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인간인 이유
마티 조프슨 지음, 제효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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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8 마티 조프슨.

영어 원제는 사람됨의 과학 쯤 되겠다. 책에 언급된 현상들이 내가 인간인 이유가 되는 건지, 내가 인간이라서 그런 특성을 갖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인류 진화와 다양성, 언어와 인식의 특이점, 질병을 비롯한 생물학적 특성, 인지와 감각과 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짧은 글들이 모여 책을 이룬다. 제목은 거창하게 철학적이지만 다 읽고 나서도 아, 그래서 내가 인간이로군, 하고 무릎을 탁 치는 통찰은 못 얻었다. 그냥 소소한 상식, 통념에 반하는 인체와 행동, 인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들을 여러가지 소개했다.
나는 어려서는 인간이라는 말이 너무 무거워서 꿈속에서 울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조금 더 살아보니 인간이 특별한 존재라고, 나의 고유성과 개성이 제일 중요한 거라고 여기지 않으면 세상 돌아가는 걸 받아들이는 게 조금 덜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인간에 대한 과학책들은 그렇게 보편적인 측면에 주목해서 내 존재의 일부 특성을 설명해준다. 그러니 이런 책 조금 더 읽어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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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계곡의 기본 개념은 모리 교수가 언급한 1979년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39년애 나온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를 보면 남아메리카에서 발견한 살무사를 ‘기이하게 못생겼다’라고 묘사한 글이 나온다. 그는 살무사의 얼굴에서 사람의 얼굴과 꼭 닮은 특징이 나타나 ‘흉측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127)

-좋아하는 감정과 원하는 감정은 서로 연관된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 마찬가지로 향동 중독 중 하나인 인터넷 중독은 이용자가 온라인상에서 보내는 시간에 더는 즐거움을 느끼지 않아도 그보다 더 강한 원동력 때문에 온라인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증상이다. (154-155, 중독의 원리 제대로 알기. 싫은데도 게임 계속해 본 사람은 뭔지 알겠다.)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면, 문제가 되는 사건을 자세히 이야기해달라고 하라.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달라고 한 뒤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살펴보라. 거짓말의 징후가 나타나는지 지켜보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상대방의 인지 부하가 커지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들어보고, 다른 건 다 신경쓰지 말고 하는 말에 집중하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에 틈이 생겨 안 맞는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거짓말은 그렇게 찾아내면 된다. (255, 활용해보세요. 저는 빼고…)

-좁은 틈 또는 어떤 형태로든 제약이 있는 곳에서 한꺼번에 이동하는 군중 속에 있을 때 밖으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가장자리로 가는 것이다. 벽이나 다른 장벽을 따라 이동하면 인파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보다 빨라 나갈 수 있다. (292, 이것도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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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주기율 감옥 대탈출 - 이제 재밌게 외우자!
류재근.문홍주 지음, 박승규 그림, 최완섭 감수 / 화수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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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7 류재근, 문홍주.


주기율표는 사랑하지만, 그래서 주기율표 담요나 독서등, 키보드 덮개 같은 건 가지고 있지만 화학은 잘 알지 못했다. 주기율표와 원소, 원자에 대해 다루는 과학교양서들은 이것저것 많이 보았다.
이 책은 해외 책을 번역한 것인가 했는데 한국인 저자들이 만들고 그린 것이었다. 갇혀 있던 원소들이 탈출해서 얘들을 잡아다가 다시 감옥에 넣는 설정이고, 그 과정에서 화학자가 여러 원소에 대해 설명해준다. 118개 원소를 다 다루지는 못하지만, 원자번호 1번부터 20번까지 원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섞어서 원소의 성질을 설명하고, 주기와 족과 전자 수에 대해서도 챕터마다 스스로 정리해 보게 한다. 겨울 방학 때 원자끼리 결합하는 부분까지 고1 과학 수업을 듣다가 으악 하고 지금은 안 듣고 있는데, 강의에서 들었던 부분이 무슨 말인지 이 책이 조금 더 쉽게 알려주었다.
원래는 집의 어린이들 읽으라고 마련했던 것인데, 제대로 읽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유익했다. ‘사라진 스푼’이나 ‘원소의 이름’, ‘시끌벅쩍 화학 원소 아파트’,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 ‘주기율표로 세상을 읽다’, 프리모 레비의 화학책인 줄 알았는데 소설책에 가까운 ‘주기율표’까지, 퍽 많이 읽고도 머리에 남은 것 없고, 어린이 책 읽으면서 와 이건 좀 덜 어렵네...하는 걸 보면 화학 전공 안 하길 다행이지 싶다. 그냥 세상을 이루는 물질들을 짝사랑만 하고 너무 깊이 공부하지는 않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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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이 휴대폰이 될 때까지 글로벌 경제 교실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27
케빈 실베스터.마이클 힐린카 지음, 신인수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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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6 케빈 실베스터, 마이클 힐린카.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에서는 세계화를 다루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이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사례를 들어 확인한다. 청바지나 티셔츠가 주로 등장하고, 교과서나 교육과정이 달라져도 사례는 비슷하다.
이 책은 티셔츠, 천식 흡입기, 바로 이 책, 휴대전화, 안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나누어 설명하고, 그때마다 거치는 나라들, 사람들, 추가되는 비용, 이윤까지 세세하게 보여준다. 교과서 사례의 심화 버전이라 할 만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나?’ - 그런 값을 치를 만한, 누군가 희생할 만큼. 책에서는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생각이 있는가? 기능은 비슷해도 디자인이 더 나은 제품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것인가?

