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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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코트 메뉴 앞에서 서성이던 기억, 메뉴판 앞에서 뭘 골라야 할지 몰라서 시간만 보내던 일. 나만 있는 거 아니지? 선뜻 메뉴 선택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는 건 메뉴의 설명도 있지만, 눈으로 보이는 음식 모형이다. ‘, 내가 이 음식을 주문하면 이렇게 나오겠군!’ 이런 기대를 하고 주문하곤 하는데, 언제나 역시나 늘 그렇듯 음식 모형과 똑같이 나오는 법은 없었다. 게다가 기대감 때문인지 맛으로 만족하는 때도 드물었다. 그저 배고픔을 좀 달래준다는 정도면 되겠지 싶은 포기? 가짜인 걸 알면서도 음식 모형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 모형의 맛에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나는 정말 아직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워낙 입소문을 탄 작가의 전작 때문인지, 이 책은 읽기도 전에 기대감에 부풀었다. 소개 글 따위 읽지 않았다. 표지와 제목만 봐도 다 알 수 있는 거 아녀? , 아냐, 아니었어. 미슐랭 가이드의 한국판으로 생각했다. 이세린 가이드로 우리에게 맛의 천국을 열어줄 거로 믿었지 뭐야. (, 나는 작가의 이름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 이름이 이세린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대체 뭐야?) 작가는 맛의 천국을 열어주긴 했다. 맛집 투어 같은 소개가 아니라, 음식점에 진열될 음식 모형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담았다. 그 음식에 관한 기억, 슬쩍 과거로의 여행, 먹는 일의 고됨과 의미까지. 그러고 보니 음식을 만드는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면서, 음식 모형을 만드는 직업으로 가기까지의 성장 과정, 인생사에 끼어드는 온갖 웃음과 눈물까지 담았네그려.


보지 못한 시간만큼 달라지는 사람들.

그렇더라도

오랜만이다.”

함께하는 식사라서 생기는 관계의 빈틈에

음식은 고맙게도 늘 할 것이 되어준다.

내가 너희의 갈 길 잃은 눈과 손을 구해줄게! 빈틈을 메꿔줄게!’ (272페이지)


이세린은 음식 모형 만드는 일을 하는데, 조직에서 나와서 혼자서 일한다. 이른바 자영업자. 따로 작업실에서 일하고 집으로 퇴근한다. 제법 오래 이쪽 일을 해서 그런지 꾸준한 재주문도 있고, 섬세한 작업도 있다. 우리가 음식점에서, 혹은 어디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봤던 음식 모형을 생각하면 금방 이세린이 떠오를 것 같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든다. 먹음직스럽게, 사실과 거의 흡사하게 만드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내듯, 이세린의 음식 모형도 그러하다. 집중하고 또 집중해서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집중력에도 틈틈이 끼어드는 게 있다. 그녀의 이야기다. 오빠들 밑에서 딸이라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던 시절, 너무 마른 체형에 엄마도 본인도 괴로웠던 순간들, 유전처럼 아버지에게 모형 만드는 일을 물려받은 남매들. 왜 하필 그녀는 음식 모형일까?


자연사박물관 쪽으로 모형의 꿈을 키웠던 그녀가 직장에서 음식 모형으로 처음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모형이지만 그녀가 음식 만드는 장면을 보면 온 마음을 다한다. 음식에 이어진 먹는다는 일에 생각한다. 프로 정신으로 모형을 만들면서, 누구보다 따뜻하고 애틋한 음식의 기억이 있다. 더불어 그 음식을 먹고 성장하는 그녀에게 눈물과 웃음이 배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당연히 음식 모형이다. 음식 모형 제작자의 삶을 처음 봤다. 음식점에서 흔하게 보던 게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을 반성했다. (아마도 내가 그걸 보고 음식 주문하고 먹은 후의 배신감을 너무 자주 느껴서 그런 건지도. ㅠㅠ) 모형이지만 그 음식에도 나름대로 역사와 사연이 있다. 누구와 먹었는지, 그 음식 먹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개인이 아닌 풍습처럼 계속된 음식의 역사가 줄줄 들려온다. 그렇게 듣는 음식의 역사는 사실인 듯 풍문인 듯,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이기도 하지만, 낯설지 않다. 이세린의 상상이든 아니든, 음식으로 엮어낸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맛있다. 내가 지금 입으로 넣는 이 작은 조각 하나에도 역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다시 보이지 않나? 맛도 달라질지 모른다. , 어쨌거나 맛있으면 그만. ^^


