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 의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0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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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51020 프란츠 카프카.

1973년에 나온, 영문학 전공자가 번역했다는 문예출판사판 카프카 단편선은 아무래도 독일어를 직접 옮긴 책은 아닐 것 같다. 그런데 앞서 두 번 읽은 민음사 카프카 단편선에 비해 잘 읽혔다. 거기엔 미완의, 이미지만 잡힌 토막글들도 여럿 실려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형태를 갖춘 다섯 편(변신, 유형지에서, 단식광대, 시골의사, 판결)을 읽는데 대부분 새롭게 읽혔다. 마지막의 ‘판결’만 읽어 본 기억이 났다. 아빠가 나보고 나가 뒤지래...하고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작가가 법을 배워 그런가 소설이 죄 ‘판결‘, ’소송‘, ’성‘에서도 뭔 결정을 기다리다가 읽다보니 뚝 끊겨서 아...이거 미완이었구나 했던 기억만 난다. 그냥 카프카는 나에겐 졸린 작가...왜들 좋다하는지 모르던 작가였는데…‘소송’은 사 놓고 읽어야지...하다가 10년이 흘렀다.

아무튼 이번에는 졸지 않고 흥미롭게 소설을 읽었다. 악몽에 가까운 환상들은 나한테 소설이 뭔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나는 벌레가 되지 않을 것이다. 유형지에서 사형을 당하지도, 굶어 죽지도, 하녀를 불한당한테 맡겨 가며 왕진을 나가지도, 물에 빠져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벌레가 되었을 수도, 이상한 기계 속에서 살갗에 글씨가 천천히 새겨지며 12시간에 걸쳐 죽어갔을 수도, 하녀를 빼앗기고 왕진을 가거나 그 모욕당하는 하녀가 될 수도, 나가 죽으라는 부모의 말에 정말 물에 빠져 죽었을지도 모른다. 환상이라 말하지만 사실 다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나는 내 폐의 건강을 더 살피고, 너무 결벽 떨지 않고, 글에서 구원을 찾지 않고, 역시나 호흡기에 안 좋으니까 나무를 보듬고 다듬는 일은 다음 생에 미루고, 쓰다가 힘겹다가 죽은 사람들이 남긴 글이나 보기로 했다. 만약 벌레가 되어서 사과가 등에 박히면 썩기 전에 쑥 뽑아내서 먹어버려야지. 그리고 창을 열어 놓으면 뚜벅뚜벅 기어나갈 것이다. 모처럼 만에 노예 가장에서 벗어날 참인데 왜 잠자는 누구 좋으라고 방에 처박혀 죽어줬을까… 길거리 헤매며 출근도 안 하고 쓰레기가 입맛에도 맞으니 아무거나 주워먹고 가족들따위 명절에나 보든가 말든가 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는데, 벌레는 그런 생각에까지는 미치지 못해서인지 남 좋은 일만 한게 서글펐다. 아니 방밖에서도 점액 묻히며 기어다니는 나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없겠지...경악하고 뭘 던지고 괴롭히고 경찰에나 세상에 이런일이나 동물농장에 신고할 것이다. 그럼 그럼에도불구하고 난 다 왕 물어 버리고 잡혀가든 죽든 할 거야. 기왕 태워버리기로 했으면 막스 브로트같은 못믿을 놈한테 원고 맡기지 않았을 거야.

+밑줄긋기
- 아무리 우둔한 자라도 최후에는 예지를 얻게 됩니다. 우선 눈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눈을 중심으로 해서 전신에 퍼지게 됩니다. 그것을 보면 누구나 써레 밑에 한번 누워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으로 집행은 일단 끝나고 죄수가 글자를 해독하기 시작합니다. 죄수는 마치 무엇을 엿들으려는 듯이 입을 죽 내밀지요. 당신도 보신 바와 같이 글자를 해독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데 죄수는 자기 몸의 상처로 글자를 해독합니다.(‘유형지에서’ 중, 듣기만 해도 아프잖아 미친놈아)

-˝나에겐 맛있다고 생각되는 음식이 없습지요.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까짓거 사람들의 인기 같은 것을 얻으려 할 것 없이 당신이나 다른 사람들처럼 실컷 배불리 먹고 살아왔을 겁니다.˝
이 말이 단식 광대의 입에서 나온 최후의 말이었다. 그러 나 흐려진 광대의 눈동자에는 단식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확신의 빛이 어려 있었다.(‘단식 광대’ 중. 이건 실제로 이렇게 말라죽는 여자애들이 많아서 에효에효 하고 읽혔다. 광대가 사랑하고 광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같이 먹는 일을 즐겼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너 이외에 무엇이 있는지 이만하면 알겠지. 지 금까지 너는 너밖에 몰랐다. 사실 너는 순진한 어린아이였지. 하지만 너는 더욱 엄밀한 의미에서 악마 같은 인간이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너에게 빠져 죽을 것을 선고한다!˝(‘판결’ 중. 생각보다 부모를 죽이는 소설은 오이디푸스 이후로 잘 안 나온다. 아류가 되기 싫었는지. 그런데 자식 잡아먹는 소설은 크로노스 이후로도 잘도 나오네. 예전의 내 친구는 크로노스가 자식 뜯어 먹는 그림을 보고 무서워서 울었다고 했다.)

-카프카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그것에 절대로 만족할 수 없었다. 특이한 일은 시간이 나면 카프카는 가구를 만드 는 일을 배우러 다녔다는 사실이다. 대패질한 나무 냄새, 톱 소리, 망치 소리에 그는 매혹당했다.(나도 목수가 되고 싶던 공무원인데. 소설은 못 쓰고 있지만요.)

