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인도. 이 책을 읽기 전, 내게 인도는 막연히 붓다... - mini74
인도.이 책을 읽기 전, 내게 인도는 막연히 붓다의 나라이자 명상의 나라, 그리고 신비의 나라였다. 류시화의 책들이 그러했고, 수많은 인도견문록들이 내게 그런 생각을 심어 주었다.카스트와 불평등, 그 속에 숨은 참혹한 것들을 신비와 허울좋은 말들로 꾸민 몇 편의 책들은 배신감마저 들게 했다. 공항을 세우고, 도로가 넓혀지는 바로 그 옆에서 누군가는 죽어가고, 분신을 하고, 삶을 포기하는 곳.아이가 아이다울 수 없고, 여인이 여인다울 수 없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기가 너무 힘든 나라가 바로 인도가 아닐까 한다.이 책속에는 많은 인물들이...

지옥의 기록 - blanca
어떤 사람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잊지 못할 가교 역할을 한다. 그것은 사람, 장소, 취미 때로는 책이 될 수 있다. 한 책이 다른 책으로 인도하는 텍스트의 링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가 그랬다. 서점에서 책의 실물이 단박에 나를 사로잡아 작가도 내용도 제대로 짐작조차 못하고 이 책을 샀다. 실제본이 그대로 드러나는 책등, 어디 하나 걸리적거리지 않고 백팔십도로 활짝 펼쳐지는 책의 제본이 내용을 능가한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로 읽다가도 자꾸 책등을 쓰다듬고 책을 펼쳐보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책은 흥미롭게도 그 책을 대...

생존과 필요로써의 도덕 - 닷슈
진화론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도덕의 발생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최우선으로 하는 생물개체에게서 이타심이라는 것이 좀처럼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자연계는 무한경쟁으로만 채워져 있진 않다. 서로간에 가진것이 다르고 약하기에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혈연관계의 협력과 희생은 물론 같은 종간의 집단적 협력, 심지어 이종간에도 공생도 그래서 존재한다. 이들은 심지어 공진화도 한다. 물론 인간의 도덕은 공생같은 단순한 협력 그 이상의 것이다. 진화론은 보통 호혜성이론으로 이타성의 발달을 설...

얼마큼의 돈이면 인간은 자유를 살 수 있을까? - 잠자냥
기싱의 글은 오래 전에 한 에세이를 통해 처음 접했다. 이제는 제목도 생각나지 않고, 어떤 계기로 읽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때 그 글이 지닌 고독하고 쓸쓸한, 그러면서도 유려한 문장은 마음에 스민 채 고스란히 남았다. 그 뒤로 기싱을 더 알고 싶어서 <봄의 수상>이라는 제목의 작은 문고판을 사서 한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봄의 수상>에 실린 그의 글들을 읽노라니, 기싱은 담백하지만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으로 삶의 온갖 비밀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섬세한 눈을 지닌 작가였다. 그의 에세이만이 아닌 소설도...

[여성주의 고전을 읽다] 고전을 읽어야하는 이유 - 블랙겟타
예전에 대학생시절 서양정치사상의 고전을 소개한 책을 읽다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아리스토텔리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랑 플라톤의 『국가』를 덜컥 구매한 적이 있다. 꽤 오랫동안 책장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결국 근 몇년동안 잦았던 이사를 통해. 결국 처분할 수 밖에 없었다. 무겁기도 무겁고... 읽을 것 같지가 않았다.(사놓고 안 읽었다는 얘기다.ㅡㅡ)이렇듯이 고전은 진짜 스스로는 못 읽겠다고 느꼈었다.흘러흘러 작년 말부터 우연한 기회에 참가한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에서 7월 선정도서로 이 책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로 정했...

