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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평점 :
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불편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가능하면 편리한 쪽, 편안한 쪽을 선택한다. 2퍼센트라고 하던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때 계단을 선택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만큼 사람들은 편안함을 선택한다.
지금 우리의 생활을 보라. 얼마나 편안함을 추구하는지. 사람이 직접 하던 일들을 기계에 맡기려 하는 것도, 하다못해 운전조차도 자율주행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일다. 예전에 빨래를 손으로 하던 것, 수도가 없을 때 물을 길으러 먼 길을 가거나 또는 펌프로 물을 뽑아 쓰던 것들을 지금 하라고 하면 다들 손을 내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안함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 각종 성인병이 이러한 편안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편안함의 습격'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함을 추구한 것이 결국은 우리를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는 현상. 이 책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이 책에서 잘 버무리고 있는데... 그냥 자신이 경험한 다큐멘터리로 읽어도 좋지만, 그 사이사이 자신의 경험을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어서 객관성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이 객관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저자는 알래스카로 순록을 사냥하러 떠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 넘게... 극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선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어떻게 몸을 만들까?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쪽으로, 지구력을 키우는 쪽으로?
이렇게 몸을 만드는 현대적인 방법이 많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단순하다. 과거로 돌아가자. 그렇다고 과거의 생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사람들처럼 스스로 자기 몸을 움직이고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가자는 것이다.
걷고 움직이고 자연을 접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등등. 책의 앞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최근에 쏟아진 증거들은 옛날 옛적 조상들이 겪었던 것과 꼭같은 불편함을 경험하면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육체적으로 튼튼해지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고, 영적으로 건강해진다.' (20쪽)
이 문장을 보면서 어떤 증거들? 어떻게 제시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것은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알래스카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부터 가서 경험하는 일들 사이사이에 이러한 증거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직접 전문가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이것이 딱딱하지 않고 생활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요한 적막의 세계에 도달했을 때 우선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여기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배고픔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또 자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점,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직접 알래스카에서 순록을 사냥하는데, 멀리서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과 가까이에서 직접 그들을 느끼고, 또한 사냥 이후에 그 결과물을 직접 지고 나르는 장면, 그러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우리가 그동안 잃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편안함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동안 편안함에 빠져 불편함을 죄악시했었는데, 그러한 불편함의 죄악시가 오히려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했으니.
이 책에서는 어려운 운동을 소개하지 않는다. 최신 건강 기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단순한 방법, 누구나 돈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불편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가령 어디로 갈 때 자동차로 이동하기보다는 걸을 수 있는 거리면 걸어서 가라는 것, 걷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을 통과하면 더욱 좋다는 것. 여기에 자신이 먹는 것을 그대로 기록해 보라는 것.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만큼만 먹는 연습을 하라는 것. 어떤 음식이든 좋다고, 다만 정량을 지키라고. 여기에 편안 의자에 앉거나 소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방법으로 앉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을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다. 무거운 것을 지고 이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쉬는 시간보다는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물론 자는 시간은 제외하고, 깨어 있는 시간에), 자연과 늘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 그리고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
책의 마지막에 가면 위생적인 삶이 과연 우리들의 건강에 좋을까라는 다소 동의하기 힘든 주장도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균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균들을 항생제로 모두 없애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일이니...
이렇게 알래스카에 가기 전, 가서 순록을 사냥하고 고기를 먹기까지의 과정, 다시 돌아와서 겪은 일까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여기에 불편함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주장하고 있다.
왜 편안함의 습격인가? 편안함은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편안함에 안주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적당한 불편함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한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과 여러 증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각종 편안함으로 무장한 또 더더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태도에 대해서 뒤집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책이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그냥 지금 당장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사람도 읽으면 좋겠고... 스마트폰이나 더 많은 현대의 편리, 편안함 속에 다른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이것들 없이 모험, 어려움을 겪고 자란 아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테니, 그것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증거를 제시한 이 책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에 전문가들의 증거를 책에 잘 녹여냈기 때문에 딱딱한 건강 관련 서적, 또는 과학서적을 읽는 느낌을 주지 않고 그냥 모험을 엿보는 느낌을 주면서도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