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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위기 - AI 시대, 누가 읽고 쓰는가?
크리스토프 엥게만 지음, 김인건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읽기의 위기>는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책입니다.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세계의 확장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의 글을 읽을 때도 깊은 독서를 하듯 읽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쓰기 영역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디지털 세계는 읽기와 사고의 영역을 넘어 쓰기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질문을 받으면 인간이 생성하는 모든 글을 종합하고 분석하여 요약하는 것은 사고와 쓰기의 영역입니다. 디지털 세계가 내준 요약본을 사고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요약본을 토대로 글을 쓰는 행위까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세계의 글을 깊이 읽지 않고 참고하여 쓴 글에는 논리와 맥락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은 그 빈약한 글도 대량으로 학습합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작성한 글도 학습하겠지요. 당연히 인공지능이 내놓은 글의 품질도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사람이 읽는 행위를 위임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 더 이상 읽지 않으며, 누군가가 글에서 알아야 할 점을 요약한 내용을 구술로 설명하는 영상을 찾아서 듣습니다.(185쪽) 하지만 저는 사람이 쓰기까지 위임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글을 입력할 때, 과거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일일이 다 입력해야 했습니다. 상대, 상황, 맥락에 맞는 단어와 표현을 직접 생각해서 적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요? 한 글자만 적어도 추천 단어나 표현이 표시됩니다. 그 표현들에는 문어보다 구어가 많습니다. 왜냐고요? 각종 플랫폼, 메신저,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릴 때, 사람이 구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구어를 주고받는 대화를 학습하여 추천하는 것이지요. 이미 한 발자국 쓰기 디지털 세계가 쓰기 영역까지 침범한 셈입니다.
즉, 사람은 구어로 말을 하고 구어로 듣고 구어로 쓰는 셈입니다. 구어로 쓰는 콘텐츠가 많아지니 구어를 읽는 상황도 많아집니다. 자연스레 문어에 대한 감각이 약해집니다. 디지털 세상의 요약본 위주로 글을 접하다 보면 긴 글을 읽고 쓰는 호흡도 약해집니다. 직접 문어를 읽고 느끼는 과정이 번거로워집니다. 구어로 설명해주는 팟캐스트나 동영상과 더 가까워진 셈입니다. 저자는 이 현상을 플랫폼 측면에서 봤을 때 AI는 글로 쓰인 언어와 입으로 말하는 언어의 차이를 지웠다고 설명합니다.(134쪽)
그렇다면 구어를 자주 읽다 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글을 쓸 때도 망설이지 않고 구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구어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장이 짧습니다. 같은 단어라도 세대마다 다른 느낌을 지닙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용어가 존재합니다. 장소,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축약어도 많습니다. 억양과 어조에 따라 숨은 뜻이 다르기도 합니다. 구어의 특징을 살려서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볼까요? 그 글을 이해할 수 있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물론 문어로 적은 글도 독자를 상정합니다. 그래도 문어로 된 글은 규정된 언어와 문법을 준수합니다. 사전을 활용하여 이해할 여지를 줍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구어의 특징을 살린 글은 어떨까요? 변화무쌍합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서 알아봐도 자신이 찾은 결과가 올바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사람이 직접 구어의 맥락을 이해하려고, 적절한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려고 고심해도 오해가 생깁니다. 사람마다 가치관, 생각, 환경, 감정,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이유로 읽고 쓰는 행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행위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를 접하면서 머릿속에서 찬반 토론을 벌일 수도 있고, 자신의 생각은 어떤지 생각해 볼 틈이라도 있으니까요. 즉, 사고하는 시간이 주어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읽고 쓰는 행위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어떨까요? 인공지능은 문어와 구어를 기준 없이 학습합니다. 대량의 데이터 분석만으로 오해 없이 결과를 낼 수 있을까요? 감정과 마음까지 파악하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오해의 소지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필터 없이 받아들이고, 그 내용을 토대로 글을 씁니다. 때로는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그대로 쓰기도 합니다. 즉,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인공지능이 읽고 종합하여 쓴 내용을 사람에게 보여줄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사람의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 영역까지 인공지능에 넘겨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사고 과정도 같이 넘겨주게 되겠지요. 즉,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의 읽기와 사고의 위기입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태도는 좋습니다. 다만 그 편리함에 휩쓸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인공지능이 언급하는 내용을 무작정 수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토대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물론 선을 지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