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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 2023 브라게문학상 수상작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평점 :

강열한 첫문장으로 시작한다. 생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는 새벽 5시 15분이다. 일상의 사소한 습관들을 어김없이 그는 시작하고 자신의 매트리스를 불태우는 의식을 한다. 매트리스가 간직한 그의 지난날들도 빠짐없이 열거되면서 그의 사랑과 가족, 직업, 그가 기억한 것들이 전해지는 소설이다.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7
생의 마지막 순간은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소설에도 자신의 삶의 마지막 날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인물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아쉬움 없이 사랑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닐스라는 68세 주인공의 직업은 페리 선장이다. 15살 나이에 이미 배를 운행할 정도로 바다를 배운 인물이다. 학업 실력이 뛰어났지만 그는 아버지가 하였던 일을 이어서 배의 선장이 된다. 자신의 배, 자신의 집을 팔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배를 운행하면서 살아온 인물이다. 섬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부자들의 별장이 되는 주변의 땅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은 끝까지 집을 팔지 않았던 사람이다.
벌었던 돈을 모두 사용해도 넉넉하지 않았던 삶이었다. 많은 돈을 벌지 못했고 넉넉하지 않았던 섬의 선장이었다. 다리가 생기면서 그의 생계는 더욱 위협을 받고 잊히는 사람, 지워진 얼굴이 되었어도 그는 자신의 일을 고수하면서 살았던 바닷사람이다. 그가 뚫어지게 관찰하고 살피는 것은 하늘, 바다, 새의 움직임이며 바다의 고요가 정말 두려운 것임을 알았던 인물이다.
아내를 보고 반해서 찾아다녔던 사연만큼 아내가 그에게 보여준 사랑도 멋졌다는 것을 들려준다. 그들의 솔직한 사랑과 아내가 두 딸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한 일을 그는 자랑스러워한다. 아내와 두 딸의 행진에 난처해진 목사와 시장, 지방의원들이 행진을 멈추게 하기 위해 닐스를 해고하면서 섬사람들은 일요일 교회에 전원 참석하지 않는 일로 대항한 사건도 기억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군인은 돌아가라는 행진 문구가 집권한 자들에게는 거슬리는 움직임이었음을 들려준다.
웅장하게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발전을 완성하는 과정에 사라지고 얼굴조차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땀과 노고, 때로는 산업현장의 수많은 죽음이 있다는 것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직업이 사라지는 위기와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것도 작가는 엄중하게 짚어낸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폭풍에 희생되고 사라진 사람들 중에 오늘이 마지막 날인 닐스도 한 명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더 원하지 않는 사람. 당신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에요. 125
넉넉한 삶이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집을 팔지 않으면서 바다와 배를 사랑한 사람이다. 가진 것 외에는 아무것도 더 원하지 않는 사람이며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닐스였음을 엄중하게 짚어낸다. 해외여행, 자동차 등으로 가지지 않은 것을 더 갈급하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자신이 있는 곳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도록 빛을 비추어준 소설이다.
현재 가진 것에 행복을 느끼며 만족하고 아내와 두 딸을 사랑했던 사람이다. 그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에는 삶이 존재한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소설은 질문까지 무수히 던진다. 삶의 마지막 날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게 될지 생각하게 한다.
닐스가 제일 마지막에 기억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배에 태우는 인물과의 만남도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작품이다. 닐스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웅장하고 빼곡한 삶과 이야기로 가득했다는 것에 감동을 받으면서 지금 우리의 삶에도 열정과 사랑, 행복을 어떤 질감으로 기억하게 될지 돌아보게 된다. 매끄럽게 흘러가는 문장과 평범한 소시민의 삶에서도 우리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아내의 투병과 죽음 이후 헛헛한 심정까지도 두 딸을 향하는 발길과 마음을 통해서 전한다.
조산사인 카리의 마지막 날을 위해 그녀가 준비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텅 비워진 집안, 불태우는 그녀의 삶의 흔적들, 태어남을 지켜보았을 카리의 수많은 생애와 닐스 배의 승객이었던 여인들이 출산하거나 낙태하기 위해 이동했다는 것도 결코 가볍게 지나치지 않는 장면으로 남는다. 태어남과 죽음, 그리고 생애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이었음을 알게 된다. 찰나였을 삶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무엇을 관찰하고 사랑하고 있으며 무엇에 행복을 느끼고 불행을 더 깊게 조우하는지 질문을 던진 소설이다. 마지막 날이 오늘이라는 마음으로 행복을 마음껏 누리며 살게 해주는 작품이다.
사진사가 말하는 것에 닐스가 대항하는 답변이 멋졌던 소설이다. 우리는 개새끼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소유할 수 없다는 닐스의 항변에 박수를 보냈던 명장면이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움직임에 누군가는 노예의 삶과 생각없는 행동을 머뭇거림이 행하지만 닐스와 같은 누군가는 생각하고 추앙하지 않고 소유당하지 않는 자립적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소설의 닐스를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당신이 우유를 원한다면 ... 그 모든 빌어먹을 것들을 전부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는 개새끼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닐스가 말했다. 197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 P7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더 원하지 않는 사람. 당신은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는 부류의 사람이에요. - P125
당신이 우유를 원한다면 ... 그 모든 빌어먹을 것들을 전부 받아들여야 해요... 우리는 개새끼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를 소유할 수 없습니다. 닐스가 말했다. - P197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바람과 바다와 땅, 미움과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던데 감사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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