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2 and 3 - 단발머리
『만화로 보는 3분 철학』을 재미있게 읽었다. <밀리의 서재>로 읽어서 들고 다니는 맛은 좀 덜했지만(아이패드는 무겁기만 하고 폼은 덜 남), 짬짬히 읽어가기에도 좋고 인덱스해두고 다시 찾아보기에도 편리해서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겠다 싶다.기라성 같은, 이름은 알지만 정작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여러 철학자들 중에서 2권의 주인공은 스피노자로 꼽았다. 동서양 철학을 알지도 못하고, 그걸 비교하겠다 하는 거 자체가 우스운 일이기는 한데, 그냥 쉬운 말로 풀자면, 동양보다는 서양이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인다. 인...

무질서 속의 질서를 찾는 중입니다 - 구단씨
“책을 읽을 때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줄을 긁지도 말며,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라. 책머리를 말지 말고, 책을 베지도 말며, 팔꿈치로 책을 괴지도 말고, 책으로 술 항아리를 덮지도 말라. 먼지 터는 곳에서는 책을 펴지도 말고, 책을 보면서 졸아 어깨 밑에나 다리 사이에 떨어져서 접히게 하지도 말고, 던지지도 말라. 심지를 돋우거나 머리를 긁은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지 말고, 힘차게 책장을 넘기지도 말며, 책을 창이나 벽에 휘둘러서 먼지를 떨지도 말라.”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이덕무...

에밀 졸라의 시선과 스타일에 관한 단상 <목로주점>과 <제르미날> - 초란공
에밀 졸라의 시선과 스타일에 관한 단상: <목로주점>과 <제르미날> 들여다보기 에밀 졸라, <제르미날>, 박명숙 옮김 [문학동네] (2014) 몇 년 전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다 읽고 곧바로 팔았던 기억이 있다. 작가가 묘사해 놓았던 도시 빈민가 노동자들의 삶을 따라가는 일이 너무나 힘들었던 까닭이다. 끝없이 추락하는 삶을 들여다보니 내 저질 체력에 남아 있던 에너지 마져 고갈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이건 작가의 사실적이고 집요한 관찰과 글쓰기의 역량을 ...

나는 왜 헤매는가 - blanca
주말에 아이와 교보문고에 갔다.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이유로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어도 두 배는 많았다. 내가 주인인 것처럼 으쓱했다. 새로운 알바생도 대거 투입된 것처럼 보였다. 뭔가 흥성거리는 이 축제의 느낌이 신 났다. 고른 책을 결제하려다 젊은 알바생에게 십 프로 쿠폰이 계정에 있냐 물었는데 없단다. 그 앞에서 모바일로 영업점 체크인을 하고 쿠폰을 바로 받으려고 하니 바로 눈에 안 띄어 당황했다. 나는 이제 이런 모습을 들키는 게 신경 쓰이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 침착을 가장한 채 다시 오겠다고 하고 교보문고 한강 작가 책이 ...

최근 구매하고 읽은 책들과 책탑 - 새파랑
오랜만에 글을 쓰는것 같다. 작년까지는 부지런히 리뷰를 썼고(잘 쓰지는 못했지만...), 책 읽고나서 리뷰는 바로 썼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달 안쓰다 보니 다시 리뷰를 쓰는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읽은 책도 몇권 없었던 이유도 있고, 리뷰 쓸 시간에 책이라도 한권 더 읽자는 생각도 있었고...그래서 오랜만에 최근(?)에 산 책탑도 소개하고 몇권 읽은 책들을 간단하게 리뷰하는 글을 써본다. 이 책탑보다 더 사긴 했지만 일단 없는 책들은 생략하고...1.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읽은책) <라쇼몬...

그것이 선택일까? - 다락방
십대 소년의 시체가 발견됐다.이 소년은 누가봐도 영양결핍인듯 말랐다. 그리고 배는 봉합한 자국이 있다. 부검결과 간의 절반이 잘렸다는 걸 알게 됐고 봉합한 자국이 어설픈걸 봐서는 이 수술이 잘못돼 죽은걸로 보인다. 이에 이 소년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누구인지 형사들은 수사를 시작한다. 가까스로 이 소년이 중국인이며 얼마전에 입국했다는 걸 밝혀내 중국어를 하는 형사가 중국에 가 아들의 죽음을 알리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소년의 엄마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다 먹여살릴 수가 없어 일본의 부유한 집안에 입양을 ...

"우리에게는 수사권이 있습니다. 체포권도 있고요. 그런 우리가 어렵다든가 상대가 경제계 거물이라든가 그런 이유로 포기하면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게 면목이 없습니다. 주어진 무기는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릴 겁니다." - P341


창작이냐 번식이냐, 이야기를 낳고 지키려는 자 - 잠자냥
지난주에 본 두 편의 영화는 공교롭게도 인간의 성적 욕망, 그중에서도 번식욕을 다루고 있었다. 꼭 그것이 주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영화에서 그려지는 인간들은 그들의 성(性)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하나 같이 자식에 대한 욕심, 또는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한 편은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 또 다른 한 편은 최근 재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이다. <이어도>는 해녀들만 남은 섬에서 여자들이 아이를 갖기 위해 벌이는 사투가 그려지고, <우나기>에서는 성불...

