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드롭, 드롭
설재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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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멸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지금 이 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거나 밀려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설재인 작가 특유의 유머와 연민, 그리고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사회적 통찰이라 하겠다. 가정 폭력이나 지방 소멸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는 동시에 '정상'이라는 말의 이면을 뒤집으며 독자로 하여금 무엇이 기준이 되고 누가 주변으로 밀려나는지를 묻게 만든다.


책에는 총 네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고 이 책의 표제작인 <드롭, 드롭, 드롭>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소설은 비혼 여성 예원과 그녀가 입양한 믹스견 ‘꼬똥’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예원이 전 애인을 따라 보호소 봉사를 하던 중,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1살 반의 백구 꼬똥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전 애인은 봉사를 곧 그만두었지만 예원은 1년 간 꾸준히 꼬똥을 돌보다 결국 입양을 결심한다. 그녀가 꼬똥을 데려오기로 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나은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과 또 하나는 꼬똥의 어미 은별이 보호소에서 비참하게 죽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원과 꼬똥은 투룸 빌라에서 함께 생활하며 서로에게 적응해간다. 예원은 추운 겨울에도 꼬똥이 좋아하는 호수 공원까지 산책을 다니며 깊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그러나 따뜻한 봄이 찾아오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꼬똥이 아이들을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활발하게 뛰노는 아이들이 공원과 일상을 가득 메우자 꼬똥은 공포에 질려 대로로 뛰어들 정도의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예원은 꼬똥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간식 훈련, 유치원, 가정 훈련사 등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모두 실패하고 만다. 결국 3살 반이 된 지금도 꼬똥은 어린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예원은 사회가 기대하는 ‘어린이를 좋아하는 개’의 이미지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의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고 이 간극 속에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주인공 예원은 가족과 거의 교류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다. 장녀로서 부모에게 일정한 용돈만 보내고 여동생 부부와는 1년에 한두 번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아버지의 대장 종양 제거 수술을 계기로 5년 만에 가족 모임에 참석하기로 결심한다. 다만 문제는 꼬똥이었다. 어린이를 무서워하는 꼬똥을 두고 갈 수 없어 고민하던 예원은 여동생이 조카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하여 안심하고 꼬똥을 동반한다. 하지만 가족 모임 도중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진다. 여동생의 시부모가 조카를 데리고 불쑥 등장하면서 꼬똥은 심한 공포 반응을 보이고, 예원은 이를 진정시키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동안 예원은 가족들로부터 ‘정상적인 삶을 살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고 수군거림과 눈초리도 참고 견뎌왔지만, 끝내 부모가 꼬똥에게 손찌검을 가하자 폭발하고 만다. 예원은 꼬똥을 품에 안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예원은 곧바로 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남쪽 끝, 조용한 시골 마을 도상리의 낡은 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곳에서 꼬똥은 도시에서는 보여준 적 없던 활달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한 행복을 누린다. 예원은 처음으로 자신이 한 생명에게 두렵지 않은 하루를 선사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 날 아침, 예원은 이상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의 연령 구조가 뒤바뀌어 자신은 아이의 몸이 되고, 꼬똥은 어른을 두려워하는 본능대로 예원을 알아보지 못한 채 심하게 떨며 오줌까지 싸고 만다. 예원은 절망한다. 이제야 비로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믿고 의지하던 유일한 존재조차 더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꼬똥에게 손을 내밀고 싶지만, 그 손이 이제는 공포가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예원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결국 이 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실의 균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하고, 또 누구의 곁에 머물 수 있을지를 물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에 담긴 네 편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두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않았던 사라지는 존재들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밀려난 개인,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바로 그 이야기의 중심이다. 이 책은 그런 삶들을 섬세하게 이야기하며 외면보다는 이해를, 단절보다는 연결을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멸종'이라는 단어를 빌려 지금 여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정과 관계, 존엄의 실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또한,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속도 앞에서도 여전히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그 작은 존재들의 고군분투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무너지는 세상에서도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에 담긴 그 진심어린 이야기들은 왠지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응원으로 느껴지며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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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의 한국사 한 권 - 한 줄 코드로 재밌게 읽고 평생 기억하는
서경석 지음, 염명훈 감수 / 창비교육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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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인 서경석님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익숙한 분이 자신의 전공 분야도 아닌 한국사에 성취를 이뤄내신 데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에 직접 쓴 한국사 책까지 출간하셨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호기심을 안고 펼쳐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서경석의 한국사 한권>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연도와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통적인 역사책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지녔다. 저자 특유의 이야기 전달력과 오랜 시간 축적해온 학습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아 독자가 역사를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방대한 흐름 중에서도 꼭 알아야 할 장면만을 정제하여 담았으며, 그 안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설명과 비유, 그리고 핵심을 짚는 '한 줄 코드'를 더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만화, 사진, 연표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 읽는 재미와 이해도를 높여준다. 한국사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망설이던 사람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은 놓치지 않는 그야말로 한권으로 한국사를 정복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여느 역사책처럼 이 책 역시 구석기 시대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선사 시대 전문가'라는 다소 엉뚱한 선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주먹도끼와 찍개, 한국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그 유물 덕분에 구석기 시대는 왠지 친숙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다는 것이다. 고대는 커녕 신석기 시대로도 넘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저자 특유의 유머로 유쾌하게 꼬집으면서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처럼 시작부터 재치 있는 문장과 현실감 있는 비유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며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한국사를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끈다.


