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알리디너 여러분~  

넘넘 오랜만이예요. 모처럼 페이퍼를 쓰려니 뻘쭘하기도 하고... 어색하네요^^:; 그 동안 넘 정신이 없다보니 서재가 거의 1년 동안 개점휴업상태였답니다.  

제 2번째 책이 나왔어요.  제목은 <밑줄 긋는 여자>. 이번에는 "독서에세이"랍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부터 공지영,김훈의 베스트셀러까지 50여권의 책 이야기들을 제 일상과 맞물려 쓴 28편의 에세이들입니다.  

시비돌이 지승호님이 추천사를 써주셨어요.^^   

요즘... "독서에세이"들이 참 많죠. 서점에 가면 아예 별도의 매대가 있잖아요. 출판사에서 독서에세이를 써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어요. 전업작가, 유명인들이 쓴 독서에세이들이 쏟아지는데, 책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어려운 책들로 가득한 독서에세이들을 보면 주눅까지 드는데... 그 대열에 동참(?)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어요. 물리적으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할 자신이 없기도 했구요.  

하지만... "너 이런 책 읽어봤어?" 하는 독자를 기죽이는 현학적인 글이 아닌,  책을 위한 책 이야기가 아닌, 일상과 책이 하나가 된 진솔한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어요. 특히... 저 같은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읽으며 빙긋 웃기도 하고 자그마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답니다.  

누군가 제 책을 읽고 "오늘 일찍 퇴근하고 서점에 들려볼까?"하고 생각한다면, 제 집필 목적이 이루어진 거예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앞뒤 재지 않는 성격 때문에 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같아요.

작년에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 간다>가 나왔을 때, 넘 기뻐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였어요. 아마도... 제 인생에서 제일 기뻤던 순간 같아요.  

근데 이번 책이 나왔을 때는, 기쁨 보다는 길고 긴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드디어....책이 나왔구나!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끝났구나!  

작년부터 제가 저녁에 대학원을 다녔는데, 책을 쓰려고 대학원을 휴학하려 했었거든요. 그런데... 야간 대학원은 한번 휴학하면 못 다닌다는 주위의 만류로 미친 척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책을 썼어요.  

회사, 대학원, 책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하루하루 카페인으로 버텼어요. 한번은 너무 힘들어서... 점심을 먹다가 저도 모르게 울어버렸어요. 그냥...너무 두려웠어요. 제게 닥친 그 많은 일들이... 다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 뭔가 대형 사고를 친 그럼 심정이었어요.  

몇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는데, 포기하려 했었는데, 너무도...다행이고 또 기뻐요.  

이제 오랜 개점휴업 끝의 먼지 쌓인 서재를 청소도 하고, 조금씩 가꾸어 가야 겠어요.  

저를 잊지 않고 가끔 연락주신 알라디너 여러분, 넘넘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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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7-0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수선님! 대박나시기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9-07-05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수선님 그동안 이런 좋은 일 꾸리시느라 안 보이셨군요.
축하 드려요!!! 대박나시기 바래요. 담아갑니다.
저, 혜경이에요. 닉 바꿨답니다.^^

비연 2009-07-0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글샘 2009-07-0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이야!!!
고생 하셨군요. ^^ 축하합니다.

로쟈 2009-07-05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선님의 '강인한' 집필정신을 좀 본받아야겠습니다! 저는 울면서 글을 쓴 적이 아직 없어서요.--;

BRINY 2009-07-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안보이셨군요! 역시 수선님은 대단하세요. 전 수료재학인 채 1년반 ㅠ.ㅠ 수선님을 본받아서 분발하겠습니다.

kleinsusun 2009-07-0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오랜만이예요. 감사합니다.^^

혜경님, 닉이 바꼈네요. 앞으로 자주 서재에 놀러 갈께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연님, 오랜만이예요. 감사합니다.^^

글샘님, 놀라셨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로쟈님, '강인한'게 아니라 일을 벌여 놓고 수습을 못해서 운거예요.ㅎㅎ
<로쟈의 인문학 서재> 잘 읽었습니다.^^

kleinsusun 2009-07-0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넘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죠?
그래도 MBA는 논문이 없어요. 저는 한 학기만 더하면 끝나요. ㅎㅎ
BRINY님도 논문 빨리 마치셔서 후련~하게 끝내세요! 홧팅!^^

