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박완서 산문집 『호미』 글들도 함께 읽기에 좋았다. 청소년 추천도서로도 손꼽히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설의 내용이 산문집 『호미』에서도 등장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참혹함의 실상을 소설과 <아웃랜드> 넷플릭스 시리즈를 통해서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흔적 없는 삶> 넷플릭스 영화와 <눈먼 암살자> 세계문학전집 소설을 통해서도 충분히 뼈저리게 느끼는 실상을 보여준다. 누구도 온전하게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전쟁의 참상을 여러 작가들의 예술성을 통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70이 넘어서 쓴 글이라고 말하면서 시작하는 글에서도 여전히 박완서 작가에게는 깊은 상흔으로 남겨진 전쟁의 후폭풍이 산문집의 글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내 소설 속의 식민지 시대'제목으로 시작한 글에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설이 등장하면서 식민지 정책들이 있는데 언어말살, 창씨개명, 강제징용, 정신대 같은 만행은 다시는 이 지구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글귀에 방점을 찍었던 문장이다. 만행이라고 강한 어조로 언급한 제국주의, 식민지 시대의 참상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국주의가 다시 세계화되는 분위기에 누가 어떤 이유로 동조하는지 적극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이에 대한 책들도 출간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지금도 극우주의가 어떤 형태로 이 시대를 위협하였고 지금도 위협하고 있는지 여실히 관찰되는 시대이다. 깨어있는 국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해진다. 만행을 저지르고자 계획하고 동조한 이들의 모습에는 당당함이 거침없이 드러나고 부끄러움은 사라진지 오래된 모습이다. 그렇기에 전쟁의 참상, 폭력의 진실이 무엇인지가 더욱 중대해진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는 이유, 역사를 잊은 시대는 다시 반복되는 역사를 맞이할 수 있음을 지금 이 시대 우리는 경험하였기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면서 둘러보게 된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서점가에는 추천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완서 오빠가 경험한 전쟁의 후폭풍에 대한 내용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소설에 등장한다. 전쟁 희생자의 고통도 참담하지만 지켜보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제2의 피해자임을 70이 넘어서 쓴 글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참담함을 호소하는 문장에서 마주하게 된다. "70이 넘어 쓴 글들이다... 이 나이 이거 거저먹은 나이 아니다." (4쪽)

김매듯이 살아왔음을 추억하는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호미자루를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던 지난날들을 기억하는 작가의 글에 매료된다. 거둔 수확물이 보잘것없어도 늘 자신의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었음을 큰 복으로 알았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에 감동받는다. 축복하는 기도,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의 문장을 통해서도 공감을 나누게 된다. 김매기가 무엇인지 곰곰이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반복되는 먹고살고자 일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복이라는 것을 떠올린 박완서 작가의 기나긴 70 인생과 지금 우리의 인생도 함께 숙고하게 하는 문장이다.

딸을 모범 주부로 살아가도록 가르친 것을 후회하는 글도 언급된다. 더불어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허용한 자유의 범주가 고작 소나 말에게 말뚝이 허용하는 자유였음을 비유하는 글도 <엄마의 말뚝>이라는 작품의 글과 함께 인용된다. 지금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삶의 둘레가 얼마나 작은 세계인지는 스스로 깨치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은 세계일 것이다. 자유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에게 자유가 크게 작용한다. 자유가 어느 정도 허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둘러보는 힘을 불어넣어 준 책이다.

