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23년간 읽은 2,178권의 의미 - 안녕반짝
책 읽기 기록장을 정리하다 문득, 읽었지만 리뷰를 기다리는 책들이 몇 권인지 궁금했다. 나에게 리뷰는 책을 읽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책을 곱씹는 작업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꾸역꾸역 리뷰를 남겼다. 그리곤 잊어버렸다. 리뷰가 남아 있다는 안도감 때문에 언제든지 기억하고 싶으면 리뷰를 찾아보면 된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뷰에 되도록 스포일러를 하지 않은 탓에 다시 읽어봐도 결말을 모르는 책들도 있고, 내가 쓴 글이 낯설게 느껴져 감정에 휩쓸리는 등 부작용도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내 독서기...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 - H에게 보내는 마음 - 자목련
H와 연락이 끊긴 지 3년째다. 2017년 초, 1년을 목표로 봉사와 공부를 하려고 해외로 떠난 그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면 “고객의 요청에 의해 당분간 착신이 금지되었다"라는 친절한 안내 멘트가 나온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일에, 명절에 문자를 보낸다. 문자가 도착했을지, 그녀가 확인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안부를 전한다. 떠나기 전 우리는 만났고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녹차를 마셨다. 그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며, 이곳은 춥거나 덥다고 나는 잘 지낸다고, 보고 싶다고 그런 말...

우리들의 상실 - 고통의 순간들 그리고 마지막 장 -
삶은 고행이다, 라고 일찍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누군가 말했다. 생채기를 만드는 칼바람을 고스란히 견디며 한고비, 한고비 고통의 순간을 넘다보면 어느덧 마음은 세월이 남긴 흔적들로 어지럽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데도 바지런히 찾아드는 거대한 삶의 일부, 오로지 홀로 감내해야만 하는 그 필연적 존재 앞에서 당신은 잘 견뎌내고 있는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길을 오늘도 묵묵히 걸었을 당신에게 안부를 전하려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속속들이 알고 있는 무수한 인물들, 방대한 세계 속에서 한줌의 이야기를 추리...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 chika
급하게 시집을 살 예정은 아니었으나.제목이 마음 한구석을 찌르고 있는 어느 날, 이 시집을 사야겠구나 싶은 생각에 다른 책들을 제끼고 덜컥 구입을 했다. 그리고.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시편들을 낯섦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 아니었다면 책을 펼쳐들고 참았던 눈물이 또 베개를 적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띄엄띄엄 글자들을 읽었다. 꿈은... 무엇일까. 아플 때, 가끔 아픔이 오는 곳을 생각한다. 바닥을 구르던 가시덤불이 어느 웅덩이에 처박히듯이, 고통은 어디로부터 날아와 내 몸속에 뛰어드는 것일까 아니면 ,...

책 읽어드립니다 - 단테의 『신곡』 - 단발머리
설민석에 대해서라면 호불호가 갈린다. 아롱이는 열렬한 팬이라 할 수 있고, 웃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남편도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설민석의 능력은 의심하지 않지만 가끔은 표현과 기교가 너무 작위적이지 않은가 생각하는데, 내가 틀어놓은 유튜브 클립 ‘책 읽어드립니다 – 신곡 (지옥편)’을 슬쩍 쳐다보며 큰아이가 물었다. 엄마, 뭐랄까. 말로 하기는 참 그런데 말이야, 약간 사기꾼 같지 않아? 약장사 같다고 말했었지, 내가. 큰아이는 기억을 못하는 듯한데, 내 말을 기억하는 큰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거라고, 난 생각한다. 아롱이의 ‘우리...

다시, 월든을 펼치며... - yureka01
핸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같이 시골로 내려가 오두막을 지어 놓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요즘은 간단하지 않거나와, 홀로 단독의 삶이 아니고서 가치관이 다른 가족이라도 있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꼭 핸리처럼 빼다 박은 삶도 좁아터진 여기 이 나라 국토에서도 어렵다. 지형이 악조건의 험악한 산지가 아닌 담에야 원시의 자연 그대로인 곳은 드물기도 하다. 또한 굉장히 디테일하게 토지의 용도 구분이 되어 있어서 아무 곳에서 마구 오두막이라도 신고를 하든 허가를 받아야 집을 지을 수 없다.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슷하게나마 소로우처럼 자급...

