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이제, 봄인가 - 비연
3월 첫주가 어떻게 지나갔나 모르겠다. 졸리는 눈을 손가락 두 개로 벌려가면서 자기 전에 책 한줄은 읽고 자려고 노력했던 한 주였다. 그래서 다른 때 같으면 하룻밤새에 다 읽었을 이 소설을 며칠이나 걸려 다 읽었고.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늘 비슷한 분위기다. 나른하고 환상적이나 그 이면에 깊은 상처가 있고 그리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이 있다. 이 책 <겨울이 지나간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있을 법하지 않은 상상 혹은 환각 혹은 체험??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몸은 매여 있으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 하이드
오늘부터는 딱 해야할 일들에만 집중하고, 잘 안 될때만 루틴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도저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서, 페이퍼나 써볼란다. 아, 밥은 먹었다. 오뚜기 돼지국밥에 미니양배추 두 통을 썰어 넣고, 사은품으로 받은 연두 청양 조르륵 넣고, 발아현미 햇반 작은 그릇 넣어서 호로록 호로록 요 몇 달, 수면이 내게 큰 화두였고, 수면 시간을 꽤 늘렸다. 안 해서 못했구나. 나 할 수 있어. 라고 자신감 들기 시작했는데, 지금 잠이 문제가 아니라! 하는 고질적인 내 안의 잠귀신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기 시작했고, 낮에 괜히 잠이 오...

예술과 친해진 기분 - 자목련
예술을 흠모한다. 예술의 세계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번지다, 예술을 읽다』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고백하자면 필자의 이름에 시인 심보선이 없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시인이자 사회학자가 읽은 예술서는 어떤 것일까. 그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순수한 호기심과 이 책을 통해 예술이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과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진정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는 위로는 어떤 것일까. 심보선과 이상길 두 명의...

신화, 그림으로 읽다 - 그레이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보면 신들의 계보와 이름들이 등장한다. 한번 읽어서는 제우스 헤라 아폴론,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 등의 신들의 이름은 기억나도 그가 어떤 신인지 관련된 이야기나 계보는 다 휘발되고 체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사라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거기에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읽게 되면 로마신의 계보가 섞이고 혼돈에 빠진다. 아이들은 헷갈리지 않는 걸 보면 배움에는 때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에 잠시 좌절감을 맛본다. 미술사공부 모임에서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마치고 신화그림을 공부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것이 『그...

근대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는 도서들 - 김민우
윌리엄 맥닐, 김우영 옮김, <세계의 역사 2>, 이산윌리엄 맥닐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저명한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이 사람이 쓴 <세계의 역사>는 1999년에 나와 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가 봤을 때는 매우 표준적인 저작으로 꼭 구매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우선 이 책을 읽으며 근대사에 대해 전반적인 윤곽을 잡습니다. 로버트 B. 마르크스, 윤영호 옮김,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사이이 책의 원제는 <The Origins of the Modern World, 2nd...

어째서 시몬처럼 괜찮은 여자가 - 단발머리
제출용과 소장용을 구분했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일기는 중요한 초등 숙제 중의 하나였는데 선생님이 검사하는 일기에 내게 중요한 그 일들을 써낼 수 없으니, 일기를 ‘제출용’과 ‘소장용’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었다. 제출용은 ‘오늘 엄마가…’ 아니면 ‘오늘 동생이…’로 시작했고, 소장용은 ‘오늘 2교시가 끝나자마자 그 애가 내 옆자리로 와서는…’으로 시작하곤 했다. 사건과 사건에 대한 설명, 해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애도 나를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에 대한 물음이 3년 정도 계속되었는데, 그렇게 시작된 일기쓰기는 제출...

티끌같은 나 읽기 끝 - 새파랑
나의 책읽기 가장 큰 목적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에는 행복과 슬픔, 불행의 감정을 모두 포함한다. 내 기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설과 같은 문학쪽을 더 선호한다. 특히  작가가 구성한 세계의 이야기에 공감이 갈 때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티끌같은 나˝도 읽고 나서 정말 뿌듯했다. 빅토레아 토카레바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다. 북플에서 워낙 평이 좋고, 이웃님이 추천해줘서 읽었는데 참 좋았다. 우선 대단히 재미있고 잘 읽힌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문장도 많고, (밑줄긋기 문장이 너무 많았다...) 특히 캐릭...

