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
또는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며
침 튀겨 가며 자기 얘기를 하기에 바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전화로 밤을 새며
끝도 없이 많은 말들을 주고 받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화가,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로 핑퐁을 치듯이 주고 받으며 자기 얘기를 할 뿐이다.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노래할 때
듣는 시늉을 하면서,
가끔 탬버린도 쳐주시면서,
다음 곡 번호를 찾는데 여념이 없는 것처럼,

상대방이 얘기를 할 때
열심히 듣는 대신,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얘기가 끝나기가 바쁘게,
때로는 상대방의 말까지 잘라 가며 신나서 자기 얘기를 한다.
듣는 사람의 지루한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친구가 팀장한테 작살나게 깨지고 우울해서 술 한잔 하자고 할 때,
그 친구가 바라는 건 하나 밖에 없다.
자기의 분통 터지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

묵묵히 자기 얘기를 들어주며
때때로 "진~짜 나쁜 놈이네. 내가 가서 때려 줄까?"하고 추임새를 넣어 주는 것.

그렇게 내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친구의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대신
이렇게 친구를 위로(?)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

"야...그 정도는 말도 마. 우리 팀장은 말이지, 얼마나 더한 줄 알아?"

이렇게 시작해서 신입사원 때부터 현재까지의 팀장들을
쭈~욱 연대기적으로 열거하며
일일 드라마 방송시간 보다도 길게 파란 만장한 무용담을 늘어 놓는다.

그 사이에 안주로 시킨 찌개 국물은 식고,
우울한 친구는 홀짝홀짝 혼자 술을 마시다 얼큰하게 취해 있다.

길고 긴 무용담을 마치며 우울한 친구를 위해 이렇게 조언(?)한다.
"너네 팀장 정도는 양반이야. 알겠지? 그러니까 힘내!
건배하자구. 홧팅!"

누구나 자기 얘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연애의 기술>, <유혹의 기술> 같은 책들을 보면
핵심기술(?)로 "질문하기", "공감하며 들어주기"가 나온다.

상대방에게 얘기하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해 주고,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

이거야 말로 작업의 정석일 뿐 아니라
비즈니스 협상의 핵심이다.

나 또한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연애할 때도 내 얘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과묵한 남자가 좋다.
므흣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남자!
(이상하게도 수다쟁이 남자에게는 이성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

모처럼 주말 내내 혼자 있었다.
토요일, 일요일을 완전히 혼자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

12월부터 송년회에 신년회에 이런저런 모임들에
과식과 과음, 그리고 말, 말, 말들로 지쳐 있었다.

간만에 오피스텔도 청소하고, 허리 아플 만큼 잠도 자고,
이틀간 침묵 속에 있었더니 뭔가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가끔은....... 침묵이 필요하다.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단 하나의 이유,
방 안에서 조용히 휴식할 줄 모르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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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02-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기술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가네요. 수선님, 오랫만, 잘 지내시죠?
침묵이 내 속에서 깊어질 때, 말도 함께 깊어지고 익어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세실 2008-02-0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 휴식 참으로 중요하죠.
흥분해서 혼자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사람 정말 싫어요. 문득 혹시 내가 그런건 아닌가 하고 제어를 하기도 합니다. 진정한 소통 원츄~~
님 행복한 설 명절 되시길 바래요.

Mephistopheles 2008-02-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냥 입 꾹 다물고 들어주는 것이 정말정말 진정한 대화의 고수만이 가질 수 있는 기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죽일놈 살릴놈 추임새는 필수입니다.^^

kleinsusun 2008-02-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혜덕화님의 말씀은 항상 제게 큰 도움이 되요.
침묵이 제 속에서 깊어지도록 해야 겠어요.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세실님, 안녕하세요!
네...혼자만 계~속 말하는, 그것도 다 자기 얘기로!, 사람 넘 싫어요.
회식할 때 군대 얘기 30분 넘게 하는 사람도 있어요.ㅋㅋ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메피님, 네....말하는 것 보다 듣는게 정~말 어려워요.
외국어 배울 때도 말하는 거 보다 듣는게 더 어렵구요.
아....묵묵히 들어주는 남자...나타나라! 호홋

바람돌이 2008-02-04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한마디하면 열마디 스무마디 하는 사람 정말 피곤하죠? 요즘 제 옆에 이런 분이 있는데요. 그것도 윗사람인지라 참 미치겠습니다.왠만하면 말을 안 건다죠? ㅎㅎ
수선님 오랫만이예요. 뜸하게 들어오시네요. 곧 설인데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요. 복도 많이 받으세요. ^^

kleinsusun 2008-02-0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설 연휴에 아이들이랑 윷놀이도 하고 바쁘시겠네요?
전....."올해는 제~발 결혼해라." 이런 말 또 들어야 해요.ㅋㅋ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2-04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 말, 저자수정본을 탈고한 후
쭈~욱 폐인모드였다.

