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버쓰데이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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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백희나.


 책은 됐고, 오르골 준대, 하고 샀는데 오르골이 잘 안 되가지고 식식대다가 잠들기 전 작은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제브리나는 전형적인 우울증 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모가 보내준 요술 옷장 속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새 옷을 기대하며 무너진 일상을 하나하나 회복한다. 제때 씻고,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고, 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케익을 굽고… 안 아픈 사람에게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까마득하고 그렇다. 젓가락 들 힘도 없고…

 너무 아플 때는 약이 도움이 된다. 옷장 속 옷들은 그런 도움의 은유였을까. 그런데 그 도움이 끊긴 순간 제브리나는 순간 멈칫 둠칫 하고 또 다시 나아갈 기력을 잃고 잠시 철푸덕 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스스로 일어날 힘을 회복해서 있는 옷으로 요렇게 저렇게 꾸미고 잘 나다니게 된다. 나는 원래 다 죽고 망하고 그런 결말 좋아하는데 그림책은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다. 

 

 결국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인데, 나는 망해도 돌아보면 이미 너무너무 많이 가졌고 사랑받고 행복하고 할 거 다 하고 있는데 딱히 더 뭘 이뤄보겠다고 버둥댔는가 싶었다. 그냥 이십년 정도 타이머 꺼꾸로 돌려보겠다고 무리한 기분? ㅋㅋㅋ 너무너무 힘들고 가진 거 없고 궁지에 몰리고 그러던 시절에 퍼포먼스가 잘 나왔어서, 온갖 것 다 갖추고 좋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해보면, 잘 될까? 했는데 아냐… 그러니 혹시라도 어린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은 약간의 결핍과 벗어날 만한 동기가 뚜렷한 상황을 조장해주시면…아 근데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같은 건 안되는데…그 정도는 되야 막 자기 능력 밖으로 발휘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수험생 커뮤니티 보면 엔수 시키는 잘 사는 집 애들 부모들이 막 너 새끼한테 처들인게 얼만데 빡대가리새끼 그 점수를 받냐 나가 죽어라 밥이 넘어가냐 니 새끼도 잘 하는 건 있네 물 잘 처마시네 막 이러는 거 보고 개충격… 그런 애들이면 드러워서라도 부모 벗어날라고 좋은 점수를 받거나, 대부분은 정신병 걸리고 돌아가지고 뉴스 나오는 애들처럼 막 아무데나 차몰고 가서 사람 난도질하고 그러더라구요… 너무 나갔다…


 예쁜 옷 안 걸쳐도 넌 이미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면 또 그걸 맞아 잠시 푹 젖고 녹아내리고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미친 듯이 눌러대는 구매버튼도 겨우 하루 가는 새 옷처럼 기쁨은 잠시. 내가 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예쁘게 꾸며주고 도닥도닥해주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밖에서 생각 없이 오래도록 걸으면서 재미난 세상 구경해주면 다시 행복해질 수도 있다. 거기에다 함께 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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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삽질의 결과가 궁금하셨던 분은 구경하시고, 고소해할 뿐은 고소해하시고, 그냥 망한 성적표 구경하시라고 링크 걸어뒀어요 ㅋㅋㅋ(소주병 대신 단백질음료 하나 깡으로 마심. 크어. 건강무새 됨)

https://m.blog.naver.com/natf/223684467380


그래도 책 읽고 걷고 놀기만 할 날이 아직 두어달 남아 행복…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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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2-06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니 맨 위에 성적표 보고 ㅋㅋㅋㅋ 이 사람 뭐야?! 이게 망한 거라고?!?! 재수 없네 진짜….. 했다가 아래 성적표 보고 알았습니다. 🤣🤣🤣 20년 전에는 참으로 총명하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감독관으로 용돈 벌면서 사세요~ 감독관 수입 올랐다고 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6:0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미처 몰랐습니다. 20년 전 걔랑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란 걸… 감독관 싫어서 도망치던 건데 매년 취미로 수능 응시(지긋이 응시만) 하고 감독 빠지면 엄청 욕 먹겠죠…ㅋㅋㅋㅋㅋ 돈이나 벌자 에이…

dollC 2024-12-06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년 전이나 현재나 성적은 언제나 망했던 저같은 인간은 마냥 대단하다 생각만 드는걸요ㅎㅎ 공부란 이렇게 꾸준한 분들이 잘 하는가 싶네요. 저능 무ㅓ... 공부가 인생에 없어요ㅋㅋㅋㅋ
수능 보느라 고생하셨으니 조금은 느긋하게 보내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실 별로 안 꾸준했어서 20년 만에 수학 보고 탈탈 털린 것이죠…어린이들은 최소 12년-삼수면 15년-이렇게 내내 죽어라 수학하던 걸 전 2-3년 안에 어떻게 비벼볼라고 한 거 자체가 도둑놈심보 ㅎㅎㅎ 느긋하게 잘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dollC님도 편안한 연말 잘 보내시길 빌어요!!!

