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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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작가가 집필한 이 소설은 플롯이 없다는 이유로 판권 구매를 거부한 곳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플롯은 없지만 피해 여성들이 자신들의 신앙 공동체 생활에서 밤마다 당한 성폭력의 흔적들은 참혹하였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성들이 함께 모여서 논쟁하며 처음으로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한 미래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많은 시간이 주어진 상황이 아니다. 피해 여성들에게는 공동체 남자들이 가해자 남자들을 풀어주기 떠난 짧은 시간에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남아서 싸우기, 떠나기를 표현하는 그림들이 그녀들의 투표용지이다. 글을 배우지 못하도록 공동체가 여성을 배제한 종교 집단에서 그녀들은 남성들이 전하는 성경 말씀만을 듣고 믿는 신앙인들이다.

남편에게 복종하라는 설교와 말씀을 믿으면서 생활한 여성들이 이 집단 남성들에게 성폭력을 당하였던 것이다. 동물 마취제로 남편이 있는 여성들, 처녀들, 3살 어린 소녀까지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은 경악하게 한다. 투표용지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자들은 글을 읽을 수 없도록 남성들만 교육을 받았음을 짐작하게 된다.

1. 아무것도 하지 않기

2. 남아서 싸우기

3. 떠나기

화자는 피해 여성들이 공동체 남성들이 없는 밤 시간에 모여서 회의하는 내용들을 기록하는 남자이며 아이들의 선생님이다. 그는 부모와 함께 이 공동체에서 생활했지만 추방당한 가족이었다. 그 이유도 후반부에서 실체를 드러낸다. 성경은 믿음과 사랑을 무수히 언급한다. 그러한 말씀으로 구성된 공동체에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성들에게 의문의 멍 자국과 통증을 죄, 유령, 악마의 소행, 신의 벌,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상상이라고 말한 타인들도 뚜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가해자를 숨기고 피해자를 마녀로 만드는 패턴이 감지된다.

갇힌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배움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두려움과 불안을 계속 호소하면서 그들의 논쟁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힐난하고 언쟁을 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제대로 생각할 수 있도록 잡아주는 여자가 보인다. 사랑의 의미를 숙고하였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며 선언문이나 성명서를 만들자고 제안하는 젊은 여자가 있다. 화자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이 여자는 어머니가 비밀 학교라면서 소녀들에게 들려준 수업 내용들을 잊지 않고 말하는 여자이다. 오나라는 그녀가 말하는 것들을 주워 담을수록 수북해진다. 여자들에게도 생각할 권리를 허용하기, 소녀들도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기, 기존 종교를 토대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종교를 여자들이 만들자고 제안한다. 비밀학교에서 어머니가 가르친 내용들도 살펴보면 뭔가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가 해당된다.

가부장제에 길들여진 문화에서 여자들에게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읽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도 아버지가 딸의 뺨을 가차 없이 때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도 딸이 아버지에게 맞은 뺨의 멍 자국이 등장하는 만큼 세계 여자들이 가부장제의 다양한 피해 사례가 드러나는 것이 문학이다. 죄책감도 없고 정당한 그들의 폭력에 길들여진 많은 여성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자기 의지와 자기결정이 왜 중요한지도 이 작품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충직한 개가 된 남자들의 일원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자신이 누구인지, 그들이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누군인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여성들은 도망가는 것과 떠난다는 것조차도 구분하지 못해서 여러 차례 의미가 다르다고 다시 설명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광분하고 폭력적인 영혼이 드러나지만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음 세대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여성들은 서서히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이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남아서 싸울지, 떠날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지켜야 하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계속 피해자로 살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 모두에게 주어지는 질문이 되는 소설이다.

