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마이페이퍼 당선작

여름은 끝나지 않고, - 자목련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여름에 대한 걱정이 자란다. 여름을 채울 폭염과 높은 습도를 체감하기도 전에 이미 여름의 한복판에 도착한 듯 겁을 낸다. 언제부터 여름은 이런 계절이 되었을까. 그래서 여름이 되면 여름의 즐거움, 여름의 맛을 생각한다. 더위를 많이 타기에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선호하지만 여름의 매력에 끌리기도 한다. 빠져드는 여름의 저녁, 뒤척이는 여름밤, 쏟아지는 불평과 불만, 그것은 여름을 살아내는 증거이자 견디는 힘이기 떄문이다. 그러니 김연수의 여름에 반할 수밖에 없다. ​나는 김연수의 글을 읽기 전 제주의 여름을 모...

클래식 좋아하세요? - 붉은돼지
무슨 요상한 바람이 소생의 콧털 무성한 콧구멍을 통과해 바람새는 내 허약한 허파로 들어갔는지 소생 작년부터 심중에 클래식 바람이 불어서 작년에는 오페라를, 가련한 소생이 어머니 배에서 나온 후로 처음으로 보았고......아아!! 이 도시 대구에 오페라하우스가 있었다!!! 아마도 공화국 전체에서 오페라 전용 극장이 있는 도시는 대구가 유일하다고 한다. 아아!! 광역시답다......더이상 달만 뜨면 박쥐가 휙휙 날아다니는 고담시티가 아닌 것이다. 이제는 교교한 달빛 아래 아리아가 울려퍼지는 오페라시티! 그리하여 대구에서는 매년 국제오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소설 한편씩 읽는다면? - nama
올 여름은 읽는 소설마다 의미있게 다가오고 깊이 빠져들게 한다. 시공간의 폭이 넓은만큼 이야기 호흡도 넓고 깊어서 마치 머나 먼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마저 든다. 작은 기록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보잘것없는 글이나마 쓰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소설이다. 8월6일 기록한 100자평을 다시 옮긴다.'키르기스스탄 작가의 카자흐스탄 배경 소설. 광대하고 황량한 스텝 지역의 외딴 간이역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하고 애틋하고 끈끈한 인생살이 이야기에 SF의 우주 정거장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병렬 구조. 중앙아시아 이해와 공부에 도...

큐비즘과 큐비스트 - 페넬로페
큐비즘은 프랑스 출신의 조르주 브라크와 파리에 정착한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두 젊은 예술가에게서 출발한다. 이들은 다양한 영향을 흡수하는 동시에 전통적 재현의 규범을 해체하고, 기하화와 추상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개념적 언어를 구축했다. 원근법은 투명한 무채색의 선형 격자로 대체되었으며, 양감과 모티프는 납작한 다면의 평면으로 분해되어 대상을 암시하는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이후 파리에 거주하던 스페인 작가 후안 그리스 역시 합류하며, 그 전개를 한층 심화시켰다. 처음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전개되었던 이들의 급진적인 실험은...

나의 올해의 책-김학철문학상 수상작품집 - 바람돌이
한 청년이 있다. 그는 겨우 19살의 나이에 독립운동을 해야겠다 결심하고 가출하듯 집을 나와 상하이로 간다. 김원봉이 주도한 조선의용대의 단원이 되어 무장독립운동에 참여한다. 이후 조선의용군으로 새로 편성된 부대의 분대장이 되어 일본과 맞서 싸우다가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부상당한 채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나가사키 형무소에 수감된다. 전향서 한 장을 쓰지 않아 다리 부상을 치료받지 못하고 결국 한 쪽 다리를 절단하고 해방을 맞는다. 돌아온 조국은 독립운동가들을 오히려 탄압하는 곳이었다. 북으로 갔다. 그러나 곧 북한은 김일성의...

슈베르트가 가장 사랑했던 노래, 멀리 있는 연인에게 - 차트랑
경애하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 형님은 600 여 곡의 가곡을 남겼다. 사실 슈베르트는 악기 연주를 아주 잘 했을 뿐아니라 노래에도 큰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11세에 궁중 합창단 공개 오디션에서 당당히 선발되었고, 시립 기숙학교에서 공동 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때, 평생 친구, 아니 평생 형님인 요제프 폰 슈파운을 만나는 행운을 가지기도 한다.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슈파운은 오스트리아의 귀족이었고, 슈베르트의 평생지기였으며 후원자였다.슈베르트는 합창단의 독창 성부를 전담할 정도로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 그가 요한 포글이 ...

그와 그의 신, 그리고 나의 신 - 잠자냥
무언가를 열렬히 믿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어떻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을 수 있을까. 때로는 그런 굳건한 믿음이 부럽기도 하다. 믿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흔들리더라도 믿는 것인가. 신이 존재하는가? 나는 답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그런 얼굴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말하는 신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종교를 가져본 적도 없고 가질 생각도 없지만(그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나 스스로 장담할 수 있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그 어떤 종교도 갖지 않...