2024-12-0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4-12-06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휴 고생많았다. 공부가 어딘가에는 남아서 좋은 지분이 될거야요.
그나저나, 20년전의 반님은 정말 천상계였군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6 20:15   좋아요 1 | URL
쟤랑 나랑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여라…감사합니다 쟝님!!!
 

나새끼 12월 생일이라 마침 그림책 나온 거 보고 사은품까지 오르골이라 혹해서 구매액 채워서 샀는데 ㅋㅋ
겉박스에 오르골 태엽 낑기게 만들어서 안 돌아간다... 설계 개판임... 분해하면 돌아가려나? 고정 접착해놔서 찢어야 하는데? 반품해야 하나? 적립금 구매라 싹 날라가고 땡인가... 혹시 사은품 보고 혹하신 분이면 적립금 5천원 아끼시라고... 기대하다 기분 확 잡침 ㅋㅋㅋ생일 축하해 먹통 오르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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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칼들고 종이 가루 파내고 옘병을 해서 셀프 수리 완료 ㅋㅋ 이거 사실 거면 조각칼 준비하세요. 태엽 나사 반대로 살살 돌리면 분리됩니다. 그 후에 나사 주변 미어진 종이박스 주변 죽어라 파내고 가루 후 불어 파내고 하면 다른데 불량 아니면 (운 좋으면) 돌아갑니다... 아오

유수 2024-12-0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늘 샀는데.. 오고 있는데 ㅋㅋㅋ
생일 축하합니다 반님🎵🎶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유수님 거는 불량 아닌 거로 오렴 ㅎㄹㅎㅎ

유수 2024-12-05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근데 읽을수록 놀라운 불량이네요. 오르골 태엽이 안 돌아가 ㅋㅋㅋㅋㅋㅋㅋ
반님 글을 읽어서 그런지 든든하고 엄한 동지애 생겨 오히려 평온해짐…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39   좋아요 1 | URL
정확히는 처음에만 딱 감기고 이후론 헛돌고 종이에 걸려서 안 풀림 ㅋㅋㅋ 틈도 없이 종이박스에 낑겨 놓은 외주 제작 업체(?)도 참 대단... 책은 작은어린이 읽어주니 좋아했어요 ㅎㅎㅎ 주인공이 해필 우울증 환자여...우울증 도진다...내일 성적표 나온다규... 울화병까진 사양할게 오르골아....

유수 2024-12-05 22:43   좋아요 1 | URL
저도 책이 기대되어요. 아이가 오르골만 보면 서 있길래 가볍게 시도할랬드니ㅋㅋ 걸렸네 느낌도 들어요.
뭐가 될 성적표일 수도 있고 울화는 노노..콧방구만 끼고 잘 두고 할 거 하입시다!

잠자냥 2024-12-0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신축하드립니다~
돌지 않는 오르골이 웃음으로 축하드렸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1: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아직 열흘 남았지만요ㅋㅋㅋ웃음은 안 주고 아드레날린과 조각가 체험을 주었어요 ㅎㅎㅎ소리는 맑고 좋아요 ㅎㅎㅎ
 
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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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케루악.

 

 

 장기하와 얼굴들-그건 생각이고

 


 

 아침에 작은어린이 닦아주다 말했다.

 

 간밤에 난리가 났었어. 군인들이 정치인들이랑 몸싸움하고 국회 쳐들어가고…

 그런 꿈을 꿨어요?

 꿈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머쓱해하며) 꿈인 알았네.

 나도 꿈인 알았어. 전쟁나나 했네

 그럼 이제 북한이랑 싸워도 되요?

 

 ㅋㅋㅋ 어린이 잠든 후에 계엄 내리고, 어린이 깨기 계엄이 해제되었는데 아무래도 자는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문득 세상꼴이 궁금해져서 어린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서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 봤다. 그렇듯 빽빽 사람들 꽉찬 2호선인데도, 아주 고요한 안에서 다들 조금은 잠이 모자라 피곤하고, 그런데도 거참 올해치 도파민 충전, 하는 만족감과 그러고도 일상이 파괴당하지 않은 안도감을 얼굴에 띄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들 있었다. 마치 지구멸망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어떤 구원이 내려와 겨우 망조를 극복하고 맞이한 아침, 독수리오형제가 떠오르는 해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다들 집단악몽을 꾸고 일어나 맞는 피곤하고 상쾌한데 어이없는 아침.

