. 좋아한다.

+밑줄 긋기
-사랑은 프라이빗한 것이지만 쇼잉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는 그 마포구 와우산로17길에서 깨달았다. (11, 심지어 도로명주소야.)

-우리는 뭐든 그렇게 ‘축적’이라는 것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사진도 찍지 않았다. 둘이서 다정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일, 그것이 아무리 기계의 눈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렇게 제삼의 눈을 바라보는 게 차마 못할 일이었다. (63, 사랑보다 깊은 상처가 많은 재훈. 매기가 좀 아깝다.)

-“그 순댓국집 아줌마에게서 왔지.”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을까?”
매기는 한동안 말해주지 않다가 우리를 그나마 예쁘게 봐준 사람이잖아, 라고 했다. (120, 매기의 전설. 손이(네일아트가) 예쁘다고 칭찬하던 아줌마의 노래 속에서 생겨났다.)

9권 꼽아보기
https://www.mytop9books.com/share/IhpCrjbn

2021년 겨울의 매기. 2026년 여름의 매기와 온도차가 있는 듯 없는 듯.
https://m.blog.naver.com/natf/22220354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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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9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종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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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30 저자: 제임스 조이스.

집에 표지가 시커먼 ‘율리시스’가 있다. 내 것이 아니라 엄마가 디지털대학 문창과에 다닐 때 산 것이고, 읽으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을 때 그 책을 발받침대로 썼다.
두껍기만 한 걸 뭐. 남들이 우와 새로운 문학 어쩌고 이러면 괜히 피했었다. 그런데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다가 나보코프 선생에게 낚였다.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록을 쓰기 위해, 아니면 진정 재미있어서, 나보코프는 그 책을 몇 번이나 읽었을까? 친절하게 나보코프 선생은 줄거리와 책 속 문장과 자신의 해석을 비등비등 적어 주었다. 그렇게 나한테 ‘율리시스’ 영업을 했다. 나는 그의 수강생은 아니므로 읽기 숙제 따윈 없었다. 그런데 발받침 말고 또다른 번역본이 비교적 최근 나온 걸 알게 되었다. 그럼, 이건 긴 여정일테니 시시때때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전자책을 샀다.

오디세이가 열풍인 시기에 율리시스1권을 일단 마쳤다. 1권이라니. 2권이 남아있다니. 해도 졌고 하루가 저물었는데(다 읽은 건 정오 무렵이긴 한데, 소설 후반부에서 해가 졌으니 저녁 8시께라고 블룸이 추측해서 시간을 알려줬는데.) 뭐 더 할 말이 남은 것인가. 아아.
어느 땐 내가 이걸 휴대전화랑 태블릿 번갈아가며 병원 대기실 같은 데서 드문드문 읽으니까 파편처럼 보이는 걸지도 몰라, 했는데, 1권의 후반부를 진득하니 앉아서 이어서 읽어보니 어떻게 읽든 상관없었다. 그냥 적당히 뒤죽박죽이다. 귀찮아서 미주를 안 봤더니(일부만 보고 나중에 책 다 본 후에 끝에서 훑어봄) 더 그랬겠다. 운율, 말장난, 그런 걸 친절한 번역가 선생님이 각주로도 달아 설명해주셨는데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도 친절한 각주에도 불구하고 다 읽는데 8년 쯤 걸렸었나. 이번엔 이 정도면 신속했다.

1권 끝, 나보코프 선생이 말하는 2부 10장(내 책에서는 13장)까지 읽었다. 나보코프 선생 말로는 내가 읽은 번역본처럼 장마다 오디세이와 관련된 제목이 붙은 판 때문에 사람들이 온갖 개소리 같은 해석을 내놓아서 조이스가 그 제목들을 다 지워버리고 다음 판을 냈다고 주장했다. 뭐 그랬다는데 이 책에서는 세이렌, 키클롭스 그런 게 살아 있다.
읽다가 아 이게 맞나요, 내가 영업 당한 이 책이 맞나요, 하고 중간에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펼쳐 다시 읽기도 했다. 다는 아니고. 그런데 같은 책인지 모르겠더라. 1권을 다 읽고 다시 한 번 나보코프를 넘겨보니 이제 좀 짝패는 맞출 정도, 이 장면 기억나지, 그 정도까지 읽었다. 읽었냐. 넘겼다. 읽는 내내 남은 페이지 수를 얼마나 자주 흘깃댔는지.

스티븐은 초반부에 나오고선 찾기 힘들었다. 아일랜드의 너저분한 아저씨들이 블룸이 쏘다니는 곳마다 널려 있다. 아주 잠시 누군지 모를 화자가 술집에서 대화에 참여하며 관찰하고 빈정거리기도 하고, 3인칭인 척 1인칭에 가까운 해변의 아가씨 시점을 가장한 아저씨 시점도 있었다. 어절마다 어쩌고, 섹스, 저쩌고, 섹스 이렇게 안 쓴 거 보면 내내 그 생각만 한다더라 하는 말이 늘 그렇진 않은가 했다. 그렇지만 블룸의 대가리 속은 저렇게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불쑥불쑥 성에 대한, 아내 몰리에 대한 회상들이 스쳐간다. 블룸은 몰리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다고 생각하며 이곳저곳 다니면서 하루를 보낸다.

오쟁이 진다는 말을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번역본에서 처음 봤다. 멀리 보면 처용가부터 이상의 ’날개‘도 그렇고 최근에는 박찬욱 영화까지 다 나열하기 구차할 만큼 많은 작품들이 같은 소재를 변주한다. 주제일 수도 있고 이야기 속에 곁다리로 나오기도 한다. 주로 남자 문학가들이 소재로 쓰는 영역인데, 그게 남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상황일까 싶었다. 이 소설 속 블룸의 분노도 두려움도 슬픔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바깥 상황과 뇌내 망상, 회상, 잔상, 거기에 감정은 거의 없다. AI처럼 줄줄 읊고 있다. 사람이 생각보다 조리있게 완성된 서사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아, 사람은 저렇게 쓴 것처럼 사고하지도 않는다, 싶었다.

두꺼운 책을 약간 겁낸 적이 있었는데, 꾸역꾸역 어떻게든 끝장을 본 책이 늘수록 이제 두께는 책 고르기에 중요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 그점이 좋다. 그거 말고는 뭐 분량 상관없이 재미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런데 두꺼울수록 지루한 위기 구간을 좀 더 자주 만날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율리시스2권은 다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내내 이럴 거냐, 더 재미없어질 거냐, 뭐 그런 복잡한 마음이라 천천히 틈틈이 봐야 겠다.

