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지능 - 당신 안에 있는 위대한 지성을 깨워라
앵거스 플레처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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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에는 너무나 방대한 정보와 정교한 분석 도구들이 넘친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원하는 자료를 즉시 찾아볼 수 있고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인 해답을 제공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판단을 내릴수록 더 많은 혼란과 주저함을 경험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인지과학자 앵거스 플레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고유지능>을 집필했다. 이 책은 기존의 지능 개념이 논리와 분석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인간에게 고유한 사고 능력인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인간 사고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이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특히, 미국 육군 특수부대와의 협업 사례를 통해 고유지능이 실제 혼란과 압박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판단력과 문제 해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꽤 흥미롭다. 이 책의 강점은 철학적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신경과학 및 문학적 접근을 결합해 인간 사고의 작동 방식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는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사고 능력을 점검하고 향상시킬 수 있도록 훈련법과 진단 도구를 수록하고 있어 더욱 유용하다.


책의 초반부는 다소 의외의 장소인 미국 미 육군 특수부대와의 협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논리 기반 교육은 한계를 드러냈다. 저자는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인간이 본래 지닌 비논리적, 그러나 목적 지향적인 사고 능력을 연구하고 이를 ‘고유지능(Primal Intelligence)’이라 명명했다. 이 능력은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되며 오히려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책의 서문과 프롤로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의 출발점과 실제 훈련 시스템이 만들어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대 초, 미국 특수부대는 IQ는 높지만 위기 상황에서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신병들의 문제를 인식했고 이는 곧 현대 교육과 사고방식 전반의 구조적 결함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군 조직의 문제가 아닌 오늘날 대학생, 직장인, 청소년들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사회적 현상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군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연구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검증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실험에 착수했고 그 실험은 성공했다. 고유지능을 기반으로 한 훈련은 특수부대 요원들의 판단력, 회복탄력성, 리더십 능력을 향상시켰고 이는 곧 군 교육기관과 민간 분야로 확산되었다. 의사, 우주비행사, 교사,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이 이 훈련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가 ‘지능’이라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논리적 분석, 데이터 기반 추론에 편중되어 있으며 이는 AI가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데이터가 없을 때에도 선택하고, 상상하고, 의미를 만들어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본능이나 감정의 산물이 아닌 생물학적이고 훈련 가능한 지능으로 정의하고, 그 토대를 ‘서사 인지(narrative cognition)’ 즉,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한다는 사고 구조로 설명한다. 그렇기에 책은 기존의 교육과 지능 개념에 도전하며 AI 시대에도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이 여전히 결정적인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득해간다. 동시에 책은 이 이론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훈련법과 사례를 함께 제시하여 독자 스스로도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책이 가진 가장 큰 설득력은 바로 인간의 본능적인 사고 능력이 실제 현실에서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 지를 다양한 인물과 사례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는 거다. 이 책은 이론을 넘어서 고유지능이 어떻게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네 가지 핵심 능력인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은 단지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위기 상황 속에서 실제로 사람을 구하고 세상의 흐름을 바꾸고, 기술과 예술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온 원천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전장 한복판에서 누구보다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상황을 반전시킨 특수부대 요원, 기존 과학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던 현상을 포착해 과학의 지평을 넓힌 마리 퀴리, 작은 회로 기판 안에서 미래의 생활 방식을 직감해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이들은 모두 고유지능이 현실을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예외를 기회로 바꾸는 반 고흐와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다. 반 고흐는 당시 미술계의 색채 규칙을 따르지 않고, 파격적인 색 조합을 통해 불안정한 아름다움과 인간의 내면을 표현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담긴 감정의 진동은 논리나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외적 직관의 결과였다.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실패한 제품 로커에서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가능성을 포착했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 기존의 규칙을 넘어 예외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는 혁신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처럼 이 책은 인간이 가진 예외 감지 능력, 방향 감지 능력이 어떻게 위기에서 살아남는 힘이 되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되는 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능력은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지적 감각이며 우리가 다시 훈련하고 회복해야 할 핵심 역량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단지 새로운 사고 개념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인간만의 지능을 실제로 어떻게 점검하고 강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는 자신의 고유지능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진단 퀴즈와 함께 직관, 상상력, 감정, 상식을 일상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돕는 짧고 실용적인 실행 가이드가 수록되어 있다. 복잡한 이론 없이도 누구나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질문과 연습을 통해 독자는 스스로 사고의 패턴을 점검하고, 잠들어 있던 인지 능력을 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철학과 과학, 실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책이라 하겠다. 