잔인한 폭력으로 이어진 이유들을 질문하게 한다. 욕망과 사랑이 퇴색되고 연민과 따스함이 없었던 이유도 공동체에서 살펴보게 된다. 악은 어디에 존재하는지도 질문을 던진다. 숨을 쉴 수 없고, 움직임도 없고 삶도 없는 흑해 밑의 강을 떠올렸던 이유와 접목하게 된다. 이들의 공동체가 바로 그러한 곳이었음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길들여진 여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욕망의 피해자가 되도록 방관되고 학습된 남자들이 어떤 범죄를 죄책감 없이 종교인으로 범했는지도 드러난 사건이다.

가부장제는 지금도 유유히 흐른다. 학습된 자녀들이 어른이 되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우려스러운 문화가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그러한 문화에 생각 없이 갇혀서 길들여진 여자가 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을 한강 작가와 이 소설의 작가도 작품을 통해서 보여준다. 가해자가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 가부장제이다. 학습된 여자들이 다시 여자들을 학대하고 고통을 상속시키는 한국 문화도 다르지가 않다.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힘이 필요해진다. 혐오로 왜곡되지 않는 사회가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문학은 진중한 목소리들을 외면하지 않고 확성기처럼 외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세계가 주목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만큼 이 소설의 여성들이 선택한 가치와 이유들은 명확해진다. 그녀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며 실패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성경은 누가 집필하였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남성의 관점에서 집필되고 여성은 배제되었다는 것에서 의문을 던지는 움직임들이 책들을 통해서 감지된다. 마녀도 종교적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임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여자들은 그러한 마녀사냥감이 되어서 죄와 악마로 남자들이 포장해버렸음을 목도하게 된다.

여자들은 고통과 슬픔, 불안과 괴로움을 직시하지만 죄책감은 아니라고 힘주어서 말한다. 남자가 바느질을 배운다고 놀라워하는 남자의 대화도 주목하게 된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얼마나 피폐하고 무능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읽는 능력, 생각하는 능력, 숙고하는 힘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어떤 폭력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감옥에서 매일 맞았다는 화자의 경험과 여자들의 성폭행과 임신, 아기를 출산하겠다는 의지를 단호하게 전하는 오나의 모습에서도 사랑과 폭력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사랑이라는 의미는 결코 쉽지 않다. 오나의 아기를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깊게 호흡하게 한다.

옳은 것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중요한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평화주의와 비폭력을 위해 소년들과 남자들을 재교육하고자 했던 이유도 전해진다. 타인을 연민하는 힘, 존중하는 능력이 왜 필요한지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통해서 두드러진다. 그들에게 없었던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준 소설이다.


정확히 우리가 뭘 위해 싸우는지 밝히는 게 이롭지 않을까? 88

여자들에게도 생각할 권리를 허용하기, 소녀들도 읽고 쓸 수 있도록 가르치기, 기존 종교를 토대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종교를 여자들이 만들기 90

엄마 모니카가 비밀학교에서 소녀들에게 들려준 수업 내용 / 뭔가 중요한 것, 기억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 우리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전달하려 시도 91

투표용지 그림.

여자들은 글을 읽을 수 없으니까. 22


아버지가 남긴 멍 자국. 뺨 241



우리는 아들들이 타인을 연민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되도록 키우는
- P239

우리는 길을 잃은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우리가 실패한 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 P238

문제는 성경에 대한 남자들의 해석과 그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수됐냐는‘ 거야.
- P236

신이라면 우리가 떠나는 것을 다른 말로 정의하실 거야. 사랑과 평화를 위한 시간
- P237

여자들이 하느님의 말을 스스로 해석한 것은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처음일 것이다.
- P237

우리는 고통과 슬픔과 불안을 느끼고 괴로움을 느끼겠지만 죄책감은 아니야.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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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초대 요리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지음 / 길벗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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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윤지영의 첫 요리책 『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에 이어서 출간된 두 번째 요리책이다. 초간단 비주얼 레시피 70가지가 제공되는 요리책이다. 이번 요리책은 한식도 파티 요리처럼 빛날 수 있다는 감각이 발휘된 멋진 요리책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멋진 파티 요리, 집들이 요리를 준비하도록 도움을 주는 레시피들이며 접시에 담는 비법도 알려준다.

