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명 : 스페인의 거장 고야展 -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

기간 : 2026.6.26-9.30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관람일자 : 2026년 8월 11일(화)


* 관람평

논란이 많은 전시회다. 고야라는 화려한 명성의 화가에게 기대했던 수준의 전시 내용이 아니어서 큰 비판을 받았고, 지금은 각종 안내와 소개에도 회화전이 아니라 판화전과 미디어아트임을 비교적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나로서는 처음부터 이 전시회의 핵심이 판화집 <카프리초스>(변덕)임을 알고 있었기에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평일 늦은 오후 시간대여서 관람객도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한가람미술관 방향으로 직진하느라 제7전시실을 찾아 한참 헤맨 게 아쉬웠을 뿐.


개인적으로 고야 예술의 최고봉은 화려한 태피스트리 밑그림과 초상화가 아니라 판화집과 검은 그림처럼 인간과 사회의 어둡고 비이성적인 면을 날카롭고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카프리초스> 전작을 소상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소중하였다. 작은 판형의 판화에 담긴 내용과 의미, 기법 등을 음미하며 작품소개 글을 꼼꼼히 읽어나갔다. 이미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 그림은 물론 처음 보는 판화를 통해 그의 예술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였다.


도록 견본을 보니 기대보다 품질이 좋지 않았다. 내용은 충실하지만, 도록의 메인은 수록 작품의 인쇄와 용지 질이 아니겠는가. 도록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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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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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라고 하면, 옛날 유적과 무덤을 파헤치는 우리네 일상적인 삶과는 무관한 분야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저자는 고고학이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상아탑에 안주하는 현학적인 학문 분과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1부 잔치 편에서 다루는 항목은 막걸리, 소주, 김치, 삼겹살, 소고기, , 상어 고기, 해장국이다.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다.

 

소주가이 새삼 눈길을 끄는데, 최초의 증류식 소주는 거란에서 만들었고, 세계화에 성공한 것은 몽골제국 시기라고 한다. 추운 지역에서 몸에 열을 내려고 일개 유목민이 마시던 높은 도수의 술이 세계의 술이 된 것은 역시 국력의 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셈이다. 김치와 삼겹살 항목에서 유라시아 각지의 절임 채소 요리의 공통성,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의 돼지고기의 유사성을 통해 지역을 막론한 민중들의 강인한 생활력과 생존 본능을 우선 꼽는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반영된 항목도 있는데, 경상도 지역의 상어 고기 문화의 역사성을 예시하며 신라 문화는 상어(돔베기) 문화권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언급, 우리나라에서만 도토리묵해장국이라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부 놀이 편에서는 놀이, 고인돌, 씨름, 축구, 여행, 낙서, , 고양이 항목을 다룬다.

 

고구려의 <수렵도>가 실제 사냥 장면이 아니라 일종의 사냥놀이를 하는 모습이라는 분석은 간과했던 사실인데 매우 설득력 있다. 씨름과 축구처럼 신체가 맞부딪히는 스포츠는 격렬한 만큼 거친 폭력성의 해소와 함께 신체 단련의 의미도 지닌다. 다만 그것이 과도하면 흥분과 폭력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고인돌이 놀이와 무슨 관계인지 의아했는데, 제의는 엄숙성과 동시에 축제성도 지니고 있다고 하니 이해가 되었다. 현세에서 여행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내세로의 여행은 영생과 피안에서의 행복을 지향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반려동물의 대표격인 개와 고양이 이야기도 재밌지만, 시대를 초월한 낙서 애호의 흔적은 인간 본성이 한결같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이기에 해학적이다. 러시아 아이 온핌의 필기 뭉치처럼.

 

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실현하기 위한 본능적 욕망을 품는다. 3부 명품 편의 석기, 실크, 황금, 신라 금관, 인삼, 기후와 유물, 도굴, 모방 항목은 바로 이 욕망을 얘기한다.

 

고급 옷감의 대명사인 실크는 실크로드라는 불후의 유산을 남겼는데, 실크에 열광한 흉노족의 쇠망 원인 중 하나가 실크라는 견해는 참신하다. 물욕하면 바로 황금이 연상되는데, 황금 문화의 역사가 흑해 연안에서 오래전 피어났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우리 고대사도 황금과 무관하지 않다. 신라 금관이 대표적인데, 금관총 발견의 아픈 역사와 함께 복제품 유물 도난 사건의 어처구니없는 시대상이 함께 다루어진다.

