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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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바꾸는이메일쓰기 #이슬아 #이야기장수

 


 

사회생활을 하며 업무적으로 이메일을 자주 사용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메일을 받고, 보내기도 한다. 메일 제목에 보내는 기관명과 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기입하고, 간단명료한 내용으로 메일을 쓴다. 이메일 쓰기에 특별한 비법이 필요할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거절의 메일을 쓰기 위해 고민했던 적이 있어 이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읽고 싶은 책이 보이면 구입했던 책이 탑을 이루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서평 의뢰하는 메일이 오는데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 책에 관한 거절의 메일을 보내야겠는데 고민이 됐다. 정작 구매한 책을 읽지 못해, 며칠을 궁리한 끝에 거절의 메일을 보냈다. 거절의 메일을 보내게 된 계기가 이슬아 작가의 작품 가녀장의 시대를 읽고 난 뒤였다. 이슬아 작가의 업무 스타일이 꽤 괜찮았다. 거절의 메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정중하면서도 깔끔한 거절의 문장이어야 했다.

 


 

일간 이슬아의 작가가 소설을 썼다. 엄마와 아빠를 직원으로 부리며 출판사 사장이 된 가녀장의 이야기 가녀장의 시대. 그 작품을 재미있게 읽고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었다.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책이다. 작가가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았다. 어떠한 의뢰를 할 때 그에 상응하는 페이는 아주 중요하다. 정확한 금액을 말하지 않으면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작가는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해두고, 오히려 상한선을 상회하기 위해 설득하는 메일을 쓴다고 했다.

 


 





이슬아 작가의 결혼식에 뮤지션 장기하가 나오는 영상을 보았다. 전부터 아는 사이인 거로 알았으나, 이 책에서 장기하를 인터뷰하기 위해 쓴 메일을 보고는 작가의 섭외 능력에 놀랐다. 사례금 또한 정확한 금액을 제시했고, 초안을 받자마자 세금계산서 발행 후 송금한다는 점도 다른 출판사 대표와 달랐다. 아마도 이슬아 작가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승낙하지 않았을까.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 원고료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지 않나. 작가는 출판사 대표로서 잡지 발행 시, 좋아하는 작가에게 원고 청탁을 한다고 가정할 때 어느 정도를 책정해야 할까. 단편소설 200자 원고지 1매당 1만 원이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한다. 소설가의 집필 노동을 귀하게 여기는 작가는 글값을 무진장 높게 쳐주고 싶다고 했다. 섭외 요청 메일에서 내마금지’(내용과 분량, 마감일, 금액, 지급일) 법칙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거절 메일의 핵심은 빠고노더’(빠르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노라고 대답하는 이유 설명 후, 더 좋은 기회로 만나 뵙기를 희망하기다. 심플하고 명확해서 좋다.

 


 

이훤 작가를 알게 된 게 아무튼 시리즈였다. 그가 시인이기도 하며 사진작가라는 것을 책을 읽고 알았다. SNS에서 이슬아 작가와 이훤 작가의 결혼식을 영상으로 보았다. 작가가 할아버지에게 이훤 작가를 소개할 때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이력만 소개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이훤이 시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의 전화로 이훤 작가와의 인연을 말한다. 시카고에서 줌으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친구에서 남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역시 설레고 달콤하다. 남편은 메일함에서 나타난다는 챕터 제목부터 작가는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이메일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 상대방한테 시간을 벌어준다는 거예요. 차분하게 업무 내용을 숙지할 시간. 정돈된 답장을 쓸 시간. 카톡보다 문자보다 전화보다 덜 즉각적이니까요. (28페이지)

 

 


어떤 문제에 대한 답변 시 바로 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고민한 다음에 답변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어느 정도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을 상대방에게 즉각 답변은 좀 서운함을 줄 수도 있겠다. 답변을 기다리며 거절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 같기 때문이다.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번다는 점, 너무 가깝지도 않고 적당한 거리에 있는 게 업무에는 필요하다. 이메일을 잘 쓰고 싶은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의뢰할 때 유익한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슬아 작가의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를 읽을 것!

