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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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집의 현관문과 창문이 모두 사라지고 집 안에 꼼작없이 갇히게 되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보통 집이라고 하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로 여기는데 이 책의 설정처럼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책 거대한 상자처럼 변한다면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위험한 장소로 변하는 신선한 설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도, 창문도 사라진 집에 갇혀 버린 남매 해리와 해수는 처음에는 당황하고 절망하지만, 점차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일상적인 재난,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성장하며 이야기 속을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느 때와 달리 일찍 일어난 해수가 현관문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놀라 누나인 해리를 깨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현관문이 사라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집의 창문마져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전화도 되지 않고 인터넷, TV도 되지 않는다. 벽을 두드리고 휴대폰을 수십번 껐다 켜도 소용 없다. 또, 인터폰을 이것저것 눌러보아도 역시나 작동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제 덩그러니 집에 남겨진 해수와 해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을 겪은 우리에게 해리와 해수가 처한 상황은 결코 낯설지 않다. 집은 우리를 보호하든 둥지이자, 때로는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될 수 있다. 외부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긴 채 문 없는 집에 갇힌 남매는 혼란스럽고 막막하지만 어린이다운 긍정과 유머로 현실을 헤쳐 나간다. "문이 없어서 못찾는 거 아니야"라며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집은 그대로 있잖아. 119 구조 대원들이 벽을 부수고 구출해줄 거야"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그럼 우리...... 오늘은 학교 못 가겠지?"라는 대화에서 예상치 못한 자유에 대한 은근한 기대마져 엿보인다.


가둬진 현실이 주는 공포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층간 소음을 걱정하며 까치발로 다니던 일상이 사라지고, 구조 요청을 위해 음악을 크게 틀며 신나게 뛰논다. 엄마의 금지령을 깨고 가스불을 켜서 직접 라면을 끓이며, 깨끗한 벽지에 낙서를 하는 순간, 절망적인 상황을 하나의 놀이로 변모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고군분투가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유쾌한 버티기는 온전하게 자유롭지만은 않다. 해수는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유일하게 접속 가능한 동영상 앱 '아이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리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돌아오는 반응은 따뜻한 응원만은 아니다. "딱 보니 주작", "조회 수 벌려고 꾸민 일"이라는 악플이 달리고 심지어 경찰마저 의심한다. 비극적인 상황조차 연출로 의심받는 현실,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아이들이 고립감은 점점 깊어져간다. 이 장면들은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그리고 타인의 고통조차 쉽게 의십하고 가볍게 소비하는 현실의 단면을 날카롭게 조명하게 만든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벌어진 예상치 못한 재난,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지는 해리와 해수의 고군분투는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더욱 깊이 와닿는다. 과연 남매는 문과 창이 사라진 집에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좁은 집 안에서 갇힌 채 점점 더 지쳐가던 해리와 해수에게, 유정란을 부화시키지는 해수의 장난 같은 제안은 단순한 놀이를 넘어 새로운 희망이 된다. 둘은 정성을 다해 알을 돌보며 작은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마침내 병아리가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순간, 그 조그마한 투쟁이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불어넣는다. 이제 그들은 구조만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을 만들어내기로 결심한다. 두려워하던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딛는 이들의 선택으 결국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이 책은 단순한 탈출 이야기만은 아니다. 무기력한 현실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상상을 하고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야기다. 또한, 만화와 그림책,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메작가의 선명한 색감과 과감한 화면 구성으로 묘사된 그림은 해리와 해수의 모험을 아주 역동적으로 담아내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한층 높인다. 불시의 재난 속에서 하루하루를 긍정의 힘과 웃음을 잃지 않고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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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 한국 미술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이유리 지음, 허현경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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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작품들을 한데 모아 그 의미와 가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어린이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단순히 미술 교과서 속의 지식 전달을 넘어, 예술이 지닌 깊은 의미와 가치를 어린이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 미술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작품들의 배경과 예술적 특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 <수련>,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명화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 작품을 그린 화가나 작품의 의미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몇몇 작품이 떠오르더라도 그 배경이나 의미까지 깊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이중섭의 <소>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가 왜 소를 그렸는지, 그의 삶이 작품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는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중섭의 <소>를 가장 먼저 소개하며, 그의 가난했던 삶과 그가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한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소를 그렸다. 그의 작품 속 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중섭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통해 마치 들소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를 바랬고, 그 마음이 담긴 <소>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이 책은 각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정보를 제공한다. QR 코드와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실생활에서 직접 작품을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을 단순히 지식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며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이다. 정선 이전의 산수화는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주로 화가의 상상 속에 탄생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정선보다 앞선 시대의 화가의 김명국의 산수화는 겨울 풍경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며 그림 속 인물 역시 한복이 아닌 중국 옷을 입고 있어,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매화를 찾아 눈 덮인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석된다.

