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삶이 보이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한 불안감은 생활을 안정되게 하지 못하는데...


예측 불가능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 이렇게 하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된다는 믿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생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창의적인 활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면 마음껏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이 보이는 삶 아닐까.


삶이보이는창을 읽으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들 역시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만, 낙관이다. 좋아질 거라는 믿음. 적어도 삶이 보인다는 믿음을 보이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그래서 읽게 된다. 앞이 안 보인다고, 삶이 막막하다고 할 때도 창이 있다고, 문이 있으니 열고 나오라고, 우리는 살 수 있다고, 생존을 넘어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니. 또한 그런 삶을 보여주고 있으니.


우리 사회 각지에서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할까. 고민에 빠져 있을 때도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것이 돈이 많이 드는 일도 또 우월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바로 삶이 보이는 사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이번 호에서 '물구나무종과 권영국'이라는 글을 읽어보라. 거꾸로 된 세상을 보는 법. 거꾸로 서서 보는 것. 


꼭 거꾸로 설 필요는 없다. 다만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는 있다. 주어진 것을 주어진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볼 수도 있음을, 그럴 때 세상이 더 바르게 보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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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틱톡 - 완역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8
L. 프랭크 바움 지음, 존 R. 닐 그림, 최인자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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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인간 세계의 소녀. 도로시와 비슷한 나이. 노새와 함께 오즈의 나라로 가게 된 벳시. 벳시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 나선 털북숭이 노인을 만나고, 허황된 세계 정복의 꿈을 꾸던 우가부 여왕 앤, 그리고 무지개 딸인 폴리크롬, 여기에 틱톡과 함께 모험을 하게 된다.


전 편보다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은 동일하다. 모험은 사람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드니까.


이번 편 제목에 틱톡이 등장하지만 실질적인 주인공은 여러 명이다. 물론 벳시라는 소녀가 중심이 되지만. 마치 도로시가 모험을 겪은 것과 비슷한 모험을 벳시 역시 겪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벳시와 도로시가 만나고 이들은 모두 오즈에서 살게 된다.


이번 편에서는 황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털북숭이 노인의 동생을 통해서 알려준다. 보물숲에 갇혀 있지만 황금들보다는 살아있는 나무들이 더 소중하다는.


또한 놈 왕이었던 루게도의 최후를 보아도 그렇다. 그에게 보물을 한껏 가져가게 하지만 그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한정된 것. 또한 보물은 영원할 수 없기에 루게도는 놈 왕국에 남아서 살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니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황금과 같은 보물이 아님을 이번 편을 통해서 알 수 있겠고, 그러한 행복은 결코 정복을 통해서, 또는 전쟁을 통해서 얻어질 수 없음을 앤 여왕을 통해 깨달을 수 있게 된다.


평범한 사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진정한 권력자라는 사실을 티티티 후추라고 불리는 진진 왕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데... 왕과 여왕이 아니라 시민이 바로 티티티 후추이고 그는 공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나라 헌법 조항도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권력은 시민이 쥐고 있다는 것을 직접 말하고 있는 이번 편은, 오즈마 공주가 다스리는 오즈와는 좀 다를 수 있지만, 권력의 문제를 다른 편에서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여기에 티티티 후주가 하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법과 정의가 서로 충돌할 때면, 법을 무시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이오.'(120-121쪽)


여기에서 법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 법은 한 시대에 맞는 정의였겠지만, 정의는 고정 불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맞춰 법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법은 그렇다. 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가장 정의를 잘 반영하고 실현하는 조항이었을 터.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 법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의 법을 가지고 현재의 정의를 판결하면 안 된다.