나를 둘러싼 물건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 나에게 왔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이 책은 그 궁금증을 일부 해소시켜 주었다. 또 궁금한 것이, 우리가 사용한 하수, 변기물 내려 사라진 그 물질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가는지,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같은 것도 궁금하다. 파고들수록 내가 덜 지불한 비용은 누군가를 착취하는 게 되는 구나, 내가 깨끗해지려고 더 더러워져야 하는 사람과 환경이 있구나, 글로벌 분업 체계는 어마어마하게 제조 공정을 세분화해 놔서 뭐 하나 만들려면 정말 온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는 구나 싶었다. 그러니 책에서 말하는 대로 무슨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든 간에 감사할 줄 알아야겠다. 모든 작은 것들이 모여 뭔가를 이루는 거니까 작은 것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생산과 소비를 연결의 관점에서 보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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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상태에 중독될 수 있어요. 불안감 증가와 수면 부족 증상은 휴대폰 중독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요. 여러분은 휴대폰에 얼마나 시간을 많이 쏟고 있나요?(89, 놀랍게도 오후 7시반 현재 20분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네요...친구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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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세계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쿠르초 말라파르테 지음, 이광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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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5 쿠르초 말라파르테.

일요일은 어느새 초조한 날이 되었다. 내일이면 다시 그곳에, 일꾼이 된 시늉을 하며, 에휴 또, 하는 마음에다, 종전을 앞두고 패배의 신호 같은 불길함을 느끼며 살짝 미치고 많이 늙은 것 같은 독일군의 마음을 슬쩍 가져다 대본다. 독일인들이나 이탈리아 권력층 앞에서 동조하듯 사실은 빈정대는 말라파르테가 글 속에 자주 등장하는데, 글로 치는 허풍이려니 한다. 실제 앞에서는 내색도 못하고 사바사바 했을 것 같은 놈인데, 글로는 온갖 정의로움, 휴머니즘, 반파시즘, 그렇게 쓰면 그렇게 남는다. 이 책을 전쟁 르포나 역사책으로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전쟁 환상 문학에 가깝다. 잔혹한 풍경들을 미화해 놓았는데, 그게 전쟁이나 분쟁을 찬양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전쟁 속에 부서지는 인간과 동물과 세계가 겪는 잔혹함을 더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 장치 같은 것이다.

불을 피해 호수로 뛰어든 수백마리 말이 머리만 내민 채 밤새 얼어죽어 다음 봄이 와서 썩기 전까지 단단하게 굳어 있는 장면, 선물이라고 자랑하는 굴이나 홍합 바구니가 사실 포로나 유대인들의 눈알 무더기였다는 끔찍한 에피소드, 군 위안소에서 고통받는 동시에 이십일 후에 집에 돌아가게 될지, 죽게 될지, 사실 너무나 끝을 잘 알고 있는 젊고 어린 유대계 여성들의 절망하는 모습, 쥐 취급 받고 잔혹하게 학살당하는 유대인들, 독일어를 잘 읽는 똑똑한 포로들을 선발해 모두 죽여버리는 군인들,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미친 전쟁 속 장면들에 말, 개, 쥐, 새, 순록, 파리 같은 동물들의 이미지를 겹치면서 동물들의 수난, 동물과 다를 것 없이 겪는 인간의 수난, 전쟁의 고통은 아랑곳 안 하고 흥청망청인 상류층들의 추함 같은 모습을 그려 놓았다.