-˝나는 한 마리의 까마귀입니다. 한 마리의 카프카 Kavka(까마귀)인 것입니다. 데인호프에 있는 석탄 상인이 한 마리 가지고 있더군요. 그 카프카는 나보다 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날개를 잘리긴 했습니다만••••••. 내 경우에는 날개를 잘릴 필요조차 없습니다. 내 날개는 퇴화되어 있으니 까요. 나에게는 높이도 거리도 없습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인간들 사이를 뛰어다닐 뿐입니다. 인간들은 나를 미심 쩍은 듯 응시합니다. 아무튼 나는 위험한 새요, 도둑이요, 까마귀입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까만 날개를 가져본 적은 없습니다.˝(나도 사마귀 겸 까마귀인데...시방 위험한 새였는데…)


+왁 저 표지 벌레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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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보코프 문학 강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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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9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 책을 읽기 전, 읽는 도중 결심했다. 여기 나온 웬만한 소설은 읽고서 강의를 듣듯 각 챕터를 읽기로. 대학 때 참고문헌 하나도 안 읽고 한 학기를 보낸 뒤 방학 때나 뒤늦게 책을 읽으면서 후회한 적이 많았다. 아 미리 좀 읽을걸. 대학 때 책을 정말 안 읽었던 걸 조금 후회한다. 지금이라도 신나게 보니까 됐다.

그래서 이 책 덕에 읽게 되었거나 먼저 읽었거나 아직 읽지 못한 책의 목록들.

-제인 오스틴『맨스필드 파크』:2024년 12월. 지만지 발췌본으로도 부피가 크긴 했지만 이렇게 요약해서 읽는 짓은 너무 많은 즐거움을 내다 버린다는 깨달음을 주었던 독서

-찰스 디킨스『황폐한 집』:2024년 12월-2025년 1월. 처음 읽는 디킨스. 의외로 재미있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보바리 부인』:2018년 6월, 2025년 9월. 펭귄과 민음사 두 가지 판본으로 봤는데, 여기서부터 소설 먼저 읽다간 나보코프 선생 강의 내내 재수강하겠어... 하면서 강의록 먼저 읽고 두 번째 읽었는데, 캬, 결말 알고도 재밌게 읽히는 소설/영화가 찐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2021년 1월. 펭귄판으로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사실 이걸 다시 읽기엔 매력이 없었다.

-마르셀 프루스트『스완네 집 쪽으로』:흠 아마도 2035년쯤 은퇴하면 도전하기로...올재클래식판으로 전권 2만 9천 원이란 획기적인 가격에 김창석 선생님 번역으로다 잘 모셔놨다. 2019년에 syo 님이 올재 사려면 교보문고 온라인 줄 서라고 알려줘서…

-프란츠 카프카「변신」:2017년 11월에 민음사판 두 번째로 읽다가 졸았다고 한다. 그때 임신 중인데 에일리언 전 시리즈, 미드 덱스터, 변신 막 이런 무서운 것만 골라 보고 그랬지… 2025년 10월, 강의를 듣기 위해 문예출판사, 영문과 출신 번역가의 1970년대 번역본이면 중역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게 또 아마도 영어로 적힌 나보코프 영어판 책을 또 한글로 옮긴 거랑 싱크가 제법 맞았다. 그리고 세 번째 읽는 변신은 정말 재미있게, 슬프게 읽었다. 카프카는 나한테는 졸린 작가였는데 빌린 김에 중역판이나마 다른 글들도 다 읽어볼까 한다.

-제임스 조이스『율리시스』:집에 웬만한 사전보다 두꺼운 종이책이 있다만(엄마가 사고 안 봄), 문학동네 판 전자책을 어느새 기웃대고 있었다. 나보코프가 이 책 영업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놔서, 서사도 못 따라갈 나놈을 위해 요약 발췌로 한 번 훑어줘서, 아 친절하네 고약한 책이라는데 왜 자꾸 관심 가게 만듦... 이게 고수의 솜씨로군 얘들아 율리시스 재밌겠지? 읽어 볼래? 하는 무서운 교수님...

나보코프 선생님의 친절하고 유머 넘치는 강의 수강생이 된 듯(다행히 진짜 대면 수업은 아니라 책 안 읽어왔다고 딱밤 맞거나 질문에 헛소리로 대답한다고 경멸하는 눈초리 안 받아도 돼서 다행) 거의 네 계절을 재미있는 책에다가 흥미로운 강의까지 잘 읽으며 보냈다. 쟁여둔 나보코프 선생님의 책들도 왠지 더 봐야 할 것 같고… 악명 높은 벽돌들 빼고는 다 읽고(숙제했다!) 수업 들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나보코프 선생님의 러시아 문학 강의도 전자책 질러놨는데 이건 좀 천천히 수강하기로 한다. 나도 이만큼은 못되어도 사분의 일쯤은 닮은 재미있고 유익한 선생이 되고 싶은데 되겠냐...


+밑줄 긋기
-이 학교의 교사들은 그가 ˝주변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다, ‘으스댄다‘(러시아어로 작성한 숙제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 쓴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화장실의 더럽고 축축한 수건을 건드리려 하지 않는다, 러시아 싸움꾼처럼 주먹 아래쪽을 이용해서 뺨을 때리듯이 하지 않고 손마디를 이용해서 싸운다˝며 그를 비난했다.(‘티브이는 사랑을 싣고’에 나갔으면 생활기록부에 학생 나보코프에 대한 악평이 전국으로 전파를 탔겠다.)

-웨츠티언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끝맺었다. “나보코프는 훌륭한 교사였다. 맡은 과목을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강의의 대상이 된 작품을 심오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학생들도 그런 마음을 갖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그 맛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어서 황송하옵고…)

-책을 읽을 때는 세세한 부분들을 알아차리고 귀여워해줘야 합니다. 책에서 하찮지만 햇빛처럼 밝은 요소들을 사랑스럽게 쓸어모은 다음이라면, 일반화라는 달빛을 쬐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기성품처럼 진부한 일반화부터 시작한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니 책을 이해할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책에서 멀어질 것입니다.(사랑은 하찮은 부분들을 귀여워하는 것부터…)

-한심한 하청 문사인 비평가들이 ‘진짜 삶‘이라고 부르는 것에 그 인물이나 사물을 대입했을 때 그들이 아무리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상관없습니다. 천재적인 작가에게 진짜 삶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자신이 그런 삶을 창조하고, 그런 삶이 빚어내는 결과까지 창조해야 하니까요.(피조물 아닌 조물주가 되고픈 사람들이 창작자가 되는 거겠죠)