그런 다양한 음식 모형을 만들면서 이세린은 어떤 이야기를 떠올릴까? 알맹이는 없고 보이는 부분만 채워 넣어서 보기 좋게 만드는 걸 보면 모형과 이야기의 진심 사이는 멀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눈에 보이는 음식 자체에는 모든 게 담긴 듯하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다섯 가지 메뉴는 흔하면서도 특별하다. 캘리포니아 롤, 와플과 번데기, 비빔밥, 배추김치, 곶감과 굴비, 떡국과 미역국, 매운라면, 녹차크림 바움쿠헨, , 한상차림, 모둠 튀김, 청주와 탁주, 인절미빙수와 팥빙수, 불고기 도시락, 주말 전골. 이 음식들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했는데, 우리집에서 보고 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은 이야기와 세상의 이런 사연도 있구나 싶은 이야기가 겹쳐진다. 비슷한 듯 다른 듯,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이야기들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몇 가지만 떠올려보자면, 맨 위에 올려지는 양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것 같은 인절미빙수와 팥빙수. 잘 만들다가 재채기 한 번에 콩가루가 다 날려버리는 장면을 상상하다가 인상을 썼다. 이거 치우려면 힘들겠군, 다시 만들려면 괴롭겠어. 똑같은 거로 여겼던 가래떡과 떡국 떡의 차이를 이제야 알았다. 장수를 기원하는 가래떡, 잘리는 모양으로 엽전을 연결했다던 떡국 떡은 재물을 의미한다지. 새해에 장수와 재물을 기원하는 마음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시작은 몰라도 계속하게 되는 습관처럼, 우리는 내년 설날에도 가래떡을 뽑고 그 가래떡을 잘라서 떡국을 끓여 먹고 있겠지. 곡물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누룩으로 술을 만드는 일. 발효가 끝난 술독에 용수를 박아 거르면, 맑은 부분은 청주 탁한 부분은 탁주가 된단다. 두 가지 술이 한꺼번에 만들어지네? 교도소에서까지 수감자들이 술을 만들어 먹을 정도라고 하던데, 술이 그렇게 간절한 게 되어버리는구나.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작품은 배추김치가 아닐까. 주문받은 일 때문에 대용량으로 배추김치 모형을 만들면서 엄마를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힘드니까 김치 담그지 말아라, 조금씩만 하셔라, 안 먹으니까 안 보내주셔도 된다, 그러다가 툭 배송된 김장김치 택배. 안 먹는다, 싫다, 보내지 말라 하면서도, 막상 일 끝나고 동료와 먹겠다고 선택한 저녁 메뉴가 묵은지 김치찜이다. 김포족(김장을 포기한 사람들)들도 김치를 먹기는 한다. 김장을 안 할 뿐이지. 암만. 해마다 엄마랑 둘이 김장을 하는 나는 이제 둘만의 김장을 당연하게 여긴다. 딱 먹을 만큼만, 식구들 조금씩 보내줄 만큼만, 무리하지 않게 적당히. 그러다가 어느 해는 김장을 안 하기도 했다. 하기 싫으면, 못하겠으면 안 하면 되지. 그해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준 김장김치 몇 포기로, 온라인으로 주문한 김치를 먹었다.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 아직도 나는 김장에 목숨 걸듯이 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김장 안 하면, 작년보다 조금만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아는 사람들. 김장김치,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먹고 살아집니다. 큰일 나지 않아요.



하루 세끼 먹고 사는 일은 고단하다. 그저 먹기만 하면 되는 것 같지만, 단순하지 않다. 그러니 음식이 음식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좋고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거겠지. 삐쩍 마른 딸이 잘 먹지 않는다고 오히려 엄마를 나무라는 일이 빈번하고,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먹는 데 자꾸만 잔소리하고 혼내고. 먹는 일이 왜 먹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을까. 하나하나 더듬어보면 참 많은 이야기가 음식에 쌓이고 쌓였을 것 같다. 이세린은 그런 일들, 그런 마음을 음식 모형을 만들면서 독백한다. 마치 누가 옆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읽으면서 나도 옆에서 끄덕이고 있었다. ㅎㅎㅎ 같이 이야기하듯 들으면서 웃고 욕하고 그랬다. 허를 찌르는듯한 말에는 더 쓰라리고, 아픈 기억도 꺼내 봤다. 명절 음식 남은 거로 비빔밥을 질리도록 먹었다는 이야기에는 괜히 밥상을 엎고 싶기도 했다. , 정말 싫다. 당연하게 차별하던 시절의 이야기에 울컥하고 원망스럽고. 소개된 음식이 열다섯 가지가 아니라 더 많았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가 푹푹 녹아 있겠네. 할 말이 더 많아졌겠어. 음식으로 천일야화 한번 쓰는 거 아녀?


