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 - 잠자냥
왔어요, 왔어.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올까 말까 그러다 마침내 온다. 잠자냥픽 상반기에 좋았던 책&하반기에 좋았던 책. 그리하여 오늘은 2026년 상반기에 좋았던 책.폴스타프 님은 술을 줄이신 덕분에 상반기에 142권, 4만8천7백 페이지를 읽으셨다고 한다. 나는 술을 줄이지 않아서 그런지(엥?) 그것보다는 조금 적게 상반기에 123권을 읽었다(뭐야 123권이라는 숫자, 그것참 웃기네ㅋㅋ).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는 계산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계산 싫음;;) 아무튼 그중에서 고른 2026년...

이런 낭비가 있을까 - blanca
이제 뭔가를 좀 알까 싶은데 이런 앎의 유효 기간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짧다. 우리는 뭔가를 향해 평생을 달리기도 하는데, 그 종점은 어처구니없게도 죽음이다. 이런 부조리가 또 있을까. 모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가를 욕망하고 그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 사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더 나이 들어 노년의 삶을 사는 사는 사람들은 이런 부조리와 실존의 비극을 어떻게 삶과 화해시킬 수 있는 걸까. 종점이 뻔히 보이는데도 일상을 충실히 영위할 수 있는 그 용기가 예전과는 다른 의미로 존경스럽다. 내게는...

초라한 상반기 결산과 풍성해질 하반기 결산을 기대하며. - 구단씨
언젠가부터 거의 그렇더라.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 줄 몰랐다가, 오랜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니 여러 알라디너님들의 상반기 결산 포스팅을 보고 알았다. 아, 벌써 올해의 반년이 지났고, 많은 사람이 상반기 동안 또 많은 책을 샀거나, 읽었구나. 오래된 습관처럼, 별로 다를 거 없는 일상처럼 책을 옆에 두고 지내는 날들이 좋아 보였다. 책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더 놀라웠던 건, 다들 정말 많이 읽으셨구나 싶었다. 시간이라는 핑계를 대고, 일상이 번잡스러워서 책 근처에도 못 갔다는 변명이 ...

대산세계문학총서, 200권 발간을 축하합니다 - Falstaff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문학 시리즈입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자존심으로 엮은 전집. 작가가 아무리 이름이 높더라도 그 작가의 결실 가운데 딱 한 작품만 골랐으니 작품의 품질이야 저절로 좋을 수밖에 없을 터. 한 작가 당 딱 한 작품. 20세기 중반까지는 이런 출판 기획도 드물지 않았지만 신자본주의의 절정기인 지금 시대에 고집을 꺾지 않기는 틀림없이 쉽지는 않을 듯합니다. 따라서 시리즈 2백 권 모두 엄정한 편집부의 고심 끝에 결정해 최고의 작품들을 선정한 결과물이겠지만 그래도 독자가 읽기에 정말 좋았더라, 하고 감탄할 수 있는 열...

속삭이는 고래 - cyrus
인간의 학명(學名)은 ‘슬기로운 사람(Homo sapiens)’이다. 이 학명은 인간만 쓸 수 있는 별명이 되었다. 호기로운 인간은 동물들 앞에서 꺼드럭거린다. “넌 동물이고, 난 인간이야.” 우리는 지구상 유일한 이성적 존재이며 언어를 쓰고 있어서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학명이 어울리지 않는 헛똑똑이다. 종종 어리석은 판단을 내려서 화를 자초한다. 가짜 정보에 잘 속는다. 우리는 항상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슬기로운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는 착각. 이런 착각을 학술 용어로 ‘종차(種差)’라고 한다.재미있게도 우리는 ...

과학과 인문학 사이, 감정이라는 판문점 - 책판다
『감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뇌과학』(『감정 뇌』)을 펼쳐든 것은 이 책이 (현 시점 내 인생 책 중 하나인)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리사 펠드먼 배럿, 이하 『감정은』)의 핵심 이론인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을 기반으로 쓰였다는 이야기를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구성된 감정 이론이 인간 이해의 중요한 열쇠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이해를 더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더랬다. 하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운 반전이 있었으니, 『감정 뇌』가 내 짐작과 달리 배럿의 구성된 감...

[데미지] 쓰루 더 파이어 투 더 리밋 투 더 월 - 다락방
예술이 하는 일은 이미 아는 이야기라도 다시 한 번 감정에 휩싸이게 하는 일인 것 같다. 이미 아는 음악도 들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고 번번이 감동하며 이미 본 그림도 볼 때마다 받는 느낌이 다르듯이. [이름 없는 주드]를 영화로 이미 결말을 알고 봤으면서도 책으로 읽으면서 다시 충격 받았고, 이 책,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 역시, 이미 영화로 봐서 비극적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책을 읽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줄거리 자체가 아주 자극적이다. 50세의 중년 남성, 의사지아 정치인이며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정말이지 인생에서 남부러...

