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 한국어판 10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 생각 버리기 연습 1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1017 코이케 류노스케

책꽂이는 욕망의 목록같다. 앞뒤좌우 어디든 어느 방이든 빼곡한 책을 보면 내 욕심을 주렁주렁 달아 놓은 걸 보는 기분이다.
같은 저자의 화내지 않는 연습을 6년 전에 보았다. 이번 건강검진 결과 재미있던 게 나한테 화가 많다고 했다. 설문 몇 가지랑 자율 신경 반응 측정? 그런 검사가 그런 설명도 할 수 있나 보다.
이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궁금했지만 아주 나중에야중고로 천원 주고 샀다. 그리고 꽂아둔지 삼 년 만에 펼쳤다. 그런 제목이 끌리는 시점이었나보다. 내가 가진 책은 365쇄였다. 첫쇄 후 일 년도 안 되어 찍은 책. 그렇게나 생각을 버리고 싶은 사람이 많나보다. 저자는 생각병환자라고 일컫는다. 문득 궁금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에 밑줄 치고 책장을 접어가며 이 책을 보던 전 책주인은 생각을 제대로 버렸을까? 아님 그냥 이 책만 내게 버린 건가. ㅋㅋ
적절한 시점의 독서였다. 이 책에서 하지 말라는 온갖 짓은 내가 다 하며 살고 있었다. 이런 사람 가까이 하지 마라, 의 온갖 부정적 기운을 뿌리는 사람도 내가 아니라고 하기 어려웠다.
나는 내가 뭘 바라는 지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그저 바라는 것을 바라기 위해, 그게 좋아서 그러고 있는지 모른다.
분노, 고통, 자책, 걱정, 이런 것 또한 중독성이 있고 뇌가 그런 부정적인 것을 쾌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행복을 쥐는 것보다는 그런 게 더 쉽긴 하다. 자기 혼자 가학애와 피학애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하지 않은가.

근래 심각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도 네시가 안 되어 깨어나 여섯시까지 못 잤다. 한 시간 겨우 더 자고 다시 일어났다. 잠들지 못한 동안 생각은 메우다 못해 넘치고 터질 정도로 불어난다. 책에서 소개한 방법이 괜찮아 보였다. 떠오르는 생각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라고 생각하고 있구나’하고 결말 짓는 것. 감정의 객관적 관찰, 자아로부터 떼어 놓기. 내 전공에서는 메타인지나 반성적 사고라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무한루프 도는 생각의 폭동 상태를 멈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국 생각을 버린다는 건 무사고의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비명상으로 소개된 방법도 시도해봐야겠다. ‘편안하길, 편안하길’ ‘내 괴로움, 고민, 고통이 사라지도록’ 결국 나를 달래기 위해 되풀이 되는 것도 말이다. 말에서 생기는 마음이 번뇌가 아닌, 가라앉히고 잠잠히 하는 힘이면 덜 불편할 것이다.

들끓는 마음은 독특한 음악과 기이한 그림, 신들린 연기, 생각이 많아지는 글을 만들어낸다. 그런 걸 아름답다고 느낀다. 잘못된 것들을 뒤집어 엎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종교는 정말이지 아편이고 마취제고 천천히 고여 썩어가게 만드는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내 마그마로 흐를 수는 없다. 결국 감정도 마음도 기화되어 날아가고 냉각되어 굳어지고 단단해지는 날이 온다. 그래야 산다. 개인에게는 그게 복이다.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미치고 죽어버린다. 그 사실이 슬프다. 그래서 아름다운 지도 모르겠다. 뱅뱅 돌고 돈다. 그런 고통이라도 수레 바퀴 위에서 안 내려올 거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내가 편해지길 바라는 내곁의 사람들을 보면 잠잠하고 행복한 내가 되는 게 맞는지도.

이 책에 나온대로 완벽하게 실행하며 살기란 어렵다. 모두가 구도자가 되고 열반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극단으로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되찾는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만 보고 있자면 이 책에서 권하는 방법은 전부 지금의 나 자신을 오롯이 느끼며 나 자신을 살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다. 남이 나를 구할 수는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의 모험 - 인간과 나무가 걸어온 지적이고 아름다운 여정
맥스 애덤스 지음, 김희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1015 맥스 애덤스

나무에 관심이 있다. 정확히는 목재를 잘 알고 싶다. 나뭇결 무늬를 보고 슬쩍 만져만 봐도 이건 자작나무, 삼나무, 너도밤나무, 하고 말할 수 있다면. 다른 취미를 갖는다면 목공을 배워보고 싶다. 썰고 문지르고 끼워 맞추면서 죽은 나무의 섬유질을 느끼면 좋겠다. 죽은 나무가 더 좋다니, 네크로필리아냐.

