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간결한 문장 속에서 깊은 생각을 끌어낸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 새파랑
N22052 ˝소설들에는 이 ‘그런데‘, ‘갑자기‘가 너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 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만큼 인생에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가득한데!˝지금까지 체호프의 책은 다섯권을 읽었고, 이정도면 많이 읽었다고 생각을 해서 한때는 이젠 체호프 책은 더이상 안사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안읽은 그의 작품들은 많이 남아 있었다.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단편집에는 총 17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중 처음 읽은 그의 작품은 무려 11편...

우리가 본 모습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 그레이스
우정과 신뢰, 진실과 편견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설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편견들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기성세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한다. 고등학교 1학년 박서은이 학교 건물 뒤 옛 소각장에서 벽돌에 맞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절친 지주연이다. 주연이가 서은이랑 전날 그곳에서 만났다는 사실과 벽돌에서 나온 주연이의 지문이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연이는 둘이 만나서 다퉜다는 사실은 시인하나, 그 이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방송국이나 신문 기...

<침묵> : 로드리고와 신(神)의 서로 다른 두 침묵 - 겨울호랑이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 그러고 나서 그는 원망스러운 눈빛을 제게 보내며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듣고 흘려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겁쟁이의 이 한탄이 어째서 예리한 바늘이 되어 제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것인지요?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들 비참한 농민들에게, 이 일본인들에게 박해와 고문이라는 시련을 주시는지요? 아니, 기치지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다른 무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_ 엔도 슈사쿠, <침묵> ...
 
서로 보듬어 살리는 다정함 - 얄라알라
'토끼 효과'라는 원제 그대로였다면, 양육이나 인구 문제 도서로 오해했을 뻔하다. 더퀘스트 출판사 편집진은 "다정함"이 부상하는 코로나 블루 시대에 어울리는 제목을 달았다. [다정함의 과학]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나란히 입소문이 뜨거운 책이다. 저자 켈리 하딩은 정신의학 교수이다. 건강의 의미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 모두 더 건강해질 가능성을 진료실 밖에서도 찾아 왔다.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그녀가 도달한 결론을 집약한 표현이 바로 '토끼 효과'이다. * *'표준 토끼 모델'의 실험 대상 토끼들은 수 개월 간 동일한 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주의 멸망을 가속화하는가 - 닷슈
나는 우주와 환경에 대한 책 모두에 관심이 많다. 우주에 대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한 없이 나를 작게하며 이 좁은 창백한 점에서 분투하는 모든 노력이 허사 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워낙 스케일이 크서 압도적이고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주의 시작과 끝, 그리고 허무한 질문인 '우주가 대체 왜 생겼고 그 전엔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인간이 알수 없는 부분이다. 너무나도 크긴 하지만 우리 은하도 태양계도 지구도 우주의 법칙을 적용받는 우주의 일부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환경 분야는 실존의 문제다. 2022년 ...

상실과 애도의 시간 - 자목련
슬픔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슬픔에 관할 수 있는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설령 슬픔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해도 그건 그의 고유한 영역이다. 슬픔을 달래고 이겨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슬픔을 달래고 이겨내는 방법이나 방식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수영의 에세이 『긴 작별 인사』 은 그런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상실과 애도에 대해 어떤 말이나 행동이 아닌 기록으로 말이다.그런 면에서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기록이며 개인적인 고백이다. 그러나 상실과 애도는 누구나...

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이렇게 읽었다 - 초란공
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이렇게 읽었다 저녁에 아내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로 중점을 두어 읽은 부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비교적 얇은 책인데도 이렇게 다르게 읽을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이걸 정리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정리하는 글은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남겨두고 싶어서 쓴 글이다. 다시 며칠 전에 쓴 이 책의 리뷰와 책을 들쳐보다가 바로 116년 전 오늘이, 그러니까 1906년 4월 18일 오전 5시 12분에 리히터 7.9 규모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인류 최악의 무기 - 미미
2014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는 로힝야족의 상황을 '천천히 태우는 제노사이드라고 표현했다.(중략) UN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62퍼센트가 강간당했고 여덟 달 된 아기들까지 목이 잘렸다. p.107 *제노사이드: 인종, 이념 등의 대립을 이유로 특정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여 절멸시키려는 행위버마군은 로힝야족의 거주지에 들이닥쳐 남성들을 불태우고 여성들을 강간, 살해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이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는 사실상 정부 수반이었음에도 이 일에 침묵했다. 불교인들이 다수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

포착하고 기록하고 기억하는 이미지, 세상을 향한 메시지 - scott
'보셰프는 근처에서 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만족을 느끼는 사람의 말 없는 행복감이 그 얼굴 위에 나타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잠든 사람은 죽은 듯이 누워 있었고, 그의 눈은 슬픈 듯 깊이 감춰져 있었다. 그들에겐 생의 잉여라 곤 티끌 만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잠을 잘 때는 심장만이 살아 그들 각자의 목숨을 지탱해줄 뿐이었다.'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고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드로잉을 그린 적이 있다. 아마도 그 드로잉은 그의 글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가 러시아어로 글을 썼기 때문에 나...