원고 쓸 때 워~낙 스트레스를 받아서
탈고만 하면 훨~훨 날아갈 것만 같았는데
막상 탈고를 하니... 탈진해 버렸다.
몇주간 무기력함에 시달렸다.

일찍 퇴근해서 TV 앞에 멍~하니 앉아 있다 잠든 날이 많았다.
<대장금>도 한번도 안봤을 정도로 TV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았는데,
요즘엔 모르는 드라마가 없다.
심지어....경멸해 마지 않는 <아현동 마님> 까지 봤다.

연말에 선물 받은 좋은 와인들이 몇병 있었는데
혼자 TV를 보면서 홀짝홀짝 다 마셔 버렸다.
(아....아까워라... 그 좋은 reserva급 와인들을
깡소주 마시듯 혼자 작살을 내다니....오호통재라!)

그동안 홈피도 개점휴업하고,
운동도 하지 않고,
북극곰처럼 겨울잠을 잤다.

이제...서서히 리듬을 되찾고 있다. 에너지 업! 폐인모드 탈출!

그 동안 걱정해 주신 분들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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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13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새하얗게 되신 건가요?

kleinsusun 2008-0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극곰처럼요? ㅋㅋ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로 2008-01-1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찰고하셨다니 축하드려요!
그럴만해요,,,,그렇게 힘드셨는데 그깟 와인 마셔주셔야죠!!
암튼 웰컴!!!보고싶었따요~.ㅜ

antitheme 2008-01-14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kleinsusun 2008-01-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님, 좋은 와인이었는데 여럿이 함께 마셨으면 좋았을 껄 그랬어요. ㅋㅋ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앞으로도 쭈~욱 많이 많이!^^

antitheme님,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08-01-1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소식 들으니 반갑습니다.
책, 기다려져요~~~

드팀전 2008-01-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ㅇㅇ 그동안 폐인이셨군요.
빠져나오셔서 다행입니다....알라딘 공주의 귀환이라고 해야하나 ^^

반가와요

kleinsusun 2008-01-1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감사합니다^^ 책은 다음달에 나와요. 두근두근~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새해 복 마~니 받고 계시죠?
"알라딘 공주" 라는 표현에 기분이 up되는군요. 호홋

이게다예요 2008-01-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어요 알라딘 공주라... ^^
책 나오나봐요? 무슨 책인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08-01-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하나 끝내놓으면 흔히 멍해지는거 있죠... 오랫만에 뵈니 더 반가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ㅎㅎ

kleinsusun 2008-01-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다예요님, 네...좋아요~ 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바람돌이님, 방가방가~^^
폐인모드 생각보다 오래 가더라구요. ㅎㅎ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용!^^


승주나무 2008-01-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레인수선 님.. 어디 가셨는가 했더니~ 탈고하고 탈진하신 모양이네요..
빨리 모든 피곤함들을 '탈(脫)'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무거운 일들을 얼른 '탈'해야겠어요~

kleinsusun 2008-01-1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승주나무님, 오랜만!^^
네...빨리 승주나무님도 모든 무거운 일들에서 '탈(脫)'하세요! 홧팅!^^

다락방 2008-01-1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옷~ 수선님.

^__________________^

프레이야 2008-01-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즐겁게 빠져계셨던 것이겠죠?^^
책이 기대되어요~~~

kleinsusun 2008-01-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오................랜만!!!새해 복 많~이!^^

혜경님, 즐겁게...는 아니고...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
와인을 홀짝 거리며 TV를 봤어요.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BRINY 2008-01-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전 겨울방학에 쉬면서 논문만 쓰겠다는 계획이 갑작스런 보충수업으로 다 날라갔어요. 4시간 연강하고 점심먹고 집에 오면 폐인됩니다...

dalpan 2008-01-1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이했습니다. 세상에 내 자식 하나 내보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아울러 '탈출'도 축하!

kleinsusun 2008-01-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감사합니당^^
아...보충수업 4시간 연강하면 진짜 힘들겠네요.
힘내서 좋은 논문 쓰세요. 홧팅!^^

dalpan님, 감사합니당.^^ 이제...싱글도 탈출하고 시퍼요 ㅋㅋ

이리스 2008-01-14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냐, 웰컴이여.
와인 혼자마신건 찰싹찰싹. ㅋㅋ

비로그인 2008-01-1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사진이 참 인상적입니다.
두 분 다..참 아름답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따뜻한 눈빛일 수 있을까..

