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수학 사전 - 외계어 같던 개념이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벤 올린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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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수학책 시리즈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이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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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서점 북두당
우쓰기 겐타로 지음, 이유라 옮김 / 나무의마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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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살았던 검은 고양이가 이번 생에는 북두당의 책방지기로 환생했다'는 책 띠지의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환생 판타지의 설정을 뛰어넘어 고양이라는 독창적인 시선을 통해 문학, 생명, 창작,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며 환상적 설정 속에 철학적 사유를 정교하게 녹여내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했던 이름 없는 고양이의 환생체인 쿠로가 있다는 것도 꽤 인상적이다. 에도 시대 대기근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덟 번의 생을 살아온 쿠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회의와 상처를 품은 채, 어느 날 신비한 고서점 북두당에 이끌리듯 도착하게 된다. 북두당은 단순한 고서점이 아닌 책을 사면 저절로 재고가 채워지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점주 에리카의 일상, 그리고 주술적 기운이 얽힌 비범한 공간이다. 쿠로는 이곳에서 작가를 꿈꾸는 열 살 소녀 마도카를 만나고 그녀의 순수한 글쓰기에서 과거의 주인 소세키를 떠올리게 된다. 이를 계기로 쿠로는 ‘이야기란 무엇인가’, ‘존재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와 같은 질문을 품고 스스로의 삶과 기억을 되짚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 책은 고양이 환생이라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존재의 의미, 창작의 고통과 구원, 생명과 언어의 관계처럼 무게감 있는 주제들을 정제된 언어와 따뜻한 서술로 풀어내었다. 판타지라는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문학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의 이야기는 이름조차 얻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고양이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했던 세 번째 생은 고양이 쿠로에게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시절이었지만 끝내 진명, 고양이에게 있어 존재의 격을 뜻하는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끝나버린 기억이기도 하다. 쿠로는 여덟 번의 생을 거치며 인간에 대한 냉소와 불신을 키워왔고, 마지막 아홉 번째 생에서는 다시 태어난 가족조차 경계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결국 떠날 존재이며, 그 호의도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처럼 한 고양이의 냉소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삶과 이름, 존재의 의미를 되짚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비 내리는 어느 날, 북두당 앞에서 몸을 웅크린 쿠로는 낯선 여자를 목격한다. 고양이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녀는 물그릇을 채우고, “언제든지 와도 돼”라는 말을 조용히 남긴다. 그 순간 쿠로는 자신을 향한 친절과 기다림이 담긴 그 말에 흔들리고 만다. 이후 쿠로는 북두당을 몰래 관찰하며 점점 더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 책은 팔리는데도 재고가 줄지 않고, 고양이들은 마치 여자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듯 반응한다. 그녀는 단순한 서점 주인이 아닌 것만 같다. 고양이들과 책, 그리고 이야기 속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그녀, 에리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처럼 북두당은 쿠로의 마음에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스며드는 신비로운 장소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다시는 인간과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쿠로조차 이곳에서 다시 한번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


쿠로는 처음엔 북두당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점주 에리카의 꾸밈없는 배려와 고양이들과의 조화로운 일상을 지켜보며, 경계심은 서서히 누그러진다. 그렇게 쿠로는 북두당의 다섯 번째 고양이로 머물게 되고, 그곳에서 작가를 꿈꾸는 열 살 소녀 마도카를 만나게 된다. 서점의 손님이었던 마도카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직 서툴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쿠로의 전생 중 하나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이 이야기 전체의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서사로 꽤 인상적이면서 매력적인 이 책의 설정이다. 이는 바로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고양이로 살아갔던 세 번째 생이다. 이름 없이 곁에 머물렀지만, 쿠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탄생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목격한 존재였고, 자신이 그 소설의 실제 모델이라는 자의식을 품고 있다. 무심하고 냉소적인 듯 보였던 소세키가 창작이라는 행위를 통해 서서히 변화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쿠로는 처음으로 이야기라는 것의 힘과 온기를 경험한다. 정작 자신의 이름은 끝내 부여받지 못했지만 쿠로에게 그 시간은 여덟 번의 삶 중 가장 온전하고 명확한 기억으로 남는다. 과연 이번 생에서 쿠로는 자신만의 이름을 곧 ‘진명’을 얻고 서사 속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에리카는 어떤 서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까?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책은 단순한 고양이의 환생 판타지를 넘어 삶과 죽음, 기억과 회복, 문학과 존재를 입체적으로 직조해내고 있다. 주인공 쿠로가 거듭된 환생을 통해 자아의 실체를 되묻고 북두당이라는 신비한 공간 안에서 책과 인간, 고양이 사이의 관계를 다시 짚어나가는 과정은 이야기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이 작품은 고양이를 사랑한 문학인들인 나쓰메 소세키, 이나가키 타루호, 이케나미 쇼타로 등이 등장하여 창작이라는 고독한 행위와 그 속의 감정들을 정교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문학적 유산은 쿠로의 기억과 교차하며 이 이야기를 더욱 깊은 울림으로 이끈다.