멋진 신세계_서기 2540년의 세계는? - oren
놀라워라!잘생긴 인물들이 여기에 참 많기도 하구나!인간은 참 아름다워! 오 멋진 신세계여,이러한 종족이 살다니. -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5막 1장> 중에서 * * * 안녕하세요? 오늘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작가에 대해 조금 살펴보고 넘어가지요. 올더스 헉슬리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두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탁월한 지성의 소유자였습니다. 그가 지닌 독특한 지성의 면모를 생각하면 『멋진 신세계』와 같은 작품이 결코 우연히 탄생한 게 아님을 알 수 있습...

책에 갇히다 - 유부만두
책/이야기의 중요성 만큼이나 '인간'과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편들이 모여있다. 책은 어느 형태로 존재하든, 종이책, 텍스트, 칩, 정보, 총컬러 영상, 구술되는 이야기, 혹은 4d 인터엑티브 체험까지 곧 인간이라는 등식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니 책이 없다면 인간도 사라질 수 밖에.인간을 무시하고 책에 담긴 정보/지식만을 챙기려다보면 결국 인간 사냥꾼 혹은 노예상과 다르지 않다고 책-종이-나무 설정부터 구구절절 풀어내는 <금서의 계승자>와 헌책방과 노포에 대한 노스텔지어에 작위적인 연애 이야기를 연결시키는 <켠...

과학, 너나 잘하세요 - cyrus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화법인 변론술을 가르친 소피스트(Sophist)였다. 그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Man is the measure of all things)”라는 말을 남겼다.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인간 개개인이 세상 모든 진리의 기준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은 자신의 책 《창의성의 기원》(The Origins of Creativity, 2017)에서 프로타고라스의 명언을 넘어선...

210318Thu - syo
삼매三昧 꽃이 피는 것은 내게도 큰 일이다. 벽과 벽과 천장이 만나는 곳에 거미가 집을 짓는 것도, 그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내게는 다 큰 일이다. 눈을 감지 않아도 시계 가는 소리, 새 우는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시간 속에서, 시끄럽지 않은 눈을 기르는 것이 요즘 내 직업이다. 묵묵한 것이 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몸의 균형을 잡는다. 보이는 것을 다 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않는다. 맴도는 것들의 소란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표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

눈의 탄생 : 오랜 기간 준비된 캄브리아기의 대폭발 - 겨울호랑이
캄브리아기 폭발은 전적으로 몸의 바깥부분에만 한정된다. 따라서 캄브리아기 폭발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그림 맞추기 퍼즐을 풀려면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동물 몸에서 내부설계에 얽힌 이야기는 멀리 선캄브리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p33 만약 지구의 역사를 눈 이전과 눈 이후로 나누고, 시각의 힘 - 일반적으로 현생 동물들에게 작용하는 가장 막강한 선택 압력 -을 생각한다면, 눈의 탄생이야말로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_ 앤드루 파커, <눈의 탄생>...

만약 지구의 역사를 눈 이전과 눈 이후로 나누고, 시각의 힘 - 일반적으로 현생 동물들에게 작용하는 가장 막강한 선택 압력 -을 생각한다면, 눈의 탄생이야말로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_- P380


평범해서 소중했던 - 구단씨
여행을 즐기지 않았다. 짐을 꾸리는 일부터 낯선 곳에서 고생하던 시간이 별로라면서, 그런데도 시간이 된다면 어딘가로 움직이는 마음이 참 모순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이 귀찮다고 여기는 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싶었던 순간이 작년 내내 계속이었다. 코로나로 변한 일상이, 처음에는 좀 견딜 수 있다고 여기던 마음이 점점 힘들어졌다. 움직이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행하고 싶어도 불가능해진 현실 앞에서 당황했다. 우울하고 슬펐다. 아무렇지도 않게 누리던 일상이, 언제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도 된다면서 미루기만 했던 일들이...