식사가 더욱 건강하고 풍성하며 특별한 시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바램들이 요리책의 레시피와 담긴 요리들에게서 충분히 전달된다. 한식 요리는 차려내야 하는 음식도 많은 편이라 많은 손길과 시간이 소요되는 요리들이다. 한식을 좋아해서 한 그릇 요리처럼 차려내서 먹기도 하는데 이 요리책 레시피 덕분에 푸짐하면서도 입맛을 자극하고 시각도 자극받는 멋진 레시피들을 골고루 배울 수 있었던 요리들이다. 저자의 두 권 요리책들을 모두 만날수록 건강한 집밥을 차려낼 수 있는 센스도 배우게 된다.

요리 팁도 레시피들에 제공된다. 더불어 요리를 접시에 담는 센스까지도 알려준다. 어떤 그릇 모양과 오목한 그릇이 좋은지, 대나무 그릇이 좋은지도 알려준다. 어떤 요리는 뚝배기에 담을 때 어떤 단계에 담아내는 것이 건강에 유익한지도 알려준다. 요리사들의 레시피들은 다양하다. 집집마다 음식 맛도 다르듯이 요리사들의 레시피들도 비슷하지가 않다. 요리 순서와 소스도 집집마다 다양한 만큼 궁금해지는 맛들이 더욱 많아지는 레시피들이 소개된다.

자주 집밥으로 준비하는 요리 레시피이지만 이 요리책에서는 또 다른 요리 순서와 레시피가 제공된다. 새롭게 배우는 만큼 어떤 요리가 좋은지 도전해 볼 생각이다. 좋아하는 식재료들이 주요리로 소개될 때마다 바짝 다가서서 레시피를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하면서 순서들을 익히면서 맛과 풍미를 짐작해 보게 된다. 음식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며, 요리는 정성과 마음을 함께 담는 의미가 있는 고귀한 행위라고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전한다. 그래서 모든 끼니가 무척 소중하다는 저자의 깊은 마음과 목소리가 진중하게 전해진다.

혼자 집에 있어도 가볍게 음식을 만들지 않는 저자이다. 냉동실의 쫄면과 바지락살을 준비하면서 쫄면 순두부를 준비하는 부지런한 손길도 전해지는 레시피도 전해진다. 새롭고 이색적이라 요리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레시피들이 더욱 풍성하게 전해진다.

샐러드보다 근사한 식전 요리는 다음과 같이 소개된다.

단호박 브로콜리 버무림

라면땅 채소무침

견과류 굴무침

두릅 튀김

매콤 초록채소 녹두 당면 무침

갑 오징어 초무침

두부면 게살 오이무침

평안도식 청포묵무침

애호박 가지 초무침

식전 요리가 입맛부터 살리면서 푸짐하게 한 접시 요리로 수북하게 쌓아 올리도록 지도되는 요리들이 많은 편이다. 이 요리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진다. 하나씩 즐겨보려고 레시피들을 빼곡하게 익힌 후 재료들을 준비하게 만드는 레시피들이다. 이외에도 고기 요리, 해물요리, 국물요리, 밥 요리, 면 요리, 만능 반찬도 다양하고 색다르게 소개된다.

어렵지 않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는 요리들이 많은 편이다. 고급스럽게 손님을 대접하기에도 손색없는 레시피들이 많이 제공된다. 두부 간수를 빼는 비법, 통오징어 예쁘게 굽는 방법도 요리책에서 소개된다. 시금치와 참나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요리도 소개되는 만큼 유익한 레시피들에 감탄하게 된다.

