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에센셜 『정의의 사람들』 중의 에세이 <부조리한 인간>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이다. 읽을수록 『시지프 신화』와 에세이 『안과 겉』, 소설 『이방인』을 상기하게 된다. 페이지 여백의 메모들을 확인하면서 작가의 유명한 소설과 에세이를 다시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면서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 『페스트』의 인물들 중에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인 의사 어머니의 삶을 다시 회상하는 독서릴레이로 이어진다.

위대한 소설가는 철학적 소설가라고 『시지프 신화』에서 언급된다. <부조리한 인간> 에세이를 통해서 소설의 바탕이 되었던 알베르 카뮈의 철학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롤링 부인의 '호소문'을 언급한 괴테의 <잠언집>에서 괴테는 롤링 부인은 무시되었다는 사실이 각주를 통해서 설명된다. 롤링 부인은 프랑스에서 살롱을 열고 남편을 내무장관으로 만들었던 여인이었지만 과격파의 미움을 받아 교수형에 처하게 된다. 후세에 의지한 롤링 부인이 후세에 외면받았음을 카뮈는 언급한다.

부조리한 인간이 용납할 수 있는 도덕은 단 하나 신에게서 분리되지 않는 도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조리한 인간은 신 밖에서 살고 있다고 단언한다. 종교 전쟁과 자기변명과 무죄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무죄는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된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나름의 부조리이며, 해방과 기쁨의 외침이 아닌 하나의 쓰라린 확인을 의미하는 무죄임을 확인시킨다.

책임지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죄인은 없다는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부조리는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묶어 잇는 것으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금지된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님을 설명한다. 부조리는 행위의 결과에 한결같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부조리는 후회에 본래의 무용성을 회복시킨다는 것과 어쩌다 기분이 내켜서 덕이 높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짚어낸다.

부조리의 정신으로 추론한 결과는 윤리적 규칙들이 아니다. 발견한 것들은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예증들임을 작가의 여러 소설들과 에세이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한 인간의 패배의 예증을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되었고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은 패배한 상황이 아닌 패배한 인간 자신이었음을 『이방인』 소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정황은 현재에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모순되는 논리로 심판을 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읽은 부조리한 인간에 대한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미래를 박탈당한 어떤 세계에 대한 글이다. 희망을 불어넣고 인간을 분주하게 일하게 하고 있는 세계를 직시하게 한다. 희망을 떠올리며 달렸던 무수히 많은 계단들이 있다. 숨이 턱에 차올랐던 순간들은 회색빛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세계만을 맛보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단 한 가지 거짓되지 않은 사고는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 불모의 사고라고 확언한다. 미래가 박탈당한 세계, 미래가 없는 시대는 누구인지 멈추어서 둘러보아야 한다. 마음껏 숨 쉴 수 없는 희뿌연 독성을 가득히 품고 있는 공기, 더 높은 높이와 성장만이 희망이라고 착각하는 세계, 발암물질 범벅인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소비의 실체 등 걷고 있지만 왜 걷는지도 모르는 노예들의 출퇴근길의 움직임들이 떠오르는 내용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희곡도 떠올리게 되는 부조리한 인간을 사유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영광이란 모두 덧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깊이 고찰하도록 이끄는 내용들이다. 모든 영광 중에서 가장 덜 거짓된 것은 스스로 체험하는 영광이며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얼마나 동일화되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노력과 사명이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마음을 다하여 여러 존재가 되고자 전력투구하라고 전한다. 자신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잃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더불어 침묵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비극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모든 것을 성취하고 모든 것을 살고자 하는 저 인간, 저 헛된 시도, 저 부질없는 고집, 그것은 부조리의 모순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운명에서 노래 부르는 피리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복 있을 거라고 말한 햄릿의 말을 인용한다. 질문이 많은 세계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내용들이며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 재독하게 해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특별증보판이라 무조건 펼친 책이다. 『자유론』이 추가된 이유도 설명된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선고문을 생중계로 들었던 순간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속에 자리잡는다. 초판 서문과 특별증보판 서문에서 저자의 희망이 간결하지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책을 읽는 독서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체감하는 만큼 종이책 읽기가 다시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램이 얼마나 진솔한 희망인지 공감하게 된다.

총 15권의 책들이 소개되면서 저자가 읽게 된 이유, 사연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인물들, 작가에 대한 이야기들까지도 전해진다. 영상으로 가끔씩 시청하는 편이라 활자로 읽고 있지만 저자의 목소리, 표정, 진솔함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내용들이다.

다독을 한 작가의 경험들이 전해져서 소개된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도 받으면서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도전을 외치게 되는 책들도 추가된다. 편하게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뾰족한 의중을 충분히 전달받는 문장들과 어휘들을 야무지게 주워 담았던 책이다.

작가도 긴 세월이 지나서 다시 읽은 책에서 그때는 보이지 않았고 기억에도 없는 소설의 인물이 보였다고 말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재독이 지닌 힘은 새로운 발견의 시간으로 인도되기도 한다. 소개된 15권의 책들이 저자의 낡은 지도였다는 것과 삶의 선택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주었는지도 회고하게 된다.