이야기는 결국 쿠로가 생과 사, 시간과 감정의 경계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정체’와 맞닥뜨리며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간다. 이야기의 전개는 점차 더욱 확장되며, 현실과 환상을 부드럽게 넘나든다. 이 소설의 진가는 그것이 단순히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존재와 그 곁을 지키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한 헌정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문학을 쓰는 이유, 삶을 견디는 힘, 그리고 말없이 곁에 머물러주는 이들에 대한 고요한 찬사말이다. 그렇기에 문학과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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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충격파 -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의 AI 인사이트
김장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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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AI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호기심을 넘어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이다. 사회 곳곳에서 AI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정치, 경제를 넘어 교육, 일자리, 윤리 등 우리의 삶 전반에 미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시기에 단순히 AI 기술에 대한 설명을 넘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통찰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AI를 국가적인 아젠다로 삼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 책은 그 흐름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AI가 바꿔놓은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생성형 AI의 등장이 가져온 사회적인 충격, 인간 고유의 영역을 넘보는 AI의 창의력, 가짜 뉴스와 사회적 고립이라는 어두운 이면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AI 시대의 격변에 대한 통찰과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시한다.


책은 챗GPT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생성형 AI 혁명의 충격과 가능성을 짚으며 우리가 지금 문명의 전환기 한가운데 서 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AI라는 보이지 않는 충격파 중심에 있다. 이 거대한 파동은 경제, 노동, 교육,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에선 AI가 생산성과 의료, 과학의 혁신을 이끌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기대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초지능의 등장과 대규모 일자리 소멸, 기술 불평등의 심화라는 디스토피아적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를 국가 생존 전략으로 삼고 본격적인 투자와 제도 정비에 나섰다. 현 정부가 AI 산업에 100조 원을 투입하고 대통령실에 AI 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한 것은 기술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로 인식한 상징적인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전환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나 공포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대응의 지혜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AI의 현재부터 다가올 특이점, 그 빛과 그림자,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현실적인 대응 방안까지 다섯 개의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이 책은 기술 변화 그 너머에 있는 사회 구조, 인간의 역할, 그리고 생존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고 인공지능을 둘러싼 막연한 논의를 넘어 독자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책은 인류가 맞이한 전환점에서 인공지능이 우리 삶과 문명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통찰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특히 포스트휴먼 시대를 배경으로 AI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 환경, 의료, 감정, 법과 안보까지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공존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음을 강조한다. AI는 기후 위기와 의료 혁신, 고령화와 정신 건강 문제, 에너지 전환과 스마트 도시 구축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감정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AI는 인간과의 정서적 연결을 만들어가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산업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 책은 기술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조명하며 우리에게 변화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흐름을 주도할 것인가를 묻는다. 미래의 방향은 기술이 아닌,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다가올 시대의 중심에는 AI가 아니라, AI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AI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조언을 제시하고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이제 일상 속 도구로 자리 잡았고 그 확산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빠르게 퍼진 기술일수록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환각 현상과,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있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대학생일수록 AI에 쉽게 의존하고, 그 결과 창의성이나 비판적 사고가 약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중요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AI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AI 리터러시’, 즉 여러 AI의 답변을 비교·분석하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나의 AI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역량은 독서, 여행, 교육 등 인간적인 경험과 기술 친숙도를 통해 길러진다. 결국 AI의 시대는 단순히 기술을 잘 쓰는 시대가 아니라그 속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의 시대이기도 하다.


