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자신을 용서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 Sarah
소설 <편지 가게 글월>에 수록된 편지에 답장을 쓰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첫 번째 보내야 할 답장은 바로 '그림 그리는 돌고래'님의 질문에 대한 답장. 익명님은 자기 자신을 잘 용서하는 사람인가요? 혹시 자기를 용서하는 방법을 알고 계시면 답장 부탁드려요. <편지 가게 글월> 어떤 답장을 써야 할까 고민해 보았다. 이 지면을 빌어 나는 내 답을 써내려가본다. -----------------------------------------------------------------------------안녕하세요, 그...

다시 이방인... - 우주
그림 좋아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자신의 지인에게 부탁을 해가며 나에게 선물한 그림판 이방인 프랑스버전을 받은 것이 몇 해 전.자다깨도 불어는 깨칠수 없을 테지만 수없이 읽다보면 그림을 느낌으로 이해하며 읽을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무대뽀 마음을 품고 있어더랬다.그런데 올봄인가 문동에서 프랑스 그림판 이방인이 출간된다는 것을 알고 친구에게 또 옆구리 꼭 찔러 선물로 받았다.번역이야 비교할 수 없지만 그림과 다른 여러가지 등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나름 괜찮았다.4번 째 이방인은 좀더 수월하게 그런데 오히려 행간의 숨어 있을지도...

요나스 요나손 도장깨기 완료기념 페이퍼 - 물감
써야지x100 했다가 까먹어서 이제야 적는 스웨덴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도장깨기 페이퍼 입니다. <100세 노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하여 전세계를 강타했던 익살꾼이시죠. 이후 내놓은 작품마다 특유의 병맛을 자랑하는데, 갈수록 퍽퍽해져가는 세상살이에 이만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작가도 없지 싶네요. 전 개인적으로 가수나 배우들보다 예능인들이 훨씬 더 멋지다고 보는데요. 마찬가지로 노벨상 받은 작가들보다 이런 유머러스함으로 독자들과 호흡하는 작가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하나하나 작품 소개 들어갑니다.1. 창문 넘어...

글쓰기와 달리기 - 다락방
나는 비평을 모른다.내가 써 본적도 없고 쓸 생각도 없는 글이다. 몰라서 못썼고 못쓰니까 몰랐다. 6월 <정희진의 공부> 팟빵에서는 영화 <섹, 계>를 비평한 독자의 글을 정희진 쌤이 읽어주며 합평을 해주셨다. 일단 원글을 읽어주시는 동안 와, 잘썼다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으응? 여기서 왜 그런 전개가? 한 부분이 있었는데-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언급후에 이어지는 뒷부분이 맥락상 생뚱맞다 생각했음- 전체적으로 참 잘 썼구나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정희진 쌤은 그 글에 대해 여러 부분을 지적하셨다....

감정과 마음의 이름을 불러주면 - 자목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 슬프다, 아프다, 그립다, 이런 말로 정리하기 어려운 감정 말이다. 저마다 고유한 감정은 결과 폭이 다르다.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같은 질량으로 판단하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딱히 고민하지 않았다. 사느라 바빠서 내면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생각나지 않아서, 이유는 많다. 그런 복잡하고 엉킨 감정을 하나씩 풀어 이름을 붙인 이가 있다. 『슬픔에 이름 붙이기』의 저자 존 케닉이다. 감정이라는 거대한 가지에 붙은 잔 줄기에 이름을 붙이기 프...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사기꾼이다. - 그레이스
메르카데는 투기자다. 주식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뒀다가 오르기 시작하면 매입자를 속여 되팔아 넘기는 수법으로 돈을 번다. 그의 투기 형태는 오늘날 금융자본주의의 모습과 닮았다. 자신의 경제 상황과 사업 능력을 포장하고 은행과 채권자에게서 끌어온 자본으로 거대한 투기장에서 이익과 자리를 획득한다. “메르카데 : ……오늘날 하나의 주식은… 그 실체가 보이지 않더라도 당장 수익이 보장되는 종목이라면 할 만한 거야! 사람들은 미래를 팔아, 불가능한 행운의 꿈을 복권으로 팔 듯이. 그러니까 증권 시장 회합에 앉아 있을 수 있게 날 도와...

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니면 보드빌을 드릴까요? - cyrus
“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니면 포도주를 드릴까요?”수잔나가 웃으며 물었다. (안톤 체호프, <진창> 중에서, 《사랑에 관하여》 37쪽)만약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술과 책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이라면 처음 온 손님을 향해 방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보드카(vodka)를 드릴까요, 아니면 보드빌(vaudeville)을 드릴까요?”보드카는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술이다. 보드빌은 술 이름이 아니다. 보드빌은 코믹한 연극 장르를 뜻한다. 소극(笑劇)과 비슷하다. 체호프...