 

 전날에는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 굶고 새벽에 삼성역 근처 병원에 어슬렁 가서 씨티 엠알아이 초음파 온갖 하면서 방사능도 잔뜩 쬐고 위내시경 하고 눈물콧물침 엑엑 했다. 결과지는 열흘 지나야 나오지만, 머리털 나고 처음 유방초음파(직전 봤던 가슴이야기 책의 영향+이전 검사지에서 가슴은 엑스레이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고등도 치밀유방인지 뭔지라는 알아서)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대뜸 여기, 혹 있네요…(반대쪽 가슴을 한참 문지른 ) 이쪽도 있네요. 일단 육개월 다시 추적 관찰하겠습니다, 했다. 태연한 물혹인가요? 하고 물었는데, 물혹 아니에요. 그럼 뭘까요? 아마도 섬유선종일 수도 있고… 육개월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겁나 쫄아가지고 심란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했다. 째서 빼거나 탕탕 주사로 조직 떼서 검사하지 않는 혹의 정체는 확진할 없는 모양이었고… 시간 지나도 딱히 커지지 않거나 모양 이상하지 않으면 괜찮은 모양… 신경끄고 살아야지… 작은 가슴도 생기긴 합니다. 다들 검진 잘 받으시길…

 

  전날에는 거의 20 만에 고향 용인에 갔다. 도시에는 때는 없던 경전철이 생겨서 모노레일 타고 도시 관광하는 기분으로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도 지났다. 내리자마자 어릴 친구 이름 간판 미용실이 보였다. 나는 카톡이 없어서 인스타그램 디엠메시지로 자신의 근육질 몸매를 열심히 올려 근황을 보여주는 친구에게 가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물었다. 엄마 가게 옮기셨니. 친구랑 교회에서 알게 됐어서 친구네 미용실과 붙어 있는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오오 맞아!! 친구는 여기서부터 조금 가야 하는 시골의 신협에 근무하고 있어서 친구는 보고 미용실은 닫혀 친구 엄마 구경도 못하고 간판만 보고 지나쳤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낡은 벽돌조 단독주택 이층집의 일층에 살았다. 거기서 키우던 개만도 최소 일고여덟마리…( 중간에 죽었음…) 동네 입구는 익숙한데 집들 헐어 빌라 새로 지은 곳이 많았고, 드문드문 아직 남은 오래된 빌라들, 절이나(절은 많이 벌었는지 건물도 새삥 돌탑까지 세움) 문예회관이나 통일공원 같은 랜드마크 외에는 기억도 나고 낯설기만 했다.


 사오십년쯤 , 삭아서 쓰러질 같은 맨션 옆에 마천루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내가 알던 풍경보다 낡은 것과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눈에 보는 기분은 묘했다.

 다니던 초등학교 개천에는 백로 마리 오리인지 기러기인지 쌍이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 먹고 있었고, 그걸 까치 하나가 날아와 옆에서 발에 담그고 챱챱 부르르르 하면서 목욕을 했다. 날도 추운데 깔끔한 까치였다.

  고장의 음식은...하면 어려서 친구가 순대전골 먹자고 시장 데려가서 3천원에 뭔가 이런저런 사리까지 푸지게 사주던 생각났다. 그래. 용인의 향토음식은 아마도 순대…하고 어려서 지나던 시장에 들어가니 오일장날 아니라 사람은 별로 없고 바닥은 이제 선지나 곱창 담긴 물다라이도 없고 질척하지도 않고 냄새도 나고 돼지 머리도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황교익 왔다갔다고 엄청 순대국밥집 있어서 오오...하면서 지나쳐서 간판 제일 낡은 순대족발집 들어가니 안에 사람 있고 부옇고 거기서 다들 열심히 국밥 먹고 있길래 나도 순대국밥 먹었다. 서울서 먹던거와 다르게 순대는 세톨 밖에 들고 곱창이!!!!! 그냥 곱창국밥이라고 해야 했다. 곱창 일부러 먹지도 않고 좋아해본 적도 없는데 맛있어서 먹었다.


