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수어사이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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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첫 문장과 첫 문단, 첫 장을 읽고 압도되었다. 작가가 궁금해졌던 이유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작가의 소설에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자매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모든 자매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왜 자매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이 자매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인지 화자인 다수의 불특정 소년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자살은 13살 서실리아에서 시작되고 마지막은 메리의 차례라고 말한다. 하루살이 죽음과 생애를 언급하면서 하루살이의 태어남과 번식과 죽음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하루살이는 뭘 먹을 필요도 없이 죽는다는 것을 자매들의 생애와도 연관성을 짓게 된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삶이라는 여정들을 자매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빼앗긴다. 어머니의 종교적 가치관은 신을 향한 진실이었는지 뒤룩뒤룩 살찌 팔과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여왕처럼 냉랭하게 구는 자매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단서를 찾게 된다. 일요일 성당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고급 핸드백은 신을 향한 믿음이었는지 질문하게 된다.

무채색인 부모와 눈부신 다섯 딸이라고 소년들은 묘사한다. 자매들이 자살한 그 시절에 소년들이었던 다수의 인물들은 이제는 중년이 되었다. 그들이 지금도 자매들이 자살한 이유를 찾고자 단서 같은 퍼즐들을 무수히 수집하고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이들이 응집한 사실에서 사회적 모순들이 무수히 발견된다. 주변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매들을 대했던 시선들, 자매들을 기억하는 행위의 모순, 언론의 선별적인 태도와 무차별적인 언론의 이기심들이 자매들을 이차적인 폭력 가해자로 자매들의 삶에 큰 획을 긋는다.

잘려나가는 느릅나무를 동네 사람들은 방관하지만 자매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달려든다. 서실리아가 자살하는 사건을 사회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중요해진다. 상담과 치료라는 과정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억지를 부리는지 소설은 고발한다. 사회가 내놓은 수많은 자살의 이유들은 자매들의 진실과는 어긋나는 분위기이다. 자매들이 선택한 자살은 그 집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음을 소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자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타인에 의해 박탈당하는 것의 결과는 참혹할 뿐이다. 버튼을 누가 언제 누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각한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왜 자신들의 딸이 죽음을 선택했는지 이해조차도 하지 못한다. 자녀들이 왜 자살을 했는지 공감하지 못하였던 무채색의 부모를 소설에서 만나면서 그들이 유유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사라졌는데 그들은 자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로가 부여잡고 있는 종교적 삶과 부부의 사랑은 종교가 말하는 선함이었는지 소설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딸들을 옥죄고 간섭하면서 통제하는 가정에서는 종교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자유가 없는 억압만이 남을 뿐이다. 자유와 사랑은 공존하면서 살아야 종교적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청교도적인 종교적 성향에 희생된 자매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유일한 자살뿐이었음을 고발하지만 사회는 자매들의 진실한 마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사회의 관심은 무관심으로 일관되었고 자매들은 외면당하면서 스스로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남은 자매들이 자살한 날과 도움을 요청한 신호들에 반응한 소년들이 중년이 되어 퍼즐을 맞추면서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남은 자매들의 장례식에는 부모만이 참석한다. 장례문화와 관의 모습들로 재력을 과시하는 미국 사회도 여실히 묘사된다. 파업과 대기질이 오염된 도시의 공기, 위축된 자동차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의 삶까지도 소설은 조명한다. 삶을 어떻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이 소설에서도 찾게 된다. 종교와 신앙을 향하는 자세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종교와 성당, 신부가 존재하였지만 누구도 자매들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목도하게 된다. <미쓰백> 영화와 <아저씨>영화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허수아비 같은 사회적 시스템의 오류와 오작동들을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꼬집는다. 단 한 사람이 되어 사랑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15


구급차. 구급 요원. 장의사에 불과 49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25

뒤룩뒤룩 살찐 팔,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성당. 일요일. 여왕처럼 냉랭하게 굴었다. 고급 핸드백 - P17

딸들을 사랑했고... 소중한 존재였지만, 그는 아들 생각이 간절했다. - P35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 P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 P15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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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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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르 몽스트르』, 『문맹』, 『어제』, 『아무튼』 책들의 저자이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잘못 걸려온 전화>단편소설들을 읽으며 작품들이 쏟아낸 강하고 서늘한 기운들에 정신이 번쩍거린다. 도시의 냉정함을 작가는 응시한다. 화려한 불빛, 높은 건물들을 추앙하기보다 내면에 움추리고 있는 냉정한 도시의 진실을 소설로 전달하는 『』이라는 소설이 있다.