저자는 고고학자이자 숲전문가이다. 거의 숲사람이다. 숲사랑, 나무 사랑, 목재 목공 사랑 성골 덕후. 숲에서 살다 나온 사연은 숲탓이 아니라 집 짓는 걸 허가 안 해주는 꽉 막힌 관료와 가진 것도 없는 그를 습격한 마약중독자 탓이라 안타깝다.
숲과 나무와 그 안에 사는 사람에 대한 아주 많은 것들을 다룬다. 저자는 단순히 감상하고 보호할 대상이 아닌 적절하게 이용하며 함께 사는 곳으로 만들어야 숲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후진 책 보면 나무야 미안해, 하는데 오히려 책 한 권 더 사는게 숲 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흥미롭다.
소개된 나무 중 나를 닮은 나무가 뭘까 하다 산사나무가 마음에 들었다. 작고 흔해 무시 당하지만 빵과 치즈라 불릴 정도로 꽃과 잎은 나그네의 간식. 추위를 잘 견디는 강인함. 목재로는 쓸모 없고 땔감용인데 산울타리로 심어도 제격. 시든 꽃은 시체 냄새가 나서 죽음의 전조로 여겨짐. (근데 정액냄새랑도 비슷하다 함. 미친 취향이네.) ‘나이 든 스승처럼 퉁명스럽고 까칠한 성격 뒤에도 예상치 못한 장점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나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래 난 산사나무 요정 콜. (이 책엔 안 나오지만 열매는 산사춘! 꺄울)

한 달 전에 보기 시작하다 초반에 포기하고 다시 빌렸다. 의무감으로 꾸역대며 읽기엔 사실 그보다 나은 대접 받을 좋은 책인데 안 읽히긴 했다. 빨리 읽고 다른 거 보려고 힘겹게 책장을 넘기는 이런 나라서 미안해. 고고학, 생물학, 역학, 재료공학 등등의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나무를 다루는데, 그런 방대한 지식도 통찰도 놀랍다. 다만 도구 만들고 작동 원리 묘사하는 건 읽어도 하나도 모르겠다(그러면서 목공을 하겠다고 ㅉㅉ). 영국책이다보니 예시로 든 숲이나 나무의 주류도 영국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 숲에 대한 책도 있나 찾아봤는데 썩 재미있어 보이진 않았다.
재미없는데 저자 혼자 신나서 상세히 설명, 묘사하는 걸 참다보면 아니 이런 표현을, 하고 예쁘게 쓴 부분이 제법 나왔다. 그런 걸 기대하며 계속 읽게 된 듯. 밑줄 치면서.
실용적인 내용이 많아서 숲이나 나무 활용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은 맞아맞아, 하고 볼 것 같다. 그니까 좀 전문적이야.
나무 사진이나 목재에 대해 수시로 검색하며 읽었다. 그러다가 어떤 목공소 블로그를 들어가게 됐는데, 목재와 가구에 대한 정보가 아주 많았다. 게다가 필력이, 입담이...세상엔 글쓰기의 숨은 고수가 정말 많다. 감동 받아서 그 목공소에서 만든 우드슬랩 테이블을 사고 싶어졌지만...딱 봐도 내 월급보다 비싸보여. 못 사. 구경만 할게요. 또르르.
소로우의 월든이 몇 차례 언급, 인용되었다. 지금 내 뒷통수 가장 가까운 곳에 꽂혀 있지만 안 읽어보았다. 추천도 있었으니 멀지 않은 때 읽어봐야겠다.

+ 밑줄긋기
-원제 THE WISDOM OF TREES가 더 어울리게, 나무들로부터 어떤 지혜와 교훈을 아래 예시처럼풀어놓는다. 철학의 모험에 업혀가는 듯한 번역 제목 마음에 안 든다. 
‘수수하기 그지없는 자작나무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단순명료하다. 영광의 순간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소 힘이 들지라도 기초를 다져야 하며, 작고 사소한 임무를 잘해내는 게 큰 무대에서 주목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생활의 지혜. 낙엽 예쁘게 말리는 법
‘낙엽의 아름다운 색을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르기 전에 보습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다. 아니면 글리세린에 담갔다 꺼내는 방법도 있다.’