돌이켜보니 김매듯이 살아왔다.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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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50살이네요 - 몸과 마음, 물건과 사람, 자신과 마주하는 법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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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아니었을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었다. 그리고 그때의 글과 지금의 느낌들은 사뭇 다르게 펼쳐진다. 출판업에 일하였던 그녀가 직장에서 눈물이라는 것을 통제하고 절제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눈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사회적 관습이 감정을 억누르라고 강요하였음을 그녀의 직장 생활에서도 보여준다. 통제된 눈물, 절제된 눈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기뻐서 흘리는 눈물과 고통을 억누르면서 흐르는 눈물을 참아야 했을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 초년생인 자녀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놀라움과 함께 눈물을 참지 말라고, 마음껏 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깊숙하게 억눌렀을 감정이 자신에게 너무나도 친절한 동료 직원의 따스함에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용솟음쳤다고 말하는 직장인의 눈물을 보았다. 감동과 기쁨, 고마움이 폭발하면서 흘리는 눈물이며, 불공정한 일을 참고 견디었던 직장 일이 부당하였음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따스함에 흘리는 눈물이었다.

매섭고 차가운 사회에서 처음으로 따뜻한 직장, 동료들을 만나면서 자녀는 매우 마음에 드는 직장에 안착하면서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있기에 저자가 언급한 직장에서의 눈물 통제권의 의미가 특별해진다. 감정을 표현하라고 말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감정을 너무나도 통제하면서 살았던 날들이 지금의 질병의 원인이 되었음의 이유 중의 하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많이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이해하면서 빠르게 나쁜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울고 싶을 때 눈물을 참지 말라고 조언한다. 기쁘면 많이 웃고 풍성한 감정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통제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적 관습을 의심해야 한다. 상명하복이 군대의 문화에만 존재하지 않고 직장에서도 수직적으로 고스란히 존재하면서 현대인들의 감정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싫고 아닌 것 같은 직장에서는 빨리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조언하는 부모가 있어서 자녀는 고마웠다고 말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쩌면 평생 헤매는 이직이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괜찮다면서 조언했던 부모의 조언이 자녀의 이직을 응원하였고 이제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직장에 안착하여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삶의 지표로 삼으면서 살아간다. 50살이라는 나이도 숫자에 불과하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40대였고 지금은 50대를 활기차게 생활하면서 만족스럽게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철이 없는 모습으로 도전을 좋아하고 배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경쟁의 당위성에 길들여져서 살았던 10대와 20대가 지나가고 지금은 많은 책들을 통해서 통찰한 깨달음으로 경쟁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되면서 그러한 수직적 구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50대이다. 이제는 느긋하게 사는 것이 좋고, 좋아하는 일과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좋아하는 영화,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생각한다.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면서 진짜 삶이 흐르는 현지인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드러난 것의 화려함보다는 진짜 그들의 삶이 있는 골목길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향기가 주는 행복, 주거공간의 동선, 비우는 미니멀라이프 살림이 전해진다. 여행 가방의 의미, 순간의 가치가 언급된다. 솔직한 이야기와 진솔함이 전해진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이 최고로 만족스럽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다시 돌아가고 지난날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50대가 가장 찬란하기 때문이다.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어도 좋다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옷

언제나 웃을 수 있는 쪽을 선택

몸의 휴식을 위해 ‘소식하는 날’

내가 먹은 음식은 나를 말해준다

몸의 자세는 마음의 상태

느긋하게 보내는 하루는 꼭 필요하다

몸은 스스로 좋아지는 쪽을 향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지기

어떤 일이든 단정부터 짓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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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당시 판매금지를 당한 이유가 전해진다. 탐욕과 욕정을 다룬 미국 소설로 당시 미국 사회의 어두운 실상을 고스란히 전하는 작품이다. '누아르 소설'장르를 열어준 작가이며 영화의 원작소설로 알베르 카뮈가 이 소설에 영감을 받고 『이방인』을 썼다고 한다.



이방인 소설에서 살인한 장면과 살인한 이유로 재판을 받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의 두 인물이 악마에 대해, 두 개의 자아와 무의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신이 자신들의 이마에 키스한 것이 아니라 악마가 자신들과 함께 침실로 간다는 사실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치료실에 자기 형을 살해한 녀석이 있다 그는 자신이 살인한 게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이 했다고 말합니다 두 개의 자아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즉 그게 무의식이라고 말했다." (171쪽) 카뮈의 소설들을 좋아해서 카뮈에게 영감을 준 소설의 작가라 흥미롭게 읽은 해외 고전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두 남자의 국가는 상징성을 의미한다. 두 남자의 죽음마저도 방랑자와 다름없는 두 사람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죽거나 모르고 죽거나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장시키는 소설 제목이 된다. 소설에는 포스트맨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 제목을 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알게 되면서 작가가 작품성으로 독자와 호흡하고자 한 의도를 찾는 재미까지 주는 고전소설이다.