아이』소설도 인상적이다. 인디언 총을 가지고 싶다는 아이에게 진짜 총을 가진 아버지가 총이 아닌 팽이를 사주면서 아이가 인도 가장자리에 앉아서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어른들을 향해 지르는 말에는 폭력성이 다분하다. 어른들은 거짓말쟁이며 친절한 척 한다면서 아이는 분노를 감추지를 못한다. 아이는 자신이 크면 어른들을 다 죽여 버릴 거라고 외친다. 그 아이가 낯설지가 않아서 더욱 섬뜩하고도 기괴한 기분을 감추기가 어려웠던 작품이다. 사람을 죽이는 살상무기인 총을 아버지는 가지고 있는 집에서 총을 가진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고스란히 폭력성을 감추지 않는다. 결국 폭력성은 아이에게도 내제되는 정당한 폭력이며 무기가 된다. 더불어 다 죽이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도 거침없이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강하게 전해진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더불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다르지 않는 질문이다. 총이라는 무기, 권력을 손에 쥐고 살아가는 삶은 폭력을 암시하는 삶을 의미하면서 아이도 거침없이 부모가 가진 총을 가지지 못한 분노를 폭력으로 분출하게 된다.

노년의 얼굴을 관찰하는 시간은 꽤 의미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자글자글한 손, 주름이 잡힌 얼굴, 희긋한 백발의 머리이지만 온유하고 느긋한 노녀의 자태는 그들의 삶의 향기를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백발을 덧칠하는 염색, 주사로 주름살을 감추는 시술보다는 나이듦의 아름다움과 성숙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살리고 살려지는 이들도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다. 이 흐름을 무시하면 안된다.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 살려지는 사람이 되도록 자연을 닮은 세상이 되도록 끊임없이 무엇을 응시하고 관찰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소설들이다.

도끼』소설에서도 아내의 손에 있는 도끼는 남편을 죽이는 살상의 무기가 된다. 왜 아내의 손에 도끼가 있어야 했는지도 살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남편이 죽어서 아주 홀가부하다는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전해지는 작품이다. 아주 오래된 짐을 내려놓는 아내는 그동안 어떤 부부였는지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서로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는 아주 홀가분했어요.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었거든요. 아주 오래 전부터 짊어지고 있던...... 13 _도끼

폭력과 권력으로 무장하면서 거침없이 쏟아내는 피로함보다는 비폭력과 무위의 삶을 살아온 그들의 삶이 더 아름답고 경이로워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도 고찰한다. 작가가 단편소설에 인물들을 등장시킨 이유와 사건들을 접목하게 된다. 독자들의 손에 쥔 것이 땀과 노동인지, 정의롭지 않은 폭력적인 것들인지는 자문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나의 집으로』 소설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현실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존재한 적도 없는 나의 집, 기억속에서 너무 멀리 있는 집,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는 집이라고 한다. 노동자로 살았던 작가가 집필한 시간과 공간들을 떠올리면서 읽었던 책이다.

집이 지닌 의미와 대도시에 살아가는 빈민촌에 대해서도 이야기되는 작품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도 모르고 언제 부자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빈민촌의 가난에 대해서도 응시한 작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가난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무지와 가난을 이겨내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방법이지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사회적 제도의 결함도 문제이지만 자구적 노력도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소설이 응축하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들을 감지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던 소설들이다.