+밑줄 긋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우리 어머니에 대한 모욕이 아니야.
-그럼 뭔데? 벅 멀리건이 물었다.
나에 대한 모욕이지, 스티븐이 대답했다. (나보코프 책에 인용된 부분에도 똑같이 밑줄을 그었다는 사실. 패륜 개그에 약한 나)

-못나고 모자라: 가냘픈 목에 숱 많은 머리에 달팽이 살 같은 잉크 자국. 그래도 누군가는 저 아이를 사랑했고 낳아서 품안에도 품고 마음속에도 품었겠지. 그런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온 세상 사람들이 저 아이를 발로 짓밟아 뼈도 없는 달팽이처럼 으깼으리라. (대놓고 뼈를 때리는데 너무 잔인할 정도로 인간 혐오다.)

--우린 관대한 민족이지만 동시에 정의도 지켜야 한다네.
-그런 거창한 말이 전 두렵습니다, 스티븐이 말했다, 우리를 아주 불행하게 만들거든요. (정의는 공정을, 그리고 불행을.)

-역사는, 스티븐이 말했다, 제가 깨어나려고 애쓰는 악몽입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삐익 호루라기 소리: 골. 그 악몽의 뒷발에 걷어차이면 어쩌지? (스티븐의 말이 계속 마음에 들었나 보다.)

-까마득한 옛날에 사라진 한 사람이 쓴 이런 신기한 책장들을 읽다보면 누군가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는데, 그 누군가는 한때 ...... (독자에게 그렇게 하나가 되자 하고 있다.)

-그래, 내 자리는 지금 여기야. 암, 지금 여기고말고. 아침의 입 탓에 나쁜 이미지만. 꿈자리가 사나웠는지. 그놈의 샌도 아령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어. (3월에 그은 밑줄인데, 고작 아령 나왔다고 그은 거냐?)

-우리의 수의. 우리의 죽은 몸을 누가 손댈지 우리는 결코 모른다. 몸 씻기고 머리 감기고. 분명히 손톱과 머리카락도 자를 것이다. 약간은 봉투에 보관하고. 그래도 나중에 또 자란다. 궂은일이다. (생전에 시신 기증 서약을 하면 결코 까지는 아닐 것 같다.)

-젊을 때 소망하는 것을 조심하라, 어차피 중년에 구하게 될지니. (오히려 젊을 때 소망이 없는 것을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중년에 구할텐데)

-놈들의 문명이란 문명은 죄다 우리한테서 훔쳐간 거야. 잡놈 귀신의 혀짤배기 자식들. (이 말하는 아일랜드인은 영국을 증오하면서 동시에 유대인도 증오한다. 뭐 그렇다고…)

-그런 부류의 사람, 그러니까 저 너머 도더 강변 홍등가에서 처녀의 명예를 존중할 줄 모르고 군인들이나 천박한 남자들과 어울리면서 여성의 품격을 깎아내리다 경찰서로 끌려간 타락한 여성들을 혐오했다. (이런 장면과 사고 어디서 봤는데, 하고 겨우 생각해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 ‘율리시스’는 1922년 2월 2일(조이스의 생일)에 출간되었다고 하니까 이런 생각은 최소 25년 이상 아 아니다 100년 이상 이어진다. 그들과 다른 우리라고 선 긋고 우아해지기)

-바로 그때 불꽃 하나가 귀가 멍멍하게 뻥 소리를 내며 솟구치는가 싶더니 오! 그때 원통 폭죽이 터지는데 마치 오! 하는 한숨소리 같고, 모두들 황홀감 속에 오! 오! 소리칠 때 폭죽이 한줄기 비 황금 머리칼 실들을 내뿜고 나서 그것들이 떨어지자 아! 그 모든 게 황금빛을 띠고 떨어지는 녹색 이슬 같은 별이 되니, 오 너무나 아름답고, 오, 부드럽고, 감미롭고, 부드러워라! (나보코프가 뭐라고 했나 봤더니 이 장 대부분을 통째로 클리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몹시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했다.)

-항상 어떤 친구의 약점은 그 마누라를 보면 안다. 그래도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건 운명적이다. 자기들끼리만 아는 나름의 비밀을 갖고 있다. 누군가 여자가 돌봐주지 않으면 개차반이 될 작자들. (블룸은 대놓고 커플 혐오. 그런데 자기 혐오로는 생각 안 하나 보다.)

-내게는 긴 하루였네. 마사, 목욕, 장례식, 열쇠의 집, 그 여신 조각상들이 있는 박물관, 데덜러스의 노래. 그다음엔 바니 키어넌에서 고함치던 그놈. (1권 줄거리 버전1.)

-오 내 사랑 그대의 아담하고 흰 처녀 살을 나는 죄다 올려다보았네 야한 가죽띠 거들 땜에 난 끈적끈적한 사랑을 했네 못된 우리 둘 그레이스 달링 몰리는 삼십분에 그놈과 침대에서 멧 힘 파이크 호시스 라울 아무개를 위한 주름 속옷 선생님 부인 향수 검은 머리 풍만한 살 아래서 끙끙아가씨 젊은 눈 멀비 통통한 젊은이들 나를 제과점차 윙클 빨간 슬리퍼를 아내가 설친 잠 방황 수년에 걸친 꿈이 돌아온다 꼬리 끝 아겐다스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가 자기 걸 내게 보여줘 내년에 팬티 차림으로 돌아와 다음에 자신의 다음에 자신의 다음. (1권 줄거리 버전2.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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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안 예쁘면서 책 구매와 연동성 더 떨어지는 SNS로 변신한 것 같다.

1. 기존 서적 이미지 옆에 i를 누르면 상품 상세 페이지와 연결되어 책 정보도 보고 장바구니에 담고 모여 있는 100자평이나 리뷰도 모바일 버전으로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어느 걸 눌러봐도 읽고 싶어요 말고는 구매를 위해 담을 곳을 못 찾겠다. (이게 북플만 이렇게 됐고 알라딘 앱에서는 i가 남아 있다.)

2. 마니아 제도는 날아간 것인가! 읽었어요 눌러보면 몇 번째 마니아 그렇게 책에 대한 글을 많이 쓰거나 구매를 많이 하면 올라가는 게(누군가 알고리즘을 약간 분석하기도 했다) 있었다. 그런데 이제 책을 눌러도, 내 프로필을 눌러도 마니아가 없다... 나름 누구누구 작가의 높은 순위의 마니아야...또 이 작가 읽은 유저 누구 있나 이렇게 둘러보기 좋았는데 못 찾겠다. (아 이것도 알라딘 앱에서 북플로 들어가면 남아 있어...)