 

인삼은 고대부터 명품으로 취급되었으며, 특히 고려 인삼이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인삼과 관련하여 소개된 두 개의 에피소드도 이를 충분히 입증한다. 다만 역사적으로 청나라의 발전이 인삼 파워라는 견해는 놀랍다. 하물며 인삼이 병자호란의 사실상 원인이라는 주장은 어안이 벙벙할 뿐.

 

명품은 모방과 도굴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모방은 방제경처럼 긍정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도굴은 재화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아닐까. 그런 면에서 도굴의 왕이었던 조조의 무덤이 도굴로 발견되었다는 점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할지 애매하다. 한편, 지구온난화가 현대 인류 사회에만 영향을 미치는 줄 알고 있었지만 확실히 고고학자는 다르다. 동토 지대에 오랜 기간 보존되어 온 유물들이 온난화의 결과로 녹아서 부패하고 소멸하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의 심정은 다만 헤아릴 뿐 충분히 따라잡기 어렵다.

 

4부 영원 편의 벽화, 추모, 미라, 발굴 괴담, 마스크, 문신, 점복, 메신저 항목은 결국 죽음과 미래에 관한 항목이다. 인간의 죽음은 필연이며 회피할 수 없지만 누구나 벗어나고자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다. 고인을 추모하고 그네들이 저승에서 현세처럼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거대한 무덤과 화려한 부장품, 2의 집으로 그려진 벽화를 보라.

 

기후로 우연히 된 미라가 아니라 의도적 미라 또한 영생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투탕카멘과 레닌의 미라는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의도를 지닌다. 두 사람은 자신의 시신이 오늘날 이렇게 남아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마스크에 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스크는 애초에 인간과 신을 중개했던 샤먼의 전유물이었으면서 오늘날 영정 사진의 역할도 했다는 설명은 마스크, 즉 가면의 비일상성을 증명한다. 다만 코로나 시기를 경험했던 만큼 전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문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대에 문신은 부족과 신분을 나타내거나, 훈장처럼 특별한 공적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물론 묵형처럼 먹을 새기는 형벌도 있었는데 모두가 문신의 반영구성에 기인한다. 문신에 대한 요즘 세간의 인식은 나쁜 편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가치관이 내재화되어 있는데 문신은 소중한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 아니겠는가. ‘문신충이라는 폄하적 용어도 존재한다. 문신을 개성의 표현으로 인정할지 경계가 참으로 모호하다.

 

과거를 발굴하면서 수많은 유물을 발견해나가면 기존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밖에 없다고요. 그걸 해내는 학문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P.345)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고고학의 의의와 자부심을 토로한다. 이 책은 대중을 겨냥한 고고학 입문서다. 새삼 골치 아픈 학문적 얘기는 제쳐두고, 세상의 다양한 사물과 풍습의 기원을 고고학과 결부시켜 의외성과 함께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풀어놓는다. 굳이 고고학이라는 어휘를 일부러 결부시킬 필요도 없다. 인간과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사항의 기원과 유래를 가볍게 읽어 나가다 보면 절로 고고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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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영 - Mendelssohn : Violin Concerto
오주영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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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에 세계적 콩쿨에서 최연소 우승하여 한창 각광받던 오주영의 20세때 녹음이다. 바이올린 소리가 다소 가녀리지만 세련된 기교와 풍부한 정감을 지니고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와 호흡도 좋고 녹음도 뛰어나다. 마스네와 사라사테도 곡상의 대비를 잘 살려 호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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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특별판)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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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는 서평이 심히 엇갈리는 소설이다. 한쪽에서는 감동과 극찬이, 다른 쪽에서는 실망과 비판이 날 서게 대립하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우연한 기회에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처음에는 별로 관심 두지 않았다. 이른바 검증되지 않은 한때의 소설 읽기에 자원을 쏟고 싶지 않았으므로. 양분된 독자평이 오히려 흥미를 끌었다.

 

세평에 휩쓸리지 말고 편견 없는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리라 다짐하고 책을 읽어 나갔다. 그래야 나중에 어떠한 작품 평을 해도 떳떳할 것 같아서였다. 초반의 흥미진진한 서사에 몰입하였다. 중반부의 도담과 해솔의 사랑과 방랑, 이별에 마음 아팠다. 후반에 가서 그들의 재회와 이해, 그리고 드러난 비밀 장면에 가서는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독자의 마음과 작품을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작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기법과 구성, 표현 등의 미세한 아쉬움은 별다른 흠결이 되지 않는다.