삶이 존재하고 인간과 세상과 역사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혼동과 격동의 시대로 기억되는지 저자의 생각들이 전해진 내용들이다. 질문을 부여잡으면서 읽는 사람이 되었고, 지금도 읽고 있는 이유들을 이 책을 통해서, 소개되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서, 저자의 삶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15권의 책들을 왜 손꼽았는지, 이 시대를 무관심하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와 어떤 마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도 저자의 서문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8

길을 잃었다...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7

그들이 했던 고민고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10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10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를 꽤 흥미롭게 떠올리면서 읽은 내용이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탄핵까지의 과정을 전 세계인이 얼마나 위험하게 지켜보았는지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전체주의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면서 가난은 누구의 잘못인지도 질문을 아끼지 않았다. 의문을 집요함은 독서와 사색, 행동과 성찰로 이어진다는 것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매우 과격하고 관념적인 해법 ...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 23

위 문장을 읽으면서 떠올리는 상황과 사건, 인물들이 존재한다. 예시로 들려주는 레닌, 스탈린, 히틀러가 있으며 그들은 피 앞에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로 모든 종류의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열거된 인물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개인을 숭배하고 신격화하며 독재하는 전체주의를 주변에서도 목도하게 된다. "대량학살을 저지른 수많은 부하들은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가 없다"(32쪽) 더불어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언급된다.

죄와 벌 소설의 두냐와 소냐에 대한 작가의 견해도 흥미롭게 전해진다. 소설을 집필한 작가의 뒷이야기와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을 비판한 평론가의 편지를 낭독한 이유까지도 설명하면서 고골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받았던 내용이다. 만년의 고골이 찬양한 것들과 탄압을 옹호한 것을 비판한 소설의 작가에게 사형선고와 강제노동을 집행한 이유까지도 설명되고 『악령』 작품까지도 소개된다. 작가들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한 권씩 차곡히 쌓아 올려놓는 『청춘의 독서』 목록 독서도 의미 있을 것이다.




대량학살을 저지른 수많은 부하들은 끔찍한 정신적 번민과 고통에 시달렸다는 증거가 없다 - P32

매우 과격하고 관념적인 해법 ...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권리와 법률을 위반할 수 있는 권리... 그들이 비범하기 때문 - P23

세상은 죽을 때까지도 전체를 다 볼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으며, 삶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축복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길에서라도 스스로 인간다움을 잘 가꾸기만 하면 기쁨과 보람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 P10

그들이 했던 고민고 사색은 많든 적든 내 것이기도 하다. - P10

길을 잃었다... 낡은 지도를 꺼내 살펴본다. - P7

지난 시기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를 차분히 되짚어보았다.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형철 해제와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도서라 펼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2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이기도 하다. 9.11 추모식에서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소설 토니 블레이어가 낭독한 책이라 더욱 궁금함에 펼친 소설이다. 그 기대감은 놀라움으로 충족되었고 작가가 집필한 이유, 9.11 추모식에서 낭독한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던 명작으로 기억된다.

시편 90편 5절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소설은 페루의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진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 사고로 5명의 여행자가 골짜기로 추락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 질병, 지진, 해일에 사람들은 신의 행위인지, 신의 의도인지 무수한 질문들을 저마다 속마음으로 던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후폭풍의 패턴을 작가는 소설에서 놓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수한 질문들 중의 하나를 소설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리가 무너진 사건을 목격한 주니퍼 수사가 있다. 수사는 사건으로 죽은 다섯 사람의 삶의 중단에서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 있었는지 소설은 전해진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13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16

삶과 죽음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인도된다. 외줄타기하는 기분으로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도통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는다. 태어남과 삶,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고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과 무의미의 향연을 멈추지 않는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진지하게 관찰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 쌍둥이 형제, 수녀원장, 선장, 카밀라 여배우와 세 자녀, 피오 아저씨, 페피타라는 어린 소녀, 피오 아저씨의 아버지를 잘 살펴보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요구하는 것들과 의심, 삶의 고통이 지닌 의미를 진지하게 살피게 한다. 자신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리석은 사랑을 하다가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갑자기 한꺼번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은 뒤늦게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카밀라 여배우 피오 아저씨와 자신의 아들을 추억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수녀원장도 자신이 너무 바쁘게 살았다면서 뒤늦은 후회와 참회를 한다.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수녀원장은 처음으로 듣는 순간이 찾아온다.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수녀는 자신의 애정의 색깔이 부족했음을, 인생 전체에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좀 더 있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197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198

권력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도 등장한다. 수사가 연구한 방대한 책은 이단 심사단에 의해 불태워진다. 더불어 수사도 감옥에 있다가 화형을 당하게 된다. 수사가 감옥에서 생각한 것들과 화형을 당하는 순간에 보았던 것들과 그의 생각들이 소설에 전해진다. 그가 연구하고 도출한 내용도 등장하면서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재앙이 지닌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흥미롭게 전하는 소설이다.