-문체는 도구도 아니고 방법론도 아닙니다. 단순히 단어의 선택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이 모든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존재인 문체는 작가의 개성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 또는 특징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문체를 말할 때는, 예술가 개개인의 독특한 본질, 그리고 그것이 예술적인 작품 속에 표현되는 방식을 뜻합니다. 모든 살아 있는 사람은 자기만의 문체를 갖고 있지만, 우리가 논할 가치가 있는 것은 천재적인 작가들 각각의 독특한 문체뿐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합니다. 그 천재성은 작가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있을 때에만 문체를 통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냅니다.(개성인데 별볼일 있으려면 타고나야 하는 거냐…)

-사전을 보면 진은 빻은 곡식, 특히 빻은 호밀을 증류해서 만드는 독한 술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크룩은 어디를 가든 지옥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휴대용 지옥이라...... 이것은 나보코프의 표현입니다. 디킨스가 아니라.(깨알 같은 저작권 주장)

-하지만 이 모든 가난한 아이들 중에서, 살았든 죽었든 반만 살아 있든 상관없이 ˝고통 속에 활기를 잃은 가엾은 아이들˝ 중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는 조입니다. 그리고 조는 미스터리 테마와 아주 밀접하게, 아주 맹목적으로 휘말려 있습니다.(조는 정말 독자들 가슴 후벼파려고 작정하고 작가가 괴롭히는 불쌍한 아이…)

-레스터 경은 변호사의 살인범을 찾아내는 일을 버킷 형사에게 맡깁니다. 처음에 버킷은 전직 군인 조지를 의심합니다. 그자가 털킹혼을 협박하는 것을 들은 사람이 있었거든요. 버킷은 사람을 시켜 조지를 체포하지만, 나중에 레이디 데들록을 가리키는 듯한 많은 단서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거짓 단서입니다. 진범은 프랑스인 하녀 오르탕스니까요. (책 안 읽어온 학생들에게 스포일러 가차없는 교수님)

-하지만 작가가 거슬리게 도드라지지 않는 이상을 실천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작가의 존재가 작품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그의 부재가 곧 일종의 찬란한 존재감이 됩니다. ‘II brille par son absence‘라는 프랑스 속담 그대로입니다. ‘그의 부재가 그를 빛나게 한 다‘는 뜻입니다. 『황폐한 집』과 관련해서, 우리는 말하자면 최고의 신도 아니고 작품 전체에 고고하게 퍼져 있지도 않 은 작가, 그보다는 상냥하고 공감할 줄 알며 게으르게 빈둥거리는 반신 같은 작가를 보고 있습니다.(디킨스 완전 까진 않지만 절반만 깜. 넌 반신이여...반편이여...하고)

-이 소설의 뛰어난 플롯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에스터의 입으로 이야기의 일부를 말하게 한 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면 이 아가씨가 내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했을 겁니다!(ㅋㅋㅋ깊이 공감합니다…1인칭 시점 전환되는 순간 텐션 떨어지고…)

-형식(구조와 문체)= 주제: ‘왜‘와 ‘어떻게‘= ‘무엇‘ 디킨스의 문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감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입니다.(안개, 자연발화, 이런 게 이제 읽은지 열 달된 소설에서 남는 것들이네요.)

-어떤 독자들은 이런 장면들에 굳이 시간을 들여 살펴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학은 이렇게 별것 아닌 묘사들로 이루어집니다.(묘사를 무시하지 말자. 서사에만 파묻히지 말자.)

-위대한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공통으로 주는 인상이 무엇일까요(여기서 ‘우리‘란 좋은 독자를 말합니다)? 시의 정밀함과 과학의 설렘입니다. (선생님, 전 나쁜 독자는 벗어났는데 나쁜 독후가머는 너무나 유혹적입니다…)

-하지만 소설이나 시에 대해 실화냐는 질문을 던지지는 마세요. 스스로를 놀리지 맙시다. 문학에 실용적인 가치는 전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실화냐?)

-에마 보바리라는 여성은 실제로 존재한 적이 없지만, 『보바리 부인」이라는 책은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겁니다. 책은 사람보다 오래 삽니다. (그 덕분에 돌아가신 선생님 말씀을 영접하옵니다.)

-소재는 조야하고 혐오스러울지 몰라도, 표현 방식은 예술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습니다. 이런 것이 문체입니다. 이런 것이 예술입니다. 책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것밖에 없습니다.(소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준 귀한 이 내용이 책 안에서 제법 반복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천창이 북쪽으로 난 다락방처럼 차가웠다. 게다가 권태가 조용한 거미처럼 그녀의 가슴속 모든 구석에 그 어두운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플로베르 천재쥬? 하고 계속 베껴두심)

-아, 정말이지 비열하고, 믿을 수 없고, 속물적인 번역가들 같으니! 누가 보면 영어를 거의 모르는 오메가 플로베르의 글을 영어로 번역한 줄 알겠습니다.(밀란쿠 할배도 비슷하게 번역가들을 욕하곤 했다. 원작자는 빡쳐도 독자 입장에선 그나마 반갑고 감사한 강독선생님들이십니다...)

-그가 말채찍을 찾고 있을 때, 에마가 먼저 밀가루 부대 뒤에서 그것을 발견하고 허리를 굽힙니다. 샤를은 그녀를 도우려고 그녀의 뒤에서 함께 몸을 숙였다가 어색한 장면을 연출합니다(중세의 돌팔이 의사인 프로이트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아주 많은 의미를 읽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마는 로돌프에게 멋진 말채찍을 선물로 줍니다(프로이트 영감이 어둠 속에서 키득거리고 있군요).
(…)그러자 에마는 그의 말채찍에 달린 값비싼 장식을 지적하며 빈정거립니다(이제는 어둠 속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악마 같습니다).
(위 괄호는 모두 나보코프의 마음의 소리인데, 프로이트(와 그 추종자들)에게 용감하게 비아냥거리고 있다. 포로리가 나 때릴 거야? 하고 너부리한테 개기는 얼굴 떠오름)

-어떤 구절이나 문장의 아름다움은 두운법과 유운에 은연중에 달려 있다. 모음은 자꾸 반복되기를 원하고, 자음도 자꾸 반복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둘 다 항상 다양한 변주를 원한다고 큰 소리로 외친다.(아 그래 들리긴 한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나름대로 맞춘다고 맞춘 건데)

-발자국을 보고 뒷걸음질치는 크루소, 빛을 받아 프리즘처럼 무지개빛을 띤 양산 아래에서 미소짓는 에마, 죽음을 향해 가면서 길가에 늘어선 상점 간판들을 읽는 안나, 이런 것이 전설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이며, 이 순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셋다 뭔 소설인지는 알겠는데 저 장면들이 각인까진 안 된 걸 보니 저 하류로군요?)

