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네일샵
김수정 지음 / 행복한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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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 속 '당신의 월요일을 삽니다'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광장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네일샵의 단 하나뿐인 직원인 앨리스의 매주 화요일의 비밀 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에게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하는 데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광장동 어느 골목길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의 1층에 위치하여 사계절 내내 영업 중인 <내일은 네일>. 사장과 직원 한 명. 단 둘이 운영하는 이 아담한 가게에는 사장님이 쉬는 매주 화요일, 하나뿐인 직원 앨리스의 비밀 영업이 시작된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의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의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한다. 화요일의 손님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지루가 피곤해서 하루만 지나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너무 평범했다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도 하나 앨리스는 한사코 손님들의 월요일의 이야기만을 고집한다. 과연 앨리스는 하필이면 월요일, 손님들의 평범하디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만을 듣고자 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 펼쳐지는 앨리스의 비밀영업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는 월요일 오후 <내일의 네일> 앞에 놓인 화분을 보고 걸음을 멈춘 남학생 희찬의 이야기다. 혹시 네일아트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걸어오는 앨리스에게 희찬은 돈이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앨리스는 희찬의 월료일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특별한 네일을 선물하겠다며 제안을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네일샵으로 들어가게 된 희찬. 그리고 앨리스는 희찬의 손을 관리하기 시작하고, 희찬의 어제, 월요일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 희찬은 7시 45분이 넘어서야 일어난다. 전날 밤 이불 속에서 몰래 모바일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잔 것이다. 희찬은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 희찬의 애교에 넘어간 희찬의 엄마는 희찬을 태워주기로 한다. 그렇게 엄마 차를 타고서 학교로 가게 된 희찬.


학교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중랑천의 윤슬을 보고서 예쁘다고 하는 엄마의 말에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문득 자신이 따스한 풍경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지각을 한 희찬. 이게 바로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다. 그리고 희찬의 이야기가 끝나자 손관리도 끝이 나는데 앨리스는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에 대한 보답으로 희찬에게 아마 내일 학교에 가면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간 희찬은 네일샵 직원 앨리스의 말이 맴돌아 하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희찬이가 몰래 좋아하는 서나가 희찬에게 손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면서 희찬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앨리스가 말한 '특별한 내일'인 것일까? 평소 좋아하던 서나와 제법 긴 대화를 나누게 된 희찬은 네일샵으로 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며 누나 덕분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앨리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앨리스는 희찬에게 자신은 어제 '특별한 네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과연 희찬에게 일어난 일은 그냥 스쳐지나는 일이었을까?


이 책 속에서 담긴 앨리스의 네일샵을 찾은 손님들의 월요일 이야기들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지나간 평범한 어제의 행복을 앨리스에게 꺼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날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왜 앨리스는 평범하디 평범한 월요일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인지이다. 책을 읽다보면 들어나는 앨리스의 이야기. 앨리스가 왜 그토록 손님들의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에 집착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앨리스의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앨리스의 상처가 평범한 일상의 힘으로, 그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들로 언젠가는 아물어지길 바라게 되면서 따스한 이 책의 이야기들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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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
마야 마이어스 지음, 염혜원 그림, 이상희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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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띄는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번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는 아이의 일상 속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 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도트의 가족들은 모두 완벽하다. 도트만 빼고 말이다. 언니는 그림을 완벽하게 잘 그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해서 학교 맞춤법 대회에서 공동 일등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서 검은 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다. 이 뿐만이 아니라 도트네 고양이마져 완벽하다. 도트는 자신이 어느 정도 잘하는 건 많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이 불안하다.