결국 이 책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단순한 기술적 진보로 다루지 않고 있다. 사회, 경제, 교육, 인간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AI가 미치는 파장을 균형 있게 바라보며 독자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이끈다. 책은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공포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이해와 판단, 그리고 능동적인 대응임을 강조한다. AI가 삶 깊숙이 파고든 지금, 우리는 기술의 흐름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위에 올라타 스스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하겠다. 기술과 함께 인간다움을 지켜내고 변화 속에서 주체적으로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실질적인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결국 미래의 중심에는 AI가 아니라, AI와 함께 길을 만들어갈 인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미래를 준비할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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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수학 4컷 만화 - 수학사를 뒤흔든 결정적 한마디 자음과모음 청소년수학과학 6
이인진 지음, 주영휘 그림 / 자음과모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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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자체로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이 책의 단 한 줄로 수학을 설명하고 4컷 만화로 전달하는 구조는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수학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만화만 있는 게 아니라 수학 교육과 대중적인 흥미를 동시에 고려하여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수학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한 수학 교사의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그 결과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역사 속 수학자 26명의 명언을 중심으로 수학 개념과 그 배경이 된 사건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단순한 수학에 대한 이론 설명을 넘어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학사의 결정적인 장면들만을 선별하여 4컷 만화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각 에피소드는 하나의 명언에서 출발하여 그 속에 숨겨진 수학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피타고라스의 무리수 발견, 뉴턴의 만유 인력의 법칙,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수학이 단지 계산의 도구만은 아님을 깨닫게 만든다.


책의 첫 장은 뉴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염병으로 모두의 일상이 멈춘 혼란의 시대, 뉴턴은 고립 속에서도 사유와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인류 과학의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뉴턴이 방 안에서 홀로 탐구하고 써내려간 수학과 물리학의 아이디어들은 훗날 만유인력의 법칙과 미적분학으로 완성되었고, 지금의 우리가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이야기를 토대로 단순히 수학 개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턴의 이야기처럼 위기의 순간에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은 이들의 태도와 생각법을 통해 독자 스스로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가 느낀 단절과 혼란, 그리고 그 안에서도 발전해 나간 기술과 아이디어들처럼 어쩌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시작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수학 개념에 대한 안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뉴턴처럼 외부 세계가 멈추었을 때 내면의 질문과 사유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그리고 이어지는 데카르트의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다. 데카르트는 병약한 체질로 인해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고 홀로 가진 그 사유의 공간에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쫓던 파리의 움직임을 통해 그는 ‘좌표 평면’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떠올린다. 이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연결시키는 새로운 사고의 틀이 되었고 도형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현대 수학의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 책은 단지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된다.” 데카르트가 남긴 이 문장은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세계를 수학이라는 구조로 해석하고자 했던 그는 파리의 움직임조차 수치로 환원하려 했고 이는 좌표 평면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며 이후 수학과 과학, 기술의 구조적 토대를 형성했다.


이렇게 이 책은 이처럼 익숙한 일상에서 추상적 사고로 이행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데카르트가 보여준 사유의 방식은 관찰에서 출발해 개념으로 전환하고 그것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정밀하게 표현하는 사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단순한 설명이 아닌 4컷 만화라는 구조를 통해 시각화하며 독자 스스로 사고의 경로를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주어지는 자극 속에서 생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데카르트의 일화는 자극이 제거된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고의 밀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고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결핍 속에서 오히려 정제되고 구조화될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닌 관점의 전환이며 숫자가 아닌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다루는 작업임을 깨닫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수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위대한 수학적 발견은 기존과는 다른 질문, 익숙하지 않은 관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학을 잘하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짧은 4컷 만화 속에 담긴 깊이 있는 개념과 유쾌한 스토리텔링은 독자들에게 수학은 암기할 공식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수학을 멀게만 느껴온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첫걸음이 될 것이고 이미 수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적 즐거움을 더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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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팔을 잃은 비너스입니다