 구시가지는 그냥 그대로 늙어버린 도시 느낌이고, 엄마 아빠 가게 하던 자리 가건물은 헐리고 자리는 도로가 되고 뒤에 빌딩들만 아직도 있고, 동네 지나는 시니어들 모두 왠지 엄마아빠랑 아는 사람일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경전철 잡아타고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일년 살고 도망쳐 나온 비교적 신도시에 가깝던 동백 쪽으로 옮겨 갔다. 조성된 얼마 되서 보던 호수공원은 완전 새삥이었는데 벌써 18 전이라 이젠 상권도 공원도 퇴락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에 고장에도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어서 약간 재난 쓸고 지역에 거라 그랬을 수도 있다. 호수며 개천이며 녹은 물이 콸콸 줄줄 흘렀다. 공원 조경수들은 눈의 무게를 견디고 무참히 여기저기 꺾어져 있었다. 무서움… 그래도 사람들은 이제 겨우 녹은 사이로 열심히 공원을 빙빙 돌고 있었다. 딱히 없어서 나도 그저 빙빙 돌다가 보고, 마르고 배고파서 들고다니던 단백질 드링크 하나 마시고 경전철 타고 다시 서울로 왔다.

 


  도시의 벽돌집에, 독서실에 짐을 잔뜩 두고와서 돌아가서 가져와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워 하는 꿈을 오래도록 꿨다. 직접 가서 변한 모습, 변한 모습 보고 오니 이젠 정말 도시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기억도 바래서 흔적 없고 다시 에버랜드 아님 없겠다 싶었다. 순대는 맛있긴 해서 어쩌면 아주 나중에 다시 갈지도...ㅋㅋㅋ

 

 삼일의 여로에서 나는 새로 만난 사람도 없고, 그냥 지나는 사람들을 눈길로 구경이나 하고 장소나 훑어본 였다. 케루악의 소설에서는 히치하이킹 하거나 차에 누굴 태우면서 이런저런 특이한 애들 많이 만나고, 친구들하고도 만났다 헤어지고, 미국 대륙 동서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곳저곳 다닌다. 딱히 목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여기서 저기로 가야지, 하는 것이랑 당장 먹을 고민하는 말고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싸돌아다니는게 지멋대로라 좋기도 하겠다, 한편으론 여자 혼자 저러고 히치하이킹 하기는 무서운 일이겠지, 도로변에서 차에 치여도 그냥 수풀로 던져버리고 아무일 없던 가버려도 없겠지...했다. 요즘의 나는 딱히 없어서 아무데나 걷고 생각나면 보고 아주 곳은 아니고 그냥 가까운데를 그렇게 서성이니 조금 비슷한 걸까…

 

  나름 찬사가 많던 같은데 직접 읽으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냥 계속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물들 끝없이 등장했다 스쳐지나갔다 다시 만났다 하는데 그런 특색 말고는 뭐왜뭐… 인물들 별스럽다 정도지 그렇게 참신하지도 않은 놈들… 우리 돌아가신 외할머니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여서 지금은 아마도 죽었을 같은 40년대 50년대 젊은이들… 그랬구나… 너무 재미없어서 ...나도 며칠 싸돌아다닌 대충 갈겨쓰면 비슷한 느낌나냐? 하고 써봤는데 별로 비슷하다. 너무 착하게 돌아다녔다. 빵도 훔쳤다. 아직 1권만 봤는데 2 보겠나… 너무 재미없어서 덕분에 독후감 달리기 멈칫둠칫하고 있었다.

 

+밑줄 긋기

-문득 내가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와 있음을 깨달았다. 1 3000킬로미터에 걸쳐 대륙 전체를 돌고 끝에 다시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온 것이다. 나는 러시아워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시간에, 길에 익숙해진 순진한 눈으로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푼이라도 벌기 위해 끝없이 서로 으르렁대는 뉴욕의 절대적인 광기와 환상적인 혼잡함을, 미친 꿈을 보았다. 움켜쥐고 낚아채고 건네주고 한숨 쉬고 죽음을 맞아서 결국은 롱아일랜드시티 너머의 끔찍한 공동묘지 도시들 하나에 묻히는 것이다. 마천루로 가득한 이곳, 땅의 동쪽 끝은 미국이 태어난 곳이다. 지하철 앞에 서서 용기 내어 길고 아름다운 담배꽁초를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몸을 구부리려고 때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꽁초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마침내는 뭉개져 버렸다. 집까지 버스비가 없었다. (174)

 

-예전에 카를로 막스와 서로 무릎을 맞대고 의자에 마주 앉아서 이상한 아랍인이 사막을 가로질러 나를 쫓아오는 얘기를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물론 도망쳤지만 보호 도시에 도착하기 직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 사람이 누구야?” 카를로가 물었다. 우리 둘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수의를 입은 자신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가, 누군가가, 어떤 혼령 같은 것이 삶의 사막을 가로질러 우리 모두를 쫓아오고 있었고, 그는 천국에 닿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당연히 죽음일 밖에 없었다. 죽음은 천국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갈망하는 유일한 , 우리로 하여금 한숨짓고 괴로워하고 온갖 종류의 달콤한 오감을 경혐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궁 속에서 경험했고(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재생산될 있는 어떤 잃어버린 희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죽음을 원하겠는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건들 속에서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딘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는 곧바로 그것은 순수한 죽음에 대한 단순한 갈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당연히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고, 역시 그때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203-204)

