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지위나 나이, 환경에 상관없이 불안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나만 밀려나는 듯한 느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관계 속에서의 고립감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불안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 감정은 결코 개인의 의지나 정신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불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명확하게 풀어내며, 불안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은 정신 건강이 더 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개인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불안을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심리적 기술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0년 이상의 임상 경험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실질적인 기법을 통해 그 해답을 전한다.
책은 본격적인 불안에 대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 생활 수칙부터 제시하고 있다. 수면, 식단, 운동, 여가, 그리고 인간관계의 다섯 가지 요소는 불안을 이겨내는 데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기반이 된다. 저자는 완벽함보다는 꾸준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누구나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꾸준한 자기 돌봄이야말로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고 회복력을 키우는 첫걸음임을 상기시켜 주는 부분이다.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불확실성과 심리적 압박을 안겨주며 불안을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관계의 변화, 진로와 직업, 건강과 노화, 그리고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위기까지 삶의 전환점마다 불안은 다양한 얼굴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인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불안을 극복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감정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임상심리사로서 수많은 환자들과 함께한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불안을 다루는 10단계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인지행동치료(CBT), 수용전념치료(ACT), 노출 훈련, 마음챙김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법을 토대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독자가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불안에 대응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 장에는 단계별 과제와 실질적인 전략이 담겨 있어 독자가 바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불안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때때로 뒷걸음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것이 결코 실패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회복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회복은 늘 직선적인 경로로만 이어지지 않기에 잠시 멈추거나 흔들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다시금 나아가기를 독려한다. 저자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변화의 이야기들은 독자에게 위로와 함께 실질적인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책은 본격적인 실천 전략에 들어가기에 앞서 불안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불안에 대한 이해 없이 해결 방법부터 적용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으며 저자는 이를 명확히 짚고 넘어간다. 불안의 작동 원리와 그 지속 요인을 인식하는 것이 이후의 전략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불안을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인 요소가 결합된 복합 반응으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며 뇌의 구조적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상과 편도체 같은 뇌 부위가 위협 신호를 감지하면 몸은 자동적으로 경계 상태에 들어가게 되며, 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 증상과 심리 반응이 발생한다. 이러한 반응은 원래 생존을 위한 적응 메커니즘이지만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데도 반복된다면 불안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또한, 책은 불안이 생각, 감정, 행동, 신체 반응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불안은 강화되고,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히 불안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불안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분석하고 그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을 유발하는 트리거(Trigger) 개념 역시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이는 불안을 자극하는 내적 또는 외적 요인을 말하며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신체 감각, 특정 장소, 타인의 말이나 행동, 과거의 기억 등이 있다. 책에서는 이러한 트리거를 인식하고 정리하는 것이 불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반 작업임을 설명한다. 이와 같은 설명을 통해, 독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반응과 인지적 해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해는 이후 제시될 심리 기법과 실천 전략을 적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론적 전제가 된다.
이 책은 불안을 단지 감정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은 불안을 내면에서 생성되고 강화되는 하나의 구조이자 패턴으로 분석하며 그것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 후반부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불안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불안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불안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심리 기법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예컨대, 불안을 억누르기보다 수용하고 거리 두기, 무분별한 걱정에서 벗어나 주의를 회복하는 법, 지나친 추론을 멈추고 사고를 재구성하는 전략, 회피 대신 점진적으로 행동을 확장해 나가는 실천 과제 등이 그 예다. 이러한 기법들은 단지 이론에 머물지 않고 독자가 곧바로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불안을 해체하는 작업이 단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저자가 일관되게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때때로 불안은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는 마치 후퇴한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회복의 일부이며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대응하는 연습이 반복될수록 마음의 회복력은 강화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불안을 다루는 구체적인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전형 안내서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