대도시의 차가운 불빛은 아름답지만 냉정했다. 그것들을 사랑할 엄두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 P57

당신들은 거짓말하고, 친절한 척하고! 내가 크면 당신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 P50

이것이 이승인가, 저승인가? 나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 번도 가져 본 적이 없거나, 있어도 기억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나만의 집으로. 사실 나의 집이란 존재한 적이 없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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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미학 -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동시대 예술, 철학의 아홉 가지 시선
한선아 지음 / 미술문화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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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르게 죽는다는 간결한 문장이 심오하다. 관철되는 다른 죽음들은 어떤 의미를 함축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내용이다. 인간의 삶을 요약하면 두 가지 질문으로 나누어진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 독자들에게도 던지는 질문으로 남는다. 평범한 것 같지만 결코 단순한 질문이 아님을 알기에 크게 호흡을 들어마시면서 더 한 걸음 걸어들어가게 하는 책이다.



죽음과 소외를 기억하는 예술과 철학을 만나게 된다. 총 9가지 시선들이 구성된다. 이민과 이주, 성폭력과 전시 강간, 동성애와 인류애, 장애와 불능화, 인권과 인간성, 대량 학살과 재현, 아동 학대와 돌봄, 미디어,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저자의 예술 에세이이다. 



반복되는 사회적 문제들을 무관심한 시선으로 흘려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부터가 명확하게 설명되는 서문의 글이 전해진다. 약자의 목소리를 오래 응시하는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워진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디 에센셜 한강』의 단편소설들과 시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 책에서도 인용된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의 문장도 취약성과 비폭력에 대한 내용과 어우러지게 된다. 





학살을 모의하고 인권을 외면하는 폭력성이 사회를 불안하게 할수록 상대적인 비폭력의 가치는 더욱 극대화된다. 상실의 전환적 힘에 대해 언급한 미국 정치 철학 사상가 주디스 버틀러의 위태로운 정치라는 고유 이론 체계가 소개된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불가의 죽음을 탐구하면서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 그녀가 그 누구도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보호하는 비폭력 세계를 그려낸 인물이라는 것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일관된 지적 실천을 보여준다는 것은 큰 획이 된다. 철학적이고 예술의 접목을 저자의 에세이를 통해서 하나씩 만나게 될수록 현대 예술을 이해하는 진폭은 더욱 넓어지는 계기로 이어진다. 현대 예술가 작품 <공기 속에서> 은 멕시코 출신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품이다. 비눗방울이라는 현대 예술작품을 관람객은 아름답다고 느끼며 작품을 향한 설명을 작가에서 듣게 되면서 작품은 아름다운 비눗방울이 아닌 이면에 도사린 죽음을 연관시키는 비눗방울임을 알게 되면서 비눗방울이 터지는 순간은 미세한 분진이며 뼛가루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비눗방울 =하나의 신체 = 부검할 시신을 닦는 물


심오하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파열된 죽음을 예술로 표현한 현대미술을 소개받는다. 위태로운 삶과 애도 받지 못한 죽음들이 무엇이었는지도 추가적으로 더 설명해 주는 내용이 전해진다. 한강 소설에 등장하는 죽음들과 학살된 수많은 생명들이 비눗방울로 연상된다. 오래 응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이 에세이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죽음마저도 상대적이다. 지위와 권력, 사회적 조건에 의해 누군가의 죽음은 극대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다.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면서 재생된다는 저자의 글에 극심한 심각성을 느끼면서 그들의 단단함을 확인하는 시간의 연속성까지도 느끼게 된다.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극대화된 기회에는 죽음까지도 차별적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예술과 철학이 확장되도록, 현실에서도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들을 던져주는 저자의 책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준 내용들이다. 현대예술을 더 깊게 이해하려면 철학적인 식견을 더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149