그러나, 정선은 실제로 금강산과 같은 우리나라의 경치를 보고 그렸고, 이를 '진경산수화'라고 부른다. 그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정신이 일흔여섯 살이 되던 1751년 5월에 그린 것으로, 당시 여든한 살이었던 그의 친구 이병연이 병석에 누워 있던 상황에서 탄생했다. 정선은 비구름이 걷힌 인왕산의 모습을 통해, 마치 이병연의 병이 씻은 듯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완성했다. <인왕제색도>가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정선의 따뜻한 우정과 염원이 담긴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열한 가지 미술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빨래터>, <씨름>, <TV 부처> 등 익숙한 작품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민화 <까치 호랑이>와 <책거리>, 그리고 신사임당과 천경자의 작품까지 다루며 한국 미술의 깊이를 한층 더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그림에 담긴 예술적 의미와 화가들의 삶을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어 한국 미술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나아가, QR 코드를 활용하여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책을 읽은 후에도 예술을 더욱 가까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의 미술사와 대표 작품들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미술을 더욱 깊이있는 시각으로 감상하며 예술적 교양을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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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6 - 검은 꼬리의 마법 위풍당당 여우 꼬리 6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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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간 직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일깨우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위풍당당 여우꼬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앞서 다섯 권에서 '방향의 꼬리', '우정의 꼬리', '용기의 꼬리', '불의 꼬리' 그리고 '멋의 꼬리'와 함께 한 뼘씩 성장해 온 주인공 손단비는 이번 책에서는 새카만 머리카락을 지닌 여섯 번째 꼬리, 즉 '검은 꼬리'를 마주하게 된다. 장편 소설 <아몬드>와 <튜브> 등을 통해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손원평 작가는 이번 책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검은 꼬리'로 형상화하며, 모든 것을 잃고 위기에 빠질 뻔 했던 단미의 극적인 활양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 담았다. 여기에 만물상 작가 만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단미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그녀를 뒤흔드는 존재인 도래와의 숨 막히는 대결을 더욱 생생하겨 그려내고 있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깊은 슬픔의 늪으로 밀어 넣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상실과 무력감이 마음을 짓누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닥치는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야기는 조용하고 쓸쓸해진 단미네 집을 비추며 '이 모든 게 니나의 죽음 이후 생기 일이다'라는 무거운 문장으로 시작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반려동물 니나의 죽음. 그 상실 앞에서 단미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단미 역시 깊은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거라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한 가지도 없는 게 아닐까?' 단미의 이 질문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하 근본적이 회의로 이어진다. 니나의 죽음 이후 단미네 가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단미 또한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인채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그리고 한편 단미네 학교에서는 11월 마지막 주에 바자회를 열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무인 바자회 콘셉트로 열기로 한다. 다른 아이들은 바자회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단미의 기분은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래아는 단미에게 바자회에 내놓을 만한 물건이 있을꺼라는 말을 하고 웃는데 왠지 소름이 돋는다. 하교 후 집으로 가는 길 아빠를 마주친 단미는 반가운 마음에 아빠를 크게 불러보지만 듣지 못했는지 단미의 아빠는 어두운 얼굴로 땅만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아빠를 보며 단미는 자신의 존재가 아빠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무기력과 우울감에 휩싸이는 데 그 순간 여섯 번째 꼬리가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나타난 여섯 번째 꼬리는 단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머금은 듯 우울하고 소심해 보이는 꼬리는 지금 단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방황하는 아빠를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구미호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단미는 점점 옥죄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도래아의 교묘한 속삭임에 넘어거 여우 구술을 몸에서 떼어내서는 안된다는 엄마와의 약속 마져 어기게 된다. 과연 단미는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단미의 엄마는 단미를 질책하는 대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에 집중한다. 단미의 걱정을 간파하고 믿어주는 엄마의 조언 덕분에 단미는 스스로를 탓하며 방황하는 대신 여우 구술을 되찾는 목표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단미가 기대하지 않았던 여섯 번째 꼬리가 마침내 움직인다. 그것은 세상의 색과 소리를 지어 단미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한편 반려동물 니나를 잃고서 한동안 말도 웃음도 잃어버렸던 단미의 아빠 역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그는 단미에게 단단하고 든든한 양육자의 모델이 되어 주며 상실의 아픔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 책을 읽는 어른들 역시 단미의 아빠와 엄마처럼 아이의 일상과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나누며 따뜻한 지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우울과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단미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찾고 나아가 타인을 위로하는 존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마법 판타지를 넘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책 역시나 참 좋다. 다음 일곱번째 이야기에서 단미와 단미의 가족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벌써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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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7
안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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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수학은 단순히 입시나 성적을 위한 과목이 아니다. 사실 수학은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요리를 할 때 재료의 비율을 맞추는 순간, 온라인 쇼핑에서 할인율을 계산할 때, 길을 찾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에도 우리는 수학을 접하고 있다. 심지어 기상 예보에서 날씨를 예측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승률을 분석할 때에도 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수학을 시험, 성적, 입시의 틀 속에서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수학은 언제부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해 왔으며, 어떻게 우리 생활 속에서 그 가치를 발휘해 온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조선 시대 수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자음과 모음 청소년 인문 시리즈의 스물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된 이 책은 한문학자인 저자가 조선 시대 수학책을 번역하면서 발견한 지혜와 이야기들을 청소년들을 위해 아주 친근하면서도 쉽게 풀어내었다.