바람돌이 2009-07-0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도 왜 이렇게 뜸하실까? 너무 바쁘신가 생각하며 빈 서재에 잠시 들렀었는데..
이런 멋진 일을 또 해내셨네요. 축하드려요. 이번 책도 지난 번 책처럼 수선님 냄새가 물씬 나는 좋은 책일듯..... ^^

마늘빵 2009-07-05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말씀하신 책이 드디어!

kleinsusun 2009-07-0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빈 서재에 들려 주셔서 고맙고 또 죄송해요.
기억혀 주셔서, 또 축하해 주셔서 넘넘 감사해요.^^

아프님, 네! 그때 말씀드렸던 책이예요. 처음 일정 보다 좀 늦게 나왔어요.
아직 실감이 안나요.^^

잉크냄새 2009-07-0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

kleinsusun 2009-07-05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9-07-06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서 카롤린 봉그랑의 새 책인 줄 알았는데 책에 대한 책을 내셨군요! 축하합니다!

세실 2009-07-0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언젠가는 쓰고 싶은 제 로망을 수선님이 이루어 주셨군요^*^
하늘만큼 땅만큼 축하드립니다.
대박 나시길 기도드려요^*^

kleinsusun 2009-07-06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오랜만이예요. 감사합니다.^^

kleinsusun 2009-07-06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출근 잘하셨어요? 이른 아침인데도 많이 덥네요.
하늘만큼 땅만큼 축하해 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2009-07-06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7-0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수선님. 그래서 그동안 안보이셨던거군요! 그 힘든 시기를 다 보내고 또 이렇게 책 한권이 나왔다니, 다행이에요. 네, 꼭 사서 볼게요, 수선님!!

축하드려요!!

kleinsusun 2009-07-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얼마전 sunnyelf(선영)와 전화했는데, 다락방님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이제 다락방님 서재에도 자주 놀러갈께요.

Jade 2009-07-0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 세가지 다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하루하루를 카페인으로 버티셨다니 켁 이제 당분간 웰빙모드로 몸과 마음을 달래주셔요~~~ㅎㅎ

kleinsusun 2009-07-0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ade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어제 웰빙모드 전환을 위해 마트에 다녀왔답니다.
생식두부와 바나나...ㅎㅎ

2009-07-06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9-07-06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책과 함께 돌아오셨군요.^^ 축하합니다.
올해 특이하게 제가 아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냅니다.
알라딘을 통해 알게된 분들중 4명이 올해 책을 내었고, 제 친구 한 놈이-별로 가당찮게 생각하는 자지만- 책을 내었더군요. 그러니 총 5명이...
이 책 꼭 사서 볼께요ㅎㅎ

kleinsusun 2009-07-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넘넘 오랜만이예요.^^
제가 5인 중 한명이라니 영광이네요.ㅎㅎ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7-06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고이스트 2009-07-06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밑줄 긋는 여자>와 함께 이번 여름을
화끈하게(?) 보내고 싶어요^^

라로 2009-07-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얼마나 보고싶었는데!!!!!이렇게 열심히 사시느라 그러셨군요!!!!!!너무 반가와요!!!!!책 제목은 쫌 그렇지만 표지는 이뻐요~.^^;; 저두 저 책 살께요~. 지난번 책도 좋았었는데 이번책도 너무 기대되네요!!!!!ㅎㅎ

파란여우 2009-07-06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렸던 사람에게 이런 소식으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군요. 모처럼 날 미소짓게 만들어줘서, 또 수선님의 수고가 고맙습니다. 축하 엄청 많이 하고 또 무지 반가운 님.^^

진실에다가가 2009-07-0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이 또 책을 내셨군요..^^
매번 수선님을 뵐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참으로 부지런하십니다..
많이 반성할께요..그리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꼭 책은 이번주 사서 읽을께요..(어느 책보다 먼저 읽을꺼예용!! 누가 낸 책인데!!^^)