기술과 데이터가 중심이 된 세상에서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자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회복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를 독자 스스로 체험하게 한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감지하고 선택할 수 있는 내면의 나침반일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나침반을 다시 작동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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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가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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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반려견 가을이 잠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하루를 통해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어찌보면 터무니 없는 설정일 수 있으나 강아지 가을이 주인인 형을 대신하여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가족과 이웃의 뒷모습,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따스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은 섬세한 감정 묘사로 주목받아온 이윤희 작가님의 데뷔작으로 이번 개정판에서는 보다 정제된 그림과 이야기로 작가님의 매력을 더욱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가을이가 쇼파에 앉아 혼자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바쁜 아침, 누나는 양말을 신고 형은 식탁에서 우유를 마시고, 아빠는 옷을 갖춰입고 엄마는 누구보다 먼저 집을 나선다. 누나, 아빠, 차례대로 가족들이 하나둘 집을 떠나고 나면 비로소 텅빈 집안에서 가을이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모두 바빠서일까. 식구들은 오늘도 가을이의 밥을 잊어버렸다. 가을이는 배고픔을 참으며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하고 형이 마시다 만 우유로 허기를 달랜다. 그리고 혼자 형의 방으로 들어가 보드게임 루미큐브를 꺼내든다. 혼자서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며 게임 방법을 살펴보는 그 순간 모두 외출한 줄 알앗떤 형이 조용히 방에 들어온다. 형은 혼자서는 루미큐브를 할 수 없다며 가을이에게 게임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가을이가 말할 수 있는 거 다 알고 있고 비밀은 지키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가을이에게 잠시만 자신을 대신해 달라는 뜻밖의 부탁을 하고 조용히 집을 떠난다. 과연 형은 왜 집을 떠나는 걸까? 그리고 과연 어디로 향하는 걸까? 많은 게 궁금하지만 가을이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 얼떨결에 형이 되어버린 가을은 이제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이 책은 반려견이 안경을 쓰자 사람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형의 안경을 쓴 강아지 가을이 형을 대신하여 집과 학교를 오가며 벌어지는 일을 통해 작가는 상상력을 더하고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을 아주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사람이 된 가을은 형의 자리를 대신하면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형의 외로움과 마음속 고민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들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야기 속에는 제빵과 수다를 좋아하는 강아지 비숑, 동네 어귀를 유유히 돌아다니는 고양이 겨울,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난 할아버지와 그 곁의 유기견 등 다양한 인물과 동물들이 등장하며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제빵재료를 잔뜩 사두고 빵을 굽지 않은 반려인을 대신하여 열심히 빵을 굽는 비숑과 사람에게 버림받고도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마음을 여는 유기견의 이야기는 동물이 단순히 귀여운 존재를 넘어 인간과 진정한 유대감을 맺는 동반자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무책임한 인간의 모습을 비판하는 동시에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위로와 변화를 담담하게 전한다. 실제로 저자는 12년간 함께한 반려견 가을이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가족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고 서로를 이어주는 존재였던 반려견, 그 기억은 가상의 인물 가을이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진심 어린 관찰과 경험, 그리고 따뜻한 공감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만들며,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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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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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을 넘어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미래가 연결된 거대한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바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 중요성과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의 틈을 메우기 위해 기획된 해양과학 대중서로 바다를 향한 과학적 호기심과 통찰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도 깊이 있게 전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과학자들과 청소년 과학 저술가 이고은이 함께한 이 책은 해양 생태계부터 기후 변화, 수산 자원, 해저 생명자원의 활용 가능성까지 폭넓은 주제를 대담 형식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왜 바다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과학 분야를 융합적으로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책은 해양과학을 생소하게 느껴온 독자들을 위해 질문에서 출발한 탐구의 여정을 풀어내며 시작한다. 과학 교사이자 저자인 이고은님은 자신조차 해양과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는 고백에서 출발하여 왜 우리는 바다를 공부하지 않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바다는 생명, 기후, 식탁, 산업 등 우리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어딘가 먼 이야기처럼 여겨져왔다. 이 책은 바로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과학자 네 명과의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바다의 현재와 미래를 하나씩 들려준다. 심해 생물과 진화의 비밀, 물고기의 생태와 어장 변화, 해양 천연물의 신약 개발 가능성,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의 역할까지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다룬 네 명의 과학자는 바다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열어 줄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과학 정보 그 이상으로 바다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3장〈바다의 처방전〉이다. 그중에서도 해양 생물이 만들어내는 천연물에서 의약적 가능성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장에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연구 중인 해양바이오 과학자 이연주 박사가 바다를 향한 과학적 탐색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자연은 최고의 의사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이 수천 년 전부터 자연에서 약을 찾아왔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육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약물 후보는 이미 대부분 발굴되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미지의 세계인 바다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바다는 여전히 탐사되지 않은 자원으로 가득하며 그 안의 생물들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지 생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특이한 화학 물질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점이 신약 개발에 있어 해양 생물이 주목받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로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해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로 현재 암성 통증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 중이다. 또 바다 달팽이인 청자고둥에서 얻은 코노톡신(conotoxin)은 기존 진통제보다 훨씬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탄생했다고 하니 너무나 놀아울 따름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해양 생물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보물 창고임을 보여준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천연물을 찾아내는 여정 역시 감동적이다.