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알고 있다 - 99퍼센트의 예측을 만드는 한 줄의 방정식
김종성.이택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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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수학적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힘을 깨닫고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수학과 과학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위니버스가 집필했다. AI 이미지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유튜버 사이에서 직접 4K 이미지를 만들며 어려운 내용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답게 이 책 역시, 다양한 이미지와 수식,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며 수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예측이 틀리는 수학적 이유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하여 예측의 정수의 회귀분석, AI 비서인 딥러닝, 진리의 사각형을 이용하여 설명되는 확률적 사고, 지수적 패턴과 전염병에서부터 금융, 정보확산까지 적용되어지는 예측 모델 등등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유용한 이야기를 꽉 채워 담고 있다.


이 책은 우선 '당신이 예측에서 틀리는 이유'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예측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고 있는데, 예측이란 '기존의 데이터에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가 잘 대응되는 규칙을 찾고, 새로운 데이터에 그 규칙을 적용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이라는 말이 아주 거창하게 들릴 수 있으나 사실 예측은 우리 일상에 아주 깊이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수박을 하나 고르는 행동에도 우리의 예측 시스템은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아주 흥미로운 예를 이 책은 이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태국의 한 연구진이 수박 줄무늬와 두드려서 나는 소리를 토대로 당도를 예측하는 연산 모델을 고안한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수박의 줄무늬를 변환하기 위해 빛의 강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자 안에 수박을 넣고 디지털카메라로 수박을 촬영하여 2832 * 2420 픽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미지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한다. 그 후 수박의 줄무늬 패턴이 더욱 두드러지게 회색조로 바꾸고 가장 밝은 흰색부터 가장 어두운 검은색까지의 스펙트럼을 가지는 밝기 정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수박 이미지의 픽셀이 밝기에 따라 0에서 255 사이의 정수값으로 변환시킨다. 그후 엔트로피라는 수박 줄무늬 패턴의 복잡성을 계산하는 함수를 통해 수박 줄무늬와 연관된 결과값을 도출한다.


그리고 수박의 소리를 듣기 위해 주변의 소음을 차단한 상자 안에 수박을 넣고 지름 2.54센티미터의 강철 구를 실에 매달아 일정한 각도로 들어올린 후 전자 운동으로 수박을 타격하여 소리를 생성한다. 이 때 수박과 일정한 거리에 있는 마이크로 이 소리를 녹음하고 녹음된 소리른 몇 단계를 거쳐 헤르츠 단위를 갖는 하나의 숫자로 변환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수박 200개로 반복하여 줄무늬와 소리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실험에 쓰인 수박들을 반으로 갈라 다섯 군데에서 당도를 측정한 후 브릭스의 평균을 구한 후 기록한다. 이 데이터들로 머신런닝에 적용하여 연구진들은 수박의 줄무늬와 소리가 브릭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모델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어쩌면 황당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대만의 연구진들의 수박 의 줄무늬와 소리가 당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델링의 과정은 우리가 수학적 예측 모델을 도출하는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우리가 예측하고자 하는 종속변수와 독립변수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관성이 반드시 인과성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고 이 과정에서 관련이 없는 두 사건일지라도 어떻게든 원인과 결과를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마가린 소비량이 늘어난 해에 이혼율 또한 높아졌다고 마가린 소비량이 이혼율의 원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이혼이 증가하면 마가린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모든 계산을 컴퓨터에 맡기면 안되는 이유 말이다. 수식과 숫자 뒤에 가려진 정확한 답을 읽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도 틀린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자신이 만든 예측 모델의 잘못된 예측을 믿어서는 안됨을 경고한다. 만약 수학적 지식이 뒷받침 된다면 이러한 오류는 줄일 수 있다. 