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진 수어사이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8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평점 :

소설 첫 문장과 첫 문단, 첫 장을 읽고 압도되었다. 작가가 궁금해졌던 이유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작가의 소설에서 눈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자매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모든 자매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왜 자매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이 자매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인지 화자인 다수의 불특정 소년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자살은 13살 서실리아에서 시작되고 마지막은 메리의 차례라고 말한다. 하루살이 죽음과 생애를 언급하면서 하루살이의 태어남과 번식과 죽음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하루살이는 뭘 먹을 필요도 없이 죽는다는 것을 자매들의 생애와도 연관성을 짓게 된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연애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삶이라는 여정들을 자매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빼앗긴다. 어머니의 종교적 가치관은 신을 향한 진실이었는지 뒤룩뒤룩 살찌 팔과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여왕처럼 냉랭하게 구는 자매의 어머니의 모습에서 단서를 찾게 된다. 일요일 성당에서의 어머니의 모습에서는 고급 핸드백은 신을 향한 믿음이었는지 질문하게 된다.
무채색인 부모와 눈부신 다섯 딸이라고 소년들은 묘사한다. 자매들이 자살한 그 시절에 소년들이었던 다수의 인물들은 이제는 중년이 되었다. 그들이 지금도 자매들이 자살한 이유를 찾고자 단서 같은 퍼즐들을 무수히 수집하고 결론을 내리는 순간 이들이 응집한 사실에서 사회적 모순들이 무수히 발견된다. 주변에서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 학교에서 학생들이 자매들을 대했던 시선들, 자매들을 기억하는 행위의 모순, 언론의 선별적인 태도와 무차별적인 언론의 이기심들이 자매들을 이차적인 폭력 가해자로 자매들의 삶에 큰 획을 긋는다.
잘려나가는 느릅나무를 동네 사람들은 방관하지만 자매들은 나무를 지키려고 달려든다. 서실리아가 자살하는 사건을 사회는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중요해진다. 상담과 치료라는 과정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억지를 부리는지 소설은 고발한다. 사회가 내놓은 수많은 자살의 이유들은 자매들의 진실과는 어긋나는 분위기이다. 자매들이 선택한 자살은 그 집에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음을 소년들은 이해하게 된다.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자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유를 타인에 의해 박탈당하는 것의 결과는 참혹할 뿐이다. 버튼을 누가 언제 누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각한 것은 부모의 태도이다. 왜 자신들의 딸이 죽음을 선택했는지 이해조차도 하지 못한다. 자녀들이 왜 자살을 했는지 공감하지 못하였던 무채색의 부모를 소설에서 만나면서 그들이 유유히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사라졌는데 그들은 자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로가 부여잡고 있는 종교적 삶과 부부의 사랑은 종교가 말하는 선함이었는지 소설은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딸들을 옥죄고 간섭하면서 통제하는 가정에서는 종교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자유가 없는 억압만이 남을 뿐이다. 자유와 사랑은 공존하면서 살아야 종교적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된다. 청교도적인 종교적 성향에 희생된 자매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은 유일한 자살뿐이었음을 고발하지만 사회는 자매들의 진실한 마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사회의 관심은 무관심으로 일관되었고 자매들은 외면당하면서 스스로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남은 자매들이 자살한 날과 도움을 요청한 신호들에 반응한 소년들이 중년이 되어 퍼즐을 맞추면서 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남은 자매들의 장례식에는 부모만이 참석한다. 장례문화와 관의 모습들로 재력을 과시하는 미국 사회도 여실히 묘사된다. 파업과 대기질이 오염된 도시의 공기, 위축된 자동차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의 삶까지도 소설은 조명한다. 삶을 어떻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이 소설에서도 찾게 된다. 종교와 신앙을 향하는 자세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종교와 성당, 신부가 존재하였지만 누구도 자매들을 구해내지 못했음을 목도하게 된다. <미쓰백> 영화와 <아저씨>영화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허수아비 같은 사회적 시스템의 오류와 오작동들을 이 소설에서도 작가는 꼬집는다. 단 한 사람이 되어 사랑할 수 있는 구원의 손길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15
구급차. 구급 요원. 장의사에 불과 49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25
뒤룩뒤룩 살찐 팔, 철심 같은 머리카락, 도서관 사서 같은 안경. 성당. 일요일. 여왕처럼 냉랭하게 굴었다. 고급 핸드백 - P17
딸들을 사랑했고... 소중한 존재였지만, 그는 아들 생각이 간절했다. - P35
그들은 피라미드보다 더 높이 쌓인 폐타이어를 보고 목숨을 끊었으며, 우리가 절대로 될 수 없었던 그들의 연인을 찾지 못해 목숨을 끊었다. 결국 리즈번 자매들을 갈가리 찢어 놓은 수많은 고통은 그들이 오랜 고민 끝에, 오점으로 가득한 이 세상을 어른들이 물려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암시했다. - P317
그들 네 사람은 정지된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두 노예가 신전의 재물을 바치고 (구급차에 들것을 싣고), 여사제가 횃불을 휘두르고 (...잠옷을 흔들고)
- P15
지역신문. 자살 미수 사건 실리지 않았다. - P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