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정우열의 감정수업
정우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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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 마음도 모르는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띠지 속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마치 내 이야기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분명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감정 앞에서는 미숙하고 흔들릴 때가 많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불안 같은 감정들이 마음 속에서 소용돌이치지만, 정작 그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은 얼마나 될까? 고백하자면 아직도 나는 나도 모르는 내 감정에 휩쓸려 힘들어하고, 때로는 그 감정에 휩싸여 그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나 자신이 무척이나 미성숙하게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우리를 위한 책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단순히 없애려 하기보다는, 먼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다양한 감정의 본질을 짚어주고, 이를 건강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감정이 버거운 짐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은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감정 인식'이다. 감정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바로 나와 마주하는 연습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더욱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기도 전에 억누르거나 무작정 해결하려는 조급함에 빠지곤 한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오히려 감정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우리의 감정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하다. 1장에서는 감정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흔히 감정은 이성보다 하위 개념으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멘탈을 지키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라고 말하며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고 조화롭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하는 11가지 주요 감정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분노, 슬픔, 우울, 불안, 기쁨, 친밀, 연민 등 각각의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의 이면에는 어떤 요소들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질투와 시기가 어떻게 혐오로 변질될 수 있는지, 생각지도 못한 돌발행동을 유발하는 분노의 원인은 무엇인지 등을 탐구하며 감정이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적 흐름임을 보여준다. 또한 도파민에 중독되지 않고 건강한 기쁨을 경험하는 방법 등 실질적인 감정 조절법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일상에서 감정을 더 잘 다루기 위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안내하며, 이를 통해 성숙한 감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가 강조하는 '감정 인식'은 '자아감'과 연결된다. 자아감이란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으로, 우리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진정한 자기계발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인간은 감정을 느끼며 자아를 형성하는데,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내면을 잃어버린 채 타인의 기준을 맞춘 삶을 살게 된다. 특히, SNS와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상적으로 여기고 그들이 정한 목표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현대인에게 자아감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저자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인식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자아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때로는 불편한 감정과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자아감이 형성되면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자아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받는 나'만을 인식하며, 점점 더 외부의 시선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자아감이 확립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한 자기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기 때문에 굳이 남들에게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으며, 자기계빨 또는 결핍에서 비롯한 강박이 아닌, 자기의 내적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된다. 저자는 감정과 자아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첫걸음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외로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을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이라 여기지만 저자는 외로움이 본질적으로 '나와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 찾아온다고 말한다. 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관심이 줄어들듯, 나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지는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외로움을 많인 타는 사람은 자신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내면과 소통하는 데 서툰 경우가 많다.


특히, 자기 안의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고, 익숙한 감정만 받아들이면서 가짜 소통 속에 살아가다 보면, 점점 더 공허함과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내면이 고립되면 결국 자신의 바람이 아닌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게 되고, 외로움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는 누구에게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이 오히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로움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아 한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기회로 삼으면, 외로움은 더 이상 두려운 감정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소중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11가지 주요 감정의 작동원리와 속성을 제대로 깨우치면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감정들도 결국에는 내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4장에서 제시하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한 감정 수용법을 실용적인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어 당장 실생활에 저자가 말하는 태도를 적용할 수 있어어 참 유용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성숙하고 현명하게 감정을 인지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며 더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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