2008-01-1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피필름 2008-01-1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수선님, 어떤 책인지 기대됩니다 ^^

kleinsusun 2008-01-1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야, 빈 와인병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ㅋㅋ 아까비! 다 좋은거였는데....

L-SHIN님, 감사합니당^^ 즐찾 등록했어요. 앞으로 자주 갈께요^^

스파피필름님, 감사합니당^^

릴케 현상 2008-01-2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겨울잠은 좀 더 자야 하지 않나요^^ 일찍 깬 백곰님

2008-01-2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마 전, 후배가 길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났다며 설레여 했다.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그 남자애 때문 또는 덕분에
자기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그 남자애가 야구부라서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그 남자애가 운동 잘하는 여자애를 좋아한다고 해서
운동을 무진장 열심히 했다고...
(무늬만 회사원인 후배는 만능 체육인에 특급 엔터테이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사람은 변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그 사람이 읽는 책을 따라 읽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물론....나도 그래 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앞으로도 그럴 거다.

좋아하는 남자가 보신탕을 좋아한다면
난 개라도 잡을 수 있는 여자니까.

순정과 열정이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
넌 있냐구?

아파트도 없고 차도 없지만
있다. 내겐. 순정과 열정이.

순정과 열정이 있는 남자와 마.지.막 연애를 하고 싶다.

p.s 1) 정염(情炎)을 열정으로 착각하는 남자들이 있다.
정염과 열정의 차이는?
- 열정이 있는 남자는 순정도 있지만,
정염이 있는 남자는....끈적거린다.

p.s 2) 책장을 둘러 보다가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과 성석제의 <순정>이
같은 칸에 꽂혀 있다는 걸 알았다. 

역시.....열정과 순정은 공존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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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2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연기념물을 찾으시는 걸지도 몰라요..^^

심술 2007-10-2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너무 잔인하시다. 행운을 빌게요.

마늘빵 2007-10-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연애가 이 글의 핵심이군요. 그러니까 같이 살 남자를 원한다 이런 메세지. :)

세실 2007-10-28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찾으시길 빕니다! 화이팅!

2007-10-28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10-2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과 순정은 공유하는군요. 수선님의 책장에서는. 훗. :)

그러나 저는 순정에 대해서는 조금은 회의적입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지나친 순정으로 상대를 질리게 만들기도 하니깐요. 내가 너에게 순정을 바치니까 너도 나에게 순정을 바쳐, 라는건 굉장히 이기적인거니깐요. 더더군다나 내가 상대에게 순정을 바칠 생각이 전혀 없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수선님.
연애에 마지막은 없는것 같아요. 열정과 순정이 있는 남자와 늘, 연애하세요. :)

kleinsusun 2007-10-2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정말.....그럴까요? ㅋㅋ

심술님, 감사합니당^^

아프님, 빙고!^^

세실님, 홧팅!^^

다락방님, 근데... 상대방을 질리게 만드는 건 순정이 아니라...
스토커적 집착 아닐까요? ㅋㅋ

2007-10-28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snever 2007-11-1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라도 잡는다.........정말 열정이 있으시군요 (:
 

어제 오랜 친구인 Suthee를 만났다.

Suthee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태국인, 57년생, 남자, 광고쟁이, 멋장이, 워크홀릭, talkative....

오랜만에 만난 Suthee는 나를 보자 마자 말했다.
"You are still very beautiful."

요즘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에서 중요한 건 "beautiful"이 아니라 "still"이다.

아.직.도. 예쁘네.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다.
한물 간, 은퇴한 여배우라도 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동안 콘테스트"에 나가라는 말도 들었다.
이런 걸 칭찬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을 때 무척 불쾌하다.

효리가 말했다.(효리도 이제 두달 후면 서른이다.)
"사라져라, 나보다 어리고 예쁜 것들아"

거 참......촌스럽다.
자동차 CF 맞아?
여자의 나이에 대한 강박이 이토록 집요한 사회는 드물꺼다.

연예인 결혼기사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OOO가 12살 연하의 띠동갑 신부 OOO와 화촉을 밝힌다."

내가 이렇게 발끈하는걸 보면
나도 나이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보다.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솔직히...쭈삣거린다. ㅠㅠ)

Suthee는 "still beautiful"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는다.