알라딘은 1)pc버전 블로그(카테고리까지 상세히), 2)모바일형 미니멀한 서재(글 목록만 보이고 심지어 대댓글도 못 달았던. 지금도 그런가?), 3)SNS형 피드로 보는 북플 이렇게 세 개 이상 운영하는게 오 엄청 비효율, 그러면서도 각자 연동되는 게 또 나름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연동성이나 책 정보까지의 접근성이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전 그렇다구요... 다른 이웃분들은 어떠실지.... 아직 이것저것 고치는 중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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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6-08-3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전체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라 한동안 기존에 있던 기능들이 안보일 거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제가 잘못 봤거나 아닐 수도 있어서 단정적으로 말씀은 못드리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알고 있어서 글 남겨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6-08-30 14:52   좋아요 1 | URL
아직 갈아 엎는 중이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수 2026-08-30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리둥절해하다가..북플앱에선 없고 알라딘앱으로->북플 가자니 그럼 북플앱 깔필요가 없는데 싶어요

반유행열반인 2026-08-30 14:53   좋아요 1 | URL
참 안 예쁘고 알라딘앱엔 독보적이 없다는 점이 차이점일까요ㅋㅋㅋ반갑다 유수님

유수 2026-08-30 19:12   좋아요 1 | URL
저도..!

막시무스 2026-08-30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첨엔 좀 아쉬워 했어요! 말씀하신게 북플이나 알라딘의 매력이었는데! 좀 기다리면 될꺼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ㅎ
즐건 휴일되시구요!ㅎ

반유행열반인 2026-08-30 14:53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알아서 잘 마무리들 해 주시겠죠. 늘 건강하시길!

잉크냄새 2026-08-30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북플과 알라딘앱이 별도로 존재했군요. 요즘 북플 관련 글을 보면서도 뭐가 달라졌다는거지 했더니... 궁금증 하나 풀렸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6-08-30 14:54   좋아요 1 | URL
북플, 알라딘, 알라딘ebook(만권당), 투비컨티뉴드 등 온갖 것이 있는 걸로 알고 있사와요...
 
여름, 스피드
김봉곤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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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9 저자: 김봉곤. 재독.

몇 번의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이 여름 끄트머리에 이 소설을 다시 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저 여기 있어요!

첫 읽기는 8년 전 전자책으로, 이번에는 친구가 읽던 걸 물려 받아 종이책으로 읽는다. 설렜다. 소설을 읽기 시작하며 설렜던 것이 얼마만인가.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문장이지만 화자도 설레보였다. 재기발랄한 소설가를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독자들은 잃었다. 잊었다. 박현욱 소설책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는 편집자로서 아직 책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읽으면서, 여전히 소설가이면 좋겠다. 펴내건 아니건 일단 쓰고 있으면 운 좋으면 또 닿겠지.
문장 하나하나 만날 때마다 놀랐다. 이 소설이 이번 달에 나온 것이라면 좋았겠다. 그렇더라도 그때만큼 화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는 새로운 작가를 만났어, 하고 어디 이야기하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멈추는데 사실 내가 뭐에 씌여서 이런 걸 수도, 남들은 안 그럴 수도 있다.
플래그 스티커가 군데군데 문장들을 가리키고 있어서 나랑 다른 밑줄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챙겼다.

작가의 두 소설집은 청년기의 (어쩌면 마지막) 불꽃 같은게 펑펑 터지는 것처럼 읽혔다. 이 젊었던 이는 나이 먹음을 어떻게 문장에 섞었을지 궁금하다. 나만 그러냐.

이 소설집의 첫 소설 ‘컬리지 포크’를 읽었을 때, 화자가 교환학생으로 간 곳이 교토의 예술학교라서 설렘을 넘어 반가웠다. 나도 갈 거야 교토… 오래된 것이 아직 남은 큰 도시가 넌 20세기 사람이었단다, 하고 알려줄런지. 앙증맞은 문장들이 넘쳐서 초반부터 밑줄을 벅벅 긋고 싶은 걸 참았다.

이번 읽기는 망한 사랑보다 망하기 전의 사랑에 더 눈길이 갔다. 그게 왜 이렇게 생생할까 나는 왜 같이 두근거릴까 나는 왜 게이한테 공감하고 있을까 아무렴 어때 하고 장면과 문장을 즐겼다.

‘여름, 스피드’. 소설에다 쓰고 나락갈래 안 쓰고 버틸래 하면 나는 안 쓸게, 하는 거 보니 소설에 대한 사랑이 많이 식었다. 그냥 인정 욕구나 인생 건 어그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몰라. 화이팅.

‘디스코 멜랑콜리아’에서 남산과 힐튼 호텔이 잠시 등장하는데, 그 호텔 이제 없다. 있었다는 것만 알지, 그 둘레길만 지나가봤지, 가 본 적은 없는데도 책에만 남은 장소는 아쉽다. 책에나마 남았다.

‘라스트 러브 송’을 읽을 땐 헤어진 사람은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지, 그러면서 어정쩡한 기분을 애도하는 상황을 상상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헤어진 사람과 다름 없지 않지, 아닌가 다른가 안 다른가, 어쨌거나 양쪽 다 최대한 나중에 느끼고 싶은 기분이다.

‘밝은 방’은 이전 읽기 땐 정신 없고 뭔말 하는 거야 싶었는데, 율리시스를 1/3쯤 읽고 왔더니(박상륭 전집도 2/3, 또 또 더 충분히 재미없는 것들 두꺼운 것들) 충분히 너그러워져서 후후 이 정도는 ㅈ밥이지, 어디 더 정신 없어져 봐라, 더 해 봐, 더 해 봐.

마지막으로 읽은 중편은 음, 아니 에르노 게이 버전(이렇게 미리 쓰고 계속 읽었더니 아니 에르노가, 아니 그 사람 소설 이름-내가 안 읽은-이 등장한다). 이런 걸 써야 신춘문예에 당선되는구나. 되었었구나. 오토픽션의 윤리에 대해서 걱정하며 써야 하는 나라/시대/판이 되었으니 이젠 아닐 수도 있겠다. 나는 그냥 인간 관계를 잘 못 간수하면 사달이 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아니 문학을 하려면, 연애를 하려면 프랑스에서 태어났어야 해. 아무렴 더 해 봐.

