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의자의 배신] 의자 - 일 - 몸 - 단발머리
『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확실히, 혹은 압도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생각은 편안함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의자가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제목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책을 절반쯤 읽고 있던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스탠딩 책상'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서치한 책상의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바로 주문했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책장을 넘기는데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스탠딩 책상'이 '의자의 배신'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3월 독서목록 - Yujin
1. 낮은 해상도로부터(서이제. 문학동네. 2023. 376쪽): 단편집. 조금은 싱겁다고 할까. 약간은 유치한 작품도 있었지만 내용이나 필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단편 속에서 화자가 계속 바뀌는 건 처음 한두 번이라면 새롭고 흥미로웠겠지만 단편집 전체에서 반복되다보니 너무 피곤했다. 2. 랩 걸(호프 자런, 김희정 역. 알마. 2017. 412쪽): 도서관에서 이제야 내게 차례가 돌아왔다. 큰 기대 없이 읽었는데 역시 저자의 입심이 대단하다. 저자의 소설을 먼저 읽어서 잘 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소설보다 이 책이 훨씬 재밌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비판적으로 읽기 - yamoo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한 번 더 읽었다. 이로써 도합 4번이다. 현직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진행하는 독토가 있어 참석했는데,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무감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 좋았다. 이 책으로 3번의 독토를 경험했지만, ‘무감각’에 대해 심도 있게 짚은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 현직 상담사의 시각은 참신했다. 기억하기 위해 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독토를 복귀하며 논제를 정리해 놓는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새로운 판본으로 읽었다. 각 타이틀은 토론의 논제를 집약한 것이다. ...

인간은 그렇게 치졸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믿음 - 잠자냥
최근 한국문학을 오랜만에 읽었다. 그 시작은 정영문의 데뷔작인 《겨우 존재하는 인간》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97년에 출간되었으나 곧 절판,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명작 중의 하나였다. 몇 해 전 복간된 덕분에 나도 이제야 읽을 수 있었다. 소문대로 좋았다. 내가 이 작품을 좋게 읽은 까닭은 아마도 한국문학이면서도 한국문학스럽지만은 않은 무엇인가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정영문의 다른 작품들도 다 읽어 볼 생각이다). 번역 문장이 아닌 한국어로 쓰인 글을 읽을 때의 즐거움도 오랜만에 느꼈기에, 내친김에 다른 한국문학도 읽어보...

언젠가 다가올 노년의 삶 - 다락방
나는 중년의 싱글 여성이고 앞으로도 아마 싱글로 나이들어 노년을 맞이하게 될것이므로,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이 많다. 살고 싶은 모습도 자주 그려본다. 제일 먼저 그려보는 건 혼자 사는 집에 큰 서재를 마련하는 거다. 현재는 거실에 마련하고 싶은데, 막상 혼자 거주하게 될 때 어디에 서재를 갖출 지 모르겠다.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책들이 나를 맞이해주었으면 좋겠다. 혹여라도 다른 사람들이 방문한다면, 그 때 문을 열고 제일 먼저 보는 것이 나의 책들이길 바란다. 나는 가끔 가족들에게도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말했다."내 책과 나만...

‘두고 온‘ 이라는 말 - 페넬로페
그때 왜 헌인릉에 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거기에 갔었다. 초여름 경이었고, 난 헌인릉의 존재도 몰랐으니 아마 남편이 가자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왕릉의 모습보다 사람이 없는 고즈넉한 곳에서 유모차를 밀고 천천히 산책한 기억만 남아 있다. 왕이든, 속인이든, 죽음 앞에서는 언제나 무기력하고 쓸쓸함만 남는다. 그런 곳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아이를 데리고 우리는 무슨 얘기를 나누었을까? 무심코 세월이 흘러버렸다. 책을 읽다 책에 나온 어떤 단어에 마음을 뺏길 때가 있다. 성해나 작가의 경장...

죽여서 없애버려야 할 것은 하나도 없다 - 여울
평화학자의 시선은 어떨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세계사의 편린들은 어떻게 정렬되는가? 30-40년의 흐름들을 읽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시 극우파시스트의 역사로 읽어내서 히틀러의 <<나의투쟁>>을 강독하는 친구들이 버젓이 정치를 하고 의원을 하고 테러를 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는 말이 얼마나 허망한지 그것을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선은 관조라는 약간은 피해갔다는 안도감이 섞인 표현이기도 하다. 언제라도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현실을 비껴간 것을 어떻게 판...

문득, 작년의 오늘이 궁금해졌다. 그날의 나는 어떤... - 곰돌이
문득, 작년의 오늘이 궁금해졌다.그날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었을까, 나조차 잊고 있던 1년 전의 나는 어떤 마음의 밑줄을 긋고 있었을까.북플에 남아 있던 1년 전 기록을 슬쩍 들여다봤다. 그때의 나는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고 있었고, 스스로는 제자리에서 반 발자국쯤 나아갔다고 믿고 있었던 것 같다.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몰랐으면 하는 마음, 지나쳐주길 바라는 마음. 이 모든 감정이 뒤섞여 복잡한 심경으로 지냈던 그때의 나날들이 머릿속에서 휘리릭 지나간다. 사실은 거의 멈춰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 혼자...