방랑자로 떠돌아다니는 24살 남자 프랭크가 식사를 한 식당에서 일꾼을 구한다는 사장의 제안으로 정비사로 일하게 된다. 식당과 주유소를 함께 운영하는 곳에서 사장 부인인 젊은 아내에게 반해버리면서 떠돌아다니는 프랭크는 이곳에서 부인과 밀애를 시작한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집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가난한 프랭크와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 부인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이면서 빠져나오지 못할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살인을 계획하면서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양말조차 없는 그와 함께 하는 삶은 간이식당, 길이라고 여인은 대답하면서 다른 제안을 그에게 하게 된다.

점점 복잡하고 미묘하게 엉킨 사건을 통해 그들이 믿었던 사랑은 민낯을 드러내고 섬뜩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당신이 날 죽일 방법을 생각하는 동안, 프랭크, 나도 똑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어." 이름도 없는 아무개로 직장에서 일하였던 일꾼이었음을 작가는 꼬집는다. 직원이 직장을 박차고 떠난 이유보다는 떠난 노동자를 향한 불만을 토로할 뿐이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 방랑자와 같은 삶을 사는 프랭크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사장의 실크 셔츠 열두어 벌과 양말조차 없는 노동자인 프랭크의 삶은 대조적이다. 두 남자의 죽음과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의미가 밀접한 상관성을 전달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 중의 하나가 『이방인』소설의 피해자를 통해서도 보인다. 소설 중의 두 남자의 죽음까지도 흥미롭게 연결해서 읽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탐욕으로 얼룩진 부부가 있다. 젊은 아내를 향한 욕망도 탐욕이며, 사랑이 없는 부부였기에 밀애를 하는 죄책감도 없고 살인을 제안하는 여인의 모습에서도 탐욕은 멈추지를 않는다. 악마의 속삭임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만 하다. 달콤하지만 곧 그들의 탐욕과 파괴된 영혼은 거침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술 취한 키스가 아니라 그 안에 꿈이 있는 키스를.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서 나오는 키스를." (163쪽) 어떤 키스가 진실한 것인지 소설을 통해서,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해외 고전소설이다.




술 취한 키스가 아니라 그 안에 꿈이 있는 키스를.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서 나오는 키스를.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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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21
찰스 디킨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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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오래된 골동품 상점』 등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 작품 중의 하나이다. 찬사를 받는 소설로 핍과 누나, 매형이 등장한다. 보닛 모자를 쓰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로 시골 대장간에서 달구어진 불과 씨름하는 일꾼인 매형인 조가 인상적인 인물이다. 고단한 일꾼의 땀과 가난은 멈추지 않는다. 핍의 부모와 다섯 형제는 모두 무덤에 있어서 핍은 누나와 함께 생활하는 상황이다. 다혈질인 누나의 성품과 대조적인 매형은 다정하여 친구가 되어주는 인물이다. 누나는 남편인 조에게 자주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누나가 핍을 키워냈음을 보여준다.