Day by day I'm getting much more beautiful in ever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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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0-2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더 나이들면 그렇게도 말해주는 사람이 없답니다.
효리가 30이로군요. 그 CF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오랜만이어요, 수선님.^^

kleinsusun 2007-10-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오랜만이예요.^^

바람돌이 2007-10-2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에요. 쓰시던 책 마무리 되셨나요? 고생 많으셨죠?
제가 저의 미모에 자신을 가지기 시작했던게 30대 이후니까 아직도가 아니라 이제부터 날로날로 아름다워지고 있다고 말해야겠는데요. ㅎㅎ
수선님의 마지막 말 하여튼 멋져요. ㅎㅎ

kleinsusun 2007-10-2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초고는 마쳤고요, 출판사에서 수정본 받아서 일부 원고를 다시 쓰고 있어요.
바람돌이님도 매일매일 더더더 beautiful 해지세요!^^

프레이야 2007-10-2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이제부터 날마다날마다 더욱이에요~~
젊을 땐(아니 어릴 땐이라고 해야하나?^^) 와닿지 않는 말이 'beautiful'이지요. ㅎㅎ

이게다예요 2007-10-26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에 이르니 약간 초조해지는게 나이에 대한 강박을 덜어내기가 조금 힘들 때도 있어요. 뭔가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강박이 나이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면 초연해질 수 있는 나이란 없나봐요.
요즘은 뵐 때마다 오랜만이네요. ^^

kleinsusun 2007-10-26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네...날마다날마다 더욱!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

이게다예요님, 뭔가를 이루지 못했다는 느낌...
저도 그런 강박으로 스스로를 들들 볶을 때가 많아요.
근데....잘한 것도 많잖아요. 편하게 생각하자구요. 홧팅!^^

2007-10-27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7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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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곡에 필이 확~꽂혀서,
도대체 이 엄청난 가창력... 누구지? 하며
mp3를 다운 받는 대신 비싼 CD를 샀는데
노래들이 다 고만고만, 비슷비슷해서 실망했던 적이.

정이현의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

문학상 수상집들을 통해
이미 <삼풍 백화점>, <위험한 독신녀>,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었다.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기 전까지
사실 정이현을 무시했었다.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고민 없이
그저 "튀는데" 올인하는 것 같아,
작품들을 통해 "스타일"을 형성시켜 가는 게 아니라,
드라마 기획의도처럼 스타일을 규정시켜 놓고
작위적으로 작품을 쓰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작년에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고 정이현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새삼 깨닫기도 했다. 작가는 진화한다는 사실을!

그런데... 두번째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은
단편 10편이 하나 같이 너무나 비슷하다.

10개의 단편을 계간 문학지들을 통해
한편 한편 띄엄띄엄 읽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단편 10개를 한꺼번에 몰아 읽으니
삶은 계란 10개를 연거푸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달디 단 던킨 도너츠 10개를 한꺼 번에 먹고
한동안 설탕 들어간 음식만 봐도 질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다. 질린다.

한편 한편 보면 참신하지만,
트로트 메들리도 아니고
참치 김밥, 치즈 김밥, 소고기 김밥...
재료만 좀 다르고 맛이 똑 같은 김밥 10종류를
한꺼번에 먹으라고 들이대다니!

"미스테리" 기법을 쓰는 것도
<어두워지기 전에>를 읽을 때나 참신했지,
<오늘의 거짓말>, <그 남자의 리허설>, <익명의 당신에게>
싹~ 다 그렇게 쓰면 더 이상 미스테리가 아니라 재미 없는 트릭,
<위험한 독신녀>처럼 스프레이 독하게 뿌린 유행 지난 앞머리!

정이현은 "중산층"의 일상을 포착하는
몇 안되는, 재기 넘치는 작가로 인정 받고 있다.

그런데... 너무 그 물에서만 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특장점은 어느 순간 함정이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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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09-1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은 달걀과 던킨의 표현, 매우 와닿아요- ^^ (처음뵙겠습니다~)

kleinsusun 2007-09-16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반갑습니당^^
근데...저 정말 던킨 도너츠 5개 넘게 먹고
한동안 단걸 못먹었던 적이 있어요.ㅋㅋ

1sosh 2007-09-1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삶은 계란,던킨 도너츠,트로트 메들리,ㅇㅇ김밥 이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님께서 알아듣기 편한 단어선택에 절래 고개가 돌려집니다,,조금전에 달콤한 나의 도시를 다 보고 신간 나왔길래 리뷰를 둘러보다가,,이렇게 주제넘게 몇자 올립니다,,와우~~지수 레벨이 거의 신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7-09-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킨쥬스님, 님 서재에 다녀 왔어요.
따끈따끈한 <달콤한 나의 도시> 리뷰를 올리셨네요. 잼나게 읽었습니당^^
아...근데 오늘 치킨을 많이 먹었더니 던킨 도너츠 10개처럼 느끼하네요.ㅋㅋ

2007-10-0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10-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잼있네요. 트로트메들리같은.. ^^

2007-10-2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