-문장의 폭과 길이를 최대한 늘리고 채우는 경향, 문장 안에 기적적으로 많은 수의 절, 삽입구, 종속절, 종속절의 종속 절을 꽉꽉 밀어넣는 경향. 확실히 언어의 인심만 따진다면, 프루스트는 진정한 산타입니다.(프루스트 산타설. 으앙 산타할아버지 이 채찍은 뭐죠? 훠훠훠 미안 루돌프 건데 바뀌었다)

-문학작품의 재료란 다름 아닌 나의 과거이며, 경박하게 즐거워하는 와중에, 빈둥거리는 순간에, 부드러운 애정과 슬픔 속에서 나를 찾아온 그 재료들을 나는 그들의 최종적인 목적은 물론 심지어 생존 가능성조차 예견하지 못하고 저장해두었다. 묘목에 영양분이 되어줄 것들과 함께 놓인 씨앗이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참 서정적인 프루스트 아니 마르셀 아니 여기다 밑줄 쳐 둔 나보코프)

-딱정벌레의 등껍질 안에는 아주 얇고 작은 날개가 감춰져 있지요. 딱정벌레는 그 날개를 펼쳐 서투른 솜씨로 몇 마일이나 날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 딱정벌레 그레고르는 단단한 등껍질 안에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모릅니다(이건 내가 관찰 결과 알아낸 훌륭한 사실이니 여러분 모두 평생 소중히 간직하기 바랍니다. 그레고르 와 마찬가지로 세상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내게도 날개가 있을까 그럼 왜 나는 볼 수가 없을까’)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그를 착취하고, 그를 속에서부터 파먹는 기생충입니다. 이것은 딱정벌레가 된 그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인간적인 문제입니다. 배신, 잔혹성, 더러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것을 찾고 싶다는 애처로운 충동이 그에게 딱정벌레의 껍데기라는 갑옷을 만들어준 겁니다. 처음에는 이 껍데기가 단단하고 튼튼해 보이지만, 결국은 인간이던 시절 그의 병든 육체와 정신만큼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라는 세 기생충 중 누가 가장 잔혹할까요? 처음에는 아버지인 것 같을 겁니다. 하지만 최악의 존재는 아버지가 아니라 여동생입니다.(선생님, 전 이 소설을 덕분에 세 번째 읽고서야-이 글을 읽기 전입니다- 여동생이 최고 빌런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 벅 멀리건이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지? 잊어버렸어.
자네가 뭐라고 했냐면, 스티븐이 대답했다.아, 그냥 디덜러스예요. 이 친구 어머니가 짐승처럼 죽었잖아요.
벅 멀리건의 뺨이 붉게 달아오르자 그가 더 젊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내가 그랬어? 그가 물었다.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고?
(…)자네 어머니의 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네. 그래서 의사를 피터 티즐 경이라고 부르고, 이불에 그려진 미나리 아재비를 꺾으려고 했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환자의 비위를 맞춰줘야 해. 그런데 자네는 죽음을 앞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에 가위표를 긋고는 나한테 골을 내는군. (패륜아 취급한 멀리건 놈에게 스티븐이 화내자 멀리건 놈은 한술 더 떠 패드립 고인드립 마구 쳐댄다. 이런 거-난 다른 의미로- 못 참지.)

-모든 예술은 어떤 의미에서 상징적입니다만, 예술가의 미묘한 상징을 현학자의 진부한 비유로 바꿔버리려고 고의로 수작을 부리는 비평가에게는 ˝그만 둬, 도둑놈아˝라고 말해야 합니다.(그래서 제가 소설책 맨 뒤 평론이나 해제를 읽길 꺼려요. 그만 둬 도둑놈아 사기꾼아 안 하려고…)

-스티븐은 그의 말이 가슴에 남긴 상처들을 가린 채, 몹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어머니가 모욕당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야.
그럼 뭔데? 벅 멀리건이 물었다.
내가 모욕당했기 때문이야. 스티븐이 대답했다.
벅 멀리건은 발꿈치를 축으로 휙 돌아섰다.
아, 정말 구제불능이로군! 그가 소리쳤다. (내 어머니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나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다,를 시전하는 스티븐)

-조이스가 한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 캔버스의 어두운 구석에 자신의 얼굴을 넣는 것. 이 작품의 꿈속을 돌아다니는 갈색 매킨토시의 남자는 다름 아닌 작가 본인인 것입니다. 블룸이 자신의 창조주를 언뜻 본 겁니다!(이렇게 스포일러 당할 것을 예상했다. 이제 애플 로고만 봐도 갈색옷 남자가 어른거리며 나야 나, 할 것 같다.)

-정신분석학적인 해석에 대해서 나는, 당연히 절대적으로 반대합니다. 나는 빌려온 신화, 추레한 우산, 어두운 뒷계단 으로 이루어진 프로이트 교파 소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프로이트 싫다고 몇 번을 말하시는지)

-상식은 지나치게 일찍 진리의 달빛을 받고 기쁨에 눈을 빛냈던 온화한 천재들을 많이 짓밟아버렸습니다. 상식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괴상한 그림들에 뒷발질로 흙을 끼얹었습니다. 상식의 악의 없는 발굽이 보기에 파란 나무는 광기를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요. 상식은 추악하지만 힘센 나라들을 부추겨서 역사 속의 틈새가 생기는 순간 공정하지만 연약한 이웃들을 밟아버리게 했습니다. 그런 기회를 이용하지 않으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것이라면서요. 상식은 근본적으로 부도덕합니다. 인류의 선천적인 도덕이란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희미한 먼 옛날부터 제 뿌리가 되어주 었던 마법의 의식만큼이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이란 나쁘게 말하면 ‘흔해진 생각‘입니다. 따라서 상식의 손이 닿는 순간 모든 것이 편안하게 싸구려가 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비전과 가치는 아름다운 원인데, 처음 서커스를 보러 간 아이의 눈이나 우주처럼 둥근 원인데, 상식은 사각형입니다.(그러니까 티발 씨 하지 말라고. 모두 에프코드 외쳐!!!)

