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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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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논설위원이자 칼럼니스트인 권석천의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의 지혜를 논하는 책이다. 삶의 모든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궁극적인 질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 수 있게 한다.
사상가들의 철학을 글 몇 줄로 알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나, 반성하게 하는 글이었다. 소크라테스 하면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것과 악처에 대한 일화만 기억하고 있었다. 저자는 철학가의 사상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소크라테스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마흔이 되었을 때 철학자의 길을 걸었다. 아테나이 거리를 걸으며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으나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새로운 신을 믿는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친구와 제자들의 권유에도 망명하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며 삶의 통찰력을 배울 수 있도록 했던 그는 신념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된다. 또는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여 해답을 얻으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질문을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 삶의 가치를 정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여, 당신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히 살아갈 수 있지 않았나요?”
“캐묻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35페이지)

비극 『안티고네』를 쓴 소포클레스를 통해 신념을 위해 침묵하지 않는 용기를 배운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딸이다. 오이디푸스가 방랑길에 오른 뒤 외삼촌 크레온이 왕이 되며 형제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 때문에 반목하게 되었다. 같은 신념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안티고네와 달리 이스메네는 원칙을 지키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메네가 현실적이며 합리적 사고를 하는 것 같다. 안티고네처럼 행동하다가는 현실에서도 부러지고 말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구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나. 신념을 품고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논하는 저자의 글이 와 닿는다.
신념을 품고 산다는 것은 결코 세상과의 대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입니다. 건설적인 대화와 토론을 향해 마음을 열어놓는 과정입니다. 내 주장과 다른 생각에도 마음을 열고 근거와 논리를 재정비할 때 문제를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게 될 때, 비로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61페이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모든 문학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저자는 『일리아스』를 가리켜 공감의 중요성을 알려준 최고의 참고서라고 일컬었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와 싸우다 죽자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작품이 시작된다. 헥토르를 쫓아가 그가 죽자 시신을 돌려보내 주지 않다가 프리아모스 왕이 찾아와 아버지의 마음으로 호소하자 그제야 헥토르의 시신을 양도했다. 죽음은 신들의 영역이라고 보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의 다툼과 각 인물의 활약이 돋보였던 책으로 아킬레우스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사회 생활하면서 혹은 책을 읽으며 맥락을 잘 찾아야 한다. 맥락이란 무엇인가. ‘어떤 일이 발생한 배경이나 전후 관계’를 일컫는다.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팩트 너머에 있는 맥락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아울러 맥락과 함께 ‘열린 관점’이 중요한데 헤로도토스는 역사를 기술할 때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할 수 있으나 다 믿을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즉 어떠한 사실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지지한다고 표현했다. 이런 것을 ‘열린 관점’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맥락을 찾는 일은 새로운 통찰을 하는데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맥락은 무엇일까? 내 일상 속 작은 변화들, 내가 ‘일시적 유행’이라고 치부했던 것들 가운데 진짜 중요한 흐름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맥락이란 것은 강한 확신의 순간이 아니라 의심의 순간에 발견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관건은 열린 자세로 그걸 잡아내느냐, 닫힌 자세로 그걸 놓치느냐에 달렸습니다. (253~254페이지)
개인적인 경험은 공감력을 키우는 큰 주제다. 문학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을 변주해 공감력을 키우고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지 않나. 독자에게 책을 읽는 경험은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대리 경험하는 것과 같다. 타인의 삶을 비교하고 성찰하며 미래의 삶을 계획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철학서를 한동안 읽지 않았다. 길을 걷다가 길이 막히면 이정표를 확인하는 것처럼,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을 때 철학서를 읽으면 삶의 방향이 보이는 걸 느낀다. 머리를 내리치는 도끼처럼 책 속에서 배울 수 있다. 언론인 손석희의 말처럼,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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