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미친 사람아 시험 볼 준비를 해야지 시험 끝나고 볼 책탑 먼저 준비 하고 앉았음 ㅋㅋㅋㅋ그치만 적립금 한 푼 두 푼 모아 9천원 할인 한 번에 지르는 쾌감…못 참죠…중고책 헐값 구매도 못 참아…읽지 않고 사는 사람입니다. (중의적 표현) 


가장 사랑하는 생존 소설가의 장편이랑 가장 사랑하는 생존 시인의 에세이를 샀다. 둘의 공통점은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고, 나는 길 가면서 보는 풀이나 나무는 좋지만 직접 키우고 싶진 않은 독자이다. ㅋㅋㅋㅋ


 팔백작님 나열하는 목록만 구경하다 그래 이 또라이 비트 제너레이션 놈들, 내가 한 번 읽어주마 하고 한 번에 산 건 아니고 야금야금 모아놨다. 나는 왜 또라이들에게 끌리는가…

유수님 읽은 거 따라 읽고 싶어 매운 고추 초콜릿 책도 준비 완료. 자 이제 공부만 하면 되겠다…11월에 만나요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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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4-09-28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버로스와 잭 케루악은 오래전에 구매 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 있네요.
달콤쌉싸름한은- 남미 특유의 끈적 끈적함에 음식 이야기가 미각을 자극해서 재미 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유수 2024-09-29 0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왜 초콜릿이 추천처럼 되었나 ㅋㅋ 혼자 생각해봅니다. 비트 책들 재밌을 거 같아요. 두달만 기다리면 리뷰를 많이 볼 수 있구나 예이!(뭔가 이상하지만 넘어가주세욬ㅋㅋㅋ)

우끼 2024-09-29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키는 재미있었는데 붉은밤의도시들은 할말하않…
11월 무사히 보내고 쓰시는 독후감 기다리며.
반열님은 황인찬을 좋아하신다.. ㅋㅋㅋ
 
[eBook] 보리피리 - 범우문고 273 범우문고 273
한하운 지음 / 범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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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한하운.
 
 
 피-ㄹ 닐니리 하는 피리 소리 슬픈 시가 국어 문제 풀다가 나왔다. 엄마가 아주 오래 전에 문둥병 시인, 하고 한하운을 언급하던 것도 생각나고. 그래서 전자책으로 시집을 사 보았다. 나온지 70년이나 된 시집이었다. 치료가 어렵던 시절에는 낫는 줄 모르고 그저 옮을 게 두려워, 병으로 인한 증상이 가시적으로 무서워 사람들은 한센병 환자들을 배척하고 차별하고 국가 주도로 가둬두기 까지 했다. 시인은 병이 나은 뒤로 한센병 환자들의 권익을 위한 이런저런 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질환에 대한 공포가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억압과 차별까지 닿는 장면을 나는 생생하게 보았다. 한센병이 아니라 무엇이든 괴물이 될 수 있다. 안 걸린 개인들 뿐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한답시고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뭐 그렇다. 그렇지만 누구나 병이 들 수 있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이 가는 차별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롤즈식 사회 정의론은 정책 결정이나 여론 형성에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내가 몸 담은 사회는 그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소수는 죽어라 할 때가 많다…
 
 70년 전 오래된 시다 보니 서양인 여자 일컬어 양녀, 하면서 이런저런 외모 묘사하고는 뭔 계집, 이러는 빻은 시도 있고, 한자어를 잔뜩 발라놔서 현학적이다 싶은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들은 서러움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말들이 담겨 있었다. 서러운 삶은 가고 시는 남았다. 우리가 유한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글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어도 남을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쓰는 동안엔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밑줄 긋기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먼 전라도 길.
(‘전라도길-소록도로 가는 길’ 중)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오.
(‘봄’ 중)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손가락 한마디’ 전문)
 
-썩은 육체 언저리에
네 헒과 균菌과 비悲와 애哀와 애愛를 엮어
뗏목처럼 창공으로 흘려보고파진다.
(‘하운’ 중)


