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요나! 1 - 기쁨의 숲마을로 출발하다
류재향 지음, 방새미 그림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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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좀 하는 이유나> 시리즈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류재향 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주인공 나요나가 신비한 탈것 나르리와 함께 세상 밖으로 나아가며 겪는 모험과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은 섬마을을 떠나 낯선 숲마을에 도착한 나요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일상 속에 숨어 있던 기쁨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 나간다. 이러한 나요나의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임에도 어른인 내가 읽어도 공감되는 지점이 많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열 살이 되면 나르리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현실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특히 숲마을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나눔과 환대,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는 장으로 기능한다. 그 속에서 나요나는 버려진 것들 속에서도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태도를 형성해 간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모험 이야기에서 기대되는 긴장감보다는 일상의 변화와 감정의 축적에 초점을 맞추며 읽는 이에게 오래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이야기는 주인공 나요나가 자라 온 나르리마을과 그곳의 특별한 전통을 소개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르리 마을의 아이들은 열 살이 되면 각자 자신만의 나르리를 만나고 나르리와 함께 섬을 떠나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나르리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사소한 경험과 순간들을 계기로 변화하는 존재로, 이 마을에서의 삶과 성장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설정은 나요나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모험이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 나가는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예고한다.

프롤로그에서는 나요나의 개인적인 상황 또한 함께 제시된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온 나요나는 열 번째 생일을 맞이하지만 그날 아침 할머니가 남긴 편지를 통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상실 앞에서 혼란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나요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결국 할머니의 마지막 메시지를 품은 채, 나르리 마을의 아이로서 자신의 나르리를 타고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나요나에게 앞으로 펼쳐질 여정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그리고 주인공 나요나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요나는 복숭앗빛 폭탄 머리를 휘날리며 “한번 맡겨 보세요. 제가 뭘 해내나!”라고 말할 만큼 당차고 씩씩한 성격을 지닌 아이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보고 고쳐 내는 능숙한 손길과, 주변의 재료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태도는 나요나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직접 기른 블루베리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그 맛과 감각을 온전히 즐기고, 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는 일상을 풍부하게 바라보는 나요나만의 시선이 드러난다.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럽게 독자를 끌어당기며 누구라도 나요나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캐릭터는 빨간 머리 앤이나 마녀 배달부 키키를 떠올리게 할 만큼 밝고 활기찬 에너지를 지니며 이야기 전체에 생동감을 더한다.

동시에 나요나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쉽게 주저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설렘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태도 역시 이 인물의 또 다른 매력이다. 낯선 길 위에서 지치고 힘든 순간을 겪으면서도 주변 풍경에 감탄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자세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성격은 나요나를 단순한 모험의 주인공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더욱 돋보이게 하며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이러한 나요나의 성격은 숲마을에서의 경험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초록이 무성한 숲마을에 도착한 나요나는 말하고 감정을 느끼는 나르리와 함께 아이들과 어울리며 ‘주거니 받거니 주머니 우체통’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눔과 환대의 의미를 배워 나간다. 낯선 공간에서도 먼저 다가가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나요나 특유의 밝고 적극적인 성격을 잘 보여 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축제를 앞두고 퍼진 근거 없는 오해와 소문은 이러한 흐름에 균열을 가져온다. 씩씩하던 나요나 역시 상처를 받으며 흔들리지만 그 감정을 그대로 무너뜨리는 대신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간다. 이때 등장하는 요리는 단순한 활동을 넘어 나요나가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정성껏 만든 음식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동시에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매개가 되고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요나는 다시 균형을 되찾는다. 이러한 과정은 상처를 겪더라도 그것을 회피하기보다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 가는 나요나의 성장 과정을 보여 주며 이야기 전반에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판타지 모험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남는다. 숲마을에서 버려진 것들이 새로운 에너지로 되살아나는 장면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나요나의 선택과 행동은 그 가능성을 현실적인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동시에 할머니의 말처럼 작은 기쁨을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상실의 슬픔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다시 이어 가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축제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감정들은 나요나와 나르리의 관계를 통해 더욱 깊이 있게 전달된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일상의 감각과 선택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 주며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작은 기쁨들을 다시 발견하도록 이끌어준다. 그렇기에 나요나의 다음 이야기는 더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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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임시 보관 중