-항상 정해진 자손만 낳는 것을 거부할 만큼 긍지 높은 정신을 지닌 사람은 모두 뇌의 뒤편에 비밀스러운 폭탄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그냥 재미를 위해서라도 그 폭탄을 꺼내 상식이라는 모범도시에 조심스레 떨어뜨리자고요. 폭발의 눈부신 불빛 속에서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겁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보기 드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한 속물들의 자리를 대신하겠지요. (일단 폭탄이 불이라도 붙게 설계를 해야 할텐데요 선생님...자꾸만 긍지를 잃어 어렵습니다)

-반면 창의적인 상상력은 주인으로 하여금 소설 속에서 배출구를 찾게 이끌었을 겁니다. 주인이 현실 속에서 실행했다면 망칠 수도 있었던 행동을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더 철저하게 해내게 만드는 거지요. 범죄자는 진정한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멋진 금발 아가씨와 함께 멋진 차의 주인을 무참히 죽인 뒤 그 차를 몰고 로스앤젤레스로 화려하게 입성하는 진부하고 얼뜨기 같은 장면을 상상하며 만족스러워합니다. 만약 작가의 펜이 필요한 가닥들 을 제대로 연결한다면 이런 상상도 예술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범죄 그 자체는 진부한 것들의 승리이며, 성공을 거 두면 거둘수록 더욱 더 얼간이 같은 모습이 됩니다. (상상력 딸리는 범죄자 대신 소설가가 되라고 긁긁)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분야에도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으니까요. 순수과학의 전율도 순수예술의 즐거움 못지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면에서든 생각이나 감정의 설렘을 경험하는 것입니다.(소설도 과학책도 가끔 저를 설레게 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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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욕망을 말하다 - 내 몸이 원하는 소외된 욕망의 재발견
키머러 라모스 지음, 홍선영 옮김 / 생각의날개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20251018 키머러 라모스. 230쪽까지 읽다가 포기.

이 독후감은 책을 읽으며 실시간으로 욕하다 읽다가 하면서 누덕누덕 쓰여진 것이다. 부정적인 기운을 겪기 싫은 분은 뒤로 가기를 누르시면 된다. 그냥 이 책 읽지 마세요, 한 마디이면 될 건데 그 결론을 굳히려고, 에이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건질 수도 있잖아, 스스로를 의심하며 최대한 참고 읽던 놈의 간언이다. 가루가루 콩가루로 까는 걸 보고 싶으면 그냥 계속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나쁜 책이구나 하면 된다.

나보코프는 프로이트를 싫어한다. ‘나보코프 문학강의’에서 아주 자주 프로이트식 해석을 갖다붙이며 빈정빈정댄다. 같이 읽던 이 책의 저자는 대놓고 ‘나는 그의 이론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솔직히 이런저런 상징 갖다 붙이며 상상력 발휘하는 게 재미있게 들리긴 하지만 나도 점점 이새낀 개소리도 설득력 있고 재미나게 하네, 쪽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정신분석하는 선생님의 의원에 열달째 다니고 있긴 하지…아직도 가서 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방향성 없이 자유연상 하는 건 독후감으로 너무 많이 해서 정작 가면 할 말이 없어요… 아무말잔치를 아주 자주하는 자의 번거로움...

뭔 지혜 타령 자주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지혜가 뭔지 역시나 다 읽고도 모르겠다. 쓴이도 설명해 보라면 주절주절 하면서 결국 자기도 말로 제대로 설명 못할 것 같다. 대신 제 몸짓을 보고 느끼세요! 할 지도...글을 되게 못쓰거나, 번역자가 글을 되게 못 쓰거나, 둘다인 것 같다.
60여페이지쯤 읽다보니, 이 책 문장들 번역과 교정이 엉망이다. 한국어 문장을 이따위로 주술호응 안 되고 뜻도 못 만들게 쓰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너랑 나랑 누가 더 후지냐 문장 더 후진 놈이 죽어라, 하고 싸우고 싶다.

과학적, 철학적인 설명을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보자. 이 책에는 자문하고 자답은 안 하는 물음표가 백만개는 나온다. 책 분량 늘이려고 중언부언하는 듯한, 아름답지도 않은데 군더더기만 가득한 문장, 문단이 이어져서 이쯤 되면 좀 화가 나지만 나는 이걸 다 읽고 욕후감을 써야지, 하는 비합리적 인간이라 꾸역꾸역 읽는다. 제발 뭐라도 한 문장이라도 건지게 해줘, 하면서…

음식 부분을 읽다보니 에세이였구나 이 책...그런데 난 이래, 난 저래 이러는 게 별로 와닿지도 않는데 자꾸 헛소리만 반복하네, 이런 걸 늘어 놓아서 독자에게 뭘 전하고 싶었는데, 싶었다. 음식 취향 확고한 듯 굴면서 사실 핵심은 개뿔도 없잖아. 음식 욕심 없다고 맨날 주장하는 나새끼가 이새끼보다 더 음식을 잘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 게 없었다. 호흡을 하고 포만감을 느끼고 어쩌고 하는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내내 하는 걸 듣는데도 식욕은 커녕 짜증만 밀려왔다. 음식 얘기하는데 이렇게까지 먹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도 재주였다. 공허한 글이다.

챕터의 시작마다 니체의 저작에서 문장 하나씩 따다가 붙여 놨는데 니체가 알면 지옥에서 말대가리 껴안고 히히힝 하고 울 것이다.