힘들게 쓴 글은 힘들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뭐 이제는 읽는 건 힘들지 말아야지, 그냥 후려갈긴 걸 수도 있어, 하고 여유를 부린다. 어쩜 그땐 이 걸쭉한 사랑 타령을 읽을 준비가 안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700권이 넘는 책이 스쳐갔고, 사람도 시간도 장면도 장소도 그랬다. 오토픽션 까는 듯한 소리하다가 내가 쓰는 독후감을 보니 아, 결국 나도 비슷한 짓을 하고 있네? 하면 어딜 감히,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르겠다. 말은 이렇게 했는데 사실 휴일 하루를 할애해 이 소설집과 ‘Auto‘를 지금 나만큼 진지하게 읽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지도. (작가 본인 제외. 심지어 작가 본인마저 오래 안 읽었을 가능성이 높을까.)

오늘 아침에는 몇 주 만에 드립 커피를 두 잔 분량 정도 마셨기 때문에 이 읽기가 충분히 올려치기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 책 읽을 때마다 그렇게 되냐고. 그냥 좋은 건 좋다고 말해요. 책을 회수하고 전자책에서 글자들을 지우고 분서갱유 난리를 부려도 나한테는 2018년, 2020년의 그 책들이 있어서 내키면 읽을 수 있다. 읽어도 된다. 생생한 기분과 감정까지 베껴온 건 아닐 거잖아.


+밑줄 긋기
-어쩌면 나는 젖떼기와 애도 그 모두에 실패한 것일지도 몰랐다. (17, ‘컬리지 포크’ 중. 연애의 끝은 평생 어려워서 막 60, 70대도 치정 살인하고 그러잖아…)

--책을 만든다.
-소설을 읽고 쓴다.
딱 두 줄. 명료했다. (18, 정말, 간결한 다짐인데. 아직도 하고 있나요? ‘읽힌다’는 자신의 몫이 아니니까)

-“(…)하지면 현실과 글쓰기, 현실과 환상, 현실과 자신의 소설이 뒤섞여 직조되는 소설은 언제든 유효합니다.”라고 그는 말해주었다. (20, 나도 그 말을 받아 적었다. 그러고나서 끄트머리를 읽으며 작가는 유효하고 싶었네, 영리하지만 밥맛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기호의 제국’은 어렵게 구한 책이라고 형섭이 말했지만 감사 인사도 잊은 채 손때가 묻고 가장자리가 구겨진 그 책을 안고 나는 으흐흐흐 하다가 베란다로 뛰쳐나가 도시를 내려다보며 또 으흐흐흐 웃었다. 건물은 낮고 나무는 높아! 감탄하면서. (23, 화자의 연애 감정과 교토의 낮은 스카이라인에 대한 애정도 섞여 있겠지만, 뭔가 책변태들은 그럴만 하지 할 장면 아닌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누군가를 위협하는 것도 너무나 손쉬웠다. 손쉬운 만큼 너무 위험했다. 그리고 그도 나도 터무니없이 나약했다. (30, 게이 혐오 테러를 발견하고 놀란 가슴, 나까지 덩달아 놀라 내 몸은 문장을 기억하지만 서사는 대체로 잊었구나 다행이다 재밌겠다 하는 마음과 장면의 불편함이 뒤섞였다.)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꼭 글을 쓰는 사람만을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뒤늦게 찾아왔다. 그러나 편집자든 작가든 좋은 독자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란 말은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그는 편집은 꽃다발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말했다. (41,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무식하고 무례했던 나에게 에하라 선생님이랑 화자 둘이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시네.)

-사실 나는 언젠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좋은 걸 가지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건 내것이 아니라고.(61-62, ‘여름, 스피드’ 중. 지금보면 소름 돋지만 설마 본인이 일부러 지뢰를 묻어두진 않았겠지...설마?! 소설 쓰랬지 누가 소설 살래)

-아는 척과 모르는 척. 둘 중에 무엇이 날 망쳐왔는지 모르겠다. (100, ‘디스코 멜랑콜리아’ 중. 나는 압도적으로 앞의 쪽)

-췌사:쓸데 없이 덧붙인 군더더기 말(129, 2018년에도 찾아봤는데 독후감을 돌아보니 체사(오타냄), 란 말도 알게 된 사실만 적어 놓고 뜻은 안 적어놔서 다시 찾아봤다. 그외에 는개, 조크스트랩, 카멜토 같은 건 어렴풋이 기억은 나는데 안 나도 좋을 것들…)

-한편, “불행한 삶을 사는 대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길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하는 문학 선생님의 말에 망설임 없이 손을 번쩍 들었던 예전의 나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208, 뛰어남을 얻지 못하는 대신 행복한 삶을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세요. 손, 이미 원하는 걸 가졌으니 뛰어남도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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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요리 -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요리의 비결
해럴드 맥기 지음, 이희건 옮김 / 이데아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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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8 저자: 해럴드 맥기.


8월 3일 저녁. 11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호기롭게 펼쳤다. 이걸 완독하는 건 무식한 걸 수도 있고, 꽤 장기 과제가 되겠다. 추천사와 저자 서문을 본 뒤 15장으로 먼저 갔다. 거기에는 음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분자인 물,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다음 주석 직전 책의 말미 부록에는 기초 화학에서 배울 법한, 그러면서 음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는 원자, 에너지, 물질의 상(액체, 고체, 기체)에 대해 짧게 정리해 놨다. 이렇게 책에서 제일 지겨울 것 같은 부분을 먼저 해치우고 1장으로 간다.