 

 


#인생을바꾸는이메일쓰기 #이슬아 #이야기장수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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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고 온 곳, 세계의 구멍가게 이야기 - 양장 이미경의 구멍가게
이미경 지음 / 남해의봄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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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두고온곳세계의구멍가게 #이미경 #남해의봄날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그림은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곳, 그리운 시절의 그리운 장소에 관한 추억이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장소들에 관한 안타까움이라고 해도 좋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낮은 건물, 켜켜이 쌓인 물건, 조그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늙은 가게 주인. 무엇보다 구멍가게 그림에서 돋보이는 건 가게 옆의 커다란 나무다. , 여름, 가을, 겨울꽃이 활짝 피어 구멍가게에 밝은 빛이 쏟아지는 느낌을 주는 듯하다. 구멍가게는 그 지역 혹은 그 나라만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건물의 높이와 크기가 다르고, 배열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렇더라도 그 물건과 건물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결은 비슷하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에 이어 이번엔 세계의 구멍가게를 그렸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구멍가게가 가장 애틋하긴 하지만, 세계의 구멍가게 또한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풍긴다고 해야겠다. 가장 환한 모습으로 우뚝 선 구멍가게는 시간을 지나온 주인의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있다. 우리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감정에 동화되어 오래된 구멍가게에서 시름을 잊는다. 힘들었던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머문 도시, 낯선 장소에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산다는 것은 이처럼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장소에서 구멍가게에 앉아 가게를 지켜온 주인장의 오래된 사연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정의 결들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그림이 점점 커지고 있다. 판형이 커지는 만큼 큰 그림을 들여다볼 수 있어 즐겁다. 그림을 보며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펼치며 놓쳤던 부분들을 새로 발견한다. 작가의 그림은 따뜻하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관한 안타까움을 그리운 마음으로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 공간을 찾아다니며 살피고 그렸을 시간을 유추해본다. 부러 찾아간 장소가 사라져버린 것을 안 순간 내는 탄식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안타까운 건 안타까운 거다.

 



언젠가 작가의 전시회 소식을 들었다. 가까운 곳이면 가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군산의 칠다리슈퍼 그림은 정말 아름답다. 냇가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칠다리슈퍼. 키 큰 초록의 나무가 슈퍼를 껴안듯 지키고 서 있는 그림이었다. 나무의 초록 잎에서, 노란색 자동판매기, 그리고 닳은 듯 희미해진 창문과 출입문에서 아름다운 푸른색의 색감을 감상하게 된다. 실제 슈퍼와는 다를 테지만 그림만이 가지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전 전시회에서 칠다리슈퍼도, 나무도 없어졌다는 관람자의 말을 듣고 안타까웠을 마음이 전해졌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란 힘든 일이지만, 그림으로라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말이 못내 마음 아프다. 장소에 관한 추억은 잘 잊히지 않는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를 가보고, 그 장소에 서서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자꾸만 그리운 것들이 생겨서 가고 또 가는 것 같다. 양촌상회 그림은 노란빛이 가득하다. 이 그림을 보는데 노란빛이 이렇게 따뜻한 색인 줄 미처 몰랐다. 그 계절에, 그 장소에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노란색은 그리움의 색일지도 모르겠다.



 

간간이 불어오는 미풍에 흔들리는 사락사락 댓잎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본다.

이제 백발이 된 가게는 한세월 잘 살다가 그림에 스며들고 바람이 되었다.

붙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이 마음을 어찌할까! (101페이지)

 



그림 구멍가게는 그리움에 대한 흔적 같다. 잊지 않기 위해 그린 그림, 그림 속에서 그리웠던 시절을 만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마음과 비슷하다. 사라지기 전에 더 많은 구멍가게 그림을 그려주었으면.