그리고 이어 구석기 시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선사 시대의 구분부터 차근히 짚고 넘어간다. 도구의 발전을 기준으로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로 나뉘며, ‘오래된 돌’의 시대인 구석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아직 옷을 만들 도구나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이용해 몸을 보호했고, 식사는 사냥과 채집을 통해 해결했다. 즉, 이동하며 살아가는 수렵·채집 생활을 했고, 동굴이나 막집 같은 임시 거처에서 생활했다. 도구는 돌을 깨서 만든 ‘뗀석기’를 주로 사용했으며, 대표적인 도구로는 주먹도끼, 찍개, 슴베찌르개가 있다. 이들은 사냥, 해체, 방어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연천 전곡리, 공주 석장리, 단양 수양개 등지에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저자는 이 모든 내용을 위트 있는 표현으로 풀어내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웃으며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을 ‘한 줄 코드’로 정리하여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이끌고 있다. 구석기 시대의 한줄코드는 구석기 시대로 시간 여행을 간 저자의 모습이 담긴 웃음이 절로 담긴 그림과 함께 실린 '월컴 구동막개'이다. ㅎㅎ


이 책에서 무령왕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왕으로서, 무령왕은 22담로에 왕족을 파견하여 지방 행정을 정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공주에 위치한 무령왕릉은 삼국 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주인과 조성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무덤이라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유산이다. 무령왕릉에서는 땅을 산 내용을 담은 ‘매지석’이 출토되었는데, 이는 도교적 사상과 결합된 종교적 행위로 해석되며, 백제가 당대 사상과 문화를 얼마나 폭넓게 수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벽돌무덤의 형태는 중국 남조 양나라와의 교류를, 관재료로 사용된 일본산 나무는 왜(일본)와의 연결을 짐작하게 한다. 하나의 무덤을 통해 이처럼 다양한 국제적·문화적 연결 고리를 밝혀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화재의 보존과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린 시절 대전·충남 지역에서 무령왕릉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을 회고하며, 당시엔 이러한 의미를 잘 몰랐던 점을 아쉬워한다. 이 대목에서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실제로 문화재나 유적지를 마주했을 때, 그것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알고 바라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단순한 구경을 넘어 의미 있는 만남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배움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남는다. 그렇기에 이 책이 어린이·청소년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에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코 저자만의 독창적인 암기법, ‘한 줄 코드’다. 복잡한 연도, 어려운 개념, 헷갈리기 쉬운 사건 이름들도 짧고 기발한 문장 하나로 정리해 주며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단순한 암기를 넘어 기억에 남는 체험을 누구라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일본이 조선과 강제로 체결한 치욕적인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 조약(1876년)은 “칠욕(치욕)스러운 조약”이라는 말장난으로, 또 임오군란(1882년)은 “팔이(82) 밀린 월급 제대로 줘!”라는 생생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이렇게 재치 있는 ‘한 줄 코드’는 복잡한 역사적 맥락과 연도를 머릿속에 단단히 고정시켜 준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누구라도 단순한 역사 지식을 넘어 기억의 즐거움과 학습의 자신감을 함께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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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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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와 인간 내면의 경계를 깊이있게 다루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노인의 나라라는 다소 파격적인 미래를 소재로 하였다. 고령화와 저출생, 이민자 문제와 고도의 과학 기술의 발달 등 지금 이 시대가 마주한 첨예한 이슈들을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미래에선 어떤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 디스토피아적 소설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기 보다 현실의 우리 모습들 중 일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여 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책은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을 통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먼저 시작은 1월 1일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품고 시작한 유나라는 현실의 무게에 눌려 기운 없이 하루를 보내고, 1월 2일에는 룸메이트 엘리야와의 불편한 동거를 담고 있다. 그리고 1월 3일,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어온 꿈, ‘시카모어 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시카모어 섬은 실제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고급 실버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고도로 발달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카모리아’로도 구현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 섬은 전 세계 슈퍼 리치 시니어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35세 이하의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특별 구역으로 단순한 요양시설이 아닌 생태적 복원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실험적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소다. 유나라는 이 섬에 입도해 배우로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VR 장비를 통해 가상 시카모리아에 잠시 접속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유토피아의 감각에 매혹되고, 그 안에서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을 버티려 한다. 그러나 아직은 외부 방문자에 불과한 그녀에게 시카모어 섬은 선망과 좌절이 교차하는먼 낙원이다.