여기서 수학적 지식이란 빠르고 정확하게 수학 계산을 하거나 수식을 잘 만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단순히 기호를 이용하여 문제를 풀어 답을 내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와 현상을 잘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모두에게 필요한 방법론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책은 한 줄의 선에서 답을 찾는 회귀분석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상을 구하는 수학적 모델의 법칙에 이르기 까지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무질서 해 보이는 이 세상이 수학적 질서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공지능, 통계학을 넘나 들며 수학적 예측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모델링을 살펴보다보면 수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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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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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현실에서 카페 도도와 같은 곳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따뜻한 힐링을 주는 책이라는 입소문으로 20만부 넘게 팔린 일본의 인기 소설 <카페 도도>의 두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일하는 도시 여자들의 에피소드들만을 담고 있으며, '상처 치유'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회사 동료 사이, 가족과 친구 사에에 주고 받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비가 내린 이들이 카페 도도의 소로리의 요리를 먹고 나서는 마음의 비가 그치고 밝고 포근한 무지개를 가슴에 품게 되는 데,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위로를 받는 듯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카페 도도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언덕길의 끝, 옆으로 들어간 골목에는 카페 도도의 간판이 나와 있다. 간판 너머로 아담한 정원이 있는 오두막과 같은 단독주택이 바로 카페 도도이다. 마치 마법처럼 속상한 주인공들에게 카페 도도의 간판이 눈에 띄곤 한다. 어릴 적에 들었던 대충이라는 지적 속에 자신을 가둬 놓고 늘 자신감 없어 했던 가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일해야 했던 가즈키,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지는 딩크족 유나, 이유 없이 낮은 자신감과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을 안고 사는 아카리. 이 네 명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각각의 주인공의 이야기들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가호의 이야기. 생각해보면 30년도 전의 일로 가호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일이다. 가호에게는 세살 많은 언니가 있었고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부러웠던 가호는 하루라도 빨리 유치원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유치원에서 가호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바로 만들기 시간이었다. 언니가 있었기에 또래보다 도구 사용이 익숙했던 가호는 다른 친구들보다 늘 먼저 무언가를 만들곤 했는데, 학부모 참관 수업인가 선생님이 엄마에게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가호는 늘 만들기 시간에 제일 빨리 끝내지만 풀칠이 떨어지거나 가위질이 말끔하게 안되어 있다고. 가호는 성격이 급한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말이다. 유치원 교사와 선생님 사이에 흔히 나누는 가벼운 잡담과 같은 말이었지만 가호는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뭔가 자신이 작은 실수를 할때마다 '아 이런, 또 풀칠한 게 떨어져 버렸구나'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고 생각햇는데 출발 신호보다 먼저 나가는 바람에 탈락한 기분이 들면서 말이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30년도 전에 들은 말에 자신을 가두어 놓는 가호.


가호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가호는 입사한 이래 12년 동안 신입을 뽑지 않아서 아직도 막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님을 접대하는 차를 준비하는 일이라던지, 직원별로 제각기 다른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음료수를 내어주는 일, 송별회와 같은 모임 장소를 예약하는 일 등등. 가호는 회사 일을 할 때에도 이러한 잡무를 할 때에도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페 도도의 주인이자 키가 크고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 소로리. 조금 특이하게 생긴 그는 달걀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만드는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12년 만에 가호네 회사에 새로 들어오게 된 하즈키. 하즈키는 단순한 차 심부름이라 할지라도 가호와 다르게 적극적인 태도로 일을 잘 해낸다. 그런 하즈키를 보며 마음이 불편한 가호. 그리고 며칠 후 회의 시간에 발생한 실수는 가호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호의 눈에 띄인 카페 도도의 간만. '(그대만의) 달걀 8개 오믈렛(정답)'이라는 글귀에 호기심이 생긴 가호는 카페 도도에 들어가게 되는데.. 소로리가 내어준 스패니시 오믈렛에 가호의 입도 마음도 스르르 녹는다.