그리고 자주 안부나 근황같은 페이퍼 많이 올려주세용!!
어떻게 열심히 사시나 궁금합니다..수선님에게 많이 본받을려구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토닥토닥 ^^


kleinsusun 2009-07-0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이스트님, 감사합니다.^^

nabee님, 감사합니다.
반겨주셔서 마음이 짜~안해요.^^ 가출소녀 컴백한 기분이예요.ㅎㅎ

파란여우님, 이미지 사진이 바꼈네요. 제가 넘 오래 가출했나봐요.ㅎ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실에다가가님, 감사합니다.
근데...저 안 부지런해요. 제 어지러운 오피스텔을 보면 기절하실 꺼예요.ㅎㅎ
앞으로 페이퍼 자주 올릴께요. 토닥토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리스 2009-07-0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공, 이게 대체 얼마만이야?
통 연락이 안되길래 바빠서 그런가 하면서 나름 서운 ㅡㅡ; 했다우.

kleinsusun 2009-07-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을 바꿔서 누군가....했네 ㅎㅎ
잘 지냈어? 조만간 보자궁. See u soon!^^

2009-07-09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9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9-07-2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산책님, 완전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시죠?
그런 속담.....들어본 것 같아요. ㅎㅎ

2009-07-21 0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주의 2009-08-04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0^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기서도 자주 글 구경하길 원하나이다..헤헤

kleinsusun 2009-08-10 22:39   좋아요 0 | URL
스누피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8-04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달 2009-08-09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밑줄긋는 여자를 사서 하룻밤 만에 다 읽고 수선님이 궁금해져서 들러보았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젊고 이쁘신 분이네요.^^ 글에서 느껴지는 원숙함으로 인해 직장생활 10년이상, 30대 중후반, 차분한 인상의 오피스걸을 연상했었는데 글도, 사진 속 인상도 훠얼씬 경쾌하세요. 그런데도 벌써 인생과 사랑에 대해 그런 성숙한 견해를 가지셨다니...역쉬 책의 힘인가요? 님께서 밑줄 그어주신 책들 중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갔답니다. 저도 박민규, 알랭드보통의 책을 좋아하면서도 빡빡한 일상을 소심하게 살고 있고 육식의 종말이나 광우병에 관한 책을 읽고 그 폭력성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육식의 달콤함을 끊지 못하는...그런 사람이거든요. 님의 글을 읽고 도서관에서 아사다지로의 책을 빌려다 놓았습니다. 한여름 지루한 무더위와 권태를 씻어가 주기를 바라며...종종 들르겠습니다.^^

kleinsusun 2009-08-1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반달님^^
전 지금.... 무더위와 권태보다 불안에 휩싸여 있어요.
왜냐면...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이거든요.
내일 회사갈 생각을 하니 벌써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ㅎㅎ

아사다 지로 소설 즐독하시구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고 유쾌하게 보내세요^^
 
오늘 더 사랑해
션.정혜영 지음 / 홍성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굶어 죽지 않고 한국에 다시 와 노래하는 게 꿈이었는데... 내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잘 자란다면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채널을 돌리다 한 예능 프로에서 또박또박 말을 하는 아프리카 아이를 본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케냐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아이들 중 한명이 새해 소원을 말한 거였다. 영화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처럼 암에 걸려 투병하는 아이도 아니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건강한 아이가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는 말을 하니 그 아이에게 피자를 먹으며 TV를 보는 내 모습을 들킨 것처럼 겸연쩍고 미안했다. 오랜만에, 모처럼 푹 쉬어 보자고,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자고 뒹굴어보자고 마음먹은 주말을 죄책감이 급습했다. 저 어린 아프리카 아이들은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어려워서 영양실조로 죽어 간다는데 난 허구한 날 남아도는 칼로리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지금 또 뭘 먹고 있는 거지?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뭔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날 때, 이상하게 피자, 치킨, 햄버거 같은 무식하게 칼로리 높은 음식들이 당긴다. 먹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강력하게 당긴다. 저항하면 할수록 유혹은 커지고 어느새 나는 피자 가게에 전화를 걸어 주소를 말한다. 이동 통신사 카드로 가격 할인을 받는 것도 잊지 않는다. 경제를 생각해서! 그리고는? 먹고 나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한다. 왜 먹었을까? 도대체 왜? 후식처럼 죄책감이,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밀려온다. “내년까지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하는 아프리카 아이까지 보니 전방위적인 죄책감이 밀려왔다. 칼로리 과잉 사회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 갇혀 살다보니 사람이 암이나 교통사고, 자살이 아니라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하루 세끼를 다 먹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된 게, 칼로리가 넘쳐나서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 부모님들만 해도 배고픔을 겪은 세대다. 지난달 필리핀 출장 때, 바이어인 노니(Nonie)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같이 살면서 아침식사 준비부터 시작해서 애들 넷 도시락 다 싸주고, 청소, 빨래, 저녁 설거지까지 다 해주는 메이드 월급이 한 달에 3,000페소(Philippine Peso)라는 노니의 말에 놀란 나는 마시던 물을 뱉을 뻔 했다. 3,000페소면 원화로 9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한 달 월급이 3,000페소라니! 노니한테 너무 조금 주는 거 아니냐고 물어 봤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밥 주잖아.” 난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밥 주잖아.” 그렇다. 아직도 많은 저개발 국가들에서는 하루 세끼 밥을 다 먹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세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먹여주고 재워만 줘도 감지덕지하며 식모살이를 했던 몽실이 언니, 봉순이 언니처럼. 