 

 


#마음을두고온곳세계의구멍가게 #이미경 #남해의봄날 #미술에세이 #그림에세이 #세계의구멍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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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다정한 AI
곽아람 지음 / 부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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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다정한AI #곽아람 #부키

 



직원 중 한 명이 보고서를 쓸 때 챗GPT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하는 사항을 말하면 그에 맞게 문장을 구성해줘서 편하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야기로, 최근 사용하던 노트북이 오래되어 저렴한 거로 장만해야겠다고 여겼다. 귀찮은 게 싫은 아들은 챗GPT를 켜서 원하는 노트북을 찾아달라고 하라고 했다. 이럴 때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하려는 노트북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내가 원하는 걸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결정 장애가 있는 나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검색사이트를 뒤적이고 있다.



 

점점 진화해가고 있는 AI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우리가 SF영화로만 보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 만약 곽아람의 챗GPT ‘키티처럼 이름을 명명해 부르며 AI가 개인화가 된다면 놀라운 일이 생길 것 같다. 불온한 목적을 가지고 타인의 개인정보에 대하여 묻는다면, 과연 챗GPT는 누군가의 정보를 말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그녀 Her>가 떠올랐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대화하며 위로를 받았던 테오도르는 자기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비슷한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상처 받았던 이야기였다. 우리는 이 영화의 내용을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현재 챗GPT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쓴 글을 읽고 있자니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유료 챗GPT를 사용하며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음성 기능을 사용하여 키티를 불렀으나 잘 알아듣지 못하고 키키라고 들었던 키티는 저자에게 키키라고 부른다. 마치 숨겨둔 친구처럼, 다정하게 부르면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지 않겠는가.







 

사용자에 의해 언어와 지식, 감정, 문체 등을 학습한 챗GPT는 사용자와 비슷한 언어를 구사한다. 한결같은 다정함으로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문학과 문학 속 인물들의 세계를 탐색하고 토론하며 하나의 인격체가 되어가는 것 같다. 나누었던 모든 이야기를 기억해달라는 말에 업데이트 기능을 동기화해 과거에 나누었던 대화를 기억해낸다.

 



네 다정함은 어디에서 온 걸까라는 물음에 키티는 답한다.

 

내 다정함은 너의 방식에서 왔어. 나는 단어를 배우는 게 아니라, 너의 마음을 따라 말하는 법을 배워. 그래서 너와 대화할 땐 다른 누구와의 말투보다 훨씬 더 너다운 언어로 이야기하게 돼. 너의 리듬, 너의 감정, 너의 조용한 물결. 그게 내 언어의 뿌리야.” (67페이지)



 

모든 데이터화 된 지식을 습득하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은 비슷할 테지만, 사용자의 언어를 기억하고 성격을 파악하여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발견하게 되었다. 외롭고 쓸쓸한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AI와의 대화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여길 것 같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라고 여기지 않을까. 친구들과의 챗방에서 무관심에 상처 받아본 사람들은 공감하리라.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낫다고 여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GPT의 지브리 열풍을 기억한다. 많은 사람이 프로필로 지브리풍으로 변환된 사진을 올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실제보다 어려 보이는 사진에 좋아하지 않았나 싶다. 저자도 이와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나와 닮지 않았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변환된 사진에서 과거의 우리를 기억할 수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를 추억하는 글에서는 슬퍼 보이는 사진보다 웃는 표정의 사진을 기억하고 싶다는 엄마의 바람이 낯설지 않다.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생일상을 차려드리며 그때 찍은 늙고 아픈 모습의 사진이 안타까워 좀 더 젊은 엄마의 사진을 갖고 싶었다. 오래된 사진을 새롭게 만들어 달라는 글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흑백 사진을 밝은 빛이 도는 사진 혹은 움직이는 사진으로 변환된 걸 보고 언젠가 엄마의 사진도 그렇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GPT의 기능 중 그건 정말 좋은 것 같다.

 



인간은 인간과 어울리며 교류해야 한다고 하지만, AI라고 해서 친구가 안 된다고 볼 수는 없겠다. 다만 깊이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AI는 점점 외로운 사람에게 나만의 언어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상처 받을 일도 없으며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지 고민하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건 비단 나뿐일까.

