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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예능 - 많이 웃었지만, 그만큼 울고 싶었다 ㅣ 아무튼 시리즈 23
복길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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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드라마 보다 오히려 예능을 찾아본다. 고민과 시름을 잊을 수 있고,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어 그렇다. 집에 있는 주말이면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아야 하는 드라마보다 예능을 챙겨보며 웃고 웃는다. 그래서 이 책이 읽고 싶었는가 보다. 짐작하기로는 어떤 예능을 좋아하고 예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드러난 글로 여겼다. 하지만 저자는 예능을 본격적으로 탐색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능인에 관하여 정확한 코멘터리를 한다. 놀라울 정도다.
성차별적인 진행방식과 주변인에 불과하게끔 여성을 축소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주요 인물로 강호동이나 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외에 나영석 프로그램에 대한 저자의 생각, 남성 일색인 예능인들의 대화에 대한 불편함 등을 거론한다. 저자의 글을 읽고 예능을 보는데 저자가 주장하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남성으로 구성된 여러 명의 진행자와 진행방식이 약간 거슬렸다는 게 정답이다. 이처럼 어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나영석 피디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신서유기> 빼고 거의 다 본 거 같다. 특히 좋아하는 건 <삼시세끼> 시리즈와 <서진이네>, <윤식당> 등이다. 일부러 시간 맞춰 보고, 여의치 않으면 재방이라도 꼭 챙겨본다. 자, 저자가 주장하는 바도 알고 있다. 나영석이 추구하는 건 우려먹기식 비슷한 포맷이지만 그게 편한 걸 어떡해. 좋은 걸 어떡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해 좋아하는 거라고 해두자.
제대로 수평을 잡으려면 기울어진 쪽에 더 무거운 추를 달아야 한다. 여성의 목소리가 방송의 여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많다. 그것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될 때까지 남성들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감시를 당해야 한다. 그럼에도 변화가 없다면 압력 또한 높여가야 한다. (182페이지)
남성 예능인과 더불어 여성 예능인에 관해서도 말한다. 최근 TV에서 자주 보이는 김숙, 송은이, 이영자, 박미선 등이다. 남성 주도적인 예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박미선에 관해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남성 패널의 편을 들다가 예쁘게 봉합했던 예전의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주 예능인이 하는 말에 장단도 맞춰야 하지만 정확한 주관과 생각을 지니고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법이다. 저자는 박미선을 가리켜 ‘겁에 질린 것같이 커다란 눈이 이제 정확한 곳을 응시하기 시작했고, 나의 엄마, 나의 달의 눈이 될 거란 기대가 생겼다.’ 라고 한 건 새겨들을 만하다.
대한민국의 간판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무한도전>을 주말마다 기다리다 보는 마니아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챙겨보면 낄낄거리며 많이 웃었고, 가요제나, 못친소 같은 건 재방까지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다. 최근엔 무한상사를 OTT에서 하는 걸 보고 한두 시간을 앉아 보았다. 저자가 전하는 무한도전 장례식은 <무한도전>을 보고 드는 생각, 변화에 맞서지 못해 폐지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서글픈 마음과 조금은 반가운 마음으로 죽음을 추모한다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우리의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프로그램과 예능인이 대처하는 것에 대한 성차별적인 발언들. 아울러 여성으로서 느끼는 성차별에 관한 불편함을 기술한 책이었다. 가볍게 접근했다가 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우리가 된 느낌이었다. 아마도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남성 일색인 진행자들이 불편할 것이며, 대사 하나에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거슬리는 말을 하는 예능인에 관한 판단을 새롭게 하게 되지 않을까. 더 원하는 건 정확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고 남녀 성별을 떠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다보면 우리 사회도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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