생 유바와 말린 두부, 푸주와 비교해서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도, 구입할 수 있는 곳도 알려준다. 매콤 배추 두부조림도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있게 섭취할 수 있는 요리라 바로 요리하게 만드는 레시피이다. 요리 수업을 알차게 듣는 시간이 될 요리책이다. 집밥 요리하는 즐거움, 수고스러움이 정성과 마음이라는 것을 함께 공감하게 하는 레시피들이다. 집들이요리, 파티요리로도 한껏 자랑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다.

요리 연구가 빅마마 이혜정 추천도서

요리 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 추천도서

고민구 피디 최은경 유인경 이지영 조승욱 피디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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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작가를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한 권을 꼬옥 안았다.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하는 두 시인의 글부터 빠짐없이 읽는데 두 시인의 글과 작가의 글이 더욱 궁금해지도록 요동을 치게 만든다. 아직도 시인들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두 시인까지도 궁금해졌던 글이다.

시인 김선오와 시인 장혜령의 책들이 궁금해진다. 시인 김선오의 책들 중에서 『세트장』 문학과 지성사, 『시차 노트』 문학동네, 『미지를 위한 루바토』 아침달 3권을 골라보게 된다. 시인 장혜령의 책들 중에서 『사랑의 잔상들』 문학동네, 『진주』 문학동네,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문학동네 3권을 골라본다.

번역가 신유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서서 고른 책이다. 번역한 책들로는 『진정한 장소』, 『남자의 자리』, 『빈 옷장』, 『사진의 용도』, 『세월』 등이 있다. 강열하게 지금까지도 자리잡는 책들이라 잊지 않고 꾸준히 펼쳐보는 책들이다. 이외에도 많은 번역서가 많아서 눈길이 머무르면서 우선 이 책부터 고르게 된다.




작가의 책들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책표지 그림이 강열해서 기억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 분명하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들을 살펴보면 『달걀과 닭』, 『 G.H.에 따른 수난』, 『아구아 비바』, 『별의 시간』, 『야생의 심장 가까이』 책들로 작가를 만날 수가 있다.

기나긴 기다림으로 기다렸는데도 붙잡지 못할 것이라면 얼마나 허무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자신도 찾아온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희망을 보내버린다는 것은 보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한 채 보내는 세월과도 다르지가 않아 보인다. 시인 장혜령이 말하는 여자의 기다림과 희망을 번역가 신유진이 번역한 무수한 책들의 문장에서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자 노력하고 무수히 투철하게 사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추천하는 글에서도 시인 장헤령의 의중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수난은 봉헌의 다른 이름이고, 전달은 구원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의 작가가 백지와 구두점으로 집필한 글들에서 이 세상 버려진 모든 여자를 보았다는 시인 장혜령의 글에도 깊은 호흡을 하게 된다. 도살될 구제역의 짐승들과 고기를 먹는 사람들과 착한 가격과 착한 여자와 착한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시인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직시한다.

예쁜 것이 착한 것인지, 과식하고 과소비하는 것이 착한 것인지, 싼 가격이 착한 것인지도 질문하도록 이끈다. 의심조차도 하지 않고 자본주의의 흐름과 언론과 광고, 텔레비전에 멍청하게 눈을 고정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인지시킨다.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짧은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해지면서 이 책을 추천한 이유와 삶의 결과 영혼의 향기가 전해지기 시작한다. "저널리즘이 말해주는 현실. 벌거벗겨져 초라한 현실. 현실이라 강요되는 현실. 우리가 믿게 되었으므로 현실이 되고만 현실. 이 현실이 세계인가?" (12쪽) 시인 장혜령의 글은 한국 사회의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말하기에 충분해진다. 『멋진 신세계』, 『죽도록 즐기기』, 『1984』, 『동물농장』 작품들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지금도 한국에서 인기순위에 오르는 것들이 무엇을 의도하는 영상물인지 계속 의심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 책을 읽는 이유를 시인 장혜령은 분명한 어조로 전달한다.