김나윤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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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을 상실이 아닌 성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띠지 속 문장과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상처를 딛고 일어선 회복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순간, 삶의 방향을 완전히 잃은 듯 했던 그 자리에서 이전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나아간 한 사람의 진솔하고도 용기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물 일곱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오토바이 사고로 한 팔을 잃고 헤어디자이너라는 오랜 꿈마져 접어야만 했던 저자는 절망 속 병실에서 재활조차 거부했었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의 절실한 노력들을 보며 스스로의 나약함을 돌아보고 마침내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하였고, 스스로를 재구성해 나가기 시작한다. 재활의 고통, 몸의 변화에 대한 낯섦, 세상의 시선 속에서 다시 세워야 했던 자존감, 그리고 피트니스 챔피언이라는 상상조차 못했던 새로운 길까지. 이 책은 그 모든 여정의 이야기를 조급하지 않게,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프롤로그의 “믿을 것도, 돌아올 곳도 결국은 나밖에 없잖아요.” 라는 말이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저자가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원동력은 바로 자기 자신을 믿는 그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쪽 팔과 오랜 시간 이어온 직업을 잃었지만 저자는 멈추는 대신 자신을 다시 세우는 길을 택했다. '윤너스'라는 새로운 이름은 상실 속에서 발견한 저자의 또 다른 자아의 이름이다. 저자는 달라진 밀로의 비너스를 닮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피트니스 선수로 무대에 올랐고, 강연자와 크리에이터와 운동 트레이너로서 타인의 일상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전하고 있다. 시행착오와 두려움, 낯선 시선에 맞서며 여기까지 왔지만 결국 그녀가 끝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언제나 자신을 믿는 마음 덕분인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유튜브를 통해 짧은 영상과 말로는 다 전하지 못했던 솔직하고 깊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팔을 잃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삶의 아름다움, 그리고 상처를 껴안으며 더 단단해진 저자만의 자신과의 동행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사고 이후 병원 침대 위에서 보내던 한 달은 저자에게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정신적인 고통이 더 깊게 다가온 시간이었을 것이다. 단지 누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이 멈춘 것 같았고 멈춘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질문이 솟아났다고 한다. 왜 하필 그날이었는지, 왜 오토바이를 탔는지, 왜 그 선택을 했는지. 그 모든 물음표는 결국 자신을 탓하기 위한 것이었고, 저자는 스스로를 '물음표 살인마'라 표현하며 그 시기를 담담히 회고한다. 이 대목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저자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거 미용실 인턴 시절 끊임없이 질문하던 '배우는 사람'의 태도는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그 질문이 기술이 아닌 존재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병문안 온 지인의 “너의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라는 말은 그렇게 끝도 없이 반복되던 물음표의 고리를 끊어낸 전환점이 된다. 저자는 그 순간을 통해 답이 없는 과거 속에서 이유를 찾는 대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는 사고 이후의 삶에서 발견한 진짜 회복은 어쩌면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상실의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저자가 장애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의수를 착용하며 겪은 내면의 갈등이다. 실제 팔처럼 보이도록 메이크업을 시도하고, 네일팁을 붙이고, 케이프 코트를 고집하던 그 모든 노력은 결국 남의 시선을 의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어느 날,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는 것 같다”는 외국인의 말이 전환점이 된다. 저자는 그 말이 자신처럼 의수로 장애를 숨기려는 사람들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 자신에게 "나는 왜 이렇게까지 나를 감추려 했을까?”를 묻게 된다. 그 질문은 결국 진짜 중요한 건 남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다. 의수 없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딛던 순간 세상이 생각보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저자는 비로소 의수 대신 용기와 자기 수용을 장착하게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장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라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책은 상실을 단지 결핍이나 고통의 기억으로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삶의 전환점으로 삼아 스스로를 다시 이해하고 삶의 방향을 재설정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저자는 사고 이후 자신의 몸과 마음, 일상의 속도까지 낯설게 느껴야 했지만 그 낯섦 속에서 천천히 익숙해지는 법을 배워간다. 그리고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극복의 이야기를 외적으로 꾸미거나 영웅적으로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통의 순간마다 겪은 혼란과 무너짐을 감추지 않으며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시간과 감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렇기에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선 ‘성장’의 의미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시선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곧 다시 살아가는 첫걸음이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회복이고 변화라는 사실 역시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가 상실을 겪은 이들에게만 닿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팔 하나를 잃고서도 삶 전체의 균형을 다시 세운 그녀의 여정은 누군가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희망과 행복이 우리 바로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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