권력의 비호 아래 끔찍한 짓을 한 왕족의 이야기들 - 꼬마요정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동정하고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들면 세상은 끔찍해진다. 자신를 낳아 준 어머니가 폐비가 되어 사약을 받고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연산군은 그 일을 빌미로 사화를 일으키고 여자들을 잡아들이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지은 강미강 작가의 책이다. 의녀와 세자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신비로웠고 뒤로 갈수록 비극이 될 것임을 짐작했더랬다. 어쩌면 비극으로 끝났더라면 더 좋았을 이야기일까. 폐비 신씨 또는 거창군부인 신씨는 연산군의 왕비이다. 정사든 야사든 신씨에 대한 ...

곤란하게도 인간으로 태어났습니다. - 수이
30대 때 혼자 인도를 여행할 때 남자들이 따라다니며 '결혼했냐' '아이는 있냐' 같은 질문을 해댔다. '없다'고 답하자 곧바로 '그건 죄'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신을 거스른 죄'라는 뜻 같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는 하늘을 거스른 죄인으로 내세에서도 성불하지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인도에는 대리모 사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있는데, 그들은 신의 뜻을 따르고 있는 셈일까? 또 하나, 아이 없는 여자가 종종 받는 비난은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는 이기주의자'라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은 나는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신기해서 "왜...

나의 사랑하는 피렌체 책장 - 붉은돼지
<나의 사랑하는 오스만 책장>, 자매 책장인 <이스탄불 책장>, <나의 사랑하는 타셴 책장>, 호외까지 발행하며 낙양의 지가를 한참 올렸던 <나의 사랑하는 베네치아 책장>에 이어지는 시리즈 5번째 <나의 사랑하는 피렌체 책장>을 오픈합니다. 구경 한번 해보세요~ 화개장터 ㅎㅎㅎㅎ 김상근 교수의 책이 두 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두 권, 로스 킹의 책이 또 두 권, 마키아벨리와 관련된 책이 두 권, 루슈디의 흥미넘치는 소설도 한 권(물론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피렌체 ...

사랑하는 사람을 안다는 건... - 자목련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의 반응 때문인데 나쁜 일의 경우 그렇게까지 속상할 일인가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기준이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계속 신경을 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보면 그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아는 건 어렵고 이해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니까. 그럼 사랑하는 일은 어떨까? 상대의 모든 걸 품어주고 견디는 게 사랑일까. 사랑하기 때문에 그 모든 걸 감수할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애거...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그리고 사월이 - 차트랑
[[ 애초에는 리뷰를 쓰려고 했으나 사월이의 딱한 처지가 눈에 아른거려 페이퍼로 대신하게 되었음 ]]제조업은 대수롭지 않다. 최고의 생산품은 꾸지 나무로 만든 몇 가지의 종이인데 이 중에서도 외관상 고급 피지 같은 기름종이는 매우 질기기 때문에 네 사람이 각 모퉁이를 잡고 들어올릴 수 있다. 이 밖에도 돗자리와 대나무 발이 있다. 예술품은 전무하다. [[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p. 29 ]][[[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부록 p. 439, 죄다 농수산물이다 뿐이다 ]]] 조선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장장...

4월 23일은 책의 날이다. - scott
월전 장우성이 그린 정약용 초상화. 1974년 표준영정으로 지정반듯하게 틀어올린 상투, 옥색의 두루마기, 꼭 다문 입, 이마의 선부터 곧게 뻗어 있는 코 큼지막한 눈 망울, 짙은 구렛나루의 턱수염에 사방관을 쓴 선비가 비스듬히 바라보고 있다.이 선비는 어디를 누구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깊은 상념에 잠겨 있는 얼굴로 무언의 생각에 잠겨 있어 보이기도 한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년 ~ 1836년)'이다.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줄줄이 따라오는 수식어들은 정조...

닥터 지바고를 읽고 단상 - 거리의화가
최근 러시아의 근현대사를 집중해서 읽다가 우연히 알고리즘에 의해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작품의 제목은 들어봤지만 저자의 이름은 좀 낯설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라...' 되뇌어봐도 입에 탁 붙지는 않았다.그래도 이 책을 다 읽을 무렵 저자의 이름이 덜 낯설어지게 되었으니 다행인건가.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마다 러시아 인명에 익숙해지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건가 다시 한 번 느낀다. 성과 이름을 합쳐서 하나만 쓰면 될 것이지 이들은 이름이 워낙 길다 보니(성이 겹치니 구별을 위해 길어지는 것 같기도)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 있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