컵케이크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것 같지가 않다. 할머니는 맛있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도 도트의 공은 빗나간다. 선생님은 거의 들어갈 뻔 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거의 들어갈 뻔한 건 완벽하게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듯 도트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씩 해보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하나씩 장기가 있는 가족들과 스스로를 비교해보니 움츠러 들고, 도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그 때마다 도트는 움츠러든다. 도트의 가족들과 선생님은 도트에게 충분히 잘 했다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격려해주지만 도트에겐 그 칭찬이 와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칭찬하고 싶은 사람을 그리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려보지만 그림은 완벽하지 않다. 또 다시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낼까 두려운 도트는 결국 폭발하고야 만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 앞에서 울고야 마는 도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과연 도트는 무사히 그림을 그려내었을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그림 그리기를 멈췄을까? 도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 도트는 딱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뭐든 잘해내고 싶지만 결과가 그 기대에 닿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는 실망한다. 그리고 실패 앞에서 좌절한다. 그렇기에 실패할까봐, 자신이 완벽하지 않을까봐 시작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은 정말 잘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을 향한 강박은 도트를 폭발하게 만들어버린다. 두려움과 강박은 도트를 결국 엉엉 울게 만드는데, 오히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도트는 더 좋은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숙제를 포기할 뻔한 도트는 가까운 어른들에게 받는 응원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결과 도트는 하나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는 모자이크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림들이 모여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선 친구의 그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들여달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멋진 경험은 앞으로 도트에게 단단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라도 실패는 두렵다. 완벽한 결과를 가지고 멋지게 뽑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현실에서 완벽하기란 참 힘들다. 그리고 완벽한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를 우리는 더 많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결과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늘 우리를 괴롭힌다. 이 책의 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트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끝까지 그림을 그려내고 결국 자신만의 완벽한 완성작을 가지게 된다. 도트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까운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트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이 책은 실패가 너무 두려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꺼라는 믿음과 응원과 지지,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고, 구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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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밑줄 -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
김상민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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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인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 마케터이자 팬덤과 소통하는 뉴스레터팀 팀장으로 10년동안 일한 저자의 요즘 마케터가 사는 법부터 시작하여 마케터의 일, 고민, 불안, 일상, 관계 그리고 내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저자는 지금도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생각이 복잡해 질때면 현자에게 답을 구하듯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고 하며 10년간 그가 그은 문장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있다.


저자는 마케터로서 특히 말과 글에 있어서는 예민함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저자는 요즘 너무 많이 쓰는 'MZ'라는 표현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냐면 ''MZ'표현을 가만히 따져 보면 Z'세대의 범주라고 하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도 광범위한데, 여기에 80년대생을 더해 'MZ'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으로 아주 무성의한 분류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MZ'의 표현에 대한 더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친 오남용이다. 젊은 세대의 왜곡되 단면에 MZ라는 두 글자를 굳이 붙여 특정 세대를 편견에 찬 프레임에 몰아 붙이는 데 사용되는 이 단어를 누가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이를 말하며 저자는 마케터가 가져야할 감각인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들며 대중에게 말을 거는 직업인 만큼 언어의 예민함을 꼭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예민함은 비단 마케터로서의 역량으로만 쓰이는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말과 글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였던 단어와 문장들에 다시금 재고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건 참 좋다.


어떤 분야에 있든 일을 잘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저자가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좋은 마케터란 '어떻게든 해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닥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기발한 레퍼런스를 떠올려 적용하고, 누군가를 수소문해 데려와서라도 끝끝내 해결하는 사람'이다. 카피 한 줄 쓰기에도 힘들었던 그 당시의 저자가 보기에 그런 사람은 선망의 대상, 그자체였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일잘러 마케터는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일단 해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해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모든 분야에서의 '잘함'이란 완벽한 준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시도 끝에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많은 공감을 표하고 싶다. 그렇기에 비록 오늘 우리가 허무하게 하루를 끝내버렸다 하더라도 이러한 오늘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잘함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걸음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지.


취미가 밥 먹여주냐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저자는 취미가 밥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식은 먹여준다고 말한다. 마케터를 준비하는 시절의 저자가 좋아했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취미의 시간들이 모여 신입 시절 저자의 일에 큰 도움이 되었듯이 취미로, 좋아서 깊이 파보고 덕질에 덕질을 한 경험들은 의외로 우리의 일에, 인생에 큰 도움을 가져다 주는 일이 아주 많이 있다. 그러니 뭘 좋아하든 끝까지, 깊이 있게 좋아해도 될 듯 싶다.