어린이 책에도 한하운 시가 실려 있어서 반가웠지. 그래서 따라 써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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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9-11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러운 삶이 가야 시가 남는다.
열반인님이 밑줄긋기 해준 시를 보면
시인이 마치 ‘자신의 서러운 삶‘을 떨어져 지켜보는 것 같아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가장 취약한 자가 때론 가장 강하는 말에 걸맞는 시집인 듯 합니다. 담아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12 07:50   좋아요 2 | URL
약간 객관화할 만큼은 지나야 시든 소설이든 읽어줄 만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ㅎㅎㅎ
서른은 지났으니 더는 서러워 말고 마흔이라고 말아먹지 말고 씩씩하게 잘 지내야 겠습니다 ㅋㅋㅋ 좋은 나날 보내세요 청아님!!!!

유수 2024-09-11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그어준 부분 너무 좋아요. 역시. 조만간 따라 사겠군요 너란 범우문고 ebook
(이북 잘 안사다가 이번에 몇권 살 일 있어서..저번 이북 꿀팁 잘 따라하고 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12 07:51   좋아요 1 | URL
우왕 근데 나중에 팔백작님이 3년 전 밑줄 그어 둔 시 보니 똑같더라고요 ㅋㅋ저게 전자책 2천원어치의 다 일수도? ㅋㅋㅋㅋ
이북 내가 팁 방출하고나서 이제 만원 이상 사야 쓸 수 있는 천원 적립금만 줘요 ㅋㅋㅋㅋㅋ짠돌이 자본주의…
 

나도 글 쓸 때 어지간히 부사를 처바르는 인간이긴 하지만, 서문 읽는 순간 느꼈다. 정말 부사를 빼놓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아…저자 약력(?)만 건네 듣고 문장 하나 제대로 안 보고 (아아 왜 이번엔 미리 보기를 이용하지 않았는가) 충동구매에 가깝게 들인 신간인데, 아마 끝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세 문장 연달아 당장, 당장, 당장 이렇게 중복된 부사를 활용하고(그렇게 같은 어휘를 이어진 문장마다 복사붙여넣기 하듯 반복하는 방식의 서술이 너무 잦다), 온 문장에 액센트를 찍은 듯 온갖 데 힘을 주는데 그럴 만한 부분은 또 아니고, 한 문장이면 될 걸 길게도 쓰는 구나…그게 글이겠지만 그렇게 병렬하고 하나 더 가져와도 기대되는 효과 없는 비슷한 예시와 거의 변주되지 않은 비슷한 문장을 나열해 페이지를 채우는 글쓰기는 나랑 맞지 않다. 나보다 무언가 더 갖고 있겠지만, 그게 궁금해서 알려고 시도했지만, 몇십페이지 못 넘기고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진짜 글 이렇게 써서 팔아도 되는 거냐…내가 이상한 거냐… 내 문장도 구리지만 돈 주고 사는 문장은 최소한은 갖췄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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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9-07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사??? (전혀 못느낌!!) 반반님 착한 글 싫어요! 노선 때문에 흘겨보는 거 아녜요?ㅋㅋㅋ 이시대의 정상성을 갈망하는 한녀에겐 희망적인 유니콘 남의 찐 메시지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4   좋아요 2 | URL
오ㅡ 이걸로 희망을 안겼다면 혹세무민이여…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ㅋㅋㅋ못 참고 징벌적 판매하러 알라딘 서울대입구까지 이십분 걸어나가서 팔고 방금 들어옴 ㅋㅋㅋ미안해요 ㅋㅋㅋㅋ 옆에 있었으면 그 유니콘 내가 때려줬을 거임… 똑바로 써라잉…

공쟝쟝 2024-09-07 2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유니콘 은 없지만 환상까지 폐기하면 적적하다!! ㅋㅋㅋㅋ 징벌적 판매! …!! 반반의 회복적 읽기를 위해 사드를 허하라!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6   좋아요 2 | URL
아니 제일 빡치는게 이분(욕으로 쓸 뻔) 시간으로 쌓은 귀한 뭔가를 말하는데 나 진짜 책 사는 값보다 시간이 귀해서 엄청 골라 봐야하는데 큰맘 먹고 기대하고 폈는데 저한테는 내 다른 책 볼 시간 내놔라 이러고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어가지고…미안해요 애정하는 작가 막 까가지고…내가 푸코 깔까 봐 걱정되서 푸코를 안 보잖아…