 

-모든 뒤죽박죽이었고, 모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루실과의 관계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방식대로 살길 원했다. 그녀는 자신을 학대하는 부두 노동자와 살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이혼만 한다면 기꺼이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의 딸아이도 맡을 용의가 있었지만, 이혼하는 필요한 돈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불투명했다. 게다가 루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좋아하고, 모든 뒤죽박죽이고, 별에서 별로 바꿔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별똥별들을 쫓아다니는 나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다. 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가진 혼란스러움 외엔 남에게 있는게 나에겐 없었다.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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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5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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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41201 플로렌스 윌리엄스.


적게 먹고, 쌀 대신 귀리를 먹고, 많이 걷고, 실내자전거를 타고, 아령을 들고, 그렇게 몇 가지만 바꾼 삶을 한 해 보내고 나니 내 몸의 많은 물질들이 외부세계로 달아났다. 체중은 덜 먹으면 44킬로그램 초반, 더 먹으면 45킬로그램 중반, 이렇게 왔다갔다 한다. 10년 전에 입던 옷들을 버릴 건 버리자, 하고 꺼내 입어보니 안 맞았다. 커… 허리둘레를 재 보니 61센티미터가 되었다. 나는 이제 몸무게는 장원영이라고 되도 않는 드립을 쳐서 주위사람들을 언짢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벼운 몸이 마음에 든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모델컷, 헤헤, 자뻑에 빠진다.
모델컷의 비밀은 가슴의 소멸에 있다. 원래도 매우매우 작은 가슴 크기라 속옷이 불필요한데 사회 통념상 어쩔 수 없이 입는다,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젠 가슴절제술 없이 알아서 논바이너리… 엘리엇 페이지 같은 고생 없이 개꿀이다 하는 건 그냥 내가 여성성/남성성 같은 외적으로 판단되는 무엇에 특별히 집착이 없기 때문이겠지...

정작 모성에 관해 돌아보면, 그냥 할 만큼은 했다 싶은 인생이었다. 처음부터 임신 출산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난 그냥 잘 낳을 것 같다? 하는 이상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임신 기간은 평생 진짜 잘 안 먹던 깨작좌에서 오 음식이란 건 맛있구나...하는 기분을 처음 느끼던 시절이었고… 이건 출산과 동시에 소멸되어 그 식욕은 내 것 아닌 내 아이들 것이었던 걸로… 실제로 큰 아이는 병원 걸어들어가서 한 시간 이내에, 작은 아이는 진통 시작되고 삽십 분 이내에(그래서 진통 오자마자 구급차 타고 날아가서 병원 침대 눕자마자 바로…) 낳아버렸다. 왜 자랑할게 황금골반 밖에 없어… 짧게 아프고 덜 고생하면 좋은 거긴 하겠다.

낳는 거 보단 키우는 게 걱정, 이었던게 실제로 맞았다. 아이들의 할머니인 내 엄마나, 아이들에게 다정한 곁의 사람 성향이 아니었으면 내 아이들은 조금 덜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늘 알코올중독과 가정폭력으로 버무려진 배우자 그늘에서 우울하던 엄마는 내게 밥은 잘 해줬지만 정서적 결핍은 채워주지 않았고, 그 그늘 벗어난 노년에는 손주들에게 비교적 너그럽고 다정한 편이다. (그렇지만 맨날 마음 약해져서 젤리랑 사탕이랑 단 음료수를 애들 잔뜩 사줘서 나랑 맨날 싸움…) 양육을 돕는 이들이 있어서 나는 그냥 내 하고 싶은대로 살았다.
첫 아이 가지고 낳았을 때는 너무너무 가난해서 삼개월 출산휴가만 쓰고 바로 복직했다. 그런데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고, 큰아이는 분유를 한 번 먹였다가 밤새도록 멈추지 않고 분수토를 하는 걸 보고 너무 무섭고 질려가지고 이후 분유 먹일 시도를 못했다. 그래서 직장에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휴대용 유축기랑 보냉백과 아이스팩 담아서 공강시간마다 젖을 짰다. 휴게실은 할머니 선생님들이 허리 지지는 온돌방에다 내가 있는 교무실이랑도 멀어서 옆에 특수목적교실 자주 비어 있는 걸 썼는데, 어느 날 주무관님이 마스터키로 따고 들어왔다. 잠깐만요! 소리 질러대도 못들었는지 뭔 일한다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가 질려서 불안해져서 이후로는 옆에 사람들 거의 안 쓰는 화장실 들어가서 메인 현관문 잠그고 젖짜고, 짜다보면 청소할머니도 오고, 동료선생님도 오고, 그랬다. 젖양이 많은 편도 아니라 진짜 하루에 수업 비는 시간마다 내내 가서 젖소놀이를 해야 했다. 그렇게 쥐톨만큼 짜 간 젖으로 아이는 다음날을 살고...뭐 그랬다. 그래서 모유수유가 아이 건강에 어쩌냐 하면 내 아이들은 둘다 소속 반에서 늘 제일 작았고ㅋㅋㅋ 영유아검진하면 저체중 하위 한자리 퍼센트 그랬고 둘다 아토피성피부염 한 번씩 아주 심하게 앓고 낫다 또 심했다 반복...뭐 그렇다. 그냥 내 유전자가 잘디잘고 피부염도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걸로...