가키야 미우 지음, 김윤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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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키야 미우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63세 주부 마사미가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 차트를 계기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중학생 시절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남편의 냉소적인 반응에서 비롯된 고민은 과거로 돌아간 이후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고, 마사미는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삶을 설계하려 한다. 이미 한 번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선택해 나가는 과정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은 타임슬립이라는 설정을 활용해 결혼과 가족 중심으로 이어져 온 삶의 방식에 균열을 내고, 개인의 선택과 주체적인 삶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다. 특히 가키야 미우 특유의 현실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시선은 이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으며 과거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남녀 차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개인의 의지가 어떻게 제한되고 또 변화하는지를 보여 주며 이야기는 단순한 다시 살아보기에 머물지 않는다. 전개는 비교적 간결하게 이어지지만 인물의 판단과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서사가 구성되어 익숙한 삶을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이야기는 TV 화면에 비친 오타니 쇼헤이의 만다라 차트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인생을 설계해 온 그의 모습을 접한 마사미는 깊은 인상을 받는 동시에 자신 역시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한때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고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가사와 생계를 병행하는 평범한 주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서 그 간극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은 점차 구체적인 결심으로 이어지게 된다. 마사미는 만약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자신을 제약해 온 조건들을 배제하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심정을 남편에게 털어놓는 순간 그는 오타니와 자신을 비교했다는 이유만으로 빈정거림과 조롱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마사미가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남편의 말에 상처를 받은 마사미는 무심코 장보기 메모 뒷면에 만다라 차트를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막연한 생각에 머물렀지만 점차 자신의 삶과 사회에 대한 불만과 문제의식이 구체적인 언어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반복된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역할과 구조를 다시 바라보며 여성의 삶을 제약해 온 조건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고, 이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선택하고자 하는 의지로 이어진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 나가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만다라 차트를 바라보던 마사미는 어느 순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의식을 잃고 눈을 뜬 곳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73년이다. 이미 한 번 살아본 기억을 지닌 채 과거로 돌아온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주하게 되며 이야기는 인생 2회차라는 새로운 전개로 이어진다.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마사미는 같은 시기를 살아가던 첫사랑 아마가세와 다시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다시 얻은 삶을 인식하며 각자의 선택을 지지하는 관계로 나아간다. 마사미는 결혼과 출산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기준으로 인생을 설계하려 하지만 그녀가 속한 시대는 여전히 그러한 선택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개인의 의지와 사회적 조건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내며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제약과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어 더욱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현실을 적나라하게 짚어내는 가키야 미우 특유의 시선은 이 소설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소설의 중간 중간에 마사미가 편지 형식을 통해 고발하듯 풀어내는 남녀차별의 실상은 과장된 장치가 아니라 실제 삶의 모습에 가까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이러한 묘사는 이야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독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인생 2회차의 시선으로 드러나는 편견과 구조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보여 주지만 우리 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씁쓸함과 공감을 함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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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1등급 고미정이 망하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우신영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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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영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입시 경쟁의 중심지로 불리는 대치동을 배경으로 극단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학원비로 수백만 원을 지출하면서도 일상적인 삶은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학생들, 학업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소모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주 리얼하게 담아내었다. 주인공 고미정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적과 경쟁에 끊임없이 노출되며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현실과 마주한다. 소설은 과장하기보다 오히려 절제된 방식으로 장면들을 제시하며 대치동이라는 공간이 지닌 압박과 긴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야기는 한 개인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고 그 공간에 속한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보여 준다. 