공쟝쟝 2024-09-07 22:25   좋아요 3 | URL
그러게 급박하게 구매 갈기더라 ㅋㅋㅋ 제게 책 고르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책을 안읽는 제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야해요. 특히 자계서… 많이보거든요… 친구지인들이… 사실 정희진샘도 장벽 엄청 높은데… 대중 지지도가 있는 저자들이 시의 적절하게 주류담론에 개입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불친절 하지 않게 문제 제기하기로는 정지우작가 만한사람이 없고, (저 역시 근지럽다고 여러번 썼지만) 이번 책 역시 그런 저의 수요에 응한 고마운 책입니다. 즉, 고인물 알라딘 서재에서는 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읽는 책 ???

푸코 까든 말든 상관 없어요! (푸코 까는 1인자 데리다 같이 읽으려는 나 ㅋㅋㅋ) 제가 필요한 시기에 나타난 필요한 질문과 관점을 준 저자고요… 아직 다 이해 못해서 계속 사랑하는 중…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28   좋아요 1 | URL
자기계발서를 내가 너무 못 읽어 봤는가 자기계발서 맞습니까?!?!?! 구매 갈겼다 표현이 적절한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쟝쟝님께 뭔가를 선사했다면 그래도 용도가 있는 책이지 싶습니다. 깔까 봐 안 읽는다는 건 농담이고 ㅋㅋㅋ 저에겐 철학적 논리적 사고를 따라갈 능력이 없읍니다… 세상과 담쌓아 주류담론 이런 것과 너무 동떨어진지 오래라 (내 대가리가 꽃밭도 아니고 텅빔 ㅋㅋㅋ) 공허하게 읽혔나 봅니다.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주류담론이어…

공쟝쟝 2024-09-07 22:38   좋아요 2 | URL
네… 주류.. 담론이라고 말하니까 웅장하네여ㅋㅋ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내 세계 안에서의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 그들이 바라는 적정한 행복을 중단시키는 불안한 말들. 거기에 개입하는 책들이 좀 더 팔리길 바라는 마음.예요… 자계서 1위, 책들 사실 엉망… (신종 뇌과학으로 성공팔이피플 유튜버들이 다 먹음)이더라고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나 다 읽은 인공지능책도 그렇고 ㅋㅋㅋ 암튼 그런 맘 ㅋㅋㅋ 이었는데 어쩌다 잘못갔나 ㅋㅋ사드후작 와그작 반님한테는ㅋㅋ 미안하게됐어요 ㅋㅋ 그래도 한권 팔았다 ㅋㅋㅋ

Falstaff 2024-09-07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동구매 맞는구먼요. 본문도 아니고 프롤로그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문학적이지도 않고 법학적이지도 않은 문장을 써서 책을 내는 사람이군요. 살면서 참 궁금한 것이 있답니다. 책을 내면 그게 평생의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세월이 지나서 지우고 싶어도 결코 지워지지도 않는 흉처럼 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그것, 평생 부끄러울 수 있을 가능성을 넘어선다? 그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윽, 수입산 참조기에 쐬주 한 잔에 취했나 봅니다. 별 얘기를 다 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7   좋아요 2 | URL
팔백작님 책 후진 거 내는 거보다 저는 자기 돈 내서 책 찍어내는 게 조금 더 부끄러운 거 같긴 한데 또 그렇게 하고 싶음 자본주의 사회ㅡ돈으로 되면 해야지 나만 안 사보면 되지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 책은 아니고 후진 음반이지만 내고 나면 나중에 썰 풀고 음반 냈는데 망했어요 데뷔와 동시에 은퇴ㅋㅋ하고 자학 개그용으로 써 먹을 용도가 생기는 건 좋답니다. 뛰어나가서 팔아다가 소나티네 교본으로 바꿔서 엄마 피아노치시라고 효도하고 왔습니다 ㅋㅋㅋㅋ