동양의 수학은 서양의 수학과는 그 접근 방식과 철학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서양에서는 주로 수학을 계산과 논리의 도구로 여겼다면, 동양에서는 숫자의 상징성을 부여하며 철학적이고 은유적인 해석을 중요하게 여겼다. 숫자는 단순히 계산의 도구를 넘어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표현하는 상징적 매개체로 여겨진 것이다. 특히 동양에서는 각각의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숫자는 단순히 수량을 나타는 기호가 아니라 문자처럼 깊은 뜻을 전달하는 도구로 쓰였다. 예를 들어, 동양의 전통적인 사고에서 1은 양을 상징하는 첫번째 숫자로, 세상의 시작과 근원을 나타냈다. 2는 음의 상징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으로 여겨졌다. 흥리모룽 점은 양의 첫번째 수 1과 음의 첫번째 수 2가 결합된 3이 하늘과 땅이 합해져 만들어진 가장 완전한 수로 간주되었다는 거다. 이처럼 동양의 숫자는 그 하나하나에 철학적 의미와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져 있다.


동양의 수학은 철학적 깊이와 함께 실용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예 중 하나인 중국 낙수에서 올라온 거북이 등에 그려진 점들로 만든 마방진은 숫자의 조화와 균형을 나타내는 동시에 수학적 사고의 출발점이 되었다. 또한 동양의 수학은 농업 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논밭의 크기를 재는 등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기하학이나 직각삼각형의 비례를 활용한 구교법은 일상생활에서 실용적으로 수학이 활용되었고, 수학이 단순히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실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유학만 중시하고 수학과 과학은 뒷전이었을 것 같은 조선시대. 하지만 사실 조선에서는 수학을 매우 중요한 학문으로 여겼다. 수학은 단순한 계산의 도구를 넘어, 철학과 학문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유학자들조차 수학을 깊이 연구하며 이를 통해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려 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수학은 단순히 중국 수학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조선의 수학자들은 중국 수학을 배우고 이를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형태로 발전시켰다. 그 결과 조선의 수학이 다시 중국에 소개되는 사례도 있엇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최석정이다. 그는 독창적으로 9차 마방진을 만들어냈는데, 이 마방진은 당시 중국의 어떤 수학책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업적은 조선 수학의 독창성을 보여주며, 세계 수학사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례는 조선의 수학자 홍정하와 중국의 수학자 하국주 간의 수학 대결이다. 홍정하는 산가지를 이용하여 복잡한 계산 문제를 풀어내며, 조선의 수학의 뛰어난 실력을 증명했다. 이 일화는 조선 수학의 발전된 기술과 창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단순히 중국 수학을 답습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성과를 이루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조상들에게 수학은 일상생활 속에서 실용적인 도구로 깊이 활용되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기하학으로 땅의 면적을 측정하고 건물을 설계했으며, 기리고거를 사용해 멀리 떨어진 거리를 계산하기도 했다. 심지어 임진왜란 당시에는 효율적인 진법을 활용하여 적을 물리치는 데에도 수학적 사고를 적용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구고법을 활용하여 땅의 넓이를 계산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발전시켜 지우에서 태양과의 거리, 달과의 거리까지 계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조상들은 원주율을 계산하여 태양의 지름과 면적을 구하기도 했고, 하늘과 달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달력을 만들어 정확한 날짜를 계산하기도 했다. 우주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조상들의 수학적 성취는 우주 공간까지 계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수학이 단순히 시험을 위한 과목이 아니라 과거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던 중요한 학문임을 일깨워준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더 이상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수학이 단순히 계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살아가는 원리와 살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봐와 같이 우리 조상들은 수학을 통해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이해하려는 철학적 태도로 수학을 연구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역사 속에서 숨겨져 있던 수학의 흔적과 조상들의 위대한 성취를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니 수학이 얼마나 우리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드는 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부디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수학의 본질과 가치를 깨닫고 수학적 사고를 통해 수학이 이로움을 깨달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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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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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세랑 작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독보적인 캐릭터 '설자은'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주인공 설자은은 남장을 하고 죽은 오빠를 대신하여 당나라로 유학을 다녀온 후, 금성으로 돌아와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다 왕의 눈에 듸여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집사부의 대신으로 임명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빈틈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예리한 통찰력과 냉철하면서도 비상한 두뇌를 가진 설자은은 따듯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바탕으로 왕의 명에 따라 금성의 배후에서 무도한 이들이 꾸미는 음모와 진실을 파헤친다. 그녀는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악명을 얻기도 하고, 커다란 시련에 맞서며 한층 더 성장해 간다.