이[蝨]를 끌어안아 성녀가 된 창녀이야기 - 잠자냥
이름난 고전은 주로 10대 때 읽었던 터라 세월이 흘러 다시 읽으면 그 어린 날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인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도 그랬다. 나는 이 책을 어린 시절에(기억으로는 열다섯 살 아래 때) 엄마의 세로쓰기 책으로 몰래 읽었는데, 몰래 읽은 까닭은 거기서 뭔가 그 나이 때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단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단어는 ‘창녀’라든가 ‘몸을 판다’와 같은 것들로 읽으면서 뭐랄까 의식적으로 아, 몰래 읽어야겠다! 싶어진 것이었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흘러 나는 이 작품을 아주 오...

Beach Read와 의식으로의 여행 - 단발머리
1. Beach Read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작별인사한동안 로맨스 금지를 선언했는데, 이 책을 또 읽어버렸다. 다른 인종 간의 로맨스를 소설로 읽는 건 처음인데, 그가 혹은 그녀가 다른 피부색인 것이 사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뻔한 진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한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중층적인 존재인지, 유혹당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유혹에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결론이 정해져 있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통해서도 관계의 오묘함을 재발견할 수 있다. 좋았던 문장은 여기....

대중 과학서의 매력 - 호두파이
˝We are one species.We are star stuff harvesting star light.˝ <코스모스>학창시절 4월이면 과학의 달이라고 연례행사를 치렀었다. 때에 따라 글짓기, 상상화, 물로켓, 비행기, 발명품, 생태관찰 같은 것들을 번갈아 치를 때는 몰랐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재미를. 학창시절에 ‘해야 하는 일‘이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과학을 위시한 공부가 하고 싶어진 데에는 ‘막연히 멀게 느꼈던 마음‘에 ‘번잡한 인생문제와 가장 멀리 떨어진 분야‘라는 두 가지 거리감...

정원을 가꾸는 마음 - 프레이야
아침에 큰딸이 드립해준 커피를 마시며 우연히 보게된 프로그램에서 '아내의 정원'을 보았다. 오산의 호숫가에 800여 평의 자연정원을 40여 년간 가꿔온 여인과 그 남편의 이야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큰 자연정원이었을 리 없다. 미약하게 시작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지 느껴졌다. 86세의 남편과 사는 83세의 이 아리따운 여인은 안홍선 님. 시인이자 퀼트예술가인데 말도 맵시도 참 곱구나, 속말을 하며 보면 볼수록 두 사람의 멋스러움이 배어나 마음에 참 좋은 거다. 두 분 모두 상당히 멋쟁이인데 그 멋이란 게 예술적 감각을 타고난 점에...

대체 누구냐, 난 - 공쟝쟝
언제부턴가 이별이나 상실을 경험하면 정희진을 읽는다. 내게는 그만한 진통제가 없다. 진통제라니…취소취소. 내겐 그만한 긁어팜이 없다. 헤어짐을 헤집어서 똑똑히 노려본다. 다시는 너한테 당하지 않을거야라고 잘봐둬 잘봐둬 하는 데 성공한 적은 없다. 각각의 이별은 이별자체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지만, 결국 잘봐둬 잘봐둬 하면서 내가 알게 되는 건 이별(혹은 분리) 자체를 거부한 댓가라는 씁쓸한 인식? 언제나 철을 모르고 때를 모르는 건 나고 그건 좀 스스로에겐 애석하지만. 철과 때를 아시는 분 신밖에 없지 않나. 만나고 영향을 미치고 ...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다르게 생각하기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식 정보화 사회의 ‘진정한’ 의미는, 언어/사유의 힘이 중대해졌다는 사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자기 언어를 갖지 않으면 존재 양식을 잃는 시대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돈이나 물리력이 없다. *절대 다수인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은 윤리와 언어뿐이다.*
- 언제나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윤리와 언어 뿐. (낯선 시선 중에서) - P17


당신의 삶은 색바래지 않았다 - 구단씨
우리 살아가는 모든 시절의 장면과 이야기를 색으로 담아내면 이렇게 될까. 이렇게 그립고 예쁜 색이 있을까? 우리가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칠하면서 살아왔을까? 개인이 살아온 모습이 다르니까 그 색도 다르겠지만 비슷할 것이다. 다들 그렇게 태어나고 자라면서 늙어가는 거라고, 그게 뭐 별거냐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상하게 하고 싶은 말 한마디가 가슴에 박혀 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암튼 그렇다. 간단한 한 마디로 풀어낼 수 없는 게 우리 살아온 시간이 아닐까 하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양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