다정하고 정이 많은 조를 주목하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배움은 짧고 가진 것이라고는 기술밖에 없는 조는 가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지만 성실함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인물이다. 아내의 난폭한 언행을 참고 이겨내면서 아내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남편이다. 더불어 핍에게는 친구와 같은 존재로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배움이 많아도 냉기만 가득한 조악한 인물보다 배움이 부족하여도 온기가 가득한 조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된다. 충분히 배울 점이 많은 조라는 인물의 인품과 성품을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조밀하게 묘사하고 등장시킨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매형인 조와 나는 대화는 깊은 대화들이지만 아직 어린 핍에게는 들리지 않는 대화로만 맴돌 뿐이다. 그저 어린 핍에게는 남루한 모습, 배움이 짧은 모습, 가난한 모습만이 보여서 핍은 매형이 조를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핍의 눈을 가린 것은 부자의 돈과 위선, 신사라는 모순을 최우선적 가치로 여기게 된다. 현대인들에게도 이러한 핍의 모습과 가치는 낯설지가 않은 이유로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난하지만 부자 흉내를 내고자 광대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된다. 핍도 다르지가 않았다. 자신이 추앙한 것들 부자, 신사, 돈, 위선들이 얼마나 가벼운 것들이었는지 뒤늦게 깨우치는 소설이다.

미스 해비셤의 저택은 기괴한 저택이다. 시간이 멈춘 저택. 웨딩케이크, 멈춘 시계의 시간은 9시 20분. 가꾸지 않는 정원,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저택과 곰팡이, 촛불에 지탱하는 저택, 아첨꾼인 저택의 손님들. 어떤 비밀이 숨겨진 것일까?

부자의 유산, 계급사회의 위선적인 모습, 신사가 되는 기준들이 매우 불안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깨우는 작품이다. 온전하지 않은 어른들이 등장하는데 핍의 친구 허버트 어머니의 모습이 그중의 하나이다. 아내의 모습만 바라보다가 좌절하고 포기한 삶을 살아간 허버트 아버지의 안타까운 일상과 삶도 그려낸다. 적절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 부모를 바라본 자녀가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안달하는 모습을 허버트 형제와 허버트를 통해서 전해진다.

'버디'라는 소녀가 조의 가정을 유지하고 지탱하는 강한 기둥이었음을 보여준다. 핍의 누나를 보살피는 버디의 진실한 마음과 살림들이 이들을 지켜낸 강한 사람이었음을 전한다. 이 소녀의 말과 몸짓, 편지 내용도 잊히지 않는 작품이다. 핍과 버디가 산책길에 나눈 대화와 진실한 마음은 어디로 날아가 버린 것일까? 핍의 인생에 찾아온 행운 같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핍은 미스 해비셤 저택의 소녀만을 떠올리게 된다. 그 소녀를 '사랑하라'고 제안한 미스 해비셤의 말은 섬뜩하기만 하다. 계획된 사랑에 맞추어진 남자가 되는 사랑은 온전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핍에게 엄청난 유산을 받을 기회가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진진하다. 전제조건이 있어서 핍은 유산을 받고자 노력을 하게 된다. 부자가 되는 기회가 행운인지, 불행인지 자문하면서 읽은 고전소설이다. 등장하는 많은 인물, 상황들이 상징적이라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로 가려진 진눈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진실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삶을 살아갈 것인지,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질 것인지 결국 귀결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2권 세트로 구성된 소설로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한 찰스 디킨스의 대표 고전소설이다. 여름 휴가지에서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될 매력적인 재미있는 소설로 추천한다.



대장간과 미스 해비셤의 저택 사이에서, 그리고 비디와 에스텔라 사이에서 ... 그 방과 앞으로 내가 지내게 될 더 멋진 방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로 빠져들었다.
- P248

빛나는 행운으로 가득 찬 이 첫날밤이... 가장 외로운 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 슬프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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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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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저자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추천도서이다. 아마존 이달의 책, 가디언 대표 칼럼니스트의 화제작, 타임스, 옵저버, 가디언. 데일리메일 추천도서로 행복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명쾌한 내용이 전해지는 신간도서이다.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욱 불행해진다는 띠지의 글귀가 강열하다. 실패와 분노, 불안과 슬픔을 온전히 끌어안는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힘에 대해 저자는 쉽게 독자들과 호흡한다.

널리 알려진 철학자, 유명한 작가들 등의 책의 문장이 예시로 설명하는 내용들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으로 접근한다. <첫 여름, 완주> 소설에서 부여잡은 '존재'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서도 다시 부여잡는 명제와 질문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게 해준 도서이다. 더불어 알베르 카뮈의 철학과 작품들까지 떠올린 여정이다.

