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점빵의 세월 - 구단씨
혹시 ‘점빵’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어렸을 적에 아빠가 점빵에 가서 뭘 좀 사 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아마 자주 들었던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구멍가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 초록창에 찾아보니 이런 의미를 말해준다. ‘전방(廛房).(명사)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같은 말), 전포(廛舖).(비슷한 말), 점방(店房, 가게로 쓰는 방)’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마 ‘점방’을 센 발음으로 하다가 ‘점빵’이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

밀란 쿤데라_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oren
안녕하세요?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밀란 쿤데라는 1929년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나 프라하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1968년에 일어난 '프라하의 봄' 사건 이후 반체제 인사로 내몰려 출판금지 등의 탄압을 받은 끝에 1975년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작가이지요.그는 아버지가 저명한 음악학자였던 덕분에 보헤미아 전통 음악과 피아노를 배웠고, 대학에서는 문학과 미학뿐 아니라 영화학을 전공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연극예술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 감독 수업을 받은 ...

무지개 다리를 건넌 고양이와 그녀를 위한 책들 - 꼬마요정
지난 4월, 부모님과 관련없이 처음으로 냥줍해서 키웠던 쭈쭈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12살이 될 때까지 잔병치레도 거의 안 하고 언제나 상냥하고 너그럽고 식탐 많던 착한 고양이었다. 밑으로 동생들이 들어오면 씻겨주고 보살펴주고 참 잘 지냈더랬다. 그러다가 13살 쯤 구내염으로 고생하면서 신장도 망가지고 점점 힘들어하더니 15살.. 결국 마지막 숨을 내쉬고 떠났다. 못다 준 사랑만 기억하리라는 싯구가 계속 맴돌았고,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을 잊기 위해 선택한 책들이 바로 <전쟁과 평화>, <황폐한 집>, <...

다른 공간, 같은 읽기 - blanca
교생 실습을 나가고 난 후 스스로 교사가 될 자질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고작 한 달이었지만 중학생 아이들과 생각보다 교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꼈고 수업에 대한 열정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던가 확신이 안 선다. 아이들과 어쩌면 함께 했을 수도 있을 교실에서의 수업의 정경을 떠올리게 된다. 같이 읽고 쓸 수 있다면, 그 또한 지금은 짐작하기 힘든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어렵고 생각대로 안 되고 때로는 상처 받고 실망하고 무력감에 휩싸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 않...

올랜도, 신화와 고전을 사색하다. - 그레이스
7일 동안 죽음과도 같은 잠을 잔 올랜도, 몽롱한 상태의 시간이 지난 후, 사샤를 기억하고 흐느껴 운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는다. ‘토머스 브라운경의 길고 경이롭게 비틀어진 사고의 섬세한 표현을 살펴보았다’는 것은 쉬운 책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올랜도가 고독에 빠지는 방식이다. 그렇게 책에 빠져 들어가며, 슬픈 기억이 사라지고, 자신이 있는 저택과 재산이 사라지고, 하인들이 사라지고.... 철저한 고독에 빠진다. 당시 읽고, 쓰고, 출판하는 행위는 귀족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끊임없이 쓰기를...

두 발이 지면에 놓이지 않는 짧은 순간 - 공쟝쟝
이틀 전, 80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삼십 분을 온전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8주간 세 번씩, 24번 뛰면 될 것을 미련하게도 80번이나 뛴 것은 내가 그만큼 달리기에 서툰 사람이라는 뜻이고, 작년 여름부터 서너 번 도전했다 포기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만큼은 언제나 꼴등이었다. 달리기를 하고 싶었던 적? 없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달리는 게 싫어 헬스장도 등록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왜, 갑자기?🤔 순전히 코로나19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강화되는 덕에 요가를 갈 수 없었고, 직장에...

치유와 회복의 시간 - 자목련
아담한 이층집의 창문에서 한 여자가 정원을 본다. 정원에는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평화롭고 향기로운 풍경이다. 오가와 이토의 『토와의 정원』의 표지가 주는 이미지다. 그 이미지와 제목이 주는 평온함 때문에 이 소설이 궁금했다. 오가와 이토의 소설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기운을 예감했다고 할까. 동화처럼 마냥 따뜻하고 예쁜 소설을 기대했다. 어떤 면에서는 기대에 부응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닿기까지의 여정이 순탄치 않았다.작고 예쁜 집에 토와가 산다. 엄마와 단둘이 산다. 눈이 보이지 않는 토와에...

명불허전 희곡을 소개합니다! - 잠자냥
새파랑 님의 최근 <밤으로의 긴 여로> 리뷰에 달린 붕붕툐툐 님의 댓글 “희곡이라니 무조건 담습니다. 요즘 희곡이 넘나 당깁니다!ㅎㅎ”를 보고, 또 그에 이은 새파랑 님의 댓글 “툐툐님의 희곡 추천이 기대되네요^^”를 보고 미천한 제가 희곡 몇 작품을 추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극은 좋아하지 않는데도 희곡은 좋아해서 이래저래 챙겨 읽다 보니 어느덧 북플에서 제가 일곱 번째 희곡마니아라고 알려주더군요. 물론 저 위에 폴스타프 님은 희곡마니아 세 번째라고 하니, 그분 앞에서야 조족지혈이지만 아무튼 제가 읽은 희곡들 가운데 너...