또 배운다. - blanca
거의 항상 습진을 달고 살았던 왼손 중지에 생긴 염증으로 왼손을 이 주 동안 쓰지 못했다. 고작 손가락 하나인데 살짝 뭔가 닿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의 통증이다보니 아예 왼팔은 옆구리에 붙이고 다니는 지경까지 갔다. 생각보다 한 손만 사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세수도 양치도 머리를 묶는 일도 그랬다. 아이의 패딩 점퍼 지퍼를 채워주며 부들부들 떠는 엄마를 내려다 보며 아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항생제를 먹고 소독을 하고 연고를 발라도 여전히 차도가 없어 손가락에 주사까지 맞았다. 손가락 주사는 마취 주사를 먼...

쓰기 본능 - 푸른괭이
읽기 본능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쓰기 본능이다. 쓰고 싶다! 단 단어라도, 단 한 문장이라도! ^^; 한 번 웃고 피식, 삐질한 이유는, 이것이 직업인 자(즉 작가-소설가, 인문학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멋쩍어서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쭉 거의 24시간을 아파서 아무것도 못 읽고 못 쓴지라 이 일상이 너무 소중하다. 저녁에 (이제는 독일회사가 된!) 배*으로 커피를 시켰으나, 토해서 못 먹고 아이 재우고 여사여사 정신 차리고 보니 이 시각이다. 전자레인지에 커피를 데워마신다. 흑, 넘나 맛있는 것이야! 나는 달달한 바닐라...

2019년 나만의 북어워드 & 올해의 책과 문장들 - AgalmA
정리되지 않은 채 더 많은 것들 속으로 들어가는 삶의 연속입니다. 여행을 가려던 발길을 돌려 이 글을 씁니다. 여행에서의 아쉬움처럼 이 글도 분명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간과한 무엇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시작합니다. ​​◆ 무엇보다 극복의 1월 [문학 & 에세이]1.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2010. 11. 28, ★★★★)그의 첫 시집『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를 읽고 같이 정리하고 싶었는데 어느새…….다른 시보다 지나치게 더 기억할 만한 시 두 편 「이상견빙지」, 「입속의 검은 잎」 중 ...

2019년 정리 - 다락방
올해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걸까. 시간은 왜, 어째서, 플랭크 할때만 느리게 흐르는가. 어째서 그런가, 어째서..기다리던 달콤한 주말도 또 다 지나가고 있고, 어쨌든 남은 열흘 정도의 시간동안 내가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해도 올해 인상깊었던 책이나 작가에 변동이 생길 것 같진 않다. 그러므로 정리해보는 2019년의 책과 작가들. 그동안 잘 안했었는데 올해는 꼭 하고 싶었다. 꼭 이름을 알리고 싶은 작가들이 있어서. 올해의 책이라고 해서 올해 나온 책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2019년 하반기에 좋았던 책 - 잠자냥
2019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에 이어 7월 이후 현재까지 읽은 책 중 특별히 좋았던 책을 ‘신간’ 위주로 골라본다. 소설 1. 밀크맨상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이었다면, 올 하반기에는 단연코 <밀크맨>이다. 몇 년 만에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작품. 500쪽 남짓한 분량에 이 세계의 거의 모든 문제를 담고 있다. 주인공이 사는 이런 세상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내가 사는 세계도 그리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독창성과 보편...

엄마의 집밥과 엄마의 늙음과 엄마의 노후와... - 구단씨
오늘 저녁 밥상에 오른 음식은 제육볶음이다. 어제 마트에서 할인 가격으로 사 온 부드러운 돼지고기에, 온갖 야채를 듬뿍 넣어 얼큰하고 달달하게 볶은 게 내 입맛에 딱 맞는다. 고기보다는 야채를 먼저 집어 먹고 있는데, 엄마가 슬쩍 고기를 집어 나 있는 쪽으로 놓는다. 같이 먹자는 의미다. 어제 같이 사 온 밤맛 막걸리를 한 잔씩 나눠 마시면서, 오늘 저녁은 평소보다 많이 먹게 된다면서 투덜투덜. 그래도 젓가락질을 멈추지는 않는다. 맛있으니까. ^^ 일상의 많은 날에서 종종 엄마와 이런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집 앞의 중국집에 가서 ...

[영화] <결혼 이야기> - ‘이혼 과정을 따라가며 생각해보는 결혼의 의미’ - 초란공
영화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감독) 노아 바움벡 (Noah Baumbach)(주연) 스칼렛 요한슨 (Scarlett Johansson)| 애덤 드라이버 (Adam Driver) ‘이혼 과정을 따라가며 생각해보는 결혼의 의미’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배우 애덤 드라이버 때문에 선택한 영화였다. 그는 대작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 세 편과 <프란시스 하>, <인사이드 르윈>등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나의 눈길을 붙들었던 영화는 2016년 개봉작...