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고향 바다에서 청자고둥에 주목한 올리베라 박사의 이야기는 과학이 창의적 사고와 집요한 탐구정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연주 박사는 바다를 지키는 일은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서,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과학적 정보와 인간적인 통찰을 함께 담아내며 바다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닌 미래 의학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닌 지구와 인류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해양이라는 다차원적인 공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과학적 사례와 함께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책 후반부로 갈수록 해양과학이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심해 탐사를 통한 생명의 기원 추적, 해양 생물을 활용한 의약품과 신소재 개발, 해양열파와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의 분석은 바다가 곧 인류 생존의 해법이자 미래를 여는 창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바다를 잃는 것은 곧 미래를 잃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다는 생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기후 조절자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인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바다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보전하며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거이다. 또한 해양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융합과학 분야로서 과학적 통찰과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학문이다. 이 책은 그 중요성을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와의 생생한 대담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바다와 과학, 그리고 미래를 더욱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이 책은 과학과 환경, 미래를 연결하는 진정한 교양이자 해양과학에 대한 입문서로, 지금 우리가 어떤 시선을 바다에 두어야 하는 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다를 지키는 일이 곧 우리 삶과 다음 세대를 지키는 일임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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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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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지위나 나이, 환경에 상관없이 불안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나만 밀려나는 듯한 느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관계 속에서의 고립감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결코 개인의 의지나 정신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불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확하게 풀어내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은 정신 건강이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개인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안을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심리적 기술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0년 이상의 임상 경험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실질적인 기법을 통해 그 해답을 전한다.

책은 본격적인 불안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 생활 수칙부터 제시하고 있다. 수면, 식단, 운동, 여가, 그리고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 요소는 불안을 이겨내는 데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저자는 완벽함보다는 꾸준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누구나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꾸준한 자기 돌봄이야말로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회복력을 키우는 첫걸음임을 상기시켜 주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심리적 압박을 안겨주며 불안을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관계의 변화, 진로와 직업, 건강과 노화, 그리고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위기까지 삶의 전환점마다 불안은 다양한 얼굴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인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불안을 극복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감정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임상심리사로서 수많은 환자들과 함께한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을 다루는 10단계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인지행동치료(CBT), 수용전념치료(ACT), 노출 훈련, 마음챙김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법을 토대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독자가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불안에 대응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장에는 단계별 과제와 실질적인 전략이 담겨 있어 독자가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불안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때때로 뒷걸음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것이 결코 실패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회복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회복은 늘 직선적인 경로로만 이어지지 않기에 잠시 멈추거나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다시금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저자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변화의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책은 본격적인 실천 전략에 들어가기에 앞서 불안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불안에 대한 이해 없이 해결 방법부터 적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으며 저자는 이를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불안의 작동 원리와 그 지속 요인을 인식하는 것이 이후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불안을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인 요소가 결합된 복합 반응으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며 뇌의 구조적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상과 편도체 같은 뇌 부위가 위협 신호를 감지하면 몸은 자동적으로 경계 상태에 들어가게 되며, 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 증상과 심리 반응이 발생한다. 이러한 반응은 원래 생존을 위한 적응 메커니즘이지만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데도 반복된다면 불안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또한, 책은 불안이 생각, 감정, 행동, 신체 반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불안은 강화되고,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불안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불안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분석하고 그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을 유발하는 트리거(Trigger) 개념 역시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이는 불안을 자극하는 내적 또는 외적 요인을 말하며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체 감각, 특정 장소, 타인의 말이나 행동, 과거의 기억 등이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트리거를 인식하고 정리하는 것이 불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반 작업임을 설명한다. 이와 같은 설명을 통해, 독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반응과 인지적 해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해는 이후 제시될 심리 기법과 실천 전략을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전제가 된다.