8월 4일. 1장. 대다수 인간의 첫 식량인 젖(우유 등)과 버터, 크림, 요구르트, 치즈, 그외 다양한 유제품에 대해 온갖 이야기를 한다. 주로 음식의 상태가 왜 그렇게 되는지 분자의 상태와 변화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다 과학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고, 유제품 종류와 특성과 제조법, 역사 속 음식 이야기 같은 깨알 같은 내용도 있다. 1장의 말미를 치즈로 마무리하는 게 좋았다. 다른 음식은 별 감흥 없었는데, 치즈에 대해 읽으니 그동안 먹어본 이런저런 치즈맛과 모양이 생각났다. 큰 마음 먹고 비싼 퐁뒤를 먹으러 갔는데 맛도 없고 먹기도 곤란했던 20여년 전 일도 떠올랐다. 저녁으로 엄마가 참치김치볶음밥에 계란까지 부쳐 주셨는데, 그 위에 고단백 슬라이스 치즈를 곱게 얹어 먹었다. 젖과 유제품 만으로도 110쪽이 넘어서, 책 한 권을 본 기분이었다. 그래도 벌써 1/10이나 읽었어…

8월6일. 2장. 초반 달걀 노른자와 흰자에 대한 부분을 읽고는 점심 거리로 달걀 프라이를 부쳐서 아이들과 함께 먹었다. 정말, 노른자 근처의 흰자는 덜 익고, 노른자 위 하얗고 작게 뭔가(생식세포가 있는 흰색 원시 노른자가 노란색 노른자보다 밀도가 낮아 떠오름)가 있는게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구나. 그렇지만 아직 덜 읽어서 프라이를 예쁘게 부치지는 못했다. 달걀 장은 의외로 달걀 거품에 페이지 할애를 많이 해서 베이킹을 잘 안 하는 나에게는 생소했지만, 온갖 거품의 종류와 특성과 제조법을 나열해 놓은 건 신기했다. ‘머랭이란 뭘까….그건 뭔가의 번데기가 아닐까’하는 만화 속 이상한 노래 가사 생각이 난다.
이 방대한 책의 아쉬운 점은 모든 요리를 텍스트로 소개해서 (분자 구조식은 예외) 잘 모르는 음식은 시각화하기 힘들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원래 책은 미각 후각도 못 전하는 것, 글자와 종이는 먹지도 못한다. 그래서 조리법이 길게 나오는 경우는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3장. 고기를 다룰 때는 단순히 식품과 식재료의 의미부터 등장하지 않고, 인류학, 사회학, 건강 이슈 관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고나서 생명과학이나 해부학 관련에서 보던 근섬유 조직에 대해 나와서 와, 봤던 거다 했다. 고기를 굽는 다양한 방식은 나름 실용적일 것 같은데, 아직 에어프라이어가 보편화되기 이전 책이라 그런가 최후의 도구는 전자레인지만 제시되었다. 선생님, 겉바속촉에 온도 조절까지 자유로운 그런 도구가 추가되었답니다...

8월 7일. 고기를 익힐 때 굽든 찌든 끓이든 시간과 온도를 조절해 가며 육즙을 남기는 게 전문적인 영역으로 보였다. 내가 저렇게 고기에 진심이었던 적이 있던가… 고기를 사면 늘 양념불고기나 찜이나 국류는 엄마가 하고, 생고기를 오븐이나 에어후라이어나 팬에 굽는 건 내가 한다. 다 그냥 어림짐작과 중간에 가위로 잘라서 색 보고 속까지 익었나 눈대중으로 저렴한 고기들을 요리하는데 어떻게 해 주든 맛있게 먹어줘서 다들 고마워...오늘은 소시지까지만 읽자…(그런데 뒤에서 더 읽어보니 원래 고기익히기는 그렇게 짐작과 대중이래…)

8월8일. 푸아그라나 콩피, 발효 소시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게 생소해서 그냥 그렇구나...했다. 어제 읽다 만 고기 파트 마무리. 닭(오리, 칠면조 거위 정도 추가), 소, 돼지처럼 주로 먹는 고기 위주였고 양이나 말 같은 건 안 나와서 그야말로 실용서였다.
어류를 물고기 대신 물살이로 표현한 다른 책이 기억나는데, 이 책에서는 육고기 외 해산물을 다루므로 얄짤없이 물고기이다. 생선, 조개, 갑각류를 식재료로 다루기 전에 남획, 양식의 문제점과 해산물 섭취로 인한 위험-병원균, 기생충, 축적된 오염물질, 생명체로서의 물고기 특성 등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다.
좋아한 적도 없지만 어느 순간 생선 냄새를 많이 싫어하게 되었다. 그런 인간이 물고기의 신체 구조와 특성에 대해 읽고 있다. 작은어린이는 반대로 생선을 무척 좋아해서 손으로 마구 주무르면서 껍질도 벗겨 먹고, 눈알도 먹고 싶어 한다. 내 대신 생선 구워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하기로… 게살을 흉내낸 명태살로 만든 크래미를 먹고는 생선살과 게살에 대한 부분을 읽는다. 진짜 게를 먹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내가 다루기 싫다고 어린이들에게 여러가지 먹을 기회를 빼앗는 건 아닌가 싶다. 찬바람 불면 가을 꽃게라도…

8월9일. 점심에 훈제(햄)오리를 오븐에 채소랑 마늘이랑 구워서 먹었다. 기름이 적당히 빠졌는데 이전에 본 고기 익히는 온도를 생각했지만 직접 조정할 엄두는 못내고 그냥 닭다리구이 모드로 익히다 조금 먼저 꺼냈다. 패각류, 연체동물, 생선알 같은 부분을 마저 읽었다. 생선 장은 캐비어로 마무리되는데, 그걸 내가 언젠가 먹어볼 일이 있을까 모르겠다. 다음은 드디어 식물 식재료로 간다.

8월10일. 식품이 되는 식물 일반에 대해 읽었다. 식물의 광합성, 구조와 기능, 질감, 색, 맛 이런 것들. 오늘 먹은 식물이 뭐가 있나 역순으로 떠올려본다. 복숭아, 자두, 콩(두유), 귤, 배추(김치볶음밥), 쌀, 바나나, 피칸. 온갖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다.

8월11일. 채소를 끓이고 튀기고 찌고 다양하게 익히고 갈고 하는 부분이 무척 재미없었다. 채소가 들어간 음식을 너무 안 만들어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앞에 무척 싸게 파는 채소가게가 생겨서 어르신들의 메카가 되었고, 우리집 어르신도 가끔 저렴한 채소와 과일을 득템해 오신다.

8월12일. 과일 저장을 위한 건조, 발효, 잼, 통조림 만들기 부분으로 이 장이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채소, 과일, 향료, 씨앗, 곡류 이렇게 식물 식재료가 각각 한 장씩 차지하고 있다. 개별 종에 대해 나오니 조금 더 재미있으면 좋겠다.

8월13일. 채소의 날. 아는 채소가 나오면 익숙하고, 처음 듣는 채소가 나오면 흥미로웠다. 정작 오늘 먹은 채소는 소량의 배추 김치와 콩나물국 말고 없다.