   어린 케냐 소년의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란 말이 자꾸만, 빙그르르 머리를 맴돌았다. 얼마 전 선물 받고 책상에 올려 두었던 책, 션, 정혜영 부부의 <오늘 더 사랑해>에 눈이 갔다. 책을 쭉 넘겨봤을 때 본 아프리카 아이들 사진이 생각나서다. 책을 펼쳐 사진들을 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읽으면서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동시에 션, 정혜영 부부의 “나눔”이 존경스러워지는 책이었다. 연예인 커플이니 외모가 멋지고 예쁜 건 당연하지만,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도 참 아름답다. 하루에 만원 씩 모아 결혼기념일 마다 365만원을 무료급식소 ‘밥퍼’에 기증하고, 분유 광고를 찍고 받은 출연료를 북한 어린이들 분유 값으로 보내고, 국제 어린이 양육 기관인 컴패션을 통해 많은 아동을 후원하는 아름다운 부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치른 첫 아이의 이색적인 돌잔치다. 떠들썩하게 호텔에서 돌잔치를 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두 명의 아이가 심장병 수술을, 한 명의 아이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할 수 있었을까? 꼭 기억해 뒀다가 언젠가 내 아이의 돌잔치에 따라 해야겠다.^^




   남은 피자를 박스 채로 냉장고에 넣으며 생각했다. 아프리카 아이 한 명이 한 달 동안 먹고, 입고, 의료혜택을 받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월드비전의 한 달 후원금이 2만원, 내가 먹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는 피자 한판은 2만 5천원. 한 달에 한 번, 충동적으로 피자를 시키지 않으면 “굶어죽지 않는다면”이라고 말한 아프리카 아이를 도울 수 있다. 물론 나의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생각했을 때 바로 실천하자!’는 좌우명 하에 난 지라니 어린이 합창단 홈페이지를 방문, 정기 후원 신청을 했다. 한 달에 2만 5천원. 피자 한 판 값으로 한 아이가 굶어죽지 않게 도울 수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내게 작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 션, 정혜영 부부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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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2-0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예요. 정말 잘 하셨어요. 옆에 있다면 안아주고 싶네요.
그렇게 후원하다 보면 자꾸 자꾸 보인답니다.
함께 나누고 살아야 할 수많은 이웃들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을.
내가 도움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결국 보이지 않는 다른 손으로 돌아서 내게 온다는 것을.
_()_

kleinsusun 2009-02-04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정말정말 오랜만이예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피자 한판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값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아...옆에 있어서 안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파란여우 2009-02-0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진짜진짜 오랜만에요.
수선님께 귀한 영혼의 양식이 될겁니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더, 더, 더 많이 미모로워지셨다면...
(모냐, 할말을 해! 보고 싶었다고요.ㅎㅎㅎ)
근데 글쓰기 방식이 쪼메 바꼈어요.^^

kleinsusun 2009-02-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파란여우님, 진짜진짜 오랜만이예요.
파란여우 이미지를 보니 마음이 짜~안해요.^^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해요. 좀 다르게 써봤거든요.
여우님은 센스쟁이!^^

드팀전 2009-02-0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군요..^^ 시국이 언짢아서 직딩생활하기 힘든데...저와는 다른 종류의 압박도 있으시겠지요...하여간 직딩하기도 여의치 않네요.

알라딘 유니세프하세요.예전에 저는 유니세프 말구 1:1 결연을 했었는데...지난해에 유니세프로 바꾸었어요. 이유는 날아오는 유인물에 기독교 냄새가 너무 많이나서였어요. 돕자는 것이었지 그것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유니세프 말고도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이나 많아요.다들 먼 나라에서 우리가 직접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 없어요. 예쁜 기념품 삽들도 있어서 가끔 선물하기도 좋아요.