소로리씨로부터 왜 오믈렛의 이름이 정답 오믈렛이 되었는지를 들으면서 가호는 자신이 이태껏 결과를 당장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 늘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답 오믈렛을 만들 때까지 여러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성공에 이르렀다는 소로리씨의 말에 자기만의 페이스와 기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카페 도도에서의 대화와 오믈렛의 마법 때문일까. 이제 가호는 자신에게도 하즈키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속상한 일로 마음의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보이는 카페 도도의 간판. 카페 도도의 소로리씨의 특별한 음식 스패니시 오믈렛, 오이 포타주, 버섯 아히요, 앙버터 토스트는 그녀들의 마음에 내린 비를 그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녀를 괴롭혔던 상처와 압박에서도 자유롭게 만든다. 현실에도 이러한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고 지칠 때 나만을 위한 맛있고 특별한 음식은 아마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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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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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왠지 이 여름에 어울릴 것만 같아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서라도 구하고 싶은 소중한 열여덟살의 오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하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은호와 도희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스토커. 그리고 스토커의 정체를 추적하다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나날들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열여덟 여름의 어느 날 골목을 달리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구불구불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 동안 울리는 핸드폰의 발신자는 절친 세미라는 것도, 무슨 용건인지도 이미 알고 있는 나. 나는 과연 어디로 이토록 급하게 뛰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질주 끝에 도달한 해변에서 마주한 그.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이야기의 시작부터 미스테리 가득한 이 책.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시작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시작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은호의 이야기. 매일 편의점에서 똑같은 맛의 삼각김밥만을 먹으며 대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열여덟살 은호. 은호의 일상은 단조롭고, 취향은 일관적이며 선택은 예측 가능하다. 평일엔 학교, 학원, 독서실만 오갔고 주말에는 학원과 독서실만 오갔다. 그리고 취미는 독서이고, 특기는 정리정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집 앞 사거리에 있는 해물탕으로 정말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은호는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단서는 아주 미묘했지만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신을 서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 도희. 도희는 미대 입시 준비를 위해 올해 여름 휴가는 불참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선포하였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도희는 같은 학원 친구 유미를 통해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희 주의를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번호판이 3003인 하얀색 경차. 과연 이 경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스토커를 추적해 가던 은호는 우연히 도희 역시 자신과 같은 스토커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도희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미스테리한 스토커를 추적하던 은호와 도희는 같은 사람이 자신들을 함께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단서는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 둘다 이태껏 바다에 한 번도 가 본 기억이 없다는 묘한 공통점을 찾게 된다. 두 사람은 왜 12년 동안 바다에 가본 기억이 없는 지를 파헤치기를 시작했고, 그 결과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12년 전 바닷가 마을 소소리 마을에서 은호와 근희는 고교생 A군 덕에 바다에 빠졌다가 생명을 구하게 되고, 두 사람을 구한 A군은 미쳐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 꿈 속에서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날 오후 해변에 있는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재현에게 가지 말라고 말리는 나. 수빈을 잡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꿈속의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마땅히 보내야 하는 것처럼, 그래도 되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나. 그렇게 아이들은 구했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데... 은호와 근희의 이야기 사이에 나오는 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간이 흐르고 여름 방학을 맞이한 은호와 근희는 함께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소소리 마을로 가기로 하는데, 과연 소소리 마을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은호와 근희가 어릴 적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은인을 찾아 떠나는 소소리 마을에서의 이야기와 주인공 나, 나은이 한없이 좋아하던 재현을 함께 반짝이던 열여덟 살의 시간으로 떠나는 이야기, 두 개의 이야기를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평범한 고2인 은호와 근호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으로 열여덟살 잃어버린 친구를 잊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나은의 이야기는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소소리 마을에서 합쳐지게 되는 데 그 순간 어느새 사건의 퍼즐을 완성되고, 미스테리가 풀리면서 더욱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소꼽친구인 수빈의 사고 이후 도망치듯이 고향을 떠나온 나은. 