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명 : 마리 로랑생 회고전 - 무지개 위의 춤

기간 : 2026.4.10-8.23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


관람일자 : 2026년 5월 29일(금)


* 관람평

광고 포스터가 눈길을 끌어서 잘 알지 못하면서 덜컥 예매하였다. 작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기대감을 지닌 채 관람장에 들어선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전시환경은 괜찮은 편이었다. 두드러진 불편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작품 옆에 바로 작품 설명이 없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점이다. 전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설명이 한군데 몰려 있어 내가 관람하는 그림이 무언지를 곧바로 확인이 어렵다.


마리 로랑생 뮤지엄과 협력하여 100여 점을 전시하였다고 하는데, 확실히 대다수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일별할 수 있어 좋았다. 작가의 연대순으로 세탁선의 여인, 잊혀진 여인, 무지개 위의 춤, 장미와 여인의 네 섹션으로 구분하여 작품 이해를 돕고 있다. 도판을 통해 익히 본 그림이 많지만 실제 작품을 눈으로 보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실관람에서 개별 작품의 크기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으며, 재질과 표현방식에 따른 차이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그림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가구가 딸린 렌트하우스> <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에서의 춤> <종려나무 아래의 젊은 여인> <춤> <성 안에서의 생활> <초상화> <기타를 든 두 소녀> <마담 앙드레 그루의 초상> <무희들> <음악> <세 명의 젊은 여인들>이다. 대체로 큰 사이즈의 그림이 주는 강렬한 인상이 여운을 남긴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 특징, 즉 여성들의 세계를 주로 대상으로 삼았고, 파스텔톤 색상을 즐겨 사용하였으며, 그림 속 여성들은 현실세계가 아닌 신화와 환상 속 여인 같은 이미지를 지니는 점이 작품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언뜻 비슷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개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익히 알려진 회화 외에도 삽화가로서의 면모도 들여다볼 수 있다. <가든파티> <춘희> 등에 수록된 석판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유익한 동시에 흥미로운 전시회다. 가정의 달 이벤트로 엽서 한 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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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
안대회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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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중흥을 일구었던 영조와 정조의 찬란한 시대가 갑작스럽게 스러진 후 조선왕조는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때 이른 정조의 죽음으로 인한 어린 순조의 즉위는 왕권 약화와 세도정치가 발호한 빌미가 되었다. 급격한 정치적 격변을 음모론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정조 독살설을 주장하였고 꽤 많은 지지층을 모았다. 이를 다룬 소설과 영화도 등장하여 대중의 관심을 끌 정도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조와 노론 벽파는 팽팽한 대립 관계다. 왕이지만 전권을 휘두를 수 없고, 파당을 형성하여 왕권을 능히 견제할 수 있는 신하들.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싸고 동정하는 무리와 옹호하는 무리의 당쟁. 정조의 재위는 왕권의 기반을 강화하고, 노론 벽파를 견제하면서 왕조를 재건하려는 분투의 기간이었다면 과장일까.

 

정조의 어찰과 심환지의 문집, 그리고 <정조실록>을 비롯한 정사, 이 세 가지 사료를 견주어볼 때, 정조는 공식과 비공식의 두 가지 경로를 이용하여 심환지와 접촉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P.58)

 

2009년에 공개된 정조의 어찰은 그런 면에서 역사 이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정조가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에게 보낸 350여 통의 비밀편지. 그것은 단순한 안부 묻는 성격을 넘어서는 서신 정치 또는 공작 정치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조는 국정의 시시콜콜한 사항을 사전에 심환지에게 묻거나 본인의 뜻을 전하면서 따르도록 요구하거나 다른 신하들의 행위를 날카롭게 평가한다. 정치, 인사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누가 어떤 식으로 주장을 펼치도록 조정한 흔적도 역력하다. 배우를 선발하고 연기와 대사를 배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무대를 지휘하는 연출자의 모습이 바로 정조다.

 

여기서 우리의 역사 이해는 혼란스럽다. 비밀편지가 집중된 정조 시대 후기의 공식 사료의 내용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 것인지. 심환지는 정조의 어명을 거스르고 비밀편지를 파기하지 않았다. 심환지 외에 얼마나 많은 당대 신하와 정조가 비밀편지를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식 사료 독해보다는 이면의 정치 역학이 본질에 가까움을 우리는 계속 의심해야 하게 되었다.