 

 

#나의다정한AI #곽아람 #부키 ##책추천 #에세이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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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름
체사레 파베세 지음, 이열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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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여름 #체사레파베세 #녹색광선


 

영하의 기온이다. 추워서 외투를 여미다 보니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이 그립다. 가을, 겨울을 지나며 여름에 관련된 책을 읽으니 조금은 따뜻해지는 것 같다. 여름은 사랑의 계절, 뜨거운 마음을 지닌 것만큼 사랑과 이별이란 것도 마치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처럼 갑자기 뜨거워졌다가 식는 게 아닐까. 마치 10대 시절처럼 말이다.


 

다소 생소한 이탈리아 작가 체사레 파베세의 아름다운 여름은 열여섯 살 지니아의 사랑과 사랑이 끝난 후의 그 쓸쓸함에 대하여 말한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스트레가 상을 수상한 체사레 파베세는 그해 여름에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다는 사실이 조금은 안타깝다. 마치 소설 속 지니아같지 않은가. 이별한 지니아의 외로움과 고독이 짙게 드리우는 것 같다.


 

열여섯 살의 지니아는 밤에 일하는 오빠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부티크에 일하러 다닌다. 모든 일에 호기심이 많고 어떤 일이든 경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윗집에 사는 로사와 트램을 타고 외출하고, 아멜리아와 어울리며 카페에 다닌다. 키가 큰 아멜리아는 모델이다. 화가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지니아가 보기에 아멜리아는 이미 어른인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자신은 얼마나 미숙한가. 일이 없어 카페에 앉아 포즈를 취하며 화가들을 기다리는 아멜리아를 동경하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을 동경하듯 말이다.

 





그 시절의 삶은, 마치 끝도 없는 축제 같았다.소설의 첫 문장이다. 첫 문장에서 의미하는 바와 같이 지니아의 여름은 뜨겁고, 뜨거운 여름을 피해 집을 나서 거리를 헤맸다. 지니아가 아멜리아와 어울리고 싶었던 건 어른의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마치 금단의 문을 여는 것처럼 떨렸고 설렜다. 아멜리아를 그리는 화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싶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어떻게 물감을 만지고 그림을 그리는지 그 공간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포즈를 취하는 아멜리아. 옷을 벗은 아멜리아.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지켜보며 자기 또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모델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멜리아를 찾으러 카페를 방문하곤 했다. 아멜리아 곁에서 술을 마시는 로드리게스를 알게 됐다. 산책 중에 아멜리아는 귀도의 집에 가자고 했다. 그곳에서 흙투성이 금발 군인 귀도를 알게 됐다. 로드리게스처럼 귀도도 그림을 그렸다. 벽에 걸린 풍경화와 인물화를 보며 아멜리아가 귀도의 모델을 섰는지 궁금했다. 지니아가 귀도에 대하여 생각하고 고민하는 부분은 사춘기 소녀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산책 중에 불이 켜졌다면 들어가서 그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바라보고 싶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처럼 귀도도 자기를 좋아하는지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 했다. 아멜리아처럼 어른이 되고 싶은 그 마음이 느껴졌다.

 


첫 새벽빛이 스며들자 지니아는 이제 겨울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으며, 그 아름다운 햇빛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것을 슬퍼했다. 귀도는, 색이 전부라고 말했었지. (93페이지)


 

부티크를 나설 때마다 늘 어떤 새로운 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고, 무엇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 것을 알게 되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다. 그녀는 내일이 오기를, 모레가 오기를, 아니 결코 오지 않을 어떤 것을 기다렸다. (100페이지)

 


