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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씽킹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사고 대전환 프로젝트
솔 펄머터 외 지음, 노승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평점 :
너무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가끔은 허덕이며 따라가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기술은 너무 빨리 발전하고 온갖 정보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쏟아지는데, 좋은 점도 안 좋은 점도 너무나 명확하다. 배우고 생각할 일이 많은데 AI가 이미 생활에 깊이 자리를 잡는 바람에 내 머리로 직접 생각하는 일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편리함에 기대 살다가 가끔 이렇게 생각을 외주줘도 될까 고민스러울 때도 있어서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넥스트 씽킹>에는 물리학자, 철학자, 사회심리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강의하며 요즘 같은 정보 과잉 시대에 적합한 사고법을 찾으려 한 흔적이 담겨있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부터 실험 결과나 사례들까지 함께 볼 수 있어서, 처음 접하는 개념들도 제법 있었는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길을 잃고 고통을 유발하며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이유는 우리에게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복잡하고 곧잘 모순적인 정보를 이해할 도구가 없기 떄문이라는 심증이 점점 굳어졌다. 문제에 결부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없거나, 그 문제들에 공동의 또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거나, 심지어 그 사실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는 현실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 18쪽
책의 앞부분에서도 요즘 시대에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이 주어진다는 것과 그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정보 과잉 시대에 심지어 사고 과정은 AI에게 맡길 때가 많아서 AI는 도구로 활용하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고민이었는데, 책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나와서 관련 내용이 나올 때는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과학은 인류가 품은 가장 까다로운 의문들에 대한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찰을 내놓는 면에서 경이로운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천 년에 걸쳐 수수께끼를 풀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었다. 과학은 인류의 여명에 뿌리내린 탐구의 문화로, 요령부득 세상의 모순적 정모를 평가하고 우리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연습을 수백 년째 이어왔다. 19쪽
책에서는 과학적 사고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감정, 가치 판단 등 다른 부분과 어떻게 맞물려 작용하는지도 함께 다루고 있어서,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과 어려움을 함께 알 수 있었다.
현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을 분간하려다 보면, 두 가지 사실이 금세 분명해진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과 알지만 긴가민가한 것도 많다는 사실이다. 93쪽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알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조차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완전히 다 알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부터 가치판단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는 ‘맞다, 틀리다’로 구분하기 보다 ‘맞을 확률이 어느 정도다’라는 식으로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전문가의 말을 들을 때는 그들이 자신의 불확실성과 자신이 틀릴 수도 있는 상황을 인정하는지에 주목하라. 우리야 전문가들이 100퍼센트 정확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리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는 100퍼센트에 가깝게 보정된 전문가를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한다. “확고한 의견을 제시할 만큼 잘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는 전문가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126쪽
앞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라 하더라도 100% 확신을 가지는 건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절대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100%에 가깝게 보정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과학적 낙관주의는 하루하루 느끼는 평범한 낙관주의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할 수 있다’ 정신이며 당면 문제가 당신에 의해서나 당신과 동료들에 의해 해결 가능하리라는 기대다. 복잡한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해법이 손안에 있는 것처럼 접근하면 문제를 풀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기본적으로 과학자들은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방법을 고안한 셈이다. 200쪽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과학적 낙관주의’에 대한 이야기였다. 막연하게 그냥 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고 믿는 낙관주의와는 확연히 다른데도,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니 어딘지 모르게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가설에 대해 둘 이상의 연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적대적 공동 연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접근법에서는 경쟁자들이 자신들의 대립적 관점을 공정하게 검증한다고 여겨지는 하나 이상의 실험을 공동으로 설계하고 수행하고 발표한다. 292쪽
이런 연구 방법이 있는 줄 몰라서 참신했고, ‘적대적 공동 연구’라는 말이 모순적인데도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실제로 적대적 공동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물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우리 인간은 문제를 파악하면 대처 방법을 발명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생산적인 집합적 사고를 독려하고 싶다면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지점도 있다. 우리의 산업이 지구 기후에 (좋게든 나쁘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한 것과 마찬가지로, 산업 규모의 정보 기술이 집합적 사고에 국가적, 심지어 지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337쪽
인간과 인간이 만든 기술이 지구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환경이나 기후 면에서는 안 좋은 영향을 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결국 해결 방법도 인간이 찾아낼 것이라는 확신(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고 90% 정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요즘 생각 자체를 너무 AI에 맡기고 있는 거 아닌가’ 정도의 막연한 문제의식만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요즘,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할지도 모르지만 과학적으로 치열하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사고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나도 완전히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책에 소개된 사고 도구들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