겉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가 놓인 조건과 속도는 분명히 다르다. 작가는 이러한 차이를 통해 획일적인 경쟁 구조 속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입시 중심 사회의 단면을 구체적으로 포착이야기는 암소수학 학원에 대한 소개와 설명으로 시작된다. 독특한 이름의 이 학원은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철저하게 등급으로 나누고, 상위권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곳이다. 실제로 존재할 법한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분위기는 대치동 학원가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설정에 이어지는 주인공 고미정의 이야기는 대치동 아이들의 일상을 한층 또렷하게 보여 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점차 밀려나는 한 학생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고미정은 한때 상위 반에 속했던 학생이지만 점차 성적이 떨어지며 아래 등급으로 밀려난다. 학원에서의 강등 통보와 시험 실패는 일상이 되어 버렸고, 짧은 휴식 시간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편의점과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반복되괴 있다. 그리고 그녀가 다니는 학원가 주변의 풍경 역시 공부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어 식사를 대신해 당분으로 버티는 모습이나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 익숙해진 현재 아이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흐름은 대치동이라는 공간의 단면을 보다 사실적으로 이야기하며 고미정의 이야기를 통해 그 현실이 더욱 구체적으로 와닿게 만든다.하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 지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주인공 고미정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이마트24에서 일하는 알바생 백영만의 시선이 펼쳐진다. 백영만이 바라본 대치동 아이들은 겉으로는 단정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극적인 음식과 에너지 음료로 끼니를 대신하며 하루를 버텨 나간다. 비슷한 교복과 태도 속에서도 묘하게 드러나는 여유와 동시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식습관과 반복되는 생활은 이곳 아이들의 일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매번 같은 음식을 고집하며 무표정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한 학생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 학생은 바로 고미정이다. 백영만은 편의점에서 수많은 손님을 상대해 왔지만, 고미정의 반복되는 행동과 무심한 태도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편 그는 넉살 좋은 성격과 꾸준한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인물로,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버텨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편의점과 그 앞 공간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마주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백영만이 말을 건네면서 짧은 대화가 이어진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이 만남은 고미정에게는 낯선 변화의 계기가 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인물이 처음으로 연결되는 순간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고미정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이마트24에서 일하는 알바생 백영만의 시선이 펼쳐진다. 백영만이 바라본 대치동 아이들은 겉으로는 단정하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극적인 음식과 에너지 음료로 끼니를 대신하며 하루를 버텨 나간다. 비슷한 교복과 태도 속에서도 묘하게 드러나는 여유와 동시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식습관과 반복되는 생활은 이곳 아이들의 일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매번 같은 음식을 고집하며 무표정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한 학생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 학생은 바로 고미정이다. 백영만은 편의점에서 수많은 손님을 상대해 왔지만, 고미정의 반복되는 행동과 무심한 태도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편 그는 넉살 좋은 성격과 꾸준한 아르바이트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인물로,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버텨 나가고 있다. 두 사람은 편의점과 그 앞 공간을 사이에 두고 처음 마주하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백영만이 말을 건네면서 짧은 대화가 이어진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이 만남은 고미정에게는 낯선 변화의 계기가 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인물이 처음으로 연결되는 순간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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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학습 바이블 - 배운 것을 100% 이해하는 후천적 공부머리의 비밀
임작가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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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환경, 운을 뛰어넘는 상위 1% 아이들의 학습 비밀은 '공부 정서'에 있다!"라는 띄지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책은 사교육과 선행학습, 학습지와 과외 등 다양한 학습 방법을 동원하고도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는 이유를 ‘공부정서’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공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이 학습의 지속성과 몰입을 좌우한다고 말하며 억지로 하는 공부와 스스로 몰입하는 공부 사이에는 장기적으로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한다. 결국 학습량이나 단기적인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감정의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유튜브 채널 〈인생멘토 임작가〉를 운영하며 학부모와 꾸준히 소통해 온 저자의 교육 경험과 학습 철학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공부정서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공부머리를 타고난 소수의 아이들만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교 수업과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엄마표 완전학습법’의 원리와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부모의 지지와 환경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학습에 몰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학업 성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이 책은 자녀 교육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은 부모의 공부머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머리는 유전된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생각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풀어낸다. 