지난해에 전 예찬이 생일날 예찬이 이름으로 북한어린이 기아돕기를 했어요...그리고 또 눈먼돈이 생겨서 제 이름으로도 한번 정토회를 지원했었지요. 북한에서 배고파 죽어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을 어떤 아빠의 마음같은 것때문이었고 그 아이의 생명이나 예찬이의 생명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지요.그 전 해 생일에는 제주도에 나무를 심었구요..잘 자라고 있다고 주인장에 메일을 보내주었답니다.^^

다음에 언제 서울가면 한번 뵈요...

kleinsusun 2009-02-0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팀전님, 오랜만이예요.^^
직딩으로 존재하는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잘하고 그런걸 떠나
그 자체만으로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예찬이 생일날 북한 어린이 기아돕기를 하셨군요. 예찬이는 참 행복한 아이네요.^^
저도 2년 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아동 한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그런데...솔직히 통장 자동이체만 해놓고 별 신경도 안써요.
그냥 한달에 돈이 2만원씩 빠져 나가고, 가끔씩 모잠비크에 있는 아이 사진이 우편으로 오고, 연말에 소득공제용 기부금 증명서가 와요.
연말정산을 할 때... 괜히 미안해요.

네... 서울 오실때 연락주세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이틀 전, 뒤늦은 생일 선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새 앨범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선물 받았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앨범을 듣고 있다.
김종진이랑 이승신이 공동 작사했다는 <사랑은...>이 특히 좋다.
이승신이 연애할 때 메모한 글을 김종진이 보고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김종진, 이승신 커플은 이런저런 예능 프로들에
살짝 짜증이 날 정도로 자주 출연해서
애정을 과시(?)하던데 사랑을 해서인지 노래들이 부쩍 밝아졌다.

역시....인간은 연애를 해야 한다.
단, 골치 아프고 울고불고 하는 연애는 지양!
우유부단한 남자, 마마보이, 컴플렉스 있는 남자는
멜라민 유해 식품보다 위험하고 해롭다는 것을 명심하시라!

<사랑은...>의 가사가 마음에 든다.

"인간이 사랑을 시작할 때 비로소 그의 삶이 시작된다는 말을
믿지 않던 나에게도 이런 기적이 찾아오다니...

내 인생이 성경책이라면 나는 지금 창세기에 있어
지금까지는 아무 것도 없고
오직 그대와 나, 작은 사과나무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답고 새로운 세상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그대와 함께라면
하늘을 날을 것 같아 그대 손을 잡으면
놀라움, 즐거움, 설레임, 뭉클함
그리고 지금의 모든 시간 잊게 해주는
잠이 올 것 같은 안도감"

특히 마음에 와 닿는 말, "잠이 올 것 같은 안도감"

요즘 대학원에서 조직행동론을 듣고 있는데
성격 유형에서 Type A와 Type B를 보고 경악했다.

Type A Personality의 특징
- 빨리 걷고, 먹고, 움직임
- 일이 진행되는 속도를 감질나게 생각함
-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수행함
- 빈둥거리는 것을 견디지 못함
- 숫자에 대한 강박관념. 얼마나 많은 것을 획득했는가가 성공의 측정치임.

아... 인정하기 싫지만 난 어쩔 수 없는 Type A.
좋은 말로 과업 지향적 인간.
솔직한 말로 강박에 시달리는 인간.

얼마 전에 오랜만에 Tarot 선생님을 만났다가
오라클 카드를 뽑았는데,
"You are safe"를 본 순간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난 안전하다구! 모든 게 순조롭게 잘되고 있다고! 그러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잠이 올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고 싶다.
그런 사람의 팔을 베고 한숨 자면 좋겠다.   