어디선가 버려진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쩔뚝거리며 걷는, 버려진 아기 짐승. 그것도 착하다고 할 것인가? 어쩌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13 시인 장혜령

여자는 다른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으로 희망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도 알지 못했음으로 찾아온다 해도 붙잡지 못할 무언가를. 15_ 시인 장혜령

그리하여, 타오르는 여자의 손으로 9

우리는 푸른 불의 영혼을 나눠 가졌다. 9

향해 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 9

글쓰기가 저주라고 말하였던 작가의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녀에게 글쓰기가 저주이긴 하나 구원하는 저주라고 말한 이유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저자가 독자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단어뿐이라면서 가난하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무기력한 사랑을 한다는 것이 무척 괴롭지만 계속 희망한다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을 깊게 호흡하게 된다.

절망하고 우울해질지라도 계속 희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같은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책이 될 때 가지게 되는 희열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느끼게 된다. 선함이 악함을 이기고, 다정함이 물결치고 서로가 연대할 수 있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이어주는 것이 바로 좋은 책과 좋은 작가이기에 미소를 잃지 않게 된다. 책읽기 좋은 계절인 만큼 가을날 이 책을 꼬옥 끌어안고 다닐 계획이다. 우리의 영혼은 광활하다는 시인 장혜령의 글에도 무한한 희망을 안을 수 있게 한다.

글쓰기는 저주이긴 하나 구원하는 저주다. 222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단어뿐...

이토록 가난하다는 게 고통스럽습니다...

이토록 무기력한 사랑을

마음에 품는다는 건 무척 괴로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계속 희망합니다. 153 ~154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시인 장혜령 & 시인 김선오 & 번역가 신유진 



어떤 명석한 독자는 결코 나의 말을 믿을 수 없으리라... 그저 헛된 꿈과 같다고 여기리라... 자신의 꿈을 망각의 불 속으로 영원히 던져버리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 재의 맛을 안다. 당신도 알 것인가? _ 시인 장혜령 - P10

도살될 구제역의 짐승들. 고기를 산처럼 쌓아두고 먹는 남자와 여자. 채널.

우리는 지금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가? 텔레비전의 한국 언어. 착한 고기, 착한 가격, 착한 가게, 착한 여자와 남자, 값이 싼 것은 착한 것이고, 예쁜 것은 착한 것이고, 많이 먹고 돈을 많이 쓰는 것도 착한 것이다. _ 시인 장혜령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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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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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 작가의 소설들을 꾸준히 읽게 되는데 『죽이고 싶은 아이』에 이어서 나온 이야기라 머뭇거림 없이 읽은 소설이다. 학교에서 학생이 벽돌을 맞고 죽은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누구일까? 용의자로 주목된 주연이는 사건 당시의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목격자의 진술과 태도를 의심한 형사는 다시 재수사를 시도하게 되면서 우연히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진범이 누구인지 알아내게 된다.

주연의 아버지는 과잉수사라고 소송을 준비하게 되지만 사회는 무죄인 주연을 여전히 죄인 취급하고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주연을 모질게 취급한다. 학부모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등교하지 못하도록 피켓시위를 주도하게 된다. 타인의 말과 행동들이 날카롭게 전개된다. 무죄가 확실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주연을 힘들게 한다. 주연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다르지가 않다. 주연은 말을 하지도 않고 집에서 어떤 음식도 먹지 않는다. 그리고 죽은 서은이를 보기 시작하면서 대화를 하는 상황이다. 주연은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부모도 친척들도 학교 친구들도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게 된 주연은 먹는 것도 거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교 담임선생님과 조리사 할머니, 영양사, 3학년 선배의 마음들이 주연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나를 믿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죽을 사람도 살린다는 것을 알려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우리는 어떤 집단의 사람들인지도 자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뒤에서 욕하고 이상한 소문을 만들어내는 무리의 사람은 아닌지 소설은 매섭게 매질을 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선량함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귤 하나에도 마음이 전해지고, 두루치기 음식 하나에게도 선함이 악함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가 선하게 손을 잡고 마음을 다할 때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주연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소설이다.