위태로운 삶의 소외는 가속하여 재생된다. - P16

취약성은 상대적이다. 지위, 권력, 사회적 조건에 따라 누군가의 취약성이 최소화되는 반면 누군가의 것은 극대화된다. - P15

‘결코 일어나서 안 되는 일’을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로 대치하고, 그 누구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비극이 일어났음에도 바로 그 설명 불가능성을 근거 삼아 진상 규명의 노력을 무력화하는 존재들. 그들에 의해 피해자는 더 큰 아픔을 껴안은 채 홀로 고통받아야 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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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 -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아주 작은 실행의 힘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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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실행 프로젝트가 수록된 자기계발서이다. 작은 실행의 기적이 얼마나 위대해지는지 보여주는 내용들이다. 실패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자, 실패했다고 좌절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약할 수 있는 예너지를 불어넣는 내용이 전해진다. 큰 변화가 아닌 아주 작은 실행의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디작은 실행의 힘이 어떤 변화를 불어넣는지 직접 겸험하는 놀라운 기적을 맛보게 될 것이다. 어떤 도약의 힘이 숨겨졌는지 가독성 좋은 내용으로 전해진다.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내용이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빠르게 실패할수록 빠르게 성공한다는 내용도 눈여겨보게 된다. 첫술에 배부른 사람은 없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저자는 인후암 1기 질병의 환자였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닥친 질병의 폭풍을 어떤 과정으로 이겨냈고 어떤 마음으로 역경을 이겨냈는지도 들려준다. 더불어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는 이야기도 집중하게 된다.

리더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언젠가는 리더의 위치에 있게 되는데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역량은 빠르게 문제점을 드러낸다. 준비된 리더가 되어야 한다. 조용한 퇴사를 막아내는 기술이 리더에게는 필요하다. 퇴사하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도 경제적 수익을 올리는 비법의 하나가 된다. 미래를 담보로 함께 일할 수 없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파악하고 예방하는 기술도 리더의 전략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모든 팀장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된다.

리더는 성장을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는 마크 저크버그의 명언도 무시하면 안 된다. 해왔던 대로만 한다면 당신은 늘 얻던 것만 얻게 될 거라는 토니 로빈스의 말도 무시하면 안 된다. 변화가 빠르게 시장 사회를 위협하기도 하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어떤 노력을 해야 수익이 발생하는지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하는 기술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가지도 소개된다.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리더가 먼저 행동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지속적인 피드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도 강조된다.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는 내용도 소개되면서 리더의 위치에 뒤따르는 막중한 책임감과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확인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생활습관까지도 강조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와 지혜로움이 필요한 이유도 벤저민 프랭클린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부유함이 공존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루틴 7가지도 소개된다. 소개되는 내용들을 점검하고 살피면서 반대 방향으로 생활한 것들이 있고 생각한 것들이 있었다면 점검하고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면 저자가 이룬 성공을 자신도 맛보게 될 것이다.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 책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사람을 건강하고 지혜롭고 부유하게 만든다.

_ 벤저민 프랭클린


하루의 첫 시간은 그날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와 같다.

_ 헨리 드러먼드. 스코틀랜드 종교 사상가

조용한 퇴사를 막는 방법 5 가지.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할 것 228


지속적인 피드백은 필수 229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할 것 229


자비로운 독재자형 리더가 성공한다. 234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_마크 저크버그

가정, 경제,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207

3%에 불과한 확률에도 대비하라 212

좋은 리더는 만들어진다. - P239

실패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실패다. - P193

리더가 먼저 행동할 것 - P229

성장을 이끄는 리더가 되라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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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1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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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들을 만날 수 있는 민음사 신간도서 세계문학전집이다. 여러 편의 단편소설들 중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을 다시 읽을수록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를 함께 공감하게 된다. 신기루처럼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은 누구인지도 살펴보게 된다. 기욤 뮈소 장편소설 『안젤리크』에서도 안톤 체호프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 책의 여러 소설들에서 찾아보게 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소설에서는 두 남녀는 각자 결혼한 사람들이다. 안나라고 하는 그녀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남자가 있다. 그녀는 2년 결혼생활을 하였지만 자신의 남편이 어디에서 근무하는지 제대로 설명조차도 하지 못한다. 남편을 자신의 하인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아내이다. 남편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떻게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아내이다. 여행지에 오게 된 이유도 이야기한다. 그녀가 남편을 속인 것이 아닌 자신을 속인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을 오래전부터 속여왔다는 사실을 그녀는 문득 깨닫는다.