그리고 섬의 창립자 카밀리아 레드너는 한국계 여성으로, 과거 ‘쓰레기 섬’이라 불리던 오염된 무인도를 천문학적인 자산을 들여 재건하고, 친환경 기술과 자치 시스템으로 가짜 같지만 진짜 같은 사회를 만든 인물이다. 이 낙원은 엄격한 기준 속에 운영되며, 표면적으로는 노인과 청년의 공존을 내세우지만, 그 속에 숨겨진 10%의 정체와 카밀리아의 진짜 의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유나라는 이 디지털 낙원을 통해 꿈을 붙잡으려 하지만 메타버스조차 완전하지 않은 감각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다시금 현실의 벽을 실감한다. 시카모리아 속 찰랑이는 바닷물이 발끝에 끈적하게 전해질 때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1월 4일, 유나라의 일기는 급격히 무너진 일상으로 시작된다. 휴가가 끝나고 평소처럼 호텔에 출근하여 청소를 하던 나라는 자신이 로봇에 대체되어 해고되었음을 통보된다. 그리고 그마저도 이미 처리된 사안이었다.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말하겠지만 나라는 더 어린 사람들과 기계 사이에서 자신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다. 꿈조차 붙잡기 힘든 시대에 과연 젊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암울한 현실 속에 막막함만을 안고 있던 유나라에게,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실직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그녀는 국내 최대의 노인 복지 기관 ‘유카시엘’의 채용 추첨에 당첨된다. 그것도 전산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된 비정기 추첨의 결과였다. 말 그대로 ‘기회’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2030년대 후반의 한국. 저출생과 고령화가 극에 달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노인이 된 이 세계에서 청년은 오히려 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다. 노동 현장에서는 AI와 로봇, 이민자들이 청년의 역할을 대신하며그들은 일자리와 존엄을 동시에 위협받는 삶을 살아간다. 국가 복지 시스템의 중심은 노인을 향해 있고, 청년은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책임자로 기능할 뿐이다. 그런 구조 속에서 유나라에게 주어진 ‘유카시엘 상담사’라는 직무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또 하나의 생존권이며 미래를 위한 유일한 디딤돌이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 섬과 연계된 시설로 이곳에서 쌓은 경력은 그녀의 꿈인 시카모어 입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후 유나라는 유카시엘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상담하며, 시스템과 사람 사이의 빈틈을 체감하게 되는데.. 과연 유카시엘에서 유나라의 삶은 어떠한 이야기로 채워질까? 나라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책은 저출생과 고령화, 기술 발전이 극단에 이른 근미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더 이상 다수도 주인공도 아닌 젊은이의 자리를 묻는다. 노인의 나라가 된 사회에서 청년은 소수자로 전락하고, AI와 이민자, 시스템의 논리 속에서 점차 존재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 속에서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의 서사는 사회 시스템이 말하지 않는 감정과 고통, 꿈과 저항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사회 구조를 낯설게 뒤집어 놓았다. 과거에는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였던 노인들이 이제는 사회의 중심 다수를 형성하며 역설적으로 소수자 위치에 놓인 청년들이 이들을 부양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복지 체계의 방향이 역전된 이 사회는 복지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 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설정은 단순한 미래적 상상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을 여가하여 보여주는 듯하여 더욱 눈길을 끌어당긴다.