인간도 인생도 복잡합니다 - 다락방
이 책의 절반을 좀 넘겨 읽었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보노라면 전부다 별 다섯을 줄 정도로 극찬하는데, 현재까지 나는 그정도는 아니다. 다 읽고나면 나 역시 기립박수를 치면서 역시 대단하다, 대단해 하게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문학에 기대하는 바를 이 책이 나에게 다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나는 앤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을 떠올렸고-그러고보면 피로 물든 방은 정말 대단했어!-, 샤론 볼턴을 떠올렸고, 애나 번스를 떠올렸다.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너무나 의미있는 작품을 써냈지만, 그러니까 세...

아침, 전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집에 대한 단상 - 테레사
그러니까 매사에 화가 잦은 나,의 문제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출근하는 전철이 이 시간대임에도(우리 회사는 오래 전부터 시차출근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워를 피할 수 있다)불구하고, 승객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났다.아니 왜 이래? 한시간이든 30분이든 일찍 나온 보람이 없네.나는 투덜대면서, 전철 속으로 뛰어든다.마스크를 턱하니 벗고 휴대폰 통화를 하는 저 남정네는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하면서, 약간 힘을 주고 째려본다.물론 몇 초 동안, 아주 짧아야 한다. 혹시라도 그가 나를 인식하고, 해꼬지를 하면? 두려움에 나는 소...

주말에 몰아쓰는 리뷰 - 바람돌이
읽은 책이 밀리면 또 꼼수를 쓴다.마음은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리뷰를 쓰고 싶은데, 다른 마음 한켠에서는 리뷰고 뭐고 계속 계속 다른 책을 읽어나가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밤 11시쯤은 되어야 머리가 맑아지면서 뭔가 한줄이라도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출근을 하는 평일에는 아무래도 힘들다.그러니 주말에 꼼수 페이퍼를 쓰자! 한꺼번에 몰아서 뭔가를 하는 내 특기를 여기서도 발휘하는거다. ㅎㅎ 지난 1월에 책탑을 쌓고 하나씩 하나씩 빼나가자 했는데 왜 책탑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높아만 지는지도 의문이다.저러다 책탑때문에 탁자가 무너지는건 ...

주제를 벗어난 딴생각 - 인간의과도기
역시 호언장담은 하는 게 아니다. 지난주에 한 고마운 이웃님의 격려 넘치는 댓글을 보고 주중에 또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웬걸. 결국 ‘1주 2회 연재’는 성사되지 못했고, 그 다음 주도 다 넘어가는 지금에 와서야 부랴부랴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지난 번 글의 제목에 ‘기록’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이것은 반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영향이다. 왜 반쯤이냐면, ①당시 글을 쓸 때는 저 책을 사 두기만 하고 읽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②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훑어본 책의 앞머리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물음 - 미미
창조는 신의 영역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준 대가로 코카서스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다. 이 소설 속 프로메테우스들은 장기기증이란 형벌과도 같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헤일셤이라는 외딴 곳에서 유예기간을 갖는다. 그 시간 동안 그들에게 창조적 영역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금지되어있다. 최소한의 자유 안에서 그들의 존재 이유는 모호한 사실들로만 주어질 뿐이다. P.41 "음...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몰라. 처음엔 나도 그랬거든. 내가 그렇게 창조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

이 책들이 참 좋았습니다. 2021-1 - Falstaff
올해 들어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쉰한 권의 책을 읽었더군요. 이대로라면 올해 또 2백 권 이상을 읽을 거 같아서 지난 주말부터 책읽기를 쉬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추천이 아니라 소개입니다. 책 읽기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순서는 제가 읽은 날짜순입니다.​1.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 유리 동물원》 테네시 윌리엄스의 책을 좋다고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너무 당연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 <뜨거...

세상의 ‘보이지 않는 잉크‘에 주목했던 사람 - 잠자냥
그 명성에 비해 토니 모리슨을 너무 늦게 읽기 시작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다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산문집이 출간되니, 마음이 갑자가 다급해져서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잉크>에는 토니 모리슨의 여러 글들이 실려 있다. ‘에세이’라고 하면 왠지 가벼운 산문 위주일 것 같다. 나 또한 얼마쯤 그런 생각으로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조금 당황했다. 글도, 내용도 어투도, 주제도 하나 같이 모두 묵직하다. 이 책에는 소설가이자 영문학자, 편집자, 비평가로서 토니 모리슨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에세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