참고로 우리 집은 더 이상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엄마가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하게 되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지자 가족회의가 있었고

"흐음."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 할 만큼 했으니 우리도 이제 그만해도 될 거야."

남자들의 차례가 되면 세상은 바뀐다. (180페이지)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먹는 일에 관해 생각한다. 단순히 먹는 행위에 비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담긴 게 음식일 테다. 이야기가 담긴 음식이 앞으로의 시간에 더 쌓이겠지. 앞으로 어떤 음식에 어떤 이야기가 더 쌓여갈지 기대된다. 눈물이나 분노보다는 웃음이나 행복이 쌓이는 음식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음식 앞에서는 맛있게 먹는 게 가장 먼저라고 본다. 아님?


그러고 보니 나는 내일 엄마 집에 김치 담그러 간다. 전라도에서만 먹는다는(근데 요즘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종종 보이던데?) 고구마순(고구마 줄기) 김치. 여름의 별미지. 예전에는 정말 많이 먹었는데, 언젠가부터 잘 안 먹게 되더라. 일단 더운 여름에 김치 담그는 게 귀찮기도 하지만, 고구마순 그거 껍질 벗기는 거 장난 아니거든. 손끝이 까매지니까 일단 손에 짝 붙는 비닐장갑 하나 끼고 까야 한다. 허리 아프게 그 단순노동에 푹 빠져 있어야 일의 끝이 보인다. 그렇게 힘들게 까고 김치 담그고 나면 양이 얼마 안 된다. 이런 슬픈 일이. 그래도 그거 맛 좀 보겠다고 그 힘든 노동을 시작하는 게 참 아이러니. 먹고 싶은 걸 어쩌겠어. 맛있게 먹을 그 순간을 기대하며 기합 한번 넣고 작업 시작해야지. 나중에 엄마 안 계시면 고구마순 김치 어디서 구해 먹냐. 에이, 아무래도 나중에 나의 음식 역사에는 고구마순 김치가 슬픔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군.




#이세린가이드 #김정연 #만화 #코난북스 #음식 #음식모형

#인생 #진짜 #가족 #홀로서기 #성장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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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7-2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순 김치... 정말 별미죠.ㅎ 생각만으로 군침 도네요.^^
김치로 볶음 나물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 같아요.^^

구단씨 2021-07-24 11:25   좋아요 1 | URL
여름에만 맛 볼 수 있어서 정말 별미네요.
껍질 까는 작업은 힘들지만, 다 하고 나면 만족감이... ^^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지음 / 코난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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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에 담긴 진짜 삶을 생각하느라, 모형으로 변신한 음식이란 걸 잊고 자꾸 먹고 싶었다. 음식 만화인 줄 알았는데, 사람 이야기였네. 마음의 허기를 이렇게 채우다니. 다 읽고나면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게 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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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더워..... ㅠㅠ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고, 에어컨 켠 곳에만 있자니 움직임이 줄어들고.

책을 손에 들기는 했으나 페이지는 안 넘어가고... 나만 그래? 

그래도 재밌는 책 찾아서 읽고 싶은 갈증은 남았으니...


며칠 전에 웹서핑 하다가 발견한 페이지.


무섭다, 재밌다, 놀랍다… 답답함 날릴 오싹한 이야기들 - munhwa.com


스릴러 전문가 10인이 고른 10권의 책. ^^

재밌을 것 같다면서 살펴보니, 으아.... 읽은 책이 한권도 없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더 궁금한 책들이구만요.