-아래 같은 경제적 비유가 많다. 그편이 오히려 이해 잘 되는 차가운 도시 여자...
‘대부분의 침엽수는 비록 아주 느린 속도지만 겨울에도 이파리를 유지하면서 광합성을 계속한다. 각 바늘잎마다 적으나마 투자금이 들어가 있고, 나무는 이를 긴 세월에 걸쳐 환수한다. 이렇게 느린 속도로 햇빛을 수확하고 처리하는 것이 침엽수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경악스럽고 처절한 무화과말벌의 생식.(내 부인은 아직 안 태어났어...)이제부턴 무화과에서 애벌레 나와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야겠다. 
‘무화과나무는 과실 안에 꽃을 피울 뿐 아니라, 600여 개에 이르는 종마다 각각 특별히 정해진 무화과말벌 종의 도움을 받아 수분 작용을 한다. 무화과말벌의 암컷은 총신처럼 생긴 터널을 통해 열매 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는데, 그 과정에서 무화과나무의 수분이 이뤄지지만 벌은 날개를 잃고 다시 살아서 나오지 못한다. 알에서는 수컷 벌이 먼저 태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암컷 벌들과 짝짓기를 한다. 이제 수컷 벌들에게 남은 유일한 임무는 나중에 태어날 암컷 벌들이 과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구멍을 내는 일뿐이다. 그렇게 바깥으로 탈출한 암컷 벌들은 다시 한 번 가학과 피학이 뒤섞인 이 괴상한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숲에 대한 사랑 넘치면서 아름다움 보여주는 표현이 꽤 많아서 포기 못했다. 일일이 밑줄도 다 못 침. 
‘바람 많은 언덕 등성이에 홀로 서 있는 유럽소나무는 그 규모가 웅장하지는 않지만, 썰물과 밀물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세월의 덧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대대손손 여러 주인의 손을 거치면서 증축과 개축을 거듭한 수백 년 묵은 집처럼 말이다. 그런 나무를 만나면 존경심이 절로 솟구치고, 건축사적 연구 대상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스코틀랜드 남부 황무지 한가운데에 에드윈 랜드시어(Edwin Landseer)의 작품 속 수사슴처럼 우뚝 서 있거나, 호수 위에 검푸른 그림자를 드리우며 줄에 묶인 사냥개처럼 웅크리고 있는 유럽소나무를 만나기라도 하면, 걸음을 멈추고 이 위엄 넘치는 소나무 족장과 인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급격한 장르 전환. 과학으로 시작해서 애정물로 마무리. 이런 거 왜 이리 좋지. 
‘흙 속 균근균과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균근균은 초미세 섬유질 형태로 나무뿌리에 달라붙어 영양분이 적은 흙에서도 나무가 질소를 채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균근균이 뿌리의 표면적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보답으로 나무뿌리는 균근균에 당분을 제공해서 양측이 모두 혜택을 입는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균근균의 초미세 섬유질이 군집한 나무들의 뿌리 체계를 서로 연결해준다는 사실이다. 나무들이 손을 맞잡을 수는 없지만 테이블 아래에서 발을 부비면서 애정 표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숯 굽기의 즐거움을 온갖 감각을 동원해 설명. 당장 깡통이랑 나무 챙겨서 숯 구우러 안 가면 안 될 거 같게 만듦...(현실은 켈록켈록케케켁 앗 뜨거 언제 끝나 이거)
‘뭔가를 생산하는 일 중에서도 숯을 굽는 일은 만족감과 미적 쾌감, 철학적 사색 면에서 으뜸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나뭇더미에 불이 제대로 붙기를 기다릴 때는 묘한 흥분감이 차오르고, 증기가 나뭇더미를 감쌀 때 풍기는 멋진 초콜릿 향은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베어놓은 나무를 쌓아 올리고 가마를 만들 때는 육체노동이 필요하다. 검푸른 연기가 너무 심하진 않은지, 뭔가가 타는 냄새가 나진 않은지 살피는 일은 무의식적으로 사색과 명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가마를 열고 숯 굽기를 해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여는 기쁨마저 든다. 제대로 구워진 숯은 처음 무게의 5분의 1 정도이고, 손으로 꺾으면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면서 쉽게 부러진다.’

