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모두 영화 평론가란, 영화를 좀 더 꼼꼼하고 자세하게 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어떤 것을 좋아해서 자주 접하고, 자세히 즐기다 보면 자연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갖지 못하는 어떤 종류의 심미안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종종 평론가들과 일반 대중 사이의 견해가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이 있긴 한데, 그건 평론가가 더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더 자세히 보기 때문이다. 대중은 평론가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감상을 가지면 되는 것 뿐.
또, 평론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기준을 갖고 같은 수준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의견이 극렬하게 대립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신파”라는 주제가 그 중 하나인데,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을 여러 층위에서 보면서 그 중 하나에서라도 볼 만한 것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전찬일 평론가는 신파도 비슷한 견지에서 너그럽게 보는 반면, 라이너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은 노이로제적 반감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전찬일 평론가의 입장이 좀 더 와 닿는데, 나 역시 영화를 만든 이들의 고생을 생각해서 딱 중간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시작한다.
책에는 영화를 볼 때 주목해 볼 만한 다양한 요소들에 관해 자세하게 나누는 부분이 등장한다. 가장 많이 보이는 연기만이 아니라, 음악과 음향(은근 음향 쪽은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떤 말이나 소리가 아니라 영상에 담기는 그 자체로서의 예술적 요소를 가리키는 미장센까지. 이런 부분들을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영화를 좀 더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라고 여기면 좋을 듯. 물론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관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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