테러호의 악몽 1,2 / 과외활동 / 영혼의 심판 1,2 / 스완 /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영원의 밤 / 얼굴 없는 살인자 / 이별의 수법 / 여름의 시간 / 로스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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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07-21 13: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중에 과외활동 하나 읽어봤네요. 가볍고 스피디해서 요즘 읽기 딱입니다. 적당히 재미있고요🙂

구단씨 2021-07-22 21:46   좋아요 2 | URL
과외활동 앞부분 읽다가 포기했는데, 그걸 잘 넘겨야 했던 거네요. ^^
물감님 말씀 듣고 나니 재도전의 의욕이 뿜뿜~!

얄라알라북사랑 2021-07-21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복‘ 위세를 보여주는 폭염이네요!

구단씨 2021-07-22 21:47   좋아요 3 | URL
작년에도 이렇게 더웠던가요? ㅠㅠ 완전 헉헉.
오늘의 더위는 내일의 더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에 두렵습니당.

scott 2021-07-21 14: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여름에 만나는 스릴러 공포!
공포-스릴러-추리-미스터리 -사회파 추리물까지 골고루 담겨 있는 리스트네요
댄시먼스-도나토 카리시-미야베 미유키-와카타케 나나미-로스트 케어
요렇게 읽어 봤는데
[로스트 케어]는 단순히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의 초고령화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하마나카 아키 필력이 대단합니다.

구단씨 2021-07-22 21:48   좋아요 2 | URL
읽은 건 없지만, 목록에 넣어둔 도서가 보여서 괜히 반가웠습니다. ㅎㅎㅎ
특히 말씀해주신 <로스트 케어>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왠지 찌찌뽕 느낌이... ^^

징그럽게 무서운 더위가 계속되네요. 건강 조심하셔요!
 
10대를 위한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 과학편 - 과학 발달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 10대를 위한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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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로 100세를 넘긴 대상을 본 적은 얼마 전에 다녀온 장례식에서였다. 방송에서 아무리 고령의 어르신들을 취재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103세로 돌아가신 분을 눈앞에서 보니 이거 진짜구나 싶었다. 정말 우리 인간의 수명이 이렇게 길어졌다는 게 놀라웠다. 동시에 오래 산다는 일에 두려움도 크다. 그만큼 건강이 받쳐줘야 오래 사는 일이 즐거운 거 아닐까? 그러니까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사는 일을 꿈꾸는 것 같다.


2019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0.3세라고 한다. 60세를 넘기는 일이 흔하지 않아서 환갑잔치를 치르며 무병장수를 기원했는데, 요즘은 80대의 노인도 흔하게 본다. 아무리 돈이 많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질병과 노화를 피할 수는 없다. 오래 살아도 죽음은 늘 우리의 종착역이 된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늘려놓았지만, 아직 영원의 삶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쯤 되니 궁금하긴 하다.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어른 못지않게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관심이 있다. 기발한 발견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교 6학년 조카는, 외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시자 이런저런 의학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무릎에 무언가를 넣어서 할머니가 잘 걷게 될 수도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한가 보다. 하긴, 나도 신기하다. 인간의 몸에 다른 것을 넣어 혈관도 뚫어주고 무릎도 안 아프게 해주고, 다른 사람의 신장을 넣어주는 이식술로 건강을 되찾게도 하는 일. 치료법을 몰라서 그냥 포기하던 것들이 이제는 인간의 질병에 맞설 치료법을 연구하는 일이 당연했다. 그만큼 과학의 발전은 우리 삶을 더 안정적으로, 건강을 더 잘 지킬 수 있는 일도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의 제목은 미래라고 하지만, 그리 머지않은 시간의 우리 삶을 비춰보는 내용이었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건강하다면 십 오 년 후에, 삼십 오 년 후의 우리 살아가는 모습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이야기다. 미래의 과학은 수명 연장, 전염병, 기후 변화, 우주과학, 에너지, 교육, 나노 기술로 발달한다.