-궁금한 책. 
‘러셀 호반(Russell Hoban)의 기발한 컬트 소설 『리들리 워커(Riddley Walker)』는 미래에 지구가 멸망한 후 다시 철기시대로 돌아간 켄트 지방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

-토지 같은 우리 소설에도 숯 굽는 이들은 수탈을 피하거나 사연 있어 산으로 도망친 듯 그려진다. 동네의 쑥고개란 지명이 숯가마 있던 곳이라던데 어떤 사연의 사람들이 살다갔을까 궁금하다. 
‘요즘 우리가 유랑민들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당시에도 숯 굽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은 깊었다. 그들이 하는 일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점에 더해,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어두운 숲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도 작용한 듯하다. 가마에서 나오는 연기가 공기를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도시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에서는 가마에 불을 때지 못하게 하는 조례가 통과되기도 했다. 심지어 13세기에는 런던 시내에 숯 굽는 사람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규칙도 생겼다.’

-사진 보니 예쁘긴 함.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마도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100퍼센트 목조 건물은 러시아 오네가(Onega)호 안에 있는 키시 포고스트(Kizhi Pogost)섬의 예수의 변모 교회당일 것이다. ‘

-우리도 사리탑, 부도 같은 비슷한 게 있...만지진 않잖아;
아일랜드의 초기 기독교 성인들은 집처럼 생긴 나무 사당에 매장되었다. 그곳에는 작은 구멍이 나 있어, 신앙심 깊은 신도들은 구멍을 통해 성인들의 뼈를 만지며 치유받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아우 따뜻해. 고마워 나무야. 눈에서도 땀난다. 
‘나무는 우리를 세 번 따뜻하게 해준다. 나무를 벨 때, 나무를 쌓아 올릴 때, 그리고 나무를 태울 때. 이 사실에 숲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숲을 소비하고, 생산하고, 그걸 반복하는 게 숲을 구한다는 주장. 
‘나는 종이를 더 많이 소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거기서 그치지 말고, 성냥을 사고, 참나무와 물푸레나무, 단풍나무로 만든 가구도 들이고, 유리가 이중으로 들어간 나무 창호를 달자. 나무를 때는 난로도 설치하자. 숲은 유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종이와 성냥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숲에는 베어지는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가 새로 심어진다(그런 점에서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나무를 잘 돌본다). 숲이 돈이 되면 숲의 생존이 보장된다. 나무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보지 못하고 나무의 경제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감상적으로만 나무를 대하고 숲을 갈아엎어 특용 작물을 기르거나 초원으로 바꾸려고 하는 순간, 숲의 운명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보며 펄프가 된 나무를 위해 눈물 흘리지 말자. 책 한 권을 더 사는 것이 숲을 구하는 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10-15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되게 재미없으면서 재미있는 척 하려 용쓰는 식의 전형적인 제목인데 뜻밖에 진짜로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그나저나 글쓰기 장인 목공 장인 좋겠다..... 제곱으로 부럽네요.

반유행열반인 2019-10-16 07:33   좋아요 0 | URL
그 중에 제일은 귀여움 장인이래요...세제곱으로 부러움

syo 2019-10-16 10:1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유전자 차원의 문제입니다.
부러워하시지 말고 얼른 DNA를 한번 뒤적거려 보세요. 나올 수도 있잖아요.

반유행열반인 2019-10-16 10:38   좋아요 0 | URL
얼른 합치고 합쳐 세대를 거듭해 이 유전자를 희석시키자, 하는 특성만 확인하였습니다. 귀여움은 다음 세대에게 맡길게요. 난 틀렸단다 후손들아...
 
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1012 최태성
큰별쌤은 나에게도 스승이시다. 몇 년 전 최태성 선생님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한국사시험 1급에 붙었다. 처음에는 별 목적 없이 시험공부를 시작했는데 선생님 수업은 어떤 긍지, 바른 삶을 일깨우고 감동을 주며 역사를 공부할 당위성을 내내 느끼게 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가르침 같다. 나는 자신 없고 확신 없는 부분이지만 배움과 가르침을 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금 나는 완전 신을 부정하는 사제 꼴이다.
책 자체는 구어체 강의록 같은 서술이라 처음에는 오히려 잘 안 읽혔다. 새로울 게 없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라기 보다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할까?에 대한 긴 설득이다. 그 과정이 치열하고 다정하다. 큰 재미는 없지만 뒤로 갈수록 저자의 역사를 향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졌다.