식욕에 대한 넋두리 다음에는 사랑과 성욕과 부부관계에 대해 또 장황한 헛소리들이 이어진다.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다 둥둥 떠 있고 공허하다. 뭔 속 빈 베갯속 같은 걸로 잔뜩 채워서 책을 만들 수도 있구만...나는 왜 이걸 읽고 있는가...난 충만한데… 어쩌면 더 뭐가 들어올 만큼 빈 공간이 없어서 너의 말들이 다 튕겨져 나가는가, 잠시 생각해봤지만 그냥 글을 개쓰레기같이 써 놔서 한가닥도 얻을게 없었구나 싶다. 몇 줄이라도 건지겠다고 우리는 몇백페이지짜리 책을 읽는 건데. 벌써 170페이지 넘게 읽고 있는데도 이런 건 내가 초반부터 마음을 닫고 편견을 가지고 읽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니야... 그냥 난 책의 흉내를 낸 폐지를 한 권 산 거야… 이 문단이 헛소리 둥둥으로 읽힌다면 다 이 책을 읽은 영향이다. 시불거. 게다가 성관계 타령 할 때는 알아서 찾아가는 거라고 하면서 자아실현에 이어 새로운 생명체 타령을 한다. 이성애 중심적인데다가 자식 안 낳기로 한 이성애자한테도 아이 시불 이거 뭐라는 건데 싶은 지점이다. 글쓰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 중심적인 경향이 있긴 해야 하겠지만, 그게 개성을 이룰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글쓰기는 진짜 중얼중얼 거리면서 자기만 좋을 짓을(나 두 글자로 쓸 걸 언어 순화해서 쓴 거야) 내내 한다. 뭐 너도 그런 걸 쓰잖아, 하면 할말 없지만 그걸 책으로 내진 않아 임마… 막 싸 갈긴 거 출판하고 수출까지 하지 말라고…

마지막 주제는 우울을 다루는데, 정신의학 비전문가가 뭔가를 아는 양 우울을 질환으로 다루고, 몸이 아닌 마음의 문제로 접근하는 문제 운운하는데, 여기서 진짜 자기가 개뿔도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인 것처럼 쓰는 사람이 얼마나 해로운지 새삼 느꼈다.

책은 300몇쪽 쯤 되는데, 230쪽 쯤 되었을 때, 저자의 이름을 구글에 쳐 보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았다. 저자는 댄서인데 하버드에서 철학과 춤을 연구했다고 한다. 니체에게 푹 빠졌는지 춤과 니체, 몸과 식욕, 성욕, 우울을 글로 이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출산 경험, 농장 이야기, 남편과의 관계 같은 자기 경험이 책속에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철학 공부한 사람이 쓸 만한 글은 아니었다. 나는 이제 그만 좀 나를 괴롭히자. 하고 책을 휙휙휙 넘겨서 끝장까지 남은 곳을 대충 훑어 보고 너무 늦게 포기했다. 가만보면 이렇게 엉망진창인 책을 만나기도 오래간만이라 운이 좋았잖아, 꽝이 이 정도 확률이면 그간 꽤 괜찮은 독서들이었다.

불태우거나 폐지 처리장에 갖다 버리는 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짓일테지만 나만의 책 처형 방식인 중고가 990원 염가 판매로 올리기(그래서 다른 더 비싸게 올라온 책들 세상에 덜 나서게 만들기)를 시전하기로 한다. 혹시라도 살 생각이면 읽지 말고 책꽂이 장식용이나 땔감이나 화분 받침 같은 거로 씁시다.


+밑줄 긋기(싫을 때마다 베끼는 너무 많아서 나중엔 그만 베끼기로… 형광펜으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밑줄치라면 그냥 바께쓰에 형광도료 부어 통째로 책을 담그면 돼…)

-음식을 깨물 때, 음식을 몸 속에 집어넣어 편안한 느낌을 얻고자 할 때, 나는 바삭한 느낌을 갈망한다. 또한 나는 안정을 주는 음식과 활기를 주는 음식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무언가 나를 땅에 붙박아주고 뱃속에 온기를 보내주며 무게감을 보태주어야 한다. 무언가 내 안에 편안히 가라앉아 부드럽게 흥얼거리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어야 한다. 땅의 음식들. 나는 통곡물이나 콩류, 오트밀 등, 땅 가까이에서 자라는 복합 탄수화물에 이끌린다. (67, 뭐가 좋아서 퍼온게 아니라 한 문단 읽고도 와 어쩌라고...싶고 번역도 영 이게 뭔소리야 뭐 해 주고 해 주고 수여동사야 피동문이야 뭐야 그나마 여긴 호응이라도 아예 깨지진 않았지 더 지저분한 문장들 앞에 여러 개 나왔는데 그건 옮기고 싶지도 않았다.)

-반면 소란스러운 음식은 떠들썩한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어디쯤에서 내가 만족을 느끼는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이들은 대다수가 가공식품으로 설탕과 소금, 지방으로 가득하며 지금껏 그 정체가 확인된 갈망이란 갈망은 모두 풀어헤치도록 고안되었다. 짭짤한 콘칩, 달콤하고 바삭한 그라놀라, 코코넛 바, 버터가 듬뿍 들어간 쿠키 등이 그런 음식이다. 이런 음식은 먹는 순간 만족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지만 이내 먹기 전보다 더 한 허기를 몰고온다. 감각적 충격이 내지르는 아우성에 떠밀린 채, 나는 스스로 떠받들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수축하거나 확장한다. 이런 음식으로 자신이 강해졌다는 망상에 기대어 나는 더 나약해진다. (68-69, 당신의 책이 대략 당신이 설명한 그런 소란스러운 음식들과 비슷하다오.)

-마음을 다잡는다. 안 먹겠어. 지금은 아니야. 과자를 멀리하는 순간 일말의 슬픔이 샘솟는다. 정말이다.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하지만 슬픔이 물러가는 즉시 안도감이 찾아든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몸의 감각을 짓누르는 폭력을, 그에 뒤따라 피할 길 없이 만나게 될 아픔을 모면한다.
(…) 달콤한 안도감. (79, 아낫 싯팔 이건 또 뭔 모노드라마ㅋㅋㅋ나에게 아픔만 주는 과자여...폭력이여...안녕...사요나라…‘달콤한 안도감.’ 이게 이 페이지의 마무리이다. 어휴...)