법조문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는 말이 되는데... 문구 그대로만 해석하고 판결하는 사람이 법관이라면 지금 이 시대에는 그런 법관은 굳이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수많은 판례들을 입력하면, 그에 맞춰 또는 가장 유사하게 인공지능이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관은 그러면 안 된다. 법관은 법과 정의 사이에서 발전하는 가치, 지나간 과거가 아닌 다가올 미래에 필요한 정의를 법이 실현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해석하고 판결해야 한다. 법이 과거에 매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관의 역할이고, 오즈의 마법사 8편에서 티티티 후주는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벳시의 모험을 통해서 법과 정의, 그리고 삶의 행복은 황금에 달려 있지 않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자, 다음 편에서는 어떤 가치를 발견하게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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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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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편안함을 추구한다. 불편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가능하면 편리한 쪽, 편안한 쪽을 선택한다. 2퍼센트라고 하던가.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을 때 계단을 선택하는 사람의 비율이. 그만큼 사람들은 편안함을 선택한다.


지금 우리의 생활을 보라. 얼마나 편안함을 추구하는지. 사람이 직접 하던 일들을 기계에 맡기려 하는 것도, 하다못해 운전조차도 자율주행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일다. 예전에 빨래를 손으로 하던 것, 수도가 없을 때 물을 길으러 먼 길을 가거나 또는 펌프로 물을 뽑아 쓰던 것들을 지금 하라고 하면 다들 손을 내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안함이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다면... 각종 성인병이 이러한 편안함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이 책의 제목과 같이 '편안함의 습격'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함을 추구한 것이 결국은 우리를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는 현상. 이 책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이 책에서 잘 버무리고 있는데... 그냥 자신이 경험한 다큐멘터리로 읽어도 좋지만, 그 사이사이 자신의 경험을 뒷받침해주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어서 객관성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이 객관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저자는 알래스카로 순록을 사냥하러 떠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 넘게... 극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우선 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어떻게 몸을 만들까?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쪽으로, 지구력을 키우는 쪽으로?


이렇게 몸을 만드는 현대적인 방법이 많은데,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단순하다. 과거로 돌아가자. 그렇다고 과거의 생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사람들처럼 스스로 자기 몸을 움직이고 자연과 접촉하는 시간을 늘려가자는 것이다.


걷고 움직이고 자연을 접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등등. 책의 앞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최근에 쏟아진 증거들은 옛날 옛적 조상들이 겪었던 것과 꼭같은 불편함을 경험하면 모든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은 상태가 된다고 밝히고 있다. 육체적으로 튼튼해지고,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고, 영적으로 건강해진다.' (20쪽)


이 문장을 보면서 어떤 증거들? 어떻게 제시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것은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풀렸다. 


알래스카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부터 가서 경험하는 일들 사이사이에 이러한 증거들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직접 전문가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이것이 딱딱하지 않고 생활과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요한 적막의 세계에 도달했을 때 우선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여기서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는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배고픔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또 자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우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점, 그리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삶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직접 알래스카에서 순록을 사냥하는데, 멀리서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사냥감과 가까이에서 직접 그들을 느끼고, 또한 사냥 이후에 그 결과물을 직접 지고 나르는 장면, 그러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우리가 그동안 잃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으니...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편안함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동안 편안함에 빠져 불편함을 죄악시했었는데, 그러한 불편함의 죄악시가 오히려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했으니.


이 책에서는 어려운 운동을 소개하지 않는다. 최신 건강 기법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단순한 방법, 누구나 돈도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불편함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가령 어디로 갈 때 자동차로 이동하기보다는 걸을 수 있는 거리면 걸어서 가라는 것, 걷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을 통과하면 더욱 좋다는 것. 여기에 자신이 먹는 것을 그대로 기록해 보라는 것.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만큼만 먹는 연습을 하라는 것. 어떤 음식이든 좋다고, 다만 정량을 지키라고. 여기에 편안 의자에 앉거나 소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방법으로 앉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고 한다.


이런 방법들을 보면 옛날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다. 무거운 것을 지고 이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으며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쉬는 시간보다는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것(물론 자는 시간은 제외하고, 깨어 있는 시간에), 자연과 늘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 그리고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


책의 마지막에 가면 위생적인 삶이 과연 우리들의 건강에 좋을까라는 다소 동의하기 힘든 주장도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균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러한 균들을 항생제로 모두 없애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일이니...


이렇게 알래스카에 가기 전, 가서 순록을 사냥하고 고기를 먹기까지의 과정, 다시 돌아와서 겪은 일까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여기에 불편함이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주장하고 있다.