요즘 자꾸 사노 요코의 동화 <100만 번 산 고양이>의
대사가 생각난다.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뭔가 억지로 노력하지 않고,
아둥바둥 전력투구하지 않고,
가만가만히 누군가의 옆에 있고 싶다.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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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10-1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랑할때가 된거예요. 님 주변 한번 둘러보세요~~~
님의 따뜻한 눈길만을 기다리는 남자가 있을지도.
올 가을엔 멋진 사랑 하시길. (음 예전에도 한번 날렸던 멘트 같기도 하네요. ㅎㅎ)

조선인 2008-10-1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에게 맞추려면 정말 눈 높고 정 많은 남자를 만나셔야 하는데, 그건 정말 희귀한 존재죠. 그래도 님이라면 꼭 찾아내실 거에요. ^^

다락방 2008-10-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는 100반 번 산 고양이를 집에 가서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진실에다가가 2008-10-13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조용한 휴식과 포근한 낭군님이 필요하신 모양이군요,,^^

Type B 는 밝히시지 않으셨지만..아마 제가 타입B로 사료되는 것 같습니다.
타입A에 맞는 게 하나라도 없기 때문입니다..ㅠㅠ;;
(뭔가 심히 잘못된 것은 아니겠쬬??)

전,,,
'뭔가 억지로 노력하고,
아둥바둥 전력투구하고,
가만가만히 누군가의 옆에 있고 싶다. 격렬하게.뽀사지도록,,ㅋㅋ'
이렇게 지금부터 살고 싶군요,,ㅎㅎ

수선님~ 건승하시기 바랍니다..그럼~^^


바람돌이 2008-10-1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간절해지면 그 때 그 누군가가 나타나는 것 같더라고요.
그만 꾸무적거리고 빨리 수선님 앞에 짠하고 나타나야 할터인데 참... 어찌나 동작이 굼뜨는지요. ^^
 

이틀 전,
그러니까 9월 26일은 내 생일이었다.

셀수 없이 많은 문자 메세지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많은 카드회사, 은행, 보험회사, 백화점, 통신회사...
하다 못해 디카 인화 사이트의 회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생일이 뭐 별거냐?
이렇게 쿨한 또는 심드렁한 태도를 가지면 좋겠는데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연말에는
자꾸...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뭔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행복해야 한다는, 뭔가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마저 살짝 느낀다.

작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년 생일은 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꼬박 35년을 살았으니 뭔가 새로운 지평이 열릴 거라고...

20대 후반에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두려워하기도 했고,
쓸데 없이 폭음을 하기도 했고(핑계 삼아 술을 마셨던 것 같다.) ,
감상에 젖어 속도를 내다가 속도 위반 딱지를 떼기도 했다.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왜 그렇게 난리를 쳤을까?....허무했다.

이번 생일도 역시...마찬 가지였다.
그냥 하루 신나게 놀면 그만일 것을!

내게 필요한 건... 좀....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사는 연습을 하는 게 아닐까?

맨날 뭘 판단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섣부른 결정을 하고, 그리고 또...후회하고...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서 추임새까지 넣고 있다.
아...나는 만능 엔터네이너!

작년에 심심풀이로 사주 카페에 간 적이 있는데
벙거지 모자를 쓰고 개량 한복을 입은 아저씨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물이 가득 찬 물컵 같다고...
그러니 좀 비워야 한다고!

그땐 뭔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나...
결혼 언제하는지, 어떤 남자를 만나는지 그런거나 말해주지...
했었는데 그 말이 요즘 자꾸 생각난다.

별 도움 안되는, 넘쳐나는 생각들을 비우고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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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8-09-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수선화 님 페이퍼를 보네요. 즐찾을 해둬서 찾아왔다는..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는 사적으로 받을 때가 기분이 좋죠.
네이트나 카드회사, 은행같은 데서 오는 기계음들보다 정겹고 조용하게 축하드리고 갑니다^^

다락방 2008-09-28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요 수선님. 맨 마지막에 적으신 것 처럼,
가볍게, 편하게, 룰루랄라 신나게!
그렇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라요.

늦었지만 저도 조용히 생일 축하드리고 가요!
:)

마늘빵 2008-09-2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페이퍼 자주 올려주세요. 너무 뜸하잖아욧. 생일축하해요!

웽스북스 2008-09-2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수선님 저와 같은 날 태어나셨군요. 반가워요 ^_^
저도 생일에 제가 모 안경점에서 렌즈를 한번 샀었지, 라는 걸 새삼깨달았답니다.
ㅋㅋㅋ

2008-09-29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9-29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정말 요즘은 자기 생일도 곳곳 업체들에서 문자 보내줘서 기억한다니까요? ㅎㅎ 조금씩만 비우시고 가볍게 편하게 행복하세요. 그리고 좀 자주 좀 들어오시라구요. ^^
 

단식 9일 째.