다방면으로 읽고 있는 삼국지 여행 - 그렇게혜윰
요즘 설민석 작가가 2권짜리 삼국지연의를 출간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나는 그 책의 좀 전에 어린이책으로 중국 3대 고전 문학을 읽던 참이었는데 역시나 그 중 제일은 <삼국지>인지라 이참에 더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삼국지의 세계로 다시 들어갔다. 이번 독서 여행 이전의 삼국지는 고등학교 때 한 권 씩 사서 읽던 이문열의 삼국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 두 번 읽은 장정일의 삼국지가 있다. 두번 읽었다는 건 그만큼 이전의 책보다 나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해준 어린이책은 보림에서 출간된 중국3대고전 ...

너무도 가까이 있는, 잘 아는 아이의 죽음... - 구단씨
큰조카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고민할 때, 나는 그 아이에게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고, 꼭 대학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면 그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을 조금 더 빨리 전문적으로 배워서 사회에 나가는 게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 아이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바람을 멈출 수는 없었다. 대학졸업장이 대한민국의 교육에서 당연히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의무교육처럼 느껴져서다. 졸업 후 오랜 세월 취업준비생이 되더라...

다시 읽은 <키다리 아저씨> 그리고 작품 안의 <상호작용 의례> - 겨울호랑이
키다리 아저씨께 저는 지금 라틴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열심히 했지만 시험을 치를 때까지 더욱 열심히 할 거에요. 그리고 시험이 끝나도 라틴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거에요... 시험이 끝나면 제대로 된 편지를 쓰겠습니다. 저는 오늘밤 라틴어 공부와 긴박한 싸움을 벌여야 하거든요. 몹시 서두르고 있는 주디 애벗 올림(p64) <키다리 아저씨> 中 아내의 서재에서 진 웹스터(Alice Jane Chandler Webster, 1876 ~ 1916)의 <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

191015Tue - 191016Wed - syo
세 가지 맛을 준비해 보았사온데… 짠맛 정의definition는 속인다 (이하에 쓰이는 모든 ‘정의’는 언급이 없으면 definition을 뜻합니다) “그건 성추행이 아니지“라는 말은 성추행의 범주를 결정하는 말이 아니다. 발언자의 윤리를 드러내는 말이다. 반대의 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어야 한다/~이 아니어야 한다’라는 윤리의 말을 ‘~이다/~이 아니다’라는 정의의 말로 치환해 쓰곤 한다. 그것은 ‘이다/아니다’라는 어법이 감당하는 영역이 넓은, 우리말의 관용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언어사용자...

《빅 브러더》돼지의 돌진 - 다락방
요즘은 매일 피곤하다. 피로를 잘 느낀다. 지난 주에 친구를 만나 내 증상을 얘기했더니 '어, 그거 갑상선 항진증 증상같은데' 했다. 이미 갑상선 치료약을 먹고 있던 친구인데 아마도 내가 느끼는 증상과 비슷했는가 보았다. 마침 오전에 방문한 한의원에서도 갑상선이 안좋단 얘기를 했다. 6월의 수술 때문에 피검사라면 질리도록 많이했고, 그 때 갑상선 이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는데.. 하는수없이 주말에 갑상선 수치 검사를 해봐야겠구나, 생각하는 참이었다. 그러던 어제 오후, 아빠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응 아빠.""밥 먹었어?""응.""오...

내가 근면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금 느긋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특히 미디어 장치들 덕분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끝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못마땅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후를 통째로 보낼 수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아마 내가 괴로웠던 것은 나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든 쉽게 익힐 수 있는 재주인 듯했고, 마치 감기 바이러스처럼 집 안에 숨어서 내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P106


여행자의 반갑고 특별한 안내 - 자목련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117쪽) 김영하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다 읽고 발췌한 문장을 적어보니 내가 어떤 단어에 끌렸는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환대’였다.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을 그리워했던 것일까. 현재의 일상에서는 그런 환대가 사라졌다는 증거처럼 보였다. 일상에서의 일탈 혹은 탈피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라 여행을 정의한다...