작은아이 낳았을 때는 드디어 육아휴직 쓸만큼 형편이 펴가지고 유축 없이 그냥 끼고 젖 먹이면서 지냈다. 돌아보면 행복한 날들이다. 밤새 시도때도 없이 깨서 젖 먹이고 잠이 잘 안 오면 책을 봤다. 이런저런 소설책도 보고 논픽션도 보고 그랬다. 젖이 적어서 두 놈다 노랗게 모유황달이 와서 소아과 의사는 엄청 걱정하고 분유 많이 먹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어느 기간 지나니 젖양이 늘긴 했는지 아이가 뚱실뚱실해지는 때도 아주 잠깐이나마 있었다. 젖을 먹이는 동안 심신도 안정되고 체중도 빠르게 줄었다. 두 아이 다 18개월씩 총 36개월 수유 기간을 가졌고 이후 죽도 잘 먹고 할 무렵 젖을 끊었다. 마지막으로 젖을 먹여본 지 5년은 됐다. 그래서 가슴에 대한 결론은: 정말 편평해도 몸 안에 유선 유관 있으면 호르몬이 저 알아서 애 먹을 걸 만들긴 한다. 저기서 게임하고 재잘대고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증거… 명화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유려한 곡선과 상관 없이 나는 포유류라고, 기능적으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그냥 그렇게 만족하고 산다.

큰아이는 이제 중학생, 사춘기 시절이 되고 2차 성징도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너무 이르게 가슴 발달이 되었다. 만으로 여서일곱살에 가슴이 커졌고, 나는 그냥 그것도 성향이려니, 내 쪽 유전자는 아니고 부계 쪽에서 괜찮은 거 받았나 보다 했는데… 성조숙증은 아이 키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곁의 사람은 많이 걱정을 했다. 그래서 몇 년을 3차병원 성장클리닉 데리고 다니면서 성호르몬 발달 지연하는 주사를 맞추고 다녔다. 나는 그냥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편이라 주사 치료에 찬성하지 않았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곁의 사람이 내내 연차쓰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녔다. 뭐 그렇게 치료 기간 오래 보내고 결국 아이는 여전히 반에서 제일 작고ㅋㅋㅋ 그래도 나한테는 없는 엄청 예쁜 가슴을 갖고 있어서 야 진짜 너 수학도 잘 하고 머리도 좋은데 가슴까지 예쁨 개사기 하면 그냥 헐헐 웃는다. 개빻은 엄마라서 미안해…

가슴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은 이렇게 별로 있지도 않고 있었더라도 지나간 거 같은데, 가슴이야기라니, 책 제목보고 조금 궁금했다. 무슨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묶을 수 있을지.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면서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법 공부하고 또 궁금한 것을 알라치면 관련된 전문가가 어디있든 전세계 곳곳 찾아나서 묻고 다녔다. 과학, 의학적 서적들이 무슨무슨 대학의 어쩌구저쩌구 박사에 따르면- 하고 개략적 소개를 하고 연구 내용이나 주장을 이어나가는데, 저자는 그런 과학자들, 의사들 소개할 때 외모나 말투, 연구나 삶의 배경 같은 걸 간략하게 묘사해 줘서 오, 이런저런 사람들이 요런저런 걸 관심 갖고 디립다 파고 있구나, 하는 생생함이 느껴지는게 이 책의 특색이었다.