보나파르테의 반대로 나쁜 편, 이라는 ‘말라파르테’를 필명으로 쓰고, 파시즘을 지지하다 그들의 행태에 실망하고 조롱하며 반파시스트를 자처하고, 독일계 아버지 자녀이지만 자기는 진짜 이탈리아인이라고 자처하며 독일인들을 완전히 타자화해서 관찰하고 비꼬고 조롱하는 말라파르테라는 인물은 흥미로웠다. 그가 겪었든 상상했든 그리고자 하는 장면을 극적이고 비장미나 잔혹미 넘치게 꾸미는 솜씨는 그게 사실과 다르건 같건 간에 탁월했다. 문학과 허구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한 게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말라파르테는 종군 기자라기보다는 기레기에 가깝겠지만, 전쟁의 참혹상과 허무함을 직접 겪은 이들과 겪지 않은 후대에까지 남겨준 전령 쯤 되겠다. 이렇게 미친 짓인 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쟁은 계속 반복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후대에게 무슨 모습을 남기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전쟁 여파로 급등하게 될 원유 가격에 베팅하는 날파리떼들로 기억될까. 어떤 사람들의 삶은 불타고 절단되고 썩어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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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푸트는 글자 그대로 하면 “망가진, 결딴난, 완전히 부서진, 폐허가 된”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 지금 유럽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망가진 유럽이 어제의 유럽이나 이삼십 년 전의 유럽보다 좋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모든 것을 달리 어떻게 바꿔볼 수 없는 유산으로 물려받는 것보다 좋다. (10)

-“이탈리아는 참 아름답지.” 수잔나가 말했다.
“추한 나라라면 좋겠어.” 내가 말했다. “그냥 아름답기만 한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까.” (406)

-“제 피티에 데트르 팜므.” 루이제가 특유의 포츠담식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로 조용히 말했다. “여자인 게 참 유감이네요.“ (414, 남자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여자들은 노동에 시달리고, 위안소로 끌려가고, 창밖으로 몸을 던지고, 총살당한다.)

-“제 말은 연어와의 전쟁을 말하는 겁니다. 여기서는 말이죠, 라플란드 사람이건 핀란드 사람이건 다 연어 편이에요. 일전에 강가에서 독일 병사 몇이 죽은 채 발견됐어요. 아마 연어가 죽였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럴지도 모르죠. 연어가 승리한다면 그야말로 축하를 해주고 싶네요. 연어 문제는 인간과 문명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456, 모두가 연어를 응원해서 독일군이 아마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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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과몰입하는 좌뇌, 침묵하는 우뇌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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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크리스 나이바우어.

잘 찍는 편이다. 평생 짐작과 찍기로 살아왔다. 가족이 사 온 가방에 든 것이 무슨 라면 무슨 과자라든가, 통화 상대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정확히 짚어서 상대방을 당황하게 한다. 몇 시 몇 분 쯤 되었겠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면 오차 범위 5분 이내로 맞춘 적도 많다.
이 책은 말과 논리는 좌뇌의 영역이지만, 그것으로 설명 안 되는, 우뇌의 직관과 이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뇌가 얼마나 복잡한데 딱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기능을 지정하는 건지 조금 신뢰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의 내용을 못 믿는다면 그건 네 좌뇌가 그런 거야, 못 믿도록 방해한 거야 한다. 그러니까 좌뇌는 T하고 우뇌는 F한다는 건가…
제목대로 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보았지만, 신경심리학의 연구 결과가 불교나 명상에서 말하는 상태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게 주요한 주장이었다. 선불교도, 마음챙김도 이름만 들었지 뭘 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그냥 막연하게 그런가 보다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알겠는 것,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깨달은 느낌을 받는 것, 그런 현상이 우뇌의 이점이고, 그걸 잘 활용하면 좌뇌 혼자 폭주하며 고통받고 고민하는 걸 덜어낼 수 있다고 한다. 자아는 없다는 주장도 한다. 뇌에 의식이나 자아 같은 게 있다고 믿는게 우리의 착각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냥 흘러가는 걸 보며 그렇구나, 나는 지금 화가 났구나, 커피가 쏟아졌구나, 뭐 그렇게 달관하면 편해, 하는 소리로 읽혔다. 뜬구름 잡다 끝나서 실습 부분이 있지만 그것마저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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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다는 것은 곧 범주화하며 정보를 처리한다는 뜻이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우뇌에는 해석적 사고를 훌쩍 뛰어넘는 다른 방식의 지능이 존재한다. (81)
-좌뇌의 패턴 인식 기계는 항상 작동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기능이며 사실상 멈추는 게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좀 더 괜찮아진다.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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