작품의 기원 그리고, 표절의 표절의 표절들 - CREBBP
한 때 최고 흥행 히트를 쳤던 영화 아바타는 표절 문제로 꽤 시끄러웠었다. 첫번째 표절은 제작사의 전 직원이 재직 중에 썼던 이야기인 <K.R.Z. 2068>이 <아바타>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이다. 두번째는 제랄드 모라우스키의 작품 <Guardians of Eden>을 영화화하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과 여러번 미팅을 했지만 무산되었는데, 아바타에 작품을 베꼈다는 것. 이 작품의 내용은 사악한 광산업자가 자신의 탐욕을 채우고자 자연의 우림을 파괴하고 원주민과 대립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출처 h...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 - 푸른괭이
어제 문득,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왜 그랬지? 아마 최근 내가 겪은 일련의 일, 심지어 사건이 이런 물음을 구체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죽게 될까. 나의 사인은 무엇일까. 언제 어떻게 죽게 될까. 현재 통계상으론(^^;)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이 제일 보편적인 사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본 것 같다. 즉, 암이 아니라면, 뇌든 심장이든 어디서 터지거나 막히거나 정지해서 돌연사 비슷하게 죽는다는 것인 듯. 이런 병사가 아니라면 사고사일 터. 아무튼 노인성치매만은 피하고 싶고, 혹시 그리 된다면 조용히 ...

다시 읽지 않기 위해 읽는 책에 관하여 - stella.K
1. 혹시 집에서 무슨 소리 나지 않나요?며칠 전 책 박스를 들어냈다. 젊은 날 발품 팔아 모은 책들이었다. 그땐 지금같이 인터넷으로 책을 사던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꼭 발품을 팔아야 했다. IMF가 나고 살던 집을 전세로 돌리고 2년쯤 더 산 뒤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 4백 권쯤 되는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안 하고 라면 박스 몇 개 인지도 모를 박스에 담아 이사를 왔을 땐 그것을 풀게 될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거실에 붙박이용 수납장이 있으니 거기에 꽂아두면 된다고 했으니까. 엄마가 말한 붙박이용 수납장은 ...

니체를 알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책들 - 북프리쿠키
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소개했다.니체의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포스팅한다. * 발췌한 부분을 나름 생략, 편집하였음을 양해바랍니다.니체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거의 백 년이 다 돼 간다.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니체라는 이름과 몇가지 소문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니체 이해가 어렵다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라고는 하지만, 유행과 이해의 괴리가 우리만큼 큰 곳이 또 있을까.(...)재작년 니체에 관한 책<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글>을 낸 후로 니체를 읽고 싶...

그때는 꽃들의 계절이었으니... - oren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동안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몇몇 친숙한 철학자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철학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한결 가뿐하게 도와주는 특급 도우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철학자들은 마치 어두컴컴한 지옥을 여행하는 단테에게 끊임없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준 베르길리우스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테니까. 총 13권이라는 어마어마한 길이로 구성된 대작 가운데 고작 4권밖에는 읽지 못한 독자가, 마치 수십 년에 걸쳐 정교하게 축조된 고딕 양식의 거대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은 뭐부터 먼저 읽어야 할까? - cyrus
국내에 번역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책이 꽤 많다. 대부분 사람은 츠바이크를 소설가 또는 전기(傳記) 작가로 기억한다. 츠바이크는 발자크(Balzac), 에라스뮈스(Erasmus),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등의 전기와 평전을 썼다. 그뿐만 아니라 시와 희곡도 썼다. 츠바이크가 작가로서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은 시집이다. * 최성일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11) 츠바이크의 작품들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를 난감하게 만든다. 사...

시대와의 불화, 그리고 독서가의 책임 - 카알벨루치
시대와의 불화1 나쓰메 소세키는 신지식인이다. 당대에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유학을 다녀온 재원이다. 영국 유학경험이 그를 지식인의 반열에 가지게 올려놓았다고 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유학 생활 가운데서 느낀 무한한 고독감, 고립감이 그를 더 치열한 지성인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멀리서만 바라보았던 선진국인 영국, 하지만 정작 영국 땅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부터 느꼈던 심각한 괴리감은 그를 정신병까지 몰고가서 유학을 보낸 고국에서 걱정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2 소세키의 『태풍』에서 주인공 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