-하지만 그렇다고 뒤엉킨 욕구가 우리에게 과분하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즐거움에서 포만감에 이르는 곡선을 잘 따라가면 그 경험이 다른 욕구에까지 물결쳐 흘러가 그에 대한 감각적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험의 물결이 다른 욕망에서 나오는 지혜를 받아들이도록 통찰력을 안겨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식욕에서 지혜를 찾고 이를 신뢰하며 따르는 법을 익히고 나면 성욕과 정신적 욕구가 분출될 때에도 그 안에서 지혜를 찾고 이를 신뢰하며 따르는 법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감각의 인식을 이미 자신 안에서 열어젖힌 덕분이다. (95, 진짜...음식과 식욕 부분은 이렇게 추상적이고 공허한, 어쩌라는 거지 싶은 말들로 마무리 된다. 다음은 성욕인데 아주 기대가 되는 구만... 어디까지 엉망진창인지 내가 한 번 볼게)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고 평생 지속되는 사랑을 보증해주는 것은 욕망의 주기적인 분출이 아닌 친밀감이다. (137, 어려서부터 그걸 찾아 헤맸어요.)

-(…)이렇듯 역겨운 순간이 얼마나 굉장한 선물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욕망 안에 지혜가 있다.
여기서 역겨운 느낌이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든다는 자체가 껄끄럽고 반갑지도 않은데 좀처럼 떨쳐지지도 않는다. (178, 아니 난 모르겠는데? 이 책에서 내내 반복되는 건 욕망 안의 지혜, 그런데 그게 뭔지 도무지 알려주질 않네 이 글쓴이는…그것 말고도 뭐든 제대로 안 알려준다. 그리고 쓰다 막힌다 싶으면 호흡하자, 그럼 알게 돼, 한다. 어휴… 한숨 쉬란 소린 아니었겠지...)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흘려보냈다. 그래, 어디 무슨 일이 생기든 다 무릅쓰고 지금 내가 믿는 사실을 말해보자.
“지금 이 순간만큼은 우리 서로 사랑하지 않아.”
그래도 소용없었다. 우리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다. 그는 여전히 싸울 태세였다. 냉기가 감돌았다. 가슴이 할퀸 듯 하려왔다. 내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는 건지 몰랐다. 그런데도 계속 서 있는 나.
(…) 나는 얼결에 그 충동을 따라가 입을 열었다.
“전에도 이런 적 있었지(그러면서 지난 일들을 하나씩 늘어놓았다). 그때도 당신이 자기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나는 그 벽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몰랐어.” 말하는 순간 강한 압박감이 나를 짓눌러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나를 껴안으려 했다. 난 물러섰다.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는 받아줄 수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날 대하지 않고 있었다. 안 그런 척하지만 그는 여전히 멀리 있었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게 뭘까? 물러나 있긴 했지만 여전히 가까이 서 있었다. 아직 닫아버리지 않은 채.
(186-187, 아...아… 그래그래 부부싸움 했구나… 그 순간 서로 사랑하지 않았구나… 아마도 당신은 내가 사랑할 타입이 아닌 건 확실하다. 뭐 한 마디만 들어도 나한테 한 소리 아닌데 화딱지 남. 공감이 왜 일도 안 됨...)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바꾼다는 논리에는 앞서 기사에서 언급한 향정신성 의약품도 끼어든다. (…) 이러한 약물들이 마음의 안정을 즉시 되찾아준다는 증거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우울이나 절망이란 알약 하나 집어삼키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성가신 감정에 불과하다고 믿기에 이른다. 이런 약물을 먹지 않겠다고 아무리 굳게 결심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한 약물이 실제로 팔리고 있으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자신의 감정들이 치유될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210-211, 여기에서 이미 약물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서 헛소리를 하는데, 우울증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남의 우울증을 치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간단하게 약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울증이나 정신장애를 단순히 화학적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조차도 무언가 더 욕망하는 감각은 지워버려야 할 골칫거리라 규정지으면서 우리 자신을 욕망하는 감각과 대립시키려 든다. 어떤 상황에서나 우리는 몸의 소리는 억누르고 적대시하면서 마음의 바람은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213, 이쯤되면 진짜 자기가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고 있긴 한가 의문이 진작부터 들었다만 또 드는 것이다. 병든 나는 이걸 굳이 아직도 읽으면서 이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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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모카 마타리 내추럴 - 200g, 에스프레소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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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커피가 많이 궁금했는데 구하기도 마땅치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예멘 커피를 취급한다던 남성역의 카페에 가 보았지만 이제는 팔지 않는다고…그런 걸 보면 별로 인기가 없고, 3대 커피 어쩌구 해도 맛은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예멘은 나라 상태가 개판인 정도로 알고 있었다. 수십년 전에 분단 국가였다가 통일했다고 학교 다닐 때 통일국 사례로 많이 들었는데, 우리도 통일했다 저 지경된다 그러면 통일에 대한 인식만 나빠질 걸 우려해서 그런지 요즘 교육과정에선 예민의 예짜도 언급 안 하는 것 같고… 아이들하고 1인당GDP 공부하다 검색해보면 최하위 최빈국 대다수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나라들인데, 걔들보다 더 심각한 위치에 예멘에 있었다. 국민 일년 연봉 50만원도 안 되는 나라라니… 카트 씹고 퉤퉤 뱉는 것도 어디서 읽었는지 봤는지 하여간에 그랬고…
الجمهورية اليمنية
(예멘 공화국)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나무위키를 참고하시길…

그런데 특이한 동네 커피들 가끔 소개해주는 알라딘이 (난 여기서 부룬디, 멕시코 이런 원두 사 먹었을 때 나름 참신했다.) 이달에 예멘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가격도 다른 원두랑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월요일에 로스팅 한 건데 내가 배송을 늦게 받겠다고 해놨고, 어제 금요일에 나한테 왔다. 이 정도면 가스도 좀 빠졌겠지…