건수하 2024-09-07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서문 읽어봤어요. 자기계발서라고 분류되어 있긴 한데… ‘무엇보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성공’ 그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에서 판단 완료해버렸어요. 아니라고 하지만 서문 안에서도 계속 내용이 순환되는 느낌 @.@
서문을 잘 못 썼나;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4   좋아요 2 | URL
그래서 본문까지 참고 진행해 봤는데 동어반복 동어반복 동동동도로동어반반복 저한테는 그렇게 밖에 읽히지 않았습니다…그래서 팔았읍니다… 뭐 모두에게 좋을 순 없는 것… 팔아버린 내 책 누군가에게는 할인가에 빛이 되길… ㅋㅋㅋㅋ
 
고갱 : 타히티의 춤추는 여인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4
수잔나 파르취.로즈마리 차허 지음, 노성두 옮김 / 다림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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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수잔나 파르취, 로즈마리 차허 . 노성두 옮김.

 

 어쩌다가 친구랑 고갱이 이야기를 시작이었다. 국어 사전을 찾아 보면 이렇게 나온다.

 

 고갱이

  1.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

 

 주로 배추 꼬랑지 배추 꼬랭이 하는 부분이 사실은 배추 고갱이었다. 말이 언제부턴가 왠지 좋아가지고 삶의 고갱이, 이런 식으로 뭔가의 정수이면서 야들야들할 같은 코어를 일컬을 자주 써먹었다. 하여간에 가장 최근에 고갱이 이야기가 나온 결국 무슨 맥락이었는지 까먹었지만… 집에서 해가 져서 어두운 시간 조명을 노란불로 바꾸려고 스탠드 전등 근처로 가다가 거기 가까운 책꽂이에 꽂힌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고갱, 고갱이래.

 

 얇지만 이거저거 다룬 어린이책이나 청소년책을 제법 좋아해서 언제 읽을진 모르지만 언젠간 읽을 거야, 하고 일단 썩히면 아까우니 먼저 읽어, 하고 초등학생이던 큰어린이에게 덥썩덥썩 중고로 책을 많이도 줬었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읽었는지는 집요하게 확인하지 않아서 수가 없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큰어린이는 자기만의 세계가 생겨서 거기서 유영하느라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그건 슬프지만… 어린이가 중학교 가면서 어린이 방의 어린이용 책들을 빼다 바깥 옮기고, 중고딩이 읽으면 좋겠다 책들을 나름 엄선해서 가까이 놓아줬다. 여태 읽은 나랑 어릴 영화로  원작 ‘마션’ 밖에 없는 같지만...마크 와트니의 초긍정 생존 모드는 배울만 거니까 뭐 재밌으면 됐다…

 

 여튼 그렇게 밖으로 방출된 고갱에 관한 어린이책을 발굴한 김에 읽게 되었다. 표지에 춤추는 그림이 재미있었다. 왠지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어른이 흉내내어 그린 기분이었지만… 고갱에 대해 잘은 몰라서 그냥 버리고 원시 남아 있는 섬에 가서 그림 그리던 아저씨, 그림이 엄청 강렬한 아저씨, 정도만 알았다. 이참에 알면 좋지 하고 얇은 건데도 시간을 내서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보았다. 그림을 따라가며 여기저기 뜯어보기 하는 보여줘서 좋았다. 어린이가 직접해 있는 그리기, 조형, 판화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소개해주는 것도, 내가 어려서 책을 봤다면 가지 따라하고 좋아요 했겠다.

 

 고갱은 선원으로 일하다, 은행에 취직했다, 보험회사 다니다 때려치우고 그림 그릴 거야! 하고 가족 두고 아주 멀리 섬나라로 떠나 버렸다. 그리고 ...하는데 병이 들어 죽었다. 해서 어… 벌써 끝나… 하긴 이렇게나 그려 놓고 갔으면 짧아도 짧은 삶은 아니었겠다. 고갱이 묻혔다는 히바오아 섬은 나도 있다. 십수년 전 곁의 사람이랑 온라인 대항해시대에서 퀘스트하러 갔었어… 거기서 머리에 꽂고 놀았었지…

 