역사와는 큰 관계가 없지만 종일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선입견과 욕망이 만든 오해 오독 오류들이 많다. 바람을 인식인 양 착각해 많은 일들을 잘못 느끼고 잘못 받아들여 온 것 같다. 다 틀린 건 아니지만 많이 틀렸다. 개인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때 내가 틀렸어, 하고 이불킥할 일을 점차 줄이는 게 조금 더 나아질 방법 같다. 지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하니 가망이 없진 않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나타 수이사이드 - Renata Suicide
레나타 수이사이드 (Renata Suicide) 노래 / 고금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나타 수이사이드의 라이브를 마지막으로 본 건 무너뜨리는 자들을 버티는 두리반에서였다. 거기서 귀여운 다른 밴드(팀 이름 잊어버렸다...나새키 기억력 나쁘네...)사람들 만나 이야기 나눴던 것도 같고, 람혼님께 송동준 번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선물로 받았고, 그 책은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보르헤스 덕후에게 선물했다. 딱 9년 전 이맘 때다.
그리고 나의 반시. 절망과 우울의 숲에 빠져 허우적대는 호빗 같은 나를 위로하던 갈라드리엘. 언제나 거기서 내 빛이 되어줄 줄 알았던 그녀는 발리노르로 떠나버렸다. 세 멤버 모두 한반도에 없다. 어느 섬에, 다른 대륙에. 그런 와중에 첫 앨범이 나왔다. 그들 음악이 듣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이비에스 헬로 루키 출연분을 틀어보곤 했던 내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땅을 떠날 수도 떠나지도 못하고 남은 내게 불운과 불행과 온갖 음울함이 독처럼 차오르는 날에는 매우 적절한 브금이 되어줄 익숙한 노래들을 물리적으로 소유하게 되었다. 겨우 이런 자본주의적 위로라니ㅋㅋㅋ
닿지 못하는 눈길 대신 그리운 베이스 라인에 집중해 본다. 나는 예전보다는 훨씬 밝고 덜 불행한 사람이 되었지만, 타고난 어둠은 희미한 빛이나 더 짙은 어둠에 안겨야 편안해진다.
문득 궁금해 찾아본 두리반 투쟁은 승리했고, 건재하게 만두는 삶아지고 국수는 끓고 있었다. 약간 어리둥절했다.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시지인가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19-10-12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참 좋네요~
저 초록 속의 아치는 남이섬의 좋아하는 장소의 가지 같아요 ㅎㅎ
좋은 밤 되세요 ~

반유행열반인 2019-10-12 20:48   좋아요 0 | URL
으아니 사진만 보고도 위치를 아시다니...감사합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초딩 2019-10-1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방금 댓글과 라이크가 동시에 일어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ㅎㅎ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1011 김금희

어떤 목적으로 부리나케 읽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잘 읽혔다. 읽다보니 나한테 신간 예고까지 해 준 사람인데 이미 샀을 거야, 부질 없다, 줄 게 참 없다 했다. 그래 줄 수 있는 건 말 뿐이라 원없이 수다를 떨고 왔다. 즐겁고 반갑다.
김금희를 되게 오래 많이 읽은 기분인데 사실 두 번째 읽는 단편집이다. 케이 픽션에 단편 하나 묶인 체스의 모든 것과 너무 한낮의 연애 실린 젊은작가수상집까지 하면 권수로는 네 권째이긴 하지만.
몇 개 작품 읽다보니 패턴화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그건 좋은 일일까. 작가색이 느껴지는 것과 구조의 답습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패턴이 읽힌다고, 일부러 그렇게 쓴 것도 아니고 읽혔다고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소하고 사적인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고 한참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걸 여러 번 써서 마침내 잘 쓰게 된 사람이 작가가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아직 멀었어. 여러 번도 잘 도 까마득하다.
종교가 있어 제사를 안 지낸다는 인물이 자주 나오는데, 왜 기독교라고 말을 못하니. 제사 지내는 조상 숭배 자체도 종교인 것을. 어떤 사람들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남을 다치게 하지 않는 쓰기에 대해.