실제로 공부에 유리한 성향을 타고나는 아이들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부모의 생물학적 유전자로 결정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학업 성취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은 부모의 학력과 학습 경험, 그리고 자녀를 지도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공부가 유전된다’는 말은 생물학적 유전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전달하는 학습 환경과 양육 방식이 학업 성취에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요소로 학습 방법과 학습 동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학습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 역시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 부모라고 말한다. 부모와의 대화, 상호작용, 가이드와 피드백 등 일상적인 양육 방식이 아이의 공부 방법과 학습 의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결국 자녀의 학업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 스스로 자신의 양육 방식을 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아이가 올바른 공부 습관과 학습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나서 공부정서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공부정서를 '공부와 관련된 경험이 반복되면서 형성되는 정서적 상태, 즉 공부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감정’으로 설명한다. 처음부터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없지만 학습 과정에서 겪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공부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제를 풀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경험이 축적되며 공부 자체가 부담과 회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태를 ‘공부정서가 나빠진 경우’라고 설명하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공부량이나 문제 풀이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공부정서의 변화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문제집 풀이 중심의 학습이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대표적인 실수라고 말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은 분량의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아이를 배려하는 방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반복되는 문제 풀이가 공부에 대한 부담과 부정적 감정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공부정서가 한 번 부정적으로 굳어지면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내와 집중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학습 자체가 지속되기 힘든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공부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뛰어난 학습 능력이 아니라 긍정적인 공부정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역할 역시 아이의 공부정서를 해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부모의 교육 방식이 아이의 공부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먼저 책은 많은 부모들이 선택하는 선행학습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선행을 통해 학습 내용을 미리 접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서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학습 내용을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 쉽다. 문제는 단순히 진도를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집을 풀고 내용을 한 번 접한 것만으로도 이미 이해했다고 여기는 습관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학습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자리 잡게 되고, 결국 공부에 대한 태도와 학습 방식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겉보기에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방식처럼 보이는 놀이형 학습 역시 잘못 사용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가 실생활 속 놀이를 통해 숫자나 글자를 가르치려 하지만 아이의 흥미나 자발성이 배제된 채 지식을 계속 주입하려 한다면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학습 강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부모가 아이의 능력을 믿지 않거나 실패를 먼저 강조하는 태도를 보일 때 아이의 자기효능감 또한 약화된다. 자신의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지 못한 아이는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고, 결국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지속적인 노력과 시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책은 아이의 성적 문제를 단순히 공부량의 문제로 보기보다, 부모의 학습 지도 방식과 정서적 환경 속에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완전학습’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저자는 공부정서를 회복하고 학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이나 문제풀이 중심의 공부보다 학교 수업과 교과서를 바탕으로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반복하며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완전학습은 단순히 많은 문제를 풀거나 진도를 앞당기는 방식이 아니라 한 번 배운 개념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학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경험하게 되고 그 경험이 다시 긍정적인 공부정서로 이어지며 학습을 지속하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된다. 저자는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대신 이끌어 가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학습의 흐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사교육이나 선행에 의존해 진도를 앞세우기보다는 교과서 중심의 학습을 통해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완전학습의 원리를 국어·영어·수학·과학·사회 등 주요 과목에 적용하는 방법과 학습 결손을 보완하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제시하며 부모가 실제 교육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향을 안내한다. 결국 이 책은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이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공부정서를 형성하도록 돕는 학습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더욱 유용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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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종이 울리면 - 제3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52