나은은 최근들어 이상한 꿈을 반복적으로 꾸기 시작한다. 소소리 바다를 배경으로 수빈의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 펼쳐지는 꿈들을 꾸며 나은은 이 꿈이 과거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이 꿈을 이용하여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것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꿈이 반복될 수록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은호와 도희는 소소리에서 여태껏 몰랐던 지금 자신들이 있게 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빈의 옛 친구들과 이웃들을 만나 수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록 평범하고 그냥 흘려버렸던 자신들의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인 우리에게 지금 너무나 힘들어 거부하고 싶은 오늘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러니 무의미하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함께 깨닫게 만든다.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은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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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조여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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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소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대도시의 고단한 생활을 떠나 뜻밖의 행복을 찾아낸 소도시에서의 삶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특히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이라는 이 책의 소제목은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대도시를 떠난 저자가 "이제야 비로소 편안하다. 서른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허덕이지 않게 됐구나. 나는"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렇다. 대도시의 삶은 참 고단하다. 특히 저자의 말처럼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면 그 삶은 하루 하루 전쟁터와 마찬가지라 하겠다. 제 몸 누울 집 아니 방 한 칸 없고, 매일 다음 달의 생활비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에 저당잡혀 오늘의 행복을 꿈꾸기란 참 힘든, 그런 삶이다. 대도시의 삶이란 저자에게 자신의 발에 맞지 않은 작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늘 불편하고 힘들고 아픈 그런 삶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물 먹은 신문지처럼 축 처진 채 시간이 되면 출근하고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퇴근하자마자 옷들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 저녁도 대충 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떼우고 이불 속에 몸을 파묻은 채 TV를 보던 저자는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음식을 먹으며 자신을 위해 하루를 정성껏 빚어가는 주인공 혜원의 모습은 저자로 하여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불을 붙였다. '돌아가고 싶다'로 시작된 생각은 그렇게 서른 셋의 저자가 인생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대치의 일탈이자, 남들의 시선과 사회의 요구가 아닌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하게끔 한다. 이러한 저자의 선택이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 무모한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자 저자가 선택한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살아야만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새로운 선택지는 우리 모두에게 놓여져 있으며 그 삶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1부에서는 순탄한 직장인의 삶을 사원증과 함께 반납하고 서울을 떠나 고향 상주에서 보낸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지망소멸 위험 지수 1위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의성의 군청에서 임기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시골 직장인으로 일하며 살아가는 본격적인 소도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어쩌다 보니 바다 건너 제주까지 가 직장 생활을 경험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져 있다.


저자는 의성에서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하여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로 살게 된다. 이 책에는 지역의 공무원 자리를 구하는 법 뿐만 아니라 대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작은 도시로 이사올 때 논과 밭이 둘러싸인 시골집보다는 읍내에 있는 아파트를 얻을 것을 추천하는 등,그야 말로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여러가지 꿀팁들일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소도시가 대도시에 비해 직장 수가 적은 것은 맞지만 젊은 사람의 수는 더 적다 보니 오히려 경쟁률 은 대도시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낮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것도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렇기에 서울, 경기권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으니 기업 취업이 대체로 어렵지 않으며 청년 창업이나 한 달 살기 프로그램 등 인구 유입을 위해 다양한 지원들이 있다는 것 등 저자는 소도시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말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 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단점들도 솔직하게 담고 있어 작은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환상을 주는 게 아니라서 더 좋으면서 유용하다.