유영국-한국 최초의 추상미술가 - 페넬로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한국 근대 거장전’시리즈 중, 첫 번째인 ‘유영국-산은 내 안에 있다’전시회를 다녀왔다. 며칠 간 계속 무더웠지만, 오늘은 해가 구름에 싸여있고 바람도 조금 불어 미술관 가는 길이 그리 덥지 않아 다행이었다. 전 날(14일) 비가 와, 미술관 앞 나무들이 물기를 머금은 선명한 초록이어서 운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진행된다. 내가 화가 유영국을 알게 된 건 몇 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에서였다. 거기에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정말 많이 전시되었는데 유독 유영국의 ‘산’이 내 눈에...

아직 거기 있다는 것 - 자목련
글을 쓴다. 잊히지 않는 일들을 쓴다. 기억을 더듬는다. 어떤 기억은 바로 몇 분 전의 일처럼 선명하다. 상처로 남았을 때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회복이 되지 않는 순간, 그런 기억은 여러 차례 글감이 된다. 세세한 기록으로 은유와 상징으로 재탄생된다. 시의적절 시리즈로 만난 박상수의 『생활력』에서 내가 발견한 건 그런 것이다. 상처, 기억, 회복, 위로 같은 것들. ​여타의 시의적절 시리즈와 다르게 이번 박상수의 『생활력』은 시와 산문이 교차로 수록된 게 아닌 전체가 다 산문이다. 들어가는 시, 나가는 시를 제외하고 7월 ...

[연애 시대의 종말] 조용한 흐느낌 - 단발머리
좋아하는 작가를 다섯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비비언 고닉은 반드시 들어간다. 나는 비비언 고닉을 사랑한다. 그 까탈스러움을, 집요함을, 그리고 짱짱한 기억력을 나는 사랑한다. 다섯 명만 꼽으라면, 흠. 에이드리언 리치랑 마리 루티, 그리고 해 같이 빛나는 정희진쌤을 넣고, 그리고 비비언 고닉 넣으면 벌써 네 명이나 찼네. ​나시 입고 털목도리 두르고 무료로 진행하는 패션쇼를 강행하려니 식구들이 곤욕이기는 한데, 나는 상관없다. 나는 안 덥다. 물건을 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오래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을 건넨다는 것에 대...

최근에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었... - 곰돌이
최근에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읽었는데, 호아킨 폰트라는 인물이 자기 딸의 친구이자 젊은 시인인 벨라노와 리마를 향해 이런 말을 했다.지루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그런 문학은 넘쳐 난다. 평온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최고의 문학이다. 슬플 때를 위한 문학도 있다. 기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지식에 갈증을 느낄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절망할 때를 위한 문학이 있다. 이 마지막 문학이 울리세스 리마와 벨라노가 하고 싶어 한 문학이다. 곧 알겠지만 심각한 오류이다. 예를 들어 평온하고 교...

가자란 무엇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 거리의화가
19세기 말 유럽에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정치적 프로젝트인 시오니즘이 시작된다. 이는 유대인에 의한 유럽인들의 차별이 수면 위에 전적으로 드러난 드레퓌스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물론 유대인의 차별과 배제의 역사는 그 훨씬 전부터 이루어졌다. 그러다 그무렵 저마다 민족의 기원을 찾으려는 붐 속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본래 유대교도들은 신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르게 살면 언젠가는 신이 자신들을 본래의 땅으로 돌려준다는 믿음 하에 살아갔다. 그러나 시오니스트들은 이를 인위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이 하나의 장르가 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1958-2026) - scott
출판 왕국 일본에서 출간 전 예약 판매 시작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서는 두 작가가 있다.소설 분야에서는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 또 다른 한 명은 다양한 장르를 써내는 1958년생 히가시노 게이고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문단에 등장한 히가시노 게이고는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주오코론 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2014년 '기...

전후 독일, 이미륵, 그리고 나 - 바람돌이
어떤 책을 언제 읽느냐는 중요하다. 쓸데없이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는 바람에 내게 <압록강은 흐른다>는 도통 아무 재미도 없는 책으로 남아버렸으니..... 뜬금없이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던 건 아마 틀림없이 전혜린 작가 때문이었으리라.... 낭만적인 비극으로 느껴졌던 그녀의 죽음 때문에 그녀의 책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었고, 그래서 이 책까지 흘러갔을 테고.... 중요한 건 두 책 다 나에게는 공감 불가능으로 너무나도 재미없는 책이라는 기억만 남아버렸을 뿐..... 다행히 오늘 이 책을 다시...

내맘대로 미스터리 걸작선 - 꼬마요정
지난 주에 알라딘으로부터 다섯 편의 미스터리를 뽑아달라는 메일을 받았더랬다. 물론 나는 바빠서 하나 쓰고 일 하다가 또 하나 생각하고 하다가 제출하려니 더 이상 안 받는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아쉽게도 열심히 추렸는데 아까워서 내 맘대로 뽑은 미스터리를 정리해봤다.미스터리라고 하면 어떤 사건이든 현상이든 진실이나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비밀을 풀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초자연적인 이야기이거나 알 수 없는 사건을 추리로 풀어가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는데,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있고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지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