8월14일. 과일의 날. 정작 집에는 먹을만한 과일이 없다. 귤 몇 개와 냉동 망고. 책에는 흔히 먹는 온대, 열대 과일 종류와 특징이 담겼다. 브레드프루트와 두리안도 나온다.

8월16일. 하루 쉬고 허브/향신료 부분이다. 맛의 원리나 향의 언어 같은 책을 읽었지만 오래 전이어서 기억이 날리가 없으니 여러 풍미 성분 분자 이름들을 한 번 더 훑었다. 재료가 되는 식물 나열만으로도 눈이 아팠다. 한국에서는 만나지 못했을 식물이 정말 많았다. 차, 커피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훈연을 이 파트에 포함시켰다. 커피를 끊다시피해서 아, 난 왜 삶의 즐거움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나, 싶다.
다음 주제는 씨앗-곡물, 콩, 견과 등이다. 이건 먹고 사는 거랑 큰 관련이 있는 주제라 관심있게 읽게 된다.

8월17일. 곡물 중 옥수수를 읽는 참이었는데, 마침 라운드 나초를 하바네로 살사에 찍어먹었다. 재료명 중 마사라는 게 있는데 옥수수가루를 알칼리 처리한 후 반죽 같은 거라고 했다. 책 읽은 보람이 있네. 전날에는 타코를 시켜 먹었는데 그것도 옥수수 재질로 감싸져 있었다.
견과류 부분은 다양성하지만 거의 다 아는 애들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피칸을 열 알 정도 먹었는 걸. 그렇게 1년 정도 먹으면 HDL이 정상범위 뚫고 올라가기도 한다.

8월18일. 오랜만에 출근해서 피곤한데다 빵 하나 안 먹은 날 빵과 반죽과 밀에 대해 읽으려니 잘 들어오지 않았다.

8월19일. 빵과 케이크를 먹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그걸 만드는 원리-섞기, 반죽 치대기, 굽기, 식히기-에 대해 읽는 건 전혀 달콤하지 않다.

8월22일. 잇몸 치료 하고 서너시간은 있어야 마취가 풀리는 와중에 페이스트리와 쿠키에 대해 읽는다. 와퍼 주니어를 사왔지만 저걸 언제 먹게 될 지 모르겠다. 쿠키라는 말이 한입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케이크를 의미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과 제빵 부분은 대부분 유럽, 미국 음식 위주라 빵순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 싶었는데, 면에 대해 나올 때는 아시아도 할 말이 많아서 좀 더 흥미롭게 읽었다.
소스 부분에는, 내 식사에서 소스는 사치품, 영양성분에 크게 기여 못하고 염분만 높이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소스에 진심인 사람이 많았다. (특히 프랑스) 우리가 육수라고 부르는 맛 베이스를 여기서는 스톡 농축, 추출로 표현해 놓았다. 소스-육수-젤리를 한 부류로 다루는게 내가 보기에는 독특했다.

8월23일. 설탕과 초콜릿, 당과에 대해 다루는 장을 본다. 18세기에 영국인들이 갑자기 설탕을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는데 그 당시에 당뇨병은 안 유행했는지 궁금해졌다.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늘긴 했지만 현대인 먹는 양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거고 활동량은 훨씬 더 많았던데다 평균수명도 낮아서 당뇨 진단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설탕, 꿀, 단풍나무 시럽 등 온갖 단 식재료에 대해 읽었다.

8월25일. 사탕을 안 먹는 내가 다양한 종류의 사탕에 대해 읽었다. 문득 종류별로 사탕이 먹고 싶어지긴 했다. 그렇지만 그냥 물 마셨다.

8월26,27일. 집에 초콜릿이 하나도 없는데 초콜릿에 대해 읽었다. 이십대에 제과 사이트에 재료 주문해서 이것저것 초콜릿 만들었던 생각이 났다. 지금은 아휴 귀찮아. 있으면 먹는데 아니 있어도 몇 주를 냉장고에 묵히다가 가족 다같이 있을 때 한 조각씩 나눠 먹는 정도이다. 그래도 지금은 한 조각 먹고 싶은데 없다.
다음 파트는 술인데 역시나 집에 술이 없고 지금의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런데 술에 대한 부분이 생각보다 두툼하다. 이제 천페이지가 넘었고 그래도 끝이 보인다…

8월28일. 예전에 ‘술 취한 식물학자’란 책을 술알못이 어렵게 읽던 기억이 났다. 이 책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거의 80쪽 넘게 알코올 음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나는 술을 먹지 않는 편이 덜 나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술과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삶이 살아진다. 두께 탓인가 이 책은 먼지다듬이(책벌레)의 서식처가 되었다. 오늘까지 벌써 세 마리가 기어다니는 걸 눌러 죽였다. 책등 두꺼운 부분에 공간이 벌어져 있어서 거기에다 에프킬라를 두 번이나 뿌렸는데도 소용이 없다. ‘음식과 요리’는 먼지다듬이의 맛있는 음식이 되어 버렸다.
포도와 곡물에 진심이던 사람들이 온갖 재주를 부려서 다양한 와인과 맥주를 내놓았다. 그런 식문화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인류의 독특함은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술을 담가 먹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수가 알코올 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살짝 맛이 가는 걸 즐겁게 여긴다.
알코올 발효 다음은 초산 발효라서 식초도 이 장에서 함께 다뤘다.
마지막 장인 음식물의 기본 분자를 미리 봤기 때문에, 그 바로 앞장 조리 방법과 조리기구의 재질이 읽기의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이제 버거워서 좀 대충 넘겼다.
갈변반응인 캐러멜화와 메일라드 반응 같은 게 분자 구조도와 함께 나왔다. 이건 화학인가...
그러고나서 열의 전도, 대류, 복사 같은 물리학 같은 게 튀어나왔다. 그런데 대부분의 요리가 열을 쓴다는 점에서 열의 전달 방식을 아는 게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다.
그릴링(열원이 음식 아래), 브로일링(위에), 베이킹(대류, 복사), 보일링, 시머링(보일링보다 온도 낮음), 포칭, 찜, 프라잉, 소테잉, 튀김, 마이크로파 복사, 열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쓰이고 있었다.
세라믹(질그릇, 사기그릇, 유리, 법랑), 알루미늄, 구리, 철, 강철, 스테인리스 스틸, 주석, 다양한 재질에 대해서까지 다룬다. 진짜 웅장한 책이었다...음식에 대해서 잘 알기 위해 기구 소재까지 다룬다.