왜 편안함의 습격인가? 편안함은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편안함에 안주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적당한 불편함이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한다는 것을 자신의 경험과 여러 증거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각종 편안함으로 무장한 또 더더 편안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태도에 대해서 뒤집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책이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좋을 것이다.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그냥 지금 당장 여기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건강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사람도 읽으면 좋겠고... 스마트폰이나 더 많은 현대의 편리, 편안함 속에 다른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보다는, 이것들 없이 모험, 어려움을 겪고 자란 아이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테니, 그것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증거를 제시한 이 책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에 전문가들의 증거를 책에 잘 녹여냈기 때문에 딱딱한 건강 관련 서적, 또는 과학서적을 읽는 느낌을 주지 않고 그냥 모험을 엿보는 느낌을 주면서도 나도 한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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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드라마 - 너무 가까워 낯설게 만난 당신 인생의 이야기
노회찬재단 구술생애사팀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후마니타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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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손을 내민다. 말을 해보라고.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묻혀질 뻔한 삶들을 글로 살려내겠다고. 홀로인 삶이 아니라 함께인 삶으로 나아가자고.


'구술생애사'는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누구의 삶을? 이미 앞에 나선 사람들의 삶이 아니다. 많이 알려진 사람들의 삶도 아니다.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글로 남기려는 행위다. 우리는 누구나 한번뿐인 삶을 살고, 또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자신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삶은 기록으로 남고, 누구의 삶은 기록할 가치가 없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글이 기득권을 보여주는 존재였다면, 반대로 글은 기득권을 해체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구술생애사는 그렇게 기득권을 깨는, 우리의 삶이 모두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실천이다.


'6411의 목소리'라는 것이 있다. 남들처럼 유명하지 않아도 권력을 쥐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는 지배-복종의 사회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잃어버린 목소리들을 찾아야 한다. 찾아줘야 한다가 아니라 찾아야 한다. 그런 찾는 행위가 바로 '구술생애사'다.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이야기되지 않는 삶은 없다. 다만 자신이 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보면 하나 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런 이야기들이 넘치면 특정한 이야기가 권력을 휘두를 수 없게 된다. 글이 말에게 손을 내밀고, 말이 다시 글과 손잡고 다른 말들을, 글들을 이끌어내게 된다.


뒤에 감춰져 있던, 또는 드러나지 않았던 삶들이 말을 통해서 앞으로 나오게 되고, 이것이 글을 통해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전달이 된다. 우리는 그 삶들을 읽고 들으며 그들이 내민 손을 맞잡게 된다.


손과 손이 맞잡고 함께하는 일, 이것이 바로 연대다. 이러한 연대는 평등한 관계들에게서 일어난다. 따라서 이 책은 평등한 사람들의 연대를 꿈꾸는 책이 된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삶이 그 사람만의 삶으로 끝나지 않음을, 내 삶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내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이야기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함께하게 된다. 그러면 특정한 이야기가 설치는 일은 사라진다.


노회찬 재단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6411의 목소리'의 연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만민보'라고 우리 사회 각층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앞에 있던 삶들이었다면, 이 책은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삶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런 삶들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들이 늘 뒤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책에 기록이 되든 되지 않든 이들 역시 자신의 삶에서 앞에 선 사람들이다. 그런 삶을 다시 글로 우리에게 보여준 것뿐이다.


그러니 뒤에 있던 삶이라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삶이라는 뜻이지 이들의 삶이 뒤처진 삶이었다는 말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앞에 서서 삶을 살았다. 다만 그것이 권력을 지향하는 삶이 아니었을 뿐이지.


소중한 삶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났다. 아직까지도 이들이 겪었던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한 노회찬 재단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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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누더기 소녀 - 완역본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 7
L. 프랭크 바움 지음, 최인자 옮김, 존 R. 닐 그림 / 문학세계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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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오즈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어린 독자들은 오즈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한다. 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오즈. 작가는 무전을 생각해낸다. 무전을 통해서 도로시로부터 오즈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제 독자들은 계속 오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비록 현실에서는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지만, 오즈는 계속 존재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오즈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할까? 도로시로부터 시작해도 좋겠지만, 작가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킨다. 오즈와 이름이 비슷한 오조다. 삼촌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오조가 새로운 세상으로 여행을 하다가 마법사의 집에서 사고를 겪는다.