여기 너를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죽을 사람도 산다. 그것이 사람 살아가는 세상이다. 164

따뜻한 밥을 해먹인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자주 등장하는 작품이다. 시어머니가 주연이에게 밥을 해먹이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한다. 서은이 엄마도 장을 봐서 주연이를 먹이기 시작한다. 학교 담임선생님도 주연이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관심을 계속 이어가면서 대화를 한다. 먹는다는 것은 사람을 살리는 일임을 묵묵하게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성적이 좋고, 능력이 좋다고 주연이가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고 어머니에게 고백한다. 다섯 살 이후로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주연의 인생은 얼마나 외로웠을지 짐작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명품을 어렸을 때부터 입혀도 아이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주연이 잃어버린 삶을 원상복구하고자 주연 엄마는 서은이 엄마에게도 미안함을 표현한다. 심지어 남편에게도 자기 딸을 지키고자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한다. 심리치료를 받는 것까지도 거침없이 노력하면서 무너져내린 가족을 회복시키고자 의지를 드러낸다.

무시당하지 않고자 노력한 주연의 아버지가 있다. 반대한 결혼을 성공적으로 살고자 노력한 주연의 엄마도 주연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한다. 닮고 싶지 않은 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자기에게서 드러나려는 순간 후회한 주연의 아버지의 모습도 있다. 늦지 않도록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자구책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주연의 가족들에게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공만을 향하는 아버지와 명품을 자랑하고 치맛바람과 입바람이 셴 주연 어머니가 무너지면서 다시 노력하는 움직임들로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서은이도 주연이가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표명한다. 작은 입모양의 말이 무엇이었는지도 작품에서 전해진다. 더불어 서은이 엄마가 딸의 죽음으로 자살을 시도하고자 할 때 주연이가 집을 찾아오면서 시도를 멈추게 한 것도 암시적이다. 서은이는 더 이상 누구도 삶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내야 한다는 것.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곧 우리들의 관심과 선함에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뒤에서 욕하는 것, 거짓말과 비방, 편견과 차별로 두 번 사람을 죽이는 것을 멈추어야 하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보게 된다.

댓글 문화도 다르지가 않다. 진실이 아닌 댓글로 비방하고 욕설을 하면서 한 사람을 죽도록 만드는 사회는 결코 온전한 사회가 아님을 여러 사건들로 자살한 사건들을 통해서 거듭 우리는 배우게 된다. 댓글 문화는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댓글부대 영화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감지된다. 진실이 아닌 거짓이 이기는 것은 멈추어야 한다. 지금도 댓글들을 읽으면 치우침이 느껴지는 글들이 많이 감지되는 세상이다. 자본의 힘으로 움직이는 댓글부대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음을 보게 된다. 수군거림으로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은 멈추어야 한다는 것을 청소년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사라져야 하는 문화, 다정함이 이기는 사회가 진정한 세상임을 확인하게 된 소설이다.

서은이는 저한테 위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애였고 ......

사랑을 알려준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171

뒤에서 사람 욕하고 다니고 괜히 이상한 소문에 휩쓸려서 없는 말 지어내고 그런 애들이 문제인 거지. 나는 선량하게 내 할 일 하고 조용히 남한테 신경 끄고 살겠다 이건데, 뭐가 문제냐고. 164

무너진 삶을 회복하고

조각난 가족을 원래대로 맞추는데 필요한 것은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 그게 다였다. 211


여론과 언론 110

내 자식 밥 걱정해 주는 사람이

정말 고마운 사람이라는 거. 이제 알겠더라구요. 204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에 마음 쓰지 말고. 195




어쩌다 증오의 사회가 되었을까? 누군가를 헐뜯고 미워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어떤 변명도 들어주지 않은 채 몰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어둡고 불쾌한 구덩이를 점점 더 크게 만들어 누군가를 파묻고 나면, 그렇게 하면 안식이 찾아오는 걸까.
- P109

