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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
클레어 풀리 지음, 이미영 옮김 / 책깃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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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스무 살 정도가 많으면 늙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나도 조금 있으면 그 나이가 될 거면서, 마치 영원히 그 시절에 있을 것처럼 군다. 뒤돌아서 후회하면서 말이다. 물론 나이 든 사람 특유의 아집이 싫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 우리 미래의 모습을 미리 경험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것을 버려야 하는지 보고 배운다.
클레어 풀리의 『웬만해선 죽을 수 없는 최고령 사교 클럽』은 일흔이 넘은 이들의 주민센터 복지관을 지키기 위한 활약을 통해 삶의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소설이다. 쥐꼬리만한 봉급을 받는 복지관 운영자와 이제 다른 사람과 클럽을 통해 삶의 변화를 꾀하는 대프니, 아트, 윌리엄, 애나, 루비와 십대 후반의 미혼부 지기가 주요 인물이다. 지기는 대학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위해 학교 선생님이 과외 공부를 도와주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델 복지관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이 끝났을 때 누군가 카일리를 맡아주어야 했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 원하는 대프니는 지기가 공부가 끝나는 시간까지 카일리를 돌봐주기로 했고, 대신 지기는 대프니에게 인터넷 데이트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삶을 향해 발을 내딛을 준비가 시작되었다.

다른 누군가와 친구를 만들지 않았던 이들이 리디아의 사교 클럽에서 만나 삶의 변화를 이루고자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대프니의 활약과 배우였던 아트, 아트의 친구인 파파라치 윌리엄 등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삶의 연륜이 있는 이들은 지난 삶을 통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안다. 다르게 보면 통쾌하다. 지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했을 때 해결해주는 대프니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기에 지기가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 단번에 해결해내는 걸 보면 말이다. 무언가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는 것 같다. 또한 리디아가 처한 상황에서 한 가족의 엄마가 아닌,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개인으로서 혼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여성에게는 옷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옷장에서 디올을 꺼내주며 한마디 한다. "디올은 풍성한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거장이었죠. 패션은 시시한 게 아니에요. 갑옷이에요. 디올을 입으면 당신은 세상과 맞설 수 있어요. 보여요?"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바람피우는 남편을 자기 때문이라며 자책하는 리디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대프니는 오죽할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 아닌 “바로 나”임을 강조한다. 그래야 행복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스스로 강해지고, 누구에게든 맞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 의회에서는 노인들을 무시했다. 예산 때문에 센터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각자의 방식으로 의회를 찾아가기도 했으며,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기념 연극을 준비하여 많은 사람에게 복지관의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노인들과 아이들이 한데 모여 연극을 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압권이다. 타인과 말하는 걸 거부했던 아이 러키는 이제 자기 의사를 조금씩 표현할 수 있었고, 그 역할을 매기 대처라는 개가 도왔다. 그러고 보면 동물은 어린이와 어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것 같기도 하다.
만약 이런 공동체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못한 부모의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고, 친구가 없는 고령자들에게는 말벗이 생기며 새로운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서로 돕다 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은 점점 사라지지 않겠는가.
통쾌하고 유머스러운 작품이었다. 과거에 대프니가 어떤 일을 했든 지금의 대프니를 응원하게 했다. 지기와 카일리의 미래를 위한 방편을 마련해주고 리디아에게는 혼자 일어설 수 있는 자존감을 회복시켜주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다. 연륜에서 오는 삶의 통찰과 유머, 위트가 살아 있어 나이가 들어도 인생의 행복을 위해 힘쓰고 노력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한다. 이런 노인 사교 클럽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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