 

정조가 보낸 비밀편지는 자신을 독살했다고 오해할 만큼 적대적 관계로 알려진 심환지를 적극적으로 회유하고, 막후에서 비밀스런 지시와 조정을 주도하는 노련한 정치가의 수완과 동태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P.11)

 

이 책에 따르면 비밀편지는 내용상으로도 다방면의 해석을 요하는 흥미로운 사항을 많이 포함하며, 문장 면에서도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띈다. 짧은 시간을 내어서 급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보니 수사성을 배제하고 직설적인 문체를 사용하고 문체반정의 당사자인 자신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소품체의 문장을 구사했다고 한다. 이두식 표기의 사용은 물론 한글 어휘를 그대로 노출하는 등 구어적 표현도 드물지 않다.

 

이 비밀편지의 공개를 통하여 우리는 모범적 군주 정조가 아닌 노회한 정치가 정조의 이미지를 새로이 떠올리게 되었다. 신하들을 인형처럼 자유자재로 조종하고자 하였던 정조. 공식 석상에서는 노론 벽파에게 공격적으로 보였던 이면에는 이처럼 어르고 달래면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정국을 풀어나갔던 것이다. 임금과 어찰을 교환한다는 것은 신하로서는 무한히 영광스러운 일이며 자신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의미일 테니 더더욱 임금에게 협조적으로 되기 마련일 것이다.

 

그런데 심환지는 어명을 어기면서까지 어찰을 보관하였던 것일까? 어쩌다 한두 통이 아니라 거의 전부를 수신일시까지 표시하며 일목요연하게 남겨둔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단순히 어찰의 영광을 오래 보존하려는 목적이 아님은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으로 봐야 하는데, 여기서 심환지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정조와 노론 벽파는 결코 한배를 탈 수 있는 정치적 동지는 아니다. 정조는 심환지를 통하여 벽파를 통제하려 하였고, 심환지는 정조의 비밀명령을 따르고 호응하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여차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물증을 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어찰에서 정조가 심환지의 무심함과 부주의함을 수차 지적하고 있음은 심환지가 정조가 원하는 그대로 항상 따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봐야 할 것이다.

 

<어찰첩>에 보이는 정조의 성격은 다혈질적이고, 흥분을 잘하며, 조급하다. 정조는 이러한 자신의 성격을 태양증이라고 자체적으로 분석했다. 그 때문에 화병도 자주 나고 가슴의 심한 통증도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P.97)

 

이 어찰을 통해 저자는 정조의 사망 원인이 독살보다는 자연사, 즉 병사에 가까움을 짚는다. 편지에서 정조는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쁨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병세를 스스로 진맥까지 하고 있다. 사십 대 중반이라면 당대 기준으로는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임금으로서 국정을 총괄하고, 반대파 신하들과 대립하는 가운데 화성 신축과 문예부흥을 끌어내는 다사다난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격심하였을 것이다. 타고난 기질과 군주 지위가 갖는 막중함이 결부되어 정조의 병을 심화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이 어찰의 존재로 독살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한층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다 명백한 근거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노론 벽파와 정순왕후가 굳이 독살을 감행할 명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정조의 비밀편지는 조선 후기 우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과 사고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이제 우리는 정조 시대 공식 사료가 기록하는 역사상의 사건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워졌다. 정조의 진정한 의도는 공식 사료에 있을까 아니면 공개 또는 비공개된 비밀편지에 숨어 있을까. 흥미로운 동시에 더 깊은 노력과 연구를 요구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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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기보다 잊혀졌어요
마리 로랑생 지음, 이혜연 편역 / 수오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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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 전시회에 가기에 앞서 화가의 삶과 그림 세계를 알고 싶었다. 전시회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도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이 책은 시중에 유통중인 마리 로랑생 관련 유일한 서적으로서, 그녀의 유일한 자전적 저서를 편역하고, 95점의 대표작 도판을 수록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마리 로랑생의 글은 그의 첫 책이자 유일한 저서인 <밤의 수첩>을 편역해 구성했음을 밝힌다. <밤의 수첩>에는 마리 로랑생의 산문, , 단상들이 담겨 있다. (일러두기)

 

이 책의 장점은 화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큰 판형과 고급용지로 담은 풍부한 도판이다. 단점은 기본적 개요 외에 수록작에 대한 별도의 설명 없이 도판이 연대기적으로 나열되어 있어 본문과 그림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9면에 걸쳐 그녀의 생애를 소개한 글을 담고 있는데,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고 야수파와 입체파의 득세하던 사조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유지 발전하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운 나쁜 결혼으로 뜻하지 않게 망명 생활을 겪어야 했으며, 디자이너 니콜 그루와의 동성애적 동반자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였음도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폴리네르의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말년의 그녀는 나치 정권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여 전후 부역 판정을 받았으며, 무엇보다 유언이 가슴에 다가온다.