어쩐지 오랜만에 신간으로 돌아온 강시선생... - 나귀님
신간 중에 웨이드 데이비스의 책이 있기에 이 양반, 아직 안 돌아가셨나 싶어서 살짝 신기했다. 대표작이 어쩌다 보니 아이티 좀비의 실존 가능성을 연구한 <뱀과 무지개>(번역서 제목은 지나치게 노골적인 <나는 좀비를 만났다>)이기 때문인지, 살짝 사이비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서 책이야 여러 권 사 놓고도 외면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들춰봐야 하려나 싶다.좀비라고 하면 지금은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이래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상화된 식인 괴물을 떠올리기가 쉽지만, 그 원산지(...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빛을 발하는 불꽃을 던져주는 어떤 것” - 잠자냥
언젠가 백수로 지내던 시절, 작은 책상에 앉아 카버의 단편을 우리말로 옮겨본 적이 있다. 심심해서도 무료해서도 영어공부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카버의 문장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카버는 글을 이렇게 쓰는구나 마주해보고 싶어서였다. 체호프나 치버 또는 카버의 작품 같은 단편을 써보고 싶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지금의 나는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다. 쓰려고 하지 않는다. 단편도 장편도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 쓰고자 하는 욕망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레이먼드 카버를 읽는 일은, 그를 마주하는 순간은 당...

사람아 아, 사람아 / 법정스님 추천도서 - 구름모모
이분법적인 사고와 분리를 사유한 작가의 시선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전해진다. 한계점을 느끼는 순간 작품으로 전달하는 사건들과 감정들이 치열하게 전달된다. 자조하고 자괴하고 고뇌하는 인물의 격동하는 인생을 조우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에세이 내용이 떠오른다.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이분법적인 사고의 범주를 조우하게 된다. 마크 비트먼의 "데카르트 이후로 서양의 논리는 사람과 땅, 남자와 여자, 머리와 마음 같은 식으로 사물을 나누어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114쪽) 『동물, 채소, 정...

닫힌 영혼은 죽은 영혼과 크게 다르지 않아. - P433


예술은 뚝심으로 완성되는 것! - 페넬로페
작년 봄, 파리 여행을 갔을 때, 오랑주리 미술관에 무조건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날에 지베르니를 갔었지만, 비가 내려 빛이 있는 모네의 정원과 연못을 볼 수가 없었다. 그 아쉬움이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된 수련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수련 연작 8작품은 이상했다. 그림이 너무 어두워 세부적인 형상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색깔들도 거의 비슷하게 보여 모네가 의도적으로 이렇게 그렸나 생각될 정도였다. 화가가 말년에 백내장을 앓아 거의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영...
 
젊은이여 베짱이가 되기를 - 꼼쥐
좀 극단적인 정의일 수도 있겠지만 장서가로도 유명한 이동진 평론가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자체를 일컬어 '돈을 내고 꼰대의 얘기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일부 동의하는 바이다. 물론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젊은 직장인(혹은 취업 준비생)들이 읽는 책의 80~90%는 자기계발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물론 개중에는 나이 든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은 왜 그렇게 자기계발서를 좋아할까?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자기계발서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책도 무척이나 좋...

삼체문제: 과학과 문명이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 - 거리의화가
삼체 1권을 읽고 삼체 중드 시리즈 앞부분을 보고 있다가 바빠져서 한동안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출퇴근으로 이동하는 길에 조금씩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하면서 삼체 1권을 재완독했다. 여전히 난해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보이는 부분들이 많다. 삼체 중드는 삼체 소설 1권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원작에 충실하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가 있다. 캐스팅도 어쩜 그리 찰떡으로 했는지 특히 왕먀오와 스창, 선위페이, 예원제 등... 모두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이라 흡입력을 더한다. 원작 내용상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묵직한 분위기로 이어지기 ...

<폭력과 존엄 사이>잠깐 내린 눈... - 은하수
은유 작가의 <폭력과 존엄 사이 -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를 만나다>의 '들어가는 말'에서 "잠깐 내린 눈"이라는 말이 나온다. 간첩의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 7명을 인터뷰 했다. 그 중 고 심진구와 부인인 이정미 두 사람은 노동 운동을 하다가 만났고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심진구가 집 앞에서 검은 승용차에 태워져 사라졌다. 왜, 어디로 끌려갔는지 몰라 가슴을 졸이다가 열흘 만에 안기부에서 연락을 받고 잠깐 남편을 만나러 갔는데 차를 빼러 간 안기부 직원을 피해 1~2분이나 될까 말까 한 순간 남편 심...

인간의 생은 영으로 시작해서 영으로 끝난다 - scott
[열한 번째로 본 아파트는 벽장은 하나뿐이었지만 유리 미닫이문을 열고 조그만 발코니로 나갈 수 있었다. 발코니에 나가니 10월인데도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고 바깥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가 길 건너편에 보였다. 윌럼이 손을 들어 인사했지만, 남자는 인사하지 않았다.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중에서(c)Todd Hido: 3878, from Interiors/Motels (2005). Photograph: Courtesy the artist여러 도시를 순회하고 취재를 마친 어느 날 모텔로 돌아 온 한야 야나기하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