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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베스트셀러라면 웬지 읽기 싫은 삐딱함과 까칠함으로
이 책을 외면했었다.
초판 1쇄 06년 12월 11일, 초판 4쇄 07년 1월 22일.
이렇게 많이 팔린 책을 나까지 읽어야 할까? 하는 심드렁함으로.
또한...<사람 풍경>을 읽고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에
불편함과 심리적 저항을 느꼈었기에 이 책을 읽는 게 더더욱 망설여졌다.
어쨌거나...어제 하루 종일 방에 콕 틀여 박혀 이 책을 읽었다.
침대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 누우며...
아마도 이 책은 제가 하는 말이 옳다고 믿는 나르시시즘,
틈만 나면 잘난 척하려는 열등감, 자신의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타인에게 충고하는 투사 방어기제의 산물일 것입니다. - 책머리에 中
본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김형경은 이렇게 "콕" 찔러 말한다.
그녀는 다 알고 있다.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자!
세계일주를 하며 만난 사람들에 대해 쓴 <사람풍경>과 달리
이 책은 "한겨레 상담 코너"에 연재됐던 독자들의 질문과 김형경의 대답을 묶어 낸 책이다.
이번 책도 역시...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이번에는 김형경의 "단정적 어조" 때문에 그랬다기 보다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떤 독자의 고민은 나의 고민이기도 했다.
책장을 넘기며 찔리기도 했고, 속내를 들켜버린 것처럼 뻘쭘하기도 했다.
신입사원 때, 단학선원(지금의 단월드)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 때 "심성수련"이라는 걸 갔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사람들은 엉엉 울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면서
처음 보는 타인들에게 자신의 응어리를 털어 놓았다.
내 파트너는 OO은행의 엘리트 지점장이었는데,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재혼을 하면서 버림 받은 자신의 한을 얘기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고, 번듯한 명함을 가진 그 많은 사람들 중
상처 없는 사람이 없었다.
그 후로 한동안 지하철을 타면
마주 보고 앉은 7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또 어떤 상처가 있을까?
어떻게 살았기에 저렇게 사나운 눈매를 가졌을까?
얼마나 지쳤기에 저렇게 꾸벅꾸벅 졸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겨레 상담 코너에 질문을 올린 사람들이
유독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고 끊임 없이 일이나 취미에 열중하면서
문제를 외면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 비해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종교에서도, 정신분석에서도,
결국 모든 답은 내면에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는 결국...허무하다. 그걸 누가 모르나?)
김형경은 답을 하면서 정신분석 용어를 참 많이 쓴다.
김혜남이나 정혜신 같은 신경정신과 의사들 보다 더 많이!
유형별 이론을 사례에 적용해서 설명을 한다고 할까?
지나친 "초자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거세 불안", "분리 불안" 등 전문용어의 남발은
논술 모범답안을 보는 듯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거의 모든 문제를
"유아기에 충족되지 못한 부모의 사랑"에서 원인을 찾는다.
김형경 또한 직장상사와의 갈등도 직장상사에게 부모의 이미지를 투사하고 있다며
유년기에 형성된 생존법에서 탈피하라고 말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부모와의 관계에 있다?
이것도 쫌....허무하다.
어쨌거나....읽으면서 내심 찔리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상당히 도움이 된 책이었다.
긍정적인 건....나는 내가 좋다.
지승호의 <금지를 금지하라>에서 지승호는 셀프 인터뷰에서
자신을 "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나 또한...그렇다.
열등감이 가득 하고
때때로 나의 못나고 약한 모습에 화가 나서 밤잠을 못자고 괴로워하지만,
나 아닌 다른 누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나는....열등감에 가득 찬 나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