동시에 이 소설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일상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기계가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정과 돌봄의 자리는 어디에 존재하는 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유나라는 이러한 질문 속에서 점차, 기술적 효율성과 감정적 온기 사이의 간극을 절실히 체감해 나가고, 이는 곧 인간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불어 이 책에서 젊음이란 생물학적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젊음’은 가능성과 생명력, 그리고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로 확장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과연 젊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가라는 물음은 직접적으로 전해져 독자로 하여금 유나라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세대 간 갈등이나 차별을 넘어서,사회 구성원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나아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연장선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와 감정, 권력과 소외의 문제를 정교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긴 여운과 울림은 한동안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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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냅니다
김민지 지음 / 샘터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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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전 아나운서의 책이라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이지만 제목을 그냥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이 책은 김민지 전 아나운서가 처음으로 낸 에세이로 화려한 방송인의 삶을 내려놓고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나로 살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라는 타이틀보다 먼저 한 사람의 삶으로서 집중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읽는 내내 많은 공감이 되었고 그런 모습들이 이 책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특히 화려하거나 극적인 문장 대신 꾸밈없이 쓰인 표현들이 오히려 진정성과 깊이를 더해 더욱 이 책과 그녀의 이야기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특히 저자 소개 중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힘을 믿는 사람이며, 사람들이 서로를 아끼고 거두는 모습을 보면 별 수 없이 세상이 좋아하지는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저자에 대한 호감이 막 솟아났다. 진심을 바탕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세상을 조듬 더 따뜻하게 믿는 시선이 이 책의 문장 곳곳에 스며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집중해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지상파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3년간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언론인이 된다는 것은 말과 행동에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일이며, 반드시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부분이다. 말이 많고 수다를 좋아하던 소녀에서 수차례 탈락과 외면 속에서도 끈기 있게 방송 현장을 지켜내며 스스로의 무게를 알아간 저자의 성장 과정은 단순한 커리어 스토리가 아니라 깊은 성찰의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세상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겁이 났다는 고백과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사람으로서 먼저 단단해지려는 태도는 이 책의 진정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었고 생각보다 저자가 훨씬 더 괜찮은 사람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엄마가 된 이후에야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게 된 순간은 깊은 울림과 울컥한 감동을 가져다 준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는 운동회에도 못 오는 엄마가 야속했고 ‘꿈을 가지라’는 말이 엄마에게만 예외처럼 느껴졌고 고백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엄마는 매일을 트럭을 들어올리듯이 버텨냈고 허술해 보일 수 있는 그 하루하루가 결국은 온 힘을 다해 만든 사랑의 둥지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엄마의 고군분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부분이라 나 또한 저자처럼 뒤늦게 엄마의 진심과 고군분투를 깨달은 어리석은 딸이라서 더욱 울컥해졌다.


그리고 저자가 결혼 후 처음으로 출연한 방송은 그를 친오빠처럼 아끼는 배성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몇 년 만의 방송 출연에 긴장한 상태였던 저자는 인터뷰 도중 “자신만의 ‘부심’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예상치 못한 질문 앞에서 잠시 말문이 막혔고, 짧은 순간 동안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전교 1등을 했던 순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던 일, 힘든 준비 끝에 방송사에 입사했던 성취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망설임 없이 입 밖에 나온 대답은 바로 “제가 엄마라는 거요.”였다. 그 고백은 단순한 직업이나 역할의 자부심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품에 안고 서로 얼굴을 부비며 바다가 된 듯한 감정을 느꼈던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자신을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엄마로서의 삶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도 따뜻한 자부심이라는 고백은 누구보다 깊이 울림을 주었다. 나 역시 태어나 내가 가장 잘한 일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일이라 생각하기에 이 장면은 더욱 깊이 공감되었다. 세상이 여전히 분발하라 말해도 내가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내는 하루하루는 결코 작거나 하찮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어 큰 위안이 되었다.