가장 먼저는 인간의 수명 연장. 과학자들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 50개의 유전자를 발견했다. 인간의 유전자와 40%나 유사하다는 예쁜꼬마선충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한 결과 많은 것을 알아냈다. 과학이 매년 우리의 수명을 1년씩 연장해준다. 연구와 발전은 끊임없고, 그 결과가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 사이에 인간의 수명 연장을 방해하는 것만 없다면 말이다. 예상하지 못한(예상했지만 막을 수는 없었던) 전염병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다.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코로나 19 팬데믹이 그러하다. 우리가 겪은 전염병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스페인독감, 흑사병(페스트), 콜레라, 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전염병은 계속되어왔다. 앞으로 어떤 전염병이 우리에게 닥칠지 몰라 두렵다. 사실 내가 가장 근접하게 경험한 전염병은 코로나 19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 4차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다. 정말 끝나기는 할까? 백신을 맞았지만, 그걸로 완전한 방어가 되지는 않겠지. 혹자는 매년 우리가 독감 주사를 맞듯이 코로나 백신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과학의 발전이 이 정도의 대응을 마련했다는 거다. 어떻게 해야 이 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는지 알아냈고, 그대로 방역 수칙을 지키며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으며, 빨리 백신을 만들고 접종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1940년부터 지금까지 300개 이상의 전염병이 등장했습니다. 전염병은 국가와 전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제껏 만나본 적 없는 강력한 적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꼈지만,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어느 때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고 덕분에 다음에 발생할 전염병이나 그 밖의 재난에도 우리는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42페이지)



우리가 사는 지구도 잘 돌봐야 우리 삶의 질이 높아진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다가온다. 일 년 내내 더운 곳에서 갑자기 폭설이 내리고, 모든 것이 떠내려갈 정도로 비가 내려 홍수가 나고, 도저히 밖을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대부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오를 때마다 변화가 찾아온다. 세계 곳곳에 가뭄이 일어나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아마존 우림 지대가 사막으로 변하고, 도시가 물에 잠겨 6억 명이 집을 잃고,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에 크게 줄어든단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서 살지? 이 상태가 되어가는 지구에서 인간 수명이 늘어나는 게 과연 기쁘기만 할까? 지구의 온도 1도 상승이 가져오는 변화는 너무도 크다. 이런 기후 변화를 되돌리려는 방법을 제시한 내용도 있다. 환경운동가 폴 호켄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육식보다는 채식을, 열대우림을 보호하고, 풍력발전을 활용하며, 인구 증가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듣다 보니 익숙하다. 항상 귀에 들어왔던 내용인데,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이런 사소한 습관과 노력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다. 지키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 않고, 안 될 것도 없다. 일상에서 습관화한다면 다 가능한 방법이다.


지구가 완벽하게 살기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에, 지구 밖의 우주에 관심 두면서 이제 인간의 터전이 옮겨갈지도 모를 곳을 기대한다. 그래서 우주로 관심을 돌린 학자들의 목적지는 달과 화성이다. 지금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데 이삼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책의 내용 그대로 듣자면 일주일 휴가를 내면 달까지 왕복 가능한 시간이다. 이제 우리는 휴가철에 국내나 해외여행이 아니라 우주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관계 기관에서 화성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우주로 바로 다녀올 수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연구하고, 화성에 완전한 도시 건설을 계획한다.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현재의 기술로 화성 왕복까지는 36개월이 걸리는 정도이니 꾸준한 연구와 발전이 필요하겠지. 상상만 하던 일들이 하나씩 이루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흥분된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과거의 시절을 떠올리면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은 과거의 상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서 완성되어 온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나노봇은 우리 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고장 난 세포들을 즉각 수리해 줍니다. 나노봇만 있다면 인간은 어떤 병이든 정복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나노봇은 우주로 날아가 우주를 개척하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할 것입니다. 나노 혁명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 (156페이지)



스마트 칩에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우리 뇌의 신경 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해놓고 확인하면서, 우리 몸을 관리하며 건강까지 챙겨주는 일이 가능해진다. 과학 발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싶다. 놀라움의 연속이고,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계속 책임져주는 분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런 과학의 발전도 양면성이 있다. 인간 생활의 편리를 책임지려고 계속 발전해왔지만, 그만큼 지구는 아파지고 있었다. 스마트한 뇌의 발전 역시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어떻게 나타날지 모를 부작용에 대응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은 과학이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언급하면서, 지금까지 인간의 지구 생활을 확인했다. 인간 수명 연장과 전염병의 역사, 우주여행까지. 과학이 이뤄낸 수많은 도전의 결과를 확인시켜줬다. 꿈꾸고 상상하던 과학기술이 현실이 되었을 때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올지 예상하면서, 이제는 새롭게 바뀔 일자리도 고민해본다. 유전자 프로그래머, 감염병(바이러스) 전문가, 신재생 에너지 전문가, 기후 변화 대응 전문가, 우주여행 가이드 등 변화하는 우리 현실과 미래에 필요한 일을 생각한다. 특히 요즘 코로나 19 상황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가까운 감염병 전문가는 물론이고, 폭염과 혹한이 자주 찾아오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전문가는 더는 낯설지 않다. 이 직업뿐만 아니라, 내일 일 년 후 십 년 후에 또 우리 일상에 찾아올 변화를 생각하면, 지구의 변화와 더불어 과학의 발전, 그에 따른 또 다른 직업이 우리 생활에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을 듯하다.


