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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 : 한국 미술 ㅣ 우리학교 어린이 교양
이유리 지음, 허현경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2월
평점 :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작품들을 한데 모아 그 의미와 가치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어린이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왜 유명한 거야, 이 그림?>의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단순히 미술 교과서 속의 지식 전달을 넘어, 예술이 지닌 깊은 의미와 가치를 어린이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 미술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작품들의 배경과 예술적 특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나리자>, <수련>,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은 명화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그 작품을 그린 화가나 작품의 의미까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을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몇몇 작품이 떠오르더라도 그 배경이나 의미까지 깊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이중섭의 <소>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이지만, 그가 왜 소를 그렸는지, 그의 삶이 작품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는 사람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이중섭의 <소>를 가장 먼저 소개하며, 그의 가난했던 삶과 그가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한다.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고, 우리 민족의 강인한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소를 그렸다. 그의 작품 속 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힘든 삶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이중섭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통해 마치 들소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를 바랬고, 그 마음이 담긴 <소>는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또한, 이 책은 각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후,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의 정보를 제공한다. QR 코드와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실생활에서 직접 작품을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을 단순히 지식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며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작품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이다. 정선 이전의 산수화는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주로 화가의 상상 속에 탄생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정선보다 앞선 시대의 화가의 김명국의 산수화는 겨울 풍경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며 그림 속 인물 역시 한복이 아닌 중국 옷을 입고 있어,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매화를 찾아 눈 덮인 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석된다.
그러나, 정선은 실제로 금강산과 같은 우리나라의 경치를 보고 그렸고, 이를 '진경산수화'라고 부른다. 그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산천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인왕제색도>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깊은 감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정신이 일흔여섯 살이 되던 1751년 5월에 그린 것으로, 당시 여든한 살이었던 그의 친구 이병연이 병석에 누워 있던 상황에서 탄생했다. 정선은 비구름이 걷힌 인왕산의 모습을 통해, 마치 이병연의 병이 씻은 듯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완성했다. <인왕제색도>가 더욱 특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정선의 따뜻한 우정과 염원이 담긴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열한 가지 미술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한다. <금동반가사유상>, <빨래터>, <씨름>, <TV 부처> 등 익숙한 작품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민화 <까치 호랑이>와 <책거리>, 그리고 신사임당과 천경자의 작품까지 다루며 한국 미술의 깊이를 한층 더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작품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그림에 담긴 예술적 의미와 화가들의 삶을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어 한국 미술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나아가, QR 코드를 활용하여 실제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책을 읽은 후에도 예술을 더욱 가까기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나라의 미술사와 대표 작품들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미술을 더욱 깊이있는 시각으로 감상하며 예술적 교양을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