남자는 은행일을 하는 직장인이다. 모스크바에 두 채의 집을 소유한 사람이며 아내와는 대학 재학 시절 결혼한 사람이다. 자녀가 있지만 아내와 시큰둥하게 지내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다양한 여자들을 만났고 그 여자들이 대체로 어떤 부류의 여자들이었는지도 기억한다. 더불어 아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면서 그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용도로 쓰임을 다하는 아내도 흐릿하게 작은 점처럼 보일 뿐이다.

그녀가 갑자기 남편을 향해서 급행열차를 타고 떠나면서 서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마지막 말을 나누게 된다. 그도 지금까지 지워졌던 수많은 여자들처럼 그녀도 그렇게 기억 속의 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살고 있는 곳까지 찾아가서 그녀와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다시 밀회가 시작된다. 그녀가 그를 찾아오는 만남을 가지면서 그들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한 남편과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들의 삶을 향한 문제들을 풀어가고자 기나긴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쉽게 매듭이 풀리지 않을 그들 앞에 놓인 문제와 사랑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이다. 작가도 이들의 운명과 사랑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남기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삶과 죽음에 무관심한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작가는 언급한다. 완전한 무관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많은 군중들의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구원의 증거와 삶의 증거가 숨어있을 거라는 것도 이야기한다. 그의 일상을 가득하게 채우는 반복적인 폭식, 폭음, 카드놀이, 똑같은 대화가 지니는 상징성과 무의미한 것이 조명된다. 가장 좋은 세월을 무의미한 것들로 채우고 있지 않는지 질문을 하면서 가장 건강한 힘을 빼앗기고 있는 것들을 예시적으로 보여준다.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선택과 행동이 지닌 삶은 날개가 꺾인 삶이며 실없는 말이며 꼬기가 잘린 삶이라고 단언한다.




지겹고 권태로워지면서 두통과 불면증을 호소하게 되는 그가 그녀를 다시 찾아가고 만남을 지속하면서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존재한다.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이 가득한 삶이 그중의 하나이다. 그 삶은 적절한 거짓과 진실이 버무려진 누구나 볼 수 있는 삶을 의미한다. 반면 또 다른 삶은 은밀한 삶을 의미한다. 그가 두 삶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 발견할 수도 없는 진실이 존재하는데 그는 그녀를 만나면서 사랑을 하지 않았던 많은 삶들을 드디어 깨닫게 된다. 지금 그녀와 함께 하고 싶은 삶과 죽음에 사랑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샤이닝』 소설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사랑하는 삶을 살고 있느냐는 자문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사랑하지 않는 결혼,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부부, 사랑을 찾을 수 없는 가족, 사랑이 없는 사회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랑은 삶의 근원이며 행복의 기초가 된다. 그녀가 불행했고 앞으로도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하였지만 그녀와 그가 드디어 발견한 것은 사랑이었음을 보여준다. 사랑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이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거짓된 삶, 가면적인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도 보여주면서 진짜 사랑, 진지한 삶을 향한 날카로운 작가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일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것을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이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무관심하게 놓쳐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소설이다.



얼마나 야만적인 습관이면 야만적인 인간들인가! 얼마나 무의미한 밤이고, 전혀 흥미롭지 않은 그저 그런 나날인가! 카드놀이, 폭식, 폭음, 언제나 똑같은 내용의 대화...결국 남는 것이란 꼬리가 잘리고 날개가 꺾인 삶, 실없는 말뿐이다. - P240

그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었다. 하나는 필요하다면 누구나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삶, 조건적 진실과 조건적 거짓으로 가득 찬 삶... 다른 하나는 은밀하게 흘러가는 삶이다. - P247

보편성 속에, 우리들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 속에 어쩌면 우리의 영원한 구원의 증거, 이 지상에서 끊임없는 완성을 향해 부단히 움직이는 삶의 증거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P234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지 않았다. 그 역시 여자들과 사귀고 만나고 헤어졌지만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사랑만은 결코 아니었다.
- P250

남편을 속인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속였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속여 왔어요. 제 남편은 하인에 불과해요. 그 사람이 거기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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