내가 사랑하는 2019년 올해책 《80세 마리코》 - 숲노래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만화책문학잡지 편집장이 된 여든 살 할머니― 내가 사랑하는 2019년 올해책 《80세 마리코》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 사이에 나온 책을 모두 읽지는 못했습니다. 올해에 나온 책을 모두 장만할 돈이 아직 없기도 했지만, 눈에 안 뜨인 책이 있고, 미처 알아보지 못한 책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달이 백 자락 넘게 챙겨서 읽은 사람으로서 제 나름대로 2019년 올해책 한 가지를 꼽으려 합니다. 지난 2018년 10월 31일에 첫걸음이 나오고, 2019년 1월 31일부터 12월 31일까...

2019년을 마무리하며 - 비연
아직 이틀 남았지만, 내일과 내일 모레는 여기다 글 남길 여유가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책 읽을 여유도 많지 않을 것 같아 오늘 잠깐 결산을 해볼까 한다, 올해를. 사실 고백하건데, 2019년은 독서 측면에서는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한 한 해였다. 게을렀고 넷플릭스와 왓챠에 정신이 많이 팔려 있었다. 하지만, 또 여성주의 책읽기 라는 기회를 통해서 오랜만에 생각이라는 걸 하면서 보내기도 했었다. 알라딘에 글 올리는 것도 아주 드문드문이어서 이번엔 올해의 서재에는 낙방, 북플 마니아로만 당선된 결과도 낳았다. 북플 마니아라고 하는...

2019년의 독서 - 책의속밖
원래도 책을 읽고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은 웬일인지 모르겠다. 늘 그렇듯이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았던 한해였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책을 (특히 소설을) 읽었다. 이것은 다행인가, 불행인가. 올해 읽은 책을 간단히 정리하고 넘어간다. 이제 곧 한 살 더 먹는다.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이 남았다. 1. 카프카 올해는 내 사주에 '병화'가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시작했다. 큰 불을 뜻한단다. 카프카의 사주에도 병화가 들었단다. 읽은 작품이 없어도 친밀감을 ...

마음의 의도와 말의 의도 - 프레이야
2014년 12월, 이스탄불 그랜드바자르를 거닐다 어느 호객꾼의 친근함에 끌려, 혹시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게에 불쑥 들어간 적이 있다. 여자 한 명 남자 두 명이 앉아 유쾌한 담소 중이었다. 내용은 모르지만 표정과 공기가 그랬다. 남자가 의자를 내어주며 차를 건넸다. 몸이 한순간 녹았다. 그게 보자는 아니었고 정신이 번쩍나게 뜨겁고 달달한 차였다. 잠시 의심했던 게 미안해졌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터키 전통차 보자 장수 메블루트가 나온다. 이 긴 소설의 결미에서 그는 절대 보자 파는 걸 그만두지 말아달라는 어느 우아한...

여자애와 도망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첫문장)- P17


2019년 책읽기, Top 10 그리고 최고의 한 권 - Falstaff
올 한 해, 저를 책 읽기의 짜릿한 엑스터시로 끌고 갔던 것들만 골랐습니다. 이름하여 Top 10, 그리고 '한 권의 최고'. 2019년에는 권수로 209권, 편수로 188편을 읽었습니다. 이 가운데서 ‘예전에 읽은 명작 다시읽기’로 선택한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개선문>, 디어도어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은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래 먼저 40편의 작품을 선택하고 이 가운데 열한 편을 다시 추려...

2019 독서 결산, 2020 독서 계획 - 하이드
알라딘에서 지난 11월에 보내주었던 책기록에 11월, 12월 기록을 추가해서 업데이트한 메일을 보내주었다. 잔인한 사람들. 뭘, 또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그러세요. 11월 말에 책에 대한 욕망의 문을 활짝 열고, 다시 닫았지만, 찔끔찔끔 닫아서 이제 막 완전히 닫은거 같은데, 굳이 문 열렸을 때 쏟아져 들어온 책의 기록을 .. 반성하고, 오랜만에, 독서 결산을 하고, 독서 계획을 세워봅니다. ㅁㅁ 2019년 독서 결산 ㅁㅁ 1. 김명희 <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페미니즘 프레임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읽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