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시점으로 보는 영화감상법 - 매불쇼 영화 콤비 두 남자의 진검승부
전찬일.라이너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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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의 주력 콘텐츠는 책 리뷰지만, 은근 영화 리뷰 수도 꽤 많다. 이 리뷰를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책 리뷰가 1,400개 정도인데, 영화 리뷰는 또 980개 정도가 된다. 한창 일 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때에는 한 해에만 100편이 조금 넘는 수의 영화를 봤으니, 영화 역시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내 중요한 취미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엔 본 영화 수가 급격히 줄었으니... 한 해에 열 편이나 간신히 보고 있으려나. 나름 새해 계획 중 하나는 영화를 좀 더 자주 보며 즐기자는 것이었는데, 두 달이 벌써 지난 지금 보면 썩 좋은 스타트는 아닌 것 같다.


도서관에 간 김에 집어 온 이 책은, 순수하게 취미를 위해 골라 본 가벼운 책이었다. 유튜브를 통해서 얼굴을 알리고 있는 두 명의 영화 평론가가 영화와 평론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는 두 사람의 나이 차가 20년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서로 의견이 대립하는 부분에서는 확실히 대립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게 확 와 닿는다는 점.





두 사람은 모두 영화 평론가란, 영화를 좀 더 꼼꼼하고 자세하게 보는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어떤 것을 좋아해서 자주 접하고, 자세히 즐기다 보면 자연히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갖지 못하는 어떤 종류의 심미안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종종 평론가들과 일반 대중 사이의 견해가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이 있긴 한데, 그건 평론가가 더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더 자세히 보기 때문이다. 대중은 평론가의 의견을 참고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감상을 가지면 되는 것 뿐.


또, 평론가들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기준을 갖고 같은 수준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것도 아니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의견이 극렬하게 대립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신파”라는 주제가 그 중 하나인데,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을 여러 층위에서 보면서 그 중 하나에서라도 볼 만한 것이 있으면 인정해 주는 전찬일 평론가는 신파도 비슷한 견지에서 너그럽게 보는 반면, 라이너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은 노이로제적 반감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전찬일 평론가의 입장이 좀 더 와 닿는데, 나 역시 영화를 만든 이들의 고생을 생각해서 딱 중간보다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시작한다.


책에는 영화를 볼 때 주목해 볼 만한 다양한 요소들에 관해 자세하게 나누는 부분이 등장한다. 가장 많이 보이는 연기만이 아니라, 음악과 음향(은근 음향 쪽은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어떤 말이나 소리가 아니라 영상에 담기는 그 자체로서의 예술적 요소를 가리키는 미장센까지. 이런 부분들을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좋아하는 영화를 좀 더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라고 여기면 좋을 듯. 물론 그런 거 다 집어치우고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관점도 가능하다.





어떤 걸 좋아하다보면 자연히 거기에 속한 다양한 작품, 혹은 제품들에 관한 평가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평가를 내리면서 자신과 같은 안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는 식이 되면 곤란해지겠지만, 여기 나온 것 같은 종류의 대화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끼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가끔은 싸우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전찬일 평론가 쪽에서 대체로 너그럽게 받아주는 느낌이라 여유가 있는 대화가 된 느낌이다.


영화 전문가까지는 아니고,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이 좀 더 자세하게 영화를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올해는 확실히 영화를 좀 더 봐야겠다. 꼭 최신영화가 아니더라도 묵혀두었던 보고 싶었던 영화들을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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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3-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B급 감성이라 그런지 영화 평론가가들이 좋아하지 않는 B급 영화가 더 재미있더군요^^

노란가방 2025-03-02 16:59   좋아요 0 | URL
그것도 평론가들마다 다 다른 것 같더라고요. 카스피님도 이 책 한 번 읽어보시면 좋아하실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