작가는 영국 논픽셔니스트이며 불편한 진실 수집가라고 소개한다. 행복 과잉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책을 통해서 전해진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라, 낙관론 숭배에 대한 냉철한 사유가 쏟아지면서 파산한 교회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이렇기를 원하지.. 하지만 실상은 저래." <더 와이어>에서 대사가 소개된다. 삶의 고통은 집착으로부터 시작된다(85쪽)는 문장과 <행복 추구를 멈추다>책 내용도 전해진다. 더 낫게 더 행복하게 하고자 명상을 하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라고 언급하면서 매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멈추는 것, 불쾌한 생각과 감정을 즐거운 생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즉, 행복추구를 멈추는 것이 심오한 평화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가톨릭 수사이면서 작가인 토머스 머튼의 자서전 <칠층산>의 내용도 소개된다. "많은 사람이 결코 파악하지 못한 진실이 있는데, 그것은 고통을 피하려고 노력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이다."(204쪽) 명상과 기도, 종교의 의미까지도 접목하는 여정이 된다. 진정한 종교의 의미, 기도의 의미, 명상의 의미가 선명해지는 내용이다.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답은 현대인들이 스스로 찾아야 하는 진중한 질문들 중의 하나이다. 부자가 행복한지, 소유욕과 과시욕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소설들을 통해서, 가까운 부자들을 통해서 무수히 목도하면서 깨달은 것을 떠올리면서 읽은 내용이다. '빈민가에서도 행복할 수 있고 도시에서도 불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세계적인 행복도 조사>도 언급되는데 가장 가난한 나라와 가장 행복한 나라의 연관성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불안정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도가 1등이라는 사실은 명징한 가르침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미국과 영국을 비교하는 내용도 잊어서는 안되는 내용이다. 낙관론검소함에서 매우 견고한 행복의 요건이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C.S. 루이스의 글도 설명되는데 "사랑한다는 것은 다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203쪽)이라고 말한다. 건조하고 텅 빈 눈, 삭막한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이자 현답이다. 사랑이 없는 사람의 특징과 사랑하라는 말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을 시적으로 비유한 글이 강하게 자리잡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당신이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의 99.9퍼센트는 당신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사실 당신 자신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웨이 우 웨이 <깨달은 자에게 물어라>책의 문장이 인용된다. 퇴사를 오랜 시간 준비하고 결정하기까지 혼자 고심한 사람의 긴 세월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인지한 것과 다르지 않음을 일깨우게 된다. 현재는 그 회사를 다니는 직원들이 불행해 보인다는 말을 이제는 자녀를 통해서 듣게 된다. 화려한 삶의 뒤편에 자리 잡은 실상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해진다. 겉포장의 화려함보다 '존재'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행복을 통찰하는 거침없는 질주에 기꺼이 승차하면서 완주하는 기쁨을 누린 책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지혜를 모두가 찾아낼 수 있는 명쾌한 방향을 알려준 책이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의 삶이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라면, 발리인의 삶은 어느 특정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번영의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내는 우아한 줄타기 곡예에 더 가깝다. 143

발리 사람들의 검소함... 과시적 소비 관습... 경쟁과 불평등을 억제한다...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야 할 목표로 삼는 산업화한 서구사회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142

미국인이나 영국인의 삶이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라면, 발리인의 삶은 어느 특정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 번영의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내는 우아한 줄타기 곡예에 더 가깝다. - P143

발리 사람들의 검소함... 과시적 소비 관습... 경쟁과 불평등을 억제한다...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이루어야 할 목표로 삼는 산업화한 서구사회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 P142

사랑한다는 것은 다치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 - P203

많은 사람이 결코 파악하지 못한 진실이 있는데, 그것은 고통을 피하려고 노력할수록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이다. - P204

삶의 고통은 집착으로부터 시작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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