 독일 사람들이 책이지만 번역가가 최대한 한국화해서 표현도, 그림 사례도 우리 나라 많이 가져다 써서 나름 3저자 아니냐...하고 독후감 번역가는 적어 놓는데 같이 챙겨 놓았다. ‘하지만 곶감 빼먹듯 꺼내 쓰던 돈은 금세 바닥이 나고,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는 처지가 되었어.’ 이런 표현...독일에는 곶감 없겠지… 문장만 옮겨도 예술가 가족의 힘든 삶이 마구 느껴지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록 그림은우파우파’였다. 제가 우파인 아니고요… 그림을 절단하듯 가로 아니 세로지르는무에 주목하게 설명해주고, 모닥불의 윤곽을 다음장에 첨부한 고흐 삼나무 그림과 연결지어 보게 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나는 저렇게 성질머리 더러운 아저씨끼리 잠시나마 같이 작업실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워…

 

 어려서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 그냥 너무 무서웠. 발가벗고 역동적으로 마냥 빙글빙글 도는 같은 그림이 너무 무서워… 밤에 눈을 감아도 발가벗고 손잡고 도는 사람들이 어른거렸다. 그런데 책에서 색채랑 구도랑 상상되는 상황이랑 주절주절 풀어 놓은거 뜯어보니 그렇게 무서울 그림도 아니었는데. 어린 나한테 옆에서 조잘대면서 그런 내러티브 붙여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서워 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책에는 이렇게 고갱 말고도 고갱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은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이 여럿 실려 있다. 춤은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춤을 그린 그림은 움직이는 중인데 그걸 고정해 놓고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그려 놓은게 신기하다 싶었다. 세상은 신기한 투성이이고 아직도 신기한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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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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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아고타 크리스토프.

적어도 13년 동안은 여름휴가를 가 본 적이 없었다. 너무 더운데 너무 비싼 값을 들여 땀과 지친 몸을 사고 싶지 않았다. 여행은 주로 (방정환 선생님이나 부처님 덕분인) 5월 연휴나 추석 연휴, 겨울 중에 이루어졌고 그나마도 드문일이었다. 코로나 시절 2년에 붙여 수험생 모드 3년차까지 더해지니 이젠 멀리 가는 수고 자체가 겁이 나는 사람이 되었다. 덩달아 칩거 사람된 어린이들아 미안…

큰 각오 끝에 자리를 옮겼다 돌아오는 사람이라, 그런데 또 대중교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뚜벅이들이라 장소 이동과 시간 계획과 사전조사에 미리 많이 고민하는 편이었다. 이거저거 다 정해두고 최대한 돈 안쓰는데 골몰하고 많이 걷는 건 개의치 않는 편 ㅋㅋㅋ매 끼니에 식비 안 들이는 편ㅋㅋㅋ 그런 내가 살던 중 계획도 거의 안 하고 내기준으로 비싼 밥도 먹고 그런 휴가를 보내고 왔다. 곁의 사람 회사에서 성수기 반값 정도에 인천의 호텔 예약을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고, 해당 일자 경쟁 많으면 갈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했고, 수험생인 나는 일박이일이라도 수능 백일도 안남은 무렵 공부를 놓는게 겁이 나서 대놓고 ‘제발 안 됐으면!’ 외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육대일의 경쟁률에 안 될 수도 있겠네, 하던게 되어 버려서, 할인이라면서 뭐 이리 비싸, 투덜대면서도 (나중에 찾아보니 할인 안 받았으면 진짜 비싼 시기더라…그런 장소더라…) 어린이들 놀릴 생각한 다정함 생각하며 그래…이번엔 가서 툴툴도 버럭도 최대한 자제하자…이러고 출발했다.