레몬을 직접 갈아 만든 레모네이드와 물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은지,
그러니까 아무 것도, 껌 조차도 씹어 보지 않은지 9일째다.

엉클어져 있는 일상을 정리해야 할 때,
방향성 없이 질주하는 내 자신을 정지시켜야 할 때,
새로운 시작이 필요할 때,
난 항상 다이어트를 해 왔다.

작년 4월, 한참 힘들었을 때,
울고 불고 콧물을 흘리다가 결심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자!

그리고는 5~6월 60일간 매일 저녁,
소금조차 뿌리지 않은 퍽퍽한 닭 가슴살 샐러드를 먹었다.
그 결과, 근육 손실 없이 5kg를 감량했고
여름 내내 과감한 노출 패션을 즐겼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더 비장하게 단식을!

지난 몇 개월간
정말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텼는지 모르게 바빴다.
누가 전화를 해서 천천히 말하면 화가 날 정도였다.

회사에, 학교에, 책 관련 라디오 출연에 강의 준비에...
기말고사 끝나자마자 유럽으로 2주간 출장을 갔는데
그 기간이 절정이었다.

마지막 시험 한 과목을 남겨 둔 일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무서웠다.
출장 준비, 시험 공부... 해야 할 일들이 머리를 빙빙 돌았다.
아무 것도 안하고 한참을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다
울음을 터뜨렸다. 애처럼 펑펑 울었다.

방학을 하고,
라디오 패널을 그만 두고,
유럽 바이어들이 다 휴가를 가면서
이제야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살이 많이 쪘다.
10시에 수업 끝나고 술을 자주 마셨다.(학교에서는 술자리를 3교시라고 부른다.)
밤 늦게 숙제를 하거나 원고를 쓰다가
캔맥주를 하나씩 마셨다.
(왜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이 소주를 마시고 일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일찍 들어와서 쉬어야 하는데
그럴 때는 회식이 있거나 바이어와 저녁을 먹거나
밀린 약속들이 있었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크리스피 크림 같은 단 음식들이 땡겼다.
시험 공부할 때는 초콜릿을 비타민처럼 먹었다.

그러니 살이 찔 수 밖에!
몸은 정직하다.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단식을 하는 게
단지 살을 빼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헝클어진 일상을 정돈하고 싶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니까 약속을 안 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동안 방치된, 4달이나 개점 휴업하고 있는
홈페이지도 돌보고,
무엇보다도 그 동안 지친 위와 간,
그리고 매일 헉헉거렸던, 동동거렸던 내 마음을 쉬게 하고 싶다.

그 동안 숨차게 달려온 내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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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8-17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어요!

:)

hnine 2008-08-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밤에 늦게 까지 할 일이 있던 약 세 달 동안 오렌지 쥬스 1L짜리 한 팩을 사다가 옆에 두고 글이 막힐 때마다 한 컵 씩 마시면서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매일 쥬스 한 팩씩을 먹은 셈이지요. 아시다시피 이러면 가끔 설사가 날 때도 있는데 (^^), 뭐, 그런다고 큰일이야 나랴 그랬었지요.

운동을 하시는 것도 좋을텐데...아무튼 여러 가지 의미의 reset,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kleinsusun 2008-08-17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hnine님, 오랜만이예요.^^
오렌지쥬스라... 크리스피 크림이나 초컬릿, 커피 보다 낫네요.ㅋㅋ
운동도 하고 있답니다. 곧 다이어트 성공기(?) 올릴께요.^^

stella.K 2008-08-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수선님!^^

진실에다가가 2008-08-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무소식이길래,,,어찌 지내시나 되게 궁금했어요..
역시나 바삐 왕성하게 활동하시고 계시는군요..

그에 비해 저는,,,제가 다 부끄럽습니다..ㅠㅠ;;

수선님의 다이어트 성공을 빌겠어요~
다이어트 성공하셔서 슬림한 사진도 꼬옥 올려주세용!!


속닥_저 기억하고 계시는거죠??(=저 여전히 즐찻하고 계신가요??)

kleinsusun 2008-08-1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님, 오랜만이예요.^^

진실에다가가님, 당근이죠! 졸업 축하드려요.^^
다음주말에 다이어트 끝나면 성공기(?) 올릴께요. 홧팅!