책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제목 그대로,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풀어낸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김민지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듯 싶다. 유명한 축구 선수의 아내, 방송인이었다는 외적인 타이틀보다 그 속에 있는 ‘사람 김민지’의 진심과 꾸밈없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그가 보여주고 싶은 삶의 방향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남편 박지성 선수가 책의 소개 글에 남긴 “민지가 쓴 글은 내가 아는 모습에서 가장 가깝다. 따뜻하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문장은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떠올릴 때 저자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은 ‘반짝이지 않아도 잘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빛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 더 깊은 울림을 남기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빛은 거창하거나 눈부신 게 아니라, 조용하고 따뜻하고 단단해서 더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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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에게
한종윤 지음 / 다산글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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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에게'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표지 그림을 보니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쳐버린 아이들에게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담은 진솔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나 역시 10대 청소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저자의 글이 주는 울림이 더 깊게 다가왔다. 이 책에는 무기력, ADHD, 우울감,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거나 곁에서 보았을 고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안타까웠고, 때로는 뭉클했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며 읽다보니 다양한 아이들의 대답들에 더욱 이입하게 되었고 그 아이들게 전하는 저자의 따스한 진심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은 상담 사례를 나열하는 대신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함께 걷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감정, 작은 변화의 흔적, 그리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무력함과 자책,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까지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책은 총 7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와 아이들이 함께 나눈 고민과 깨달음을 전한다. 첫 번째는 '신뢰와 관계의 시작'이다. 믿음은 가장 연약한 순간에 피어나는 감정이며, 진심 어린 소통만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마음의 병,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들'이다. ADHD나 우울감처럼 이름 붙일 수 있는 증상뿐 아니라, 불안, 외로움, 소외감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며, ‘괜찮지 않은 나’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시한다.


세 번째 주제는 '삶의 경계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도전과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네 번째 주제인 '나를 위한 선택은 무엇인가'에서는 인간관계와 책임, 신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함께 살아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는’ 동반자다. 그의 글은 지시가 아닌 고백이고, 교훈이 아니라 삶이다. 여섯 번째는 '어른의 무력감,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아픔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그는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다. 변화는 거창하지 않게 찾아오며, 조용하지만 꾸준한 진심이 마음을 움직이는 첫걸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로 들어가 이 책은 시작부터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을 저지른 친구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신은 문을 열고 도울 것인가, 아니면 신고할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을 실제 교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하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70~80%의 학생들이 친구들 돕기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를 선택했던 것이다. 친구를 돕기보다는 책임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질문의 주체가 부모로 상황이 바뀌자 상황은 달라졌다. 부모라면 돕겠다는 응답이 70%로 급증했고, 신고하겠다는 으답은 30%로 줄었다. 이 변화는 가족과 친구 간의 '신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저자는 전체 학생 중에 80%가 친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애초에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더 나아가 30%의 학생은 부모에 대한 신뢰조차 낮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질문과 상황을 통해 저자는 '믿을 수 잇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된다는'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을 원하지만 정작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며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관계의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때로는 관계가 멈춘 듯하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될 지라도 그것이 결국은 '진짜 내 사람'을 찾는 과정임을 믿고 굳건히 걸어가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먼저 배려하고 기대를 낮추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살아가길 바래본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쌓아가며 걸어가다보면 결국 나를 믿고 신뢰해주는, 좋은 사람이 선물처럼 찾아올테니까 말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주제 중 하나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흔히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묻지만, 정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꿈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저는 꿈이 없어요.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 있는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왔다고 고백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분명 진지하지만, 정작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꾸준히 해보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꿈은 없어도 괜찮다"는 조언에 동의한다.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꿈이 없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섰을 때, 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나 동기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는 꿈을 억지로 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잘하는 것’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관심과 몰입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 둘째, 하루 2시간씩 꾸준히 몰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집중력과 꾸준함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바꿔준다. 셋째, 일일·주간·월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쌓는 것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세계여행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해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한 학생은 목공에 몰입해 결국 미술 전공으로 유학을 떠났다.


저자는 꿈은 거창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라는 거다. 이 담담한 말이 꿈 때문에 힘든 아이들게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 본인 역시 이 책을 통해 쓴 글로 언젠가 ‘유 퀴즈’에 출연하는 꿈이라고 하는데 그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청소년의 내면을 향한 깊은 이해와 진정성 있는 동행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한 교사가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주한 무기력, 우울감, 관계의 어려움 같은 마음의 상처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가볍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겨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관계’이며 ‘조언’보다 앞서는 것은 ‘공감’이라는 거다. 그러기에 아이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지지하는 어른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 무엇보다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맺기가 회복의 첫걸음일 것이다. 우리 어른은 아이에게 ‘왜 그래?’라고 묻기 전에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하며 무언가를 극복하라 다그치기보다 그 곁을 지키며 묵묵히 손을 내미는 어른의 존재야말로 청소년에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모든 부모와 교사, 그리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정말 아이의 곁에 귀 기울이며 서 있는가?'를 묻는 것 같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다리는 자세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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