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녹색광선
녹색광선 콜렉션. 이번엔 새빨간 장정에 도발적 표정을 한 연인의 사진이 표지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셰리》.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녹색광선의 책들이지만 갈수록 사악해지는 책값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려읽은 잭 런던의 《마틴 에덴》 두 권과 다른 출판사 책으로 두 권이나 소장하고 있는 알베르 카뮈의 《결혼.여름》은 차마 못사겠다!
셰리의 이 말, 이 말로 인해 뭔가가 시작되겠지...
˝아무것도. 그저 내가 알고 싶었던 걸 알게 됐을 뿐이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으나 저항은 그들의 입술이 맞닿기 전까지였다. 이제 그녀는 움직임이 완전히 멎은 채로 무언가를 경청하려는 듯 숨을 멈추었다. 이윽고 그가 놓아주자 그녀는 그에게서 떨어져 나와 일어서서 깊은 심호흡을 한 뒤, 흐트러지지도 않은 머리칼을 정돈했다. 그녀는 그를 돌아보았다. 다소 핏기 없는 안색에 눈빛이 어두워진 그녀는 농담조로 말했다. "똑똑하네!" - P44
그는 흔들의자 안쪽에 널브러져 생동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감싸며 말이 없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오죽하면 그녀가 먼저 의문을 가득 담아 한껏 도발적으로 물었을까. "왜, 뭐?" "아무것도. 그저 내가 알고 싶었던 걸 알게 됐을 뿐이야." - P44
그녀는 모욕감으로 얼굴을 붉혔고 서툴게 방어했다. "그러니까 뭘? 혹시 내가 네 입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딱한 놈, 난 너보다 더 고약한 놈들과도 키스해 봤어. 그게 뭐? 내가 네 발밑에 엎어져서 날 가져!라고 외치기라도 할 것 같아? 기껏해야 젊은 여자들밖에 모르는 놈이. 내가 겨우 키스 하나로 정신줄이라도 놓은 것 같냐고?!" 레아는 말하면서 차분해졌고,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셰리에게 몸을 기울이며 주장했다. "이봐, 청년, 이 키스가 내 기억 속에 무언가로 각인될 거라 생각해?" - P44
자신만만해진 그녀는 그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으나 바로 그 무언가가 자신의 얼굴에 각인된 것은 알지 못했다. 지극히 미세한 일종의 설렘과도 같은 무엇, 감미로운 고통과도 같은 무엇, 그녀의 미소는 눈물의 위기 이후에 찾아오곤 하는 그것과 흡사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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