사람이 혼자 사는 거 아니다. 다른 사람한테 힘이 되주면 내가 힘들 때 반드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돕는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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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집 밤의 집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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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 『방랑자들』과 『태고의 시간들』 , 『다정한 서술자』 ,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소설도 굵직하게 자리잡는 작가이다. 기대감을 부풀려도 좋은 작가이며 어떤 작품이든지 실망을 시키지 않는 작가이다. 가끔씩 책탑을 쌓아 올린 장편소설 코너들을 기웃거리게 된다. 책먼지를 닦기 위해서, 다시 펼쳐서 밑줄 그어진 문장들을 조우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만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가의 책들을 좋아하여 다시 펼친 가을날이다. 따가운 햇살, 떨어진 낙엽이 가을을 재촉하지만 묵직하고도 깊은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은 새롭기만 하다. 여름날에도 이 책들을 자주 펼쳤다. 그리고 가을날에도 미끄러지듯이 지나치지 않고자 쿡쿡 눌러보게 된다.

점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끊어진 이야기들이지만 남겨진 잔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야기로 남는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특별해지고 고유해진다. 오늘을 살아가는 행보에는 나름의 철학이 담기면서 삶을 직조한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은 어떤 철학으로 경작하고 있는지 책은 질문한다. 희망이 없는 어두운 밤하늘만 바라보면서 살아갈 것인지 구름과 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시인들과 철학자, 예술가, 소설가들이 응시하는 시선의 끝과 움직임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함께 응시하기도 한다. 사회학과 사회문제, 자본주의의 실체, 민주주의의 움직임과 권력의 양상도 여러 소설과 시, 책들을 통해서 통찰하게 되면서 현안이 무엇인지도 지긋하게 발견하게 된다. 어두운 밤하늘만 보지 않도록 작가들은 무수히 손짓을 가리킨다. 별의 움직임을 주시하라고, 구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치지도 않는 손짓을 작품들을 통해서 무언의 발언들을 쏟아낸다.

이 책에서도 작가의 깊은 통찰과 예리함들을 무수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밝음과 어두움, 낮과 밤, 낮의 집과 밤의 집이 있다. 확연한 경계선은 없지만 우리는 두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집이 있고 다른 하나는 무한하고 주소도 없는 집이 언급된다. 아름다운 옷과 아파트에 성호를 긋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안에 하느님도 없고 텅 비어 있다고 말한다. 내 안에 무엇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진다. 텅 빈 눈동자와 텅 빈 몸으로 습관화된 성호를 긋는 신앙은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쉼 없이 관찰하고 통찰한 삶의 깊이가 무엇인지도 전해지는 문장들이다. <도공들>에 대한 내용은 강열하게 전해진다. 도공들의 삶과 일상, 신념들까지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도공들의 찬송가>는 상징적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는 우리들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가장 행복한 사람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볼수록 가장 불행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떠올려 볼수록 배움과 자기결정, 깨달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접목하게 된다.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해진다. 더불어 삶의 지표도 목표와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찾게 된다. 지층을 이루는 단단한 땅이 되도록 도움이 되는 등불들은 늘 밝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집과 정원이 아니라는 사실도 엄중하게 전하는 문장도 만나게 된다. 세상의 중심은 도시의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그 너머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는 작품이다. 전쟁과 군인에 대한 내용도 굵은 선으로 전달하는 소설이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

그건 당신의 능력이오. 413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2002년 브뤼케 베를린 문학상 수상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 P380

세상의 중심은 이제 집과 정원 어딘가가 아니라 저 밖으로, 도시의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그 너머 어딘가로 옮겨졌다. - P416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존재들인 까닭에 그 안에는 하느님이 없었다. 그들은 비어 있었다. - P398

아름다운 아파트와 눈길을 끄는 최신 유행의 옷...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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