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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로런스 리스 지음, 허승철 옮김 / 페이퍼로드 / 2025년 1월
평점 :
〈 Book Review 〉
《 히틀러와 스탈린 》- 독소전쟁 4년의 증언들
_로런스 리스 (지은이), 허승철 (옮긴이) 페이퍼로드 2025-01-24
원제 : Hitler and Stalin: The Tyrants and the Second World War (2020년)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듯 다른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의 연대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시대가 흐를수록 희미해져가기도 하나, 그 반대인 경우는 생명력이 길기만하다. 아마도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히틀러와 스탈린에 대한 책은 세계적으로 많은 양의 도서가 출간되었다(히틀러에 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다). 두 독재자를 비교한 책은 이 책 외에도 영국의 역사가인 앨런 불럭(Alan Bullock)의《히틀러와 스탈린 : 평행적 삶》이 1991년도에 출간되었지만, 이 책 로런스 리스의《히틀러와 스탈린》은 두 사람에 대해서 전쟁 시기를 집중해서 조명하고 있다.
저자 로런스 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호평 받은 여러 책을 저술한 작가로 소개된다. 저자가 쓴 여러 권의 도서들이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저술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다룬 우수한 영상물을 제작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저술과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중에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통치로 고통 받은 사람, 두 독재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책 내용의 큰 줄기는 1939~1945년에 집중되어있다. 이 시기 동안에 히틀러와 스탈린이 서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1939년 8월, 이념적으로 최악의 숙적인 히틀러와 스탈린이 매우 특별하고 예외적인 야합이 내재된 ‘비밀협정’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둘은 친선협정, 독소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이다. 두 사람의 지지자 대다수가 보기에 이 협정은 참으로 뜬금없는 협정이었다. 그간 히틀러와 스탈린이 대척관계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얻는 즉각적인 이익은 분명했다. 히틀러는 서쪽의 영국, 프랑스와 동쪽의 소련 사이에 갇히는 불행을 피할 수 있었다. 스탈린은 히틀러가 다른 서유럽 국가들과 전쟁을 벌여 서로를 약화하는 파국을 앉아서 지켜볼 수 있었다. 거기다 비밀 불가침 조약 덕에 소련이 지배하는 영역을, 희생이라 부를 만한 대가도 거의 치르지 않고 획득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폴란드 분할(1939년 10월), 히틀러와 스탈린이 벌렸던 야합의 분열(1940년 11월), 전대미문의 전쟁을 계획한 히틀러가 소련군과 소련인을 몰살하겠다는 각오로 절멸전쟁(1941년 1월~6월)을 시작되는 과정에서 결국 일본과 미국이 대립하는 세계대전(1941년 12월)으로 번진다. 일본과 동맹관계였던 독일은 같은 해 12월 11일, 히틀러에 의해 독일이 미국과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선언한다. 히틀러와 스탈린 이 두 독재자는 여러 면에서 서로 달랐으나 한 가지 중대한 공통점이 있었다. 기아(飢餓)를 통제의 한 방법으로 이용한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수백만 명의 남녀노소를 의도적으로 죽인 책임이 있다. 그 과정과 결말은 참으로 끔찍했다. 세상이 알고 있듯이 히틀러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인 유대인 대량학살을 저질렀다(1943년 12월~1944년 5월). 스탈린이 소수민족 강제이주를 추진한 과정은 여러 측면에서 나치가 유대인을 게토에 몰아넣은 과정과 비슷했다. 나치가 혐오스러운 인종이라고 이름붙이고 제거하려했던 것처럼 스탈린도 그렇게 했다. 나치가 게토에 몰린 유대인들이 굶주림으로 죽도록 내버려두었듯이 스탈린 역시 강제 이주된 사람들이 굶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대단한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인터뷰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자료를 시간 순으로 정리했다. 다른 관련도서에서 만나보지 못한 많은 사진들도 함께 실려 있다. 마치 장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독재자가 아무리 악독해도 혼자 그 모든 일을 벌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손에 피한방울도 묻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시행하고 협조한 인물들과 나라들을 주목한다. 지구상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참혹함이기에 단지 과거의 사료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미 죽었지만, 그들이 남긴 ‘추악한 유산’은 후세대들을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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