저자는 사는 도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의 폭은 크게 확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울산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하면서 삶의 방식과 시선이 달라짐을 경험하였기에 저자의 말이 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만든다. 내가 살아온 곳 역시 비교적 큰 도시였기에 이 책을 통해 소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다양한 지역의 도시, 아담한 동네로 이사를 하게 될 때 구지 '시골'과 '도시'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또 다른 기회가 펼쳐지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성격도 삶의 방식이 각자 다르듯이, 사는 곳도 좀 더 많이 다양해지고 그것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첫 걸음을 저자가 열어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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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은 처음이야 신나는 책읽기 65
이신영 지음, 조승연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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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표정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듯이 자기만의 속도로 단단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1학년들의 첫 학교 생활을 응원하는 책이다. 2020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화 부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신영작가의 동화집으로 수상작 <느린 아이>를 포함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가운데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담아내어 누구에게나 공감을 잡아이끈다. 누구나 겪게 되는 1학년은 처음이기에 설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는 것을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오늘부터 1학년>에서는 입학식날 거대한 운동장과 복잡한 학교 건물을 마주하고서 당황한 아이가 교실을 잘못 찾아가는 소동을 생생하게 담고 있고, <고마워! 눈물>에서는 학교만 생각하면 매일 우는 아이가 등교길에 만난 동물들 덕분에 무사히 교실에 도착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느린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느린 아이>와 한글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의 독특한 공부법을 재미나게 담아낸 <받아쓰기왕>, 심부름하는 어린이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담아낸 <심부름하는 날>까지.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조절하여 잘 담아내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창비어린이 신인 문학상 수상작인 <느린 아이>이다.


주인공 천이는 초등학교 1학년으로 느린 아이다. 말하는 것도 걷는 것도 느리고, 무얼 하나 배우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리는 아이다. 그런 찬이는 학교가 힘들다. 왜냐 빨리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이는 학교 다니기를 싫어하고 그렇기에 날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서 학교를 간다.


이 날도 수업 시작종이 울리고 나서야 뛰어가는 천이. 천이가 교실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선생님은 교실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이번 수업 시간에 거북이를 관찰하기로 했다고 하셨다. 천이 자리는 맨 앞 줄이라 거북이를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천이는 거북이를 더 가까이 보려고 일어섰다. 그때 천이의 짝궁 미리가 천이를 툭 치면서 천이보고 빨리 하라고 재촉을 하였다. 선생님은 늘 짝꿍과 함께하려고 하셨는데 짝꿍 미리는 늘 빨리빨리, 제일 먼저 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천이가 느려서 맨날 늦게 내야 했다.여하튼 천이는 거북이를 관찰하고 난 뒤 열심히 거북이를 그렸다. 천이가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는데 수업 끝나는 종이 울렸고 미리는 또 천이를 재촉하였다. 재촉하는 미리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지만 미리는 인상을 쓰며 천이를 쳐다보다 더 기다리지 못하고 천이 그림을 휙 집어들었고 그 바람에 천이의 거북이 그림은 찢어지고야 만다. 거북이를 바라보며 부럽다고 말하는 천이. 이번엔 쉬는 시간이 끝나 갈 무렵 천이가 자리에 앉으려는 오줌이 마렵다. 쉬는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고 결국 그냥 꾹 참고 자리에 앉았지만 도무지 오줌을 참을 수 없었던 천이는 결국 참았던 오줌을 옷에다 싸고야 만다. 교실은 난장판이 되고, 천이는 화장실에 바지를 갈아입으러 갔다 거북이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천이와 거북이. 과연 천이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천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느린 아이 천이는 화장실에서 만난 거북이 덕분에 용기를 내어 선생님께 느리지만 끝까지 하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고 그 덕에 느릴 지라도 자기만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자신만의 속도로 끝까지 결국 해내는 천이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남긴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뭐든 정해진 시간에 빨리 빨리 해 내는 것만을 강요받는 학교에서 자기만의 속도로 조금씩 성장해가는 천이의 이야기는 왠지 더 감동스럽게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설레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지요. 처음 학교에 다니면 재미있을 때도, 힘들 때도 있답니다. 하지만 여러분, 다 알지요? 느려도 괜찮아요. 틀려도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실패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단단한 마음만 있다면 여러분은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이 책에 담긴 5편의 이야기에서 어른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존중해준다. 그래서 일까. 아이들은 처음이라 설레고 두렵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아이들을 응원하는 저자의 마음은 작가의 말에도 잘 나와있다. '느려도 괜찮아요. 틀려도 괜찮아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끝까지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실패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단단한 마음만 있다면 여러분은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응원해주는 어른들이 있는 이상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속도로 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아이들을 응원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는 어떤 어른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를 깨닫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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