 

마리 로랑생은 서양미술사에서 흔히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상을 그리던 관습에서 벗어나,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모습과 여성성을 담아낸 최초의 여성 화가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P.14)

 

그녀의 그림은 대부분 여성을 소재로 한다. 남성은 거의 배제되거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극히 예외적 존재만을 그렸다. 작품 속 여성은 남성의 시각과는 전혀 무관한 순전히 여성 화가의 시각에 비친 여성적 인상이다. 현실의 여성이라기보다 신화와 환상 속의 여인처럼 가볍고 투명하며 시공을 부유하는 듯한 가냘프고 섬세한 모습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육감적 여성은 너무나 거리가 멀다. 아폴리네르와 열정적 사랑과는 무관하게 그녀는 이미 동성애적 성향을 내재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성 간의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 비슷한 취향과 부드러운 대화는 남성과의 관계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그녀의 글의 도처에서 이를 찾을 수 있다.

 

연대순으로 수록된 그림을 보면 초기에는 입체파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1912<가구가 딸린 집>에서 비로소 그녀의 개성적 화풍이 펼쳐지기 시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속 여성은 검은 윤곽선으로 신체를 표현한 가운데 긴 팔과 긴 손가락, 날아갈 듯 발끝을 세우고 있다. 얼굴형도 뾰족한 인상을 주는 가운데 눈은 세부 묘사 없이 검정색만으로 그리고 있다. 주변에는 대체로 악기가 등장하고, 개 또는 말과 같은 반려동물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후기로 가서는 검은 신체 윤곽선이 사라지고 얼굴형도 부드러워지며, 비교적 화려한 색도 간혹 사용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눈에 봐도 마리 로랑생의 작품임을 알아 챌 수 있을 정도의 특색은 여전하다.

 

수록된 그림들 가운데 인상에 남는 작품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가구가 딸린 집>, <우아한 무도회 또는 시골 무도회>, <>, <조각배>, <삼미신>, <다이애나 여신>, <성의 삶>, <곡예를 하는 소녀>, <세 소녀>, <개가 있는 풍경>, <무희들>, <세 명의 젊은 여인>이다. <자화상>, <코코 샤넬의 초상>, <키스>처럼 대표작으로 알려진 그림은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기보다 / 쫓겨났어요. /쫓겨났다기보다 / 죽었어요. / 죽었다기보다 / 잊혀졌어요. (P.84, 진정제)

 

이 책이 마리 로랑생의 화첩을 넘어서는 가치는 그녀 자신의 글을 담고 있어서다. <밤의 수첩>을 발췌 편역이기에 글의 온전한 모습을 알기 어렵지만, 그녀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여성성의 의미, 아폴리네르와 관계와 일화, 어릴 적 아버지와 얽힌 육식 양 추억 등은 그녀 작품을 해석하는 단초 역할을 담당한다. 이 책의 표제도 그녀의 시에서 한 대목을 가져온 것이다.

 

<밤의 수첩>이 제대로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전기도 <마리 로랑생, 사랑에 운명을 걸고>라는 제목으로 역시 오래전에 나왔다가 단종되었다. 부록으로 연보가 실려 있는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1983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마리로랑생미술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앞서 보았던 알폰스 무하도 그렇고, 일본의 문화적 저력을 다시금 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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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김진환 비올라 독주회

일시 : 2026년 6월 2일(화) 19:30

장소 : 금호아트홀 연세

연주 : 김진환 (비올라), 서형민 (피아노)

프로그램

  - 브루흐, 콜 니드라이 Op.47

  - 힌데미트, 무반주 비올라 소나타 Op.25 No.1

  - 브리지, 생각 & 알레그로 아파쇼나토

  - 요크 보웬, 비올라 소나타 1번 C단조 Op.18


* 세줄평

비올라로 듣는 콜 니드라이는 다소 낯설다. 힌데미트의 소나타는 무반주라서 더욱 비올라의 음색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데, 마지막 악장을 생략하여 아쉽다. 후반부의 메인은 보웬의 소나타다. 처음 듣는 작곡가와 곡이다. 뭐랄까, 유머러스함과 진지함, 열정이 잘 조화된 작품으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앵콜곡으로 오펜바흐의 '자클린의 눈물'이라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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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아무아 - 하버드가 밝혀낸 외계의 첫 번째 신호
아비 로브 지음, 강세중 옮김, 우종학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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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와이에서 망원경으로 이상한 우주 물체가 하나 탐지되었다. 소행성 또는 혜성의 하나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특성을 파악할 수 없어 하와이어로 오무아무아’, 탐색자라고 명명하였다. 대다수의 천문학자는 오무아무아를 특이하긴 하지만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체로 간주한다. “독특한 모양과 특징적 반사는 기존의 우주 물체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보는 것이다.