삼촌과 마법사의 아내가 돌로 변한 것. 이것을 풀 수 있는 마법의 재료를 가져와야 한다. 이 마법사는 2권에서 오즈마 공주 편에 관련된 생명의 가루를 만든 마법사. 그는 생명의 가루로 아내가 만든 헝겊 인형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오조와 헝겊 인형(이 헝겊 인형이 누더기 소녀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그 전에 이미 생명을 부여받는 유리 고양이와 함께다. 이 여행이 독자들에게 친숙해지기 위해 털북숭이 노인을 등장시켜 함께 여행하게 하고, 에메랄드 시에 도착해서는 도로시와 허수아비도 함께 하게 된다.


마법의 재료들을 모으는 것은 실패했지만 오즈마 공주의 도움으로 돌로 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온다. 행복한 결말이다. 결말은 늘 행복이니 여기까지의 과정을 살펴야 한다.


이번 편에서 무엇을 생각할까? 마법은 이제 아니다. 오즈마 공주는 오즈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마법 말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 이번 편은 언어다. 말이다.


말로 상처를 주고, 심지어는 말로 인해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언어는 자신을 규정짓기도 한다.


오조를 수식하는 말은 '불행한'이었다. 오조는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자신이 관여를 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삼촌이 돌이 되는 것도 또 오즈마 공주가 금한 일을 해서 죄수로 갇히게 되는 것도 모두 자신이 '불행한 오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자기 암시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한'이라는 꾸밈말에 갇히면 어떤 일에도 이것과 연관짓게 된다.


난 역시 안돼. 무엇을 해도 안돼. 나하고 함께하면 불행해져. 이런 사고가 결국 자신의 행동을, 행동의 결과를 그렇게 만들도록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길을 차단한다.


오조 역시 그랬다. 그런 오조에게 새로운 이름을 준다. 오즈마 공주는 '행복한 오조'라고 부른다. 허수아비 역시 '행복한 오조'라고 부른다. 이때 오조가 자신이 불행하다는 증거로 든 것들의 반례가 나온다.


금요일... 불운한 날. 아니다. 일주일 중의 하루일 뿐이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좋은 일 역시 일어나는 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13일...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악마가 강림하는 날처럼 여기는 경우가 있고, 13이란 숫자를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양철 나무꾼은 이를 간단하게 뒤집는다. 자신에게는 13이 행운의 숫자라고.


그랬더니 오조는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말한다. 불행한이라는 말을 증명하려 들면 온갖 것들이 다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은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왼손잡이였단다. 왼손잡이들은 보통 양손을 다 쓸 수 있지. 하지만 오른손잡이들은 한 손밖에 쓰지 못하잖니.'라고 하면서 왼손잡이는 축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은 핑계를 찾아낼 수 있다. 오조는 팔에 사마귀가 있다는 것까지 들먹인다. 참, 가지가지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불행을 어떻게든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는 경우가.


오른팔에 있는 사마귀가 불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반대로 '네 코끝에 사마귀가 있다면 그건 불행한 징조야. 하지만 팔 밑에 있는 사마귀는 행운의 표시란다'(228쪽)라고 같은 사실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언어다. 언어가 자신의 삶을 규정할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모험 중에 만나게 되는 호퍼 나라와 호너 나라의 전쟁이 일어날 뻔한 것도 결국 말 아니던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말들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 이것은 허심탄회하게 또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지니고 듣는다면 더이상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처럼 말은 서로의 관계를 좋게 할 수도, 나쁘게 할 수도 있으며,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또는 나쁜 방향으로 규정할 수 있음을 이번 편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작가는 어떤 것에서 '불행한'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것이 '행복한' 이유가 되는 쪽으로 관점을 돌리기를 오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다음에는 어떤 사건이, 무엇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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