미래의 우리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과학은 얼마나 더 발전되어 우리 삶을 변화시킬까? 지금 상상하고 꿈꾸는 것들이 다 이루어져 있을까?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지구에서 살고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고 있을 미래의 어느 순간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책으로 미래를 먼저 탐험함으로써 미래의 목격자가 되어, 변화할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 것이다. 그때를 상상하며 많은 꿈을 꾸고 그 중심에 설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면 살아가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6학년 조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십 년쯤 후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느라 분주하다. 남들이 안 하는 거, 지금은 없는 거, 자기만 할 수 있는 거를 찾아내야겠단다. 그 아이가 무엇을 찾아낼지 그것도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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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7-2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오래 산다고 좋을지 모르겠네요 지구가 괜찮아야 할 텐데 싶습니다 몇 해 사이에는 기후변화를 많이 느끼기도 했네요 앞으로 어느 정도나 지구에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안 좋은 생각에 빠지면 안 될 텐데... 많은 사람이 그런 걸 생각하고 실천하기도 하니 거기에 기대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한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얼마 안 되지만, 그런 한사람 한사람이 모이면 많아지겠지요


희선

구단씨 2021-07-22 21:45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해요. 오래 사는 게 정말 내가 바라는 일일까?
건강하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관계 맺으면서 살고 싶기는 한데,
그게 제 맘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가능한 부분도 있겠지만,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을 더 생각하게 되네요.
 


거의 반년을 망설이다가 지난 달에 구입했는데,이거 완전 편하다.

평소 규조토 발매트를 보면서 편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살 생각은 안 들던데,

(그냥 나는 천으로 된 발매트 자주 빨아서 사용하는 걸 더 선호한다.)

컵받침은 몇 번을 보면서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을 고민하게 되더라.

작년에도 망설이다가 결국 이번 여름이 오고나서야 구매.



찬 음료 따라놓은 컵 때문에 테이블에 물이 흐르는 게 싫은데,

규조토 컵받침 놓으니 대박이다. 컵받침이 물을 잘 흡수해서, 테이블에 지져분하게 물기 없다.

한참 놔두고 컵받침 만져보면 컵받침이 시원하다. 찬 물기를 다 흡수하니 시원해진 듯.

아주 유용하다. 두 개만 샀는데, 몇 개 더 사둘까 고민 중.

근데 규조토 발매트는 할인하는 거 많던데, 컵받침은 원래 이 정도 가격이 적당한가? 좀 비싼 느낌.


원래 알라딘에 4종류 있었는데, 지금은 다 품절이네.

얼른 다시 올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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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07-15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써요. 편하고 좋은데, 한 번 더러워지면 (커피나 차 흘리면) 더러워진대로 써야 하더라구요. 그거만 주의하면 여름 컵받침으로 특히 좋습니다.

구단씨 2021-07-15 16:1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육각 받침에 얼룩이 생겼어요. 잘 안 지워지더라고요.
보기 싫긴 한데, 그래도 편한 거 하나 보고 계속 사용하고 있어요. ^^

붕붕툐툐 2021-07-15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규조토 발매트 써본 1인으로서 천으로된 발매트가 훨씬 좋다는데 동의합니당~ 컵받침은 신박하네용!

구단씨 2021-07-17 22:12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
저는 규조토 발매트가 편한 것처럼 보였거든요. 근데 구매하기도 전에 이거 나중에 어떻게 처리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서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천으로된 발매트를 그냥 쭈욱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희선 2021-07-17 0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규조토는 물기를 흡수하는가 봅니다 컵받침 예쁘네요


희선

구단씨 2021-07-17 21:24   좋아요 2 | URL
네. 규조토가 물을 흡수해서 발매트로 많이 나오더라고요.
컵받침은 아주 유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