정세랑 작가는 이야기꾼답게 이 책에서 통일신라 시대의 금성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7세기의 먼 과거를 배경으로 독특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미스테리와 모험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와 상상력을 결합한 소설에 그치치 않고, 시대적 분위기와 인간의 본성을 섬세하게 탐구하며 독자들을 오랫동안 사로잡을 만한 장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설자은의 성장과 활약이 어우러진 이 책은 누구라도 신라 시대의 생생한 풍경과 매력적인 모험담에 폭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자은은 왕으로부터 팔서당 중 말갈인들로 이루어진 흑금서당의 세 형제를 병사라 하사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걸마지, 걸마형, 걸마달'의 세 병사는 언듯 보아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닮은 세 쌍둥이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마의 고삐'의 이야기. 어느 금성의 한 곳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설자은은 부하들고 그 현장으로 가게 된다. 불이 사그러들고 난 뒤 잿더미가 된 집터에서는 참혹하게 타버린 네 구의 시신이 발견되느데, 그 중에는 어린아이 두 명도 포함되어있다. 단순한 화재로 보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고, 설자은은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직감한다. 그녀의 예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성의 또 다른 곳에서 불길이 거세게 일어난다. 이번에는 불타버린 현장에서 여섯 구의 시신이 발견되며 공포는 더욱 증폭된다.


이 끔찍한 연쇄 사건 이후, 금성의 저자에는 불귀신 '지귀'가 더러운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돌아왔다며 두려운 섞인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지귀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불안에 떨지만 자은은 이러한 소문에 휘둘리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나선다. 자은의 믿음직한 동료 목인곤과 함께 불꽃의 배후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며 잇따른 비극 속에서 음모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과연 지귀라는 불귀신은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일까? 설자은의 치열한 추리와 냉철한 판단은 그 진실을 밝혀 나가기 시작한다. 설자은이 밝혀낸 진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후, 설자은은 그동안 헷갈려 했던 세 쌍둥이 형제 걸마형, 걸마지, 걸마달에게 더는 혼동하지 않을 거라고 단호히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결의와는 달리 세 사람은 그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이를 눈치챈 자은은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과 행동으로 그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고 이해시키겠노라 조용히 다짐한다. 이 장면에서 설자은의 매력은 더욱 돋보인다. 자은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는 인물이다. 날카로운 지성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따뜻함과 사려 깊은 배려를 잃지 않는 설자은의 인간미는 깊은 감동과 공감을 선하한다. 자은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자은이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지 단적으로 드러내며, 설자은이라는 인물이 가진 독특하고 매력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 <탑톨이의 밤>과 <용왕의 아들들>에서도 설자은의 매력은 더욱 돋보이며 이 사건들을 통해 설자은은 성장하고 더욱 단단해지며 다음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안은영과 <시선으로부터의>의 심시선에 이어 정세랑이 탄생시킨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인 설자은. 7세기에 탐정이라는 개념은 없었겠지만 신라 탐정이라 부를 만한 설자은의 진정한 능력은 사건의 구조를 꿰뚫는 추리력이 아니다. 그녀의 가장 큰 강점은 사람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이이다. 설자은이 다른 탐정들과 차별화하며 매력을 더하는 요소도 이 점에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설자은 외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능청스러운 미소 뒤에 뛰어난 손재주를 지닌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 천제적인 머리를 가졌지만 결핍된 윤리관을 지닌 설호은, 산학에 능하고 균형 잡힌 설도은, 화려운 아름다움과 강인한 내면을 지닌 산아.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주변을 사로잡는 왕까지. 각기 개성이 뚜렷한 이 인물들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얽히고 설키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설자은 시리즈'에 폭빠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1권에 이어 2권에서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설자은 시리즈' 다음 3권은 더더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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