고백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데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저자가 아낌없이 나누는 지난 10년간의 문장과 이야기들이 너무 좋고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았으며 깨달음을 주는 부분도 많아서 더욱 이 책 속에 오래 머물었던 것 같다.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저자가 전하는 말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케터가 아닌 나에게도 이 책이 이렇게 좋은데 만약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이 책은 더더더 유용할 듯 싶다. 그렇기에 무조건 이 책은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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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지
박철 지음, 이명환 그림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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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분위기의 표지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동시집이다. 동시는 어려운 단어의 조합은 아니지만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시선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동시집 역시 투명하고 맑은 서정적 언어들로 자연과의 교감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옛 추억들이 떠올라 기분 좋게 만든다.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고 시인은 <소나기>에서 소나기의 이름을 '갑자기'라 칭한다. 그리고 소나기를 일컬어 '욕심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물방울이 되어 강으로 바다로 구름 속으로 실컷 돌아다니다가 간다는 말도 없이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후두둑, 그것도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그래, 시인의 말처럼 소나기는 갑자기며 정말 욕심쟁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하며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동시로 담아내기도 했는데, 특히 <어버이날>이라는 시에 담긴 유쾌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어버이날이라서 엄마 아빠가 교회 간 사이 그동안 보아온 엄마 아빠 흉내를 내어 열심히 대청소를 한 아이. 엄마 아빠가 돌아오는 기척에 방에 숨어 반응을 기대하며 지켜 보는데, 엄마의 반응이 기가 막힌다. "여보, 집에 도둑 들었어!"라니. ㅎㅎ 이보다 더 유쾌할 수 있을까.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자연 풍경의 서정적인 모습을 잘 담은 <겁 없는 아이들>. 이 시에서는 엄마 닭과 병아리들이 줄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을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엄마 닭이 뒷짐을 지고, 병아리들은 뒤를 따르면서 엄마 닭도 병아리도 흐트러짐이 없다. 이 모습에 시인은 병아리들도 자신처럼 엄마 곁에서는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엄마 곁에서는 없던 용기도 겁도 없어지는 딱 우리의 마음을 너무 잘 포착하여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자연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시인은 <나팔꽃>에서 '내가 자는 동안 꽃은 나팔을 준비'한 것을 보고 '꽃이 자는 동안 나는 무얼 해줄까'를 고민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내기고 하고, 자신의 마음을 따라 생동하는 자연에게 '내 맘대로 나는 내가 좋다'라는 아이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의 결정체인 동심을 마구마구 자라게 할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을 이 시집은 정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동시집 속 동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웃음이 자꾸 난다.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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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는가 -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새로운 과학
벤키 라마크리슈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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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노화와 수명, 죽음과 불멸추구에 관한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때까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만 인식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연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 그리고 우리는 도대체 왜 늙고 죽게 되는 것일까? 그냥 삶의 과정 속에서의 죽음이 아니라 생물학이 밝혀낸 사실을 근거로 한 이 책 속의 인간의 노화, 수명,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롭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을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여놓았다. 그리고 늘어난 수명 동안 늙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 되었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항노화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 뜨겁다. 책의 서문을 인용하여 말하면 지난 10년 사이 노화에 관해서만 30만 건이 넘는 과학 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노화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 기업만 700곳이 넘으며, 투자액을 모두 더하며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기존 거대 제약 기업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하지 않은 숫자가 이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항노화와 죽음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이 시점에서 공적 및 사적인 엄청난 자금이 투자되며, 그로 인해 엄청난 거품이 낀 지금이야 말로 분자생물학에 몸담고 있으며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 나서서 우리가 노화와 죽음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지 솔직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이 책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구성이 도시와 비슷함을 들어 '죽음'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실 정확하게 언제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한때는 심장이 멎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심폐소생술로 정지한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현재는 뇌 기능 상실을 보다 죽음의 직접적인 징후로 받아들이지만 그조차 때때로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 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세계에서는 제각각 다르게 죽음을 정의하고 있으며 출생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출생과 죽음을 어떤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생각한다. 출생한 순간부터 존해하며, 죽는 순간부터 존재를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삶의 양쪽 경계는 그린 선명하지 않다. 그리고 죽음은 분자에서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층위에서 일어나지만, 아무리 이질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성장하고, 노화하며, 종말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노화와 죽음에 관하여 생물학이 밝혀낸 의미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이야기한다. 저자인 벤키 라마크리슈난은 영국의 분자생물학자로, 우리 몸의 단백질 생산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보솜 연구를 통해 생명의 작동방식을 밝혀왔고, 200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지니기도 했다. 저자는 그 누구보다 분자생물학에 있어 정통한 이로서 유전자와 단백질, 세포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노화가 일어나는지를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노화를 늦추고 나아가 이를 되돌리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아 있는 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차분히 검토하고 있는데, 여러 스타 과학자들과 유명한 생명공학 회사들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담아내어 항노화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마음껏 먹는 것보다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점이 놀라웠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라파마이신과 그 화학적 유사체들이 노화에 대처하는 가장 유망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보다 열량 제한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여 모든 질병을 막아준다고 해도 어쨌든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우리 모두가 아는 것이라는 게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세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에서부터 시작하여 DNA 손상과 복구, 텔로미어, 후성유전학, 열량 제한, 자가 포식,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유라기에 의한 산화와 염증 등 노화에 관련된 주요 주제에 대하여 정말 세밀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여 알려주는 게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이는 저자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노화과학의 상황을 정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과 치료법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노화 , 수명, 죽음에 대해 통합적인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노화과학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화과학에 대해 지나친 낙관론을 저자는 경계하면서도 분명히 많은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기대수명이 상상보다 더 늘어난 세상이 오기 전에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라 말한다. 불평등의 심화, 인구과잉, 은퇴 연장의 필요, 창조성의 저하, 세대 간의 공정함의 문제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해결해야 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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