이 책은 불안을 단지 감정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불안을 내면에서 생성되고 강화되는 하나의 구조이자 패턴으로 분석하며 그것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 후반부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불안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심리 기법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예컨대,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수용하고 거리 두기, 무분별한 걱정에서 벗어나 주의를 회복하는 법, 지나친 추론을 멈추고 사고를 재구성하는 전략, 회피 대신 점진적으로 행동을 확장해 나가는 실천 과제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기법들은 단지 이론에 머물지 않고 독자가 곧바로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불안을 해체하는 작업이 단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저자가 일관되게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때때로 불안은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는 마치 후퇴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회복의 일부이며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대응하는 연습이 반복될수록 마음의 회복력은 강화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불안을 다루는 구체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전형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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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철학 - 고대 철학가 12인에게 배우는 인생 기술
권석천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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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막막한 순간 꺼내보는, 최선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철학'이라는 소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예의>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권석천 작가의 신작으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철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드러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철학이라는 오랜 사유의 도구에 주목한다. 삶의 막막함 앞에서 저자가 반복하여 찾은 것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과 철학자들의 이야기였고, 그는 이를 통해 인간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세네카, 키케로 등 12인의 철학자의 사유를 중심으로 고대 철학이 지닌 실질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질문', '존중', '기세'와 같은 태도의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철학이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판단과 선택에 작용하는 사고의 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책의 표지를 꺼내 펼치면 나타나는 철학작의 사고방식을 시각화한 '철학가 마을 지도'는 독자가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며 철학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그렇게 이 책은 철학을 일상의 기준으로 삼고자하는 독자에게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와닿았던 부분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를 통해 풀어낸 ‘신념을 지닌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나는 그 신념이 세상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기준을 정립하고 타인의 의견까지도 경청할 수 있는 자세라는 데 깊이 공감되었다. 사실 나 역시 어떤 사안에 대해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누군가 앞에 나서서 말할 용기가 부족해 조용히 넘어간 적이 많다. ‘내가 굳이...’라는 자기 방어와 혹시 모를 오해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한 발 물러서게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조심조심 살아가는 사이에 어느 순간부터 굳걷하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기준도, 중심도 흐려졌던 것 같다.

저자는 지금 우리 사회는 자기 신념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한다. 남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는 것이 더 편하고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결국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중요한 순간 침묵하는 것이 꼭 중립이나 현명함이 아님을 다시 깨달았다. 안티고네는 시대의 흐름과 권력과도 충돌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켜냈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후회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과 확신에 따른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신념을 지닌 삶이란, 세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근거를 다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더 나은 판단을 향해 나아가는 삶 말이다. 그렇게 신념의 뿌리를 깊이 내릴 때 우리는 진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진심으로 옳다고 믿는 가치는 무엇인가?”,“지금 나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의 질문을 해본다. 그리고 그 답들을 조금씩 찾아가며 살아가고 싶다.

책은 고대 철학자들의 생각을 오늘의 삶에 연결시켜 우리가 마주한 현실적 문제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그들의 말과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스스로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철학을 거창한 학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단단히 다지는 힘, 타인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태도,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 있는 시선까지 책은 생각의 깊이를 넓히되 현실과 단절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신념을 지키는 삶이란 세상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기만의 기준을 갖되, 타인의 입장에도 귀 기울이고, 자신의 시선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태도. 그 과정이 있어야만 우리는 남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임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오늘 하루 내가 어떤 기준으로 행동하는 지를 돌아보는 데서 출발함을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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