음식과 술은 삶의 이면을 가져온다 - 페넬로페
신혼여행을 마치고 친정에 들렀다가 시댁으로 온 날, 큰 아주버님은 출장 중이어서 우리를 맞이할 수 없었다. 정이 넘쳐 파도처럼 넘실대는 마음을 가지신 아주버님은 많이 미안해하셨다. 그 미안함과 우리의 결혼을 또 한 번 축하하는 마음을 보태 시댁 가족 모두를 불러 밥을 사 주셨다. 식사를 하면서 아주버님께서 주시는 술을 한 잔 받고, 시동생들이 “아! 형수님, 한 잔 하시지요.”하며 건네는 술을 또 넙죽 받고 하며, 엄청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정 분위기와 달리 시끌시끌하며 허물없는 시댁의 분위기가 편하고 좋았다. 가족 회식을 한...

데카르트 이전의 철학자들 - cyrus
철학사를 쓰는 철학 연구자들은 ‘AD’를 위대한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로 강조한다. 철학사의 ‘AD’는 예수가 태어난 해(Anno Domini)를 뜻하는 서력기원의 약자가 아니다. ‘데카르트 이후(After Descartes)’를 뜻한다. 데카르트 철학이 등장한 이후부터 철학은 신학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개인의 주체성과 이성의 가치를 강조한 데카르트 철학은 계몽주의 시대의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AD’를 높이 평가한 철학 연구자들은 데카르트를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여겼다. * 르네 데카르트, 이재훈 옮김...

해방의 밤으로 나아가는 방식 - 구름모모
가부장제를 제대로 직시하는 문학들이 많다 보니 한국문학은 언제나 관심을 가지면서 읽는 분야이다. 더불어 한국 여성들이 호소하는 현실 문제들도 하나씩 조명하는 책들도 많아서 지속적으로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책과 영화, 인물들을 불러놓으면서 더욱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이 인상적인 책이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글쓰기 치유 워크숍에서 최승자 시인의 『이 시대의 사랑』 시가 피해 여성들을 치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시인의 시는 사실적이고 고통과 슬픔을 잘 전달해 주는 시어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나는 ...

참사 희생자의 90%는 ‘쉼 없이 달리는 삶을 강요받은 20~30 대 - P177


요즘 읽은 책 - nama
쓰는 속도는 읽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읽는 속도는 책을 구매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 안의 속도 경쟁이 치열하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는 게 낫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뭔가에 쫓기듯 다수의 책을 껴앉고 있다. 책은 나날이 쌓이고 생각도 중구난방이다. 내가 뭘 읽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그래도 내가 읽은 책은 흔적은 남기고 싶다는 이 마음. 인정욕구인가? .<향신료 전쟁>이 입문용 기본서라면 <육두구의 저주>는 심화학습용이다. 전자는 단숨에 읽히는 속도감과 감칠맛이 있고, 후자는 ...

Tea와 함께 곁들이면 - 자목련
고구마를 먹는다. 커피를 곁에 둔다. 커피도 좋겠지만 Tea를 겯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차를 잘 모르지만 이런 책은 괜히 끌린다. 사실,내가 좋아하는 찻 잔이 등장할 거란 예감 때문이다. 『영국의 여왕과 공주』란 제목을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아한 드레스와 왕관이 따라올지도 모른다. 그렇다. 표지부터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의 삶은 정작 우아하지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어쩌면 태생부터 운명이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이 책 저자가 독특하다. Cha Tea 홍차 교실이라니 영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2002년 개교한 ...

사라진과 사라진느 사이 - 그레이스
‘S/Z’ 딱 봐도 기호학인 듯 보이는 이 책은 롤랑 바르트라는 작가만 보고 사두었었다. 기억에는『이미지와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좋아서 책을 몇 권을 구입했는데, 읽어내는 속도는 몇 권 되지도 않은 구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이 책은 책장에 꽂혀만 있는 신세였었다. 결국 바르트 읽기도 자연스럽게 중단되었다. 이번에 발자크 읽기를 하면서 다시 이 책을 펼쳐들었다.『S/Z』는 바르트가 발자크의 『사라진느』를 텍스트로 해서 강의한 내용이다. 제목의 S는 사라진느, Z는 잠비넬라의 첫 알파벳이다. 둘 다 이 소설 속에서 화자가 한 여...

당신의 우정에 보내는 답장 - Sarah
잘 지내시나요? 님에게 받은 편지와 책 한 권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님이 주신 책이 다름 아닌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 두 작가의 깊은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인 <먼길로 돌아갈까?>라는 책 제목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다름 아닌 우정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 올랐습니다. 아직도 나에게 함께 하자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했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는 에세이에서 박애희 작가님은 어른들의 우정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른이 되어 우정을 지키려면 노...

[책보고 여행] 창경궁에서 벚꽃없는 야앵!!! - 막시무스
금희작가님의 "대온실수리보고서"를 읽는 동안 소설의 묘사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에서 혼자 그려본 "어떨까?"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깡통만두"라는 가게에서 먹는 만두맛은 어떨까?, "야앵"이라는 단어가 참 매력적인데 그 기분은 어떨까?, 아무도 없는 새벽녁에 몰래 창경궁에 숨어들어 꽁꽁 얼어붙은 춘당지를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면 기분이 어떨까?, 대온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등등.... "어떨까?"의 궁금증 앓이 중 귀신과 같은 나의 보스는 왠일인지 서울 출장을 보내 주셨고 대온실수리보고서 야간 성지순례(대온실야앵?ㅎ)는 이렇게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