 

너희는 악연이야. 얽혀서 좋을 게 없어. 절대로 연락하지마.”

정미가 거세게 기침하며 도담의 손을 잡아끌었다. (P.84)

 

정미의 말마따나 두 사람의 인연은 결과적으로 악연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 두 사람의 행동이 없었다면 두 가족이 풍비박산 나지 않았을 거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그처럼 남부끄럽게 목숨을 잃는 결말로 나아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자신이 구해 주고 자신을 구해 준 사람. 같은 또래, 그리고 첫사랑. 도담과 해솔은 분리될 수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은 남들이 갖지 못한 비밀의 공유자이자 겪지 못한 비극의 주인공이므로. 너무나 가깝고 친밀한 존재이기에 오히려 지긋지긋해하고 다투며 뛰쳐나가지만, 그들의 과거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다시 있기 어렵다. 자유로워지고 싶지만, 소외되고 싶지는 않으므로. 자기 내면에 가면을 씌운 채 진정한 사랑을 구하는 건 자체로서 가능하지 않은 시도다.

 

해솔과 자신을 과연 무슨 사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은인? 친구? 연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잊으려 애썼지만, 사실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이름이었다. (P.203)

 

승주의 말처럼 도담에게 승주, 해솔에게 선화는 대용품이자 구명환이다. 상대의 부재 속에 홀로서기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불가능함을 확신하기 전에 필요했던. 그나마 선화는 슬퍼하면서도 그들을 받아들인다. 해솔의 마음속에 자신이 자리할 공간이 없음을 일찌감치 알아차렸기에. 독자로서 선화의 행복을 다만 바랄 뿐이다.

 

세월의 때가 묻다 보니 창석과 미영의 관계도 그럴 수 있지 하고 생각하게끔 된다. 세상일이란 게 반드시 나의 뜻과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겪어서일까. 한편 도담과 해솔의 지긋지긋할 정도로 강렬하고 뜨거운 고통과도 같은 사랑에도 공감과 애틋함을 품게 된다. 도담은 사랑의 도덕성을 기대하지만, 사랑이란 애초에 눈먼 존재가 아니던가. 창석의 배신에 치를 떨며 찌그러뜨리려고 마음먹은 것 또한 그가 창석을 너무나 사랑해서다. 이후 도담이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을 뿌리치는 이유 역시 자신의 사랑관이 무너져서다.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P.104)

 

이 책의 작가 소개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가는 영화계 출신이다. 그의 전작을 보면 작가의 배경이 깊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순전한 문학 관점이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로서 접근하면 이 소설의 특성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의 명확한 성격 대비. 비현실적일 정도로 치열한 만남, 사랑, 다툼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관계. 극적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소설의 여러 장치, 즉 우연성, 주인공의 직업과 사고, 비밀. 주인공을 더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조연의 역할 등.

 

우여곡절 끝에 도담과 해솔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고 다시 놓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린 나이부터 과도할 정도로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므로.

 

둘은 물결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솔과 도담은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일고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P.298)

 

내가 읽은 책은 사랑의 에디션이라고 한다. 20만 부 돌파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판이다. 설명 문구처럼 신진 작가의 구간이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역주행의 대명사가 되었던 몇몇 아이돌 그룹도 아니고. 감상 후의 소감은 뭐랄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근래에 이러한 몰입감을 가지고 소설을 읽어본 게 언제 적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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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손아진 피아노 독주회 - Die blaue Blume Ⅱ

일시 : 2026년 8월 11일(화) 19:30

장소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연주 : 손아진 (피아노)

프로그램

  -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C장조 Hob.XVI:50

  - 라벨, 거울

  -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C단조 D.958


* 세줄평

라벨의 연주가 가장 좋았다. 그렇게 애호하는 곡이 아니었는데, 섬세하고 정확한 터치가 곡상에 부합하였다. 하이든 소나타는 분명 잘하는 연주같은데 내가 기대하는 하이든 느낌은 아니었다. 마지막의 슈베르트는 그다운 느낌 외에 미처 간과했던 여러 들을만한 포인트를 짚어주어서 새삼 흥미가 당겼다. 전반적으로 강한 개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연주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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