천페이지 넘는 이걸 읽은 나란 놈은 이제 요리는 거의 손을 놓고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있다. 기껏 해야 냉동피자, 냉동치킨, 가끔 고기 굽기, 떡볶이 정도 만들고 도시락 닭가슴살은 전자렌지 1분으로 끝나는 제품을 사 먹는다. 그런 나라도 요리에 대해 읽는 건 흥미롭고 아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았다. 음식과 맛 책을 읽은 역사가 길긴 하다. 먹는 낙을 놓은 지는 오래이지만 뭐 한 번 훑어봤으니 궁금하고 생각날 때마다 아, 그부분에 비슷한 설명이 있었지, 하(는 일은 흔치 않겠지만)고 찾아볼 수는 있겠다. 먼지다듬이만 더 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이 책을 비닐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 벌레를 죽이기엔 시멘트 벽돌만하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다. 전집류 빼고 한 권 짜리 책 중에는 제일 비싼 8만8천원(중고로 더 싸게 삼)인데다 내용도 꽉꽉 차 있단 말이다. 아 제일 비싼 건 ‘한반도의 새’ 도감 12만원(이것도 중고)이었다...이제 이렇게 무식하게 보지는 말아야 겠다. 통독 안 해도 돼...

+밑줄 긋기
-마지막으로, 수십 년 동안 치즈를 먹으면 충치 발생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어 왔다. (…)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스트렙토코쿠스에 의한 산 생성이 증가하는 식사 끝 무렵에 치즈를 먹으면 치즈 속에 함유된 칼슘과 인산이 박테리아 서식지로 스며들어 산의 증가를 둔화시킨다고 한다. (113, 치즈가 충치에 좋다니, 말맛이 맞는다. 나만의 비법이라면, 된장국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으면 감칠맛이 터진다...다들 알려줘도 시도를 안 하더라…)

-하나의 달걀은 생명으로 굴절된 태양 빛이다. (116, 노른자는 해로 많이 비유가 된다. 이 부분은 아주 시인이구만…)

-도대체 우리는 영혼을 가진 이 야생 닭의 후예들을 햇볕 한 줌 볼 수 없고, 흙 한번 파보지 못하고, 움직거릴 틈이라고는 3~4센티미터에 불과한 좁은 공간에 갇힌 생물 기계로 전락시키지 않고, 좀 더 인간적인 방법으로 싸고 좋은 달걀을 먹을 수는 없는가.(123, 여기서 ‘인간적’은 좋은 쪽으로 쓰인 듯하다. 이미 산업화된 양계시스템은 충분히 인간답긴 하다.)

-물 위로 완전히 뜨는 달걀은 아주 오래된 달걀이며 버려야 한다. (136, 공기주머니가 커질수록 오래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기가 인간의 진화를 도왔지만, 이제 고기는 인간의 퇴화를 도울 수도 있다. 우리는 고기를 절제하며 먹어야 한다. 그리고 고기가 가진 영양상의 힘과 한계를 보완하는 채소와 과일을 함께 먹어야 한다. (196, 자주 듣지만 또 자주 간과하는 일. 기후위기, 식량불균형, 동물권 등 고기는 생명체였던 것의 살점 이상으로 연결된 문제가 많다.)

-좋은 고기란 깨물면 이빨이 쑥 들어가고, 치밀하면서 실팍하고, 처음엔 잘 씹히지 않지만 이내 이빨에 백기를 들면서 풍미가 나는 그런 고기다. 질기다는 것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고집스레 씹기에 저항하는 것이다. 질김은 근섬유나 근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결합 조직 때문일 수도 있고, 마블링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205, 참 감각적이네 좋은 고기 먹고 싶게 만듦)

-닭다리의 단백질은 5~8센트가 콜라겐인 반면에 가슴살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206, 퍽퍽함의 이유)

-몇 년 후, 정부에서 비용을 댄 연구들에 의해 다량의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마블링이 풍부한 프라임 소고기의 지위는 끈질기게 유지되었으며, 미국은 지방 밀도를 고기 품질의 주된 기준으로 삼는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다른 두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다. (212, 그러니 등급과 비싼 가격이 고기 맛의 다는 아니지만...다들 더 맛있다잖아.)

-계속해서 쉬익-쉬익-하는 소리가 강하게 나는 것은 뜨거운 팬에 의해 수분이 곧바로 수증기로 변한다는 표시이며, 이때는 효과적으로 표면이 갈변된다. 약하고 불규칙한 펑-펑-하는 소리는 수분이 물방울로 집적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팬이 덜 달궈져 그것을 날려 보낼 만큼 뜨겁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247, 와 요리사들은 고기 팬 프라잉할 때 소리로 온도를 판단한대.)

-잘 만들어진 통조림은 정말 효과적이다. 100년 된 통조림 고기를 아무 탈 없이 먹은 적도 있다. 아, 물론 별 맛은 없었다. (276, 아 선생님...ㅋㅋㅋ)

-다행히 지독한 생선 비린내는 두 가지 간단한 조처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생선껍질에 축적된 TMA는 수돗물로 씻어 낼 수 있다. 또 레몬주스, 식초, 토마토 같은 산성 재료도 도움이 된다. (298, 비린내 싫어하는 나에게 팁...인데 이미 식초 든 세정제로 식탁을 벅벅 닦곤 한다.)

-오늘날 참치는 대부분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잡힌다.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가다랑어와 황다랑어로, 이들은 작거나 중간 크기의 기름기 적은 물고기이며, 번식이 빠르고 해수면 근처에서 떼로 그물에 걸린다. 흰색 살을 가진 고독한 날개다랑어와 더불어 전 세계 참치 통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08-309, 참치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줘야지. 참다랑어, 눈다랑어는 더 크고 희귀하다고 한다.)

-통생선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껍질이 탱탱하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자연적인 단백질성 점액이 껍질을 덮고 있는 생선이라면 그 점액이 투명하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 눈알이 맑고, 검고, 불룩 튀어나와 있어야 한다. (…) 온전한 생선인 경우에는 복부 부위가 부풀어 오르거나 물컹거리거나 손상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 토막 생선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스테이크와 필레가 겉보기에 포동포동하고 윤기 있어야 한다. (…) 토막 생선이든 통생선이든 상큼한 바닷가 공기 냄새나 으깬 초록 잎사귀 냄새와 비슷한 냄새가 나고, 비린내가 심하지 않아야 한다. (314-315, 생선 구입 시 참고하세요.)