-체스의 모든 것
두 번째 읽어도 줗았다. 주인공 아닌 목격자가 되는 건 참. 그런데 이젠 나도 그런 거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하. 국화의 무심함과 선배가 느낀 모욕감.
이제 나랑은 체스를 두지 않는 딸래미는 여전히 아빠랑 자기 룰대로 잘 한다. 실력이 점점 는다고 한다. 져도 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이 씩씩해.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여기도 사랑의 목격자 하나. 몰래 신을 신어보고 고집하던 모자를 벗은 채 어울리지 않는 십이야 대사를 읊는 일. 카페인데 커피는 한 잔도 안 마시네. 내가 못 봤을지도. 무시무시한 비탈 꼭대기에 늘 살았는데 정말이지 누가 밧줄 같은 걸 매어 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도 높은 동네에 살아서 시월 밤에 고개 마루 근처에 가면 여의도 불꽃놀이가 멀리 보인다. 63빌딩 정수리도. 등장 인물 중에 미운 애가 하나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망한 출판사 사장, 교수 지망 강사 부인, 닭갈비집 사장 장인, 반품 진상 고객 낸내, 결이 다르긴 하지만 부녀 관계가 짙다보니 소설 오직 두 사람도 생각나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좋았다. 제목은 되게 낭만적일 것 같은데 답답하고 갑갑한 정서가 더 강했다.
-레이디
어린 시절 회상,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그것, 중2병 넘치는 엑스저팬 놀이, 나랑 세대가 약간 겹쳐 그런지 보편적인 성장기 정서나 서사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최은영 그 여름이 그냥 그랬던 거 보면 나는 김금희 쪽이야 역시. 비교하면 니들도 싫으면서 왜 자꾸 둘을 비교하니. 이거 누가 시작했어, 응?
-문상
분명 읽은 것 같은데, 내가 웹진 문장을 봤던 적은 없는데, 아 남의 독후감이나 평론 같은 걸 봤나,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살아 있고 그래서 뭐지 하다 보니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었었다. 그렇다면 다섯 권째였어. 두 번째 읽는데도 새로웠다. 희극배우는 하고 다니는 짓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가만 보면 연극이나 배우에 대한 소설도 많다. 양희가 그렇고 사장 떠나는 소설이 그렇고.
대구는 딱 한 번 가봤는데 그나마도 구석탱이 안심역 거쳐 연수원만 찍고 다시 역에서 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우리 부장 다 좋은데 그 먼 데 자기 대신 연수 보낸 건 좀 못됐다. 그런데 거기서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을 만났었다. 헐. 어쨌든 책으로 읽는 노점 군밤 장수 할머니, 수성못, 앞산공원 케이블카.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뭐.
-새 보러 간다
제목은 끝까지 봐도 잘 모르겠다. 운디드 버드. 예술가와 비평가와 편집인. 뭔 먹이사슬 같다. 내가 너를 이토록 보니까 너도 나를 좀 알아달라고 외쳐야 하는 사람의 처지는 어쩐지 제일 처량하다.
-모리와 무라
은퇴한 호텔 직원 숙부와 해경(엄마를 왜 이름으로 지칭할까)과 나와 드롭스를 사는 빚더미에 앉은 연인. 후쿠오카 여행. 친척들 모이면 웅성대는 분위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도 그렇고 다음 소설도, 레이디의 유나의 대가족도 비슷한 느낌. 웅성웅성. 불만. 옛날 타령. 한.
-누구 친구의 류
여행사 직원인 며느리?입장에서 시누이를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적당히 부자집, 가족묘의 이장, 그녀에게 결여된 것, 쿠바의 류. 패턴 패턴화.
-쇼퍼, 미스터리, 픽션
자전적 소설로 발표했다 한다. 우리집에도 그거 있어! 메르헨 전집. 삼촌 한 명이 얻어왔는데 너무 늦게 얻어왔다. 니벨룽겐의 노래 시지프스 신화 같은 거 읽던 고딩한테는 너무 늦었단 말야. 조금 더 일찍 가져다 줬으면 나에게도 꿈과 희망이 넘쳤을까. 다음 세대는 나보다 환상과 꿈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직 소장중이다. 옛날책이라 애가 별로 안 좋아한다…
이런 것도 소설이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묻기엔 너무 멀리왔다. 네 명에게 사랑을 나눠준 그놈 참 밉상이다. 따귀가 달다. 그런데 부족하지 않게 골고루 줬다면 안 들켰다면 그런 생각을 왜 할까.
학교 대문에 깔려죽은 아이. 비극적인 미스터리한 가족의 죽음(근데 이거 진짜 있는 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아우라만 만든 건지 끝까지 읽어도 헤깔렸다.). 소설쓰는 사람의 어린 시절 고백 같은 건 전에도 어떤 아저씨 무시하고 가는 소설로 읽은 거 같은데. 누구건지 기억이 안 난다.

어떤 평론가가 자기 홈페이지에 김금희는 이번에 묶인 2015-2017무렵 소설 말고 그 뒤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칭찬일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나는 이전 소설집의 세실리아가 자꾸 생각난다. 읽을 때는 그래 했는데 여운이 두 달을 가는 거니.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9-10-12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시작한 것 같아요. 최은영 vs 김금희..... 최소한 알라딘에서는 그 판 내가 짠 것 같아....

2019-10-1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2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