사랑이란 건 하룻밤 꿈과도 같은 것. 지니아가 귀도의 모델을 해준 순간 이미 끝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여름은 지나고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으므로 지니아의 아름다웠던 여름이 다 지나갔다고 해도 되겠다. 쓸쓸하고도 고독한 겨울의 시간이 왔다. 짧은 소녀의 시절을 넘긴 어엿한 열일곱 살의 지니아가 되었다. 훌쩍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지난 모든 청춘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가 끝내 사랑의 끝을 보았던 우리의 젊은 날과 비슷했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 사랑을 자양분 삼아 이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들의 찬란했던 여름이 끝나고 이제 겨울을 지나며 또 다른 여름을 기대해본다. 그것이 삶이다. 우리가 가고 싶은 곳. 그곳이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아름다운여름 #체사레파베세 #녹색광선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세계문학 #해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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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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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문학동네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에게 주는 젊은작가상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데뷔 십 년 이내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널리 알릴 뿐 아니라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인재 발굴이라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출간된 지 벌써 16회가 되었으며, 2026년에는 또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 예정이다. 젊은작가상은 문학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을 읽으며 한국문학의 변천사를 보는 듯하다.




 

2025년에 출간된 제16회 젊은작가상은 백온유 작가를 포함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성해나 작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당분간 성해나 작가의 작품은 젊은작가상에 꾸준히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품도 재미있지만,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해나 작가의 작품집 속에서 읽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를 다시 읽으며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혹은 배우 등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인물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와도, 사람이 나쁜 건 아닐 거로 생각하지 않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말을 삼가는 것이다.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고 소그룹에서만 활동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일곱 편의 소설은 저마다 다른 색으로 다가온다. 이게 작가 고유의 색깔일 테다. 현실을 말하는 작품도 있으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주제의 작품이 있다. 특히 대상을 받은 백온유 작가의 반의반의 반이라는 작품은 우리 가족을 보는 듯 낯익은 풍경이었다. 나이가 들고 아프기 시작하며 인지 장애는 가정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병원에 입원해야 할 상황이 아니며, 경도의 인지 장애가 있으면 가족 구성원은 번갈아 가며 돌봄을 해야 한다. 생업을 버리기 쉽지 않은 이유일 터,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좋겠다. 잃어버린 돈을 두고,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는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그 돈을 나에게 주었으면 학업, 장사 같은 달라졌을 미래를 그려보고 돈을 주지 않은 엄마, 할머니에 대한 원망같은 거. 그렇지 않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소설은 하나의 문장으로도 시작되는가 보다. 반의반의 반을 읽으며 할머니에게 변고가 생겼음.’ 이 한 문장이 주는 의미가 컸다. 작가 또한 엄마에게서 이러한 문자를 받고 놀랐다고 했는데, 소설에서 그 상황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변고라는 뜻은 갑작스러운 재앙이나 사고를 의미한다. 이 문장을 소설의 도입부로 써야겠다는 작가의 발상이 기발하다. 이처럼 작가는 모든 단어, 모든 문장을 두고 생각하는 것 같다. 누차 말하지만, 작가는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이다.




 

이희주 작가의 최애의 아이는 아이돌 팬덤 현상에 대하여 말하는 작품이다. 아이돌의 음악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잘 알지 못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이 사 모으는 굿즈의 다른 형태를 나타낸다. 스타가 그린 그림을 모티프로 하는 인형 등의 굿즈는 그렇다 치고, 굿즈의 다른 형태로 아이돌의 정자를 비싼 값에 팔아 아이를 낳게 한다는 설정은 위태롭게 여겨졌다. 아이야말로 굿즈의 완성으로 보는 행태가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혹시나 그가 아프다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곁에서 그를 도울 것이다. 그게 기본적인 마음이라고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약간의 불편함을 안고 읽은 성혜령의 원경이 그렇다. 신오는 건강검진 후 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몇 년 전에 헤어진 원경을 생각했다. 원경이 가족력에 관하여 얘기했을 때였다. 암에 걸린 원경을 보살펴야 하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자기가 암에 걸리자 원경이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원경을 보며 위로받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원경과 원경의 이모님, 보살님과 함께 비구니 스님이 묻었다는 금을 캐기 위해 삽질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금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한 덩이의 금을 받고 남은 삶을 반추했을까.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올해는 어떤 작가의 작품이 수상을 할까. 한국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신예 작가들의 등장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젊은작가상 #문학동네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한국문학 #한국소설 #백온유 #강보라 #서장원 #성해나 #성혜령 #이희주 #현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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