저자는 가슴의 미학적이고 성적인 측면에만 매몰된 나머지 그 기능이나 건강에 대해 소홀한 학계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 책 앞부분을 시작한다. 진화심리학 관련 수많은 성선택 가까운 가설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다들 진저리치게 싫어하던데 난 오 제법 그럴싸 한데...하고 그쪽 설명에 납득 잘 하던 편이라 이 명예한남 새끼 어쩔...싶지만 그냥 제 뇌가 자꾸 나 티야 틴데 하는 걸 어쩔 수가 없구요… 저자가 아이를 낳고 수유한 경험과, 가족력인 유방암 영향으로 모유 수유와 유방암 발병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쪽으로 책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 하긴 가슴에 대해 건강 말고 뭘 더 이야기할지… 미학에 관한 건 고전 명화 그리는 새끼들이 열심히 해 놨으니까 우리는 그냥 더 건강할 방법을 궁리하자…

포유류로 진화한 우리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양육 방식이 생존에 여러모로 적합했기에 그렇게 발달해 왔고, 또 가슴은 그런 방식에 알맞도록 생애주기동안 고정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끝없이 변화한다는 걸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산업 사회 이후 우리가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노출되면서, 지방이 주성분인 가슴에 수많은 물질들이 참치뱃살에 농축되듯 축적되고, 이게 모유수유 동안 해소된다는, 즉 엄마는 좀 정화되는데 그게 고스란히 어린 아기한테 전달된다는 사실은 대강은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책에서 자세히 다룬 걸 보니 약간 충격적이긴 했다. 그리고 난 가슴 작으니까 낼모레 검진 때 그 가슴 짜부시키는 유방엑스선 촬영 안 하면 안 되냐...했는데 이 책 한 꼭지에서 남성 유방암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특정 미 해군 기지 출신 남성들이 유해 화학물질 많이 노출된 정황이 있고 그래서 일반적인 인구 통계 확률보다 그 집단 사람들이 발병율도 더 높은 모양이었다. 아...가슴이 작다고 안전하진 않구나… 남자도 걸린대… 게다가 이전 결과지 보면 섬유 조직이 75퍼센트를 넘는 고등도 치밀형 유방이라고 한다… 엑스선으론 잘 관찰도 안 된다고… 디엔에이 검사 이런거도 했었는데 폐암이랑 유방암 정도가 유전적으로 확률상(높진 않지만 그래도 여러 암 중) 걸릴 가능성 있는 암이라고… 초음파라도 해야 하는 걸까… 책을 다 봐도 사실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고 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우리는 유방암에 대해 아직 너무 잘 모르고, 그런데 관련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고, 도처의 화합물들은 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로 신체를 교란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저자는 본인이 알게된 선에서 이것저것 적어 놓고 자기 몸이랑 직접 짠 젖이랑 집안 먼지랑 이런저런 연구소에 보내고 촬영도 하고 검사도 받고 하면서 생각보다 자기 몸에 유해한 화합물이 많은 걸 확인하고 놀라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화재 예방 위해 난연제 사용에 엄격한가 본데, 난연제가 또 교란물질이 될 수 있어서 유럽 같은데는 사용 금지하고, 우리나라도 그런 금지 협약 가입하고, 미국은 비준 거부하고 뭐 그렇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노출될 만한 화학물질 있나...별로 없나...의류나 보습제나 세정제류? 하다보니 오...밤에도 낮에도 끼고 있는 귀마개...미국산 폴리우레탄… 혹시 제 귓구멍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젖을 먹이고 그걸로 사람이 생존하고 또 성장하는 걸 보는건 참 신비하고 뿌듯한 시절이었다. 그런 걸로 본인 쓸모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 나는 못 가졌지만 예쁜 가슴 가진 사람 사진이 미디어에 돌아다니는 걸 보면 또 보고 흐뭇하기도 하다. 이건 남성중심 사회의 학습의 결과인지 그냥 미적 감수성인지 잘 모르겠다. 예뻐지겠다고 보형물 넣고 그러다 부작용 겪는 거 보면 아야야...그렇게까진… 싶기도 하고 흔적기관 만큼도 흔적 안 남은 내 가슴도 가슴이라 불러도 될진 모르겠지만 그거대로 좋은데…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책이긴 했는데 읽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흥미 없었나 보다...그러니까 이렇게 읽기가 더딘 나날을 보냈지 치킨 요리보다 더….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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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는, 서로 주고받는 복잡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 우리 몸을 연결하는 생태적인 행위이다. 젖가슴의 수용성 덕분에 우리는 커다란 진보를 내디뎠다. 우리가 최적의 시기에 사춘기를 맞는 것도 유방의 에스트로겐 민감성 덕분이다. 인류 초기 조상들은 강과 바닷가로 옮겨와 정착했고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서 젖의 영양이 풍부해졌고 뇌가 커졌다. 우린 젖에 특화된 박테리아를 선별해 배양했다. 또 아기를 보호하는 새로운 당과 지방을 만들기 위해 주변세계와 우리 몸에서 분자를 모았다. 우리의 특별한 저단백질 젖은 아기가 천천히 자라게 해 동물가운데 가장 긴 어린시절을 보내게 했고 그 결과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뇌는 꽤 커져 마침내 세계의 생태계를 바꿀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젖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우리의 젖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젖은 더 이상 예전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역설적이면서도 비극적인 것이, 한때는 우리의 진화를 이끌었던 젖이 지금은 독소를 운반해 불임과 뇌 및 신체의 장애를 일으키는데 분명 역할을 함으로써 오히려 진화를 방해하는 것 같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유회사들은 모유를 모방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모유가 분유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주 우울한 상황이다.
2004년 유엔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스톡홀름협약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162개국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화학무기라고 할 수 있는 최악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 21가지에 대한 사용금지 또는 엄격한 제한에 동의했다. 대부분은 농약이지만, PBDE 몇 가지와 PFC, 다이옥신, PCB 등 모유에 들어있는 ‘첨가물’ 목록에서 위쪽을 차지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301-302, 역자주: 한국은 2007년 스톡홀름 협약을 비준했고, 2008년 1월부터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관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건 미국 안 따라하고 유럽 따라가서 다행인 것인가...)