커피맛은 잘 알지못하지만 아침에 드립 내려 먹어보니 언젠가 먹어본 맛, 향… 산미는 거의 없고 쓴맛이 너무 쓰지 않고 (다크초콜릿이래 커핑노트는) 향은 단향이고 (꿀이래는데 이건 좀 꿀은 아니지) 건크랜베리는 크랜베리다, 하면 그런가? 한 맛이었다. 로스팅을 약간만 세게 한 거라 구수하고 초콜릿 같은 조금 쓴맛, 단맛 위주였다. 무난하고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위시리스트 하나를 성취하고…

막상 바라던 걸 소유하거나 겪어 보면, 별 건 아니네…할 때가 많다. 족발 먹고 싶어! 하다가 겨우 먹고 보면 맛이 있긴 한데 뭐 그렇게까지 원할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바라는 걸 가지는 건 때때로 어렵지 않지만, (때로는 끝까지 못 겪게 되기도) 바라던 때의 간절한 마음과 이룬 순간의 기쁨을 오래도록 지속하는 건 많이 어려운 일 같다. 좋은 학교에 가도 가보니까 애들도 다 고만고만하고 배우는 거도 그냥 그렇고 별 거 아니네…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이든 동거이든 같이 오래 지내길 바라다 이뤄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 없는 사이가 되는 일도 많고… 가지고 싶던 가방이나 신발을 사게 되어도 옷장이나 신발장에 처박아두는 건 다들 그런 줄 알잖아…

욕망에 대한 책을 몇 권 모아서 그 중 하나 읽고 있는데 일단 지금 보는 책은 잘 못 골랐다. 망했다. 욕망은 욕망할 때 제일 가슴 뛰는 일이지 그걸 채우려고 시도하면 아 이런 걸 굳이 바랐었다니… 하는 게 인간인 건 알겠다. 책에서 이런 소리는 안 한다. 마음이 아닌 몸이 원하는 소리를 들어라! 이딴 소리나 함… 하여간에 바라던 걸 가까이 하게 된 이후에도 즐기는 마음, 계속 같은 걸 지속하길 바라는 마음, 얻게 되어 감사한 마음, 돌아보며 다시 기뻐하는 마음, 결국 마음이겠다. 히히 내일도 예멘 커피 마실 수 있어 당분간 마실 수 있어…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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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MBTI란 걸 재미로 해 본 적 있는데, 아...난 예멘 모카 마타리가 어울린다고 나왔다. 그 비싼 걸 그 귀한 걸... 먹어볼 날이 있을까 했는데 알라딘이 합리적인 가격으로다가 가져다 줬다. 이건 못 참지! 바빠서 원두커피는 주말에나 먹다보니 아직도 까 놓고 다 못 먹은 원두 두 봉다리나 있는데도 얘를 시켰다. 그러고나서 하도 체인소맨이 난리인데 그래서인지 1권은 예약구매로 기다려야 하고, 2권이 중고로 3800원에 착하게 팔고 있으니 맛보고 괜찮으면 시리즈를 더 사고, 아니면 매몰비용 하기로...큰어린이 영어공부책도...이렇게 커피를 사기 위해 책을 샀다. (뭐?!) 내일 아침 예멘과 접촉을 시도한다. 두근두근... 나라 상태도 치안도 개판이라는 그곳에서 용케 커피는 국경을 넘어 나한테 왔다. 힘내라 예멘...

이렇게 내 돈 주고 커피 샀더니 알라딘님이 당선작 적립금을 주셨다. 꼭 책이나 뭐 지르고 나면 그 직후에 적립금 들어오는 징크스 다들 없으십니까... 전 맨날 그래요. 그래서 와 이걸로 뭘 사지, 하면 이미 가지고 싶은 책은 집에 다 있다요...

우주점에서 눈여겨보던 사드 전집 1권을 지르기로 합니다. 자기 돈 주고 사면 왠지 아까울 그것... 받아보니 책태가 완전 휘황찬란한데, 막 기욤 아플리네르 글도 있고 해제도 있고 글씨는 널직한 페이지에 조금 있고 막... 그냥 변태들의 소장 욕구 채우기 위한 도감 수준의 판형이라 아까웠다. 사드는 그냥 페이퍼백으로 대충 찍어 주지 그랬어... 전집 1권 초판이 2014년에 나왔던데 2025년에 3권이 나왔다. 그 중 2권만 십몇년전 읽어본 책, 동서문화사 판 중역 발췌본으로 읽었던 소돔120일...이걸 또 사긴 그래서 나중에 또 상을 받는다면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그러고도 뭘 사지, 하다가 살 게 없으면 존경하는 번역가 선생님의 역서들을 찾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와 머신러닝에 대한 노승영 선생님 책 두 권을 추가. 믿고 읽으면 하여간에 다양하게 읽을 듯한 번역가 몇 분 다들 모시지 않습니까? 사 모으기만 하고 읽지 않는 저라서 송구하구요... 사진 중에 읽은 거 두 권 밖에 없는 건 더 송구하고... 빌려 읽거나 전자책 사 읽거나 읽고 판 책도 몇 권 있습니다요...

그러고서 정작 보고 있는 책은 산지 좀 된 훌륭한 전자책이랑, 일단 제목 보고 샀다가 이거 완전 망했네 욕하면서도 나중에 더 욕하려고 꾸역꾸역 참고 보는 망작 한 권이랑... 이것들은 조만간 다 보고 리뷰 올리겠습니다... 폐지와 콩가루에 뒤덮인 행복....

+커피, 만화책, 영어문제집
+사드 전집, 번역가만 보고 산 두 권
+번역가만 보고 산 여러 권... 읽은 건 저 중 꼴랑 (누운)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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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5-10-1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왕모의 강림도 있는데 가족 사진에 빼 먹었다...

반유행열반인 2025-10-22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레이제도도 빼 먹었다... 아 향모를 땋으며도 사놨네...사기만 하고 언제 다 보냐...
본 책: 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여우와 나, 약속의 땅,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