이하람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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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작이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외증조할머니의 49재를 치르게 된 열세 살 소년 우찬이 친구와 함께 마을의 출입 금지 구역에 드론을 띄웠다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작은 행동은 곧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두 아이는 그 일을 계기로 마을에 오래도록 숨겨져 있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산속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와 함께 드러나기 시작한 사건의 실마리는 아이들을 점점 더 깊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은 어린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사건이 타인을 향한 연민과 책임의 문제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서사 속에서 두 아이는 마을에 남겨진 역사적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기억한다는 일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이야기는 외증조할머니의 49재가 열리는 절 법당에서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드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목탁 소리와 함께 스님의 기도문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찬은 슬픔에 잠긴 할머니와 가족들 사이에서 어딘가 낯선 분위기를 느끼며 법당 안을 둘러본다. 평생 솔개마을을 떠난 적 없던 외증조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도 절을 찾아와, 법당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우찬은 제사상에 놓인 음식과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외증조할머니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여름이면 뽕잎 위에 올려 먹던 오디를 함께 먹던 시절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따뜻한 추억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은 또 하나 있다. 생의 마지막 시기에 외증조할머니는 우찬을 알아보지 못한 채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우찬은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리고 북소리가 낮게 울리고 촛불이 흔들리는 법당에서 우찬은 외증조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절을 올린다. 이야기는 이렇게 가족의 애도와 기억이 교차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왕할머니는 왜 우찬을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그토록 울음을 터뜨렸던 것일까.


49재를 마친 뒤 우찬은 친구 태성을 만나게 되고, 태성이 가방에서 꺼내 보인 드론을 계기로 두 아이의 호기심은 새로운 행동으로 이어진다. 평소 마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던 뒷산 솔개산 비밀 들판에 드론을 띄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두 아이는 산속으로 올라가 드론을 날리지만 기체는 울타리 너머 금지 구역 안으로 날아가 버린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채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벌판 전체가 울릴 만큼 크고 선명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우찬과 태성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두 아이는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건물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스피커나 실제 종 같은 것을 찾으려 눈을 돌리던 순간, 건물 안쪽의 어두운 통로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마치 커튼이 펄럭이듯 스쳐 간 그 정체 모를 움직임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의문을 남기며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 있게 전개시키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날 이후 우찬과 태성은 비밀 들판에서 겪은 일을 잊지 못한 채 다시 그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두 아이는 폐건물 안에서 나타난 낯선 소년 동수를 만나게 된다. 동수는 자신이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며 사라진 여동생 동희를 꼭 찾아 달라는 말을 남긴 뒤 건물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두 아이는 자신들이 본 것이 현실인지 혼란스러워하지만 눈앞에서 도움을 요청한 소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수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어른들은 이들의 말을 쉽게 믿어 주지 않지만 우찬과 태성은 포기하지 않고 단서를 따라가며 동수에게 얽힌 이야기를 조금씩 밝혀 나간다.

그 과정에서 두 아이는 예상하지 못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동수는 1945년 일본군에게 속아 산속 소년병 훈련소로 끌려온 조선 소년이었고, 그가 애타게 찾고 있던 여동생 동희는 어린 시절 우찬의 왕할머니 순영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던 아이였다. 두 소년이 풀어 가는 사건은 개인의 사연을 넘어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로 이어진다. 작품은 어린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사건이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고 잊힌 이름을 다시 불러내는 과정으로 확장되며 어린이 또한 역사 앞에서 진실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존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는 왕할머니 순영의 어린 시절과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어린 순영 역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인물로, 우연히 목격한 비극적인 사건 이후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기억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누구도 꺼내려 하지 않았던 그 기억은 긴 시간 침묵 속에 묻혀 있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순영은 세상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한 이름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간직하며 잊지 않으려 했고, 그 기억은 시간이 흐른 뒤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된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이 전하려는 의미가 더욱 분명해지는 듯하다. 작품은 어린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사건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기억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역시 이름 없이 사라질 뻔했던 수많은 이야기 위에 놓여 있음을 떠올리게 하며 그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책임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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