-체온이 40도까지 치솟았고 오른쪽 젖가슴이 빨갛게 달아오른 벽돌 같았다. 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유방염에 걸렸다는데, 유관이 막히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감염이 된 것이다. 난 항생제 처방을, 그것도 빨리 받아야 했다. 난 인류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에 살던 여자들은 응급실도 없었을 텐데 아이가 황달에 걸렸거나 유관이 막히면 어떻게 했을까? 모유수유가 인간의 진화를 도왔을지는 모르지만, 그 이전에 상당수의 엄마들이 ‘유열(milk fever)‘(네? 제가 그랬군요? 화들짝) 이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죽어갔을 것이다.
난 모유수유를 한 첫해에 유방염에 세 번 더 걸렸다. 그럼에도 왜 모유수유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페일린 때문이거나 아이에게 좋은 걸 먹여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당시 고통이 없을 때는 난 모유수유를 정말 좋아했다. 사실 푹 빠져 있었다. 나는 벤과 하루 종일 붙어있고는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물리다보니 새벽 네 시에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정도가 됐다. (나도 기억 나… 사람들이 그 새벽에 그렇게 많이 야식을 시켜먹는다는 것도...오토바이 부르릉 현관 호출 띠리링) 가끔씩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그냥 아들의 반들반들한 살을 보며 감탄하기만 했다. 난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호르몬인 프로락틴과 어느 작가가 “약간의 졸림, 행복감, 통증에 대한 둔감, 아기에 대한 더 큰 애정”을 유발한다고 쓴 호르몬 옥시토신의 상승을 즐겼다. 난 아들과의 게으른 친밀감이 좋았고 저녁 시간이 됐을 때 아이가 기쁨에 헐떡이며 팔을 흔드는 방식이 좋았다. (227-228, 저자의 수유 체험에 관한 글은 과거 회상에 빠지게 하면서 나름 공감되고 그랬지만… 이런 기쁨 잠시라도 누린 건 행운이고 너무 수유가 고통스러워 중도에 놓은 엄마들 마음을 아프게 할 것도 알지만… 나도 그 유관 막혀서 으아아아아 디지게 아프고 돌덩이 된 걸 엄마가 스팀타월로 마사지해서 겨우 뚫어줬던 게 생각났다. 겨우 한 두 번이었는데 내내 그러면 그냥 견디고 하라고는 못하겠어… 개같이 아픔… 이런 저런 양육 비하면 애 낳는 게 제일 쉬워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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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4-12-01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아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주 오래전에 아내가 출산 후에 젖 몸살이 심해서 맛사지 해주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비록 짧은 기간동안 모유 수유를 했었는데 힘들어 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다 커서 처녀가 된 딸 들은 부모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1 22:47   좋아요 0 | URL
제가 엄마 힘든 건 잘 모르겠고 저 힘든 거만 떠올리는 거 보니... 아마도 조금도 못 느낄 가능성도 있다는 슬픈 말씀을 전하며... 그럼 워때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아가들아 ㅎㅎㅎ

유수 2024-12-01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흐 사랑스러운 글도 잘 쓰시고.. 악성 독후감만 쓰시는 건 아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1 22:47   좋아요 1 | URL
내가 수유 쓰면서도 유수 생각에 깜짝깜짝 했으면 이거 병 아닙니까 ㅎㅎ이거 사랑스럽다니 유수님도 병!!!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