210617Thu - syo
여름잠 그늘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잎을 스치는 바람에 묻어날 것만 같은 초록. 세상의 부피가 커지는, 여름이다. 그림자의 윤곽이 바짝 마른다. 그늘을 벗어나면 그림자로 그림을 그리며 척척 걸어가는 저 더운 사람들. 여름에는 천천히 걸어야지 발걸음을 세다가도 문득 빛살이, 구름이, 온갖 지나치게 선명한 것들이 눈길을 잡아채면 아, 잊었다, 처음부터 다시 하나, 둘, 셋……. 이 계절의 땅 위에는 엇갈리고 다시 만나 이어지는 길들이 수없이 놓여 있고, 산책하는 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무한해서,...

왜 긴 이야기여야만 하는가 - 초딩
왜 긴 이야기여야 하는가? 사실이나 감상이나 느낌이 오랫동안 각인되고 또 그것이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줘서 행동에까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몹시 길거나 저자의 생각의 길을 곤욕스럽게 따라가거나 정말 의도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참고로 곁들인 난해한 내용에 묻혀 허우적거리거나 몇 페이지에 걸친 문장을 겨우 헤엄치고 나와야만 오롯이 이루어지는 것 같을까? 특히 마치 뼈에 각인시킨 것처럼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와 가슴에 남겨지고 그것이 이 어떤 다른 책을 보거나 누구를 만나거나 사소한 일상의 일들을 볼 때 문득문득 되살아나 다시 그 책을 읽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 겨울호랑이
홉스봄이 분석하는 20세기, 그리고 그 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산주의를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열정적이다. 그 태도는 홉스봄이 선호하는 다른 화제를 꺼내며 개입하는 대목에서 드러난다. "우리가 롤링스톤스와 동시대에 살지 않았다면, 그들이 1960년대 중반 지핀 열기에 동참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명예의 전당 제일 위에 인민전선과 스페인 내전이 자리한다. 홉스봄은 스페인 내전을 언급하며, "이 내전이 자유주의자들과 좌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진보주의와 마...

낭만적 통증과 신체적 통증 - 단발머리
통증의 한 가지 저주는 통증이 없는 사람에게 거짓말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환자는 멜로드라마 같은, 비현실적이고 상투적인 은유로 통증을 표현하려 안간힘을 쓴다. 당뇨 신경병에 걸린 노숙인은 작은 신경들이 산소 부족으로 죽어 허벅지와 발이 덴 듯한 통증을 이렇게 묘사했다. "얼음송곳처럼 따갑고 찌르는 것처럼 아파요…" (163쪽) 흔히 쓰는 말 중에 내가 싫어하는 게 “저 애, 저거, 저거 꾀병이야.” 하는 말이 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자신의 아이에게 누가 그런 말을 할까 싶겠지만 나는 많이도 보았다. 주변의 엄마들도, 가까운 사이의...

하지만 대체 왜? 통증은 행복의 대가였을까, 행복을 누린 벌이었을까? 통증의 어원은 처벌을 뜻하는 라틴어 ‘포이나 ‘poena, ‘갚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포이네‘’ poine’, ‘지옥에 떨어진 영혼이 겪어야 하는 처벌과 고통’을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펜peine’이다. - P37


여름, 폭풍 그리고 자기애.. - 다락방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라는 제목은 이 책을 읽고 싶어 샀으면서도 읽기 싫어지게 만들었다. 원제가 《Silent Scream》인데 굳이 '너를 죽일 수밖에 없었어'라는 제목으로 바꿔야 했을까 싶지만 읽다보면 왜 그렇게 했는지도 알겠다. 그래도 원제를 그대로 살렸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일런트 스크림이라니, 이걸 어떻게 살린담. 사일런트 스크림, 이라고 쓰는 것도 별로고 그렇다면 침묵의 비명.. 정도 되어야 하는걸까, 하다가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음..그만두자.요즘에는 여성 작가들의 추리/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일이 ...

사랑의 엇박자 - 미미
오래전에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인데ㅡ 당시 나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눈싸움 하듯 먼저 눈길을 피하지 않으려는 고집이 좀 있었다. 먼저 피하면 왠지 지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바보같긴하다. ㅡ그날은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에 가던 중이었다. (그 땐 책을 읽는 것 보다는 도서관 자체를 더 좋아했다.) 긴 의자에 자리가 생겨 맞은 편 사람들과 마주 않아 가고 있는데 내 정면에 앉은 외국인 남성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자동반사처럼 나의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오로지 먼저 눈을 피하지 않겠다는 집념에 민망함은 이미 뒷전이었다....

책만드는 곳, 출판사 - scott
우리는 인터넷에 접속 하는 순간부터 디지털 가상 세계 속으로 들어 간다.우리가 살아가는 주거 공간 뿐만 아니라 생활 공간, 경제 공간, 문화 공간 속에 우리와 비슷한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소비를 하고 교육을 받고 게임도 하고 공연도 한다.더 이상 종이 책을 펼치지 않아도 접속 하고 결제하고 다운 받아서 지식의 세계를 바로 흡수 할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종이 책은 세상에 존재 하고 있지만 편리함을 장착한 플랫폼의 다양한 읽을 거리 볼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종이 책의 수요는 급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