[페이퍼]《루공가의 치부》: 포르투나는 누구에게 가는가. 그리고 그것은 정말 행운인가? - 겨울호랑이
제국이 보나파르트 가문의 재산을 부흥시켰듯이, 쿠데타는 루공 부부가 부(富)를 쌓는 토대가 되었다. _ 《루공가의 치부》 (에밀 졸라, [전자책 위치 290/325]) 《루공가의 행운(幸運)》 또는 《루공가의 치부(致富)》.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1권의 서로 다른 이름이다. 원제의 'Fortune'이 번역되면서 생긴 양 갈래지만, 작품 안에서 이들은 절묘하게 만난다. 피에르가 쌓아올린 막대한 부. 그것은 객관적인 결과다. 그러나 그것을 ‘행운’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루공 가문의 입장에서다. 같은 사건은 마카르 쪽과 아델...

책, 책, 책! 책을 읽자! - 다락방
오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8]권을 읽었다. 하.. 아직 8권 초반인데, 이번달 안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급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이용해 전자책으로 읽었다. 출근길 말고는 좀처럼 읽을 시간이 없어서 출근길에 가급적 많이 읽자! 하고는 열차 타자마자 읽어서 양재역 이라는 방송 듣고 내리자, 고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제야 지하철 안에 무려 두 명이나!! 종이책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아.. 한 권은 제목도 밨는데 까먹었네. 하여간 여자 사람1인, 남자 사람 1인이 각자의 자리에...

오디세우스, 원래부터 별로였음 - 단발머리
1.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일단 마음의 준비 필요하다. 왜냐하면, 얌전히 읽어나간 이 책의 <머리말> 끝부분. ​2024년 7월, 챗GPT ​제가 정성 들여 읽은 이 머리말, 챗지피티가 쓴 거예요? 그러니깐 챗지피티가 프롬프트 받아서 쓴 거냐고요. 나는 왜, 왜 진지하게 읽은 거냐고요. 네? 라는 물음을 안고 읽어간다. 미셸 푸코의 '저자 기능',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을 지나, 글쓴이의 권위가 없어진, 혹은 없어질 세계를 앞에 두고 읽어나간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 관심 분야를 익...

9월에, 책들과, 커피도. - 곰돌이
책장에 한 자리 차지하고는 있지만, 내내 읽을 기회를 놓쳐 ‘머무는 중’으로만 있던 세계문학 단편선 몇 권을 뽑아 들었다. 이 덩치들에게 숨통도 틔워줄 겸. 올해 안에 몇 권이라도 완독해 봐야지, 혼자 다짐을 실컷 하다가 이게 또 다짐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지만, 다짐씩이나 필요하다. 몇 편 읽고 덮어도 좋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다 돌아와도 좋고, 이 책들과 조금 느슨하게 지내볼 생각이다.랭스턴 휴스 <내가 연주하는 블루스 외 40편>「떳떳한 코라」에는 멜턴이라는 아담한 마을에서 40년을 살아온 코라가 나온다. 주민들 사...

‘재난‘의 반대말은 ‘일상‘이었구나 - 젤소민아
나홍진 감독의 <HOPE>를 보고 왔다.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린다고 해서 살짝 걱정했다. 감독의 전작들을 꽤 즐거이 보았기에 부디 '호'이길 바라마지 않으며. 마지막 회차다 보니 한밤중에 집에 왔다.글쓰기엔 밤이 좋다. 바로 쓴다.이 영화를 괴물 영화로 보아야 할까, 외계인 영화로 보아야 할까.내 눈엔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내게 이 영화는 '재난 영화'로 보였다.여기서 말하는 재난은 자연재해냐 인재냐 하는 식으로 원인을 분류할 수 있는 재난이라기보다는내가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외부의 힘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삶의 경...

매일 같은 자리에서 떠오르는 둥근달 - scott
출처 신윤복의 '월야밀회', 19세기 초반, 종이에 채색, 28.2cm×35.6cm, 국보135호,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 소장.휘영청한 둥근 달빛 아래 담장 너머로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옷차림새를 자세히 살펴 보면 남색 전대를 맨 자주색 전복을 입은 남자는 검은 바탕에 붉은 테를 두른 전립을 쓰고, 왼손에 철편(鐵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신분은 경계 근무를 서는 포교나 군관으로 보인다.그림에서 남자에게 밀착된 여인은 자주색 깃을 단 회장저고리에 접어 올린 푸른...

문학의 정원에 있는 헤세 - cyrus
한 달(月, moon / month)이 지는 마지막 금요일 밤이면정원에서(In the garden) 달무리가 생긴다.정원에 뜨는 달은 우리의 참모습을 밝혀주는 책이다.정원에 모인 독자들은 책에 둘러앉아 자신의 감상을 진솔하게 말한다.정원에 생긴 달무리는 독서 모임이다. 달무리(사진 출처: 위키백과)독서 모임 <읽어서 세계문학 속으로>(줄임말 ‘세속’)는 카페 <인더가든>(In the garden)에 뜨는 달무리다.한 달을 갈무리하는 마지막 금요일에 뜨는 달무리다. <인더가든>은 책이 있는 카페이다. ...

몸에 갇혀 무서운 이야기들 - 꼬마요정
괴기스럽고 으스스한 내용의 소설들을 보다 보면 '속박'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상황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있다. 내 정신이 내 몸에 갇혀 주변인의 도움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 말이다. 낯선 병실에서 눈을 떴다. 오기는 교통사고로 몸이 마비되었고, 아내는 죽었다. 그에게 유일한 가족은 장모 뿐이다.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타운하우스에 살던 그는 교통사고 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아내는 죽었고 아내가 가꾸던 정원은 안과 밖을 차단하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장모는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오기와 아내의 삶 아니,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