종교적 가르침과 재앙에 의해 목도하는 죽음을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가는지 꼬집는 작품이다. 잘 살아보겠다고 뒤늦게 깨닫는 후작 부인이 맞이한 것이 무엇이며, 너무 늦지 않게 잘 살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이유도 섬세하게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삶은 무수한 질문들을 다양하게 던진다.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힘이 중요해진다. 후작부인과 딸의 관계가 던진 질문처럼 『고리오 영감』 소설의 영감이 죽음 앞에서 말하는 것도 다르지가 않았다. 사랑을 하였지만 어리석은 사랑을 하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 수녀원장이 깨닫는 것처럼 종교적 삶을 살지만 애정의 온도가 미지근하지 않는지도 지속적으로 매일 자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된다. 페피타라는 영특한 어린 소녀가 고난과 외로움 삶을 홀로 감당하도록 던져진 이유에는 수녀원장이 있었다. 사랑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사랑하는 방식이 서툴고 과하고 부족하여 어리석은 몸짓으로 삶을 낭비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용기'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용기가 사랑과 어우러지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종교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무참하고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는지도 전하는 작품이다. 마녀로 사라진 무수히 많은 여성들, 화형과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을 현시대에서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 시대의 우매한 인간들의 다양한 권력적 횡포도 접목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소설이다.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 P198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 P197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 P16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 P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지 않는 여자친구,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수많은 아내들을 떠올리는 남자들이 있다. 박혜진이 엮고 풀은 『퍼니 사이코 픽션』 7편의 피폐소설 중의 『정열』라는 송경아 소설의 남자는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에드나 오브라이언의 『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등장하는 부자가 회상하는 자신의 여러 아내들이 그러하다. 기억조차 선명하게 남지 않은 많은 아내들이 그 남자를 스쳐지나쳤음을 남자를 통해서 전해진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족장의 가을』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사랑하는 능력이 없었던 남자의 죽음에 태어난 아이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사랑하지 않지만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하고 자녀가 태어나는 것들이 사랑이 아님을 여러 소설들을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부모이지만 사랑이 없는 부모, 살의가 느껴지는 눈빛을 드러내는 부모의 폭력성이 여러 소설에서 등장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녀, 부부, 연인들부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채색의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사랑하라!

명료한 가르침이 우매한 인간들에게는 힘겨운 돌덩이를 밀고 올라가는 삶인지 떠올리게 한다. 사랑이 없는 요양원의 처참함과 사랑이 흐르지 않는 가족들과 사회에서 괴롭힘과 혐오, 차별과 무시가 얼마나 타인을 생채기내는 무수한 형태로 괴물이 되어가는지 떠올리게 된다.


사랑이 없는 연인에게 '정열'이 무엇인지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는 여자친구가 송경아 소설에 등장한다. 젊은 남자가 굳건히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면서 정열을 이제서야 경험하면서 그는 여자친구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열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처참한 삶인지 깨닫지 못하는 인생도 있겠지만 한 번은 뜨겁게 감당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이 괴물이 되어 타인을 괴롭히는 주체자가 되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뻔뻔함이 사라지게 최고의 해결책은 사랑임을 소설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매일 부단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것이 사랑하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연인,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분열과 대립,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시작하는 전쟁도 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변화의 시작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정열』이라는 소설에서 엿볼 수 있었고 남자의 변화와 깨달음이 명징하였음을 보게 된다.


사랑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대이다. 단단한 자신들의 요새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머뭇거림 없이 폭력성으로 표출되는 것을 경험한 시대이다. 사랑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집단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은 수치스러운 운명이라고 『족장의 가을』의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언급한다.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를 찾고자 소설들을 무수히 읽다가 발견한 것은 치유가 되면서 평온으로 이어졌다. 사랑이 없는 수치스러운 운명을 자각하지 못하는 집단과 사회, 가족들에게서 해방을 맛보았고 매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기도하는 부단함이 왜 필요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 소설들이다.


회색빛의 도시, 무채색의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힘이 필요하며 오늘의 힘겨움이 자신의 탓이 아님을 소설들은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저마다 다른 분위기로 전개되지만 작가들은 한결같이 사랑이 필요한 이유를 손꼽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하라! 오늘도 우리는 타인과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늦은 밤 사랑하였던 순간들을 기억하는 빛이 되어야 한다.

타인을 만나러 가려면 자신이라는 한계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러자면 반드시 변해야 된다. 그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을 정열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40

_정열 송경아 _퍼니 사이코 픽션


우리 아빠가 죽었어.

자유만세 46

​_족장의 가을


수수께끼 손금.

사랑하는 능력이 없다는 것.

수치스러운 운명 362

​_족장의 가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7편의 피폐소설. 작가의 설명까지 들을 수 있어서 작품을 2번 읽게 되어서 도움이 되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