 

오무아무아는 외계 기술 장비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가설이다. 모든 과학적 가설과 마찬가지로 데이터와 대조, 검증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과학에서 흔히 그렇듯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하다. (P.294)

 

이 책의 저자인 하버드대 천문학과의 아비 로브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오무아무아는 외계의 인공 물체라는 주장이다. 기묘한 외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무아무아가 보이는 특이한 궤도는 자연적인 동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에너지원인 가스나 붕괴가 아닌 다른 동력을 사용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무아무아의 속성과 궤도를 설명하기 위한 무리한 가설을 억지로 전개하기보다 인공 에너지를 토대로 우주를 유영한다고 설명하면 간단하다. 그는 그것이 가능함을 빛의 돛 추론 가설로 제시한다. 아주 얇은 거울 돛을 지닌 경량 우주선이라면 현행 우주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 있어 성간 탐사가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우리도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고등 문명을 지닌 외계 생명체라고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자연적으로 그러한 형상을 가진 물체는 전혀 없고, 그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알려진 자연적인 과정도 없다. 그런데 인류는 그 요건에 맞는 것을 만들어 냈고, 심지어 우주로 쏘아 올리기까지 했다. 바로 빛의 돛이다. (P.159)

 

오무아무아의 발견이 이미 늦고 상세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건 추측과 가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주류 과학자는 오무아무아를 자연물로 이해한다. 비록 정보 부족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특이한 속성도 결국 드물지만 극단적 예외에 속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인공물로 보는 의견조차도 우주 쓰레기 정도로 약화해 이해하려고 한다.

 

주류 과학은 우주에는 지구 행성의 인간 외에 고등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성간 여행을 하는 인공물이라는 개념은 원천적으로 논의의 대상에서 배척한다. 제아무리 기묘하더라도 오무아무아는 따라서 자연물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냉엄한 비판을 던지는데, 그것은 결국 인간의 오만과 무지를 드러낼 뿐이라는 것이다.

 

천문학에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무엇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저자의 주장은 확실히 타당성이 있다. 반면 수많은 천문학자가 단지 맹목적 편견에 사로잡혀 외계 생명체와 인공물을 부정한다고 믿고 싶지 않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를 탄압한 인물들은 과학계가 아니라 종교계가 아니었던가.

 

이 책에서 저자는 외계 생명체 연구에 대한 과학계의 부정적 인식과 몰이해를 비판한다. 자신이 보기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확률이 낮은 이론에는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도 지적 생명체가 가까운 우주에 존재할 높은 가능성은 일부러 외면하는 듯한 학계에 실망과 분개가 느껴질 정도다. 모든 건 인간의 유일성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 기인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과학계가 이 가설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오무아무아를 만든 것이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문명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가장 중대한 발견 중 하나, 즉 우주에서 우리만이 유일한 지능이 아니라는 발견이 우리 태양계를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P.297)

 

저자는 우주 고고학을 제창한다. 지구 행성이 아닌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을 찾아 나서는 일이야말로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오무아무아는 이러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하는 단서 역할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이 순수 과학서로 구분되기 어려운 점이 여기서 발생한다. 어찌 보면 저자는 천문학계에서 소외당하는 비주류의 연구 분야를 부각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저자가 주창하는 우주 고고학의 성과를 지나치게 낙관론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무아무아가 정말로 외계 인공물이라면, 오무아무아를 날려 보낸 고도의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와 그들이 우주에서 조우할 때, 양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고 상호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비단 SF 영화의 흥미적 요소만을 위해 외계인의 침공 시나리오가 자주 사용되는 건 아니다. 인류는 과학의 순진한 낙관적 전망이 어떻게 비극적 결과가 이어졌는지 수차례 목격하였다. 과학계와 여기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정부와 시민들이 과연 ET를 발견하기 위한 노력에 그토록 큰 자원과 관심을 쏟을 것이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증거를 발견한다면 이는 우리를 근본적이고도 미묘한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나는 그 변화 중 대부분은 더 좋아지는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P.259)

 

그럼에도 저자의 빛의 돛 추론은 흥미롭다. 태양계를 벗어난 저 먼 우주를 탐험하기 위한 우주선은 빛에 가까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우리는 아직 태양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는데, 빛의 돛이 여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실제적 고안이라면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는가. 빛의 돛에 달린 작은 카메라가 탐지하는 모든 것은 천문학은 물론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 자신의 인식에도 분명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므로.

 

오랜만에 읽는 천문학 서적이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성격과는 다소 다른 유형인데, 우주와 별, 은하 등을 다루는 게 아니라 외계 존재의 가능성을 추적한다. 어쨌든 오무아무아는 엄연한 사실이다. 단지 우연한 일개 현상으로 만족하고 묻어버릴 것인지 아니면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끌어낼 것인지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우리가 과학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견해와 맞물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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