-모든 식물 조직은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조해져서 팽압을 잃고 내부 시스템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식물성 음식은 비닐 주머니, 냉장고 안의 서랍 같은 제한된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411, 어려운 말 하고 나면 친절하게 바로 풀이해주심)

-알칼리성 조건은 실제로 쓴맛이 나는 올레우로페인을 분해하며, 광택이 나는 겉껍질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세포벽 물질을 용해한다. (437, 올리브는 수산화나트륨 용액으로 처리한다고...이후 알칼리성 중화 위해 세척, 산성 처리를 한다고 한다.)

-포테이토칩은 심하게 말하면 외피만 있고 속은 없는 프렌치프라이다. 감자를 1.5밀리미터 두께-감자 세포 10~12개에 해당한다-로 얇게 편 다음 수분이 없어지고 아삭아삭해질 때까지 튀긴다. (449, 집에 감자튀김과 감자칩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셋 있다. 난 사양하는데 몸에 안 좋다하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타피오카는 말린 카사바 전분을 작은 공 모양으로 가공한 것으로, 디저트나 음료에 넣으면 물기를 빨아들여 젤리처럼 된다. (451, 필릭스 용복 때문에 자꾸 공차의 펄 알갱이가 어른거린다...광고의 효과)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특별히 즐기는 고사리는 DNA를 손상할 수 있는 잠정적 위험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피해야 한다. (469, 고사리를 피하자)

-비식용 꽃:은방울꽃, 수국, 수선화, 협죽도, 포인세티아, 로도덴드론, 스위트피, 등나무(481, 먹으면 안 돼)

-아보카도라는 이름은 나와틀 족의 단어 ahuacatl에서 왔다. ‘고환‘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배를 닮은 열매의 모양과 울퉁불퉁한 표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496, 선생님, 이제 전 평생 아보카도 먹을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익지 않은 상태에서 더운 지역 과일을 냉장하면 세포 조직이 손상되어 영원히 익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익으면 냉장고에 여러 날 동안 넣어 둬도 질이 유지된다. (496, 검게 변한 바나나는 빼고)

-무화과는 딸기를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화과는 조그만 크기의 진짜 열매들, 즉 수과 밑에 있지 않고 그것들을 덮어싸고 있다.(545, 딸기를 뒤집으면 무화과. 재밌다.)

-동물들에게는 경험을 통한 학습, 말하자면 특정한 감각을 그에 수반되는 특정한 상황과 연결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냄새가 기억 및 그와 연관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568, 이쯤에서 마들렌을 안 꺼내 오셔서 감사하다.)

-감초는 소량씩 비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일상적인 섭취는 심각한 혈압 상승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611, 어려서 먹어보고 구경도 못했지만 혹시 몰라 적어둔다.)

-이미 입안에 불이 났을 때(캅사이신 섭취) 그 불을 끄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입안에 넣는 것, 다른 하나는 밥이나 크래커나 설탱 등 뭔가 단단하고 까칠까칠한 것을 입안에 넣는 것이다. (…)(탄산음료는 오히려 자극성을 높인다). 이 모든 방법이 실패했다면, 캅사이신의 고통은 15분 안에 사라진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기 바란다. (615, 이외에도 심하게 매운 걸 먹었을 때 대처법을 공유합시다. 아니면 15분 기다리자...)

-생강 교역량 가운데 놀랍도록 많은 양이 예멘으로 향하는데, 이 지역에서는 커피에 생각을 타서 마신다. 커피 무게의 15퍼센트가 생강이라고 보면 된다. (621, 예멘 커피 마실 기회가 있을까? 어느 카페 메뉴에 있어서 와, 하고 시켰더니 이제 없다고 했다.)

-(쓰촨후추=화자오에 든 화합물인)산쇼올은 그냥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약한 전류에 감전되었으르 때(9볼트의 전지를 혀에 댔을 때)처럼 낯설고 따끔거리고 찌릿찌릿하고 얼얼한 감각을 만들어 낸다. (626, 때지난 마라탕 열풍의 주역, 난 이걸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고(먹어볼까?->에이 왜 먹었지->망각->또 먹어볼까?->에이..반복), 식구들은 확실히 싫어한다.)

-파비우스 가문은 누에콩(파바빈)에서, 렌툴루스 가문은 렌즈콩(렌틸)에서, 피소 가문은 완두콩(피)에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키케로 가문은 병아리콩(칙 피)에서 이름을 빌려 왔다. 그 어떤 음식물 집단이 이처럼 추앙받은 적이 있었던가?(699, 로마 명문가는 모두 콩)

-영국에서는 황산염이 풍부한 버튼온트렌트의 쓴 물맛 덕분에 맑은 에일에 홉을 조금만 첨가해도 되었고, 필젠의 순한 물은 체코의 맥주회사들로 하여금 쓴맛과 향을 위해 홉을 다량으로 첨가하게 만들었다. 뮌헨, 영국 남부, 더블린의 탄산염이 풍부한 알칼리성 수질은 보통이라면 보리 겉껍질에서 떫은 맛의 물질을 너무 많이 추출하게 되는 짙은 색 맥아의 산도를 조정해 주며, 독일의 흑맥주와 영국의 포터와 스타우트 같은 흑맥주의 발달을 이끌었다. (1061, 물맛이 술맛에 영향을 준다. 당연한 거 같은데 또 새롭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1센티미터 두께의 고기가 속가지 익는 데 걸리는 시간은 1/2센티미터 두께의 고기보다 2배가 걸릴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음식의 전체적인 생김새에 따라 2배에서 4배 사이의 어디쯤까지 걸린다. 깍둑썰기를 한 고기는 조금 덜 걸리고 넓은 스테이크나 필레는 조금 더 걸린다. 열이 음식 표면에서 중심부까지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방법은 없다. 따라서 최선의 규칙은 수시로 그 익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1110, 그니까 고기는 계속 살펴가며 구워야...그나마 삶은 달걀은 칸트 같이 시간 딱딱 맞추는 성실한 음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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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6-08-29 0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재료와 요리에 관심 많아서 재밌게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근데 커피는 왜 끊기로 하셨나요;;

반유행열반인 2026-08-29 09: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로제트50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커피는 제가 밤에 잠을 못 자는 편이면서 미련하게 마시는구나 싶어서 평일에는 아예 안 먹는 편이에요. 몇 주 만에 주말찬스로 드립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끊었다고 하기 민망해져버렸네요 ㅋㅋㅋ

로제트50 2026-08-2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는 오후 1시 이전까지만 마시면 수면에 영향이 없다고 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6-08-29 15:10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