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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ㅣ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평점 :
#활자잔혹극 #루스렌들 #북스피어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7페이지)
짜릿한 소설의 첫 문장이다. 활자중독이라고 할 만큼 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는 인물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굉장히 불편할 거로 여겨진다. 한 저택의 가정부로 들어간 여성이 글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인 것처럼, 커버데일 일가가 유니스 파치먼을 채용하면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소설은 커버데일 일가가 유니스 파치먼에게 살해되기까지의 과정이 시간 순서대로 나온다. 커버데일의 안주인 재클린이 하녀를 구하면서 편지에서 보이는 의문점을 전혀 찾지 못하는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 질문을 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많은 조짐이 있었으나 놓친 거다. 불행은 이처럼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들 가족의 미래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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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데일 가족의 저택에 처음 도착한 날 유니스의 방에 있던 텔레비전이 그녀를 더 폭력적으로 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항상 바라 마지않았던 텔레비전이 눈앞에 있었고, 하필이면 텔레비전을 처음 켰을 때 화면에 총을 든 남자가 등장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어휘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폭력과 총이 등장하는 장면을 맞닥뜨리고 난 뒤 그녀의 폭력성을 자극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처럼 조앤 스미스를 친구로 둔 점일 것이다. 텔레비전의 폭력과 총, 종교에 빠져있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조앤 스미스를 만난 것부터 비극이었다. 이 모든 요소가 갖춰진 상태에서 커버데일 가족은 비극의 운명을 선택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는 활자로 도배된 세상이 끔찍했다. 활자를 자신에게 닥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활자는 거리를 두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으며, 그녀에게 활자를 보여주려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활자를 피하려는 버릇은 몸에 깊게 배어 있었다. 더 이상 의식하고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따뜻한 마음이나, 타인을 향한 애정, 인간적인 열정이 솟아나는 샘은 이러한 이유로 오래전에 말라 버렸다. 이제는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이러한 자신이 상태가 인쇄물이나 책, 손으로 쓴 글자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74페이지)
발췌문장처럼, 유니스에게 활자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위협이었으며 폭력적이었다. 유니스는 활자만 빼면 재클린을 포함한 커버데일 가족에게 완벽한 하녀였다. 그릇이며 바닥, 침대 시트 등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청소했다. 다만 재클린이 쓴 쪽지의 내용이 두려워했으며, 급한 일로 회사에서 서류를 준비해달라는 조지의 전화가 폭력적으로 느껴진 건 당연했다. 글자를 모른다는 걸 절대 밝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준비한 죽음이 아니었지만, 치밀하게 움직인 게 되었다. 커버데일 가족을 죽인 뒤, 조앤의 흔적을 지우는 장면은 압도적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흔적을 지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집에 찾아온 형사에게 차를 대접하며 사건이 추이를 관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활자를 몰랐기에 살인자로 체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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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의 유년 시절이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유니스에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문맹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활자 때문에 두려워하고, 문맹을 감추려 다른 사람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유니스 파치먼의 폭력성과 공격성은 기본적으로 잠재된 성격이었는지도 모른다. 『활자잔혹극』은 이처럼 한 사람으로 인하여 비극을 초래했고 한 가족이 몰살당했다. 한편으로 안타까웠다. 유니스의 문맹을 일찍 알았더라면 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에게 글을 가르쳤을 것이고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모든 상황에 만약이란 가설을 세워본다.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는 거에 안타까움을 표해본다.
역시, 마포 김사장의 말발(혹은 글발)에 속아 구매한 책이다. 북스피어의 책은 순전히 마포 김사장의 글을 보고 구매하게 된다.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글발이라고 해두자. 짜릿하고 재미있다. 루스 렌들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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