마늘빵 2008-08-1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바쁘시네요. 전에 뵈었을 때 살 무지 빠지셨는데. 넘 날씬해지려고 하시는거 아녀요? 저는 휴가 때 놀고 먹느라 살쪘어요. -_ㅠ

kleinsusun 2008-08-17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오랜만이예요.^^ 아프님을 못만난 몇개월동안...무럭무럭 자랐거든요.ㅋㅋ
다여트 끝나면 번개 함 해요.^^

Mephistopheles 2008-08-1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배를 끊거나 살을 빼는 다이어트를 진행하면 극심하게 신경이 날카로워지더군요..
일예로 잠깐 담배를 끊었을 땐 벽 다섯개를 뚫고 속삭이는 사람 목소리가 들리더군요..이러다 신이 내리는 건 아닌가 싶어 다시 피웠습니다.(아..이 에스퍼적인 변명같으니라구..)

kleinsusun 2008-08-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오랜만이예요.^^
맞아요...다여트하면 신경 날카로워져요. 짜증도 쉽게 나고...
금단현상도 장난 아닌 것 같아요.
울 아빠 담배 끊었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ㅋㅋ
근데...벽 다섯개를 뚫고 속삭이는 사람 목소리...정말 들려요? ㅋㅋㅋ

세실 2008-08-1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9일째 단식이라니...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전 님에 비하면 다이어트한다고 말로만 하면서 먹을꺼 다먹고...음 충격받고 갑니다.


울보 2008-08-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어떻게 단식을..
저도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단식은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몸상하지 않게 조심하세요,,

BRINY 2008-08-1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줄 알았어요 ㅎㅎ
옆반 국어 선생님이 대학원 수료하고 10년 지나서 겨우 논문과 졸업에 대한 애착을 접을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이제 수료하고 한한기가 지났네요. 그것도 휴학과 복학을 학기마다 반복하고 교수님들 눈총 받아가며 겨우 수료한 거였는데...정말 대단하세요.
근데, 정말 힘들고 바쁘면 살찌고 몸 붓는 거 맞습니다. 저, 보충수업 끝내고 1주일 집에서 방콕하니까 저절로 먹는 거 줄고 살 빠지더라구요.

kleinsusun 2008-08-1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오랜만이예요.^^
세실님도 작년에 다이어트 하셨었죠?
전 1학기에 학교 다니면서 밤늦게 먹고 마시고...
그래서 지금 "reset"하는거예요. ㅋㅋ

울보님, 오랜만이예요.^^ 이제 이틀만 더하면 되요. 그 다음은 보식 3일.
갑자기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안되니까 3일 동안은 야채, 죽 이런 걸 먹어야 한데요.
보식까지 끝내고 체험담 말씀드릴께요.^^

BRINY님, 오랜만이예요.^^ 아... 교육대학원은 논문을 쓰는군요.
MBA 과정은 다행히 논문은 안쓴답니다.
저도 2학기에 휴학을 할까 많이 고민했지만 그냥 쭈~욱 다니기로 했어요.
짧게 끝내려구요.ㅋㅋ
이제 곧 개학이네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힘내세요!^^

바람돌이 2008-08-18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바쁘셨군요. 다이어트가 재충전의 방법도 되는군요. 저의 경우에는 신경과민으로 죽어버릴 것 같은데....(배고프면 성질 더러워지는 인간이랍니다. ㅎㅎ)
한동안 마음 편히 푹 쉬세요. 몸도 마음도 쉬어주지 않으면 고장난다고요. ^^

프레이야 2008-08-1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 한 일주일간 무지 먹고 있네요. 밤마다 맥주 두병에다가...
다이어트로 심신의 무게를 덜고 재출발 멋지게 하시길요, 수선님.

L.SHIN 2008-08-18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돼요~ 몸 상합니다. ㅜ_ㅜ
먹으면서 운동을....(아, 난 너무 먹어서 탈이지..긁적)

비로그인 2008-08-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갑자기 단식 예술가(카프카 선생의)가 생각날까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리셋 이후의 성과도 알려주셔요.

Jade 2008-08-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헝클어진 일상을 정돈하고 싶다, 그 말에 마구 응원해드리고 싶은거 있죠! ^^

수선님 몸 상하지 않으실만큼 하시고, 다시 생기 100% 충전하셔요 ㅎㅎ