지하철로 오갈 수 있는 목적지라 좋았고, 첫날 둘째날 두번 수영하면서 어린이들은 새까맣게 타고도 즐거워했고, 그런데 큰어린이는 날더러 이번엔 엄마도 즐거워보여, 했다. 내가 구명조끼가 뒤집혀 균형을 잃고 어푸어푸거리니까 이녀석들 깔깔 좋아했다. (대대로 패륜아들) 큰어린이는 통크게 제일 비싼 우나기덮밥을 시켜서는 하나 안남기고 싹 잘 먹었고, 작은 어린이도 특별히 보채지도 않고 주면 잘 먹고 놀래면 잘 놀고 걷재면 또 걷고, 해가 뜨겁긴 해도 멀리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나 사는 도시보다는 덜 더운 기분이었다. 색다른 체험을 위해 제법 큰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구경도 하고 생각도 해보고 내가 지금 그 비슷한 걸 하는가 또 생각에 생각도 하고. 진짜 바다를 가까이서 본 적 없는 작은어린이를 위해 뻘밭에 더 가까운 서해 바다 해수욕장까지 삼십분 남짓 버스를 타고 아주 잠시 다녀왔다. 그 짧은 사이에도 모래밭에 발이 빠져 축축 엉망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 고생은 했지만. 망고빙수 안 사주는 대신 쮸쮸바는 오십개 사줄게, (실제론 두 개 밖에 안 사줘서 이제 집 가는 길에 하나 더 사줄 예정) 더운 길을 걸을 땐 다같이 아이스바나 쮸쮸바 빨면서 묵묵 바다도 보고 갈매기도 보고 그런데 진짜 바다는 쾌적한 리조트랑 달라 오래 머물 곳은 아니네, 하면서 금세 집 가는 지하철 탈 수 있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그리고 휴가 때 책쟁이가 그동안 못 본 책 하나라도 봐야 진짜 휴가지, 그럼 가장 얇고 짧고 그런데도 보고 나면 안 빡칠 거, 그냥 제일 가벼운 거, 처음엔 얇길래 앙팡떼리블(미쳤네) 가방에 넣었다가 치우고 다시 책꽂이를 살피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단편집을 집어 들고 가볍고 작고 좋다, 했다.

출발해서 공항철도 탄 중에 작가 소개 펼치고 어린이들한테 읽어주었다. 35년도에 태어나서 누나가 태어나던 해에 죽었대. 그럼 엄마가 태어난 해에는요? 살아있었지. 뭐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가는 길에 조금 읽고, 자기 전에 또 읽고, 이상하게 어딜 여행가든 전날부터 잘 못 잠들고 가서도 못 잠들고 또 이튿날은 일찍 깨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큰어린이는 자고 싶은 눈치인데도 같은 침대 누워서 무척 좋아하는 선생님을 줄넘기로 죽여버리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는 위대한 작가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내가 일단 나의 책을, 나의 소설을 쓰기만 하면……. 내가 공무원직과 또…뭘 버렸더라?’(’작가‘ 중, 45) 이런 부분을 소리내어 읽어주며 미친놈인가? 아니 얘 나인가? 하기도 하고. “당신들은 버릇이 없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고. 왜냐고? 당신들은 거짓말을 하고, 친절한 척하고! 내가 크면, 당신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아이‘ 중, 50) 같은 패륜아 부분도 읽어주다 드디어 졸음이 와서 열두시반 넘어 불을 껐다. 그러고는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 큰어린이 덕에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책상에 앉으니 해가 떠서 그런데 비행기가 왜 내 눈높이로 날지? 하고 그걸 보는게 또 좋았다.

돌아오는 공항철도에서 책을 마저 다 읽고 오, 이번엔 하여간에 책 선택마저 찰떡이었다, 이제 다시 공부해야지…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깨알같이 독후감도 쓰고 큰어린이 너는 이제 세시반에 신도림을 지나고 있으니 네시반에 수학학원(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니기 시작…)에 가세요… 엄마처럼 뒤늦게 수학 한다고 고생하지 말고 중1부터 다니는 학원이니 하여간에 놀러 갔다와서도 자연스럽게 가라고 등떠밀기 전 지하철역 내리면 쮸쮸바 사줄게 그거 물고 집까지 걸어가자…

+밑줄 긋기
-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몹시 지친 상태일 것이다. 어떤 침대든 간에 아무튼 침대 위에서 잠이 들 것이다. 구름이 떠가듯이 커튼이 바람에 나부끼는 방에서.
그런 식으로 세월은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악몽 같던 내 인생의 장면들이 눈에 선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것들로 인해 아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늙고 혼자이지만 내 집에 있으니 행복할 것이다. (’나의 집에서‘ 중.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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